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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물든 꿈… [그 아름다운 꿈의 시작 - 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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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극진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 작성일2003-06-28 19:25 조회3,468회 댓글0건

본문

피로 물든 꿈… [그 아름다운 꿈의 시작 - 서장]

적풍(赤風)이 불어온다. 무릇, 해가 오르면 지기 마련이고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기 마련이건
만 이번에는 너무나 많이 올라간 탓에 너무나도 급격하게 떨어졌다고 할 수 있겠다. 청천의 시대
는 가고 황천의 시대가 왔다 소리치며 그 누른 머리띠를 두른체 장각의 신통술을 무기로 앞세워
쳐들어오는 황건적의 기세에 눌려 순진하고 우매한 백성은 열에 일곱은 투항하여 같은 동지의 이
름을 메며, 둘은 다치어 소중한 것을 잃게될 것이고 하나는 무사히 도망쳐 마음속 가득히 한을 품
게 될 것이다. 한 황실에 축복을 내리는. 우리에게 아침을 인도하는 그 눈부신 태양마저도 영원히
도는 우주의 법칙 앞에서는 자신의 따스러운 햇살을 내 비춘 뒤 캄캄한 어둠속으로 그 위용한 빛
마저도 던져버리기 마련이건만, 그 태양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고 미약한 인간이란 존재가 되
어서 자신들을 만물의 영장이라 칭하고 또는 세상의 중심으로 생각한체 느긋하게 시나 읊조리고
남을 헐뜯는데에 바쁘다. 실제가 이러한데, 어찌 이 미천한 것들이 우주의 흐름을 거스를 수 있단
말인가. 그에 따라 한 유방이 세운 황실이 이제 서서히 그 모습을 뿌리를 드러내기 시작하였고, 하
늘의 뜻을 따라 장각이 그 뜻을 거병으로 이루었다. 혹자는 장각이 하늘을 거스르는 역천자라고
하지만, 그 생각이 우매하기 이를데 없는 생각임은 우주가 돌아가는 이치를 보면 간단하게 알 수
있다.

이 때를 기준으로 하여 지금의 한 황실은 그 赤色빛을 강렬하게 내뿜으며 어둠으로 몸을 감추는
태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장각은 해가 짐과 동시에 떠오르는 달이라 할 수 있을 것인
데, 한 황실이 의외로 강렬한 태양이 되어 세상을 비춘바, 그 달도 자연히 빛이 강해질 것임에 분
명한데 다른 때와는 달리 달의 동기가 이미 변색된 지금과는 달리 농민들을 생각하는 장각의 선
한 마음에서 생겨난 것이고 선인 우길의 사람 보는 눈 또한 틀리지 않아서 그 세력을 강성하게 하
니 하루에도 그 숫자가 배로 늘어나고 힘은 갑절로 늘어나는 것이다. 본래, 처음부터 악으로 향하
던 것은 더 이상 악해질 수 없지만 그 본심이 선한 것은 정신적 파탄의 극으로 치닫아 악보다 더
욱 악한 악이 되기 쉽다. 장각의 황건적이 딱 그 본보기로서 배고픔과 서러움을 모두 승화시킬 대
상이 정부의 부패한 관리들이 됨으로서 이성을 잃고 물불 가리지 않은 체 덤벼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어둠은 더욱 깊어가고 태양과 달은 각기 그 빛을 더욱 내뿜는다. 이 시점에서 영웅들은
서서히 그 거대한 몸을 가누기 시작하고 이른바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 아니 빠질 수가 없게 된 것
이다. 달이 악하면 악할수록 명분이 되기에는 충분하고 그 상대가 한 황실에 대한 것이라면 그 명
분은 갑절로 증가한다. 허나, 이때를 기해서 일어서는 이들은 꼭 선한 이들이 아니더라도 악한 이
들이 몇몇은 있기에 마련인데 악한이라면 속으로 재산과 권력을 꼭 원하기 마련이다. 이로서 해
는 두 갈래로 나뉘고 달은 더욱 세력을 강화한바,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는 더욱 짙은 피 냄새가 풍
겨오기 시작한다. 이 기나긴 어둠이 지나가고 나면 선한 기운이건, 악한 기운이건 그 기운을 찬란
하게 뿜으며 해는 떠오를 것이고 이제 우리들은 그 해의 떠오를 기점과, 기운과, 또 해를 등에 없
고 천하를 통일할 이를 지켜보는 것 만이 남았다. 과연, 빛을 이끌어 낼 자는 누구일 것인가.

이제, 그 아름다운 핏빛의 꿈이 시작된다.



노을이 비끼는 언덕. 가을의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한 사내가 서있다. 키는 여섯자 반(24cm 정
도) 정도 되는데 그 주위의 공기가 서늘해 질 만큼 냉정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머리부터 신발까지
하얀 소복으로 차려입은 그는 '간옹'이란 이로 충직하기가 이를데 없어 집이 하루에도 수 차례 문
하생이 되고자 찾아오는 선비로 붐비어 발 디딜곳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한사코 이를 물리
친 체 재야로 남길 원하는 이를 이제 나라에서 원하고 있는 것이다. 나라는 십상시의 천하로 모든
이의 아비가 그 자식을 아비라고 부르는 지경까지 이르렀고 조금이라도 깨끗한 선비라고는 전부
내친 그들이 왜 간옹을 찾는지는 그 자신과 십상시 말고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과연… 이들이 나라를 잡은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게 아니었구나. 허나, 내가 이렇게 오도 가
도 못할 상황에 처하기까지 할 줄은 몰랐건만…」

간옹이 깊은 한숨과 함께 탄식을 토해냈다. 이미 노식장군도 낙양으로 출발한 뒤였다. 자신이 떠
받드는 노식장군 마저도 갔을 지언데 어찌 그 제자된 바로서 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
미 미운털이 박힌 간옹이 가기에는 너무 위험이 많은 터였다. 비열한 놈들… 간옹이 되뇌었다. 이
건 등용이 아니었다. 강한 압박으로 인해 간옹이 낙양에 도착하면 그들은 꼬투리를 잡아 귀양을
보내거나 사형을 시킬것이 뻔하다.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자는 속셈이 훤히 보이는 듯 하나 이
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개인적인 원한도 적잖게 있는 간옹으로서는 오도가도 못할 상황에
처하고 만 것이다. 과연 황제의 아비가 된 자들 다운 속셈이었다. 그의 옆으로 한떨기 적화(赤化)
가 떨어진다. 털썩- 간옹이 주저앉으며 그 꽃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그 뿐 아니라도 간옹이 낙양
에 가서는 안될 이유가 수도 없이 많았다. 다른 것은 다 무시한다고 쳐도 그것 하나만큼은…

「하아-」

또 한번 간옹이 한숨을 내쉰다. 꽃잎이 수도 없이 휘날리나. 그 아름다운 적화 사이로 간옹이 서서
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제 마차에 올라 있었다. 거대한 시름덩어리 속에 뭍혀
있는 간옹이, 어느 때 보다도 슬퍼 보였다.



「아뢰옵니다. 어제, 간옹이 이곳을 향해서 출발했다고 하옵니다.」

「…알았다. 나가거라.」

굵직한 목소리에 이어 여성스럽고 간드러진 목소리가 오갔다. 어찌된 일인지 나가란 말을 듣고도
검은 망토로 몸을 가린 이는 나갈 생각을 아니 하였다. 이내 간드러진 목소리의 주인이 얼굴을 흉
하게 찌푸렸다. 「네가 감히 내 말을 거역하는 것이냐!」 공허한 방안에 앙칼진 목소리가 크게 울
렸다. 목소리 자체로는 위협이 없을 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소리친 이는 십상시중 가장 포악하고
윗자리에 있는 단규였다. 하지만, 마치 돌이 그렇듯 사내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잠시후,
단규가 한심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한심한 것…」 뒤이어 울리는 금속음. 금으로 만들어진 동전
이 한가득 걸려있는 목걸이었다. 그때서야, '감사합니다.' 라고 짧게 대답한 사내가 단규의 시야에
서 사라졌다. 간옹이 출발했다… 아무리 늦어도 4일 내에는 이곳에 도착할 것이다. 하지만 간옹의
성격으로 보아 3일이면 충분할 것이다. 남은 기간은 이틀… 단규가 쓰게 되뇌었다. 개인적인 감정
은 뒤였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일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너무나 미워한 나머지
정마저 들어버릴만큼 지독한 사이였지만, 이미 그런 것은 신경쓸 거리조차 되지 않았다.

「그래…」

단규가 일어났다. 그리고 떨치듯 방을 나갔다. '드르륵- 쿵-' 문이 닫히며 일어난 소음조차 죽어버
린 방에는, 피의 정적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피로 물든 꿈… [서장] 끝



220.93.175.67천마극진: ^^; 소설쓰기 시작했습니다. 삼국지 소설이구요, 이거 중편으로 끝내고 열혈강호 팬픽도 써볼 생각입니다. 프롤로그라서 용량이 좀 짧군요. ^^; 응원해주세요- --[06/28-19:26]--

202.31.243.246하늘님: 으메~~잘읽어봤어욤..^^ 재미 있네여.... --[06/29-00:56]--

24.165.88.146냉혈강호: 이야... 제가 삼국지 매니아인데.. 글솜씨도 뛰어나시고 정말 재미있어보이네요~ 계속하시길 ^^ --[06/29-02:33]--

210.117.95.7하얀바람: 궁금한게 있는데요.. 여섯자 반이면. 195cm인데.. 24cm 머에욤? --[06/30-01:30]--

220.93.175.67천마극진: 아, 그 뜻은 삼국시대때는 자가 약간 더 짧아서 24cm정도였거든요. 그래서 가로로 표시해 놓은건데...^^; --[06/30-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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