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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화 스토리 == 신묘각주 또는 신공의 과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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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10-03 15:21 조회6,884회 댓글0건

본문

열혈강호 580화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
 
 
 
 
<포서미궁에서의 결투>
 
 
담화린을 구하러 신지 한 복판에 잠입까진 했으나 신공이 설치해놓은 미로같은 함정에 걸려들게 된 한비광 신세다. 이리저리 탈출 방안을 찾고 있는 그에게 나타난 것들은 덩치 커다란 괴물같은 무사들이다. 무사라고 하기보다는 뭔가에 홀려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인간 병기라고나 할까? 그러나 예상대로 그것들은 한비광의 상대가 절대로 될 수 없다. 당연히 화룡도 몇 번 휘둘러 그 야수같은 애들을 가볍게 제압하는 한비광이다. 어떤 애는 목이 잘리고 어떤 애는 팔 다리가 절단되고 어떤 애는 아예 몸통 절반이 분리되는 등 그 광경은 처참하다. 한비광의 주변엔 삽시간에 사지가 잘린 시체들이 적어도 열 대여섯은 되어 보인다.
 
 
그렇게 일단 달려드는 것들을 모조리 처치한 다음 다시 이러저리 탈출 방법을 궁리하고 있는 한비광 근처의 한 벽면이 드드드 하며 개방되기 시작한다. 이번엔 괴물들이 쏟아져나오진 않고 다만 통로가 열려있다. 마치 그리로 들어가라는 듯이 말이다.
 
 
일단 들어가보기로 한다.
나름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느껴지니 꽉 막힌 길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성큼 들어서는 한비광에게 화룡도는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를 던진다. 게다가 한 수 더 떠....
 
 
.............. 더 이상의 진입 시도는 무의미하다. 이미 네 존재는 드러났다. 이곳의 고수들은 너를 상대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너도 봤지만 이곳엔 아직 고수들이 많이 남아있어. 그런 자들의 집중 공격을 받는다면 너라도 위험하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의미없는 진입 시도보다 여기서 탈출하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
 
 
화룡도의 나름 진심어린 충고와 상황 파악에 대해 그러나 한비광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잔소리로 들릴 뿐인 거다. 목적은 분명하다. 이곳에서 어떻게든 봉신구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곳에 담화린이 있으니 그녀를 구해서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만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화룡도는 한가하게 이상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니...
 
 
............... 넌 이대로 보내기엔 너무도 아까운 주인이다.................
 
 
어? 이건 또 무슨 소리?
화룡도의 전음이 갑자기 분위기가 싸하다.
떠나보낸다는 말이라니...
아까운 주인이라니...
그럼 내가 여기에서 죽기라도 한다는 건가?
 
 
한비광은 걸음을 멈추고 화룡도의 말에 집중해보기로 한다.
 
 
................ 넌 짧은 기간에 엄청난 성과를 얻었다. 더 놀라운 건 그런 성취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넌 앞으로 충분히 더 성장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네가 구하려고 하는 이는 봉신구 안에 갇혀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 만약 그자가 이미 죽었다면, 봉신구로 들어가는 건 자칫 무의미한 짓이 될 수도 있다. .................
 
 
나름 진지한 자세로 화룡의 얘기를 듣고 있던 한비광은 그쯤에서 버럭 화를 내며 화룡의 말을 끊어버린다. 잔소리를 지나쳐 이젠 재수없는 소릴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걱정되면 제대로 된 길이나 알려줄 것이지 말이야... 하는 생각으로 한 걸음 더 내딛는 한비광...
 
 
바로 그때...
지금 그가 내딛어 밟은 바닥이 덜컹~ 하며 5cm 정도 내려앉는다. 이것은 어떤 장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한비광은 동시에 몸을 날린다. 역시 예상대로 양 옆의 벽에서 검들이 마구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웬만한 고수가 아니라면, 아니 웬만한 무사들이라면 벽에서 쏘아지듯 튀어나온 검에 의해 마치 꼬치구이처럼 몸통에 잔뜩 칼들이 박혔을 것이다.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비광은 역시 한비광. 아직 죽을 때가 아니기 때문에 훌쩍훌쩍 몸을 재빨리 이리저리 뛰고 숙이고 비틀고 도약하며 그 모든 칼날들을 피해낸다. 그러면서 한 30여미터는 족히 전진했다. 그러고나니 더 이상 칼이 튀어나오진 않는다. 안전지대로 나온 모양이다.
 
 
 
“우와... 방심했다가 하마터면 순식간에 당할뻔했네. 뭔 함정이 이렇게 많...”
 
 
 
덜컥
 
 
하나의 함정을 피해내니 곧바로 다른 함정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도 바닥면이 살짝 꺼지더니 다음 함정이 작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함정의 시작은 일단 한비광이 서 있던 바닥면이 통째로 열리며 아래로 지하로 추락하기 시작한다. 미처 도약이나 몸을 틀어 회피할 겨를이 이번엔 없었다. 속절없이 컴컴한 지하로 추락하는 한비광. 그래도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등이 바닥을 향하며 팔 다리를 큰 대자로 벌린채 추락하던 한비광은 일단 몸을 비틀어 자세를 잡는다. 그러자 바닥이 나타난다. 그 바닥에 오른발에 순간적으로 모은 기를 뿜어내며 박차고 도약한다. 그렇게 마치 징검다리를 건너듯, 벽면을 팡 팡 팡 밟으며 조금전 추락했던 지점으로 뛰어오르기 시작한다. 얼추 도달했다. 이제 다시 아까 그 지점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드 드 드 드
 
그 문이... 활짝 열렸던 바닥면이 다시 닫히고 있지 않은가.
한 발 늦었다.
이미 문은 눈앞에서 완전히 닫히고 말았다.
그러나 한비광은 여전히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문이 닫혔다면 깨부수면 되지... 뭐 그런 심정인 거다.
내친김에 방금 닫힌 바닥면을 향해 힘차게 왼손 정권 격파를 시도한다. 이 정도면 이까짓 돌로 된 것 쯤이야 산산조각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떠 엉
 
 
그러나... 깨지라는 바닥면은 멀쩡하고 오히려 엄청나게 큰 굉음이 나며 한비광은 다시 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한다. 정권 격파에 따른 반탄력으로 충격을 입은체 말이다. 그래도 정신을 잃을 정도는 아니다. 얼른 다시 몸을 비틀어 자세와 균형을 잡으려 공중제비를 돈다. 그렇게 족히 10여미터는 더 떨어지다가 이윽고 바닥에 도달한다. 두 발로 우뚝 착지하는 데 성공.
 
 
 
“아... 씨... 쓸데없는 짓 했다가 아파 죽겠네!! 어쩐지 무리일 거라고 생각은 했어... 젠장... 높기도 엄청 높네.”
 
 
 
까마득해 보이는 천정을 올려다보며 저걸 부수고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한비광이다. 아까 한 방 때려보니 전혀 끄떡도 안하던데... 음... 튼튼하게 만들었네....
 
 
 
<신공의 등장>
 
 
 
“크크크... 이거, 이거... 보고를 듣고도 믿어지지 않았는데... 정말 네놈이 다시 왔을 줄이야...”
 
 
 
한비광이 방금 떨어졌던 천정을 올려다보며 고민하던 차에 오른편의 통로에서 신공이 뒷짐을 지고 천전히 걸어가기 시작한다. 한비광도 그를 알아본다.
 
 
 
“그렇다. 네놈이 부쉈던 기혼진을 만든 신지의 신묘각주다.”
 
 
“아아.. 그렇구나. 어쩐지 아까부터 느낌이 익숙하더라니...”
 
 
한비광의 그 말에 갑자기 빈정이 팍 상하는 신묘각주다. 방금 저놈이 익숙하다는 말을 내뱉어서 그렇다. 저놈이 나의 기혼진을 박살낸 놈인데... 그 기혼진과 익숙하다는 말이렷다. 그럼 이것도 부술 수 있다는건지 어쩐지 기분이 불쾌해지는 신묘각주다. 뭔가 대결을 시작하려는 그에게 갑자기 한비광은 공손히 두 손을 앞으로 포개 모아 예를 갖춘다.
 
 
 
“혹시, 귀하는 천하오절 중 한 분이신 ‘신공’ 어르신 아니신지요?”
 
 
 
갑작스런 인사에 크게 당황하는 신묘각주. 뭔가 생각이 짚히는 것이 있다는 듯한 표정이다. 그래, 내가 신공이라면... 그렇다면? 뭐 어쩔건데 라는 신묘각주의 대꾸에 한비광은 반색을 하며 말을 잇는다.
 
 
 
“역시 그랬군요. 지난번엔 미처 몰라뵈어 인사를 못 드렸습니다.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저는 천마신군의 여섯 번째 제자 한비광입니다!”
 
 
 
그 말에 화들짝 놀라는 신공이다. 한비광은 말을 계속한다.
 
 
 
“또한 천마신군의 신물이자, 신지 도종의 신물인 화룡도의 소유주이기도 합니다.”
 
 
 
그 말까지 듣고서야 몸에 전율이 돋는 신공이다. 식은땀을 두어 방울 얼굴에 생기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심정이다. 신공은 재빠르게 상황 파악을 하느라 마음이 어수선하다. 지나간 일들을 짜맞춰보는거다.
 
 
 
............... 그... 그렇구나! 그때 이놈의 그 기운... 그건 지옥화룡의 기운이었구나. 무림을 떠나온 지 오래라 하지만, 그 유명한 지옥화룡을 떠올리지 못했다니... 아니, 어쩌면 못 떠올리는게 당연해. 화룡도는 천마신군의 물건... 그 엄청난 걸 저런 새파란 어린놈이 가지고 있을 거라고 어떻게 생각할 수 있단 말인가? .................
 
 
 
갑자기 아무말도 없이 안색이 심각해지는 신공을 쳐다보며 한비광은 넉스레를 떤다.
 
 
 
“아.. 혹시 제가 사파라고 저어하시는 건 아니시겠죠? 말씀이 없으시니 긴장이 돼서....”
 
 
“천마신군이 화룡도를 물려줄 정도면 무림에서 엄청난 위치에 있었을 텐데... 그런 자가 지금 이곳에서 뭘 하는 거지?”
 
 
“예! 저는 이곳에 억류되어 있는 검황의 손녀인 담화린 낭자를 구하러 왔습니다!!”
 
 
“검황의 손녀?”
 
 
“그렇습니다. 지금 신지 내부에 감금되어 있습니다. 제가 아리에 어르신은 검황 어르신과도 친분이 돈독하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부디 그 분의 손녀를 구하는데 도움을....”
 
 
 
한비광의 그 말까지 듣고 있던 신공은 갑자기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지더니 버럭 소리를 지른다. 대체 어떤 놈이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냐고 말이다.
 
 
한비광으로서는 천하오절 중 한 분으로 신공 어르신이 포함되어 있으니 그들 다섯 분은 다들 친분이 각별한 줄 알고 있을 수밖에... 당연한 합리적인 추측이다. 그러나 신공은 그건 아닌 모양이다.
 
 
 
“크크크... 신공? 천하오절? 넌, 내가 그 별호를 끔찍이도 싫어한다는 사실을 아느냐? 크크큭... 그래. 하긴, 무림 놈들 중에 그 사실을 아는 놈은 거의 없겠지.... 네놈에게 들려주마. 내가 어떻게 그 별호를 얻었고 또 왜 그리 싫어하는지...”
 
 
 
신공의 과거 이야기가 한 보따리 쏟아져나올 참이다. 노인네의 옛날 이야기를 그러나 듣고 있을 여유가 없는 한비광이다. 완곡히 사양을 해보기는 했으나 오히려 신공은...
 
 
 
“입 닥치고 들어! 영광인 줄이나 알아라. 천하오절의 탄생비화를 이 어르신에게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을...”
 
 
 
하도 버럭 소리를 지르니 한비광도 일단 꼬리를 내린다.
얼른 다시 두 손을 앞에 모아 공손한 자세를 취하며 ....
 
 
“아, 예! 그럼 경청하겠습니다..... (속으로는 에잇 잘못 걸렸네...)”
 
 
 
신공은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 보따리를 푼다.
 
 
어릴때부터 무림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음
그래서 일찌감치 군소문파에 가입해 무림생활을 시작
하지만 천한 출신에 체격도 빈약해서 쉽게 무공 배울 기회를 못가짐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 열심히 여기저기 찾아다님
내게 맞는 무공을 찾았고 암기와 기계를 공부하기 시작함
한참의 세월이 지나자 실력이 일취월장, 나름 고수의 실력을 갖춤
하지만 그럼에도 무림에서 인정받지는 못함
그들이 인정하는 건 좋은 가문이나 문파 출신의 선택받은 놈들뿐
실력이 뛰어나도 천한 출신인지라 오히려 손가락질을 받음
그러던 어느날 무림에 커다란 재앙과 같은 존재가 등장함
 
 
 
그렇게까지 이야기를 풀어내려가자 한비광은 그 대목에서 퍼뜩 생각나는 인물이 있다. 방금 신공이 말한... 무림에 큰 재앙과 같은 존재라는 바로 그 사람말이다. 역시 그 자는 한비광이 추측했던 바로 그 자다.
 
 
 
“크크... 그렇다. 당시 사람들이 ‘검마’라고 부르던....
 
지금 이곳의 주인이신 바로 그 분이 무림에 나타나셨던 것이다.”
 
 
581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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