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화 스토리 == 환존의 허망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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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7-03-18 15:50 조회10,464회 댓글1건본문
열혈강호 520화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170318 이렇게 딱 좋은 봄 어느날에....
<프롤로그>
3월이 좋아지는 요즘입니다.
조석으로 적당히 쌀쌀하고 낮에는 적당히 따스한 봄 날...
뭔가 대단한 것들을 준비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이런 좋은 날씨에 신지에서는 죽고 죽이는 아비규환이라니....
선 자와 누운 자만이 생사를 가르는 기준이겠습니다.
눕지 않으려는 자와 눕히려는 자의 생존게임이겠지요.
무림은 원래 그런 것이겠죠.
현실 세계 또한 어쩌면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환존의 죽음>
예상했었던가?
그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말이다.
6대 존자가 모두 허수아비가 되어 병풍처럼 서 있었고...
그렇게 만든 섭백술을 간신히 깨뜨렸건만...
이 괴물같은 놈은 전혀 꿈쩍도 하지 않는다.
환존은 뜻밖의 상황에 당황스럽다. 아니 예상했었을까?
신지를 지배하는 지금 저 눈 앞에 있는 무시무시한 괴물.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역부족이기에 여섯 존자를 깨웠건만...
그들은 아무 소용도 없는, 그저 고깃덩이 신세였지 않은가!
나름 회심의 카드였고 비장의 한 수였다.
환존은 이제 더 이상의 카드는 남아있지 않음을 알고 있다.
쉬 학
이제 지주의 반격이 시작된다.
오른 손을 그저 슬쩍 까닥일 뿐이었지만 그것의 의미를 잘 하는 환존.
최선을 다해 몸을 옆으로 피해본다.
뭔가 검기가 작열했고 다행히 그것은 살짝 비켜냈다.
허나, 지주는 영리했으니... 숨 쉴 틈없이 후속 공격을 쏟아붓는다.
이번엔 검기가 아니다.
허공섭물을 통한 지주의 장기 중의 하나인 칼 날리기.
동시에 여러 개의 검이 환존을 향해 날카롭게 쇄도한다.
콰 앙
안타깝게도 이번엔 피해내지 못했다.
검 한 자루가 환존의 오른 가슴팍을 꿰뚫고 만다.
그것으로 기동성을 상실한 환존을 향해 연거푸 날아드는 검들...
반격을 시도해보지만 이미 타이밍을 빼앗겨버렸다.
두 번째 검은 왼쪽 가슴팍을 뚫으며 뒷벽에 꽂힌다.
외마디 신음소리를 내는 환존.
세 번째와 네 번 째 검은 그의 오른쪽 왼쪽 허벅지를 정확히 관통한다.
꼼짝없이 제압당하고 마는 환존.
너무도 순식간에 그리고 강력하게 펼쳐진 공격이라 환존 마저 어쩔 수 없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고통스런 신음을 내뱉는 것 뿐.
뚜벅뚜벅 환존에게 다가서는 지주.
환존의 가슴 한 복판에 오른손바닥을 강하게 찍어 누르듯 접촉시킨다.
콰 직
뿌득 뿌득
우두둑 우 두 두 둑
흡기공인가?
환존의 모든 기를 남김없이 빨아들이기 시작하는 지주.
아주 짧은 시간만 필요했다.
환존이 미이라처럼 뼈만 앙상하게 남아버리기까지는...
맛있게(?) 환존의 기를 전부 빨아먹은 지주는 나름 만족스러운가보다.
기분이 좀 좋아졌는지 아니면 양이 덜 찼는지 환존을 물끄러미 본다.
막 돌아서려는데 그의 눈에 뭔가 반짝거리는 물체가 든다.
환존의 발쪽 언저리 뒤편에서 아주 작은 빛이 발산되고 있는 거다.
가느다란 실이랄까?
그 실을 손가락에 걸며 주워드는 지주.
그렇다.
그것은 남의 말을 엿들을 때 설치하는 일종의 음파 탐지기랄까?
종이컵에 구멍을 뚫고 실을 연결해 전화기 놀이 하던 그런 개념이다.
지주가 어찌 그것을 모를까?
그에게 지금 이 순간 뭔가 짚히는 것이 있다.
뭔가 석연치 않은 것이 떠오른다.
누군지 짐작은 간다.
끝까지 이렇게 굴을 파놓고 천원실을 도청하고 있었던 거다.
그 놈이 뭔가를 꾸미고 있음을 알고는 있으나 정확한 파악은 아직이다.
지주는 그러나 급할 게 없다는 투다.
그의 눈빛이 사악하게 변하더니 나름 기대감을 표한다.
“어떤 놈이 날 막으러 굴 밖으로 기어나올지 말이야”
손가락에 걸쳐져 있는 실에 슬쩍 힘을 주며 기를 실어보낸다.
그 기는 길게 길게 신지 내부의 바닥을 따라 늘어뜨려져 있는 실에 얹힌다.
그 실의 끝은 어디일까?
손가락에 그 실이 감겨져 있는 장면에서 밝혀진다.
그것을 설치하고 또 감시하고 있던 이는 바로.... 월령!
그녀는 정신을 집중하며 그 실을 통해 전해지는 음성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조금 전까지 지주와 환존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월령의 다른 한 손은 풍연의 손에 닿아있다.
실을 타고 전해지는 소리를 그대로 풍연에게 전하고자 함이다.
지주와 환존의 대화를 풍연도 고스란히 다 듣게 된 것이다.
허나 이제 더 이상 아무런 음성이 전해지지 않는다.
무슨 일이 벌어졌음을 감지하는 월령과 풍연
그때다. .
파 파 팍
퍼 엉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지주가 실어보낸 기가 월령의 손가락에 당도한 것!
황급히 손을 실에서 떼어내는 월령.
다행히 큰 손상은 입지 않았으나 하마터면 위험할 뻔했다.
허나 저릿저릿하다.
풍연은 몹시 혼란스러울 뿐이다.
아까의 대화를 다 듣긴 했으나 사실 모두 이해가 된 것은 아니라서다.
월령은 전음으로 강하게 얘기한다. 모든 것들이 사실이라고...
그제야 풍연도 다 믿기로 해보긴 하지만 이제는 화가 치민다.
신지를 지배하는 지주가 사람이 아니라니....
게다가 사람의 기를 빨아먹는 괴물이라니...
그런 미친 소리를 신지의 누가 믿어주겠냐는 거다.
월령은 별반 대꾸하지 않는다.
혼자 열내고 소리 지르던 풍연은 잠시 후 마음을 진정시키며 생각한다.
신지의 후계자라서 소지주라 불러주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젠 조금씩 알 것도 같다.
소지주라는 타이틀이 그저 허울 좋은 명목일 뿐이었다는 것을...
명칭만 받았을 뿐 다른 어떤 권한도 받지를 못하고 있었음을 말이다.
왜 천신각의 하찮은 부각주 따위가 자신을 괄시했는지를...
천신각 놈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거다.
“지주에게 나는 그저 다음에 쓸 몸뚱이에 불과했다는 걸! 단지 그가 준비해 둔 먹이에 불과...”
그렇게 외치노라니 풍연의 머릿속에 퍼뜩 드는 생각이 하나 있다.
바로 한비광이 자신에게 한 말이다.
녀석은 분명히 그랬다.
이곳에서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말이다.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
그리고 녀석의 마지막 이 한 마디가 섬뜩하다.
괴물의 먹잇감이 되어버리기 전에 서두르라고 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풍연은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을 받는다.
괴물의 먹잇감.....
설마....
그 녀석은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단 말인가?
풍연의 생각은 더없이 복잡해진다.
월령은 다시 전음을 전한다.
환존이 전해준 말을 전하고픈 것이다.
이런 모든 상황들.. 즉 환존은 자신의 죽음도 알고 있었다는 거다.
그걸 알면서도 죽음의 길로 스스로 찾아들어간 셈이다.
왜 그러셨을까?
무엇을 전하고 싶으셨던 것일까?
월령으로부터 나머지 말씀도 모두 전해들은 풍연.
자신도 모르게 깊은 탄식의 한숨이 나온다.
환존 어르신의 뜻을 그제야 모두 이해하게 된 풍연이다.
본인의 죽음과 맞바꿀 정도로 그 고귀하신 뜻을 말이다.
“그 분의 뜻에 따르도록 할게. 지금 내겐 다른 선택도 없으니...”
그렇게 풍연이 결심을 보이자 울령은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춘다.
풍연이 하고자 하는 일에 월령 또한 끝까지 보필하겠다는 뜻이다.
<한비광의 실력>
임전무퇴의 한비광이다.
그에게 달려드는 그 수많은 비월천검대 무사들을 모두 죽이고 있다.
단 한 걸음도 후퇴하지 않고서 말이다.
화룡도가 춤을 출 때마다 무사들의 시체가 바닥에 나뒹군다.
그의 주변에는 점점 시체들이 산을 이루며 쌓이기 시작한다.
마치 일방적인 살육의 현장을 방불케 한다고나 할까?
그런 광경을 멀찌감치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천신각의 부각주.
아까부터 얼굴빛이 창백해져 간다.
믿기지 않는 광경이 멈추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단 한 사람이 아닌가!
그것을 뚫지 못하다니...
게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뭔가 느낌이 바뀌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저 모습은 흡사....
지주의 그것과도 유사하지 않은가....!!
분명 뭔가 압도되는 기운은 부각주는 물론 옆의 수하도 똑같은 느낌이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까지 그런 기운이 느껴질 정도니 저 아래에선 오죽할까?
비월천검대가 아무리 용감하고 후퇴를 모르는 대원들이지만 상황은 무모하다.
저대로 놔둔다면 비월천검대 모두가 전멸을 당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것도 단 한 명에게 말이다.
사태의 개선은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인 것이다.
부각주는 결단을 내린다.
비월천검대의 몰살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다.
그 명령이라는 것은 바로 3개의 천검대를 동시에 출격시키는 것!
비월천검대에 이어 한령천검대, 호림천검대, 진웅천검대 출동을 지시한다.
부각주는 달리 대책을 꺼낼 수가 없는 지경이다.
사음민의 추상같은 명령이 무엇이었던가?
자존심 따위 접더라도 어떻게든 이 상황을 종료시키는 것이 절대적 임무다.
쪽팔리기는 하지만 한 명을 제압하기 위해 총 4개의 천검대가 협공하는 거다.
그렇게라도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라서다.
그것이 지금 한비광의 실력이다.
이제 조금 한비광의 숨은 실력이 나오고 있을 따름이다.
<사음민의 실력>
무림인들의 퇴각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맨 선두를 홀연히 막아서고 있는 한 사람, 바로 사음민 때문이다.
천검대의 추격을 한비광, 단 한 사람이 굳게 막아내고 있는 것과 같다.
무림인들의 퇴로를 사음민 혼자가 막아내고 있는 형국이다.
그것도 혈뢰, 철혈천검대 철혈귀검 그리고 은총사의 협공이 아니던가!
그 세 명의 고수들을 너무도 손쉽게 맞서고 있는 사음민.
점점 지쳐가는 세 사람이다.
파 카 칵
이것은 뭔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파고드는 예리한 검기...
은총사가 팔에 약간의 손상을 입고만다.
피가 흐르기 시작하는 팔뚝을 쥐며 은총사는 당황스럽기만 하다.
분명 다른 곳을 신경 쓰고 있었는데 검기가 날아오다니...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상황이다.
게다가 3대1의 대결이다.
세 명이 각각 다른 방위를 공격하는데 오히려 역공을 당하고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검술이 있단 말인가? 속임수라도 쓰는 걸까?
이번에 혈뢰가 크게 한 방 먹는다.
가까스로 나름 선방은 해냈지만 상황은 점점 나쁘게 흘러가고 있다.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는 은총사, 철혈귀검 그리고 혈뢰.
반면에 사음민은 전혀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세 사람의 심정은 그저 환장할 것만 같을 수밖에...
천신각주의 실력이 이렇게까지 대단했었는지....
같은 신지인으로서 혈뢰도 철혈귀검도 경탄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세 사람에게 사음민은 맘껏 빈정댄다.
벌써들 지친 거냐고....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을 텐데 왜들 그러시냐고.....
지금 신지가 추격해오고 있는데 쉴 시간이 어딨냐고....
어서 다시 들어오라고... 조금이라도 더 꿈틀거려 보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피식 웃어버린다.
이런 상황이 사음민으로서는 재밌나보다.
자신이 혼자서 무림인들의 퇴각을 저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음민의 자신만만함의 근원은 혹시 마령검이런가?
“물론, 자네들이 아무리 날뛴다 하더라도... 어차피 그 결과는 마찬가지일 테지만 말이야.”
<에필로그>
퇴각하는 무림인을 단신으로 저지하고 있는 사음민.
추격하는 신지인을 단신으로 저지하고 있는 한비광.
너무도 허무하게 속절없이 죽어버린 신지 8대 존자 중 하나인 환존.
그렇게 죽음을 택해서까지 풍연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환존.
풍연은 어찌됐든 환존의 유언을 충실히 따르겠다고 선언하고...
신지의 지주는 환존의 음모를, 이젠 풍연의 행동을 얼마나 예측하는걸까?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170318 이렇게 딱 좋은 봄 어느날에....
<프롤로그>
3월이 좋아지는 요즘입니다.
조석으로 적당히 쌀쌀하고 낮에는 적당히 따스한 봄 날...
뭔가 대단한 것들을 준비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이런 좋은 날씨에 신지에서는 죽고 죽이는 아비규환이라니....
선 자와 누운 자만이 생사를 가르는 기준이겠습니다.
눕지 않으려는 자와 눕히려는 자의 생존게임이겠지요.
무림은 원래 그런 것이겠죠.
현실 세계 또한 어쩌면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환존의 죽음>
예상했었던가?
그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말이다.
6대 존자가 모두 허수아비가 되어 병풍처럼 서 있었고...
그렇게 만든 섭백술을 간신히 깨뜨렸건만...
이 괴물같은 놈은 전혀 꿈쩍도 하지 않는다.
환존은 뜻밖의 상황에 당황스럽다. 아니 예상했었을까?
신지를 지배하는 지금 저 눈 앞에 있는 무시무시한 괴물.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역부족이기에 여섯 존자를 깨웠건만...
그들은 아무 소용도 없는, 그저 고깃덩이 신세였지 않은가!
나름 회심의 카드였고 비장의 한 수였다.
환존은 이제 더 이상의 카드는 남아있지 않음을 알고 있다.
쉬 학
이제 지주의 반격이 시작된다.
오른 손을 그저 슬쩍 까닥일 뿐이었지만 그것의 의미를 잘 하는 환존.
최선을 다해 몸을 옆으로 피해본다.
뭔가 검기가 작열했고 다행히 그것은 살짝 비켜냈다.
허나, 지주는 영리했으니... 숨 쉴 틈없이 후속 공격을 쏟아붓는다.
이번엔 검기가 아니다.
허공섭물을 통한 지주의 장기 중의 하나인 칼 날리기.
동시에 여러 개의 검이 환존을 향해 날카롭게 쇄도한다.
콰 앙
안타깝게도 이번엔 피해내지 못했다.
검 한 자루가 환존의 오른 가슴팍을 꿰뚫고 만다.
그것으로 기동성을 상실한 환존을 향해 연거푸 날아드는 검들...
반격을 시도해보지만 이미 타이밍을 빼앗겨버렸다.
두 번째 검은 왼쪽 가슴팍을 뚫으며 뒷벽에 꽂힌다.
외마디 신음소리를 내는 환존.
세 번째와 네 번 째 검은 그의 오른쪽 왼쪽 허벅지를 정확히 관통한다.
꼼짝없이 제압당하고 마는 환존.
너무도 순식간에 그리고 강력하게 펼쳐진 공격이라 환존 마저 어쩔 수 없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고통스런 신음을 내뱉는 것 뿐.
뚜벅뚜벅 환존에게 다가서는 지주.
환존의 가슴 한 복판에 오른손바닥을 강하게 찍어 누르듯 접촉시킨다.
콰 직
뿌득 뿌득
우두둑 우 두 두 둑
흡기공인가?
환존의 모든 기를 남김없이 빨아들이기 시작하는 지주.
아주 짧은 시간만 필요했다.
환존이 미이라처럼 뼈만 앙상하게 남아버리기까지는...
맛있게(?) 환존의 기를 전부 빨아먹은 지주는 나름 만족스러운가보다.
기분이 좀 좋아졌는지 아니면 양이 덜 찼는지 환존을 물끄러미 본다.
막 돌아서려는데 그의 눈에 뭔가 반짝거리는 물체가 든다.
환존의 발쪽 언저리 뒤편에서 아주 작은 빛이 발산되고 있는 거다.
가느다란 실이랄까?
그 실을 손가락에 걸며 주워드는 지주.
그렇다.
그것은 남의 말을 엿들을 때 설치하는 일종의 음파 탐지기랄까?
종이컵에 구멍을 뚫고 실을 연결해 전화기 놀이 하던 그런 개념이다.
지주가 어찌 그것을 모를까?
그에게 지금 이 순간 뭔가 짚히는 것이 있다.
뭔가 석연치 않은 것이 떠오른다.
누군지 짐작은 간다.
끝까지 이렇게 굴을 파놓고 천원실을 도청하고 있었던 거다.
그 놈이 뭔가를 꾸미고 있음을 알고는 있으나 정확한 파악은 아직이다.
지주는 그러나 급할 게 없다는 투다.
그의 눈빛이 사악하게 변하더니 나름 기대감을 표한다.
“어떤 놈이 날 막으러 굴 밖으로 기어나올지 말이야”
손가락에 걸쳐져 있는 실에 슬쩍 힘을 주며 기를 실어보낸다.
그 기는 길게 길게 신지 내부의 바닥을 따라 늘어뜨려져 있는 실에 얹힌다.
그 실의 끝은 어디일까?
손가락에 그 실이 감겨져 있는 장면에서 밝혀진다.
그것을 설치하고 또 감시하고 있던 이는 바로.... 월령!
그녀는 정신을 집중하며 그 실을 통해 전해지는 음성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조금 전까지 지주와 환존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월령의 다른 한 손은 풍연의 손에 닿아있다.
실을 타고 전해지는 소리를 그대로 풍연에게 전하고자 함이다.
지주와 환존의 대화를 풍연도 고스란히 다 듣게 된 것이다.
허나 이제 더 이상 아무런 음성이 전해지지 않는다.
무슨 일이 벌어졌음을 감지하는 월령과 풍연
그때다. .
파 파 팍
퍼 엉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지주가 실어보낸 기가 월령의 손가락에 당도한 것!
황급히 손을 실에서 떼어내는 월령.
다행히 큰 손상은 입지 않았으나 하마터면 위험할 뻔했다.
허나 저릿저릿하다.
풍연은 몹시 혼란스러울 뿐이다.
아까의 대화를 다 듣긴 했으나 사실 모두 이해가 된 것은 아니라서다.
월령은 전음으로 강하게 얘기한다. 모든 것들이 사실이라고...
그제야 풍연도 다 믿기로 해보긴 하지만 이제는 화가 치민다.
신지를 지배하는 지주가 사람이 아니라니....
게다가 사람의 기를 빨아먹는 괴물이라니...
그런 미친 소리를 신지의 누가 믿어주겠냐는 거다.
월령은 별반 대꾸하지 않는다.
혼자 열내고 소리 지르던 풍연은 잠시 후 마음을 진정시키며 생각한다.
신지의 후계자라서 소지주라 불러주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젠 조금씩 알 것도 같다.
소지주라는 타이틀이 그저 허울 좋은 명목일 뿐이었다는 것을...
명칭만 받았을 뿐 다른 어떤 권한도 받지를 못하고 있었음을 말이다.
왜 천신각의 하찮은 부각주 따위가 자신을 괄시했는지를...
천신각 놈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거다.
“지주에게 나는 그저 다음에 쓸 몸뚱이에 불과했다는 걸! 단지 그가 준비해 둔 먹이에 불과...”
그렇게 외치노라니 풍연의 머릿속에 퍼뜩 드는 생각이 하나 있다.
바로 한비광이 자신에게 한 말이다.
녀석은 분명히 그랬다.
이곳에서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말이다.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
그리고 녀석의 마지막 이 한 마디가 섬뜩하다.
괴물의 먹잇감이 되어버리기 전에 서두르라고 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풍연은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을 받는다.
괴물의 먹잇감.....
설마....
그 녀석은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단 말인가?
풍연의 생각은 더없이 복잡해진다.
월령은 다시 전음을 전한다.
환존이 전해준 말을 전하고픈 것이다.
이런 모든 상황들.. 즉 환존은 자신의 죽음도 알고 있었다는 거다.
그걸 알면서도 죽음의 길로 스스로 찾아들어간 셈이다.
왜 그러셨을까?
무엇을 전하고 싶으셨던 것일까?
월령으로부터 나머지 말씀도 모두 전해들은 풍연.
자신도 모르게 깊은 탄식의 한숨이 나온다.
환존 어르신의 뜻을 그제야 모두 이해하게 된 풍연이다.
본인의 죽음과 맞바꿀 정도로 그 고귀하신 뜻을 말이다.
“그 분의 뜻에 따르도록 할게. 지금 내겐 다른 선택도 없으니...”
그렇게 풍연이 결심을 보이자 울령은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춘다.
풍연이 하고자 하는 일에 월령 또한 끝까지 보필하겠다는 뜻이다.
<한비광의 실력>
임전무퇴의 한비광이다.
그에게 달려드는 그 수많은 비월천검대 무사들을 모두 죽이고 있다.
단 한 걸음도 후퇴하지 않고서 말이다.
화룡도가 춤을 출 때마다 무사들의 시체가 바닥에 나뒹군다.
그의 주변에는 점점 시체들이 산을 이루며 쌓이기 시작한다.
마치 일방적인 살육의 현장을 방불케 한다고나 할까?
그런 광경을 멀찌감치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천신각의 부각주.
아까부터 얼굴빛이 창백해져 간다.
믿기지 않는 광경이 멈추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단 한 사람이 아닌가!
그것을 뚫지 못하다니...
게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뭔가 느낌이 바뀌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저 모습은 흡사....
지주의 그것과도 유사하지 않은가....!!
분명 뭔가 압도되는 기운은 부각주는 물론 옆의 수하도 똑같은 느낌이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까지 그런 기운이 느껴질 정도니 저 아래에선 오죽할까?
비월천검대가 아무리 용감하고 후퇴를 모르는 대원들이지만 상황은 무모하다.
저대로 놔둔다면 비월천검대 모두가 전멸을 당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것도 단 한 명에게 말이다.
사태의 개선은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인 것이다.
부각주는 결단을 내린다.
비월천검대의 몰살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다.
그 명령이라는 것은 바로 3개의 천검대를 동시에 출격시키는 것!
비월천검대에 이어 한령천검대, 호림천검대, 진웅천검대 출동을 지시한다.
부각주는 달리 대책을 꺼낼 수가 없는 지경이다.
사음민의 추상같은 명령이 무엇이었던가?
자존심 따위 접더라도 어떻게든 이 상황을 종료시키는 것이 절대적 임무다.
쪽팔리기는 하지만 한 명을 제압하기 위해 총 4개의 천검대가 협공하는 거다.
그렇게라도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라서다.
그것이 지금 한비광의 실력이다.
이제 조금 한비광의 숨은 실력이 나오고 있을 따름이다.
<사음민의 실력>
무림인들의 퇴각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맨 선두를 홀연히 막아서고 있는 한 사람, 바로 사음민 때문이다.
천검대의 추격을 한비광, 단 한 사람이 굳게 막아내고 있는 것과 같다.
무림인들의 퇴로를 사음민 혼자가 막아내고 있는 형국이다.
그것도 혈뢰, 철혈천검대 철혈귀검 그리고 은총사의 협공이 아니던가!
그 세 명의 고수들을 너무도 손쉽게 맞서고 있는 사음민.
점점 지쳐가는 세 사람이다.
파 카 칵
이것은 뭔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파고드는 예리한 검기...
은총사가 팔에 약간의 손상을 입고만다.
피가 흐르기 시작하는 팔뚝을 쥐며 은총사는 당황스럽기만 하다.
분명 다른 곳을 신경 쓰고 있었는데 검기가 날아오다니...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상황이다.
게다가 3대1의 대결이다.
세 명이 각각 다른 방위를 공격하는데 오히려 역공을 당하고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검술이 있단 말인가? 속임수라도 쓰는 걸까?
이번에 혈뢰가 크게 한 방 먹는다.
가까스로 나름 선방은 해냈지만 상황은 점점 나쁘게 흘러가고 있다.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는 은총사, 철혈귀검 그리고 혈뢰.
반면에 사음민은 전혀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세 사람의 심정은 그저 환장할 것만 같을 수밖에...
천신각주의 실력이 이렇게까지 대단했었는지....
같은 신지인으로서 혈뢰도 철혈귀검도 경탄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세 사람에게 사음민은 맘껏 빈정댄다.
벌써들 지친 거냐고....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을 텐데 왜들 그러시냐고.....
지금 신지가 추격해오고 있는데 쉴 시간이 어딨냐고....
어서 다시 들어오라고... 조금이라도 더 꿈틀거려 보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피식 웃어버린다.
이런 상황이 사음민으로서는 재밌나보다.
자신이 혼자서 무림인들의 퇴각을 저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음민의 자신만만함의 근원은 혹시 마령검이런가?
“물론, 자네들이 아무리 날뛴다 하더라도... 어차피 그 결과는 마찬가지일 테지만 말이야.”
<에필로그>
퇴각하는 무림인을 단신으로 저지하고 있는 사음민.
추격하는 신지인을 단신으로 저지하고 있는 한비광.
너무도 허무하게 속절없이 죽어버린 신지 8대 존자 중 하나인 환존.
그렇게 죽음을 택해서까지 풍연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환존.
풍연은 어찌됐든 환존의 유언을 충실히 따르겠다고 선언하고...
신지의 지주는 환존의 음모를, 이젠 풍연의 행동을 얼마나 예측하는걸까?
댓글목록
편지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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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환존이 너무 쉽게 죽은듯 합니다.
아니면 환존이면 환존답게.... 죽은게 아니다란 설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