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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7화 ===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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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7-12-24 22:48 조회10,9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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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강호 537화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편집/20171223 시간의 불가역성에 빈 하늘만 바라보며.....
 
 
 
 
 
<프롤로그>
 
녜...
벌써 12월 하고도 말일로 접어드는 휴일입니다.
땅거미가 잔뜩 깔린 바닥에 낙엽도 어느새 꽁무니를 빼고...
며칠전 내린 눈의 흔적이 구석진 응달 한 켠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요즘.
감기 따위에 시달리는 우리 열강 회원님은 안 계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각 업데이트를 시작해보렵니다.
일년의 마지막 날이 하필 생일인지라...
올해에도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또 한 살을 먹어봐야겠습니다.
나이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볼 참은 아니지만...
이번에도 의문의 1패를 안고... 지는 한 해를 아쉬워하는 12월 어느날입니다.
 
 
 
 
 
 
 
<일 촉 즉 발>
 
묵령의 박력에 사음민은 그저 심장이 얼어 터질 것만 같다.
두 분 사이가 죽마고우인 것은 잘 알겠으나 어쨌든 주군과 신하의 관계가 아닌가.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은 뭔가 말이다.
신하가 주군에게 무례하게 대할 뿐만 아니라 죽인다며 호통을 치고 있다니...
신지의 2인자가 지금 주군에게 반역을 선포하고 있는 것과 다름 아니지 않은가!
각 종파의 장로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다 죽여버린 것은 사실이다.
사음민 자신이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한 팩트다.
심지어 주군에게 그 답을 직접 듣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사실을 주군은 묵령에게 그대로 말을 해버렸고...
묵령은 지금 분노의 한 방을 날릴 기세다.
대체 이 상황을 주군께서는 어찌 수습하시려는 것인가...
 
 
만일 그 말대로 장로들을 다 죽였다면 이판사판 끝장을 보겠다는 묵령.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태연하게 그 말을 받아주고 있는 신지의 1인자.
그 두 사람 사이의 공간에 이제 티끌 하나 미동도 않은 체 숨죽이고 있다.
 
 
“훗!”
 
 
피식 터져 나오는 그 웃음의 속뜻은 무엇일까?
죽여버리겠다며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한 묵령을 향해 그는 여유로운 미소를 날린다.
그러더니만 자리에서 일어서며 한 마디 건넨다.
 
 
“재밌군.”
 
 
그저 스윽 일어나고 있을 뿐이었다.
여전히 이런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는 계단을 걸어 내려온다.
그런 아무렇지도 않은 동작 하나 하나에 풍기는 그 엄청난 중압감이란...!
그가 내뿜는 살기는 순식간에 주변 공기를 모두 빨아들이는 듯하다.
 
 
저벅 저벅
 
 
그렇게 한 계단 한 계단 걸어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사음민의 상태가 좀 이상해지기 시작하는 것도 바로 그 시점이었으니...
평범해보이는 주군의 행동에 사음민은 숨통이 터질 듯한 억눌림을 느낀다.
갑작스럽게 이토록 어마어마한 기를 발산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뿐이다.
 
마치... 중력의 다섯 배 아니 열 배 이상의 압축 응력을 느낀다고나 할까?
1G가 아닌 10G의 중력은 사람의 형태를 종이장처럼 구기고도 남을 것 같다.
신지에서도 알아주는 고수급인 사음민조차 견디기 너무도 힘든 그러한 것...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음민의 무릎은 저절로 접혀지며 주저 앉는다.
 
 
콰 짓               콰지직
 
 
주군이 자신의 옆을 스쳐 지나갈 때 그 중압감은 최고조가 되고...
사음민은 온 몸의 뼈가 마디마디 부러질 것만 같은 고통을 느낀다.
저절로 신음이 터져 나온다.
무공이 조금만 부족했더라면 그대로 뼈마디가 부서져 죽어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묵령은 지금 어떠한가?
전혀 미동도 없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주군을 응시하고만 있다.
사음민이 느끼고 있는 고통 따위는 전혀 없다.
너무도 무심한 표정이다.
어느새 묵령의 한 팔 거리만큼 다가선 주군은 그제야 멈춰 입을 연다.
 
 
“네 실력으로 그게 가능하겠나?”
 
 
고 오 오 오 오
 
 
신지의 1인자와 2인자의 거리는 불과 1미터 남짓...
누가 먼저 공격을 시작하느냐 하는 문제만 남겨둔 듯하다.
무시무시한 내공의 발산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받아내고 있는 묵령.
역시 두 사람의 실력은 그야말로 종잇장 하나 차이가 될까 말까 할 것 같다.
 
 
그 와중에도 사음민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저 엄청난 기의 압력을 견뎌내기가 거의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건만...
이젠 제대로 서 있기조차 불가능한 상태이건만...
무릎 연골이 금방이라도 부서져버릴 것만 같아 미치겠는데...
저기 두 사람은 너무도 태평스럽게 편안하게 자연스럽게 마주보고 있다니...
주군의 내공 수준이야 그렇다 치자.
헌데 묵령은 이런 내공의 압박을 저렇듯 태연히 버틸 수 있다니...!!!
드디어 묵령이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을 깨고 입을 연다.
 
 
“너... 지금 이거, 날 어떻게 해보려고 이러는 거냐?”
 
 
묵령의 외침이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도 신지의 지배자이며 묵령의 죽마고우는 말이 없다.
그저 지그시 묵령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러자 묵령은 다시 말을 잇는다.
 
 
“행여나 네 놈이 날 죽일 생각이라면 힘을 좀 더 써야할 거다. 그렇지 않다면...”
 
 
묵령은 작심한 모양이다.
이런 수준의 내공 압박 쯤이야 어린아이 장난 같다는 뜻일 게다.
더 힘을 쓰지 않는다면 어림도 없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다면 내 손에 오히려 네 놈이 죽을 거라는 뜻이기도 하다.
묵령은 그 말을 마치자마자 왼손을 슬쩍 들어 올리며 기를 끌어 모은다.
 
 
고 오 오 오 오
 
 
그 역시 엄청난 내공을 그야말로 순식간에 응집시키고 있는 거다.
 
일...촉...즉...발...!!
 
그야말로 한 바탕 격돌이 벌어지려는 찰나다.
사음민으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자신 또한 신지의 내로라하는 고수 대접을 받는데 지금 이게 뭔가.
찌그러져가는 냄비처럼 꼼짝도 못하고 그저 겨우 서 있을 수 있을 뿐인데...
그런 내공의 압박을 다 견디고도 묵령은 지금 내공을 시전하려 하지 않는가!
게다가 끌어올리고 있는 내공 또한 주군 못지않은 어마어마한 수준...
저 두 분이 맞짱을 뜨면 대체 결과는 어찌될 것인가!
사음민은 이제 머릿속이 하얗게 타버린 것만 같다.
 
바로 그때다.
묵령의 등뒤에서 터져나온 일성이 있으니...
 
 
“절대일검님!!”
 
 
<반 전>
 
“이..이게 무슨 일입니까?”
 
앗!
이게 누구신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묵령의 눈 앞에는...
바로 조금전까지도 죽여버렸다던 그 장로들이 아니던가?
헌데 그 분들이 저렇게 멀쩡히 살아있는 광경이라니...
4대 종파의 장로들인 창종의 나벽, 궁종의 금구연, 형종의 웅영 그리고 음종의 심설로 장로가 눈앞에 나타났다.
저들이 귀신인가 사람인가?
 
 
크 하 하 하 하
 

 
그때 터져나오는 자하마신의 너털웃음 소리가 방을 쩌렁쩌렁 울린다.
아주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과 함께 말이다.
여전히 왼손에 잔뜩 내공을 끌어 모아놓고 있는 묵령을 바라보며...
그거부터 풀고 이야기하자며 딴청을 피우고 있는 자하마신이다.
뭔가 설명할 게 많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상황이 평범하진 않게 되었다.
일단 내공을 거두는 묵령.
 
음종 심설로가 묵령에게 말을 건넨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고... 이곳에서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냐고 말이다.
그 물음에 묵령은 조금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얼버무린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러면서 반문하는 묵령.
그런데 장로님들이야말로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거냐고 말이다.
 
심설로는 예를 갖추며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이번 회의가 예상외로 길어졌노라고...
어르신께서 이번에 중대한 결단을 내리게 되셔서 그랬노라고....
중요한 결단이라고 했다.
그에 대한 설명이 더 필요한 묵령에게 자하마신은 음종의 말을 끊는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 말을 해줄테니 물러나 있으라는 명과 함께 말이다.
그렇게 4명의 장로들을 물러가게 한 자하마신은...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넨다.
 
 
“농담이 안 통하는 건 여전하군 그래. 자네, 정말 내가 그 분들을 죽이기라도 했을 거라 생각했나?”
 
 
“주군, 이런 장난은 재미없소!”
 
 
그제야 뭔가 오해가 풀려 다행이라는 표정이 살짝 엿보이는 묵령이다.
고지식하며 강직하기만 한 묵령의 성품을 보여주는 대목이겠다.
그런 묵령에게 이어지는 주군의 친절한 설명 2탄.
 
 
신지에 쳐들어 온 적을 왜 그냥 보내줬는지에 대한 궁금증...
그것도 다 뜻이 있어서 그랬다는 ....
즉, 그 놈들을 그냥 놔줬다는 것을 신지 무사들이 알게 되었을 때
어떤 느낌을 갖게 될 것인지를 고려했다는 거다.
지금 묵령이 갖게 된 분노 또는 적개심 그리고 전투 의지와 의욕 등...
그런 것들을 최고조로 끌어내기 위한 주군의 치밀한 전략이었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서... 무림의 조무래기들이 우리 안마당까지 겁도 없이 쳐들어왔다.
그리고 우리의 터전인 신지를 짓밟았다.
 
 
“말해 뭐하겠소? 다 죽여버리고 싶소!”
 
“그래. 그래야지.”
 
 
주군의 미끼를 덥석 물어버리는 묵령!
지금 주군은 묵령을 교묘하게 도발하고 있는 것인데 말이다.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들고 그 답을 위해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주군이 신지의 모든 무사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인 것이다.
그는 그제야 아주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니 그 표정은 어느새 사악하고 음흉하게 변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는 묵령을 향해 이렇게 일성을 날린다.
일종의 주문이다.
 
 
“이제부터 그들에게 우리가 누군지 가르쳐 주러 가야할 테니 말일세.”
 
 
그런 단호함에 묵령은 얼핏 느낌이 가기 시작한다.
그 말이 의미하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그 말이 무슨 행동을 명령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그것은 바로 신지가 무림을 정벌하러 나선다는 신호탄이 아닌가!
 
무,..림...정...벌...!!
 
그 얼마나 학수고대했던 네 글자였던가?
그 목표를 향해 지금껏 신지에서 그 모든 것들을 견뎌내지 않았던가!
그것을 시작하기 위해 주군은 각 종파를 대표하는 장로를 불러들였던 거다.
그 회의가 길어지는 바람에 쓸데없이 오해가 퍼져나갔었던 거다.
장로들을 다 죽여버렸다는 헛소문도 퍼지지 않았던가?
그것이 다 무림정벌을 위한 전략 때문이었다는 설명이다.
무림정벌을 위해 총 출동했을 때 후방을 맡아 줄 각 종파의 장로들 말이다.
그들에게 최고의 전략으로 신지와 무림 정벌군의 후방을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괜한 소문이 신지에 퍼졌고 이렇게 자네가 화를 내며 찾아오게 되었구만.
 
뭐 그런 설명을 진지하게 늘어놓는 주군에게 묵령은 모든 것들을 수긍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그런 중요한 사안이었다면 미리 알렸어야 하잖느냐며...
신지에서 그 누구보다도 자기에게만은 미리 얘길 해줬어야 하는거 아니냐며...
 
 
“그래선 자넬 놀리는 재미가 없지 않겠나?”
 
 
그 말에 묵령은 일순간 침묵에 빠진다.
조금전까지 버럭버럭 화내며 주군을 다그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무슨 생각에 잠긴 걸까?
그 시간이 길어지자 주군은 왜 그러냐며 의아해한다.
그도 그럴 것이...
묵령이 기억하고 있는... 어릴 적부터 봐오던 친구인 한상우는 이렇게까지 가벼운 스타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림에 다녀온 이후 뭔가 달라졌다는 느낌은 줄곧 받아왔지만 이번 해프닝 역시 그 의구심을 떨칠 수는 없게 되었다. 아니, 오히려 더 이상한 점만 늘어난 셈이다.
 
장난이라니...
장로들을 불러놓고 다 죽여버렸노라고 진지하게 그러더니만...
그런 것들이 재미있게 장난을 치려고 그랬던 것이라니... 그게 말이 되나?
내 친구 한상우는 이런 일을 한 번도 하지 않았었기에 더욱 의아스러운 거다.
그것이 묵령이 기억하는 친구 한상우다.
지금의 이런 모습은 분명 그런 기억 속의 친구는 아니다.
 
묵령의 그런 의심어린 눈치가 어쩐지 부담스러웠을까?
주군은 자기를 따라오라며 앞장 서서 걷기 시작한다.
대체 어딜 가는 거냐며 등 뒤에 대고 묻는 묵령에게...
 
 
“여길 쳐들어오던 놈들이 산해곡에서 진을 치고 있다는 정보를 받았네.”
 
 
산해곡?
그곳은 당연히 묵령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검황이 있는 곳이라는 것까지도 말이다.
바로 그것이 이번 해프닝의 포인트였을까?
주군은 그제야 얼굴의 표정을 다시 풀며 잔뜩 힘을 주어 묵령에게 말한다.
 
 
“신지 지주의 무림정벌 첫 상대라면 검황 정도는 되어주어야 하지 않겠나?”
 
 
그러면서 한 술 더 뜬다.
오늘을 위해 꽤 오래 참았으니 구경할 맛이 있을 거라고 말이다.
거침없는 발언에 묵령은 다시 뭔가 생각이 복잡해진다.
 
 
“단, 구경 값으로 자네는 다른 놈들을 모두 맡아주게. 어때? 감당할 수 있겠나?”
 
 
걸음을 옮기던 신지 지주의 입에서 나온 그 한 마디 제안 혹은 명령!
검황은 자신이 맡을 테니 나머지 모든 놈들을 맡아달라는...
그게 바로 신지 지주와 검황의 대결을 구경한 값이라며 말이다.
아까부터 뭔가 알 듯 말 듯한 표정 혹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이 없던 묵령.
주군의 그 멘트까지 듣고 나서야 비로소 입가에 커다란 미소를 만들어 낸다.
 
 
바로 그것이었다.
주군의 그러한 명령 말이다.
신지를 쳐들어온 무림 놈들을 전멸시켜버리라는 그 명령!
그것이 바로 묵령이 듣고 싶어 했던 한 마디였던 것이다.
묵령은 다시 두 손을 모으며 예를 갖춘다.
이번엔 더욱 공손하게 머리를 조아리며 큰 소리로 복창한다.
 
 
“절대일검 묵령! 주군의 명을 받겠습니다!!”
 
 
그렇게 묵령의 등장과 함께 시작됐던 작은 해프닝이 종료되고 있다.
 
사음민은 그제야 모든 것이 명확해진다.
저만치에 뒷짐 지고 서 있는 신지의 지배자이며 나의 주군님...
그 뒤에 깍듯이 예를 갖추며 명령을 받들고 있는 신지 2인자 묵령.
그리고 묵령의 등 뒤에 조용히 서서 지켜보고 있는 사음민 자신.
사음민은 생각한다.
어르신은 그저 묵령의 실력을 시험해보고 싶으셨던 거였다.
단지 그것 뿐이었다는 결론이 지금 나고 있지 않은가!
묵령이 누군가?
신지의 2인자다.
즉, 신지에서 어르신 말고는 가장 큰 핵심 전력이라는 뜻이다.
그를 제거한다면... 신지로서는 이만저만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절대일검을 대체할만한 자를 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사음민의 회상>
 
사음민은 최근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을 거슬러 회상에 빠진다.
그 장면이라는 것은 주군이 4대 종파의 장로들을 불러 죽여버린 그것이다.
각 종파에서 공히 존경을 받고 있는 장로들이었다.
만약, 그들이 모두 죽었다는 사실이 퍼지면 신지는 큰 충격에 빠질 것이다.
 
그런 충언을 주군에게 아뢰고 있던 장면에서부터 회상이 시작된다.
사음민의 걱정과는 달리 주군은 너무도 태연했더랬다.
알려지는 게 문제가 된다면 아무도 모르게 하면 되는 게 아니냐는 거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린지...
갸우뚱거리고 있는 사음민에게 그는 어느 깊은 곳의 방문을 열어 보여준다.
그 방에 들어서자마자 경악하는 사음민.
그의 눈앞에 보이는 이들은 바로 조금 전에 죽어있던 장로들이 아닌가!
 
음종 심설로... 창종 나벽... 궁종 금구연... 형종 웅영...
 
분명히 두 눈으로 미이라처럼 피골이 상접한 상태로 죽어있는 걸 확인했는데...
지근 저렇게 멀쩡하게 살아있다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닌가!
사음민으로서는 죽어도 상상하지 못할 장면이다.
주군에게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무공도 있었단 말인가?
아니, 살려낼 거면 왜 죽였을까?
이런 저런 생각에 사음민은 갑자기 머릿속이 엉키는 느낌이다.
 
 
“훗! 어떠냐? 알아채겠느냐?”
 
 
주군의 의기양양한 물음에 사음민은 퍼뜩 정신을 챙긴다.
그리고는 네 명의 장로들을 번갈아 쳐다보기 시작한다.
창종 나벽... 음종 심설로... 형종 웅영... 그리고 궁종 금구연...
이 분들은 아무리 봐도 그 분들이 틀림없지 않은가?
이 분들이 혹시 쌍둥이들이었던 건가?
설마...?
이 자들이 가짜들이란 말인가?
설마...!!
 
아...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주군의 입에서 이 자들이 가짜라는 말이 나오지만 믿기지 않는 건 여전하다.
게다가 오늘을 위해 준비해 둔 종파의 그림자들이라니...?
주군은 지금 그림자라 하셨다.

그림자...
주군은 더욱 놀라운 말씀을 하고 계신다.
즉, 각 종파에 은밀히 지내면서 내부 소식들을 전해주고 있었다고 말이다.
뿐만 아니다.
동시에 각 종파 장로들과 밀착해 그들을 완벽히 대치할 수 있도록 훈련까지...
그 결과, 이처럼 얼굴, 말투, 몸짓 그리고 버릇까지...
그대로 따라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는 주군의 설명!
들으면서도 쉽사리 믿기지 않을 수밖에 없는 설명이 아닌가!
그것을 지금 가감 없이 다 믿으라시는 건가? 주군께서는?
 
사음민으로서는 그저 난감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이리 똑같은 복제인간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세상을 다 뒤져 완벽히 닮은꼴을 찾아내기라도 했다는 건가?
사음민은 얼른 특유의 냉철함으로 머릿속을 다시 돌리기 시작한다.
질문을 던지며 말이다.
 
즉, 외모와 말투와 행동은 똑같이 흉내 낸다고는 하지만 그게 전부이지 않겠냐고!
정작 중요한 것은 각 종파를 대표하는 장로들이니만큼 그들의 무공 실력은?
그런 무공까지는 흉내 내지 못하고 있지 않겠느냐는 점을 꼬집는 사음민이다.
장로들이 누군가?
각 종파의 고수들이란 뜻이 아닌가?
만약 무공을 쓸 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당장 정체가 탄로날 것이라는 우려...
그런 사음민의 염려는 그러나 한낱 기우였다는 것은 금방 밝혀졌으니....
 
 
“각 종파의 고수라....”
 
 
사음민의 의심에 주군은 살짝 화가 났을까?
느닷없이 한 손을 뻗어 뭔가를... 내공 한 초식을 날린다.
 
쉬익
 
                   퍼 엉
 

누구에게?
바로 형종의 웅영이다.
웅영의 가슴팍에 정확히 커다란 섬광이 꽂힌다.
그와 동시에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웅영은 타격을 입으며 휘청거린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바람 맞은 낙엽처럼 저만치 뒤로 훅~ 내동뎅이 쳐진다.
뒤편의 벽에 강하게 부딪히는 웅영.
웬만한 무공을 가진 자였다면 즉사할 수도 있는... 아니 그렇게 되는 게 맞겠다.
갑작스런 공격에 놀라기는 사음민이 더 놀란다.
 
 
“훗! 내가 그 덜떨어진 실력까지 흉내 내라고 했더냐?”
 
 
나가떨어진 웅영을 향해, 아니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주군은 말한다.
뭔가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그는 분명히 덜떨어진 실력이라고 했다.
사음민이 조금 전 말한... 각 종파의 고수들이라는 말에 대한 반감이겠다.
고수라는 것들의 실력은 그저 덜떨어진 것에 불과하다는 조롱이기도 하다.
 
 
“죄송합니다. 주군!”
 
 
누구?
조금 전 갑작스런 공격을 받고 나가떨어진 웅영의 아주 굵직한 목소리다.
그 목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는 사음민.
웅영은 어느새 자세를 가다듬으며 우뚝 서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웅영의 몸이 좀 이상하다.
강력한 공격을 맞고 명치 주변이 어른 얼굴 크기만큼 움푹 패여있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창자가 튀어나오고 피가 철철 나며 죽었을 상황이다.
그러나 웅영의 몸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분명히 구멍 비슷한 상처가 커다랗게 생겨있는 건 맞다.
그런데 그 구멍은
 
스스 슥
                      스 르 륵

 
그렇게...
급속도로 새살이 돋으며 움푹 패인 복부는 어느새 원형과 같게 복원되는 게 아닌가!
그것이 바로 신지 형종의 고유 무공이며 자랑이라는 것은 신지인 누구나 안다.
 
 
“소인, 주군께서 완벽한 재현을 원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형종 웅영, 아니 가짜 웅영은 머리를 조아리며 죄송함을 아뢴다.
외모와 말투 등 그런 것 뿐만 아니라 무공도 포함한 완벽한 재현...
그것을 원하시는 줄 알고 무공까지도 똑같이 연마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죽은 진짜 웅영에 결코 뒤지지 않는 무공을 습득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주군이 보기에는 그까짓 덜떨어진 실력에 불과했으니...
 
 
사음민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저 무공의 이름은 바로 형종의 “파형귀원”!!
이쯤되자 사음민은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가슴에 구멍이 난 상태에서 이렇게 빨리 복원하다니....
진짜 ‘웅영’ 노사도 이 정도는 아니 되었을 텐데...
 
 
사음민의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즉, 그놈은 원래 ‘웅영’의 실력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주군의 부연 설명...
뿐만 아니다.
나머지 세 놈의 실력 또한 죽은 진짜들보다 훨씬 강한 무공을 갖고 있다신다.
 
 
“이들은 내가 오랜 기간에 걸쳐 각 종파 무술의 극의를 지도해 주었으니까.”
 
 
주군의 시원한 설명을 듣고서야 사음민은 모든 의구심이 사라진다.
무술의 극의를 지도해주었다면... 그것들을 습득했다면...
어르신 말씀대로 이들은 진짜 장로들보다 더 엄청난 무공을 가졌다는 뜻이다.
사음민은 이토롤 치밀하게 전략을 실천하고 있는 주군에게 경의를 표할 뿐이다.
대체 언제부터 이런 준비를 하고 계셨는지가 그저 궁금할 뿐이다.
 
 
“자! 이제 너희들이 쏟아 부은 시간에 대한 수확을 할 시간이다!”
 
 
신지의 지배자는 계단을 올라 다시 자신의 의자에 앉으며 명을 내린다.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을 시간이라고 말이다.
가르쳐 준 것에 대해 실력으로 뭔가를 보여줄 때가 되었노라고 말이다.
그리고 다시 명을 내린다.
특유의 자세를 취하며 말이다.
의자에 앉아 오른손을 팔걸이에 걸치고 주먹을 오른 뺨에 기대는 자세다.
이제 다들 제자리로 돌아가 각자의 역할에 맞는 완벽한 준비를 마치라고 말이다.
네 명의 그림자 장로들은 일제히 ‘존명!!’을 외치며 방을 나가고...
사음민은 다시 생각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천신각....
자신이 맡고 있는 천신각이 어떤 곳인가?
무림의 일들은 물론 신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에 대한 정보를 관장하는 곳이다.
그런데 천신각에서조차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게 이런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니...
 
 
사음민의 회상은 그렇게 이어졌다.
그리고 지금 그의 눈 앞에서 벌어진 조금 전의 해프닝...
절대일검을 꼭두각시처럼 완벽하게 조종할 수 있게 만드는 그 치밀함.
자칫 묵령과 한 바탕 소란이 벌어질 수도 있었던 이런 상황이 아니었던가!
그런 것들까지도 이미 주군은 모두 예상하며 모든 준비를 마쳐놓았던 것!!
 
주군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명을 받들고 있는 절대일검이 지금 눈앞에 있다.
만일 장로를 그저 죽이기만 하고 그림자 장로를 만들어 두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주군과 절대일검... 둘 중 하나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아...
전율이 사음민의 몸을 휘감는다.
이제는 두려움 그 자체다.
천신각주 조차 전혀 알지 못하는 이번 4대 장로의 죽음과 그림자 장로들...
도대체 우리 지주의 흉중에 얼마나 더 많은 계획이 숨겨져 있다는 것일까?
그 중 하나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사음민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에필로그>
 
그림자 장로가 등장했습니다.
일본 영화 ‘카게무샤’에 나왔었더랬지요.
완벽히 닮은 사람을 대신 앞세워 위험을 감수하게 하고 진짜는 뒤에서 조종을 하는...
우리나라 영화에서도 등장했었죠?
바로 이병헌 주연의 연산군이란 영화.
남사당패의 천민이 연산군과 외모가 똑같이 생겼고 그를 잡아다 병환에 누운 연산군을 대신하게 하던 그 영화...
바로 그런 컨셉의 대역이 우리 열혈강호에도 등장한 셈입니다.
신지의 지주가 어느새 그런 전략까지 세워 준비해놓고 있었다니...
사음민의 불안감이 이해되는 대목입니다.
어쨌든 진짜들보다 실력이 월등하다고 하니 기대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절대일검 묵령...
이제 그를 말릴 사람은 없을 듯 싶네요.
닥치는대로 무림인에 대한 살육이 시작될 것 같구요.
그나저나 검황과 자하마신의 맞짱이 실현되는 건가요?
이거야말로 최고의 이벤트 아닐까요?
심장이 벌써 쫄깃해지는 느낌입니다.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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