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9화 스토리 == 신지의 비밀 하나 벗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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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7-03-01 16:29 조회10,812회 댓글0건본문
열혈강호 519화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20170301 적당히 흐려서 좋은...
<프롤로그>
열혈강호 연재가 1994년에 시작되었으니 어언 23년째.
느낌으로는 앞으로 최소 몇 년은 더 필요할 듯한데.
딱딱 떨어지는 걸 선호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30년만 채우고 완결되었으면.
이제 단행본 71권째가 발간되었고 매년 3권 꼴로 완성되고 있으니.
이런 추세로 7년을 더 간다면 21권이 더 나올 테고.
그러면 연재 30주년 즈음에 단행본은 92권.
앗? 92권?
흠...
아무래도 연수보다는 권수로 딱 맞추는 게 더 정서상 나을 듯.
하여, 단행본 100권으로 완결짓는 걸로. ^^
이번 이야기는 또 무엇일지... 가봅시다.
이럇~~
<한비광의 활약>
혼전의 계속이다.
비월천검대장 화웅천과 진풍백이 어지럽게, 대등하게 맞붙고 있는 상황.
그 빈틈없는 대결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겨뤄지고 있다.
진풍백 손가락 사이의 혈우환은 번번히 화웅천의 무지막지한 검을 막는다.
그 둘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비월천검대 대원들이다.
어느새 빈틈을 발견한 그들은 재빠르게 진풍백을 지나쳐 진격을 시작한 것.
퇴각 중인 무림인들의 후미를 치기 위함이다.
애초에 그러려고 했으나 선두의 한비광과 후방의 진풍백에 막혀 있었던 것.
이제 실마리를 찾은 거다,
화웅천과 진풍백의 대결로 우뚝 멈춰버린 소형벽력탄 때문이다.
물밀 듯이 진풍백을 지나쳐 쇄도하기 시작하는 비월천검대원들.
진풍백이 만들어낸 폭탄의 장벽이 무용지물이 된 그 틈을 놓치지 않는다.
화웅천 또한 그런 상황에 몹시 만족스럽다.
자기가 진풍백을 붙잡고 있는 동안 부하들이 적의 후미를 잡는 작전.
그 순간 무림놈들은 도륙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 후 역으로 진풍백과 한비광을 포위하여 공략하면 그것으로 끝.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화웅천은 의기양양해진다.
허나, 진풍백의 생각은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동상이몽이라고 하나?
즉, 비월천검대는 뭔가 중요한 걸 잠시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한비광이다.
지금 이곳에는 자기만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은 한비광의 존재를 잠시 잊고 있었던 것!
콰 직
무슨 소리?
한비광이 화룡도를 땅에 쿡 박아넣는 소리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진풍백을 지나쳐 빠르게 쇄도하고 있던 비월천검대원들 앞에 나타난 한비광.
화룡도까지 쓸 필요도 없다는 뜻이겠다.
맨 손으로도 이따위 놈들 처리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과연 그랬다.
쿠 르 르 르
“백 열 권 풍 아 !!”
정말 그랬다.
화룡도까지 굳이 필요 없었다.
괴개 스승님에게 확실히 전수받은 권법의 진수로 시작한다.
쑈 타임!!
슈 파 파 파 팍
콰 콰 콰 콰 콰 쾅
다시보니 진정 대단한 위력이다.
신지 무사들은 검 한 번 쓰지 못한체 시체가 되어간다.
백열권풍아에 맞는 순간 신체의 어느 한 부위는 그저 찢기고 절단된다.
그렇게 순식간에 예닐곱이 바닥에 나뒹군다.
그러거나 말거나 대원들은 진격을 멈추지 않는다.,
아니 뒤에서부터 계속 밀어붙이기에 어쩔 수 없이 돌진하고 있는 상황.
이번에는 다른 무공을 선보이는 한비광.
왼손 주먹에 잔뜩 기를 끌어모으더니 힘차게 내뻗는다.
“노 호 출 동 !!”
하얀 섬광이 번쩍 일렁인다.
또다시 무사들 십여 명이 칼 한 번 휘둘러보지도 못한체 나동그라진다.
그렇게 1진과 2진이 순식간에 시체로 나뒹굴고 있지만 아랑곳 하지 않는다.
제3진이 한비광에게 들이닥친다.
이번에는 또 다른 무공이 펼쳐진다.
두 번 연속 주먹 쓰는 초식이었으니 이번엔 발을 쓰는 무공이다.
마치 축구선수가 시원하게 바나나킥을 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는 한비광.
“천 검 지 각 !!”
백열권풍아와 노호출동이 상대를 하나씩 정확히 가격하는 공격이었다면
이번의 천검지각은 보다 넓은 궤적을 그리며 접근하는 적들을 노린다.
그 궤적에 닿는 것들은 일순간에 신체가 훼손되며 죽어 나간다.
그렇게 세 번의 이어진 공격으로 비월천검대원은 족히 30여명이 사망.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그들이다.
그렇게 나아갔다가는 30명이 아니라 300명이라도 저지경이 될 것이라는 것을.
화웅천 또한 그 양상을 목격하며 전율을 느끼고야 만다.
자신의 부하들이 눈 깜빡할 사이에 속수무책으로 도륙을 당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진풍백이 예상하고 있던 시나리오였고 정확히 맞았다.
조금 전까지 벽력탄에 막혀 쩔쩔매던 천검대였지만 그것은 약과였다.
한비광 또한 거대한 장벽으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비월천검대와 화웅천과 진풍백과 한비광.
그들의 진짜 전투가 이제 시작이다.
<월령>
저기 까마득히 높은 절벽 위 어느 동굴 입구 앞에 작은 형체 하나 있다.
이런저런 광경들을 그저 구경만 하고 있는 자는 바로 풍연.
한비광의 활약에 그저 마른 침을 꿀꺽 꿀꺽 삼키고 있는 거다.
그의 강함에 감탄하고 있다고나 할까?
그리고 생각을 이어간다.
한비광, 저 놈이 아까 떠들어댄 말들이 모두 다 사실일까?
그 말이 남겨준 여운이 너무 마음에 걸린다.
신지에서 내가 모르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지...
혹시 저 녀석 말이 맞다면 신지는 대체 뭐가 어찌 돌아가고 있단 말인가!
지금까지 자신을 신지의 후계자로 생각해왔다.
주위의 모든 이들이 다 그렇게 자신을 추대하고 인정해주었기 때문이다.
허나, 이젠 어디까지가 사실일지에 대한 확신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저 놈의 한 마디가 신경을 붙잡고 있다.
바로 화린이는 죽지 않았다는 그 말 때문이다.
분명 어르신이 화린이를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저 놈은 무슨 근거로 그토록 자신있게 화린이의 생사를 확신하는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골치가 아플 지경이다.
스 스 스
바로 그때...
아주 미세한 기운만을 노출시키며 그림자 하나 나타난다.
웬만한 고수가 아니라면 감지조차 하지 못할 그런 수준이다.
풍연은 그 기운이 누군지도 정확히 안다.
신지의 후계자니깐... ^^;
“무슨 할 말이 있는 거냐? 월령!”
그녀가 나타났다.
늘 그랬듯 그녀의 출현은 은밀하다.
그리고 이번에는 특별히 농밀함을 추가한 체 등장하는 월령.
그녀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오른손을 쭉 펴고 팔을 내밀고 있다.
손을 잡아달라는 체스춰로 보여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특별히 가미된 그녀의 농밀함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날이면 날마다 있는 장면이 아니기 때문이다.
열혈강호에서 여인의 아름다움을 본 지가 그 언제런가?
담화린이 귀면갑에 칭칭 둘러싸이는 장면에서 잠깐 보았던 정도다.
이번엔 월령이 바통을 이어 받은 건가?
아무튼 참 조신한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감격해야 한다.
(그래야 작가님들이 잊지 않고 가뭄에 콩 나듯이라도 그려주실 테니....)
음...
긴 망토를 걸치고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있으니 그동안은 빈틈이 없었다.
허나, 이번에는 팔을 쭉 펴고 올려준 덕분에 숨통이 좀 트일 것 같다.
망토 사이로 드러나는 그녀의 몸매.
뱀 가죽 무늬의, 아니 진짜 뱀 가죽으로 보이기도 하는 밴드를 착용한 그녀.
젖가슴 바로 밑에서 반대편 골반으로 감겨있다.
그렇게 엑스자 모양으로 감긴 밴드는 배꼽을 피해 내려간다.
엉덩이를 잡아주고 있는 다른 밴드는 골반을 빠른 곡선으로 감으며 떨어진다.
비록 가슴도 배꼽도 망토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알 수 있다.
월령의 몸매는 가히 신지에서 둘째라면 서럽다는 것을.
그런데 그녀는 지금 이 상황에서 갑자기 왜 나타난 것일까?
풍연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저 장면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풍연은 월령의 출현에 놀란 표정일까?
아니면 그녀의 자극적인 몸매에 경탄하고 있는 표정일까?
둘 다이겠지. 피 끓는 청춘이 그러하지 않으면 아프거나 고자거나...
<환존>
이곳은 신지하고도 더 정확히는 신지 지배자의 공간, 천원실이다.
육중한 두께의 문이 열리고 들어서는 이는 바로 환존이다.
신지 환종의 환존.
신지인들은 지배자를 지주라 호칭한다.
환존 역시 나름 예를 갖추며 호출에 응했음을 고한다.
지주가 앉아 있는 지근거리에는 모두 6명이 둥글게 에워싸고 있다.
물샐 틈 없이 중앙의 지주를 호위하고 있는 형국이다.
환존을 보자마자 지주는 묻는다.
본좌가 왜 불렀는지 알겠느냐고.....
일단 딴청을 피며 짐작되지 않는다고 응수하는 환존.
그러자 지주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름은 뜻밖에도... “백강”이다.
“그 이름을 모른다고 하지는 않겠지?”
백강의 이름이 나왔음에도 환존은 여전히 너스레를 떤다.
이름까지 불러주니 그제야 어렴풋이 그런 자가 기억난다고...
환종에 백강이란 자가 있긴 있었다고 말이다.
지주는 더욱 확신에 찬 어조로 말을 잇는다.
즉,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소동들의 배후에 놈이 있다는 걸 확인했단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말을 한다.
그 자가 바로 환종의 후계자가 될 뻔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놈이 이곳 신지에, 게다가 천원실까지 잠입했으니 의심은 커진다.
백강과 잠시 몇 합 나누며 겨뤄보기도 했던 지주가 아닌가!
감히 천원실까지 난입한 것도 모자라 한 판 뜨기까지 했으니...
지주는 어쩌면 백강의 출현 또한 환존이 관련되어 있다고 믿는 눈치다.
허나, 환존도 이판사판인 모양이다.
지주의 서슬퍼런 다그침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니 말이다.
오히려 지주와 한바탕 말싸움이라도 벌일 준비를 하고 온 듯하다.
이렇게 반문한다.
“지주도 알다시피, 그의 재능은 워낙 뛰어나지 않았소?”
환존은 그런 식으로 이 대화를 피해나가고 있다.
지주도 뻔히 아는 백강의 실력인데 그의 출입을 자기가 어찌 알았겠냐는 거다.
쥐도 새도 모르게 신지에 잠입하는 것쯤이야 그에겐 식은 죽 먹기라는 뜻이다.
그러니 괜히 넘겨짚기로 생사람 잡으려 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성 멘트다.
그러자 급작스럽게 심기가 불편해지는 지주는 뿌득~ 이를 악물어본다.
감히 지금 어느 안전이라고 환존 따위가 말대답을 따박따박 하다니 말이다.
감히 자리를 상대로 그따위 말장난을 하고 있다니 말이다.
역시 환존은 지금 뭔가 작정을 하고 이 자리에 온 듯하다.
전혀 조금도 물러설 기색이 없다.
오히려 묵직한 반문을 통해 자신의 본색을 확실히 표방하려고 한다.
“훗... 역시, 본좌도 여기 있는 6명의 존자들처럼 만들어 볼 생각으로 부른 것이오?”
환존의 그 한 마디가 바로 강력한 포인트다.
허나, 일단 회피를 시도하는 지주.
시치미를 떼본다.
마치 강제로 6명을 이곳에 붙잡아두고 있는 걸로 아는데 그렇지 않다는 거다.
이들은 순전히 자신들의 의지로 알아서 와 있다는 거다.
지금 저렇게 둥글게 둘러서서 폐관수련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거다.
신지의 모든 이들이 다들 그렇게 알고 있는 사실 아니냐는 거다.
허나, 환존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아니 그 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이들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즉, 짐작컨대 6명의 지존들은 천원실에 감금되어 있다고 말이다.
“지주는 이들 여섯 존자를 잡아놓음으로 인해 검종을 제외한 다른 종파의 영향력을 획기적으로 줄였소.”
그랬다.
그 대목이 바로 두 번째 포인트다.
서로 다른 종파요 실력이 대등한 막강한 세력의 종파가 여럿 있을 경우,
각 종파의 지존이 인질로 잡여있는 상황이라면 어떻겠는가?
어떻게 감히 동요나 구출 작전 등의 운신을 할 수가 있겠느냐는 거다.
그 점을 노리고 지금 6명을 감금한 상태로 신지를 지배하고 있다는 거다.
헌데, 왜 환종의 환존만은 예외가 되었을까?
검종의 지존이야 당연히 지금 신지를 지배하고 있는 지주를 말함이다.
그렇게 치니 신지에는 모두 8개 종파가 있다는 뜻이다.
6명은 감금 상태이나 환존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그 이유는 물론 이 두 사람은 아주 정확히 알고 있다.
지주가 6명의 지존들을 한꺼번에 인질로 삼을 수 있었던 사연을 말이다.
그것은 바로.....
환종의 섭백술!
그 사실을 들킬까봐 지금까지도 환존만큼은 천원실에 들이지 않았던 것!
왜냐하면 그것은 환종의 비급이기에 환존이 척 보면 알아차릴 것이기에 그렇다.
하여, 그동안 단 한번도 천원실에 환존을 불러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허나, 지금 지주는 이렇게 환존을 불러 들였다.
섭백술을 썼음을 환존에게 뻔히 들킬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말장난 할 생각인가? 난 정통 검종이다. 내가 무슨 섭백술을 쓴단 말인가?”
그렇게 일단 지주는 발뺌을 해보지만 어쩐지 좀 궁색하다.
그렇게까지 오리발을 내밀자 환존은 품어왔던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주 오래전부터 은밀하게 전해지고 있는 신지 스토리가 밝혀지기 시작한다.
어느 날 신지에 발을 디디게 된 무림 고수,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말이다.
“그는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폐인이었지만 무공에 대한 지식과 의지는 당시 선조들을 매혹시켰다고 하오.”
그렇게 환존은 숨겨왔던 이야기를 술술 실타래처럼 풀어낸다.
우리도 전혀 몰랐던 이야기다.
대략 요약하자면.....
- 어느 날 문득 찾아온 폐인 상태의 무림인 하나
- 왜 폐인이 되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하여튼
- 그냥 죽여버릴 수도 있었지만 선조들은 나름 착하셨기에
- 무림인이지만 배려로 신지에 머물게 해 주었고
- 그 폐인이었던 자는 무림과 완전히 다른 신지라는 세계에 매료되었지
- 바로 팔대기보를 보는 순간 그가 느꼈을 전율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
- 신지의 각 종파가 그들의 지식과 정신을 투영해 만든 병기들
- 모두 8개가 있었고 그것을 팔대기보라 불렀겠다
-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정신을 물질에 투영할 수 있다는 사실
- 물질에 정신을 투영할 수 있다면 사람에게도 그럴 수 있을까?
- 이미 폐인이 되어 무공을 더 이상 쓸 수 없게된 몸상태의 그 인간
- 새로운 삶을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의지가 되고 실현이 되었지
- 즉, 자신의 정신을 다른 사람의 몸에 투영시킬 수 있게 된 것!
- 그것이야말로 신세계
- 그런 능력을 갖게 된 그 자는 은밀하게 필요한 몸을 찾아 투영을 지속
- 무려 300년이라는 세월동안
- 신지의 8개 종파 모두의 무공을 익혀가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
참으로 엄청난 비밀이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자는 환종의 무공 또한 익혔고 그 중에 섭백술이란 게 있었다.
최종적으로 검종의 몸을 택한 그 자는 타 종파의 존자를 하나씩 불러들였다.
하나씩 하나씩 섭백술을 써서 지금과 같은 인질로 만들어 버린 것.
정통 검종의 지주가 설마 자신에게 섭백술이란 술법을 쓸 지는 몰랐기에.
방심이 부른 비극이랄까?
허나, 섭백술을 뻔히 알고있는 환종의 환존은 차마 부를 수 없었던 거다.
“훗, 옛날이야기 재미있게 들었다. 그런데... 내 정체를 알고도 이곳에 순순히 들어온 게 의외로구나.”
지주는 잔뜩 화가 났다.
마치 도둑질하다 현장에서 들킨 도둑처럼 말이다.
환존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렇게 은밀하게 전해지는 신지의 비밀이 사실이었다는 의미다.
잔뜩 살기를 내뿜기 시작하는 지주.
금방이라도 한 바탕 치고받고 할 태세다.
전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있는 환존은 차분하게 말을 이어간다.
섭백술...
그 술법으로 6명의 지존들이 아무 힘도 못쓰고 잡혀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환종의 모든 비급을 샅샅이 뒤진 끝에 마침내 찾아낸 비술 하나!
환존은 양 팔을 45도 각도로 벌리고는 손바닥을 활짝 편다.
우 웅 웅 웅
굉음이 천원실을 가득 채우며 동시에 양 손바닥에 50cm 크기의 원이 발현된다.
강렬한 기운이 동심원 형태를 만들며 회전하기 시작한다.
이윽고 두 손바닥을 자신의 정 중앙에서 강하게 충돌시키는 환존.
마치 큰 박수를 치는 모양새다.
그러자 굉장한 섬광이 그의 손바닥에서 시작되어 전방으로 발산된다.
쩌 저 저 쩡
환존이 시전한 회심의 일타!
바로 섭백술에 걸린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섭백술을 부수는 술법이다.
환존과 지주 사이의 공간은 그저 공간으로만 보일 뿐이었다.
허나, 환존의 술법이 펼쳐지자 이상한 일이 발생된다.
마치 투명한 유리가 그들 사이의 공간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듯이...
수백 수천 조각의 유리 파편들이 터져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6명의 존자들 뿐만 아니라 지주의 몸 주변에도 유리가 있었다는 듯이...
혹은 천원실 공간 자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유리같은 것들로 가득차 있다는 듯이...
그것들이 환존의 술법에 의해 지금 와장창 부서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 유리에 의해 6인의 존자들이 강력하게 구속되고 있었던 모양이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환존에 의해 그 섭백술이 부서져 버렸다.
섭백술이 완벽하게 뚫렸다.
이제 6인의 존자들은 더 이상 지주에 의해 구속되지 않아도 된다.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그것이 바로 환존이 천원실에 당당히 들어온 이유다.
비장의 승부수였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6인의 존자들은 조금 전까지 멀쩡히 잘 서있었는데 갑자기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그러더니만 하나 둘씩 힘없이 풀썩 풀썩 그 자리에 주저앉고야 만다.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상황에 당황스러운 환존.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도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는데...
섭백술이 깨지면 6인의 존자들이 깨어나 뜻을 같이 할 수 있어야 했는데...
그래야 사악하게 신지를 지배하고 있는 저 자를 어찌해 볼 수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어쩌지? 이놈들의 기운은 진즉에 다 빨아먹어 버렸는 걸....”
신지의 절대 지배로 군림하는 자의 눈빛에 사악함이 가득하다.
살기가 번득이기 시작한다.
환존의 섭백술 타파를 마치 예상이라도 하고 있었다는 듯...
그럴줄 알고 천원실로 환존을 불러들였다는 듯...
환존의 속내와 계략을 떠보고 그에따라 액션을 취하고자 했다는 듯...
그렇게 천원실에는 이제 환존과 지주, 그 두 사람만이 대치하고 있다.
그렇잖아도 백강과 지주의 대결로 성한 곳이 없는 천원실인데...
이제 이 두 사람이 격돌하기라도 한다면 천원실이 완벽히 망가지는 건 둘째치고
어쩐지 환존의 목숨이 위태롭게 생각되는 것은 왜일까?
신지의 8대 종파 고수들의 몸을 차례로 옮겨 다니며 연마한 통합 무공 및
8대 기보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자가 아닌가!
과연.....
<에필로그>
궁금증이 어느정도 시원하게 풀리셨나요?
신지의 비밀이 이로서 또 한 커풀 벗겨졌지요.
홀연히 나타난 무림인이 요상한 방법을 터득했다는 것.
영혼을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는 비술.
그래서 그 사람의 몸을 지배하며 실컷 쓰다가 버릴 수 있다는 경이로움.
지금의 몸은 한비광의 아빠 것이었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대체 누구였을까?
폐인의 몸으로 신지에 굴러들어온 무림인이라는 자는...?
정신을 타인에게 깃들게 하여 그 몸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이라니...
열혈강호의 세계관은 이렇게 또 한 걸음 진화를 합니다.
그 능력 놀랍고.... 좀 배우고 싶소만.... ^^;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20170301 적당히 흐려서 좋은...
<프롤로그>
열혈강호 연재가 1994년에 시작되었으니 어언 23년째.
느낌으로는 앞으로 최소 몇 년은 더 필요할 듯한데.
딱딱 떨어지는 걸 선호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30년만 채우고 완결되었으면.
이제 단행본 71권째가 발간되었고 매년 3권 꼴로 완성되고 있으니.
이런 추세로 7년을 더 간다면 21권이 더 나올 테고.
그러면 연재 30주년 즈음에 단행본은 92권.
앗? 92권?
흠...
아무래도 연수보다는 권수로 딱 맞추는 게 더 정서상 나을 듯.
하여, 단행본 100권으로 완결짓는 걸로. ^^
이번 이야기는 또 무엇일지... 가봅시다.
이럇~~
<한비광의 활약>
혼전의 계속이다.
비월천검대장 화웅천과 진풍백이 어지럽게, 대등하게 맞붙고 있는 상황.
그 빈틈없는 대결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겨뤄지고 있다.
진풍백 손가락 사이의 혈우환은 번번히 화웅천의 무지막지한 검을 막는다.
그 둘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비월천검대 대원들이다.
어느새 빈틈을 발견한 그들은 재빠르게 진풍백을 지나쳐 진격을 시작한 것.
퇴각 중인 무림인들의 후미를 치기 위함이다.
애초에 그러려고 했으나 선두의 한비광과 후방의 진풍백에 막혀 있었던 것.
이제 실마리를 찾은 거다,
화웅천과 진풍백의 대결로 우뚝 멈춰버린 소형벽력탄 때문이다.
물밀 듯이 진풍백을 지나쳐 쇄도하기 시작하는 비월천검대원들.
진풍백이 만들어낸 폭탄의 장벽이 무용지물이 된 그 틈을 놓치지 않는다.
화웅천 또한 그런 상황에 몹시 만족스럽다.
자기가 진풍백을 붙잡고 있는 동안 부하들이 적의 후미를 잡는 작전.
그 순간 무림놈들은 도륙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 후 역으로 진풍백과 한비광을 포위하여 공략하면 그것으로 끝.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화웅천은 의기양양해진다.
허나, 진풍백의 생각은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동상이몽이라고 하나?
즉, 비월천검대는 뭔가 중요한 걸 잠시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한비광이다.
지금 이곳에는 자기만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은 한비광의 존재를 잠시 잊고 있었던 것!
콰 직
무슨 소리?
한비광이 화룡도를 땅에 쿡 박아넣는 소리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진풍백을 지나쳐 빠르게 쇄도하고 있던 비월천검대원들 앞에 나타난 한비광.
화룡도까지 쓸 필요도 없다는 뜻이겠다.
맨 손으로도 이따위 놈들 처리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과연 그랬다.
쿠 르 르 르
“백 열 권 풍 아 !!”
정말 그랬다.
화룡도까지 굳이 필요 없었다.
괴개 스승님에게 확실히 전수받은 권법의 진수로 시작한다.
쑈 타임!!
슈 파 파 파 팍
콰 콰 콰 콰 콰 쾅
다시보니 진정 대단한 위력이다.
신지 무사들은 검 한 번 쓰지 못한체 시체가 되어간다.
백열권풍아에 맞는 순간 신체의 어느 한 부위는 그저 찢기고 절단된다.
그렇게 순식간에 예닐곱이 바닥에 나뒹군다.
그러거나 말거나 대원들은 진격을 멈추지 않는다.,
아니 뒤에서부터 계속 밀어붙이기에 어쩔 수 없이 돌진하고 있는 상황.
이번에는 다른 무공을 선보이는 한비광.
왼손 주먹에 잔뜩 기를 끌어모으더니 힘차게 내뻗는다.
“노 호 출 동 !!”
하얀 섬광이 번쩍 일렁인다.
또다시 무사들 십여 명이 칼 한 번 휘둘러보지도 못한체 나동그라진다.
그렇게 1진과 2진이 순식간에 시체로 나뒹굴고 있지만 아랑곳 하지 않는다.
제3진이 한비광에게 들이닥친다.
이번에는 또 다른 무공이 펼쳐진다.
두 번 연속 주먹 쓰는 초식이었으니 이번엔 발을 쓰는 무공이다.
마치 축구선수가 시원하게 바나나킥을 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는 한비광.
“천 검 지 각 !!”
백열권풍아와 노호출동이 상대를 하나씩 정확히 가격하는 공격이었다면
이번의 천검지각은 보다 넓은 궤적을 그리며 접근하는 적들을 노린다.
그 궤적에 닿는 것들은 일순간에 신체가 훼손되며 죽어 나간다.
그렇게 세 번의 이어진 공격으로 비월천검대원은 족히 30여명이 사망.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그들이다.
그렇게 나아갔다가는 30명이 아니라 300명이라도 저지경이 될 것이라는 것을.
화웅천 또한 그 양상을 목격하며 전율을 느끼고야 만다.
자신의 부하들이 눈 깜빡할 사이에 속수무책으로 도륙을 당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진풍백이 예상하고 있던 시나리오였고 정확히 맞았다.
조금 전까지 벽력탄에 막혀 쩔쩔매던 천검대였지만 그것은 약과였다.
한비광 또한 거대한 장벽으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비월천검대와 화웅천과 진풍백과 한비광.
그들의 진짜 전투가 이제 시작이다.
<월령>
저기 까마득히 높은 절벽 위 어느 동굴 입구 앞에 작은 형체 하나 있다.
이런저런 광경들을 그저 구경만 하고 있는 자는 바로 풍연.
한비광의 활약에 그저 마른 침을 꿀꺽 꿀꺽 삼키고 있는 거다.
그의 강함에 감탄하고 있다고나 할까?
그리고 생각을 이어간다.
한비광, 저 놈이 아까 떠들어댄 말들이 모두 다 사실일까?
그 말이 남겨준 여운이 너무 마음에 걸린다.
신지에서 내가 모르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지...
혹시 저 녀석 말이 맞다면 신지는 대체 뭐가 어찌 돌아가고 있단 말인가!
지금까지 자신을 신지의 후계자로 생각해왔다.
주위의 모든 이들이 다 그렇게 자신을 추대하고 인정해주었기 때문이다.
허나, 이젠 어디까지가 사실일지에 대한 확신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저 놈의 한 마디가 신경을 붙잡고 있다.
바로 화린이는 죽지 않았다는 그 말 때문이다.
분명 어르신이 화린이를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저 놈은 무슨 근거로 그토록 자신있게 화린이의 생사를 확신하는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골치가 아플 지경이다.
스 스 스
바로 그때...
아주 미세한 기운만을 노출시키며 그림자 하나 나타난다.
웬만한 고수가 아니라면 감지조차 하지 못할 그런 수준이다.
풍연은 그 기운이 누군지도 정확히 안다.
신지의 후계자니깐... ^^;
“무슨 할 말이 있는 거냐? 월령!”
그녀가 나타났다.
늘 그랬듯 그녀의 출현은 은밀하다.
그리고 이번에는 특별히 농밀함을 추가한 체 등장하는 월령.
그녀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오른손을 쭉 펴고 팔을 내밀고 있다.
손을 잡아달라는 체스춰로 보여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특별히 가미된 그녀의 농밀함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날이면 날마다 있는 장면이 아니기 때문이다.
열혈강호에서 여인의 아름다움을 본 지가 그 언제런가?
담화린이 귀면갑에 칭칭 둘러싸이는 장면에서 잠깐 보았던 정도다.
이번엔 월령이 바통을 이어 받은 건가?
아무튼 참 조신한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감격해야 한다.
(그래야 작가님들이 잊지 않고 가뭄에 콩 나듯이라도 그려주실 테니....)
음...
긴 망토를 걸치고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있으니 그동안은 빈틈이 없었다.
허나, 이번에는 팔을 쭉 펴고 올려준 덕분에 숨통이 좀 트일 것 같다.
망토 사이로 드러나는 그녀의 몸매.
뱀 가죽 무늬의, 아니 진짜 뱀 가죽으로 보이기도 하는 밴드를 착용한 그녀.
젖가슴 바로 밑에서 반대편 골반으로 감겨있다.
그렇게 엑스자 모양으로 감긴 밴드는 배꼽을 피해 내려간다.
엉덩이를 잡아주고 있는 다른 밴드는 골반을 빠른 곡선으로 감으며 떨어진다.
비록 가슴도 배꼽도 망토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알 수 있다.
월령의 몸매는 가히 신지에서 둘째라면 서럽다는 것을.
그런데 그녀는 지금 이 상황에서 갑자기 왜 나타난 것일까?
풍연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저 장면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풍연은 월령의 출현에 놀란 표정일까?
아니면 그녀의 자극적인 몸매에 경탄하고 있는 표정일까?
둘 다이겠지. 피 끓는 청춘이 그러하지 않으면 아프거나 고자거나...
<환존>
이곳은 신지하고도 더 정확히는 신지 지배자의 공간, 천원실이다.
육중한 두께의 문이 열리고 들어서는 이는 바로 환존이다.
신지 환종의 환존.
신지인들은 지배자를 지주라 호칭한다.
환존 역시 나름 예를 갖추며 호출에 응했음을 고한다.
지주가 앉아 있는 지근거리에는 모두 6명이 둥글게 에워싸고 있다.
물샐 틈 없이 중앙의 지주를 호위하고 있는 형국이다.
환존을 보자마자 지주는 묻는다.
본좌가 왜 불렀는지 알겠느냐고.....
일단 딴청을 피며 짐작되지 않는다고 응수하는 환존.
그러자 지주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름은 뜻밖에도... “백강”이다.
“그 이름을 모른다고 하지는 않겠지?”
백강의 이름이 나왔음에도 환존은 여전히 너스레를 떤다.
이름까지 불러주니 그제야 어렴풋이 그런 자가 기억난다고...
환종에 백강이란 자가 있긴 있었다고 말이다.
지주는 더욱 확신에 찬 어조로 말을 잇는다.
즉,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소동들의 배후에 놈이 있다는 걸 확인했단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말을 한다.
그 자가 바로 환종의 후계자가 될 뻔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놈이 이곳 신지에, 게다가 천원실까지 잠입했으니 의심은 커진다.
백강과 잠시 몇 합 나누며 겨뤄보기도 했던 지주가 아닌가!
감히 천원실까지 난입한 것도 모자라 한 판 뜨기까지 했으니...
지주는 어쩌면 백강의 출현 또한 환존이 관련되어 있다고 믿는 눈치다.
허나, 환존도 이판사판인 모양이다.
지주의 서슬퍼런 다그침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니 말이다.
오히려 지주와 한바탕 말싸움이라도 벌일 준비를 하고 온 듯하다.
이렇게 반문한다.
“지주도 알다시피, 그의 재능은 워낙 뛰어나지 않았소?”
환존은 그런 식으로 이 대화를 피해나가고 있다.
지주도 뻔히 아는 백강의 실력인데 그의 출입을 자기가 어찌 알았겠냐는 거다.
쥐도 새도 모르게 신지에 잠입하는 것쯤이야 그에겐 식은 죽 먹기라는 뜻이다.
그러니 괜히 넘겨짚기로 생사람 잡으려 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성 멘트다.
그러자 급작스럽게 심기가 불편해지는 지주는 뿌득~ 이를 악물어본다.
감히 지금 어느 안전이라고 환존 따위가 말대답을 따박따박 하다니 말이다.
감히 자리를 상대로 그따위 말장난을 하고 있다니 말이다.
역시 환존은 지금 뭔가 작정을 하고 이 자리에 온 듯하다.
전혀 조금도 물러설 기색이 없다.
오히려 묵직한 반문을 통해 자신의 본색을 확실히 표방하려고 한다.
“훗... 역시, 본좌도 여기 있는 6명의 존자들처럼 만들어 볼 생각으로 부른 것이오?”
환존의 그 한 마디가 바로 강력한 포인트다.
허나, 일단 회피를 시도하는 지주.
시치미를 떼본다.
마치 강제로 6명을 이곳에 붙잡아두고 있는 걸로 아는데 그렇지 않다는 거다.
이들은 순전히 자신들의 의지로 알아서 와 있다는 거다.
지금 저렇게 둥글게 둘러서서 폐관수련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거다.
신지의 모든 이들이 다들 그렇게 알고 있는 사실 아니냐는 거다.
허나, 환존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아니 그 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이들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즉, 짐작컨대 6명의 지존들은 천원실에 감금되어 있다고 말이다.
“지주는 이들 여섯 존자를 잡아놓음으로 인해 검종을 제외한 다른 종파의 영향력을 획기적으로 줄였소.”
그랬다.
그 대목이 바로 두 번째 포인트다.
서로 다른 종파요 실력이 대등한 막강한 세력의 종파가 여럿 있을 경우,
각 종파의 지존이 인질로 잡여있는 상황이라면 어떻겠는가?
어떻게 감히 동요나 구출 작전 등의 운신을 할 수가 있겠느냐는 거다.
그 점을 노리고 지금 6명을 감금한 상태로 신지를 지배하고 있다는 거다.
헌데, 왜 환종의 환존만은 예외가 되었을까?
검종의 지존이야 당연히 지금 신지를 지배하고 있는 지주를 말함이다.
그렇게 치니 신지에는 모두 8개 종파가 있다는 뜻이다.
6명은 감금 상태이나 환존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그 이유는 물론 이 두 사람은 아주 정확히 알고 있다.
지주가 6명의 지존들을 한꺼번에 인질로 삼을 수 있었던 사연을 말이다.
그것은 바로.....
환종의 섭백술!
그 사실을 들킬까봐 지금까지도 환존만큼은 천원실에 들이지 않았던 것!
왜냐하면 그것은 환종의 비급이기에 환존이 척 보면 알아차릴 것이기에 그렇다.
하여, 그동안 단 한번도 천원실에 환존을 불러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허나, 지금 지주는 이렇게 환존을 불러 들였다.
섭백술을 썼음을 환존에게 뻔히 들킬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말장난 할 생각인가? 난 정통 검종이다. 내가 무슨 섭백술을 쓴단 말인가?”
그렇게 일단 지주는 발뺌을 해보지만 어쩐지 좀 궁색하다.
그렇게까지 오리발을 내밀자 환존은 품어왔던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주 오래전부터 은밀하게 전해지고 있는 신지 스토리가 밝혀지기 시작한다.
어느 날 신지에 발을 디디게 된 무림 고수,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말이다.
“그는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폐인이었지만 무공에 대한 지식과 의지는 당시 선조들을 매혹시켰다고 하오.”
그렇게 환존은 숨겨왔던 이야기를 술술 실타래처럼 풀어낸다.
우리도 전혀 몰랐던 이야기다.
대략 요약하자면.....
- 어느 날 문득 찾아온 폐인 상태의 무림인 하나
- 왜 폐인이 되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하여튼
- 그냥 죽여버릴 수도 있었지만 선조들은 나름 착하셨기에
- 무림인이지만 배려로 신지에 머물게 해 주었고
- 그 폐인이었던 자는 무림과 완전히 다른 신지라는 세계에 매료되었지
- 바로 팔대기보를 보는 순간 그가 느꼈을 전율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
- 신지의 각 종파가 그들의 지식과 정신을 투영해 만든 병기들
- 모두 8개가 있었고 그것을 팔대기보라 불렀겠다
-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정신을 물질에 투영할 수 있다는 사실
- 물질에 정신을 투영할 수 있다면 사람에게도 그럴 수 있을까?
- 이미 폐인이 되어 무공을 더 이상 쓸 수 없게된 몸상태의 그 인간
- 새로운 삶을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의지가 되고 실현이 되었지
- 즉, 자신의 정신을 다른 사람의 몸에 투영시킬 수 있게 된 것!
- 그것이야말로 신세계
- 그런 능력을 갖게 된 그 자는 은밀하게 필요한 몸을 찾아 투영을 지속
- 무려 300년이라는 세월동안
- 신지의 8개 종파 모두의 무공을 익혀가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
참으로 엄청난 비밀이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자는 환종의 무공 또한 익혔고 그 중에 섭백술이란 게 있었다.
최종적으로 검종의 몸을 택한 그 자는 타 종파의 존자를 하나씩 불러들였다.
하나씩 하나씩 섭백술을 써서 지금과 같은 인질로 만들어 버린 것.
정통 검종의 지주가 설마 자신에게 섭백술이란 술법을 쓸 지는 몰랐기에.
방심이 부른 비극이랄까?
허나, 섭백술을 뻔히 알고있는 환종의 환존은 차마 부를 수 없었던 거다.
“훗, 옛날이야기 재미있게 들었다. 그런데... 내 정체를 알고도 이곳에 순순히 들어온 게 의외로구나.”
지주는 잔뜩 화가 났다.
마치 도둑질하다 현장에서 들킨 도둑처럼 말이다.
환존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렇게 은밀하게 전해지는 신지의 비밀이 사실이었다는 의미다.
잔뜩 살기를 내뿜기 시작하는 지주.
금방이라도 한 바탕 치고받고 할 태세다.
전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있는 환존은 차분하게 말을 이어간다.
섭백술...
그 술법으로 6명의 지존들이 아무 힘도 못쓰고 잡혀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환종의 모든 비급을 샅샅이 뒤진 끝에 마침내 찾아낸 비술 하나!
환존은 양 팔을 45도 각도로 벌리고는 손바닥을 활짝 편다.
우 웅 웅 웅
굉음이 천원실을 가득 채우며 동시에 양 손바닥에 50cm 크기의 원이 발현된다.
강렬한 기운이 동심원 형태를 만들며 회전하기 시작한다.
이윽고 두 손바닥을 자신의 정 중앙에서 강하게 충돌시키는 환존.
마치 큰 박수를 치는 모양새다.
그러자 굉장한 섬광이 그의 손바닥에서 시작되어 전방으로 발산된다.
쩌 저 저 쩡
환존이 시전한 회심의 일타!
바로 섭백술에 걸린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섭백술을 부수는 술법이다.
환존과 지주 사이의 공간은 그저 공간으로만 보일 뿐이었다.
허나, 환존의 술법이 펼쳐지자 이상한 일이 발생된다.
마치 투명한 유리가 그들 사이의 공간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듯이...
수백 수천 조각의 유리 파편들이 터져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6명의 존자들 뿐만 아니라 지주의 몸 주변에도 유리가 있었다는 듯이...
혹은 천원실 공간 자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유리같은 것들로 가득차 있다는 듯이...
그것들이 환존의 술법에 의해 지금 와장창 부서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 유리에 의해 6인의 존자들이 강력하게 구속되고 있었던 모양이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환존에 의해 그 섭백술이 부서져 버렸다.
섭백술이 완벽하게 뚫렸다.
이제 6인의 존자들은 더 이상 지주에 의해 구속되지 않아도 된다.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그것이 바로 환존이 천원실에 당당히 들어온 이유다.
비장의 승부수였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6인의 존자들은 조금 전까지 멀쩡히 잘 서있었는데 갑자기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그러더니만 하나 둘씩 힘없이 풀썩 풀썩 그 자리에 주저앉고야 만다.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상황에 당황스러운 환존.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도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는데...
섭백술이 깨지면 6인의 존자들이 깨어나 뜻을 같이 할 수 있어야 했는데...
그래야 사악하게 신지를 지배하고 있는 저 자를 어찌해 볼 수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어쩌지? 이놈들의 기운은 진즉에 다 빨아먹어 버렸는 걸....”
신지의 절대 지배로 군림하는 자의 눈빛에 사악함이 가득하다.
살기가 번득이기 시작한다.
환존의 섭백술 타파를 마치 예상이라도 하고 있었다는 듯...
그럴줄 알고 천원실로 환존을 불러들였다는 듯...
환존의 속내와 계략을 떠보고 그에따라 액션을 취하고자 했다는 듯...
그렇게 천원실에는 이제 환존과 지주, 그 두 사람만이 대치하고 있다.
그렇잖아도 백강과 지주의 대결로 성한 곳이 없는 천원실인데...
이제 이 두 사람이 격돌하기라도 한다면 천원실이 완벽히 망가지는 건 둘째치고
어쩐지 환존의 목숨이 위태롭게 생각되는 것은 왜일까?
신지의 8대 종파 고수들의 몸을 차례로 옮겨 다니며 연마한 통합 무공 및
8대 기보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자가 아닌가!
과연.....
<에필로그>
궁금증이 어느정도 시원하게 풀리셨나요?
신지의 비밀이 이로서 또 한 커풀 벗겨졌지요.
홀연히 나타난 무림인이 요상한 방법을 터득했다는 것.
영혼을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는 비술.
그래서 그 사람의 몸을 지배하며 실컷 쓰다가 버릴 수 있다는 경이로움.
지금의 몸은 한비광의 아빠 것이었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대체 누구였을까?
폐인의 몸으로 신지에 굴러들어온 무림인이라는 자는...?
정신을 타인에게 깃들게 하여 그 몸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이라니...
열혈강호의 세계관은 이렇게 또 한 걸음 진화를 합니다.
그 능력 놀랍고.... 좀 배우고 싶소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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