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강외전, 진풍백의 과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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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혈강호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 작성일2002-11-01 15:55 조회5,269회 댓글0건본문
모두들 안녕하세요? ^^ 회원제 도입후 제가 제대로 글을 올리는게 이번이 처음 같네요. 11학년
(미국 고3) 생활이 하도 바뻐서... 그래도 다행히 SAT도 잘 본듯하고.. 모처럼 시간에 짬이나서 이
렇게 장문의 스토리를 하나 써봅니다. 요즘 진행되고있는 스토리의 예상스토리를 쓰는건 Choi님
께서 독점(?)하신듯 하고... ^^ 제 글솜씨로 Choi님의 스토리와 같은 주제를 다룬다는건 너무 뒤
떨어질것 같아서.... 저는 한번 약 15~20년 정도전으로 돌아가서 진풍백의 과거를 한번 상상해보
고자 하네요. 약간 진부하고 무협지들속에 흔히 등장하는 타입의 얘기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썼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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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유난히 밝은 밤이구료. 소취.”
둥근 만월이 밝게 떠있었다. 구름한점 없이 오로지 총총한 별들만이 서로의 광휘를 뽐내며 밤하
늘을 비추고 있었고, 간간히 들러오는 풀벌레의 울음소리가 아주 평화로운 밤이었다.
한 중년인이 뒷짐을 진 채 자신의 집 마당을 거닐고 있었다. 그의 귀밑 머리는 하얗게 세어있었으
나, 이는 오히려 영준하고 준수한 얼굴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기품있는 인상을 주고 있었다. 넓
고 평평한 이마, 긴 눈썹과 강렬한 눈, 우뚝 솟은 콧날과 다부진 입술, 귀밑까지 길게 늘어뜨린 검
미, 이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대장부의 기상과 대인(大人)의 포부를 보여주며, ‘경혼장주(驚魂莊
主) 진관운’이라는 한 인물을 형성했다.
“그렇군요, 상공. 상공께선 항상 보름달을 보며 저에게 시를 읇어주시곤 했었죠.”
진관운의 옆에 곱게 차려입은 한명의 미부인이 서 있었다. 나이에 전혀 영향받지 않은 천하절색
의 아름다움과 정숙하고 고귀한 기품이 그녀의 부드러운 음성과 잘 어울렸다. 그녀가 바로 진관
운의 부인이자 경혼장의 안주인으로, 과거 모든 젊은 사파무사들의 선망이 되던 옥화선녀(玉華仙
女) 정소취였다.
“백(白)아는 자고있소?”
“예. 책을 더 읽고 자겠다는걸 너무 무리하는 것 같아서 일찍 재웠죠.”
“허허, 녀석. 장차 경혼장의 장주가 될 녀석이 무공보다 학문에 관심이 있어서 원...”
진관운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전 인아가 무림의 풍파에 섞이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거
짓도 싸움도 없는 그런 삶을... ”
정소취의 아름다운 양미간에 잔잔한 주름이 생겼다. 그녀의 말투에는 자식에 대한 따스한 모정
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러는게 더 나을수도 있겠구려... 최근 패검문(覇劍門)등 이 지역 정파들로부터의 압박이 더욱
심해지고있소. 사파중 그나마 몇몇 유력한 세력들도 차례차례 무너져가고있으니, 앞으로 백아가
장성했을때는 더욱 어려워질지도 모르오.”
진관운은 달을보며 길게 한숨을 쉬었고, 정소취는 그 옆에서 낭군의 얼굴을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
라보았다.
“대체 어떤 기준으로 태어날때부터 정(正)과 사(邪)가 정해지는지... ”
진관운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고, 이내 다시 허탈한 듯 웃었다
“후훗. 흥이 깨버렸구려. 모처럼 당신과의 산책인데... 자, 들어갑시다.”
진관운의 눈에 동문에서 솟구치는 화염이 들어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아니!?”
“상공??”
동문뿐이 아니었다. 연달은 폭음과 함께 남, 서, 북에서 동시에 불길이 솟았고, 엄청난 굉음이 일
었다. 순식간에 경혼장(驚魂莊)은 화염에 휩싸이기 시작했고, 청천벽력을 맞은 모든 경혼장의 식
솔들이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뛰쳐나왔다.
“장주님, 대체 이게 무슨일입니까!”
경혼장의 집사인 장청이 잠옷바람으로 뛰어나왔다.
“아무래도 적의 기습인 듯 하네! 자네는 빨리 무사들을 모아 대응할 채비를 갖추고, 아녀자와 아이
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게!”
“조, 존명!”
진관운은 황급히 장청에게 지시를 내렸고, 장청은 허둥지둥 달려갔다. 그때,
“쉬이이익! 퍽!”
“으아악!”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장청의 등 한복판에 꽂혔고, 장청은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그대로 쓰러졌
다.
“장청!”
이것이 시작이었다. 경혼장의 담벼락 위에 헤아릴수 없는 흑의복면인들이 나타났고, 순식간에 빈
틈없는 포위망이 구축되었다.
“네놈들의 정체가 뭐냐! 무슨 원한이 있어서 경혼장을 공격하는거지?”
대답은 없었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오른손을 치켜들자마자, 수십명의 복면인들은 병기를 빼
들고 이제 막 대응할 채비를 갖추려고 하는 경혼장의 무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일방적인 살
육에 가까운 싸움이었다. 복면인들 하나 하나가 상당한 무공을 지니고있었고, 오랫동안 함께 훈
련을 해온 듯 빈틈없는 검진을 형성하여 미처 대오를 갖추지 못한 경혼장의 무사들을 베어넘기고
있었다. 이를 본 진관운의 눈에서 엄청난 분노의 광채가 분출되었다.
“소취, 어서 백아를 찾아서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시오. 이 자리는 내가 맡을테니!”
“상공...”
누구보다 남편을 잘 이해하고 신뢰하기에, 정소취는 주저없이 즉시 몸을 날려 아들의 처소쪽으로
향했다.
“이놈들! 경혼장을 우습게 보지마라!”
진관운은 한 무리의 경혼장의 무사들이 포위되어있는 곳으로 신형을 날렸다.
“영겁천뢰장(永劫天雷掌)!”
진관운은 순식간에 허공에서 몸을틀며 양손에서 장력을 뿜어냈고, 워낙 전광석화같은 속도여서
적들은 그가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대처할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다섯명의 복면인이 피를 토
하고 쓰러졌고, 포위당해있던 경혼장의 무사들은 무사히 해방되었다.
“장주님!”
“말할 시간이 없다! 어서 가서 다른 동료들을 도와라!”
진관운은 계속하여 신들린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가는 곳곳마다 암습자들이 쓰러졌고,
기울어진듯한 대세는 어느새 점점 경혼장 쪽으로 회복되고 있었다. 여전히 지붕위에서 이를 바라
보던 복면인들의 우두머리가 나직이 신음했다.
“으음... 역시 경혼장주 진관운의 명성은 거짓이 아니었군...”
그는 허리춤에서 검을 빼들고 지붕에서 뛰어내려 진관운의 정면을 가로막았다.
“진관운, 내가 상대해주마!”
“네놈이 우두머리인가? 대체 정체가 뭐냐?”
“저승에 가서나 알아봐라!”
복면인은 팔꿈치를 어깨높이와 수평으로 올리고 검끝은 진관운의 명치를 겨눈채 왼발을 앞으로
뻗고 무릎을 약간 기울였다. 이게 바로 그의 검법의 기수식(검법을 펼치기전 처음 자세)인 듯 했
다. 진관운은 주저없이 선제공격을 하기로 결정했다.
“간다! 회풍불유수(廻風不流手)!”
진관운은 왼손을 곧게 피고 천천히 앞으로 밀어냈는데, 앞으로 나아갈때마다 수많은 장영이 생기
며 복면인의 전신요혈을 위협했고, 복면인은 그의 장법의 변화를 살펴보다가 검을 똑바로 그의 손
바닥 한가운데를 노려 찔렀다. 이때 진관운은 번개같은 속도로 우권을 격출해 복면인의 안면을 후
려쳤고 복면인은 즉시 검법을 변화시켜 진관운의 오른팔을 베려했다. 그러나 진관운의 우권은 올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후퇴하였고, 이번에는 좌장이 다시 나와 그의 복부를 격타하려고 했다.
복면인은 그의 왼손, 오른손의 교차공격과 그 변화의 오묘함에 혀를 내두르며, 침착하게 대응하
여 진관운의 좌장이 그의 배를 치기 전에 목을 베려했다. 자신의 손에는 검이 있고 진관운은 적수
공권(赤手空拳)이었으므로 자신의 검이 먼저 그의 목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었다.
“제법이군. 그러나 회풍불유수의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진관운은 뒤로 물러나며 양손을 함께 앞으로 뻗어냈고, 또 뻗어내는 즉시 다시 거두어들여 그의
양쪽 옆구리에 붙인 후 다시 힘차게 뻗어냈다. 복면인은 갑자기 앞에서 엄청난 기운이 밀려오는
것을 느끼고 천근추의 수법으로 버티려했으나, 갑자기 앞의 기운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뒤에
서 엄청난 기류가 그의 등을 압박하여 그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쓰러질 뻔했다. 내공을 끌어올려
간신히 넘어지지 않고 버텼으나, 갑자기 다시 앞에서 산을 뚫고 바다를 가를 장력이 쏟아져오는
것이 아닌가!
‘진관운의 양손이 앞으로 진공, 후퇴, 진공 이렇게 세 번 변화하는 동안 이런 엄청난 장력을 동반
했단 말인가!’
복면인은 정면에서는 도저히 맞설수 없음을 알고 뒤로 공중제비를 돌며 검으로 진관운의 장풍의
예봉을 살짝 누르며 위로 솟아올랐다. 이것은 사량발천근(四兩撥千斤, 아주 작은 힘으로 큰 힘의
방향을 바꾸는것)의 수법으로 순식간에 진관운의 장풍은 방향을 바꿔 땅을쳤다.
“낙성검세(落星劍勢)!”
복면인은 공중에서 아래를 향해 공격했고, 검에서 푸른 검광이 솟아나며 일곱줄기의 검기가 진관
운을 향해 내리쳐갔다. 일곱줄기의 검기 모두 진관운의 전신대혈을 노리고 있어, 하나라도 피하
지 못한다면 즉사할 것이었으니 실로 엄청난 기세였다.
“천뢰진환수(天雷震還手)!”
땅에서 하늘로 솟는 번개였다. 진관운의 쌍수가 허공으로 격출되자 일곱갈래의 뇌전이 그의 손으
로부터 솟아올라 복면인의 낙성검세 일곱갈래를 모두 무마시켰다. 진관운의 장법중 가장 패도적
이고 빠른 초식인 천뢰진환수는 손의 전격적임을 중심으로 하여, 십성의 경지에 오르면 이같이 손
에서 번개가 뻗어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진관운은 이렇게 낙성검세를 무마시킨 즉시 아
직 공중에 있는 복면인을 향해 도약했다.
“백변천환권(百變千幻拳)!”
순식간에 수백, 수천의 주먹이 복면인의 전신을 노리는 듯 했고, 도저히 어느게 진짜인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검법의 초식은 검을 쥔 손을 약간만 틀어주거나 꺾어주고, 또 힘 조절을 달리한다
면 본래 초식과 상당히 다른 변초가 나오고 손목을 틀어줌으로써 재빨리 여러 부위를 공격할 수
있다. 그러나, 권법에서 주먹으로 여러 부위를 치는 것은 팔을 내뻗고 다시 불러들였다가 다시 치
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라 검법의 변초보다 훨씬 느릴 수밖에 없는데, 지금 진관운이 펼치는 백변
천환권은 검법의 변초보다 오히려 변화가 더 많고 정묘하기조차 했다.
“제기랄, 당할 것 같으냐!”
복면인은 도저히 진관운의 허를 찌를수 없었기 때문에 공중에서 검을 자신의 몸 주위로 정신없이
휘두르며 검법을 전개했다. 초식 하나하나를 의미나 공격과 상관없이 계속 펼쳤고, 이로써 그의
몸 주위에 검막(劍膜)이 형성되었다. 이렇게 된다면 그의 내공 소모는 상당히 크겠지만 진관운
의 주먹은 그를 치기 전에 검을 맞게 되는 것이다.
“흥, 좋아. 내 금강수(金剛手)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시험해보마.”
뜻밖에도 진관운은 그대로 주먹을 회수하지 않고 검막의 한가운데를 향해 내질렀다.
“이, 이런 미친...!!”
진관운이 주먹을 거두어 들이리라고 예측한 복면인은 깜짝 놀랐으나, 검과 살이 부딪히면 손해를
볼 것은 분명히 살이기에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to be continued...
엠줴이: 너무 재밌네요. 미국에 사신다면서 언제 이런 정보를 다 수집해서 글을 쓰실 수 있
었나요? 이 곳엔 모두 대단한 필력가들이 모여있네요.. ^^ --[11/01-16:08]--
동현귀족: 헉!!! 감명 받음 +_+ --[11/01-16:10]--
Choi: 앞으로 무지 재미있을꺼 같은 느
낌.. '열혈강호 외전 풍백전기' 라고 하면 어울릴까? 다음글 기다리겠습니다. 호이~ --[11/01-17:2
8]--
도황 검제: 대단하십니다..... --[11/01-17:31]--
똘방이: 잘 읽었습니다 풍백의 과거라 기대되는군요 --[11/01-17:45]--
하늘님: 이야~~작살입니다~~흥분됐었어욤~~^^ --[11/01-18:04]--
한비광친위대: 와,,,,,,,,,,, --[11/01-18:09]--
쌀밥: 고3이 확실 합니까..? 이럴수가 고3
의 얼굴이 역시 입시는 힘들군요.. --[11/01-19:20]--
천마신군vs한비광: 이야.....진짜 소설책광이신듯.....;;진짜 소설가따...;;일어
다 돈내구읽어야할지도..!ㅎㅎㅎ(넘잘해서리.ㅋㅋ) --[11/01-21:48]--
봉용: 오호~ 읽으면서 내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함이외
다. 그대의 문장 또한 누구 못지 않으니... 앞으로 대체 어찌하려고 이런 문장을 선보이시는지... 그대
의 다음 스토리를 학수고대할 수많은 독자들의 기다림을 어찌 감당하려는지.... 참..SAT는 잘 본것
같다니 참으로 다행이오. 본좌 역시 내내 그대의 다음 스토리를 기대하고 있을라오~ ^^ --[11/0
1]--
사신: 엄청 많은 무협지를 독파하신듯.. ^^; 무공의 이름들도 정말...와.. 감탄. 감탄.. 그리고
이 장문을 쓰신다고 고생하셨습니다 ^^* --[11/02-02:48]--
우유: 뜨아아~~ 오호라~~~ 대단하십니다. 다음 이야기 또 기대할게요^^. --[11/02-06:07]--
냉혈강호: 반응이 좋은듯하니 다행이네요 ^^ 그런데 쌀밥님, 고3이 확실하냐뇨
ㅡㅡ^ 입시가 역시 힘들단 뜻은 고생해서 폭삭 늙어보인다는뜻? ㅡ,.ㅡ;; 미워잉 --[11/02-08:24]--
(미국 고3) 생활이 하도 바뻐서... 그래도 다행히 SAT도 잘 본듯하고.. 모처럼 시간에 짬이나서 이
렇게 장문의 스토리를 하나 써봅니다. 요즘 진행되고있는 스토리의 예상스토리를 쓰는건 Choi님
께서 독점(?)하신듯 하고... ^^ 제 글솜씨로 Choi님의 스토리와 같은 주제를 다룬다는건 너무 뒤
떨어질것 같아서.... 저는 한번 약 15~20년 정도전으로 돌아가서 진풍백의 과거를 한번 상상해보
고자 하네요. 약간 진부하고 무협지들속에 흔히 등장하는 타입의 얘기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썼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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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유난히 밝은 밤이구료. 소취.”
둥근 만월이 밝게 떠있었다. 구름한점 없이 오로지 총총한 별들만이 서로의 광휘를 뽐내며 밤하
늘을 비추고 있었고, 간간히 들러오는 풀벌레의 울음소리가 아주 평화로운 밤이었다.
한 중년인이 뒷짐을 진 채 자신의 집 마당을 거닐고 있었다. 그의 귀밑 머리는 하얗게 세어있었으
나, 이는 오히려 영준하고 준수한 얼굴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기품있는 인상을 주고 있었다. 넓
고 평평한 이마, 긴 눈썹과 강렬한 눈, 우뚝 솟은 콧날과 다부진 입술, 귀밑까지 길게 늘어뜨린 검
미, 이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대장부의 기상과 대인(大人)의 포부를 보여주며, ‘경혼장주(驚魂莊
主) 진관운’이라는 한 인물을 형성했다.
“그렇군요, 상공. 상공께선 항상 보름달을 보며 저에게 시를 읇어주시곤 했었죠.”
진관운의 옆에 곱게 차려입은 한명의 미부인이 서 있었다. 나이에 전혀 영향받지 않은 천하절색
의 아름다움과 정숙하고 고귀한 기품이 그녀의 부드러운 음성과 잘 어울렸다. 그녀가 바로 진관
운의 부인이자 경혼장의 안주인으로, 과거 모든 젊은 사파무사들의 선망이 되던 옥화선녀(玉華仙
女) 정소취였다.
“백(白)아는 자고있소?”
“예. 책을 더 읽고 자겠다는걸 너무 무리하는 것 같아서 일찍 재웠죠.”
“허허, 녀석. 장차 경혼장의 장주가 될 녀석이 무공보다 학문에 관심이 있어서 원...”
진관운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전 인아가 무림의 풍파에 섞이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거
짓도 싸움도 없는 그런 삶을... ”
정소취의 아름다운 양미간에 잔잔한 주름이 생겼다. 그녀의 말투에는 자식에 대한 따스한 모정
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러는게 더 나을수도 있겠구려... 최근 패검문(覇劍門)등 이 지역 정파들로부터의 압박이 더욱
심해지고있소. 사파중 그나마 몇몇 유력한 세력들도 차례차례 무너져가고있으니, 앞으로 백아가
장성했을때는 더욱 어려워질지도 모르오.”
진관운은 달을보며 길게 한숨을 쉬었고, 정소취는 그 옆에서 낭군의 얼굴을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
라보았다.
“대체 어떤 기준으로 태어날때부터 정(正)과 사(邪)가 정해지는지... ”
진관운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고, 이내 다시 허탈한 듯 웃었다
“후훗. 흥이 깨버렸구려. 모처럼 당신과의 산책인데... 자, 들어갑시다.”
진관운의 눈에 동문에서 솟구치는 화염이 들어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아니!?”
“상공??”
동문뿐이 아니었다. 연달은 폭음과 함께 남, 서, 북에서 동시에 불길이 솟았고, 엄청난 굉음이 일
었다. 순식간에 경혼장(驚魂莊)은 화염에 휩싸이기 시작했고, 청천벽력을 맞은 모든 경혼장의 식
솔들이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뛰쳐나왔다.
“장주님, 대체 이게 무슨일입니까!”
경혼장의 집사인 장청이 잠옷바람으로 뛰어나왔다.
“아무래도 적의 기습인 듯 하네! 자네는 빨리 무사들을 모아 대응할 채비를 갖추고, 아녀자와 아이
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게!”
“조, 존명!”
진관운은 황급히 장청에게 지시를 내렸고, 장청은 허둥지둥 달려갔다. 그때,
“쉬이이익! 퍽!”
“으아악!”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장청의 등 한복판에 꽂혔고, 장청은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그대로 쓰러졌
다.
“장청!”
이것이 시작이었다. 경혼장의 담벼락 위에 헤아릴수 없는 흑의복면인들이 나타났고, 순식간에 빈
틈없는 포위망이 구축되었다.
“네놈들의 정체가 뭐냐! 무슨 원한이 있어서 경혼장을 공격하는거지?”
대답은 없었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오른손을 치켜들자마자, 수십명의 복면인들은 병기를 빼
들고 이제 막 대응할 채비를 갖추려고 하는 경혼장의 무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일방적인 살
육에 가까운 싸움이었다. 복면인들 하나 하나가 상당한 무공을 지니고있었고, 오랫동안 함께 훈
련을 해온 듯 빈틈없는 검진을 형성하여 미처 대오를 갖추지 못한 경혼장의 무사들을 베어넘기고
있었다. 이를 본 진관운의 눈에서 엄청난 분노의 광채가 분출되었다.
“소취, 어서 백아를 찾아서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시오. 이 자리는 내가 맡을테니!”
“상공...”
누구보다 남편을 잘 이해하고 신뢰하기에, 정소취는 주저없이 즉시 몸을 날려 아들의 처소쪽으로
향했다.
“이놈들! 경혼장을 우습게 보지마라!”
진관운은 한 무리의 경혼장의 무사들이 포위되어있는 곳으로 신형을 날렸다.
“영겁천뢰장(永劫天雷掌)!”
진관운은 순식간에 허공에서 몸을틀며 양손에서 장력을 뿜어냈고, 워낙 전광석화같은 속도여서
적들은 그가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대처할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다섯명의 복면인이 피를 토
하고 쓰러졌고, 포위당해있던 경혼장의 무사들은 무사히 해방되었다.
“장주님!”
“말할 시간이 없다! 어서 가서 다른 동료들을 도와라!”
진관운은 계속하여 신들린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가는 곳곳마다 암습자들이 쓰러졌고,
기울어진듯한 대세는 어느새 점점 경혼장 쪽으로 회복되고 있었다. 여전히 지붕위에서 이를 바라
보던 복면인들의 우두머리가 나직이 신음했다.
“으음... 역시 경혼장주 진관운의 명성은 거짓이 아니었군...”
그는 허리춤에서 검을 빼들고 지붕에서 뛰어내려 진관운의 정면을 가로막았다.
“진관운, 내가 상대해주마!”
“네놈이 우두머리인가? 대체 정체가 뭐냐?”
“저승에 가서나 알아봐라!”
복면인은 팔꿈치를 어깨높이와 수평으로 올리고 검끝은 진관운의 명치를 겨눈채 왼발을 앞으로
뻗고 무릎을 약간 기울였다. 이게 바로 그의 검법의 기수식(검법을 펼치기전 처음 자세)인 듯 했
다. 진관운은 주저없이 선제공격을 하기로 결정했다.
“간다! 회풍불유수(廻風不流手)!”
진관운은 왼손을 곧게 피고 천천히 앞으로 밀어냈는데, 앞으로 나아갈때마다 수많은 장영이 생기
며 복면인의 전신요혈을 위협했고, 복면인은 그의 장법의 변화를 살펴보다가 검을 똑바로 그의 손
바닥 한가운데를 노려 찔렀다. 이때 진관운은 번개같은 속도로 우권을 격출해 복면인의 안면을 후
려쳤고 복면인은 즉시 검법을 변화시켜 진관운의 오른팔을 베려했다. 그러나 진관운의 우권은 올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후퇴하였고, 이번에는 좌장이 다시 나와 그의 복부를 격타하려고 했다.
복면인은 그의 왼손, 오른손의 교차공격과 그 변화의 오묘함에 혀를 내두르며, 침착하게 대응하
여 진관운의 좌장이 그의 배를 치기 전에 목을 베려했다. 자신의 손에는 검이 있고 진관운은 적수
공권(赤手空拳)이었으므로 자신의 검이 먼저 그의 목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었다.
“제법이군. 그러나 회풍불유수의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진관운은 뒤로 물러나며 양손을 함께 앞으로 뻗어냈고, 또 뻗어내는 즉시 다시 거두어들여 그의
양쪽 옆구리에 붙인 후 다시 힘차게 뻗어냈다. 복면인은 갑자기 앞에서 엄청난 기운이 밀려오는
것을 느끼고 천근추의 수법으로 버티려했으나, 갑자기 앞의 기운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뒤에
서 엄청난 기류가 그의 등을 압박하여 그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쓰러질 뻔했다. 내공을 끌어올려
간신히 넘어지지 않고 버텼으나, 갑자기 다시 앞에서 산을 뚫고 바다를 가를 장력이 쏟아져오는
것이 아닌가!
‘진관운의 양손이 앞으로 진공, 후퇴, 진공 이렇게 세 번 변화하는 동안 이런 엄청난 장력을 동반
했단 말인가!’
복면인은 정면에서는 도저히 맞설수 없음을 알고 뒤로 공중제비를 돌며 검으로 진관운의 장풍의
예봉을 살짝 누르며 위로 솟아올랐다. 이것은 사량발천근(四兩撥千斤, 아주 작은 힘으로 큰 힘의
방향을 바꾸는것)의 수법으로 순식간에 진관운의 장풍은 방향을 바꿔 땅을쳤다.
“낙성검세(落星劍勢)!”
복면인은 공중에서 아래를 향해 공격했고, 검에서 푸른 검광이 솟아나며 일곱줄기의 검기가 진관
운을 향해 내리쳐갔다. 일곱줄기의 검기 모두 진관운의 전신대혈을 노리고 있어, 하나라도 피하
지 못한다면 즉사할 것이었으니 실로 엄청난 기세였다.
“천뢰진환수(天雷震還手)!”
땅에서 하늘로 솟는 번개였다. 진관운의 쌍수가 허공으로 격출되자 일곱갈래의 뇌전이 그의 손으
로부터 솟아올라 복면인의 낙성검세 일곱갈래를 모두 무마시켰다. 진관운의 장법중 가장 패도적
이고 빠른 초식인 천뢰진환수는 손의 전격적임을 중심으로 하여, 십성의 경지에 오르면 이같이 손
에서 번개가 뻗어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진관운은 이렇게 낙성검세를 무마시킨 즉시 아
직 공중에 있는 복면인을 향해 도약했다.
“백변천환권(百變千幻拳)!”
순식간에 수백, 수천의 주먹이 복면인의 전신을 노리는 듯 했고, 도저히 어느게 진짜인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검법의 초식은 검을 쥔 손을 약간만 틀어주거나 꺾어주고, 또 힘 조절을 달리한다
면 본래 초식과 상당히 다른 변초가 나오고 손목을 틀어줌으로써 재빨리 여러 부위를 공격할 수
있다. 그러나, 권법에서 주먹으로 여러 부위를 치는 것은 팔을 내뻗고 다시 불러들였다가 다시 치
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라 검법의 변초보다 훨씬 느릴 수밖에 없는데, 지금 진관운이 펼치는 백변
천환권은 검법의 변초보다 오히려 변화가 더 많고 정묘하기조차 했다.
“제기랄, 당할 것 같으냐!”
복면인은 도저히 진관운의 허를 찌를수 없었기 때문에 공중에서 검을 자신의 몸 주위로 정신없이
휘두르며 검법을 전개했다. 초식 하나하나를 의미나 공격과 상관없이 계속 펼쳤고, 이로써 그의
몸 주위에 검막(劍膜)이 형성되었다. 이렇게 된다면 그의 내공 소모는 상당히 크겠지만 진관운
의 주먹은 그를 치기 전에 검을 맞게 되는 것이다.
“흥, 좋아. 내 금강수(金剛手)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시험해보마.”
뜻밖에도 진관운은 그대로 주먹을 회수하지 않고 검막의 한가운데를 향해 내질렀다.
“이, 이런 미친...!!”
진관운이 주먹을 거두어 들이리라고 예측한 복면인은 깜짝 놀랐으나, 검과 살이 부딪히면 손해를
볼 것은 분명히 살이기에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to be continued...
엠줴이: 너무 재밌네요. 미국에 사신다면서 언제 이런 정보를 다 수집해서 글을 쓰실 수 있
었나요? 이 곳엔 모두 대단한 필력가들이 모여있네요.. ^^ --[11/01-16:08]--
동현귀족: 헉!!! 감명 받음 +_+ --[11/01-16:10]--
Choi: 앞으로 무지 재미있을꺼 같은 느
낌.. '열혈강호 외전 풍백전기' 라고 하면 어울릴까? 다음글 기다리겠습니다. 호이~ --[11/01-17:2
8]--
도황 검제: 대단하십니다..... --[11/01-17:31]--
똘방이: 잘 읽었습니다 풍백의 과거라 기대되는군요 --[11/01-17:45]--
하늘님: 이야~~작살입니다~~흥분됐었어욤~~^^ --[11/01-18:04]--
한비광친위대: 와,,,,,,,,,,, --[11/01-18:09]--
쌀밥: 고3이 확실 합니까..? 이럴수가 고3
의 얼굴이 역시 입시는 힘들군요.. --[11/01-19:20]--
천마신군vs한비광: 이야.....진짜 소설책광이신듯.....;;진짜 소설가따...;;일어
다 돈내구읽어야할지도..!ㅎㅎㅎ(넘잘해서리.ㅋㅋ) --[11/01-21:48]--
봉용: 오호~ 읽으면서 내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함이외
다. 그대의 문장 또한 누구 못지 않으니... 앞으로 대체 어찌하려고 이런 문장을 선보이시는지... 그대
의 다음 스토리를 학수고대할 수많은 독자들의 기다림을 어찌 감당하려는지.... 참..SAT는 잘 본것
같다니 참으로 다행이오. 본좌 역시 내내 그대의 다음 스토리를 기대하고 있을라오~ ^^ --[11/0
1]--
사신: 엄청 많은 무협지를 독파하신듯.. ^^; 무공의 이름들도 정말...와.. 감탄. 감탄.. 그리고
이 장문을 쓰신다고 고생하셨습니다 ^^* --[11/02-02:48]--
우유: 뜨아아~~ 오호라~~~ 대단하십니다. 다음 이야기 또 기대할게요^^. --[11/02-06:07]--
냉혈강호: 반응이 좋은듯하니 다행이네요 ^^ 그런데 쌀밥님, 고3이 확실하냐뇨
ㅡㅡ^ 입시가 역시 힘들단 뜻은 고생해서 폭삭 늙어보인다는뜻? ㅡ,.ㅡ;; 미워잉 --[11/02-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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