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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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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가넷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 작성일2003-04-08 13:44 조회3,732회 댓글0건

본문

죄송합니다-.- 1~9회는 좀 뒤에 있네여--;;; joy님께서 메일을 보내주셔서 올립니다,,,
잼있게 보세여~~ 출처:어느날갑자기(유일한)







<…..못 참겠다….
….왜 나지?....

…해 볼까?... 하지만….

…도저히 견딜수 없어!...
…피가 필요해….

…오늘 했다…. 너무 황홀했다….
어떤 것보다도 달콤했다…
그 갸날픈 목, 새하얀 살결,
맑은 눈동자, 그리고 예쁜 입술에서
새어나오는 고통의 소리.. 히히…

…또 하고 싶다….

…그런데 저들이 알까?….

…나는 뭘까? 악마? 신? 정신병자? 여하튼 나는 행동한다!...

…오늘 또 했다. 이제는 떨리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 달콤함은 더해진다…

..이제 내가 필요 없다. 없는 것이 편하다…
이제 자유롭다.

…아무도 나를 막지 못한다. 이젠……>

무슨 얘기인지 언뜻 이해할 수 없지만, 어떤 정신병자가 자기
느낌을 닥치는 대로 적어놓은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의미이며, 이런 미친 생각을 적어놓은 것이
누구이며, 무엇을 하고싶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단지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자기의 욕구를 참지 못해 뭔가 폭력적인 일을
저지렀다는 것과 그것에 대한 유혹을 참을 수 없는 지경까지 갔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이상한 것은 그 휘갈긴 글씨체가 눈에 익다는 것이다.
어디선가 분명히 본 글씨체인게 확실했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소름이 쫙 끼쳤다.
글씨체가 눈에 익는다는 것은 이걸 쓴 싸이코가 내가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
다.
그때였다.
총무실 밖에 하얀 것이 휙 지나가는 것이 언뜻 눈에 띠었다.
너무나 순식간에 지나갔기 때문에, 내가 제대로 본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어두운 곳에 혼자있던 내가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것에는 충분했다.
움직일 수 없었다.
손전등을 들고 잠시 생각했다. 나도 모르게 손전등을 든 손이 덜덜 떨렸다.
당장이라도 이 독서실을 뛰쳐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늘 여기서 모든 의문을 풀고 싶다는 호기심이 더욱 더 강하게 느껴졌다.
마치 보고싶지 않은 공포영화를 결말을 알기 위해 끝까지 보게 되는 느낌이었다.
가만히 서서 귀를 기울였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쿵쾅거리는 나의 박동소리만 더욱 크
게 들렸다.
총무실 밖에 뭔가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용기를 내어 손전등을 돌려 총무실 밖으로 비추어 봤다.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가슴을 쓸어 내리고, 다시 그 서류철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더 이상 써 놓은 것은 없었다. 꺼림직한 것은
맨 마지막 부분에 마치 피가 묻어서 굳어진 것처럼 검붉은 흔적이 있었다.
나는 그것을 쓴 사람이 이 모든 사건과 뭔가 관련이
있을 것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글씨체는 눈에 익지만, 누구의 글씨체인지 생각나지 않았다.
한참을 들여봤지만, 누군지 생각해낼 수 없었다.
눈에는 익지만, 너무 휘갈겨 써서 남자 글씨인지, 여자 글씨인지도 알아보기 힘들었다.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되자, 허탈한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게 무서움을 참고 여기까지 왔는데, 사진은 어디 갔는지 없어졌고,
그나마 새로 발견한 서류철에는 뭔가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장들만 휘갈겨 써져 있고, 누가 썼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대로 돌아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느껴졌고,
또 한편으로는 오늘도 진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고
더욱 복잡해지는 것을 보고 좌절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냥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몸을 돌려 총무실을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사방으로부터 희미하고 음산하게 괴기한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헛것을 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귀를 기울여 보니,
그 소리는 진짜로 들려오는 것이었고, 서서히 조금씩 소리가
커지는 것 같았다. 뭔가 쥐어짜는 듯한 소리도 같았고, 뭔가를 가는 듯한
소리도 같았고, 여하튼 불쾌하고 귀를 막고 싶은 충동이 생길 것 같은 기괴한 소리였다.
소름이 쫙 끼치고, 나도 모르게 다시 총무실 안으로 뒷걸음질쳤다.
처음에는 어떤 소리인지 알 수 없었던 그 소리는 마치 저 어둠속에서
한발짝씩 나에게 다가오듯이 점점 커져 왔다.
그 소리가 어떤 소리인지 알아 차리는 순간, 나는 두려움으로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소리는 바로 애들의 쥐어짜는 듯한 비명소리였다.
여러명의 아이들이 공포와 고통에 시달리는 듯한 듣기 불쾌한 소리였다.
점점 또렸해질수록 온 몸에 소름이 끼치고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그런데, 가까워지는 것은 확실했지만,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었다.
어둠속으로 부터 다가오는 것 같았지만, 손전등을 비춰볼 용기가 쉽게 나지 않았다.
나는 총무실로 뒷걸음질쳐서 들어와 사방을 비추어봤다.
뭔가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기 위해서였다.
우선 책상 위에 놓여진 커터 칼을 집었다. 하지만,
너무 작고 믿음직스럽지 않아 급히 셔츠 주머니에 넣고, 다른 것을 찾아보았다.
소리는 점점 다가오는 것 같아서, 무기를 찾는 나의 마음은 더욱 다급해졌다.
책상 밑에 연장통이 보여, 황급히 손을 뻗어 망치를 쥐어들었다.
소리는 이제 바로 총무실 근처까지 다가온 것처럼 느껴졌다.
손에 든 망치의 묵직한 촉감이 그래도 약간의 용기를 주는 것 같았다.
나는 쉼호흡을 하고 천천히 다시 총무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망치를 치켜들고, 왼손에 든 손전등으로 저 어둠속을 비춰봤다.
그때였다.
바로 코 앞까지 다가왔던 소리가 딱 그쳤다.
독서실 안은 어색할 정도의 적막이 갑자기 감돌기 시작했다.
나는 순간 멈찟하고, 내가 들었던 소리가 환청이었나라는
생각마저 했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아이들의 비명소리를
들었고, 그것은 환청이 아닌 진짜 소리라는 것을 확신했다.
죽음같은 적막이 흐르자 오히려 마음이 놓이기 보다는 더
불안하고 무서움이 느껴졌다. 총무실에서 나와서, 나는 천천히 치켜들던
손전등으로 독서실 안 복도를 비추어봤다.
역시 아무 것도 없었다.
나도 모르게 천천히 복도쪽으로 끌려가듯이 걸어가게 되었다.
너무 적막한 탓에 삐걱거리는 내 발자국 소리가 귀에 거슬릴 정도였다.
분명히 들렸던 소리였는데, 지금은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아무런
것도 없는 것이 너무 이상했다. 온 신경이 두려움과 긴장감으로 팽팽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더욱 기분 나쁜 것은 저 어둠 너머로 뭔가가 나를 바라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독서실에 들어올 때부터 느껴졌지만, 괴 비명소리가 갑자기 멈추어진 지금 그 시선은 더욱 강력하
게 느껴졌다.
몇 발자국을 더 걸어갔지만, 손전등 불빛 앞에 비치는 공간에는
특이한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천장쪽에서 뭔가 서늘한 것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천천히 손전등을 들어서 비추어 보았다. 손전등을
내 얼굴 높이까지 올려서 비추는데, 순간 무언가가 눈에 띠었다.
그 높이에 있기에는 너무 이상한 것이어서 순간적으로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손전등에 비친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순간 나는 온 몸을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은 충
격을 느꼈다.
그것은 바로 아이의 발이었다.
너무 놀라 ‘아악!’이라는 비명을 지르고 뒷걸음쳤다.
그러면서 본능적으로 손전등을 더 높이 비추었다.
거기에는 10살 남짓한 여자애가 허공에 떠서 나를 쾡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파리한 얼굴로 나를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었고, 온 몸은 피투성이가 되어있
었다.
너무 무섭고 놀라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아이는 내가 자기를 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는 듯이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 같았다.
나는 발이 바닥에 묶인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몸을 뒤틀다가 손전등이 그 아이 옆 천장쪽을 비추게 되었다.
거기에는 또 다른 아이가 기분 나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손전등으로 천장을 비추니까 몇 명이 아이들이 허공에 뜬 채로 사방에서 나를 보고 있는 것이었
다.
너무 무서워서 아무 것도 생각할 겨를도 무작정 앞으로 뛰어갔다.
10미터 정도 앞에 남학생 방이 있어 거기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문 앞에 서서 돌아보니, 그 아이들이 바닥으로 내려와 천천히 내쪽으로 걸어오는 것이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문을 열려고 했는데, 열리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리 열려고 했지만, 잠겨있는지 꼼짝도 안 했다. 그 순간 주인
아저씨가 이제부터는 모든 문을 잠그겠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주머니를 뒤져보았지만, 열쇠는 총무실 책상에 놓고 온 것 같았다.
문은 안 열리고 그것들은 점점 다가오는 것 같았다. 나는 문 여는 것을 포기하고,
아이들 쪽으로 손전등을 비추면서 돌아봤다.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아이, 옷이 찟겨 나가고 무표정한 얼굴을 한 아이,
손에 뭔가를 들고 기괴한 표정을 하고 있는 아이등, 몇 명인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나를 향해 오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것들을 보고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를 쳤다.

“너희들 뭐야! 물러가!! 저리 가란 말야!!!”

하지만, 그 아이들은 내 말을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그냥 천천히 다가오기만 하는 것이었다.
그 아이들 너머로 <비상구>라는 푸르스름한 전등이 보였다.
이 독서실에서 빠져 나가려면, 문은 아이들 뒤쪽에 있는 정문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주저할 시간이 없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망치를 든 손에 힘을 주고 괴성을 지르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망치를 미친 듯이 휘두르며, 다가오는 아이들로 향했다.
머리와 가슴은 두려움으로 터질 것만 같았다.
극한의 공포가 이런 것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것들 사이를 지날 때, 나도 모르게 괴성을 지르고 있는 힘을 다하여 망치를 휘둘렀지만,
망치 끝에는 아무 것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된 것인지 볼 틈도 없이 그 사이를 지나가
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순간적으로 뭔가가 내 발목을 잡아채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앞으로 고꾸러졌고, 손에 들고 있는 손전등과 망치가 저기 나가 떨어졌다.
어둠이 엄습해왔고, 내 발을 축축한 손들이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았지만, 손전등이 저기 떨어져있는 탓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내 발을 잡아당기는 기분 나쁜 촉감만이 느껴졌다.
너무 무서워서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본능적으로 있는 힘을
다해 내 발을 잡고 있는 손들을 차면서 떨쳐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무슨 강철 고리인 것처럼 내 발목을 꽉 잡고 잡아 끌어당기고 있었다.
나는 미친 듯이 발차기를 해대었지만, 그 손은 점점 위로
올라와 내 무릎과 허벅지까지 더듬거리며 나를 끌어당겼다.
앞을 보니, 망치가 손에 닿을 듯 한 거리에 떨어져 있었다.
나는 온갖 힘을 다해 망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망치는 손끝에만 닿을 뿐, 잡을 수가 없었다.
나를 끌어당기는 힘은 더욱 세지는 것 같았다.
죽을 힘을 다해, 몸을 앞으로 던지듯이 해서 간신히 망치를 쥐었다.
망치를 손에 쥐자 마자, 나는 미친 듯이 나를 잡고 있는 손들을 향해 내려쳤다.
‘퍽퍽!’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 찢어지고 부스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거기다가 뭔가 기분 나쁜 액체가 얼굴로 튀는 것이
느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공포에 사로잡힌 나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사정없이 그것들을 내려쳤다. 얼굴이 그 액체로
뒤범벅이 되고, 숨이 가빠왔지만, 이를 악물고 마치 미친 사람처럼 망치질을 해댔다.
몇 번을 갈기고 나니, 발이 어느 정도 자유스러워졌고,
숨을 헐떡거리며 앞으로 기어 나와 손전등을 잡았다.
손전등을 잡자마자, 나를 잡았던 것이 무엇인지 비추어보았다.
그걸 보자 마자, 다시 한번 등골이 오싹하고 공포에 질렸다.
그것들은 바로 아이들의 푸르스름한 손이 였다. 아이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엎드려서 서로 내 발을 잡으려고 손을 뻗고 있는 것이었다.
내 망치질에 피가 터지고 뼈가 부러져 보이는데 아무런 것을
못 느끼는 것처럼 내 발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것들의 상처 받은 손을 보고, 내 스스로의 잔인함에 놀랐지만,
그 죄책감보다는 여기서 벋어나고 싶은 생각이 더욱 강했다.
나는 덜덜 떨고 있는 몸을 간신히 일으켜서, 정문을 향해 달려갔다.
5미터도 안 되는 짧은 거리였지만, 내 몸은 돌덩이를 끌고 있는
것처럼 마음대로 움직여 지지 않았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의 괴기하고 기분 나쁜 비명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하고 등뒤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잠깐이라도 주춤거리면,
그 손들이 뻗어서 내 뒷덜미를 낚아챌 것만 같았다.
있는 힘을 향해 정문 앞에 다다랐다. 손전등을 든 손으로 문손잡이를 돌렸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분명히 들어올 때 내가 열고 들어왔는데,
육중한 철문이 미동도 않고 열리지 않는 것이었다. 더욱 이상한
것은 자물쇠를 열어봤지만, 문은 벽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망치로
두들기고 아무리 돌려봐도, 문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손전등을 돌려 뒤를 비추어봤더니, 그것들은 피투성이가 되어 더욱
끔찍한 모습으로 내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미칠 것만 같았다.
나는 미친 듯이 주변을 둘러 보았다.
옆에 있는 문 하나가 눈에 띠었다.
주인 아저씨가 열쇠를 주지 않았던 창고라고 얘기하던, 그 문이었다.
자물쇠를 보니 역시 잠겨있었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있는
힘을 다해 그 자물쇠를 향해 망치로 내리쳤다.
그런데 주인 아저씨가 신경 써서 잠가놓은 그 육중한 자물통이 망치의
타격에 약간 부스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이 그 자물통을 향해 망치를 부서져라 내리쳤다. 역시 뭔가가 부서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세히 보니, 자물통이 부서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경칩이 문에서 뜯겨지고 있는 것이었다.
기분 나쁜 괴성을 질러대며 다가오던 그것들은 거의 손을 뻗으면 내 몸에 닿을 정도까지 다가왔
다. 나는 이성을 잃은 사람처럼 망치질을 해댔고, 이윽고 경칩은 부셔지고, 자물통은 커다란 소리
를 내고 바닥에 떨어졌다.
그 순간 그것들의 손은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
나는 그것들의 손을 뿌리치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것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그 방에 들어가자
마자 문을 쾅 하고 닫고 등으로 기대었다.
지친 숨을 헉헉거리며 문에 등을 기대고 발로 버티고 있는데, 밖에서는 갑자기 아무 소리도 안 나
고 문을 밀려는 시도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때서야 내가 이제까지 한번도 들어오지 못했던 그 방에 들어
온 것을 느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왠지 모르게 다시 한번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쳐졌다.
사방은 암흑 그 자체 였으며,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땀으로 뒤범벅이 된 온 몸에 기분 나쁜 한기가 느껴져 더 으스스 했다.
방안에는 내 거친 숨소리만 들리고, 죽음 같은 적막이 흐리고 있었다.
언제 또 그것들이 밀고 들어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등을 문에 세게 기댄 채, 덜덜 떨리는 손으
로 들고 있던 손전등을 천천히 들어 방을 향해 비추어 보았다….
손전등을 들어 비추어진 것을 보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불빛에 비추어진 것은 바로 정면에 설
치된 전면 거울에 반사된 나의 모습이었다. 온 몸이 피투성이였고, 한 손에 망치를 들고 겁에 질
린 표정이 이제 막 살인을 저지르고 겁에 질려 있는 범인의 모습 같았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천천히 손전등을 옆으로 비추어봤다. 주인아저씨 말대로 창고였는지 부
서진 독서실 책상, 의자, 집기들이 여기 저기 쌓여있었다. 하지만, 그 아저씨가 그 동안 무슨 이유
였는지 이 방에 대해 뭔가를 감추고 있는 느낌이어서 호기심마저 느껴졌다. 여기저기 비추어 봤지
만, 사방에는 그런 것들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기분이 그래서 그런지, 그런 빈 의자와 책상에 사
람이 앉아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상하게도 문 밖에는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내가 헛것을 봤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
만, 거울에 비친 피투성이가 된 나의 모습을 보면 확실히 그것은 환각은 아닌 것 같다. 감히 문을
열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마치 그것들이 문 밖 어둠 속에서 내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았
다. 내가 문을 열고나서기만 하면, 손을 뻗어 나를 어디론가 데려갈 것 같았다.
그런 공포심과 함께, 문득 그것들의 정체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제일 쉬운 가정은 귀신이라
는 것이었다. 귀신이 아니라면, 갑자기 그런 기괴한 모습으로 나타나거나, 허공에 떠 있을 수 없
을 것이었다. 그 아이들이 귀신이었다는 결론이 쉽게 내려졌다.
하지만, 잠시 문에 기대 힘을 준채로 생각해 보니, 또 하나의 가능성도 있었다. 바로 내가 헛것을
본 것이다. 어디선가 읽은 것 같은데, 극도의 공포심이 오히려 그 공포심을 강화시키는 환청이나
환각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고 했다. 내가 그 증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거울에 비친 나
의 모습 자체도 환각일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세차게 저었
다. 나는 그런 것을 봤지만, 나의 정신상태는 정상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여하튼 어떡하던 문을 밖에서 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나의 시급한 문제였다. 문손잡이를 내려다
보니, 안에서도 잠글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문에 달린 자물쇠를 돌리니까 문이 잠기는 것이었다.
문을 안으로부터 잠그자, 안도감이 느껴졌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간편하게 잠글 수 있는 문을 뭐 하러 경칩도 달
고 그렇게 큰 자물통을 달아 놓았는지 궁금해졌다. 밖에서 누군가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
는 이유는 궁색해 보였다. 왜냐하면 문에 자물쇠가 있었는데, 잠가놓지도 않은 것이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떠오른 생각 때문에 나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졌다. 바로 이 방안에 있
는 무언가를 나가지 못하게 하기위해 잠금 장치를 밖에다 설치한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더욱더 무서운 생각과 함께 이 방에 대한 호기심이 들었다. 손전등으로 여기저
기 비추어 보았지만, 천장까지 쌓여있는 책상과 의자들 때문에 방 전체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천
장을 보니, 방은 생각보다 넒은 것 같았다. 문이 잠긴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고, 나는 천천히 발
걸음을 방안 쪽으로 옮겼다.
정면에 있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자꾸 깜짝깜짝 놀라게 되었지만, 손전등을 이리저리 비추어
보며 천천히 걸어 나갔다. 양쪽으로 가구들이 쌓여 있어서, 그것들 틈 사이는 불빛도 비추어지지
않았다. 괜히 그 틈 사이에 뭔가가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어서 무서워졌다. 그리고 잠가놓은 문
쪽이 자꾸 신경이 쓰여 거울을 통해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문은 굳건히 잠겨 있지만, 언제라도 갑
자기 열리고 그것들이 여기까지 들어올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자
꾸 더 깊숙이 방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쌓아놓은 가구들 사이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것 같은 생각도 들고, 괜히 불안해 지기 시작
했다. 천천히 정면 앞에 있는 거울 쪽으로 걸어 나갔다. 거울이 걸린 벽면 옆쪽으로 쌓여진 의자
사이로 길이 나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방안 쪽으로 다가갈수록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유 없이 소름이 쫙 끼칠 정도의 한기였다. 그런데 그 차가움은 그냥 에어컨에서 나오는 시원한 바
람과는 거리가 먼, 기분 나쁘고 으스스한 싸늘함이었다. 기분 탓이겠지 하고 애써 불길한 생각을
접고 천천히 주변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걸어갔다.
앞에 있는 전면 거울이 자꾸 신경이 쓰였다. 더구나 손전등으로 여기저기 비치다 거울을 향하게
되면, 불빛이 반사되어 순간적으로 아무것도 안 보이게 되었다.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상황은 아
주 짧은 상황이었지만, 그 순간 뭔가가 튀어나올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들기도 했다.
그때였다.
손전등을 최대한 거울 쪽을 비추지 않으려고 하다가, 우연히 거울을 보게 되었다. 거울에는 나 말
고도 다른 것이 하나 보였다. 처음에는 잘 못 본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좀 자세히 보다가 그것
이 무엇인가 알아차리고 머리에 둔기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바로 거울 속에 비친 내 등
뒤로 두 명의 여자 아이가 무표정한 얼굴로 서있는 것이 보였다. 머리털이 곤두서는 것 같은 전율
이 느껴지며,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그 아이들은 열 살이 좀 너머 보였고, 핏기 하나 없는 얼굴
과 뭔가 원망스런 표정을 하고 있었다. 더 섬뜩하게 느껴지는 것은 두 아이가 쌍둥이같이 닮았고,
하얀 원피스에는 피가 잔뜩 묻어있었다. 그 아이들의 시선과 거울을 통해 마주치자, 숨을 쉴 수 없
을 정도로 무서움이 느껴졌다. 마치 뱀과 눈을 마주친 먹이처럼 다리도 후들거리고 움직일 수도
없었다. 고개를 몇 번 가로지르고 다시 거울을 봤지만, 그 애들은 여전히 서 있었고 천천히 내 쪽
으로 걸어오는 것이었다. 무서워 미칠 것 같았다.
용기를 내어 고개를 획 돌렸다. 그런데 손전등에 비친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닫혀있는 문만 보일
뿐이었다. 다시 거울로 시선을 돌려보았지만,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신경을 집중해
서 봤지만, 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내 머리 속에는 그 아이들의 섬뜩한 모습이 생
생하게 떠올랐다. 확실히 그것들은 내 뒤에 있었고, 차가운 표정으로 내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
다. 이 방안에서도 역시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온 몸에 소름이 끼치
고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밖으로 나갈 엄두는 나지 않았다.
방안에 흐르는 죽음 같은 적막 속에서 나의 겁에 질린 숨소리만 들렸다. 미친 듯이 주변을 둘러보
았지만, 먼지 낀 책상과 의자밖에 보이지 않았다. 헛것을 봤을 것이다 며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나
는 다시 거울 쪽으로 걸어갔다.
다시 한번 거울에 이상한 것이 보일까봐, 거울을 정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렇지만, 불안함
에 나도 모르게 자꾸 거울로 시선이 갔다. 불안감은 점점 커져갔지만, 거울에는 겁에 질린 피투성
이가 된 나의 모습만 보였다. 거울에 다가가니 왼쪽은 책장 같은 것으로 막혀있고, 오른쪽은 쌓여
놓은 책상과 의자 사이로 작은 길같은게 나 있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칠흙 같은 어둠밖에 보이지 않았다. 손전등을 비추어 봤지만, 건전
지가 다 되었는지 몇 미터 앞만 보였다. 손전등이 방 끝까지 비추지 못하는 것을 보니, 이 공간은
꽤 넓은 것 같았다. 손전등의 건전지도 얼마 안 남은 것 같은데, 다시 한번 어둠 속으로 가기가 무
서웠다. 그렇다고 창문도 없어 보이는 여기에 가만히 앉아 기다릴 수 없었다. 이 정도 넒은 공간이
면 빌딩에 설치되어 있는 비상구가 어디 있을 것 같았다. 잠시 생각해 보니까 독서실 복도 저편에
비상구가 하나 있으니까, 여기에도 하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약간을 망설이다 오른쪽으로 돌아섰다. 돌아서면서 불안해서 뒤를 돌아봤지만, 거울이 걸려 있는
것만 보였다. 하지만, 점점 불이 약해지는 손전등 때문에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나는 애
라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큰 걸음으로 앞으로 나섰다.
아까 들어온 문 옆으로만 책상, 의자가 쌓여있을 뿐 오른쪽으로 돌아오니까 꽤 넓은 공간이었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암흑뿐이었고 ‘비상구’라는 불빛이 보이지 않았다. 손전등은 웬일인지 급격
히 어두워졌다. 나는 더욱더 불안해 지고 무서워졌다. 이런 무시무시한 곳에서 불빛마저 없어진다
면 정말 미쳐서 죽을 것 같았다. 순간 독서실에서 불도 없이 밤 세우다가 얼이 빠져버린 은철이 일
행의 비극이 떠올라, 몸이 부르르 떨렸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급하게 손전등을 망치
든 손으로 몇 번 두들기니까 약간이나마 빛이 밝아 졋다. 확실히 얼마 안 있으면 건전지가 다 할
것 같았다.
손전등에 신경 쓰느라고 주변에 뭐가 있는지 모르고 그 빈 공간 중심으로 걸어 들어왔다. 나는 잠
시 내가 어디 서 있는 알아보기 위해 손전등으로 주변을 비추어 보았다. 그런데 이곳은 책상과 의
자 대신에 뭔가 검은 자루들이 여기저기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사람만한 검은 비닐 자루가 여기
저기 걸려 있는 것을 보니까 괜히 섬뜩해 보였다. 더구나 아까 이 방에 들어올 때 느꼈던 싸늘함
이 더욱 강하게 느껴져서, 온 몸에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입김도 나왔다. 그 차가운 기운은 불
안한 심리에서 느껴지는 것이 아니고, 실제로 방 온도가 낮은 것 같았다.
그런 싸늘함과 여기 저기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검은 자루를 보니까 더욱 두려움이 느껴졌다. 비
상구를 찾기 위해 몸을 움직이다가 자루에 어깨가 닿자, 나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냉기가 바로 그
자루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뭔가 들어있는지 모르겠지만, 묵직하게 느껴졌다.
갑자기 이 자루 안에 뭔가가 들어있을까 궁금해 졌다. 비상구를 찾는 것이 시급했지만, 여기에는
없을 것 같고 주인아저씨가 여기 숨기고 있는 것이 무엇이었지 알고 싶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식으로 보관할 만한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손전등의 건전지가 다 소진되기
전에 이 자루를 열어봐야,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마음 구석에는 이 불길한 곳에서 빨리 나갈 방법을 찾자 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한가
하게 호기심이나 해결하고 있기에는 이 곳에 있는 것이 너무 위험하고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약간 망설였지만, 희미해지는 손전등의 불빛을 보고 마음을 결정했다. 가장 가까운 자루에 가서
어떻게 열 수 있나 돌려봤다. 비닐로 만들었기 때문에 셔츠 주머니에 있는 칼을 꺼내려고 하는데,
자루 가운데에 세로로 지퍼가 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손에 든 망치를 내려놓고, 겨드랑이에 손전등을 끼어놓고 자루에 달려있는 지퍼를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자루 윗부분에 지펴가 있는 것을 찾았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그 지퍼를 밑으로 내
렸다. 좀 뻑뻑해서 잘 내려오지 않았지만, 힘을 주니까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한 50센티 지퍼를 내리니까 안에 있는 것이 보일 것 같았다. 그래서 지퍼 내리는 것을 멈추고 손전
등을 들어 비추어보았다. 하지만, 뭔가 반투명 비닐 같은 것으로 한 겹 더 쌓여 있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지퍼를 끝까지 열어서 검은 자루를 벗겨 버렸다. 그리고 그 반투명 비닐을 열 수 있는
지퍼라든지 장치를 찾았다. 그런 것을 찾다보니, 이 반투명 비닐이 단지 내용물을 둘둘 말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매달려져 있는 그것을 옆으로 돌리면서 반투명 비닐을 풀어나갔다.
다행히 몇 번 안 둘렀는지, 서너 번 돌리니까 그 반투명 비닐이 다 풀어 해쳐졌다. 이제 무엇인줄
알 수 있겠다 생각했지만, 안에는 또 하나의 비닐이 있는 것이었다.
짜증도 났지만, 도대체 뭐 길래 이렇게 포장했을까 했던 호기심도 더욱 강해졌다. 그런데 이번 비
닐은 이전 포장과 좀 달랐다. 마치 정육점에서 파는 고기 포장처럼 진공 포장같이 느껴졌다. 그리
고 투명한 것 같았다.
나는 다시 희미해진 손전등을 손으로 치고, 그 내용물을 보기위해 좀더 가까이 비추었다. 너무 가
까이 비추니까 이것이 뭔지 잘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안의 내용물은 윗부분은 검은색이었고, 그
밑은 노란색이었다. 뭔가 확인하기 위해서 그것을 돌려봤다.
손전등에 비추어진 그 내용물을 알아본 나는 큰 충격으로 뒷걸음질칠 수밖에 없었다...



211.176.141.78나그내: 이거 뒷이야기 제가 가지고 있는거 있긴 있는데...하늘가넷님이 올리시기 힘드시면 제가 올려들리수도 있어여^^; 물론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면여...! --[04/08-17:43]--

61.254.20.138하늘가넷: 그럼 님이 올리세여 --[04/08-23:08]--

142.150.51.127아트모: 나도 실은 기다리다 지쳐 찾아서 다 읽어봤습니다.. -.- --[04/08-23:45]--

211.110.208.212밀감: 드디어 올라왔네요.;; 오래기다렸어요.ㅋㅋ --[04/09-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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