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강 646화 이야기 === 꿈을 찾아 천마신궁으로 간 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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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4-08-24 13:44 조회1,157회 댓글0건본문
열혈강호 646화 스토리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
<프롤로그>
이번 이야기는 좀 다른 게 등장합니다. 바로 흑풍회 4돌격대장 지현의 스토리죠. 천마신군을 호위하는 최강의 돌격대로서 모든 대원들이 가면을 쓰고 있기에 늘 비밀에 싸여있는 조직이기도 합니다. 아, 물론 전직광부로 의심받고 있긴 하지요. 워낙에 땅굴을 잘 파니까요. ^^; 아무튼 도제 문정후와의 인연이 조명됩니다. 잠시 과거로 가 볼까요? 천마신군과 자하마신의 숨막히는 대결은 잠시 잊고 말입니다.
<학산파>
도제 문정후는 학산파의 문주다. 그의 눈매는 매섭게 천마신군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포착했다. 조금 전 그가 시전한 무공에서 말이다. 자하마신을 공격할 때 사방으로 환영을 남기고, 사실 환영술은 아니지만, 일곱 방향으로 자하마신을 에워싸며 공격의 잔상을 남기고는 시간차를 두고 일시에 터지며 상대를 공격하는 엄청난 무공을 목격하면 도제는 뭔가를 확신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물론 그것은 천마신공이 아니라고 확신하면서 말이다. 왜냐하면 그 무공을 이미 도제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무공은 자신이 아끼던 제자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때 정파 신진 신진 고수 중 가장 주목받던 사람이었고 그의 이름이 ‘격뢰도 조훈’이라는 것을 정파 무림인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도제 옆에 있던 송무문주 유원찬 또한 조훈 대협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도제는 유원찬과 대화를 이어간다.
어느 날 강호행을 나섰다가 행방불명 된 것으로 알려졌고 소문 또한 무성했다. 천마신군 꾐에 빠져 천마신궁에 투항했다고도 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다. 도제는 그러나 총애했던 제자가 사파 우두머리인 천마신군에게 투항했다는 소문을 여태껏 애써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까 천마신군이 보여준 초식을 보고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건 분명 ‘기뢰진’이라고 말이다. 자기의 제자 조훈이 사라지기 직전까지 무던히도 애쓰며 연마에 힘썼던 바로 그 기뢰진임을 말이다.
도제는 지금 확신하기 시작했다. 천마신군이 제자를 꾀어내어 그 무공을 빼앗았고 그 이름을 천마신공이라 포장했다고 말이다. 도제는 기분이 상하기 시작한다. 조금전에 천마신군이 보여준 도에 대한 예찬에 홀려 자신의 비강도를 빌려주느니 어쩌니 했던 것을 말이다. 원래는 비열한 사파놈의 수장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서 말이다.
“하긴, 근본도 없는 사파 놈이니 저렇게 다른 이의 무공을 가져다 염치도 없이 천마신공이라 칭하는 거겠지.”
근처에 흑풍회가 잔뜩 있는데, 그리고 바로 앞에는 그 무시무시하다는 흑풍회 제4돌격대장이 있는데, 행여 그들의 주군을 까대는 말을 듣기라도 하면 좀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옆에서 걱정 해주는 송무문주 유원찬이다. 그러나 사실 도제는 일부러 큰 소리로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으니...
“꼴좋다. 훈아놈! 사문을 배신하고 천마신군에게 붙더니 결국 독문무공까지 뺏기고 말이야!”
그때 마침 날아드는 커다란 돌덩이를 철장겸으로 쳐내면서 뒤에 서 있던 도제, 유원찬 등에게 이 자리는 위험하니 뒤로 좀 더 물러나라는 말을 건네는 지현. 그런 지현의 등을 보며 도제는 참고 있었던 이 한마디를 던진다.
“변명도 안 할 생각이냐?”
그랬다. 도제는 처음부터 지현을 마주하는 순간부터 뭔가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 그러다가 좀 전의 기뢰진 초식을 보고는 확실히 알게 됐다. 그리고 기다렸지만 지현은 아직 그 입을 다물고 침묵만 지키고 있는 것이었으니... 그 상황을 도제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던 거다. 도제와 조훈은 서로가 뭔가의 오해를 조금씩 갖고 있다. 도제는 그 독문무공을 천마신군에게 갖다 바치고 이렇게 흑풍회 대장 자리를 꿰찬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다. 조훈의 불만은 바로 스승이었던 도제의 그런 독선적인 태도였다. 혼자 세상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단정짓는 바로 그 태도를 말이다.
분명한 건 기뢰진은 조훈이 개발한 독문무공이다. 그걸 지금 천마신군이 쓰고 있다. 그 초식 때문에 아끼던 제자가 스승과 문파를 버리고 떠났다. 그 부분이 도제를 열받게 하는 것이다. 조훈은 담담히 말을 잇는다. 당시에도 지금도 사문에 대한 원망은 전혀 없다는 것을... 그저 내가 원하는 길을 선택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라고... 그런 운명은 어쩌면 주군을 처음 만났던 그날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천마신군과 조훈>
무림 정파, 그중에서도 학산파 근방의 어느 숲속에서 한 청년이 땀을 흘리며 열심히 무공 연마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다. 그의 이름은 조훈이며 학산파 도제 문주의 총애를 받는 수제자다. 정파에서는 떠오르는 신진 중에서 장래가 유망하고 실력이 좋아 가장 유명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지금 손에 이런저런 부상을 입으면서 열중하고 있는 무공은 바로 기뢰진의 초식이다. 커다란 돌기둥에게 달려들어 왼쪽,오른쪽을 번갈아 순간적으로 이동하며 기공을 씀으로서 그 자리를 떠난 이후에 시간차를 두고 일시에 상대방을 공격하는 놀라운 개념의 무공인 것이다. 굉장히 독창적이며 사실 무림에서 이런 시도를 한 사람은 지금까지 아무도 없다. 젠장... 이번에도 실패다. 잠시 낙담하여 숨을 돌리고 있는 조현에게 어느새 다가와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천마신군이다.
“위험한 짓을 하는군. 조절이 안되는 기를 무리하게 발출했다간 기혈이 터져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모르나?”
그렇게 이 두 사람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무림 정파 영역 깊숙한 곳에서 이렇게 혈혈단신으로 사파의 우두머리가 나타난 것에 대해 조현은 매우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무모하지만 흥미롭긴 하군. 도기를 허공에 남겨 시간차로 동시에 공격을 하다니... 이게 성공한다면 상대에게 몇배의 타격을 주겠군 그래.”
누구냐는 조현의 물음에 대답 대신, 천마신군은 조금 전 조훈이 시도했던 초식을 한 번 따라 해보기로 한다. 조현이 했던대로 저만치 있는 돌기둥에 돌진하며 좌우를 아주 재빠르게 이동하며 기를 남기고 지나간 천마신군은 뒤를 돌아보며 묻는다. “이런 느낌인가?”
그것을 지켜본 조훈은 깜짝 놀란다. 자신이 그토록 피나게 연마했음에도 전혀 진전은커녕 단 한 번도 해내지 못했는데... 지금 저 자는 단번에 성공을 시키다니 말이다. 물론 아주 잠깐 동안의 성공이었지만 말이다. 그리고는 이 사람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이토록 손쉽게 기를 발출할 수 있다니 말이다.
그것을 계기로 두 사람은 잠시동안이지만 많은 대화를 나눈다. 한 번 따라 해본 느낌으로는 어려운 기보다는 강을 쓰는 게 어떠냐는 제안도 해본다. 왜냐하면 환영을 만드는 게 아니라 한 순간에 폭발적인 위력을 얻는 것이 주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기보다 더 기가 응축된 도강을 생각 해보라고 제안하는 천마신군이다. 그 말을 들은 조훈은 역시 한 번에 말귀를 알아 듣는다. 역시 비범한 인재다. 연구를 하다 보면 강을 기처럼 다루는 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이다. 그렇게 상식을 벗어난 발상이라야만 새로운 무공이 탄생할 수 있는 거라고 칭찬도 아끼지 않는 천마신군이다.
그제야 자신이 학산파의 대제자 조훈임을 정중히 소개하며 귀한 조언 진심으로 감사하는 겸손까지 갖춘 조훈이다. 그러면서 정식으로 학산파에 초대하여 같이 이 초식을 함께 연구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까지 한다. 자신은 기공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니 그것을 좀 가르쳐 달라는 부탁도 곁들이면서 말이다. 정말 진심으로 이 새로운 초식을 완성 시키고자 하는 열정이 대단하다.
그러자 천마신군은 화룡도를 보여주면 자신이 흑풍회의 주인이라고 소개한다. 그 말을 선 듯 믿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지금 이곳은 정파 한 복판이기 때문이다. 사파의 주인이라면 아무런 호위 무사들도 없이 이렇게 홀로 정파 영역을 어슬렁거릴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분을 밝혀도 믿지 않자 천마신군은 조훈의 몸을 허공으로 둥실 띄워 저만치로 이동시켜 바위벽에 내동뎅이 친다. 물론 상처를 입히려고 한 것은 아니다. 이런 엄청난 허공섭물을 체험하자 비로소 믿는 눈치다.
천마신군은 이 총각이 마음에 들었다. 세상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무공과 초식을 개발하여 연마하는 그 진정성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신분도 모르는 사람을 다짜고짜 자기네 문파에 초청해서 함께 초식을 연구하고 개발하자는 제안을 할 정도니 이 사람이 얼마나 무공 그 자체에 대해 열정과 열망이 컸는지를 잘 알 수 있어서 더욱 맘에 들었다. 그저 정파의 동향이나 파악 해보려고 가볍게 생각하고 나왔는데 여기 저기 다니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고 설명 해준다.
조훈은 누가 뭐래도 정파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정파 깊숙한 곳에 사파가 나타났다. 게다가 몰래 정파를 살피러 왔단다. 일종의 첩자가 아닌가 말이다. 조훈은 당장 본문과 다른 문파 사람들에게 사파의 수장이 나타났음을 보고하겠노라고 소리친다. 여기서부터 따져도 사방 몇 백리는 족히 정파의 영역이다. 사파 수장의 출현 소식이 전해지면 그 넓은 영역 곳곳에서 장파 무사들이 체포하러 달려들 텐데 그래도 여기를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겠느냐고 윽박지르듯 말하는 조현이다. 그러나 천마신군은 오히려 태연하다. 이곳에 사파 주인이 나타났었다고 말을 한들 과연 누가 그 말을 믿어주겠냐는 거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테니 그렇다면 이러면 되겠지 하면서... 천마신군은 뭔가 하나를 바닥에 툭 던져준다. 그것은 천마신군의 신표인 천마패다. 오직 천마신군 자신만이 내줄 수 있는 일종의 보증서 같은 명패랄까? 그 신표를 보여주면 믿어줄거라면서 말이다.
천마신군이 진짜 나타났음을 증명해주는 천마패까지 주다니... 대체 이 사람이 나한테 왜 이러나 싶은 생각만 가득한 조훈이다. 그런 황당한 표정의 조훈에게 천마신군은 담담히 말을 남기며 떠나간다. 뭐라 생각해도 좋으나... 그저 그 무공이 마음에 들었노라고...
“그리고 행여 나중에라도 자네가 나와 함께 그 초식을 완성시키고 싶어진다면 그걸 가지고 천마신궁으로 찾아오게.”
<에필로그>
숨막히게 관전하던 천마신군과 자하마신의 격돌을 한참 보다가 이번 이야기처럼 그 옛날 회상 장면들을 보니 마음이 조금은 차분해지셨지요? 어쨌뜬 흑풍회 제4돌격대장 지현은 그런 과거를 가진 쾌남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곳으로, 자기를 믿어주고 진심으로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에게로 떠나간 것이지요. 그렇기에 자신이 속했던 정파의 학산파에도 도제 문주님에게도 본문 사람들에게도 전혀 원망이나 원한이 없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꿈을 찾아서 떠난 것이니까요.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
<프롤로그>
이번 이야기는 좀 다른 게 등장합니다. 바로 흑풍회 4돌격대장 지현의 스토리죠. 천마신군을 호위하는 최강의 돌격대로서 모든 대원들이 가면을 쓰고 있기에 늘 비밀에 싸여있는 조직이기도 합니다. 아, 물론 전직광부로 의심받고 있긴 하지요. 워낙에 땅굴을 잘 파니까요. ^^; 아무튼 도제 문정후와의 인연이 조명됩니다. 잠시 과거로 가 볼까요? 천마신군과 자하마신의 숨막히는 대결은 잠시 잊고 말입니다.
<학산파>
도제 문정후는 학산파의 문주다. 그의 눈매는 매섭게 천마신군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포착했다. 조금 전 그가 시전한 무공에서 말이다. 자하마신을 공격할 때 사방으로 환영을 남기고, 사실 환영술은 아니지만, 일곱 방향으로 자하마신을 에워싸며 공격의 잔상을 남기고는 시간차를 두고 일시에 터지며 상대를 공격하는 엄청난 무공을 목격하면 도제는 뭔가를 확신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물론 그것은 천마신공이 아니라고 확신하면서 말이다. 왜냐하면 그 무공을 이미 도제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무공은 자신이 아끼던 제자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때 정파 신진 신진 고수 중 가장 주목받던 사람이었고 그의 이름이 ‘격뢰도 조훈’이라는 것을 정파 무림인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도제 옆에 있던 송무문주 유원찬 또한 조훈 대협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도제는 유원찬과 대화를 이어간다.
어느 날 강호행을 나섰다가 행방불명 된 것으로 알려졌고 소문 또한 무성했다. 천마신군 꾐에 빠져 천마신궁에 투항했다고도 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다. 도제는 그러나 총애했던 제자가 사파 우두머리인 천마신군에게 투항했다는 소문을 여태껏 애써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까 천마신군이 보여준 초식을 보고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건 분명 ‘기뢰진’이라고 말이다. 자기의 제자 조훈이 사라지기 직전까지 무던히도 애쓰며 연마에 힘썼던 바로 그 기뢰진임을 말이다.
도제는 지금 확신하기 시작했다. 천마신군이 제자를 꾀어내어 그 무공을 빼앗았고 그 이름을 천마신공이라 포장했다고 말이다. 도제는 기분이 상하기 시작한다. 조금전에 천마신군이 보여준 도에 대한 예찬에 홀려 자신의 비강도를 빌려주느니 어쩌니 했던 것을 말이다. 원래는 비열한 사파놈의 수장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서 말이다.
“하긴, 근본도 없는 사파 놈이니 저렇게 다른 이의 무공을 가져다 염치도 없이 천마신공이라 칭하는 거겠지.”
근처에 흑풍회가 잔뜩 있는데, 그리고 바로 앞에는 그 무시무시하다는 흑풍회 제4돌격대장이 있는데, 행여 그들의 주군을 까대는 말을 듣기라도 하면 좀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옆에서 걱정 해주는 송무문주 유원찬이다. 그러나 사실 도제는 일부러 큰 소리로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으니...
“꼴좋다. 훈아놈! 사문을 배신하고 천마신군에게 붙더니 결국 독문무공까지 뺏기고 말이야!”
그때 마침 날아드는 커다란 돌덩이를 철장겸으로 쳐내면서 뒤에 서 있던 도제, 유원찬 등에게 이 자리는 위험하니 뒤로 좀 더 물러나라는 말을 건네는 지현. 그런 지현의 등을 보며 도제는 참고 있었던 이 한마디를 던진다.
“변명도 안 할 생각이냐?”
그랬다. 도제는 처음부터 지현을 마주하는 순간부터 뭔가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 그러다가 좀 전의 기뢰진 초식을 보고는 확실히 알게 됐다. 그리고 기다렸지만 지현은 아직 그 입을 다물고 침묵만 지키고 있는 것이었으니... 그 상황을 도제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던 거다. 도제와 조훈은 서로가 뭔가의 오해를 조금씩 갖고 있다. 도제는 그 독문무공을 천마신군에게 갖다 바치고 이렇게 흑풍회 대장 자리를 꿰찬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다. 조훈의 불만은 바로 스승이었던 도제의 그런 독선적인 태도였다. 혼자 세상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단정짓는 바로 그 태도를 말이다.
분명한 건 기뢰진은 조훈이 개발한 독문무공이다. 그걸 지금 천마신군이 쓰고 있다. 그 초식 때문에 아끼던 제자가 스승과 문파를 버리고 떠났다. 그 부분이 도제를 열받게 하는 것이다. 조훈은 담담히 말을 잇는다. 당시에도 지금도 사문에 대한 원망은 전혀 없다는 것을... 그저 내가 원하는 길을 선택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라고... 그런 운명은 어쩌면 주군을 처음 만났던 그날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천마신군과 조훈>
무림 정파, 그중에서도 학산파 근방의 어느 숲속에서 한 청년이 땀을 흘리며 열심히 무공 연마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다. 그의 이름은 조훈이며 학산파 도제 문주의 총애를 받는 수제자다. 정파에서는 떠오르는 신진 중에서 장래가 유망하고 실력이 좋아 가장 유명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지금 손에 이런저런 부상을 입으면서 열중하고 있는 무공은 바로 기뢰진의 초식이다. 커다란 돌기둥에게 달려들어 왼쪽,오른쪽을 번갈아 순간적으로 이동하며 기공을 씀으로서 그 자리를 떠난 이후에 시간차를 두고 일시에 상대방을 공격하는 놀라운 개념의 무공인 것이다. 굉장히 독창적이며 사실 무림에서 이런 시도를 한 사람은 지금까지 아무도 없다. 젠장... 이번에도 실패다. 잠시 낙담하여 숨을 돌리고 있는 조현에게 어느새 다가와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천마신군이다.
“위험한 짓을 하는군. 조절이 안되는 기를 무리하게 발출했다간 기혈이 터져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모르나?”
그렇게 이 두 사람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무림 정파 영역 깊숙한 곳에서 이렇게 혈혈단신으로 사파의 우두머리가 나타난 것에 대해 조현은 매우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무모하지만 흥미롭긴 하군. 도기를 허공에 남겨 시간차로 동시에 공격을 하다니... 이게 성공한다면 상대에게 몇배의 타격을 주겠군 그래.”
누구냐는 조현의 물음에 대답 대신, 천마신군은 조금 전 조훈이 시도했던 초식을 한 번 따라 해보기로 한다. 조현이 했던대로 저만치 있는 돌기둥에 돌진하며 좌우를 아주 재빠르게 이동하며 기를 남기고 지나간 천마신군은 뒤를 돌아보며 묻는다. “이런 느낌인가?”
그것을 지켜본 조훈은 깜짝 놀란다. 자신이 그토록 피나게 연마했음에도 전혀 진전은커녕 단 한 번도 해내지 못했는데... 지금 저 자는 단번에 성공을 시키다니 말이다. 물론 아주 잠깐 동안의 성공이었지만 말이다. 그리고는 이 사람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이토록 손쉽게 기를 발출할 수 있다니 말이다.
그것을 계기로 두 사람은 잠시동안이지만 많은 대화를 나눈다. 한 번 따라 해본 느낌으로는 어려운 기보다는 강을 쓰는 게 어떠냐는 제안도 해본다. 왜냐하면 환영을 만드는 게 아니라 한 순간에 폭발적인 위력을 얻는 것이 주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기보다 더 기가 응축된 도강을 생각 해보라고 제안하는 천마신군이다. 그 말을 들은 조훈은 역시 한 번에 말귀를 알아 듣는다. 역시 비범한 인재다. 연구를 하다 보면 강을 기처럼 다루는 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이다. 그렇게 상식을 벗어난 발상이라야만 새로운 무공이 탄생할 수 있는 거라고 칭찬도 아끼지 않는 천마신군이다.
그제야 자신이 학산파의 대제자 조훈임을 정중히 소개하며 귀한 조언 진심으로 감사하는 겸손까지 갖춘 조훈이다. 그러면서 정식으로 학산파에 초대하여 같이 이 초식을 함께 연구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까지 한다. 자신은 기공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니 그것을 좀 가르쳐 달라는 부탁도 곁들이면서 말이다. 정말 진심으로 이 새로운 초식을 완성 시키고자 하는 열정이 대단하다.
그러자 천마신군은 화룡도를 보여주면 자신이 흑풍회의 주인이라고 소개한다. 그 말을 선 듯 믿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지금 이곳은 정파 한 복판이기 때문이다. 사파의 주인이라면 아무런 호위 무사들도 없이 이렇게 홀로 정파 영역을 어슬렁거릴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분을 밝혀도 믿지 않자 천마신군은 조훈의 몸을 허공으로 둥실 띄워 저만치로 이동시켜 바위벽에 내동뎅이 친다. 물론 상처를 입히려고 한 것은 아니다. 이런 엄청난 허공섭물을 체험하자 비로소 믿는 눈치다.
천마신군은 이 총각이 마음에 들었다. 세상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무공과 초식을 개발하여 연마하는 그 진정성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신분도 모르는 사람을 다짜고짜 자기네 문파에 초청해서 함께 초식을 연구하고 개발하자는 제안을 할 정도니 이 사람이 얼마나 무공 그 자체에 대해 열정과 열망이 컸는지를 잘 알 수 있어서 더욱 맘에 들었다. 그저 정파의 동향이나 파악 해보려고 가볍게 생각하고 나왔는데 여기 저기 다니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고 설명 해준다.
조훈은 누가 뭐래도 정파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정파 깊숙한 곳에 사파가 나타났다. 게다가 몰래 정파를 살피러 왔단다. 일종의 첩자가 아닌가 말이다. 조훈은 당장 본문과 다른 문파 사람들에게 사파의 수장이 나타났음을 보고하겠노라고 소리친다. 여기서부터 따져도 사방 몇 백리는 족히 정파의 영역이다. 사파 수장의 출현 소식이 전해지면 그 넓은 영역 곳곳에서 장파 무사들이 체포하러 달려들 텐데 그래도 여기를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겠느냐고 윽박지르듯 말하는 조현이다. 그러나 천마신군은 오히려 태연하다. 이곳에 사파 주인이 나타났었다고 말을 한들 과연 누가 그 말을 믿어주겠냐는 거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테니 그렇다면 이러면 되겠지 하면서... 천마신군은 뭔가 하나를 바닥에 툭 던져준다. 그것은 천마신군의 신표인 천마패다. 오직 천마신군 자신만이 내줄 수 있는 일종의 보증서 같은 명패랄까? 그 신표를 보여주면 믿어줄거라면서 말이다.
천마신군이 진짜 나타났음을 증명해주는 천마패까지 주다니... 대체 이 사람이 나한테 왜 이러나 싶은 생각만 가득한 조훈이다. 그런 황당한 표정의 조훈에게 천마신군은 담담히 말을 남기며 떠나간다. 뭐라 생각해도 좋으나... 그저 그 무공이 마음에 들었노라고...
“그리고 행여 나중에라도 자네가 나와 함께 그 초식을 완성시키고 싶어진다면 그걸 가지고 천마신궁으로 찾아오게.”
<에필로그>
숨막히게 관전하던 천마신군과 자하마신의 격돌을 한참 보다가 이번 이야기처럼 그 옛날 회상 장면들을 보니 마음이 조금은 차분해지셨지요? 어쨌뜬 흑풍회 제4돌격대장 지현은 그런 과거를 가진 쾌남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곳으로, 자기를 믿어주고 진심으로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에게로 떠나간 것이지요. 그렇기에 자신이 속했던 정파의 학산파에도 도제 문주님에게도 본문 사람들에게도 전혀 원망이나 원한이 없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꿈을 찾아서 떠난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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