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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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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가넷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 작성일2003-03-20 13:13 조회4,6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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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그랬겠지만, 이 독서실 총무자리는 이상할 정도로 조건을
가지고 있었소. 고시원을 전전하던 나는 좀 새로운 환경이 필요했
고, 짭잘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총무자리를 찾다가 이 독서실에 오
게 되었소. 그때도 내 전임 총무는 알 수 없는 이유를 대고 그만두
었다는 얘기만 들었소..
아... 그때 눈치 챘어야 하는데...
여하튼 나는 이 독서실에서 근무하기로 하고, 주인에게 여기서 숙식
을 하겠다고 했소. 그런데, 그렇게 후한 조건을 내건 주인 아저씨도
독서실에서 자겠다는 말에 펄쩍 뛰는 것이었소. 이유를 묻는 내게
몇 달전 여기서 자던 총무가 강도가 들어오는 바람에 칼에 찔려 중
상을 입는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밤에 사람을 둘 수 없다고 대답했
소. 빈 독서실에 왠 강도가 들었나라는 의문이 들긴 했지만, 주인이
그것만을 허락할 수 없다고 해서, 밤 2시까지 여기 있기로 했소. 사
실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독서실을 찾았지만, 월급이라든지 다른조
건이 너무 좋아 이 독서실을 선택한 거요. 그 이외는 별 특별한 조
건도 없었고...
그래서 바로 다음날부터 이 총무실에서 근무를 시작했소.
처음에는 평범한 독서실로 생각되었소.
독서실에 책가방만 던져놓고 나가 노는 애들, 공부 대신 휴게실에서
몇 시간동안 잡담만 하고 있는 애들, 독서실을 데이트 장소로 생각
하는 애들, 보충 수업 끝나고 축쳐진 어깨를 하고 독서실로 들어오
는 애들... 여느 독서실과 다를 바 없었소.
그런데, 당신도 이제는 알겠지만, 애들이 12시 되기전에 모두 가방
을 싸고 독서실을 나가는 것이었소.
좀 이상했지만,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했소.
나로서는 조용히 공부할 시간이 두 시간이나 생기니 좋은 일이었으
니까..
첫날부터 12시 되기 전에 애들이 모두 독서실을 나갔소.
나는 잘 됬다는 생각에 이어폰을 끼고 공부에 집중했소. 원래 나는
공부할 때 이어폰으로 음악을 크게 들으면서 공부하는 습관을 가지
고 있었죠..
그러니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한 거요..
한 20분을 공부했을까...
집중이 될 것 같으면서도 잘 안되는 거요.
자꾸 이어폰 너머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몇 번을 이어폰을 벗어들고 귀를 기울여 받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
지 않는 것이었소. 음악에서 나오는 반주소리를 잘 못 들었으려니
하고 다시 공부에 집중하려 했소.
그런데 이번에는 누가 뒤에서 나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군요.
다시 이어폰을 벗고 뒤를 돌아보았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소.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생각이 들어
이어폰을 끼고 다시 책을 들여다 봤소.
그런데 나를 바라보는 누군가의 시선이 자꾸 느껴지는 거요.
나는 애써 그 느낌을 지우고 책에 집중하려 했지만, 그 느낌은 점점
강해지는 거요.
마치 뒤에서 나를 보고 있는 그 무엇이 한 걸음 한 걸음 내 등뒤로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소.
확 뒤돌아 봤지만, 아무 것도 없었소.
나는 내 엉뚱한 행동이 웃겨서 혼자서 피식거리며, 책으로 눈으로
돌렸소.
그런데....
이번에는 바로 내 머리위에서 나를 강렬하게 내려보는 듯한 시선이
기분 나쁘게 느껴졌소. 어찌나 그 느낌이 생생한지 나도 모르게 온
몸에 소름이 돋았소.
천장을 올려다 보기가 두려웠소.
이번에는 정말 뭔가가 내 머리위에서 나를 노려다 보고 있는 것 같
았기 때문이오..
그 느낌을 무시하고는 도저히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소.
심호흡을 하고 천장을 올려다 봤소...
아무 것도 없었소. 그런데 이번에는 좀 느낌이 달랐소.
뭔가가 있다가 내가 올려다 보니 삭 사라져 버린 느낌이었소.
나도 모르게 온 몸에 식은 땀이 흐르고 있었소.
그런 기괴한 느낌마저 드니, 공부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소.
꺼림직함을 떨쳐버리기 위해 기지개를 한번 피고, 이번에는 이어폰
을 빼고 공부를 시작했소.
사방은 정말 죽음과 같은 적막 그 자체였소.
너무 조용하니깐, 오히려 집중이 안 되는 거요..
그래도 책과 씨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희미한 소리가
들리는 거요.
처음에는 무시했소..
그런데 그 소리는 점점 커지는 것 같았소.
아무런 의미 없는 잡음으로 생각했던 그 소리가 점점 커지자, 마치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같이 들렸소.
아마 당신도 들었던 그 소름끼치는 소리였을 거요.
공부를 멈추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봤소.
그 소리는 여자 방쪽에서 나오는 것 같았소.
아무도 없을 방에서 사람 소리같은 것이 난다고 생각나니 무섭기
시작하는 거요.
무시하려 했지만, 점점 또렷해진 그 소리는 바로 벽 너머에서 아이
들이 떠드는 소리처럼 들리는 거요.
책을 들여다 봤지만, 한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직 그 기분나
쁜 소리가 자꾸 나를 괴롭혔소.
어쩔 수 없이 마음을 다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소.
그 여자 방에 가서 무슨 소리인지 확인을 해야 했소.
솔직히 그 때는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소. 좀 꺼림직할 뿐이었소..
아무 것도 몰랐으니까...
열쇠를 들고 그 방 문 앞에 섰소..
뒤를 돌아보니 괜히 불꺼진 반대편 복도 끝 어둠속에서 뭔가가 서
서 나를 바라보는 것 같기도 했소.
나도 모르게 온 몸이 부르르 떨렸소.
애라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열쇠로 그 여자 방문을 열었소.
열쇠를 잡은 손이 떨리는 것이었소.
문을 열자 마자 느낀 것은 기분 나쁠 정도의 한기였소.
그리고 어둠 속에서 나를 노려보는 듯한 반짝거리는 여러개의 눈동
자들이 보이는 것 같았소.
난 분명히 그 눈동자들을 본 것 같았소.
그 순간 얼마나 무서운지...
생각해 봐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에서 반짝거리는 눈동자들만 보이
는 광경을...
나는 '누구냐!'하고 소리를 치며 그 방 불을 켰어요..
그런데, 이게 왠일이야..
아무도 없는 거요..
덩그러니 빈 책상과 의자들만 보이고...
어안이 벙벙했소.
하지만 가슴을 쓸어내렸소. 뭔가가 있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
이 든 거지..
피곤해서 헛소리를 듣고 헛것을 본 것으로 생각하고, 문을 닫고 나
왔소. 솔직히 그 방안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고..
등에 땀이 흥건히 젖은 것을 느끼고, 커피나 한 잔 마시고 정신을
차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소.
그래서 휴게실에 있는 자판기에 가서 커피를 뽑았소..
총무실에서 새어나오는 가느다란 불빛이 희미하게 휴게실을 밝히고
있는 상태에서 자판기에서 커피 나오는 소리는 이상할 정도로 음침
하게 들렸소..
커피를 꺼내려는 순간, 나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들었소.
바로 등 뒤에서 기분 나쁜 시선이 또 느껴진 거요.
이번에는 진짜 같이 느껴졌소.
커피를 들고, 나는 천천히 몸을 돌려 그 소름끼치는 시선이 느껴지
던 휴게실쪽을 봤소.
심장 박동이 격렬해지는 것이 느껴졌소.
내 눈에 그것이 보이는 순간,
나는 두려움으로 가슴이 옥죄어오는 것 같았고,
머리가 터지는 것 같았소...
휴게실에는 창백한 얼굴을 한 여자애가 의자에 앉은 채,
소름끼치는 눈빛을 하고 나를 뚫어지게 노려보는 것이었소....

..나는 그 애의 생기 없는 눈동자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었소. 커피
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이 풀리며, 커피 잔을 떨어뜨렸지.
순간 뜨거운 커피가 튀고, 본능적으로 발을 움칫거렸어요.
그리고 고개를 들어보니, 내 눈앞에 분명히 있었던 그 애가 감쪽같
이 사라져버렸소.
내 눈을 믿을 수 없더라고...
분명히 있었는데..
그래도 없어진 것도 사실이니, 애써 나는 그것이 너무 피곤해서 헛
것을 봤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각해도 기분나쁘고 무섭긴 마찬
가지였지만...
그 날밤은 공부고 뭐고 더 이상 독서실에 남아있기가 싫어졌소.
대충 흘린 커피를 치우고, 짐을 챙겨 독서실을 나섰소.
봉고를 타고 독서실 건물을 떠나려는데, 뒷덜미가 서늘한 느낌이 드
는 거였소, 혹시나 하고 백미러를 보니, 제기랄.. 그 여자애가 독서
실 창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소.
무서워서 미칠 것 같드라고...
천천히 가면, 그 애가 또 쫓아 내려올 것 같은 생각도 들고..
그래서 미친 듯이 속도를 내고 골목을 빠져나왔지...
다시 백 미러를 보니, 이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소..
내가 겪은 일이 도대체 무슨 일이었을까 생각하면서 집으로 돌아왔
어요. 그런데 우연히 하늘을 보니, 보름달이 휘황찬란하게 떠 있더
라고요..
그때는 보름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지 못했소..
다음 날부터는 애들이 다 가버린 독서실에 남아서 공부하기가 꺼림
찍했소, 하지만, 헛것을 한번 봤다고 공부를 포기할 수 없는 셈이지
않소.
무서움을 꼭 참고, 공부를 했소. 이어폰도 빼버렸소.
혹시 무슨 소리가 들릴까 해서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다음날부터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이상
한 느낌도 들지 않는 것이었소.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여서 공부도
잘 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첫날 내가 본 것은 헛 것이
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소.
한 나흘 동안 아무런 이상 없이 밤 2시까지 공부할 수 있게 되자,
나는 다시 이어폰을 끼고 공부하기 시작했소.
그리고 그 뭔가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몰래 쇠파이프를 가
져와 책상 옆에 숨겨둔 내 자신이 웃기기까지 했소.
그렇게 안심하고 며칠이 더 지나갔지.
일주일 동안 되니까 독서실 생활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소.
12시 되기전에는 되면 어김없이 독서실을 나가는 애들의 이유가 궁
금하기도 했지만, 시험 며칠 안 남은 상태에서 그런 것까지 신경 쓰
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해서, 애들과는 사무적인 대화이외에는 아무
런 얘기를 나누지도 않았소. 그게 실수라면 실수 였지.
여하튼 총무 생활은 금방 익숙해지고, 공부도 잘 되었소.
거기서 일 한지 한 열흘정도 된 날이었소.
한 시쯤 되었을까...
그날은 참 공부가 잘 되던 날이었소.
그런데, 총무실 전등이 깜빡깜빡 하더니 '퍽'하고 나가는 거였소.
순식간에 암흑이 되었소.
무섭드라고...
하지만, 옆에 있던 후레쉬를 키고 살펴보니, 정전이 된 것이 아니라
총무실 형광등만 맛이 간 거였소.
운이 없었던지, 아니면 내 운명이었는지, 그날 따라 독서실이라면
항상 구비하고 있는 여분 형광등이 하나도 없었소.
그냥 집에 돌아갈까 했지만, 그날 따라 며칠만에 공부가 잘 되는 날
이었소, 좀 생각하다가, 열람실에 들어가 보던 책은 다보고 갈 생각
을 했소. 멍청한 짓이었지...
아무 생각 없이 책을 들고 총무실 하고 가까운 여자 독서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소, 당신도 알지도 모르겠지만, 괴기할 정도의 한기가
느껴지는 거였소.
좀 이상했지만, 시원하니 졸지는 않겠다라는 생각으로 구석자리 하
나를 차지하고 앉아서 공부를 시작했소.
그때는 별로 불안함도 못 느꼈기 때문에, 이어폰도 끼고 공부했소.
몇 분도 공부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사방에서 기분 나쁜 뭔가가
스멀스멀하고 나타나는 것 같았소.
기분이 좀 이상했지만,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소.
그런데, 며칠전에 총무실에 있었던 일처럼 자꾸 뭔가가 나를 바라보
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요. 그 독서실 사방에 눈이 있어 나를 보
는 것 같기도 하고...
설마 하고 이어폰을 벗으니까, 독서실 안에 또 그 기분 나쁜 아이들
의 웅얼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소.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치고, 더 이상 거기 앉아 있을 수 없었소.
대충 책을 챙겨서 나오려고 했소.
그런데, 갑자기 그 독서실 불이 꺼지는 것요.
암흑이 되어버린 거요..
칠흙 같은 어둠이었기 때문에, 어디가 나가는 문 쪽인지도 잘 모르
게 되었어요. 아무 것도 안 보이니까 그 기분 나쁜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거였소.
사방에서 들려오는 그 기분 나쁜 소리가 점점 내가 가까이 오는 것
같았어요. 빨리 여기서 나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소.
책상을 더듬더듬 거리며, 문 쪽으로 걸어나갔어요.
소리뿐만 아니라, 그 음침한 시선마저 내게 다가오는 것 같았아요.
필사적으로 움직였어요.
의자에 걸려서 다리가 아펐지만, 그걸 느낄 새도 없었소.
간신히 문에 다가갔어요.
문 손잡이를 잡는 순간, 누가 뒤에서 내 뒷덜미를 채가는 것 같았
소. 나도 모르게 뒤로 손을 휘둘렀소.
그런데, 뭔가 소름끼칠 정도로 차가운 것이 만져졌소.
촉감으로는 사람의 얼굴 같았소.
순식간에 등골이 오싹해졌어.
있는 힘을 다해, 문 손잡이를 돌려서 나왔소.
간신히 복도에 나오게 됬어요.
문을 등뒤에 기대고 헉헉되었어요. 그런데, 이상한 건 문을 닫으니
까 그 소리는 들리지도 않게 되었어요. 그리고 형광등이 맛이 갔던
것 같던 총무실에도 불이 켜져 있는 것이었소.
사방을 둘러보고, 정신을 추수르니 그 독서실 안은 지극히 정상처럼
보였어요. 그 모습을 보니, 내가 또 헛것을 보고, 헛소리를 들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소.
하지만, 그날 밤은 다시 그 방문을 열 엄두는 도저히 나지 않았소.
너무 신경 써서 그런지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어.
대충 짐을 챙겨서 독서실을 나왔어요.
또 그 여자애가 보일 것 같아서, 이번에는 백미러도 보지 않고 달렸
소.
그때 독서실을 그만 두기만 했어도 괜찮았을 텐데....
다음날 나는 내가 본 것에 대해 진실을 규명하기로 결심했소.
그냥 독서실을 그만 두면 되었지만, 그대로 여길 떠나기에는 법을
업으로 살아야될지도 모르는 내 스스로가 비겁하게 느껴졌소.
그래서, 아침에 들어오자 마자, 여자 독서실 방안으로 들어갔소.
방문을 열자 마자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소. 분명히 전날에는 없었
던 빨간 낙서가 벽에 써 있는 것이었소. '3'이라는 숫자였지.
대충 지우고, 사방을 둘러봤지만 전날 밤과는 달리 별 이상하게 보
이는 것이 없었소.
독서실 다니는 애들은 뭔가 좀 알고 있을 것 같아, 그날부터 좀 친
하게 지내려고 노력했소. 말도 걸어보고 뭔가 알아내려고 노력을 시
작했소.
하지만, 이상하게도 다른 얘기는 잘 하던 아이들도 12시 이전에 독
서실에서 나가는 이유를 묻는 내 질문에는 슬슬 눈치를 보고, 대충
말도 안돼는 이유를 들어 둘러대는 거였소.
남이 보기에는 이상하다고 할 정도로 애들에게 친근하게 굴었지만,
일찍 나가는 이유와 여자방에 대해서는 다들 모른척 하는 거였소.
두려워 하는 것 같기도 했소.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여기 뭔가 숨겨진 얘기가 있을 것이라는 것
에 확신하게 되었소. 여하튼 그날부터 12시가 넘으면, 나는 절대로
그 여자 독서실 방에는 들어가지 않았소.
혹시나 했지만, 그 여자 독서실 방에 들어가지 않으니까, 아무런 이
상한 징조도 나타나지 않았소. 그래서 나는 한가지 원칙을 발견했
소, 밤 12시 이후에 그 방에는 무슨 일인지 일어난 다는 거요.
그러던 며칠 후 은혜를 만났소.
며칠 동안 망설였는지, 어느날 총무실로 와 자기 오빠 얘기서부터
이 독서실에서 있었다는 사건들을 얘기해 주었소.
당신은 어땠는지 몰라도, 난 처음에 그 얘기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
소. 법을 전공한 내가 그런 얘기를 믿어야 된다는 것 자체가 화가
났소. 하지만, 솔직히 겁이 났는지, 12시 이후에는 그 방 근처에도
가기가 싫었소.
그때 참 답답했소.
공부도 해야하는데, 이상한 일에 내가 휘말리는 바람에 제대로 공부
도 못하고 있고... 그 독서실을 나오던지, 그 이상한 일의 정체를 파
악하던지 해야 하는 것 같았소. 시험이 몇 달 안남은 그 때의 입장
에선 또 공부할 장소를 바꾸는 것은 내 성격에 잘 안 맞는 것 같았
소. 그러면 나머지 하나는 여기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 맞
는 것 같았소. 하지만 그런 용기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고.
단지 아무일도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애써 내 스스로를 합리화 시켰
소. 12시 이후가 되면 그 여자방에 들어가지 않고 독서실 생활을 했
소,
그때는 깨닫지 못했지만, 12시이전이며 독서실을 떠나는 학생들이나
마찬가지로, 나 스스로도 알지도 못하는 일에 겁을 먹어 본능적으로
그것을 피하게 된 것이었죠. 마치 길들여진 것처럼....
그런 방식으로 독서실 생활에 다시 적응하기 시작했소.
다행히 공부도 잘 되고...
그러던 어느날이었소.
그날도 아무도 없는 밤에 총무실에서 공부하고 있었소.
여느때와 다름없은 고요한 밤이어서, 이어폰을 끼고 피치를 올려 공
부하고 있었소.
한참을 집중해서 고개를 숙여 책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등골이 오
싹해지며 머리카락들이 쭈삣하고 서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거요.
전처럼 기분나쁜 것을 느끼고 있다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갑자기
것도 못 느끼고 있다가 그런 섬뜩한 느낌이 든 거요.
나는 무슨 일인가 하고 고개를 들었소.
내 눈앞에 비친 광경을 보고 머리에 둔기를 맞은 듯한 충격과 숨도
쉴 수 없는 공포감을 느꼈소.
창백한 얼굴의 여자 아이가 바로 총무실 앞에 서서 쾡한 눈으로 나
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소.....

..내 몸은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소.
그 아이는 분명히 유리 밖에 서 있는데, 손을 내게 뻗는 것이었소.
나는 무서워서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을 지경이었소. 그 파리한 손
이 내를 향해 뻗는 것을 빤히 보고서도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 없
는 지경이었으니까.
그런데 그 아이의 손은 유리창을 아무렇지도 않게 뚫고 들어와 내
목을 쥐려고 하는 것이었소.
그 소름끼칠 정도로 차가운 손이 내 목에 닿자, 나는 정신이 아득해
지는 것 같았소. 다음 순간 그 차가운 손이 내 목을 죄는 것 같았
소. 숨이 막혀오는 것 같았소..
마지막으로 내 눈에 띤 것은 그 기분 나쁜 여자애의 무표정한 눈동
자였소. 그리고 난 정신을 잃었소....

따가운 햇살에 눈을 떠보니, 아침이었소.
나는 총무실 책상에서 엎드린 채로 자고 있는 것 있었소.
정신을 차리자 마자, 독서실을 돌아다봤소.
이상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었소.
그 여자방에 들어가봤더니, 아무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고요했소.
단지 눈에 띠는 것은 그 숫자가 적혀있는 낙서뿐이었죠..
지울 엄두도 나지 않더라고요.
총무실로 돌아온 나는, 전날 밤 내가 봤던 것에 대해 생각해 봤소.
분명히 꿈이 아닌 실제로 경험한 것이었는데, 그 때로써는 꿈이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소.
정말 답답했소.
내가 이대로 미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소.
그런데 이상한 것은 뒷골이 땡기고 팔을 올리기 힘들 정도로 온 몸
이 피곤한 것이었소. 마라톤이라도 뛴 사람처럼 온 몸이 파김치처럼
쳐지는 것이었소. 처음에는 잠을 불편하게 자서 그러려니 했지만,
그것치고는 비정상적으로 피로한 것이었소.
체력에는 자신 있던 나였지만, 버틸 수 없을 지경이었소.
주인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어, 하루 쉬겠다고 얘기하고는 괴로운 몸
을 이끌고 일어났소.
간신히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타고, 근처 병원 응급실로 향했죠.
쓰러질 듯이 응급실에 도착한 나는 응급처치를 받고 3시간 후에나
정신을 차릴 수 있었소.
의사의 말을 들은 나는 영문 모를 공포가 느껴졌어.
뭐가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양의 혈액이 몸에서 없어졌다는
거요. 조금 더 피가 더 없어졌다라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그런데 의사말로는, 주사 자국이라던가 상처가 온 몸에 없는 것을
보니, 자기들도 피가 왜 그렇게 갑자기 양이 줄었는지 이유는 알 수
없다는 거예요. 그러니 의사 말로는 지금 너무 피곤한 상태이며. 좀
영양실조 증세도 있다며 푹 쉬고 잘 먹으라고 했소. 수혈을 몇 리터
나 했는지 모르겠지만, 한참을 하고 나니 좀 몸이 괜찮아 지는 것
같았소.
병원을 나설 땐, 그냥 요즘 공부하는라 스트레스 받아 몸이 허해졌
으려니 했죠. 하지만, 생각해 보니, 몸속의 피가 없어지면서 피곤해
진다는 것은 좀 이상했소.
갑자기 전날 밤의 그 여자애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거요.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으며 그 사실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내가 본 것이 꿈속이 아닌 진짜라고 외치는 것이었소.
그때 왜 사람들이 스스로 붕괴되어 미치는지 이해할 수 있었소.
스스로도 그것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못하기 때문인 것 같았소.
한참을 고민하는데, 나도 모르게 발걸음은 독서실로 향했소.
독서실 앞에 서서 고민하던 나는, 주인 아저씨를 만나 얘기 좀 해야
겠다고 결심했죠.
주인 아저씨를 만나, 솔직히 헛것을 본 것인지 확신할 수 없지만 여
하튼 내가 경험한 것이라며 다 털어놓았소.
그런데 아저씨는 내 얘기를 들을 때는 심각하게 듣더니, 듣고 나서
는 내가 피곤해서 그런 헛것이 보인다며 며칠 쉬라고 하는 거요.
단지 이 독서실 자리에 예전에는 묘지가 있어서 기가 허한 사람들
은 쓸데없는 거 본다는 소문은 들은 적이 있다는 거요..
등 떠밀리듯 사흘정도 휴가를 받아 나가는 데, 아저씨가 확인하듯이
물어봤어요. 그 헛 것을 휴게실에서 본 날짜하고, 총무실 앞에서 본
날짜를 물어보는 거였소. 나는 아무 생각없이 대답하고 나니 딱 30
일 차이가 나는 거요.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독서실을 나서려
는 순간, 주인 아저씨는 나를 보고 신신 당부 했죠.
그런 소문 퍼지면, 독서실에 애들 오지 않는다며 아무에게도 얘기하
지 말라는 거였소. 그럴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
왔소.
집에서 며칠 쉬니까, 몸이 완전히 괜찮아졌소.
하지만, 시험 공부를 며칠 간 제대로 못한 것을 생각해 보니, 앞이
아득해지는 거요.
그 동안 허비했던 시간 보충할 각오를 하고, 독서실로 출근했죠.
그리고는 딴 생각 안하고, 공부에 집중했어요.
내게 자기 오빠 얘기며 귀신 얘기를 해주었던 은혜란 애가 몇 번
찾아와 자기 말을 믿어달라고 했지만, 나는 그런 거 신경 쓸 여유가
없다고 거절했소.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지....
그 이후에는 그 괴기한 경험을 거의 안 했소.
왜냐면 나도 독서실 다니는 애들처럼 금기되는 일을 안 했거든..
12시 이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여자 방에 들어가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했소. 내 경험상 그 이상한 환상은 거의 그 방에 들어갔을
때 본 것이었소, 물론 한 두 번은 그 방 밖에서 본 적이 있었지만,
그건 글자 그대로 헛것을 본 것뿐이라고, 그때는 생각했소.
나중에 알았지만, 그건 큰 오산이었소..
여하튼 며칠 동안은 내 뜻대로 딴 것에는 신경 쓰지 않고 공부만
할 수 있었죠..
그런데 엉뚱한 일이 발생했죠..
그날도 12시가 되니 독서실에서 애들이 썰물 빠지듯이 나갔죠.
그리고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책을 들여다 보고 있었소.
한 20분 정도 공부하고 있는데, 독서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소.
주인 아저씨가 이 시간에 웬일인가 하고, 고개를 들었더니 왠 여자
애들이 파리하게 질린 얼굴을 하고 들어오는 것이었소.
맨 처음에는 또 헛것인가 했지만, 그 애들은 독서실을 다니던 애들
이었소. 그 애들은 다짜고짜 다급하게 외치는 것이었소.

'아저씨, 큰일 났어요! 큰일!'
'좀 도와주세요!! 제발!!'
'무슨 일인데....'

나는 그 애들이 하는 말을 듣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소.

'제 친구 하나가 독서실 안에서 잠 들었나봐요!!'
'밖에서 기다리는 줄 알고 가방 쌓고 나왔는데, 없는 거예요.'
'애들 말로는 걔가 책상에 엎드려 자는 걸 봤데요...'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그 애들을 말을 듣고 나니, 대충 사태가 파악
되었소. 한 여자애가 아직도 그 독서실 안에서 잠이 들었다는 것이
죠.
애들도 12시 이후에 그 방에는 뭔가 무서운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발만 동동 구르고 나만 쳐다 보는 것이었죠.
정말 그 방에 들어가기는 죽기보다 싫었지만, 그 애들이 그렇게 애
원하는데 어쩔 수 없었소. 더군다나 나도 느껴봤지만, 그 방에 혼자
있다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었죠.
총무 책상 옆에 놓아둔 각목을 집어들고 다른 한 손에는 후레쉬를
집어들고, 그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죠.
겁에 질려 떨고 있는 애들 들에게 대충 자고 있을 아이의 자리에
대해 설명을 듣기도 했소. 운도 없게 제일 안 쪽에 있다는 것이었
소. 그 얘기만 들어도 등골이 오싹해 지더라고...
무서움에 떨고 있는 그 애들보고는 총무실에 가만히 앉아 기다리라
고 했소.
문 손잡이를 돌리는 항상 그 문 열 때 마다 울리는 기분나쁜 소리
가 났소. 심장 박동이 나도 모르게 빨라지고 있었고.
심호흡을 깊게 하고, 문을 확 열었소.
순간 느껴오는 그 기분 나쁜 한기....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그 기분 나쁜 소리...
정말 미칠 것 같았소.
우선 불을 켜 놓으려고, 옆의 스위치를 켰지만, 역시 예상대로 이유
도 모르게 그 독서실 불은 켜지지 않았소.
문 앞에 서서 몇 번을 그 애 이름을 불렀지만, 아무 대답도 들을 수
없었소.
문이라도 열어놓고 싶었지만, 저절로 닫치게 해 놔서 어쩔 수 없이
손전등 하나로 그 암흑 속으로 들어가야 되었죠.
저 암흑 속 사방에서 나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지만, 꾹 참고 앞
으로 나아갔소. 구석으로 가면 갈수록, 점점 그 기괴한 소리는 커지
는 것처럼 느껴졌소.
무서워서 피가 온 머리로 올라오는 느낌도 들고..
걸어가면서도 그 애 이름을 몇 번 불렀지만, 역시 아무런 대답은 없
었소.
그 애 책상은 맨 안쪽에 있었기 때문에 벽 쪽으로 맨 끝까지 걸어
가 책상을 끼고 오른 쪽으로 돌면 세 번째 책상까지 가야 되었소.
벽 쪽으로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애들이 재잘거리는 듯한 소리는, 벽
안쪽에서 나는 소리인 것처럼 점점 그 소리가 커지는 것이었소.
걸어가는 도중에도 손전등으로 사방을 비춰봤지만, 보이는 것은 아
무 것도 없었소. 하지만, 나를 괴롭히는 시선은 느낄 수 있었소.
마지막 줄까지 가는데, 한참은 걸린 것 같았소.
그 애가 자고 있다는 왼쪽 책상 쪽을 바라보는 순간, 나는 그 충격
으로 앞이 깜깜해 지는 것 같았소.
책상에는 여자 애가 죽은 듯이 엎어져 있었고, 그 주위에 끔찍한 모
습을 한 두서너명의 애들이 서서 가만히 그 여자 애를 내려다보고
있는 거요.
나는 너무 놀라 '어억!'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냈죠.
그랬더니, 책상 주위에 서서 그 여자애를 내려다보고 있던 그 기분
나쁜 아이들이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 보는 것이었소.
정말 무시무시한 광경이었소.
그 파리한 얼굴, 무표정한 쾡한 눈빛, 피 같은 것이 묻어있는 옷가
지들...
그런데 그것들이 나를 발견하고는 먹이를 발견했다는 듯이 천천히
다가오는 것이요.
아무 소리도 안 내고...
나도 모르게 각목을 진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어찌 된 게 한 발짜
국도 움직일 수 없었소.
그 애들은 내게 걸어오는 것 같지 않았소.
마치 스르르 미끄러져 오듯이, 하지만, 아주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
소. 무서워서 미칠 것 같았소.
그 애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두려움으로 머리끝까지 소름이 쫙
끼치는 것이 느껴졌소.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마치 내 온 몸에 시멘트를 뒤
집어 쓴 것처럼 전혀 움직이지 못했소.
그런 와중에 그 애들, 아니 그것들은 바로 내 눈앞까지
다가온 것이오.....

..그 애들이 바로 내눈앞에 다가온 순간, 난 본능적으로 눈을 감고
손에 들고 있는 각목을 휘둘렀소.
눈을 감으니까 - 아마도 그 애들과 눈을 바라보지 않으니까 - 몸이
움직일 수 있는 거요.
그런데 각목을 휘둘렀지만, 각목에 걸리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이 허
공을 친 느낌이었소.
하지만 그 때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없었소.
난 눈을 감은 채 그 여자애가 엎드려서 자고 있는 책상쪽으로 뛰어
갔소, 그리고 눈을 떴소.
다행히 제대로 그 책상앞까지 왔소..
그 여자 애를 다급하게 흔들어 깨웠지만, 정말 죽은 것처럼 움직이
지 않는 것이었소.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었소.
각목을 집어던지고, 그 여자애를 들쳐 업었소.
그 애를 업고 뒤를 돌아보는 순간, 난 또 그것들이 내 앞에 서 있는
것을 봤소.
심장이 멎는 기분이었지만, 손에 들고 있는 후레쉬를 그것들에게 던
지고 그냥 뛰어나갔소.
그 것들은 손을 뻗어 나를 잡으려고 하는 것 같았소,
하지만, 나는 정말 죽기 아니면 살기로 문쪽으로 뛰었소.
아무 것도 안 보이는 바람에 책상에 부딪히고, 의자에 걸리고 여러
번 넘어질 뻔 했지만, 정말 살기위해서 달려갔소.
귓 가에는 그 기분나쁜 소리가 고막이 터질만큼 크게 들렸고, 여러
개의 손이 나를 잡으려는 것 같았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방에서 나오려고 발버둥친 것이 20초도 안되
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때는 정말 무지하게 길게 느껴졌소.
간신히 문 앞에 다다른 나는, 거의 실성하기 직전의 상태로 그 방에
서 뛰쳐 나왔소.
그리고 문을 닫고, 그 애를 업은 채. 쓰러지듯 복도에 주저 앉았소.
총무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 여자애 친구들이 겁에 질린 채 우르
르 달려 나왔소.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업고 있던 여자 애를 내려놨소.
그런데 이상한 것은 방안에서는 그렇게 무시무시한 소리가 귀가 찟
어질 것처럼 들렸지만, 복도에 나오니 아무소리도 안 들리는 것이었
소. 복도는 적막함 그 자체였지...
여하튼 그 여자애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 급선무였소.
얼굴을 살펴보니, 파리한 것이 자고 있는 애 같지 않았소.
그 애 친구들은 울먹이며 뺨을 때리면서까지 그 여자 애를 깨우려
했지만, 전혀 아무런 반응이 없었소.
혹시 죽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에 겁이 덜컥 났소.
맥박 소리를 들어보니, 아주 희미하지만 들렸소.
나는 총무실로 뛰어 들어가, 119에 전화를 했고 10분정도 있다가 구
굽차가 와서 그 여자애를 실고 갔소. 집에 연락해서 그 애 부모에게
알렸지만, 나도 가야 한다고 해서 그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갔소.
응급처치를 하고, 담당 의사에게 얘기를 듣는 순간, 난 할말을 잊었
소.
그 여자 애도 혈액 부족증이라는 거요. 과로일 수도 있지만, 원인
모르게 절대량의 피가 부족하게 되었다는 거요. 그 여자애의 부모들
은 너무 공부를 많이 해서 그렇다고 스스로를 책망하며 나에게 연
신 고맙다고 했지만, 나는 그 얘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소.
나와 똑같은 증세라니...
그럼 내 증세도 그것들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마
저 들었소. 의사말로는 과로나 과도한 스트레스로도 그런 증세를 보
일 수 있다고 했지만, 어떤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를 정도였소.
집으로 들어와 잠을 청했지만, 이제까지 내가 그 독서실에서 본 섬
뜩한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라, 잠을 이룰 수 없었소.
나는 그날 밤 그 독서실을 그만두기로 결심했소.
다음날 주인 아저씨를 만나 그만두겠다는 얘기를 했소.
아저씨는 전날 밤 여자 애를 병원까지 데리고 간 것에 대해 칭찬하
며, 그것 때문에 독서실 평판이 좋아졌다며 그만두려는 나를 잡았
소. 나는 더 이상 무서워서 일을 못하겠다며, 전날 밤 내가 목격했
던 것에 대해 얘기했소.
그 얘기를 들은 주인 아저씨는 내가 몸이 허한 상태로, 추운 방에
들어가서 그런 헛것이 자꾸 보인다며, 차라리 돈을 더 주고, 근무시
간도 12시 반까지로만 하고 계속 근무하라고 붙잡는 거였소.
안 그래도 후한 조건에 더 좋은 조건을 내거는 거예요.
주인 아저씨 말로는 가뜩이나 이상한 소문이 나도는 독서실에 총무
까지 그런 이유로 그만둔다는 소문이 나면, 자기는 망한다는 거였
소. 원래는 굳게 마음 먹었지만, 주인 아저씨가 그렇게까지 애원을
하니 망설여졌소.
12시에 애들이 나가고, 정리하고 불끄고 나가면 된다는 것이기 때문
에 망설였소. 정말 그렇게 한다면, 경험상 그 기괴한 것들을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소.
솔직히 말하면, 돈 욕심이었을 수도 있소. 언뜻 머리속으로 계산해
보니 한 달만 더 버티면 꽤 거금을 챙길 수 있을 것 같기도 했소.
스스로 아저씨를 도와주는 일이라고 자기 합리화를 시키고는, 못 이
기는 척 아저씨 제안을 받아들였소.
바보 같은 짓이었지...
아저씨와는 귀신 같은 거 봤다고 얘기하지 않기로 약속했소. 사실
그 약속은 필요없었소. 내 스스로가 그런 말을 하고 다닐 수 없었기
때문이요.
생각해 봐요. 요즘 세상에 독서실에서 귀신을 봤다고 소문내봤자,
정신병자 취급받을 것은 뻔하거지...
여하튼 다음날부터, 나는 다시 독서실을 지켰소.
물론 12시 반만 되면 칼 같이 퇴근했고, 그 여자방에는 낮에만 들어
갔소. 벽에 낙서는 지워도 지워도 다음 날이면 또 생겼지만, 마음
편히 애들이 매일 낙서한다고 생각하기로 했소.
그 은혜라는 아이도 이제는 포기했는지, 내게 그런 얘기는 꺼내지도
않고 오히려 나를 못 본척했지...
한 2주일을 그런 식의 규칙적인 생활로 보냈소.
그런데, 아저씨가 무슨 일이 있다면 평일 하루 독서실을 문을 닫자
는 거예요. 사실 주인 아저씨가 무슨 일이 있건, 없건 독서실 여는
것은 관계 없는데. 그렇게 얘기하니깐 좀 이상하기도 했소.
독서실 문 열고 닫는 것은 다 총무가 하는데, 그날따라 주인 아저씨
가 자기 사정으로 하루 놀라는 거요. 하루 쉬는 것에 대해 반대할
것은 아니라 집에서 쉬었소.
하루종일 집에서 공부하다가 잠 깨려고 옥상에 올라갔소.
보름달이 훤히 비치고 있는 밤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보름달
이 마음에 걸리는 거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독서실에서 경험
한 괴기한 것과 보름달 관련이 있는 것 같았소.
하지만, 그 때는 그것이 뭔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답답하기만 했소.
다음 날 독서실로 출근해, 주인 아저씨에게 일 잘되었냐고 물었더니
아주 흐믓한 표정을 지으면서 아주 잘 되었다며 좋아하기도 했소.
무슨 일인지 궁금했지만, 그냥 넘어갔소.
그 날부터는 참 편한 생활이었소.
공부도 잘 되고, 12시 좀 넘어서 독서실을 나가니 그 이상한 것도
보지 않고, 돈도 많이 받고... 참 좋은 시간이었지... 그 날이 오기 전
까지는.. 바로 이 독서실에서의 마지막 날이요...
밤 늦게까지는 공부 할 수 없어도, 집중하는 것으로는 만족할 만큼
공부도 했소. 그런식으로 몇주가 흘러갔는데, 갑자기 연수원에 다니
는 친구들이 술이 약간 취한 채, 독서실에 찾아온 것이었소.
여기서 끝나고 나갈테니까 술집에 가서 기다리라고 하니, 나와서 한
잔이라도 받으라고 난리였소. 잘못하다간 독서실을 시끄럽게 할 것
같아, 대충 끌고 나왔소. 그때가 한 10시쯤이었소. 주인 아저씨가 봉
고 끌고 오기 전이었소. 혹시 몰라 잠깐 나갔다온다는 메모를 남겼
지만, 한 30분만 상대하다가 들어오면 괜찮을 것 같았소.
그래서 그 놈들을 근처 포장마차로 데려갔소. 한 두 잔만 받으려 했
는데, 이 자식들이 앉자마자, 맥주에 소주를 탄 폭탄주를 만들어 주
는 거였소. 거절하려고 했지만, 소용없었소.
반 강제로 그런 폭탄주를 순식간에 4잔이나 마시게 되었소.
한 친구 놈이 '달 밝은 밤에 술이라...'하며 술주정을 하자, 나도 모
르게 밤하늘을 쳐다보았소. 하늘에는 밝은 보름달이 왠지 모르게 불
길하게 떠 있었소.
시간을 보니, 어느새 11시가 다 되었소. 전작이 있던 친구 놈들은
거의 인사불성이 되게 취했소. 나는 화장실 간다고 핑계를 대고 독
서실로 달려갔소. 주인 아저씨에게 양해라도 구할 생각이었소.
하지만, 애들 말로는 이미 주인 아저씨는 와서 나를 찾다가 화난 표
정으로 돌아갔다고 하는 거요.
술이 취했는지, 막상 그런 얘기를 들어도 별로 미안하거나 겁나지
않았소. 단지 술이 돌아 그런지, 잠시 의자에 앉고 싶었소.
피곤해서 잠깐 눈을 감았는데..
목이 말라 눈을 떠 보니, 어느새 밤 1시가 넘어있었소.
술 때문에 머리가 아팠지만, 시계를 보니 술이 확 깼소.
12시 모든 사람이 나가고 독서실은 텅 비어있었소.
나는 겁이 나서 빨리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했소.
그런데, 복도에 뭔가 휙하고 지나가는 것이 보였소.
제기랄! 환상인지 귀신인지 모르겠지만, 그 기분 나쁜 아이 같았소.
나는 소용없을 것을 알고 있었지만, 책상 옆에 있는 도구함에서 망
치를 꺼내 들었소. 그런데 망치를 든 손이 덜덜 떨리는 거요.
그냥 복도를 뛰어나가 독서실 밖으로 뛰어나갈까 생각하는데, 갑자
기 그 섬뜩한 것들이 왜 오늘은 그 방 밖에까지 나와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소.
그리고 보름 달이 생각났소.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소. 그 기괴한 아이들의 모습을 한 것들은 매
월 보름달이 뜨는 날에는 여자 방 밖까지 나온다는 거요.
내가 휴게실에서 처음 여자 아이를 본 날도 보름달이 뜬 날이었고.
총무실 앞에서 본 날도 보름달이 뜬 날이었고, 바로 그 날도 보름달
이 뜬 날이었던 것이었소.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더 겁이 났소.
그것들은 지금 독서실 여기저기를 배회하며 먹이를 찾고 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망치를 한 손에 부여잡고 문 쪽으로 뛰어갔
소. 독서실 안은 그 기분 나쁜 아이들이 중얼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
소.
나는 아무 것도 안보고 독서실 문으로 질주 했소.
문앞에 도착하자마자, 손잡이를 돌렸소.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독서실 문 손잡이 꼼짝도 안하는 거예요.
안에서 잠그는 문인데, 열수가 없게 되 버린 거예요.
들고 있던 망치를 내려쳤지만, 꿈쩍도 안하는 거예요.
고동소리가 빨라지는 것이 느껴졌소. 뒤를 돌아보니 복도 여기 저기
에서 창백한 얼굴의 아이들이 나를 보고 천천히 다가오는 것이었소.
나는 정신없이 다시 남자 독서실 쪽으로 달려 들어가 문을 닫았소.
문 손잡이를 꽉 잡고,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하려고 했소.
그런데 등 뒤로 싸늘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소.
덜덜 떨며 뒤를 돌아보았소.
거기에는 복도와 마찬가지로 쾡한 눈빛의 아이들 수십명이 내 쪽을
보고 있는 거요. 그리고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거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아이들의 모습은 다 비슷했소.
마치 몇 아이들의 모습을 복제해서 수십명이 된 것처럼 다들 비슷
한 얼굴을 하고 있었소.
나는 놀라서 기절할 것 같았소.
다시 문을 열고. 아이들이 손을 뻗어 나를 잡으려 하는 복도로 뛰어
나갔소. 어디로 가야 될지 몰랐소.
휴게실, 총무실, 복도, 남자 방, 여자 방 할 것 없이 어디서 왔는지
모를 그 섬뜩한 것들이 가득차 있는 것이오.
너무 무서워서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죽고 싶었소.
그때 저 복도 끝에 문이 하나 눈에 띠는 것이오.
바로 주인 아저씨가 창고로 쓴다며 자물쇠로 잠가놓은 그 창고문이
었소. 갑자기 그 안은 안전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소.
더 이상 주저할 이유가 없었소.
그냥 뛰어갔소.
하지만, 주인 아저씨가 열쇠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문을 열 수가 없
었소. 그렇지만, 이 문은 굳게 잠긴 독서실문과 달리 자물쇠가 달려
있어 경첩을 뜯어내면 들어갈 수 있는 것처럼 보였소.
나는 들고 있는 망치로 힘을 다해 내리쳤소.
몇 번을 내리치니까 경첩이 흔들리기 시작했소.
복도쪽을 보니, 이제는 수십명이 된 그것들이 기분 나쁜 웅성거림과
함께 내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었소.
난 필사적으로 경첩을 내려치고, 또 내려쳤소.
그것들이 바로 내 옆에 다가 온 순간, 경첩에 부서져 나갔소.
나는 있는 힘껏 문을 열었소.
문을 여는 순간, 깜깜한 창고 안은 아무 것도 안 보였소.
창고 안으로 발을 한 발자국 들여놓는 순간, 창고 안에 뭔가가 있는
것이 보였소.
그것이 뭔가 자세히 보려는 순간이었소.
갑자기 뒤통수에 강한 충격이 느껴졌소.
다리 힘이 풀리고, 눈앞이 깜깜해 졌소.
내 몸의 무너지듯 쓰러지는 것이 느껴졌소.
이렇게 죽는구나라는 생각마저 들었소.
마지막으로 내 눈에 비친 것은 희미한 사람 형태의 그것이 나를 내
려다보는 것이었소.....

..얼마나 기절했었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정신이 드는 것이
느껴졌소.
그런데 눈을 뜨려는데, 뒤통수가 아픈 거였소.
몸을 일으키며, 손으로 뒷머리를 만져보니, 끈적한 것이 느껴졌소.
피였소.
고개를 돌려 봤더니, 나는 독서실 복도에 쓰러져 있었던 거요.
기억을 더듬어보니, 내가 그 창고에 들어가려는 순간 뭔가의 공격을
받아 기절한 것 같았소.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내가 분명히 부셨던 그 창고의 문이 다시 잠겨
있는 것이었소. 자물쇠도 달린 채로...
어질어질한 상태에서 일어나 주위를 살펴보니, 죽음 같은 적막이 흐
르고 있었소.
얼마 전에 있었던 그 무시무시한 광경은 상상이 안갈정도로 평화로
운 모습이었소. 시계를 보니, 새벽 6시 정도였소.
뒤통수를 만져 보니, 심한 상처는 아니었지만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었소. 그 상처를 만지면서, 생각했소.
이제까지 그 것들은 그냥 환상처럼 내 눈앞 나타나기만 했지만, 실
제로 육체적인 공격을 한 것은 처음이었소.
그렇게 심각한 상처는 아니었지만, 이 독서실을 목숨걸고 다닐 수는
없었소. 여기 있다간 언제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는 것이었소.
그 날은 운이 좋아서, 그 정도로 끝난 것일지도 모르는 것이었고.
망설일 것도 없이, 그 길로 독서실을 나왔소.
주인 아저씨에게 얘기도 안 했소.
괜히 이번에는 귀신들이 나를 공격했다간, 정신병자 취급받기 십상
이거나 돈 좀 더 받아보려고 거짓말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아예 아
무런 얘기도 없이 나왔소.
그리고 다신 이 독서실에는 다신 오지 않으리라 결심했소.
오늘 그 결심을 깨긴 했지만....
그 후 시험을 받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소. 여기서 많은 것을 잃었
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오. 그래서 나는 조용한 절에 들어가 공부하기
로 결심했소. 오늘도 거기 가져갈 책을 가지러 온 것이오. 그 때 너
무 다급하게 나가다 보니 책을 몇 권 그냥 두고 나왔거든...
시험끝나고 술 한잔 하다 보니, 마침 그날이 보름달이 뜬 날이었소.
혹시 나 같은 사람이 또 끔찍한 경험을 하지 않을까 술김에 전화한
거요. 여기 멀쩡하게 있는 것을 보니, 당신도 그날 그 전화 받고 독
서실에서 나갔나 보군....
이게 내 얘기의 다요...
당신이 내 얘기를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독서실에서 계속 근무하
려면 믿어두는 것이 신상에 좋을 거요...
아니, 이 독서실을 그만 두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지..."

나는 그 서 경기라는 전 총무의 얘기를 다 믿을 수는 없었다. 물론
얘기 중에 내가 경험한 것과 비슷한 얘기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의 얘기가 모두 사실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래서, 어디로 가시는 거죠?"
"멀지 않아요? 유명산에 있는 청화암이라는 작은 암자에서 정신
차리고 공부할 생각이오. 여기서 있었던 모든 악몽을 잊고...
당신도 공부할 생각있으면, 이런 독서실 전전하지 말고, 청화암으
로 오시오. 공부하긴 최고니까..
전화는 있는 곳이니까, 혹시 내게 물어볼 것이 있으면 전화하시오.
내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독서실 총무하게 된 것도 인연이면, 인연이니까...."

그 사람은 무슨 수도승같은 말을 남기고 책을 챙겨 독서실을 나갔
다. 그 사람이 나간 다음, 한참을 생각했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일까...
아니면, 공부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로 정신이 붕괴한 한 정신나간
고시생의 환상인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독서실에는 뭔가가 있는 것이다.
그 사람이 본 것 아니면, 그 사람을 미치게 한 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느라고 책이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어느새 시간이 밤이 되고, 주인 아저씨가 보충수업에서 애들을 데리
고 독서실로 들어왔다.
나는 서 경기라는 전 총무가 왔다 갔다는 얘기를 했다.
그랬더니 주인 아저씨는 대뜸 한마디 했다.

"그 정신나간 놈이 여기 왜 왔다는 거야?"
"예... 놓고간 책이 있어서..."

난 주인 아저씨가 전 총무에 대해 그렇게 안 좋은 감정이 있을 줄
은 몰랐기 때문에 그런 말에 좀 놀랐다.

"미안하다고 안해?
그렇게 개판을 만들어 놓고 말 한마디 없이 사라져 놓고선?"
"아니, 자기 나름대로는 심각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이유는 무슨 이유?
또 귀신 얘기 한 거 아냐?
뭐라고 얘기했거든 믿을 거 하나도 없어.
그 놈이 여길 나간 이유에 대해서 어떻게 말했는지는 몰라도,
그 놈이 사라진 날은 정말 가관이었어.
내가 애들 태우고 독서실 왔더니, 친구들하고 술 처먹으러 나갔다
는 거야. 거기 까진 내가 꾹 참았지.
그런데 다음 날 독서실에 와 봤더니, 난장판을 만들어 놓은 거야.
의자, 책상 부서져 있고, 자판기도 돈을 꺼내려고 했는지 박살나
있고, 창고는 왜 열라고 그랬는지 자물쇠가 반쯤 떨어져 나가
있고.. 바닥에는 술병이 뒹굴고 있고.
나중에 얘기 들어보니, 술 마시다 친구들을 독서실로 데려와
술 먹고 난리 쳤나 보더라고....
그런데 뭐 귀신이 이 독서실에서 배회한다고...
미친 놈 지랄하고 있네!"

주인 아저씨의 얘기를 듣고 나니, 그 전 총무의 얘기들이 전부 믿겨
지지 않기 시작했다. 술 먹고 난리 친 다음에 독서실에서 나간 것을
귀신 얘기로 했다니...
난 혹시나 하고, 그 서 경기라는 총무가 보고 경험했던 괴기한 일들
을 얘기했다.

"...결국 그래서 그 창고문을 여는 순간, 뭔가에 뒤통수를 맞아서 기
절했다는 거예요. 너무 무서워서 독서실을 떠났다는 거구요..."
"뭐, 그 미친 놈이 그런 뻥을 쳐!
그래서, 창고에서 뭘 봤다는 거야?"
"뭐 제대로 본 것 같지는 않은데.. 여하튼 기분 나쁜 경험이었데요"

그랬더니 그 주인 아저씨는 얼굴이 벌게 지며, 백프로 다 헛소리라
고 흥분까지 했다. 그 총무에게 욕설을 퍼붓고는 독서실 기물 파손
에 대해 배상을 받아야 겠다며 그 사람의 거처를 물었다. 망설이다
가, 주인 아저씨 말이 맞는다면, 그 총무가 잘 못한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공부하러 가겠다는 암자를 가르쳐 주었다.

"제길! 멀리도 도망갔네!
돈 청구하긴 글렀잖아! 그 자식들이 그 날밤 부셔놓은 것들이
돈으로 치며 몇 십만원 하는데....
요즘 왜 그렇게 귀신 얘기를 퍼트려서 우리 독서실 망하게 하려는
놈들이 많은 거야!
그건 그렇고, 은혜 개 오늘 독서실 왔나?
한 마디 해 줘야 하는데, 얼굴도 못 보겠어.."

그러고 보니, 그날 이후로 은혜는 독서실에 안 나왔다.
거의 매일 오던 애 였는데, 무슨 일이 있는지 통 독서실에서 볼 수
없었다. 여하튼 주인 아저씨와 대화를 하고 보니, 한편으로는 위안
이, 다른 한편으로는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전 총무가 얘기했던 것들이 어쩌면 다 거짓이었다는 것은, 이 독서
실에는 별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설마 그 모든 것을 꾸며서
얘기했다고 생각하기에도 좀 무리가 있어 보였다.
아저씨는 씩씩 거린채를 독서실을 나섰다.
나는 별일도 없고 해서, 12시에 애들이 나서는 것을 보고 곧장 독서
실 문을 닫고 나왔다. 물론 그 여자 독서실의 문은 열어보지도 않
고..



218.235.191.61shs850: 실마리가 풀려가고있네요^^ --[03/20-17:11]--

211.196.228.140magiccpa: 열혈강호 담으로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독서실 시리즈..... 넘 무서버 ㅠㅜ --[03/20-18:13]--

61.81.25.223장열탄지공: 네... 긴글 올리시느라 수고가 많으시네요... 그런데 출처는 처음에는 밝히시더니... 이제 안밝히시네요... 수고스러우시더라도 매회 출처는 밝히시는게... 좋을듯 하네요... ^^; --[03/21-00:55]--

142.150.51.127아트모: 아햏햏 --[03/21-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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