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 1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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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정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03-04-14 10:26 조회3,542회 댓글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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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06 (00:20) from 211.44.130.115' of 211.44.130.115' Article Number : 74
유일한 (ihy@duke.edu) Access : 3494 , Lines : 69
<어느날 갑자기> 독서실 (27)
<제 허락 없이 이 글을 다른 게시판에 올리는 것은 저작권법 위반입니다.>
나는 그 사람이 은철이란 것을 알아본 순간, 이제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철이는 자기 여동생
은혜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 독서실 주인과 연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무장 탈영을
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았다. 아슬아슬하게 제 시간에 도착해서 여동생의 죽음도 막을 수 있게 된
것 뿐만 아니라, 나와 박형사의 목숨도 구하게 된 것이었다.
복부의 통증도 잊고 몸을 일으킨 나는 은철이에게 말을 건넸다.
“은철씨, 잘 왔어요. 이 놈이 바로 살인마예요. 동생 은혜도 죽이려고 했어요. 여기 피칠갑을 한
채 묶여있는 것은 은혜 실종 사건을 조사하던 박 형사예요. 자 우선 이놈부터 묶어놓고 빨리 경찰
을 부르죠. 아마 경찰에서도 은철씨 탈영한 것 이번 일을 해결한 것으로 상황 참작해서 없는 일로
할 거예요.”
내 말은 들은 은철은 오히려 나를 보고 경계심을 풀지 않고 의아하다는 듯이 물어봤다.
“그런 말 하는 당신은 누구야?”
나는 그제서야 은철은 나를 본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은혜가 준 사진을 통해서 그에 대
해서 알았지만, 은철은 나에 대해 얘기도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었다. 나는 미안하다는 듯이 대답
했다.
“아, 저는 유일한이라고, 이 독서실 총무입니다. 은혜로부터 은철씨 얘기하고 은철씨가 겪었던 불
가 사이한 얘기 다 들었어요.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빨리 이 놈부터 묶죠.”
내말을 들은 은철은 그제서야 내가 누구인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총을 독서실 주인으
로 겨냥한 채 다가왔다. 그리고는 매우 흥분된 목소리로 얘기했다.
“내가 너 이전부터 그럴 줄 알았어. 이런 미친 짓이나 저지르고!”
주인은 총이 두려워서인지, 연신 말도 안 되는 변명을 지껄였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제발 용서해 줘. 다시는 이런 일 없을거야...
우리사이에 이 정도는 이해해 줄 수 있잖아. 내가 너 독서실 다닐 때 얼마나 잘해줬니?“
나는 독서실 주인의 변명이 이해가 안 되었지만, 상관하지 않고 나를 묶었던 노끈을 들어 독서실
주인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은철이 노끈을 든 내 손을 밀쳐내며 K-1 장총으로 주인을 겨낭했다.
나는 은철이 흥분되서 그냥 독서실 주인을 쏴 죽이려는 것으로 생각했다.
“은철씨, 이 새끼 죽이려는 거 이해되지만, 그러지 마세요. 어짜피 이 놈 사형당할테니까 조그만
참아요! 그래야 모든 것이 세상에 밝혀지고, 은철씨도 피해 받지 않을 거예요!
제발 참아요!“
은철은 내 말을 듣고 동요되는지 잠시 망설이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싸늘한 미소를 짓더니 나를
돌아다보고 이해할 수 없는 한 마디 했다.
“너는 얘기들은 것만큼 참 귀찮은 놈이기는 하지만, 생각했던 것 만큼 똑똑한 놈은 아니군...”
나는 은철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어서, 잠시 멍했다. 은철은 그런 나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더니 비웃는 듯한 웃음을 띠면서, 갑자기 들고 있던 총을 들었다. 그러더니 개머리판으
로 내 얼굴을 내리쳤다.
큰 충격과 함께 얼굴 빰에서 피가 터지는 것이 느껴졌다. 충격으로 바닥에 무릎을 꿇으면서 나는
아픔보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은철의 행동이 마음에 걸렸다.
정신을 잃을 것 같았지만, 간신히 손으로 땅을 집고 몸을 추슬렀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은철을
봤다.
은철은 나를 보더니 군화발로 내 복부를 한번 더 걷어찼다. 극심한 통증과 함께 나가떨어진 나는
배를 움켜지고 움직일 수 없었다.
은철은 쓰러진 나를 한번 힐끗 보더니 또 다시 주인에게 이해할 수 없는 말을 건냈다.
“너 내가 올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잖아!
이게 왠 엉망이야! 아마추어 같이... 너 또 분출되는 욕구를 못 참았지?
만약 내가 좀 늦었으면, 개판을 만들 뻔 했잖아! 병신같이 나이만 쳐 먹고!“
은철의 욕을 얻어먹은 주인은 아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은철의 비위를 맞추려는 듯이 대답했
다.
“미안 미안, 내가 좀 못 참잖아... 그래도 봐라. 혼자서 이 정도 준비한가 봐... 내가 만들었던 작품
은 이미 봉고에 실어놨어. 여기 있는 것만 처리하면 되. 그러니까 화 풀고 빨리 마무리 짓자.”
나는 그제서야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은철은 은혜를 구하러 탈영한 것이 아니었다.
은철은 독서실 주인의 공범으로 잔인한 살인들을 같이 계획하고 실행한 것이었다. 나는 복부의 통
증보다 이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언제부터 같이했어?”
내 질문에 둘은 동시에 뒤돌아 보았다. 은철이 비웃음을 띠며 대답했다.
“어짜피 곧 살인범으로 죽을 놈인데, 그거 정도 알려주지.
이 아저씨가 독서실 만들기 전에 우리는 각자 나름대로 하고싶은 일들을 했지.
나는 주로 동네 놀이터가 주 사냥터였고, 이 사람은 심야에 독서실이나 학교 근처 돌아다니며 쓸
만한 애들 골랐지. 그러다 여기서 만나거야. 계획은 내가 더 잘 세웠고, 실행은 이 사람이 더 잘했
지. 여하튼 우리는 이 방을 우리 전시장으로 만들기 시작했어. 그런데...“
“야 은철아, 그런 일까지 미주알고주알 알려줄 필요 있어? 곧 날이 밝을 텐데 빨리 끝내자고...”
“좀 참아라. 가끔씩 우리의 위대한 업적에 대해서 아는 사람도 있어야 되잖아... 특히 목숨이 30분
도 안 남은 놈이라면... 자, 짧게 끝내지. 한동안 우린 잘 나갔지. 한 가지 원칙만 지켰어. 이 독서
실에 오는 애들은 아무리 탐스럽다고 해도 안 건드린다고. 우리 보금자리가 시끄러워지는 거 원
치 않았거든. 문제는 그게 아니었어. 이 전시장에 있는 시체들의 원귀들이 귀찮게 하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나도 좀 무섭더라고. 하지만, 그걸 구한 후부터 아무런 문제없었지. 한번 테스트하기 위
해 내 멍청한 친구 둘 데리고 독서실에서 한 번 밤을 세워봤지. 그 두 놈들은 완전히 맛이 갔지만,
그 놈들이 기절한 후 그것을 달아봤지. 효과가 직방이더구먼, 그 원귀들은 꼼짝도 못하고 나타나
지 못하더라고. 더 좋은 것은 그걸 달면 사람을 사냥할 때 쾌감이 두 배가 되는 것 이야. 아마 그것
의 전주인이 더 좋아하는 거라서 그럴 거야... 이 정도는 적당하지?”
나는 은철의 얘기를 듣고 다시 한번 충격을 느꼈다. 이제까지 알고 있던 모든 것이 거꾸로였다. 백
이 흑으로 흑이 백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머리 속이 혼란으로 가득 찼다. 수 많은 궁금증이 떠올
랐지만, 그것을 해결할 때가 아니었다. 이 놈들이 지금 꾸미는 것이 무엇이고, 여기서 빠져나갈 방
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나는 이 놈들이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 다시 한
번 물어보았다.
“그렇다고 하면, 우리를 그냥 죽여 버리지, 도대체 무슨 어떤 생각이 있는 거야? 아무리 너희들이
난리 쳐도 여기 관련된 우리를 전부 죽인다고 하면 의심을 피할 수 없을걸!”
내 도발적인 질문에 그 놈들은 그냥 웃기 시작했다. 한참을 웃은 후에 은철이 대답했다.
“야 새끼야, 내가 너보다 바보인줄 알아?
내가 왜 탈영한 줄 아니? 내 사랑하는 여동생과 그것을 수사하던 형사를 죽인 범인을 살해하기 위
해서야. 그리고 알고 봤더니 독서실에서 일하던 그 살인범은 은혜 납치 사건 용의자였고, 이전에
도 여러 사람을 살해해서 자기가 일하는 독서실 창고에 숨겨두었지. 자세한 증거는 불에 타버리
는 바람에 확실할 수 없게 되고. 나는 희대의 연쇄 살인범을 사살한 공로로 네가 얘기한 대로 탈영
죄는 가볍게 처리되고, 이 독서실 주인은 불이 난 거에 대해 화재 보험을 두둑이 타고 다른 곳으
로 옮겨 더 좋은 새로운 독서실을 열고... 한 가지 보너스는 독서실 주인을 의심하고 있던 형사도
죽는 바람에 비밀은 영원이 묻히게 되고. 어때 이 정도면 괜찮은 생각이지?“
나는 은철의 설명을 듣고 전율이 느껴졌다. 그 애 말대로 진행된다면, 나는 꼼짝없는 희대의 잔인
한 살인마가 될 것이고, 진범들은 유유히 다른 곳으로 가서 새로운 범죄를 저지를 것이고. 하지만
나로서는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었다.
“너, 아무리 미친놈이라고 해도 그렀지, 자기를 끔찍이 위하던 친 여동생을 죽일 생각까지 하니?
하긴 미친놈에 무슨 이유가 있겠냐마는...”
자극하려는 의도는 있었지만, 은철의 반응은 이외로 격렬했다.
“친동생이라고? 누가 그래? 은혜가? 너 이 새끼 알지도 못하면서 그만 지껄여!
남들은 외아들이라고 해서 특별 보호를 받지. 나는 외아들인데도 찬밥이었어. 특히 아버지라는 사
람은 나랑 얼굴도 마주치기 싫어했지. 술만 먹고 들어오면 나를 두들겨 팼지. 하지만 딸들에게는
항상 끔찍했어. 특히 막내인 은혜라면 껌뻑 죽었지. 지금도 은혜가 실종된 것 때문에 난리 났을
걸... 난 탈영한 거는 신경도 안 쓸거야. 다도 처음에는 아들이라 강하게 키우려는 줄 알았지. 그런
데 진실을 알게 되었지. 나는 그 위선적인 인간들이 아들이 필요하다고 해서 고아원에서 입양해
온 아이야. 키울 자신이 없으면 입양을 하지 말지. 지네 피가 흐르지 않는다고 학대를 해 개년 놈
들!!! 은혜가 이렇게 되는 것은 그 연놈들 탓이야!“
우리가 얘기를 하는 동안 독서실 주인은 5구 정도의 시체를 구석에 쌓아놓았다. 끔찍한 것은 장갑
을 낀 채로 그 칼을 들고 시체를 다시 난도질 하고 있는 것이었다. 검붉고 걸쭉한 피가 사방으로
튀었지만, 개의치 않고 칼자국을 시체에 냈다. 마치 소고기를 다지듯이 일부러 칼 자국을 크게 내
었다. 상처와 칼자국이 쉽게 매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같았다. 그 칼에 내 지문이 묻혀져 있다는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여기서 죽는 것도 겁이 났지만, 이런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살인마로 몰린
다는 것도 괴로웠다. 이제 복부의 통증은 괜찮아졌기 때문에, 여기서 벗어날 기회를 노렸지만 은
철은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고 총으로 나를 겨누고 있었다.
이들의 계획에 따르면, 나는 은철의 총에 사살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언제 죽을지도 모를
목숨이었다. 매달려 있는 박 형사를 내려놓고, 무슨 약물을 복용해서인지 몸을 잘 가누지 못하고
있는 은혜를 기름이 뿌려진 벽 쪽으로 옮겨놓는 것을 보니, 어느 정도 준비는 끝난 것 같았다. 박
형사는 묶여있지는 않았지만, 주인에게 받은 고문이 심해서 인지 신음소리만 낼 뿐 바닥에 쓰러
져 죽은 사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은철은 총구를 옆으로 흔들면서, 나 역시도 기름이 뿌려진 바
닥 쪽으로 움직이게 했다.
은철은 은혜의 뺨을 몇 번 때려서 은혜의 정신을 들어오게 했다. 몇 번을 강하게 뺨을 때리니까 은
혜가 고개를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면서 정신이 들려는 것 같았다. 은혜는 간신히 눈을 뜨고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피투성이가 된 박형사와 얼굴이 만신창이가 된 내 얼굴을 보더니 비명부터
질러대었다. 은철은 거의 실성한 것 같은 은혜의 어깨를 잡고 흔들면서 조용히하라고 소리쳤다.
은혜는 은철을 알아보고 울면서 애원했다.
“오빠, 무슨 일이야, 날 구해줘! 저 독서실 주인 아저씨가 오빠일로 갈때가 있다고 해서 따라갔는
데, 이상한 주사를 놓았어.. 그리고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다 들을 수 있었지만, 움직일 수 없는
지옥이었어. 오빠 빨리 우리 구해줘!”
은혜는 눈물까지 흘리면서, 은철을 보고 도움을 요청했다. 은철은 그런 은혜의 모습을 눈썹하나
까닥않고 차가운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얘기했다.
“은혜야, 눈을 감고 있으면 일찍 끝날 거야. 저 아저씨는 좀더 긴 즐거움을 원하지만, 그래도 너와
나는 한지붕에서 살았잖아. 내가 도와줄게...”
은혜는 은철의 얘기를 듣고 무슨 얘기인지 이해를 못하는 등 계속해서 울면서 무슨 얘기냐고 물었
다. 은혜는 그 동안 기절해 있어서인지, 은철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수 없는 것 같았다.
“은혜야, 너는 잘 못 한 것 없다니까... 잘 못 한 것은 이 독서실 총무와 여기 누워있는 아저씨야.
오빠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너는 가만히 있기만 하면 돼.”
그리고는 총을 왼손으로 잡고, 장갑을 낀 오른손으로 아까 주인이 시체를 난도질 하던 칼을 들었
다. 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은혜를 구하려고 몸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주인이 박 형사의 권총을 들
고 나를 겨냥하고 있었다. 은철은 아무 영문도 모르고 있는 것 같은 은혜를 보면서 오른손을 높게
치켜들었다. 계속해서 울고 있던 은혜는 은철의 칼을 든 손이 올라가는 것도 보지 못한 것 같았
다.
다음 순간, 은철의 눈빛에 싸늘한 살기가 돌면서, 흐느끼고 있는 은혜를 향해 피 묻은 칼로 내려쳤
다...
<계속>
* 뒷 이야기
- 앞으로 마지막 회와 에필로그해서 두 회 남았습니다.
예정으로는 마지막 회는 한국시간으로 수요일 자정 또는 목요일 아침
그리고 에필로그는 한국시간으로 금요일 올릴 생각입니다.
물론 이 예정은 단지 계획일 뿐입니다... :-)
재미있게 봐주세요...
아참, 이벤트 당첨자 발표 났으니까, 확인하시고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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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06 (00:20) from 211.44.130.115' of 211.44.130.115' Article Number : 74
유일한 (ihy@duke.edu) Access : 3494 , Lines : 69
<어느날 갑자기> 독서실 (27)
<제 허락 없이 이 글을 다른 게시판에 올리는 것은 저작권법 위반입니다.>
나는 그 사람이 은철이란 것을 알아본 순간, 이제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철이는 자기 여동생
은혜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 독서실 주인과 연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무장 탈영을
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았다. 아슬아슬하게 제 시간에 도착해서 여동생의 죽음도 막을 수 있게 된
것 뿐만 아니라, 나와 박형사의 목숨도 구하게 된 것이었다.
복부의 통증도 잊고 몸을 일으킨 나는 은철이에게 말을 건넸다.
“은철씨, 잘 왔어요. 이 놈이 바로 살인마예요. 동생 은혜도 죽이려고 했어요. 여기 피칠갑을 한
채 묶여있는 것은 은혜 실종 사건을 조사하던 박 형사예요. 자 우선 이놈부터 묶어놓고 빨리 경찰
을 부르죠. 아마 경찰에서도 은철씨 탈영한 것 이번 일을 해결한 것으로 상황 참작해서 없는 일로
할 거예요.”
내 말은 들은 은철은 오히려 나를 보고 경계심을 풀지 않고 의아하다는 듯이 물어봤다.
“그런 말 하는 당신은 누구야?”
나는 그제서야 은철은 나를 본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은혜가 준 사진을 통해서 그에 대
해서 알았지만, 은철은 나에 대해 얘기도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었다. 나는 미안하다는 듯이 대답
했다.
“아, 저는 유일한이라고, 이 독서실 총무입니다. 은혜로부터 은철씨 얘기하고 은철씨가 겪었던 불
가 사이한 얘기 다 들었어요.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빨리 이 놈부터 묶죠.”
내말을 들은 은철은 그제서야 내가 누구인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총을 독서실 주인으
로 겨냥한 채 다가왔다. 그리고는 매우 흥분된 목소리로 얘기했다.
“내가 너 이전부터 그럴 줄 알았어. 이런 미친 짓이나 저지르고!”
주인은 총이 두려워서인지, 연신 말도 안 되는 변명을 지껄였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제발 용서해 줘. 다시는 이런 일 없을거야...
우리사이에 이 정도는 이해해 줄 수 있잖아. 내가 너 독서실 다닐 때 얼마나 잘해줬니?“
나는 독서실 주인의 변명이 이해가 안 되었지만, 상관하지 않고 나를 묶었던 노끈을 들어 독서실
주인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은철이 노끈을 든 내 손을 밀쳐내며 K-1 장총으로 주인을 겨낭했다.
나는 은철이 흥분되서 그냥 독서실 주인을 쏴 죽이려는 것으로 생각했다.
“은철씨, 이 새끼 죽이려는 거 이해되지만, 그러지 마세요. 어짜피 이 놈 사형당할테니까 조그만
참아요! 그래야 모든 것이 세상에 밝혀지고, 은철씨도 피해 받지 않을 거예요!
제발 참아요!“
은철은 내 말을 듣고 동요되는지 잠시 망설이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싸늘한 미소를 짓더니 나를
돌아다보고 이해할 수 없는 한 마디 했다.
“너는 얘기들은 것만큼 참 귀찮은 놈이기는 하지만, 생각했던 것 만큼 똑똑한 놈은 아니군...”
나는 은철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어서, 잠시 멍했다. 은철은 그런 나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더니 비웃는 듯한 웃음을 띠면서, 갑자기 들고 있던 총을 들었다. 그러더니 개머리판으
로 내 얼굴을 내리쳤다.
큰 충격과 함께 얼굴 빰에서 피가 터지는 것이 느껴졌다. 충격으로 바닥에 무릎을 꿇으면서 나는
아픔보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은철의 행동이 마음에 걸렸다.
정신을 잃을 것 같았지만, 간신히 손으로 땅을 집고 몸을 추슬렀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은철을
봤다.
은철은 나를 보더니 군화발로 내 복부를 한번 더 걷어찼다. 극심한 통증과 함께 나가떨어진 나는
배를 움켜지고 움직일 수 없었다.
은철은 쓰러진 나를 한번 힐끗 보더니 또 다시 주인에게 이해할 수 없는 말을 건냈다.
“너 내가 올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잖아!
이게 왠 엉망이야! 아마추어 같이... 너 또 분출되는 욕구를 못 참았지?
만약 내가 좀 늦었으면, 개판을 만들 뻔 했잖아! 병신같이 나이만 쳐 먹고!“
은철의 욕을 얻어먹은 주인은 아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은철의 비위를 맞추려는 듯이 대답했
다.
“미안 미안, 내가 좀 못 참잖아... 그래도 봐라. 혼자서 이 정도 준비한가 봐... 내가 만들었던 작품
은 이미 봉고에 실어놨어. 여기 있는 것만 처리하면 되. 그러니까 화 풀고 빨리 마무리 짓자.”
나는 그제서야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은철은 은혜를 구하러 탈영한 것이 아니었다.
은철은 독서실 주인의 공범으로 잔인한 살인들을 같이 계획하고 실행한 것이었다. 나는 복부의 통
증보다 이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언제부터 같이했어?”
내 질문에 둘은 동시에 뒤돌아 보았다. 은철이 비웃음을 띠며 대답했다.
“어짜피 곧 살인범으로 죽을 놈인데, 그거 정도 알려주지.
이 아저씨가 독서실 만들기 전에 우리는 각자 나름대로 하고싶은 일들을 했지.
나는 주로 동네 놀이터가 주 사냥터였고, 이 사람은 심야에 독서실이나 학교 근처 돌아다니며 쓸
만한 애들 골랐지. 그러다 여기서 만나거야. 계획은 내가 더 잘 세웠고, 실행은 이 사람이 더 잘했
지. 여하튼 우리는 이 방을 우리 전시장으로 만들기 시작했어. 그런데...“
“야 은철아, 그런 일까지 미주알고주알 알려줄 필요 있어? 곧 날이 밝을 텐데 빨리 끝내자고...”
“좀 참아라. 가끔씩 우리의 위대한 업적에 대해서 아는 사람도 있어야 되잖아... 특히 목숨이 30분
도 안 남은 놈이라면... 자, 짧게 끝내지. 한동안 우린 잘 나갔지. 한 가지 원칙만 지켰어. 이 독서
실에 오는 애들은 아무리 탐스럽다고 해도 안 건드린다고. 우리 보금자리가 시끄러워지는 거 원
치 않았거든. 문제는 그게 아니었어. 이 전시장에 있는 시체들의 원귀들이 귀찮게 하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나도 좀 무섭더라고. 하지만, 그걸 구한 후부터 아무런 문제없었지. 한번 테스트하기 위
해 내 멍청한 친구 둘 데리고 독서실에서 한 번 밤을 세워봤지. 그 두 놈들은 완전히 맛이 갔지만,
그 놈들이 기절한 후 그것을 달아봤지. 효과가 직방이더구먼, 그 원귀들은 꼼짝도 못하고 나타나
지 못하더라고. 더 좋은 것은 그걸 달면 사람을 사냥할 때 쾌감이 두 배가 되는 것 이야. 아마 그것
의 전주인이 더 좋아하는 거라서 그럴 거야... 이 정도는 적당하지?”
나는 은철의 얘기를 듣고 다시 한번 충격을 느꼈다. 이제까지 알고 있던 모든 것이 거꾸로였다. 백
이 흑으로 흑이 백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머리 속이 혼란으로 가득 찼다. 수 많은 궁금증이 떠올
랐지만, 그것을 해결할 때가 아니었다. 이 놈들이 지금 꾸미는 것이 무엇이고, 여기서 빠져나갈 방
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나는 이 놈들이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 다시 한
번 물어보았다.
“그렇다고 하면, 우리를 그냥 죽여 버리지, 도대체 무슨 어떤 생각이 있는 거야? 아무리 너희들이
난리 쳐도 여기 관련된 우리를 전부 죽인다고 하면 의심을 피할 수 없을걸!”
내 도발적인 질문에 그 놈들은 그냥 웃기 시작했다. 한참을 웃은 후에 은철이 대답했다.
“야 새끼야, 내가 너보다 바보인줄 알아?
내가 왜 탈영한 줄 아니? 내 사랑하는 여동생과 그것을 수사하던 형사를 죽인 범인을 살해하기 위
해서야. 그리고 알고 봤더니 독서실에서 일하던 그 살인범은 은혜 납치 사건 용의자였고, 이전에
도 여러 사람을 살해해서 자기가 일하는 독서실 창고에 숨겨두었지. 자세한 증거는 불에 타버리
는 바람에 확실할 수 없게 되고. 나는 희대의 연쇄 살인범을 사살한 공로로 네가 얘기한 대로 탈영
죄는 가볍게 처리되고, 이 독서실 주인은 불이 난 거에 대해 화재 보험을 두둑이 타고 다른 곳으
로 옮겨 더 좋은 새로운 독서실을 열고... 한 가지 보너스는 독서실 주인을 의심하고 있던 형사도
죽는 바람에 비밀은 영원이 묻히게 되고. 어때 이 정도면 괜찮은 생각이지?“
나는 은철의 설명을 듣고 전율이 느껴졌다. 그 애 말대로 진행된다면, 나는 꼼짝없는 희대의 잔인
한 살인마가 될 것이고, 진범들은 유유히 다른 곳으로 가서 새로운 범죄를 저지를 것이고. 하지만
나로서는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었다.
“너, 아무리 미친놈이라고 해도 그렀지, 자기를 끔찍이 위하던 친 여동생을 죽일 생각까지 하니?
하긴 미친놈에 무슨 이유가 있겠냐마는...”
자극하려는 의도는 있었지만, 은철의 반응은 이외로 격렬했다.
“친동생이라고? 누가 그래? 은혜가? 너 이 새끼 알지도 못하면서 그만 지껄여!
남들은 외아들이라고 해서 특별 보호를 받지. 나는 외아들인데도 찬밥이었어. 특히 아버지라는 사
람은 나랑 얼굴도 마주치기 싫어했지. 술만 먹고 들어오면 나를 두들겨 팼지. 하지만 딸들에게는
항상 끔찍했어. 특히 막내인 은혜라면 껌뻑 죽었지. 지금도 은혜가 실종된 것 때문에 난리 났을
걸... 난 탈영한 거는 신경도 안 쓸거야. 다도 처음에는 아들이라 강하게 키우려는 줄 알았지. 그런
데 진실을 알게 되었지. 나는 그 위선적인 인간들이 아들이 필요하다고 해서 고아원에서 입양해
온 아이야. 키울 자신이 없으면 입양을 하지 말지. 지네 피가 흐르지 않는다고 학대를 해 개년 놈
들!!! 은혜가 이렇게 되는 것은 그 연놈들 탓이야!“
우리가 얘기를 하는 동안 독서실 주인은 5구 정도의 시체를 구석에 쌓아놓았다. 끔찍한 것은 장갑
을 낀 채로 그 칼을 들고 시체를 다시 난도질 하고 있는 것이었다. 검붉고 걸쭉한 피가 사방으로
튀었지만, 개의치 않고 칼자국을 시체에 냈다. 마치 소고기를 다지듯이 일부러 칼 자국을 크게 내
었다. 상처와 칼자국이 쉽게 매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같았다. 그 칼에 내 지문이 묻혀져 있다는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여기서 죽는 것도 겁이 났지만, 이런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살인마로 몰린
다는 것도 괴로웠다. 이제 복부의 통증은 괜찮아졌기 때문에, 여기서 벗어날 기회를 노렸지만 은
철은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고 총으로 나를 겨누고 있었다.
이들의 계획에 따르면, 나는 은철의 총에 사살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언제 죽을지도 모를
목숨이었다. 매달려 있는 박 형사를 내려놓고, 무슨 약물을 복용해서인지 몸을 잘 가누지 못하고
있는 은혜를 기름이 뿌려진 벽 쪽으로 옮겨놓는 것을 보니, 어느 정도 준비는 끝난 것 같았다. 박
형사는 묶여있지는 않았지만, 주인에게 받은 고문이 심해서 인지 신음소리만 낼 뿐 바닥에 쓰러
져 죽은 사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은철은 총구를 옆으로 흔들면서, 나 역시도 기름이 뿌려진 바
닥 쪽으로 움직이게 했다.
은철은 은혜의 뺨을 몇 번 때려서 은혜의 정신을 들어오게 했다. 몇 번을 강하게 뺨을 때리니까 은
혜가 고개를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면서 정신이 들려는 것 같았다. 은혜는 간신히 눈을 뜨고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피투성이가 된 박형사와 얼굴이 만신창이가 된 내 얼굴을 보더니 비명부터
질러대었다. 은철은 거의 실성한 것 같은 은혜의 어깨를 잡고 흔들면서 조용히하라고 소리쳤다.
은혜는 은철을 알아보고 울면서 애원했다.
“오빠, 무슨 일이야, 날 구해줘! 저 독서실 주인 아저씨가 오빠일로 갈때가 있다고 해서 따라갔는
데, 이상한 주사를 놓았어.. 그리고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다 들을 수 있었지만, 움직일 수 없는
지옥이었어. 오빠 빨리 우리 구해줘!”
은혜는 눈물까지 흘리면서, 은철을 보고 도움을 요청했다. 은철은 그런 은혜의 모습을 눈썹하나
까닥않고 차가운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얘기했다.
“은혜야, 눈을 감고 있으면 일찍 끝날 거야. 저 아저씨는 좀더 긴 즐거움을 원하지만, 그래도 너와
나는 한지붕에서 살았잖아. 내가 도와줄게...”
은혜는 은철의 얘기를 듣고 무슨 얘기인지 이해를 못하는 등 계속해서 울면서 무슨 얘기냐고 물었
다. 은혜는 그 동안 기절해 있어서인지, 은철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수 없는 것 같았다.
“은혜야, 너는 잘 못 한 것 없다니까... 잘 못 한 것은 이 독서실 총무와 여기 누워있는 아저씨야.
오빠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너는 가만히 있기만 하면 돼.”
그리고는 총을 왼손으로 잡고, 장갑을 낀 오른손으로 아까 주인이 시체를 난도질 하던 칼을 들었
다. 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은혜를 구하려고 몸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주인이 박 형사의 권총을 들
고 나를 겨냥하고 있었다. 은철은 아무 영문도 모르고 있는 것 같은 은혜를 보면서 오른손을 높게
치켜들었다. 계속해서 울고 있던 은혜는 은철의 칼을 든 손이 올라가는 것도 보지 못한 것 같았
다.
다음 순간, 은철의 눈빛에 싸늘한 살기가 돌면서, 흐느끼고 있는 은혜를 향해 피 묻은 칼로 내려쳤
다...
<계속>
* 뒷 이야기
- 앞으로 마지막 회와 에필로그해서 두 회 남았습니다.
예정으로는 마지막 회는 한국시간으로 수요일 자정 또는 목요일 아침
그리고 에필로그는 한국시간으로 금요일 올릴 생각입니다.
물론 이 예정은 단지 계획일 뿐입니다... :-)
재미있게 봐주세요...
아참, 이벤트 당첨자 발표 났으니까, 확인하시고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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