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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7화 스토리 == 신지 내부로 잠입하고 있는 한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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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8-08 20:06 조회7,094회 댓글0건

본문

열혈강호 577화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
 
 
 
 
 
<신묘각주>
 
 
신지 내부에서 울려퍼지는 망치질 소리.
금속과 금속이 격렬하게 부딪히고 있다.
뭔가 거대한 장치의 일부분이 보이고 주변에 건장한 사내들이 열심히 뭔가를 고치고 있다. 어느 한 부분만 조금 보일 뿐인데도 커다란 기둥이며 도르래며 레일이며 로프 등등 이런 부품들이 연결되어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된다는 상상을 해본다면, 그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라는 것이 쉽게 짐작이 간다.
 
 
노동이 고된지 한 사내가 불만을 토로한다.
다들 무림정벌한다고 어르신 뒤를 따라 출정했는데 지금 여기서 우리만 막노동을 하고 있으니 이건 정말 너무하다는 불만이다.
 
그랬다.
지금 이들이 수리하고 있는 장치는 바로 “기혼진”이다.
기억난다.
한비광이 지옥화룡을 불러내어 아주 개박살을 냈던 바로 그 기혼진이다. 그것을 지금 열심히 수리하고 있는 중인 거다.
 

그들의 불만 토로는 더 이어진다.
이 작업을 지시한 곳은 다름아닌 ‘천신각’이라는 게 더 열받는거란다. 천신각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서다. 게다가 신지 토박이 놈들도 배신하고 신지를 떠나는 마당인데 무림에서 온 우리 각주님을 더더욱 못미더워서 이런 따돌림을 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이 사내는 진심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
자신이 모시고 있는 각주님을 감히 다른 각주가... 천신각주가 무시하는 꼴이 정말 열받는다는 거다. 다들 무림정벌을 간다며 공을 세울 생각으로 신이나서 출동했는데 우리만 여기서 기계나 고치고 있다는 것이 너무 화가 난다는 거다. 억울하다는 거다.
 
 
그들이 모시는 각주는 다름아닌 신묘각주다. 무림에서는 그를 천하오절 중의 하나인 신공이라 칭했다. 그런 그가 무림을 떠나 신지로 오게 된 사연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무림을 배신하고 신지를 위해 온힘을 쏟고 있는 그는 대체 어떤 곡절이 있을까. 뭔가 대단한...
 
 
저만치서 부하들의 불만을 그저 담담히 듣고 있는 신묘각주 신공. 그 또한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다. 천신각주 사음민에 대한 일종의 증오랄까. 감히 나를 따돌리다니... 두고보자! 이놈! 나를 이렇게 무시한 대가는 꼭 치르게 해주겠노라고 다짐을 하고있는 참이다.
 
 
 
“감지 구동부는 이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 다른 부위는 파손 상태가 저래서야... 아무래도 단기간 내에 수리를 마치긴 힘들 거 같습니다.”
 
 
부하 하나가 기혼진 상태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한비광과 지옥화룡이 기혼진을 어지간히 망가뜨려 놨나 보다. 그런 부하의 진단을 그저 인정하며 그때의 장면들을 회상하는 신공이다.
 
 
.......... 그런데 그놈 정체가 대체 뭐였을까? 진기대결을 하고 나서는 분명 어르신과 관련된 놈인줄 알았는데...........
 
 
아직 신공은 한비광의 정체를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다만 신지 어르신과 기의 흐름과 느낌이 굉장히 많이 유사하다는 점은 파악했다.
 
 
 
따라라락         덜컥           덜 컥                 덜컥
 
 
 
그때 갑자기 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기계장치가 뭔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소리랄까? 지금 기혼진 위에서 작업중인 사람은 없다. 그런데 지금 기혼진이 진동하며 이상한 소리가 난다는 것은...
 
 
신공은 주의를 바짝 기울여 상황을 파악해본다. 그의 오감을 총동원한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침입자가 있다.
 
 
“작동된 감지기관의 방향이 일정해. 이건 누군가 기혼진 위를 가로질러 신지 내부로 들어온 거야. 경비에게 연락해.”
 
 
그런 신공의 진단에 수하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 작동된 이 감지기관 사이의 거리는 33미터는 족히 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 감지기관은 모두 거의 동시에 작동하지 않았습니까? 각주님 말씀대로라면 누군가 한걸음에 10장 이상씩 단숨에 뛰어 신지 내부로 잠입했다는 뜻인데. 그보다는 기관이 오작동했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인...”
 
 
그렇게 따박따박 말대꾸를 늘어놓으며 자신의 말과 명령을 들어처먹지 않는 부하놈을 신공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이건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하다. 신공은 느닷없이 쫑알대는 부하의 목을 강하게 움켜쥔다. 목이 졸리며 컥 컥 고통스러워 하는 부하에게 한마디 날린다.
 
 
“이봐, 임부장... 자네, 나하고 그렇게 일을 오래하고도 아직 몰랐나? 내가 만든 기관에 오류가 있던 적이 있었던가?”
 
 
마치 이대로 목을 틀어 죽여버리려는 듯 부하를 노려보는 신공의 눈에 살기가 어린다. 그제야 부하는 실수를 인정하며 죄송함을 표한다. 막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 저만치 부하를 내동댕이치는 신공이다.
 
 
“기혼진은 오작동하지 않아! 이건 분명 누군가 신지로 침입한 거다!! 당장 확인해 봐!!”
 
 
추상같은 명을 내린다.
그제야 부하는 황급히 상황 파악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비광의 잠입>
 
 
조금전 부하가 속단했던 바로 그 짓을 지금 한비광이 하고 있다. 즉, 한 걸음에 10장씩... 그러니까 약 33미터씩 도약하며 빠르게 빠르게 신지 내부로 순식간에 잠입한 것이다. 역시 한비광의 경공은 알아줄만 하다. 아버지가 잘 가르쳤네 잘 가르쳤어...
 
 
그렇게 한참을 내달리던 한비광은 이윽고 어느 복도에서 경공을 멈추고 잠시 숨을 돌린다. 경공 대신 주위를 더 살피며 뭔가를 찾고 있다. 바로 화린이가 잡혀 있는 그곳 말이다.
 
 
........... 인기척? ............
 
 
퍼뜩 뭔가를 감지한 그는 재빨리 몸을 통로 아래로 숨긴다. 마침 통로와 밑바닥 사이에 대들보 놓인 자리처럼 빈 공간이 조금 있었다. 소리없이 귀를 기울이는 한비광에게 들려오는 신지 무사들의 대화는...
 
 
“나 원, 침입자라니 신묘각 놈들은 이런 시기에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지... 우리처럼 여기 갇혀있을 생각을 하니 머리가 살짝 돌아버린 모양인가 보지, 뭐...”
 
 
신지 내부를 순찰하며 침입자를 찾고 있는 이들은 신묘각 사람들이 아니다. 경비는 별도의 부대가 있는 모양이다. 괜한 소란을 떠는 신묘각이 이들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대충 조금만 더 살펴보고 돌아가자고 두 사람은 대화를 이어가며 순찰 중이다.
 
 
“어이! 너희가 이곳을 순찰하러 왔나?”
 
 
그때 반대편에서 걸어오며 말을 거는 인물이 있으니 그를 순찰병들은 금장로님이라 부른다. 깍듯이 예를 갖추며 대답한다. 그들은 금장로가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이 또한 평범한 경우는 아닌 모양이다. 그러자 금장로 또한 침입자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곳은 외부와 연결되어 있으니 확인차 나왔노라고 답한다.
 
 
그러자 순찰병들은 오히려 금장로의 그런 말이 의아해한다. 그도 그러럴것이, 그들이 생각하기에 이곳은 정말 까막득히 높은 위치에 있을뿐더러 이 주변엔 금강혈주의 은사가 쳐있으니 누구라도 침입하긴 사실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거다.
 
 
“훗... 그 은사진이 지난번 사태에 붕괴된 사실을 잊고 있었나 보구나. 물론 지금 침입자가 있을 리는...”
 
 
그렇게 말을 이어가던 금장로는 갑자기 말을 뚝 멈춘다. 뭔가의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기라도 했다는 듯이 말이다. 순간 정적이 흐른다. 바로 바닥 아래에 몸을 숨기고 있는 한비광은 만일에 사태에 대비해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중이다.
 
지금 금장로와 한비광의 거리는 대략 10여미터다. 가던 걸음 멈추고 뒤를 스윽 돌아보는 금장로. 그의 시선은 어쩐지 한비광 쪽에 닿아있는 것만 같다. 이젠 아예 몸을 돌려 그 방향을 주시하기 시작하는 금장로다.
 
 
그는 조용히 검을 뽑아든다. 동시에 왼손의 엄지와 검지를 벌리더니 앞으로 쭉 뻗는다. 그의 손에 모인 기운은 어느새 활의 형태를 만든다. 검을 쥔 오른손으로 검이 화살이라도 되는양 뒤로 제친다. 그러자 순식간에 기로 만들어진 활에 검이 화살이 되어 장전된 모습이 된다.
 
 
고 오 오 오
 

 
그런 심상치 않은 기의 움직임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있는 한비광의 눈이 번득인다. 이건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있는 거다.
 
 
슈 파 파 팡
 
투 콰 콰 콰 콰 콰


 
 
그것은 강력한 기로 만들어진 화살이었다. 마치 매유진이 사용하는 무형시 기술과 거의 흡사하다. 금장로의 손을 떠난 그 화살들은 조금전 순찰병들이 걸어온 통로를 가격한다. 돌로 만들어진 바닥은 순식간에 마구 부서지고 있다.
 
매우 높은 허공에 절벽에 지지대를 박아넣어 건설된, 마치 허공에 떠있는 것 같은 통로는 부서져 그 파편들이 아래로 추락하고 있다. 금장로가 겨냥한 지점은 바로 한비광이 숨어있던 그곳이다. 금장로는 정확히 그 지점을 파악했다. 누군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그 주변을 초토화시킨 것이다. 덕분에 길이 없어져버렸다. 그 길이는 족히 10미터는 되었다. 웬만한 고수급이 아니면 뛰어넘을 수 없을 정도의 길이다.
 
갑작스런 금장로의 행동에 말을 잇지 못하는 순찰병들이다. 멀쩡한 통로를 부숴버렸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제 저쪽은 길이 없어졌으니 그만 돌아가잔다. 그를 따라 순찰을 마치고 돌아가는 그들이다.
 
그러면서도 금장로는 힐끗 뒤를 쳐다본다.
 
 
..........분명히 기척같은 게 느껴졌었는데... 침입자가 있다는 정보에 내가 너무 과민해진 건가?.............
 
 
 
그렇게 멀어져가는 금장로와 순찰병 둘.
 
그들의 뒷모습을 진지한 표정으로 응시하고 있는 한비광.
다행히도 금장로의 화살이 강타한 지점의 경계에 있었던 모양이다. 몇 미터만 더 화살이 날아들었다면 어쩌면 아래로 추락할 뻔도 했겠다는 정도다. 가까스로 몸을 드러내지 않으며 기습공격을 회피할 수 있었다. 눈치도 빠른 놈 같으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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