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6화 스토리 == 신지의 지주는 무엇을 기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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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5-24 21:10 조회2,165회 댓글0건본문
열혈강호 566화 스토리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
<한비광 vs. 천음마녀>
절대 고수의 내새가 폴폴 나는 그녀의 이름은 갈뢰다.
천음마녀라고 불린다.
그녀가 한비광을 멈춰 세웠다.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빠르기와 기민함과 몸을 숨기는 은신술까지 더한 특유의 경공술을 가로막은 것이다.
뭔가 위력이 좋아보이는 공격을 일단 막아내긴 했다.
딱 느껴진다.
지금 저 여자의 실력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한비광은 저만치에서 우뚝 서 있는 여자를 쳐다본다.
등 뒤에는 칼집이 둥실둥실 떠있고 오른손에는 커다란 검을 들고 있다.
검의 모양을 자세히 살펴본다.
어디선가 본 물건이다.
그렇다. 어쩐지...
자담 녀석이 쓰던 괴명검하고 비슷하게 생긴 거 같다는 느낌이 퍼뜩 든다.
“너는... 너는 누구냐?”
“그거... 다짜고짜 공격부터 하고 난 뒤에 물어볼 말은 아닌 거 같은데?”
“네가 썼던 은신술과 경공술... 그건 그 분의 무공이 아니더냐?”
뭔가 대화가 심상찮다.
그냥 하는 질문이 아니다. 뭔가 심지가 있다.
한비광은 흠칫 당황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가 쓰는, 자랑거리인 경공술과 은신술을 단번에 알아챘을 뿐만 아니라 대놓고 그 무공이 그 분 것이 맞냐고 묻고 있으니 말이다. 이 여자... 뭔가를 알고 있다. 그것은 즉 나에 대한 일이고 내 가족에 대한 이야기와 다름 아니다. 한비광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진다.
“넌 무림인 같은데, 어떻게 그 무공을 쓸 수 있는 거지?”
자꾸 질문을 해대는 그녀를 스윽~ 쳐다보던 한비광은 피식~ 하고 웃는다.
이 상황이 나름 재미있는 거다.
여기까지 오면서 아무도 눈치 못 챘는데 그걸 단숨에 알아채다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 말장난하며 놀 시간은 없다. 어서 담화린에게 가봐야 해서다.
그냥 못 본 척해 주면 안되냐고 말을 던져보는 한비광.
허나, 그녀는 대답 대신 괴명검을 작동시킨다.
우 우 웅
우 우 웅 웅
그 소리가 울려퍼지자 저것은 바로 괴명검이란 걸 확실히 알게 되는 한비광이다. 고막이 터질 듯한 굉음이다. 갈뢰 또한 말장난할 시간은 없다. 어서 주군에게 가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짜고짜 괴명검으로 상대를 압박하기 시작하는 갈뢰다.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라는 식이다.
그러나 갈뢰도 한비광을 모르긴 마찬가지다. 보통의 경우 괴명검을 작동시키면 귀를 틀어막으며 괴로워해야 맞다. 그런데 지금 저 인간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다. 분명 괴명검이 울고 있는데 말이다.
한비광은 혀를 찬다. 사실 얘도 살짝 빈정이 상했다. 신지에서 한바탕 소란을 피운 게 한두 번이 아닌데, 그래서 나름 유명인이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자기를 몰라보는 신지 사람이 있다니 뭐 그런 심정인 게다.
우 우 우 웅 우 우 웅
그렇게 투덜거리는 한비광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는 갈뢰. 그녀는 문득 어떤 생각 하나가 떠오른다.
“혹시... 네가 한비광?”
갈뢰는 흠칫 놀라며 그 말을 내뱉는다. 뭔가 짐작가는 게 있음이다. 그리고 그 짐작이 맞다고 믿게 되는 순간이다.
니가 한비광이냐는 말을 듣자마자 .....
“아... 그래. 내가 바로... 한비광이다!!”
파 앙
능글맞은 표정을 하며 한비광은 냅다 내달린다. 아니, 갈뢰를 향해 쇄도하며 공격을 시작한다. 몹시 빠른 속도로 갈뢰 위의 허공을 점하면서 공중제비를 돌면서 힘차게 화룡도를 내리친다.
쾌 애 앵
화룡도와 괴명검이 강하게 부딪혔다.
굉장한 굉음이 주변 공기를 압축시키는 것만 같다.
한비광은 나름 재빨리 선수를 잡아 공격을 시도했건만 갈뢰 또한 그와 거의 같은 속도로 괴명검을 그녀 머리 위로 들어올려 막아낸 거다. 일단 첫 번째 공격이 무위로 끝나고 땅에 착지한다.
이때 한비광은 잠시 등을 보였다.
갈뢰를 치고 빠지는 과정에서 방심을 한 걸까?
얼른 고개를 돌려 갈뢰가 있던 곳을 쳐다보는 한비광.
그러나... 그녀가 없다.
분명 저기 서있었는데 지금 사라지고 없다.
.......... 어디로....? ...........
찰나와도 같은 시간 동안 한비광은 그녀의 행방을 쫓고 있다. 어디로 갔을까? 그 짧은 순간이 흐르고... 드디어 그녀가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한비광의 등 뒤에 말이다. 그야말로 바람처럼 사라졌다 순식간에 나타난 거다.
무방비로 노출된 한비광의 등짝을 향해 갈뢰는 빠르게 괴명검을 내지른다. 다행히도 그 동작을 간파하는 한비광은 힐끗 뒤로 눈동자를 굴리며 동시에 잽싸게 몸을 틀어 화룡도를 뻗는다.
쾌 애 앵
“크 으 웃 !!”
참 강맹한 공격이다. 겨우 막아내긴 했지만 그 충격파로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니 말이다.
팡 쾌 앵 쾡 쾡 쾌앵
숨돌릴 틈도 주지않으며 갈뢰는 후속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마치 펜싱 검사가 스텝을 밟으며 앞으로 쭉쭉 뻗어 칼끝을 상대방에게 계속 찌르고 있는 장면과 비슷하다.
한비광은 별다른 반격을 하지 못하면서 계속 뒤로... 뒤로 밀리기만 한다. 이거 뜻밖인걸. 이 여자 실력이 뭐 이래. 정신을 못차리겠잖아. 제길...
어느정도 거리를 확보하며 후퇴하고 보는 한비광이다.
그런데...
더이상 몰아붙이지 않고 갈뢰는 그 자리에 서서 어마어마한 기를 응집시키고 있다.
고 오 오 오
뭔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는 한비광.
이대로 저 공격을 이 자리에서 막아내다가는 무슨 일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걸까? 퍼뜩 정신을 차린 한비광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행동을 취한다. 저 공격을 제자리에서 막는 것도 아니고 그 자리를 회피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동물적인 감각으로 한비광은 갈뢰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한다.
파 아 앗
드디어 엄청난 기공이 괴명검을 통해 발진되었다.
그 기공은 정확히 한비광을 향했다.
진로가 막힌 한비광은 잽싸게 화룡도를 고쳐잡는다.
오른손은 그대로 손잡이를 잡고 있었고 이젠 왼손까지 동원해 화룡도의 한쪽 끝을 받쳐 든다.
콰 르 르 르
괴명검의 그 맹렬한 기운을, 그 정중앙을 한비광은 정면으로 막아선 것이다. 두 발은 굳세게 땅에 고정한 체 체중은 앞으로 향하며 힘을 내고 있다.
콰 오 우 웅
그야말로 강 대 강의 격돌이었다. 아니, 공격과 방어의 기세가 실로 대단했다고 하는 편이 옳은 표현이겠다. 방어자는 그러나 공격자와는 달리 타격을 어느정도 입는다. 아니 좀 많이 먹은 것 같다. 흙먼지가 자욱했고 잠시 후 차차 걷힌 흙먼지 사이 저만치에 협곡 암벽에 쳐박힌 한비광이 보이기 시작한다. 고통스러운지 신음도 새어나온다.
“너에 대한 이야기는 잘 들었다.
무림인들을 이끌고 쳐들어와 신지를 파괴하고 지신각주를 죽였다는 사실을...”
갈뢰의 목소리가 한 방 먹어 기분이 몹시 상해버린 한비광에게 전해진다.
이어지는 무덤덤한 그녀의 목소리.
“내가 궁금한 건... 대체 왜 소문주가 신지를 박차고 나가 너와 한패가 되었냐는 거다.”
뜻밖의 질문을 듣고 한비광도 다소 의아해한다.
지금 저 여자는 다짜고짜 질문이라고 하는 게 소문주의 행동이 아닌가. 소문주는 풍연이를 말하는 것인데 그게 가장 궁금하다고 묻고 있으니 말이다.
“그 애는 시간만 지나면 이 신지의 주인이 될 아이였어. 그런데 그런 애가 왜 신지를 버리고 나갔는지 난 이해를 못 하겠다.”
여전히 묵묵히 듣고만 있는 한비광에게 갈뢰는 다그치듯 말한다.
대답해라. 대체 왜 소문주가 신지를 배신한 거냐?“
이쯤 되자 한비광도 표정이 매우 진지해진다.
다시 기분을 추스르고 있는 한비광은 이런저런 갈뢰의 질문에 대답할 마음은 딱히 없다. 대답 대신 훌쩍훌쩍 땅을 딛으며 전진하다가 냅따 도약해서 갈뢰에게 공격을 다시 시도한다. 화룡도를 한껏 등 뒤로 젖히고는 큰 걸음으로 허공을 날아오른다. 뭔가 세게 한 방 치려나 보다. 이런 말과 함께 말이다.
”그게 궁금하면 말이야..... 놈한테 가서 직접 물어보라고!!“
<검황과 묵령의 대결 또 대결>
풍연의 다급한 얼굴이 보인다. 여기저기 굉음과 함께 사방의 돌과 바위와 암석들이 깨지고 부서지며 파편으로 튀어오르고 있다. 위험하다며 다들 피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풍연이다. 그 파편에 맞지 않으려고 일단 뒤로 잔뜩 물러나며 전방의 상황을 주시한다.
콰 르 르 르 쾅 쾅 쾅
넓디 넓은 벌판이 두 사람, 검황과 묵령의 대결무대다. 아니, 그 무대는 점차 더 넓어지고 있다. 그만큼 엄청난 기세로 맞대결을 펼치고 있는 거다. 지금 저 두 사람을 말릴 수도 어찌할 수도 없는...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시무시하군요. 이런 위력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산해곡을 평원으로 만들어 버릴 위력의 대결이라니... 누가 이런 걸 상상이나 해봤겠습니까?“
멀찌감치에서 지켜보고 있는 철혈귀검 임철곤은 그저 탄성을 내지를 뿐이다.
옆에 있던 풍연도 한 마디 거든다.
비단 위력만이 아니라는 거다.
저토록 오래 격돌했는데도, 저 둘 다 어느 초식 하나 허투른 것이 없다는 거다. 풍연이야 신지에서 절대일검 묵령과 생활했으니 그 실력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묵령과 전혀 밀리지 않는 대결을 펼치고 있는 할아버지, 즉 검황의 실력 또한 이 정도일 줄은 미처 몰랐다는 거다
“그러니.... 저분도 저렇게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 곁에 있던 혈뢰도 그렇게 한마디 거든다. 저만치에서 여전히 묵묵히 바라만 보고 있는 신지의 지주를 일컫고 있는 거다. 정말 미동도 없이 쳐다만 보고 있다. 그 뒤에 서 있는 도월천은 생각이 복잡하다. 그 역시 검황과 묵령의 실력에 대해 감탄 중이다.
무림의 사파로서 정파의 검황 실력이야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역시 신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는 못했을 터다. 그런데 지금 직접 보니 검황과 막상막하인 묵령의 실력에 적이 놀라고 있는 도월천이다. 신지를 다시 봤다.
그런데... 생각보다 대결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
도월천은 살짝 의아스럽다.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구경만 하고 있을 생각인지가 궁금해진다. 주군은 대체 언제쯤 행동에 나설지가 너무 궁금하다.
“크크크... 녀석 역시 만났군. 어디 한번 신나게 발버둥 쳐보거라... 네 놈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기대해 보마.”
신지 지주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물론 곁에 있는 도월천에게는 다 들리지만 말이다.
그랬다. 지주는 지금 검황과 묵령의 대결 따위는 별로 관심도 눈길도 주지 않고 있었다. 대신, 아득히 먼 어느 곳에 온통 집중하고 있었던 거다. 그곳은 바로 한비광과 갈뢰가 있는 바로 그 지점이다. 둘이 조우하게 되고 대결이 시작되었음을 그 엄청난 감지력으로 파악하고 있는 거다. 지금 그의 눈에는 선하게 보이나보다. 갈뢰와 한비광의 대결을.... 아니 정확히는 갈뢰의 공격에 한비광이 얼마나 당해낼 수 있는지를 말이다. 그것만이 궁금한 신지의 지주다.
<한비광과 갈뢰의 격돌>
쾌 앵 쾌앵 쾡 쾡
갈뢰의 공격은 점차 그 위력을 더해가고 있다. 괴명검의 위력이라고 해야 맞을까? 화룡도와 충돌할때마다 그 특유의 굉음은 점차 강해지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한비광은 계속 근접전을 유지하고 있다. 조금 전 상황의 재현을 막기 위함이다. 거리가 생기면 바로 기공이 발진되기 때문이다. 그런 기공을 몇 번만 맞으면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갈뢰 또한 그것을 알고 있다. 그런 이유로 이 녀석이 자꾸 접근전을 펼치며 공격을 쉬지 않고 있음을 말이다.
괴명검이 어떤 검인가!
상대의 공격을 튕겨내는 신물이 아닌가!
쾡 쾡 쾌앵 쾡 쾡 쾡 쾡 쾡 쾡
그런데 뭔가 이상함을 느끼는 갈뢰.
괴명검의 특성을 알텐데 오히려 녀석의 공격 강도는 점차 강해지고 있음을...
그 점이 이상하다.
죽어라 사력을 다해 공격을 퍼붓는 녀석의 계획은 무엇일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혹시 그래서인가?
이 자의 무기는 화룡도... 그 화룡도의 기운으로 이 검을 눌러볼 생각인 건가?
그렇게 갈뢰의 속마음은 조금씩 복잡해져 간다.
안그래도 그러는 와중에 화룡도가 웬지 성질을 내기 시작한 것도 같다.
쿠 르 르 르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
<한비광 vs. 천음마녀>
절대 고수의 내새가 폴폴 나는 그녀의 이름은 갈뢰다.
천음마녀라고 불린다.
그녀가 한비광을 멈춰 세웠다.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빠르기와 기민함과 몸을 숨기는 은신술까지 더한 특유의 경공술을 가로막은 것이다.
뭔가 위력이 좋아보이는 공격을 일단 막아내긴 했다.
딱 느껴진다.
지금 저 여자의 실력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한비광은 저만치에서 우뚝 서 있는 여자를 쳐다본다.
등 뒤에는 칼집이 둥실둥실 떠있고 오른손에는 커다란 검을 들고 있다.
검의 모양을 자세히 살펴본다.
어디선가 본 물건이다.
그렇다. 어쩐지...
자담 녀석이 쓰던 괴명검하고 비슷하게 생긴 거 같다는 느낌이 퍼뜩 든다.
“너는... 너는 누구냐?”
“그거... 다짜고짜 공격부터 하고 난 뒤에 물어볼 말은 아닌 거 같은데?”
“네가 썼던 은신술과 경공술... 그건 그 분의 무공이 아니더냐?”
뭔가 대화가 심상찮다.
그냥 하는 질문이 아니다. 뭔가 심지가 있다.
한비광은 흠칫 당황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가 쓰는, 자랑거리인 경공술과 은신술을 단번에 알아챘을 뿐만 아니라 대놓고 그 무공이 그 분 것이 맞냐고 묻고 있으니 말이다. 이 여자... 뭔가를 알고 있다. 그것은 즉 나에 대한 일이고 내 가족에 대한 이야기와 다름 아니다. 한비광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진다.
“넌 무림인 같은데, 어떻게 그 무공을 쓸 수 있는 거지?”
자꾸 질문을 해대는 그녀를 스윽~ 쳐다보던 한비광은 피식~ 하고 웃는다.
이 상황이 나름 재미있는 거다.
여기까지 오면서 아무도 눈치 못 챘는데 그걸 단숨에 알아채다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 말장난하며 놀 시간은 없다. 어서 담화린에게 가봐야 해서다.
그냥 못 본 척해 주면 안되냐고 말을 던져보는 한비광.
허나, 그녀는 대답 대신 괴명검을 작동시킨다.
우 우 웅
우 우 웅 웅
그 소리가 울려퍼지자 저것은 바로 괴명검이란 걸 확실히 알게 되는 한비광이다. 고막이 터질 듯한 굉음이다. 갈뢰 또한 말장난할 시간은 없다. 어서 주군에게 가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짜고짜 괴명검으로 상대를 압박하기 시작하는 갈뢰다.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라는 식이다.
그러나 갈뢰도 한비광을 모르긴 마찬가지다. 보통의 경우 괴명검을 작동시키면 귀를 틀어막으며 괴로워해야 맞다. 그런데 지금 저 인간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다. 분명 괴명검이 울고 있는데 말이다.
한비광은 혀를 찬다. 사실 얘도 살짝 빈정이 상했다. 신지에서 한바탕 소란을 피운 게 한두 번이 아닌데, 그래서 나름 유명인이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자기를 몰라보는 신지 사람이 있다니 뭐 그런 심정인 게다.
우 우 우 웅 우 우 웅
그렇게 투덜거리는 한비광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는 갈뢰. 그녀는 문득 어떤 생각 하나가 떠오른다.
“혹시... 네가 한비광?”
갈뢰는 흠칫 놀라며 그 말을 내뱉는다. 뭔가 짐작가는 게 있음이다. 그리고 그 짐작이 맞다고 믿게 되는 순간이다.
니가 한비광이냐는 말을 듣자마자 .....
“아... 그래. 내가 바로... 한비광이다!!”
파 앙
능글맞은 표정을 하며 한비광은 냅다 내달린다. 아니, 갈뢰를 향해 쇄도하며 공격을 시작한다. 몹시 빠른 속도로 갈뢰 위의 허공을 점하면서 공중제비를 돌면서 힘차게 화룡도를 내리친다.
쾌 애 앵
화룡도와 괴명검이 강하게 부딪혔다.
굉장한 굉음이 주변 공기를 압축시키는 것만 같다.
한비광은 나름 재빨리 선수를 잡아 공격을 시도했건만 갈뢰 또한 그와 거의 같은 속도로 괴명검을 그녀 머리 위로 들어올려 막아낸 거다. 일단 첫 번째 공격이 무위로 끝나고 땅에 착지한다.
이때 한비광은 잠시 등을 보였다.
갈뢰를 치고 빠지는 과정에서 방심을 한 걸까?
얼른 고개를 돌려 갈뢰가 있던 곳을 쳐다보는 한비광.
그러나... 그녀가 없다.
분명 저기 서있었는데 지금 사라지고 없다.
.......... 어디로....? ...........
찰나와도 같은 시간 동안 한비광은 그녀의 행방을 쫓고 있다. 어디로 갔을까? 그 짧은 순간이 흐르고... 드디어 그녀가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한비광의 등 뒤에 말이다. 그야말로 바람처럼 사라졌다 순식간에 나타난 거다.
무방비로 노출된 한비광의 등짝을 향해 갈뢰는 빠르게 괴명검을 내지른다. 다행히도 그 동작을 간파하는 한비광은 힐끗 뒤로 눈동자를 굴리며 동시에 잽싸게 몸을 틀어 화룡도를 뻗는다.
쾌 애 앵
“크 으 웃 !!”
참 강맹한 공격이다. 겨우 막아내긴 했지만 그 충격파로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니 말이다.
팡 쾌 앵 쾡 쾡 쾌앵
숨돌릴 틈도 주지않으며 갈뢰는 후속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마치 펜싱 검사가 스텝을 밟으며 앞으로 쭉쭉 뻗어 칼끝을 상대방에게 계속 찌르고 있는 장면과 비슷하다.
한비광은 별다른 반격을 하지 못하면서 계속 뒤로... 뒤로 밀리기만 한다. 이거 뜻밖인걸. 이 여자 실력이 뭐 이래. 정신을 못차리겠잖아. 제길...
어느정도 거리를 확보하며 후퇴하고 보는 한비광이다.
그런데...
더이상 몰아붙이지 않고 갈뢰는 그 자리에 서서 어마어마한 기를 응집시키고 있다.
고 오 오 오
뭔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는 한비광.
이대로 저 공격을 이 자리에서 막아내다가는 무슨 일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걸까? 퍼뜩 정신을 차린 한비광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행동을 취한다. 저 공격을 제자리에서 막는 것도 아니고 그 자리를 회피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동물적인 감각으로 한비광은 갈뢰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한다.
파 아 앗
드디어 엄청난 기공이 괴명검을 통해 발진되었다.
그 기공은 정확히 한비광을 향했다.
진로가 막힌 한비광은 잽싸게 화룡도를 고쳐잡는다.
오른손은 그대로 손잡이를 잡고 있었고 이젠 왼손까지 동원해 화룡도의 한쪽 끝을 받쳐 든다.
콰 르 르 르
괴명검의 그 맹렬한 기운을, 그 정중앙을 한비광은 정면으로 막아선 것이다. 두 발은 굳세게 땅에 고정한 체 체중은 앞으로 향하며 힘을 내고 있다.
콰 오 우 웅
그야말로 강 대 강의 격돌이었다. 아니, 공격과 방어의 기세가 실로 대단했다고 하는 편이 옳은 표현이겠다. 방어자는 그러나 공격자와는 달리 타격을 어느정도 입는다. 아니 좀 많이 먹은 것 같다. 흙먼지가 자욱했고 잠시 후 차차 걷힌 흙먼지 사이 저만치에 협곡 암벽에 쳐박힌 한비광이 보이기 시작한다. 고통스러운지 신음도 새어나온다.
“너에 대한 이야기는 잘 들었다.
무림인들을 이끌고 쳐들어와 신지를 파괴하고 지신각주를 죽였다는 사실을...”
갈뢰의 목소리가 한 방 먹어 기분이 몹시 상해버린 한비광에게 전해진다.
이어지는 무덤덤한 그녀의 목소리.
“내가 궁금한 건... 대체 왜 소문주가 신지를 박차고 나가 너와 한패가 되었냐는 거다.”
뜻밖의 질문을 듣고 한비광도 다소 의아해한다.
지금 저 여자는 다짜고짜 질문이라고 하는 게 소문주의 행동이 아닌가. 소문주는 풍연이를 말하는 것인데 그게 가장 궁금하다고 묻고 있으니 말이다.
“그 애는 시간만 지나면 이 신지의 주인이 될 아이였어. 그런데 그런 애가 왜 신지를 버리고 나갔는지 난 이해를 못 하겠다.”
여전히 묵묵히 듣고만 있는 한비광에게 갈뢰는 다그치듯 말한다.
대답해라. 대체 왜 소문주가 신지를 배신한 거냐?“
이쯤 되자 한비광도 표정이 매우 진지해진다.
다시 기분을 추스르고 있는 한비광은 이런저런 갈뢰의 질문에 대답할 마음은 딱히 없다. 대답 대신 훌쩍훌쩍 땅을 딛으며 전진하다가 냅따 도약해서 갈뢰에게 공격을 다시 시도한다. 화룡도를 한껏 등 뒤로 젖히고는 큰 걸음으로 허공을 날아오른다. 뭔가 세게 한 방 치려나 보다. 이런 말과 함께 말이다.
”그게 궁금하면 말이야..... 놈한테 가서 직접 물어보라고!!“
<검황과 묵령의 대결 또 대결>
풍연의 다급한 얼굴이 보인다. 여기저기 굉음과 함께 사방의 돌과 바위와 암석들이 깨지고 부서지며 파편으로 튀어오르고 있다. 위험하다며 다들 피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풍연이다. 그 파편에 맞지 않으려고 일단 뒤로 잔뜩 물러나며 전방의 상황을 주시한다.
콰 르 르 르 쾅 쾅 쾅
넓디 넓은 벌판이 두 사람, 검황과 묵령의 대결무대다. 아니, 그 무대는 점차 더 넓어지고 있다. 그만큼 엄청난 기세로 맞대결을 펼치고 있는 거다. 지금 저 두 사람을 말릴 수도 어찌할 수도 없는...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시무시하군요. 이런 위력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산해곡을 평원으로 만들어 버릴 위력의 대결이라니... 누가 이런 걸 상상이나 해봤겠습니까?“
멀찌감치에서 지켜보고 있는 철혈귀검 임철곤은 그저 탄성을 내지를 뿐이다.
옆에 있던 풍연도 한 마디 거든다.
비단 위력만이 아니라는 거다.
저토록 오래 격돌했는데도, 저 둘 다 어느 초식 하나 허투른 것이 없다는 거다. 풍연이야 신지에서 절대일검 묵령과 생활했으니 그 실력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묵령과 전혀 밀리지 않는 대결을 펼치고 있는 할아버지, 즉 검황의 실력 또한 이 정도일 줄은 미처 몰랐다는 거다
“그러니.... 저분도 저렇게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 곁에 있던 혈뢰도 그렇게 한마디 거든다. 저만치에서 여전히 묵묵히 바라만 보고 있는 신지의 지주를 일컫고 있는 거다. 정말 미동도 없이 쳐다만 보고 있다. 그 뒤에 서 있는 도월천은 생각이 복잡하다. 그 역시 검황과 묵령의 실력에 대해 감탄 중이다.
무림의 사파로서 정파의 검황 실력이야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역시 신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는 못했을 터다. 그런데 지금 직접 보니 검황과 막상막하인 묵령의 실력에 적이 놀라고 있는 도월천이다. 신지를 다시 봤다.
그런데... 생각보다 대결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
도월천은 살짝 의아스럽다.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구경만 하고 있을 생각인지가 궁금해진다. 주군은 대체 언제쯤 행동에 나설지가 너무 궁금하다.
“크크크... 녀석 역시 만났군. 어디 한번 신나게 발버둥 쳐보거라... 네 놈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기대해 보마.”
신지 지주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물론 곁에 있는 도월천에게는 다 들리지만 말이다.
그랬다. 지주는 지금 검황과 묵령의 대결 따위는 별로 관심도 눈길도 주지 않고 있었다. 대신, 아득히 먼 어느 곳에 온통 집중하고 있었던 거다. 그곳은 바로 한비광과 갈뢰가 있는 바로 그 지점이다. 둘이 조우하게 되고 대결이 시작되었음을 그 엄청난 감지력으로 파악하고 있는 거다. 지금 그의 눈에는 선하게 보이나보다. 갈뢰와 한비광의 대결을.... 아니 정확히는 갈뢰의 공격에 한비광이 얼마나 당해낼 수 있는지를 말이다. 그것만이 궁금한 신지의 지주다.
<한비광과 갈뢰의 격돌>
쾌 앵 쾌앵 쾡 쾡
갈뢰의 공격은 점차 그 위력을 더해가고 있다. 괴명검의 위력이라고 해야 맞을까? 화룡도와 충돌할때마다 그 특유의 굉음은 점차 강해지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한비광은 계속 근접전을 유지하고 있다. 조금 전 상황의 재현을 막기 위함이다. 거리가 생기면 바로 기공이 발진되기 때문이다. 그런 기공을 몇 번만 맞으면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갈뢰 또한 그것을 알고 있다. 그런 이유로 이 녀석이 자꾸 접근전을 펼치며 공격을 쉬지 않고 있음을 말이다.
괴명검이 어떤 검인가!
상대의 공격을 튕겨내는 신물이 아닌가!
쾡 쾡 쾌앵 쾡 쾡 쾡 쾡 쾡 쾡
그런데 뭔가 이상함을 느끼는 갈뢰.
괴명검의 특성을 알텐데 오히려 녀석의 공격 강도는 점차 강해지고 있음을...
그 점이 이상하다.
죽어라 사력을 다해 공격을 퍼붓는 녀석의 계획은 무엇일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혹시 그래서인가?
이 자의 무기는 화룡도... 그 화룡도의 기운으로 이 검을 눌러볼 생각인 건가?
그렇게 갈뢰의 속마음은 조금씩 복잡해져 간다.
안그래도 그러는 와중에 화룡도가 웬지 성질을 내기 시작한 것도 같다.
쿠 르 르 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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