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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 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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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가넷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 작성일2003-03-18 23:21 조회4,158회 댓글0건

본문

테이프가 다 돌아가서 저절로 꺼질 때까지 움직일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손에 땀이 배어있었고, 너무 긴장해서 들었는지 어깨가
뻐근할 정도였다.
내가 들은 그 녹음 테잎이 조작된 것이 아니라면, 그 세 명의 아이
들은 그날밤 독서실에서 분명히 무언가 끔찍한 일을 당한 것이 확
실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으로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다. 아무리 테잎
이라고 하더라도, 실력있는 고등학교 방송반 애들 정도라면 라디오
드라마 형식으로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머리 속이 복잡해 졌다. 과연 이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은혜는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이거... 진짜죠?"
"나도... 잘 모르겠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니....
나도 믿고 싶지만, 이런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직
모르겠어"
"아저씨가 어떻게 생각하던, 이건 진짜고, 실제 일어난 일이예요.
그날 이후로 거기 있었던 두 명이 모두 죽었고, 대학도 포기하고
군대간 우리 오빠도 언제 죽을지 모른다니까요!"

은혜는 무서운지, 흥분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나는 은혜는 달랬다.

"그래. 그래...
니 말대로 이것이 사실일 수도 있어..
하지만, 먼저 몇가지 사실을 좀 확인해야 할 것 같아..
이것이 진짜 일어났던 일인걸 알기 위해서는..."
"아니, 이런 증거 말고 또 뭐가 필요해요?
아저씨도 제 얘기 안 믿다가 나중에 어떻게 될지도 몰라요!!
어른들은 다 똑같단 말야!!!!"

은혜는 내 명확하지 못한 태도에 화가 났는지 소리를 치고 독서실
을 뛰쳐나갔다. 몇번 자기가 알고 있는 얘기들을 어른들에게 했지
만, 다들 믿어주지 않았는지 몇살 차이 나지 않는 나 역시 불신에
가득찬 어른으로 간주하는 것이었다.
나는 뛰쳐나가는 은혜를 불러보았지만, 그 애는 뒤도 안돌아보고 뛰
쳐나갔다.
머리가 점점 더 복잡해 지는 것 같았다.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은혜가 두고 간 사진들을 다시 보았다.
거기에 찍힌 세 명의 얼굴들은 연기라고 하기에는 섬뜩할 정도로
생생하게 겁에 질려 있는 모습들이었다. 테잎을 들은 후에 다시 봐
서 그런지 문 잠긴 독서실에 갇힌 채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에게
위협받고 있는 그 애들의 처절함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은혜가 악령이라고 지적했던 사진 속 빛들도 점점 더 기괴
할 정도로 뭔가 형태를 이루는 것 같이 보였다. 보면 볼수록 섬뜩해
지는 것이었다.
사진을 몇장 뒤지다가, 아까 은혜가 지적했던 문제의 사진에 시선이
멈추어졌다. 그날 독서실에 있던 3명이 아닌, 알 수 없는 사람이 찍
혀있던 그 사진이었다. 아무리 들여다 봐도, 사진 조작이거나 잘 못
찍힌 것 같지 않았다. 제대로 찍힌 것처럼 아주 선명하게 찍혀있었
다. 은혜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사진 속의 이 미지의 인물도 귀
신이나 악령이라는 얘기였다. 그런 생각을 하고 봐서 그런지, 사진
속의 그 사람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무표정하게 사진을 보고
있는 나를 노려보는 것 같았다. 가만히 그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으
려니 나도 모르게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에라 모르겠다는 생각에 은혜가 준 사진들을 다시 봉투에 넣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 문제의 사진은 남겨두었다.
시간이 되었는지, 독서실에 아이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뭔가 알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생각에 그 사진을 들어오
는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혹시 아는 사람을 찾아보았다.
수십명의 아이들에게 보여줘 봤지만, 은혜 오빠나 그 때 그 방에 있
었던 3명은 알아보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사진 속의 미지의 인물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인물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니, 이번 일이 점
점 더 괴기하게 느껴졌다.
계속해서 그 사진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머리 속이 더 복잡해지
고 어지러워 지는 것 같았다.
한참을 고민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지났는지 독서실 주인 아저씨
가 왔다. 내 표정이 이상해 보였는지 보자마자 물어보았다.

"자네, 무슨 일이라도 있나?
얼굴이 말이 아냐...
그건 뭔데 그렇게 뚫어지게 보고 있는 거야?"

나는 별 생각없이 보고있던 사진을 주인 아저씨에게 보여줬다. 주인
아저씨는 그 사진을 보고 흠찟 놀라는 것 같았다.

"이 사진 뭐야?
어디서 이 사진을 구했어?
그리고 왜 이 사진을 보면서 그렇게 고민하는 거야?"

주인 아저씨는 내가 독서실에서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에 화
가 났는지 평소와는 다른 흥분된 목소리로 나를 다그쳤다. 나는 그
사진에 대해 설명했다. 은혜가 들려준 얘기도 했다. 테잎 얘기까지
하려다, 괜히 독서실에서 일은 안하고 딴 짓만 한다는 잔소리 들을
것 같아 그 테잎 얘기는 하지 않았다.
사진을 보며, 내 얘기를 듣던 독서실 아저씨는 담배를 하나 빼어물
고 소파에 앉으며 얘기를 시작했다.

"은혜가 또 그랬군....
솔직히 내가 자네한테는 미안하네.
이 독서실에 있었던 모든 일을 다 말해주면, 일하려는 사람이 없어
서 말야... 몇 가지 얘기 안해 준 것이 있지.
은혜 말대로 작년에 걔 오빠하고 친구 둘이 몰래 독서실에서 밤을
샌 적이 있어. 밤 새면서 본드나 환각제를 복용했는지 헛것을 봤다
고 난리 쳤고, 한 애는 환각제 과다 복용으로 완전히 맛이 갔지.
그런데, 은혜는 자기 오빠가 그런 불량한 짓을 했다는 것을 받아들
이기 싫은지 계속해서 이 독서실에 귀신이 있다는 등 헛소문을 퍼
트리고 다니네. 아예 이 독서실을 못 다니게 할까 했지만, 그러면
오히려 동네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보일까봐 못 하고 있어.
그리고 나도 들은 얘긴데, 이 건물이 지어지기 전에 여기는 묘지터
였데. 그러니 귀신이니 악령 얘기가 더 그럴듯해 보일 거 아냐?
너무 신경쓰지 말게. 원래 공부하기 싫어하는 애들이 별 쓸데없는
상상해가지고 말도 안되는 얘기 꾸며되잖아...
이 사진도 아마 걔 오빠들이 딴 데 독서실에서 사진 찍었던 것 가
지고 귀신이니 유령이니 하는 거겠지. 여기 사진에 나온 애는 독서
실 다니지 않는 걔들 친구겠지 뭐..."

담담한 아저씨의 설명을 듣고 나니, 그럴듯해 보였다. 오히려 흥분
해서 귀신 얘기를 떠들고 다니는 은혜가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사춘기 때 공부 한참 할 나이에는 다들 무서운 상상 하나 둘쯤은
하곤 하니까... 주인 아저씨는 미안하다는 듯이 내 어깨를 툭 치며,
한 마디했다.

"자네가 요즘 은혜 얘기 듣고 마음 고생 많았겠구만...
미안하네. 내가 진작 알아서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해 주었다면
이런 걱정할 일도 없을 텐데...
사실 지난번 총무도 어디선지 이런 얘기 들었는지 무서워서 일 못
하겠다고 그만 둔 셈이지. 그래서 다음 사람한테는 처음부터 비밀
로 한 거야..
이 사진 주게, 내가 은혜를 보면, 따끔하게 혼이라도 내야겠어."
"그럴 실 것까진 없구요..
제가 잘 타일러 볼께요.."
"아냐, 자네는 이번 일에서 빠져.
내가 독서실 주인으로써 한 마디 해야 겠어.
사실 걔네 오빠 패거리들이 독서실에서 밤 새면서 저질러 놓은
일 때문에 내가 피해가 얼마나 많았는데, 이제 그 동생까지 난리
야!
어서 그 사진 주게. 이번에는 곱게 넘어가주지 않겠어!"

주인 아저씨는 정말 화가 났는지, 내 손에서 채가듯이 그 사진을 도
로 빼어갔다. 나는 괜히 고자질 한 것 같아 주인 아저씨가 은혜에게
심하게 할까 걱정되었다. 주인 아저씨는 그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
르는지 오늘은 이런 일도 있고 하니, 일찍 퇴근하라는 것이었다.
일찍 퇴근하라는 말에, 나는 친구나 만나야 겠다는 생각으로 짐을
챙겨 나왔다. 그러다가 독서실 오디오에 테잎을 놓고 온 것이 생각
나서 다시 독서실로 들어갔다.
그 때 나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내가 준 사진을 보고 있던 주인 아
저씨를 보았다. 아까 나와 같이 사진을 보고 있을 때와는 달리 사진
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내가 다시 들어오자 나쁜 짓하다 들킨 사
람처럼 화들짝 놀라는 것이었다.
좀 이상하게 생각되었지만, 나도 그 사진 혼자보고 있을 때는 그랬
을 것 같아서 테잎만 챙겨들고 나왔다. 이 테잎은 내가 직접 은혜
에게 줄 생각이었다. 나오면서 나는 다시 주인 아저씨에게 은혜에게
너무 심하게 뭐라고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주인 아저씨는 푹 쉬고, 월요일에 보자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독서실을 나서는 나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며칠간을 나를 괴롭혀오
던 독서실에 감도는 이상한 기운에 대한 나름대로의 명쾌한 답을
주인 아저씨로부터 얻었던 것이다.
오늘 은혜에게 받은 사진과 테잎이 좀 마음에 걸렸지만, 그것들 역
시 주인 아저씨 말대로 조작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상쾌해지는 것 같았다.
흥분해 하는 은혜 얼굴을 떠올려 보니, 오히려 그 애가 무섭다는 생
각이 들었다. 뭔가 한가지에 대한 집착과 자기 합리화... 언제가 심
리학 개론 시간에 들었던 정신 분열증의 한 증세 같다는 생각마저
떠 올랐다.
집에 돌아온 나는 이제 다리 뻗고 잠 잘 수 있겠지라는 생각과 함
께 두 다리를 쭉 뻗고 잠을 청했다....


아침에 나는 비명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푹 잘 수 있겠다라
는 생각은 정말 덧없는 희망사항에 불가했다. 밤새 그 테잎에서 들
려왔던 소리와 사진 속 겁에 질린 아이들의 표정에 시달렸다.
머리가 지끈 지끈 아파 왔다. 그런 악몽에 밤새 시달리고 나니, 뭔
가 아직 남아있는 기분이 들었다.
일요일이라 독서실 가는 것은 쉬는 날이었다. 농구하자는 친구들의
얘기를 거절하고, 나는 중앙도서관으로 향했다. 그 독서실이 생긴
즈음의 신문기사를 살피면 뭔가 나올 것 같았다. 그 당시만 해도,
인터넷 같은 것이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도서관에 직접 가서
신문 스크랩을 직접 넘기면서 찾아봐야 했다.
1년치 신문을 쌓아놓고, 사회면을 뒤지기 시작했다. 웃긴 것은 내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체, 그냥 무작정 찾기 시작한 것이다.
한 3시간을 찾아봤지만, 특별히 그 독서실과 관련되어서 난 신문기
사는 한건도 없었다.
단지 1년치 신문을 살펴보다 보니, 알려지지 않은 아이들 실종 사건
이 서울 각 지역에서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네도 다 다르고
연령대도 다 달랐지만, 두어달에 한 건씩 어린이 실종사건이 발생했
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도 1년치 신문 사회면을 살피다 보니,
우연히 알게 된 것이었다. 내가 봐도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사
건이라 경찰이나 언론도 별개의 사건들로 취급하고 있었다. 내가 느
낀 한가지 공통점은 돈을 노린 유괴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사실 신
문 기사만 봐가지고는 그 아이들이 가출 했는지, 납치 당한 것이진,
사고 당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은혜가 들려줬던 얘기가 생각났
다.

'....그러던 차에 TV 고발 프로그램에서 '청소년 가출인가? 실종인
가?' 라는 제목의 방송이 나간 적이 있었대요. 거기서 한달 전에
실종된 애를 하나 보여주는데, 바로 독서실에 들었던 도둑이었데
요....'

그 생각이 나자 그 즈음 TV 편성표를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런 시사 프로그램이 방영된 것은 사실이었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
뭔가 알 수 있을 것 같은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믿져야 본전인 생
각으로 그 프로그램을 방영했던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봤다.
방송국 얘기로는 그 프로그램을 다시 볼 수 있는 방법은 그 프로그
램이 담긴 비디오 테잎을 사라는 것이었다. 잠시 망설이던 나는 애
라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그 프로그램의 구입신청을 했다.
빨라야 나흘 정도 걸린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프로그램의 구입신청을 한 것을 그날 도서관에 간 수확으
로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독서실에 가면 은혜에게 어떻게 애기할까 고민하면서 잠이
들었다.


그날 밤 역시 똑같은 악몽에 시달렸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그 사건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은혜를 만나 잘 얘기하고, 더 이상 그것에 대해 신경을 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독서실로 향했다.
왠일인지 그 날은 독서실 문이 열려 있었다.
말로만 듣던 고시생이나 유학 준비생들이 먼저와서 문을 열었나 하
면서 총무실에 들어갔다.
그런데, 어떤 깡마른 청년이 총무실 책장을 뒤지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경계심이 생기며 그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누구신데, 총무실에 들어와 계신거죠?"

그 사람은 내 말에 대답은 안하고 나를 찬찬히 살펴봤다. 그 사람은
평범한 대학생으로 보였지만, 안경너머의 눈빛에 광기가 보이는 것
같았다.
"오라... 새로운 총무님인가 보네...
걱정마소. 내 짐만 챙겨 곧 나갈테니까..."

나는 그 사람의 무시하는 말투에 기분이 상했다.

"아니, 누구시냐고 물었잖아요?
독서실 원생이면, 당장 충무실에서 나가주세요!"

나의 언성이 높아지자, 그 사람은 하던 일을 멈추더니 나를 다시 한
번 노려봤다. 그리고는 기분나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그 대답을 듣고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이었다.

"내가 누구냐고요?
그날 밤 전화해서 당신의 생명을 구해준 사람이야!
기억나요? 그 보름달 뜨던 날밤에 전화한 사람...."

그 사람의 의외의 대답을 듣고 나는 잠시 멍해질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며칠전 술 취한 듯한 사람으로부터 독서실에서 당장 나가라는 전화
를 받았던 것이 생각났다.

"그럼 댁이...."
"그렇다니까.. 당신은 내게 신세 진거요.."

그 사람은 그 말을 하고는 다시 자기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누구세요?"

그 사람은 내 질문에 다시 물끄러미 나를 돌아보더니 그제서야 답
을 해 주는 것이었다.

"아.. 아직도 내가 누군지 눈치 못채셨군...
좀 둔한 것 같소... 당신...
나는 서경기라고 하오. 바로 당신 전에 있던 이 독서실 총무였고..
이제 좀 이해가 되겠소?"

나는 그 사람이 누군가만 알 수 있었고, 아직도 전후 사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왜 그런 전화를 했는지 이해 할 수도
없었고, 아무 얘기없이 독서실을 그만 두었는지는 더더욱 알 수 없
었다. 자세히 보니 그 사람은 독서실 주인 아저씨 말처럼 좀 싸이코
끼가 있어 보였다. 더군다니 처음보는 내게 던지는 건방진 말투가
귀에 거슬렸다. 그래서 나는 약간 도발적으로 말을 건넸다.

"아 그러세요...
그런데, 아무 얘기 없이 독서실 그만 두셨다면서요...
주인 아저씨가 그것 때문에 고생 좀 하셨나 보더라고요..."

그는 나를 이상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얘기했다.

"그런 상황에 말하고 자시구가 어디 있어!
그냥 여기서 떠나는 것이 장땡이었지..
그런데, 형씨는 진짜 아무 것도 몰라요?
하긴 아직 호된 꼴을 안 당했으니까 멀쩡한 모습으로 여기 나오고
있겠지..."

그러면서 그는 자기 사시 공부책들을 가방에 챙겼다. 얼추 챙겼는지
가방을 잠갔다. 나는 그 사람을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다. 그 사람
이 말하는 투가 거슬렸지만, 그 서경기 라는 사람은 뭔가를 알고 있
는 것 같았다.

"뭔가 알고 계신 것 같은데, 가시기 전에 제게 알려 주시고 가시
죠. 부탁입니다...."

좀 정중하게 부탁하니까, 좀 망설이던 그는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총무실 소파에 불량한 자세로 앉아 담배를 빼어 물었다. 그리고는
내게 의아스런 질문을 던졌다.

"당신 여기서 일한지 얼만큼 됬소?"
"이제 일주일 채 못 되었는데...."
"일주일이라... 그 정도면 아직 모를 수도 있겠지...
여기서 밤 늦게 남아있다가 좀 이상한 경험 하지 않았어요?"

그 질문을 받자, 나는 그 동안 있었던 좀 이상했던 일들이 머리를
스쳐갔다. 이 사람은 그 일들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듯 했다.

"이상한 경험이라면...
혹시 여자 방 얘기하시는 거에요?"
"이 사람 알고 있었네!
그런데도 아직도 여기서 일하고 있는 거예요?
보기보단 대단한 사람이네..."

그는 내 대답을 듣더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나는 그의 의외에 반응에 좀 놀랐다. 그는 다시 나를 바라보고 그
동안 어떤 경험을 했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근무 첫날부터 경험했던 이상한 일들을 자세하게 얘기해 주었
다. 밤 12시가 지나면 그 독서실에서 들려오던 이상한 소리며, 아무
도 없는 독서실 안에서 밖을 내다보던 아이의 창백한 얼굴이며, 12
시가 되기 전에 독서실을 나가려는 아이들, 그리고 매일 밤 벽에 그
려지는 의미없는 숫자들 등 내가 경험했던 얘기를 해 주었다.
내 얘기를 심각한 표정으로 듣던 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마
디 했다.

"그게 전부라면, 아직 여기서 버틸만하네...
조심해요.
아직 당신은 진짜 무서운 일을 안 당한 것이니까.."

나는 그 얘기를 듣고, 은혜가 들려주었던 얘기를 시작하려 했다.
그러더니 그 서경기라는 전 총무는 내 말을 가로막으며 얘기했다.

"그 얘기라면 나도 다 들었어요.
사진도 보고, 테잎도 보고...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
처음에 나는 이게 왠 유치한 장난이냐 생각하고, 그 은혜라는 애를
오히려 정신병자로 생각했죠. 휴...
인간은 생각하는 폭이 짧다니까....
얘기를 들어보면, 당신은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이 무시무시한 독서실에 관해서...
하긴 나도 아직 뭐가 뭔지는 모르고 있지만...
그래도 단 한가지 내가 확신하는 것은.
이 독서실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사는 길이라는 것이요."

그의 단호한 말에 나는 좀 놀랐다.

"무슨 말씀이시죠...
도대체 어떤 일들을 겪으셨길래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죠?"

그는 담배연기를 허공으로 뿜어내고는 내 눈을 똑바로 주시하며 진
지한 목소리로 믿을 수 없는 얘기를 시작했다.

"내가 이 독서실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한 3개월 전이었소.
휴... 그때는 내가 이런 일을 겪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었죠...
제기랄......"



142.150.51.127아트모: 마 한꺼번에 다 올려주이소 --[03/19-03:00]--

211.208.30.32도황검제: 잼나요 잼나.. ㅋㅋㅋ --[03/19-11:59]--

218.235.191.81shs850: 오랜만에 올라왔네요 --[03/19-17:08]--

211.110.208.212밀감: ㅋㅋ 재미써요~~!~!' --[03/20-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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