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강 541화 === 자하마신과 한비광의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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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8-02-17 16:03 조회8,996회 댓글0건본문
열혈강호 541화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2018.2.17. 무술년 설날 그 다음날의 화창함
<프롤로그>
드디어 무술년이 밝았습니다.
그리고 그 두 번째 날, 마침 토요일이니 스토리 편집에 딱이구요.
새해에는 그저 바라는 일들이 서너 가지쯤 잘 이루어질 바랍니다.
건강도 남에게 민폐 끼치지 않을 만큼의 활력이 넘치셔야 하겠지요.
아무쪼록 무술년 한 해도 열심히 살아봅시다.
까짓것, 별 거 있을라구요.
<네 놈의 상대는 나 한비광이다>
누구?
한비광의 호기로운 한 말씀이다.
그가 말하는 네 놈이란?
바로 신지의 지배자이며 현존 거의 최강으로 짐작되는 자하마신이다.
드디어 그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매유진의 궁종인들에게 살짝 분위기만 보여준 후 얼른 지나가려던 참이었다.
그의 목표물은 검황이기 때문이다.
헌데, 스텔스 기능을 켜고 빠르게 통과하려던 계획이 일단 수포로 돌아갔다.
한비광의 눈치가 보통이 아니었고 냅다 지르는 화룡도 공격에 산통이 깨졌다.
물론 그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장난 같은 화룡도 후려치기였지만 말이다.
어쨌든 모습을 드러낸 그를 보며 주변의 모든 무사들은 일순간 얼음처럼 굳는다.
왜냐하면.... 저 분은.... 신지의 주군이며 지배자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누구보다도 마음의 평정심을 잃고 있는 자는 바로 풍연일 게다.
자칭 타칭 신지의 후계자라 불리고 있는 풍연이 아닌가!
헌데 이렇게 근접할 때까지도 전혀 눈치 채지 못했으니 이건 좀....
그것이 바로 무공의 초격차, 범접할 수 없는 수준 차이가 아니더냐!
풍연은 마른 침을 꼴깍 삼킨다.
저런 자를... 저렇게 위험한 사람을... 적으로 돌리다니... 심장이 쪼그라드는 듯도 하다.
별로 예상치도 않았던 훼방꾼을 만나게 된 자하마신은 살짝 흥미가 생긴다.
본인의 움직임을 간파했을 뿐만 아니라 당돌하게도 막아섰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안면을 튼 녀석이기도 하다.
바로 자기가 몸을 빌려 쓰고 있는 인물의 아들이니 말이다.
그렇긴 해도 심기는 몹시 언짢다.
그냥 조용히 지나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귀찮게 일을 만드니 그럴 만도 하다.
그래도 뭐, 대세에 지장은 전혀 없으니 크게 염두에 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려는데...
하... 저 어린 놈의 깐족거림이란...
무림 최고수급의 남의 속 뒤집기 신공을 보유한 절대강자 한비광이 어디 가겠는가!
“왜? 몰래 숨어 가려다가 들켜서 부끄러워?”
바로 저딴 식의 비아냥거림을 듣고 기분이 온전할 사람이 어디 있을소냐!
게다가 새파랗게 어린 놈이 반말로 지껄이다니 그놈 참 버르장머리하고는...
“크크크... 그래. 난 네 놈의 그 무모함이 참 마음에 든다.”
자하마신은 부처도 예수도 아니기에 꼭지가 돌기 시작한다.
그 싸구려 버르장머리를 좀 고쳐줘야겠다고 마음 먹은 모양이다.
눈에 살짝 힘을 주시더니만 화룡도를 막아내고 있는 오른손 대신 왼손을 쓴다.
갑자기 휘 리 릭~ 하며 그의 왼손 주변의 공기가 급하게 압축된다.
순간적인 진공 상태를 만들려 함인가?
“하지만, 지금은 네 놈에게 볼 일이 없다!”
파 아 앗
강렬한 백색 기운이 더 이상의 압축은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이젠 폭발이다.
뜻밖의 반격에 한비광도 당황스런 기색이 역력하다.
그 역시 왼손을 꾸욱 쥐어 주먹을 만들어 응전에 나서기 시작한다.
살짝 타이밍이 늦은 감도 없지 않아 있지만 시간 관계상 별다른 선택지는 없다.
쩌 어 엉 쩡~
그렇게 자하마신의 왼 손바닥과 한비광의 왼 주먹이 강렬하게 충돌하고야 만다.
주먹 대 주먹!
그 충돌에 의해 그들 주변의 공기는 일순간 엄청난 팽창을 일으킨다.
그것은 곧 강력한 파장을 만들어 주변으로 삽시간에 발산되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자하마신은 그 자리에 우뚝 서있는데 한비광의 몸은 밀려난다.
귀청이 얼얼할 정도의 파열음을 내며 한비광이 뒤로 뒤로 튕겨나고 있다.
3미터... 5미터...7미터... 자꾸만 뒤로 밀려나며 그 충격을 받아내는 한비광.
그는 필사적으로 두 발을 땅에 박아 넣으며 밀리지 않으려 시도하고 시도한다.
허나, 결국 십여미터나 뒤로 밀려나서야 겨우 멈춰설 수 있게 된다.
얼마나 큰 기의 충돌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단 한비광과 자하마신의 기 싸움은 한비광의 1패다.
이를 악물어보는 한비광.
예상보다 훨씬 더 강력한 내공을 소유한 자의 위력을 몸소 체험한 기분이랄까?
표정이 점점 심각해진다.
한참 더 힘을 써야만 하는 상대임을 각성하며 재차 반격을 해보려는 한비광.
그러나 그럴 틈을 도무지 주지 않으려는 듯, 자하마신의 움직임이 더 빠르게 전개된다.
그의 시야에 화악~ 들어차는 심상치 않은 광경이 펼쳐지고 있으니 말이다.
즉, 아까보다 훨씬 더 강력한 기운이 쓰나미처럼 자신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한 것!
콰 아 아
쿠 아 앙
대폭발이다.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력한 폭발이다.
그 밝은 기운의 섬광과 폭발음에 그저 전율할 뿐이다. 아니 그럴 틈도 없다.
주변에 있던 천검대 무사들에게 일순간 쏟아지는 강력한 기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그래서 피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위력이다.
그 경로에 있는 땅과 절벽은 깨지고 갈라지며 파편이 된다.
커다란 바위 조각들이 사방으로 흩날린다.
잠시후 자욱한 흙먼지가 서서히 걷히면서 드러나는 광경이 새삼스럽다.
미처 피하지 못하고 대비하지 못한 무사들의 시체가 사방에 즐비하다.
땅바닥은 움푹 패여 그 파괴력이 어떠했는지를 가늠하게 해준다.
“호오... 이제보니 네 놈.,, 혈뢰 아니냐? 그냥 지나치려다 보니 신경을 안 썼는데... 그러고 보니, 여기 있는 건 혈뢰 네 녀석 뿐만이 아니구나.”
걷혀가는 흙먼지 속에서 우뚝 선 자하마신의 눈에 들어온 모습들이다.
그의 눈에 혈뢰가 보이고 풍연과 철혈귀검이 보인다.
저것들은 모두 신지에서도 알아주는 실력과 인지도를 가진 놈들이 아닌가!
보고 받기를...
신지에서 도망쳐 무림의 편에 섰다는 바로 그 놈들이기도 하다.
어디 멀리 줄행랑친 줄 알았더니만 아직도 신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니...
게다가 이렇게 다들 한 자리에 모여 있다니 나름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그다.
그의 육중한 목소리에 모든 신지 무사들은 일순간 얼음처럼 표정이 굳어버린다.
아니, 공포에 휩싸여 어쩔줄을 몰라하며 그저 겨우 서있을 뿐이다.
신지인이라면 세 살 박이 아이도 다 알고 있는 신지의 절대 군주가 아닌가!
그런 불가촉 주군을 적으로 돌린 입장에서의 이런 대면은 정말 공포스럽다.
“아아... 이제 보니 신지를 나온 게 후회되어 다시 돌아오려 했던 것이냐? ”
슬쩍 미소를 지으며 그는 신지 무사들을 향해 한 마디 던져본다.
신지를 일단 배신했으나 생각이 바뀌어 여기 모여 돌아갈 궁리를 하고 있느냐는 거다.
최후의 기회를 주겠노라는 통첩과도 같은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분위기로 이렇게 못을 박는다.
“그렇다면 지금 말해라. 특별히 이번 한번은 실수를 눈감아줄 아량이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최후통첩을 신지 무사들에게 하달하는 신지의 지배자다.
그런 말까지 듣게되자 무사들은 더욱 더 공포감에 휩싸이며 전율하기 시작한다.
곧바로 죽을 것이냐 아니면 조금이라도 더 살아볼 것이냐를 묻는 질문이 아닌가!
철혈귀검 임철곤은 아까부터 식은땀을 어찌할 수 없는 상태다.
신지가 자랑하는 천검대의 대장으로서 주군의 가공할 무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다.
단 한 명의 적을 이렇게 거의 완벽하게 포위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무사들이 하나같이 압도당하고 있다.
그것도 본능적인 공포에 휩싸여 꼼짝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절대적인 상황 말이다.
철혈귀검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저 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여기 있는 모든 생명체는 몰살당할 수 있음을...
그것도 변변히 손 한번 못 써보고 추풍낙엽처럼 학살당하는 상황을 말이다.
자하마신은 혈뢰를 향해 돌직구를 날린다.
그동안 신지에서 특별히 많은 배려를 해주었으니 더욱 큰 배신감을 느낀 터다.
검종도 아닌 도종 녀석을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배신을 하고 자기에게 칼을 겨누고 있다니....
본보기를 보여줄 셈이다.
조무래기들이야 어차피 아무런 의미도 없다.
혈뢰 정도가 마음을 고쳐먹고 신지로의 복귀를 결심한다면 그걸로 된다.
혈뢰를 향해 단도직입적으로 배신에 대한 번복을 묻고 있는 자하마신이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따라서 상황은 180도 급변하게 될 것이다.
혈뢰는 대놓고 묻고 있는 주군의... 아니 주군이었던 자를 쳐다본다.
어느새 굵은 식은땀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다.
얼마나 무섭고 공포스러우랴!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선 풍전등화와도 같은 상황이 아닌가 말이다.
모두 그의 입을 쳐다보고 있다.
철혈귀검도 풍연도 혈뢰의 입에서 어떤 말이 튀어나올지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임철곤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다.
만일 혈뢰가 배신을 철회하고 신지로의 복귀를 말한다면...
설마... 그럴 리는 없을 거라 생각은 하지만 솔직히 자신감이 생기지 않는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젠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기 시작하는 철혈귀검.
죽을 줄 뻔히 알면서 저항할 것인가 아니면 배신을 철회할 것인가!
혈뢰는 이윽고 결심을 굳힌 듯 그 큰 칼을 땅에 힘차게 박아 세운다.
그러더니 두 손을 앞에 모으며 한껏 예를 갖추며 우렁차게 입을 연다.
“도종의 혈뢰! 어르신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허리 숙여 최대한의 예를 갖춘 혈뢰의 입에서 나온 저 한 마디.
철혈귀검도 풍연도 그리고 주변의 천검대 무사들도 소스라치게 놀란다.
무엇을 의미하는 혈뢰의 말인가?
어르신의 배려에 감사드린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신지를 잠시 배신한 것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 다시 복귀한다는 의미인가?
혈뢰 옆에 있던 임철곤은 아까부터 염려하고 있는 상황이라 생각한다.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였다.
혈뢰의 원대복귀는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곧 물거품임을 뜻하기 때문이다.
다급히 임철곤은 혈뢰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외친다.
“뭐냐! 혈뢰! 너, 설마...?”
바로 그때다.
파 앗
강렬한 백색 섬광이 철혈귀검의 이마를 향해 날아들었고...
간발의 차이로 그 느낌을 간파한 풍연이 그의 뒷목을 찍어눌렀기에...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게 된 철혈귀검이다.
아마 옆에 있던 풍연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임철곤의 머리통은 산산히 부서졌을 게다.
그의 시선은 90도 옆의 혈뢰를 향하고 있었기에 속수무책이었을 게다.
아까부터 주군을 응시하고 있던 풍연의 예감이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이다.
자하마신이 발사한 강력한 기운은 덕분에 철혈귀검 뒤의 돌벽을 강타.
굉음과 함께 바윗조각들이 파편이 되어 사방에 흩어지는 상황이다.
“잊었나? 본좌는 말 끊는 것을 싫어한다.”
거참... 이 분 성격도 거시기 하시네.
그러나 사실상 말 끊는 행위는 웬만하면 지탄받아 마땅하다.
나 또한 간혹 그런 상황에서 은근히 열 받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노래방에서 열창 중인데 중간에 슬쩍 끼어들어 노래를 망치는 경우와 같은 거다.
아무튼 아직 철혈귀검이 죽을 때는 아닌 모양이다.
식은땀을 이젠 줄줄 흘리기 시작하는 철혈귀검이다.
그도 나름 고수급인데도 전혀 아무런 기척도 느끼지 못했기에 그렇다.
그것이 바로 클래스의 차이다.
풍연은 정신 바짝 차리라며...임철곤에게 나름의 충고를 건넨다.
지금 마주하고 있는 자는 보통의 그저 그런 강한 상대가 아니라고...
지금 우리는 상상도 못할 강한 자를 적으로 만나고 있는 중이라고 말이다.
“계속해라. 혈뢰.”
자하마신은 혈뢰에게 말을 이어가라 재촉한다.
그런 혈뢰를 바라보는 임철곤은 여전히 불안하고 염려스럽기만 하다.
만일 혈뢰가 여기서 이대로 투항이라도 한다면 모든게 물거품이다.
모든 신지 무사들 또한 혈뢰를 따라 투항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그가 왜 어르신의 성격을 몰랐을까?
중간에 말 끊는 것을 무지하게 싫어하는 그 권력자다운 성격을 말이다.
허나, 그렇게라도 혈뢰의 생각을 끊고 바꿔보고 싶은 간절함이 더 컸던 거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고 싶은 것이 임철곤의 생각이다.
혈뢰는 갖춘 예의를 풀지 않은 체 말을 이어간다.
즉, 혈뢰는 도종 출신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배려를 입었다.
결국 검종이 신지의 모든 종파를 제압하고 일통한 신지가 아니던가!
그런 신지에서 도종 출신이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건 모두 배려 덕분이다.
거의 다 검종의 차지였던 주요 보직에도 혈뢰는 임명되지 않았던가!
왜 도종 출신을 그렇게까지 배려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사실이 그렇다는 거다.
그렇게 순순히 인정하는 혈뢰를 보며 나름 마음이 좀 풀어지는 모양이다.
자하마신의 표정이 살짝 누그러뜨려지며 혈뢰의 다음 말을 기대하는 눈치다.
감히 신지를 배신한 것은 너무 괘씸하나 잘못을 뉘우친다면 용서할 수 있다는 투다.
다시 신지에 충성을 맹세한다는 혈뢰의 말을 기다리는 자하마신이다.
그러나...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다만...”
“다만...?”
혈뢰의 뭔가 여지를 남기는 말머리에 자하마신의 표정은 다시 싸늘해진다.
지금부터가 진정으로 혈뢰가 하고 싶은 말이었으니...
혈뢰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간다.
아주 예전부터 신지에서 어르신을 위해 일했을 때나 지금이나...
자신의 주군은 언제나 단 한분뿐이었음을 분명히 밝히는 혈뢰다.
그 폭탄 발언에 임철곤도 풍연도 그리고 자하마신도 일순간 표정이 굳는다.
“그럼, 그간의 감사 인사는 이쯤 하죠. 지금, 어르신은 제 주군의 적! 그 이상의 의미는 없으니 말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혈뢰는 아까 땅에 꽂아 세워두었던 그 커다란 도를 뽑아 든다.
결사응전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요 목숨을 내놓겠다는 결연의 자세다.
그런 당돌함을 그저 묵묵히 쳐다만 보고 있는 자하마신!
한동안 말을 잃는다.
파리처럼 의미 없을 목숨이라도 부지하겠다고 빌면 용서하였을 터인데...
오히려 어서 죽여 달라며 자신을 향해 칼을 들이대는 꼴이라니...!
“참으로 무모하구나.”
심기가 몹시 불편해진 모양이다.
뒷짐을 진 체 자하마신은 주변의 바윗덩이들을 수직 상승시키기 시작한다.
염력이다.
초고수급만 겨우 해낼 수 있다는 사물 들어올리기 무공이다.
본좌에게 대항하는 건 곧 죽겠다는 것과 진배없다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을 겨누다니...
체면이 구겨지는 걸 떠나서 기분이 더러워서 그냥 넘어가지 못하겠다.
바로 그때다.
콰 아 아 아
허공에서 뭔가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수직상승하고 있는 바윗돌들 틈에서 수직낙하하고 있는 인물 하나!
바로 한비광이다.
자하마신이 허공섭물을 시전함과 동시에 그 허공에서 한비광이 쇄도하기 시작한 것!
광 룡 강 천 !!
오랜만이다.
허공에서 낙하하며 시원하게 내리꽂는 화룡도의 위력이라니...
거침없이 휘두른 화룡도 끝에서 화룡 한 마리 터져나와 쇄도하기 시작한다.
커다랗게 입을 벌려 위를 올려다보고 있는 자하마신의 머리를 덥썩 삼키려는 위용이다.
콰 콰 콰 쾅
지축이 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굉음으로 사방은 혼란에 빠진다.
그 충격에 흩뿌려지는 바위 파편들이 어마어마하다.
주변에 있던 무사들은 또다시 그 파편에 찢기고 터지며 부상을 입는 형국이다.
얼마나 강력했던지 혈뢰도 임철곤도 풍연도 몸을 사리기에 급급해야만 했다.
그렇게 시원하게 한 방 먹인 한비광이 땅에 사뿐히 착지한다.
그리고는 방금 공격을 꽂았던 그 지점을 묵묵히 응시한다.
괜찮냐며 달려오는 혈뢰를 향해 묵직하게 한 마디 날리는 한비광.
“혈뢰! 저 놈의 상대는 나야. 멋대로 나서지 마라!”
어디 있다가 이제 나타나는가?
아까의 자하마신과의 첫 번째 충돌에서 확연하게 뒤로 밀리더니만...
두 번째 격돌에서는 아예 자취를 감추더니 지금 다시 나타났으니 말이다.
사연(?)인 즉슨, 두 번째 격돌로 한비광은 아주 멀리 저만치 날아가서 어느 돌벽에 충돌했고 쏟아지는 돌무더기에 깊숙이 박혀버린 것이었다. 그것들을 다 헤집고 빠져나오는데 좀 시간이 걸렸던 것! 그래도 너무 늦지 않게 재반격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허공섭물에 의해 아마도 거의 대부분의 무사들이 목숨을 순식간에 잃고야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자가 없다.
그 멋지고 강력한 광룡강천을 펼쳤거늘,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는 건가?
광룡강천의 흔적으로 그 자리는 움푹 땅이 패여있을 뿐이다.
흙먼지가 서서히 걷히고 있으나 사람의 흔적은 전혀 없다.
사라졌다.
한비광은 감각을 곤두세워 그 자의 자취를 추적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진짜 사라진 건가?
이번에는 한비광조차 도무지 감지할 수 없는 상황이니 좀 황당하다.
광룡강천을 제대로 맞고 증발해버린 건가?
그 자의 흔적을 애써 찾아보려는 한비광은 소스라치게 놀란다.
“응?”
크 크 크 크
허공 저 멀리에서 천둥소리와도 같이 울려 퍼지는 기괴한 웃음소리.
모든 이들은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본다.
기분나쁜 웃음소리에 이어 고막을 때리는 자하마신의 음성.
........... 오랜만의 외출이다 보니 흥에 겨워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했구나.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라. 너희들의 상대가 곧 도착할 테니 ............
마른침을 삼키며 하늘을 응시하는 한비광.
대체 무슨 뜻인가?
그리고 어디에서 울려퍼지는 음성인가?
그 자의 흔적은, 기의 자취는 전혀 감지되지 않는 황당한 상황인데...
저렇게 그 자의 음성은 하늘을 쩌렁쩌렁 울리고 있다.
상대가 곧 도착한다는 말은 뭔가?
다들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오직 한비광만은 침착하게 뭔가를 느낀다.
저 자가 말하는 것이 바로 이걸 말하는 것인가? 라고 말이다.
까마득히 먼 하늘 어딘가에 시선을 꽂고 있는 한비광.
파란 하늘과 흰 구름 외에 보이는 것은 없다.
허나, 그 어디쯤의 하늘 아래에서 아까부터 움직이고 있는 많은 것들!
뭔가 심상치가 않다.
<궁존 vs. 묵령>
슈 슈 슈 슈
콰 콰 콰 콰 쾅 쾅
콰 콰 쾅
투학 투학 파 팟
새까맣게 화살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다.
그것들은 지면에 강하게 박히며 파편을 사방에 흩뿌리고 있다.
바로 궁존의 화살 공격이 퍼부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 대상은 물론 절대일검 묵령이 이끄는 절대천검대다.
그 기를 지금 한비광은 느끼고 있는 거다.
자하마신이 조금전 얘기한... 곧 도착한다는 그 무리의 움직임인 거다.
신지에서부터 많은 고수들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는 거다.
<에필로그>
그렇군요.
처음부터 자하마신의 목표물은 오직 검황 한 사람.
중간에 마주친 궁존 매유진도, 한비광도 별 관심 없다는 거죠.
그것들이야 뒤따라오는 묵령의 놀잇감이니 말입니다.
아무튼 매유진과 찔끔... 한비광과 찔끔... 놀아주더니 가버렸습니다.
묵령이 가볍게 청소를 끝내고 산해곡에 도착할 때면 검황과 한바탕 하고 있을 셈입니다.
자하마신도 검황과의 대결이 결코 쉽게만 끝날 거라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지요?
굳이 묵령에게 관전을 얘기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무튼 묵령의 절대천검대와 궁종의 격돌이 예상되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비광과 묵령의 맞대결.
헉~
그러면 매유진은 묵령의 희생양이 된다는 그림인가요?
궁종은 절대천검대에 의해 몰살되는 분위긴가요?
서....설마...?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2018.2.17. 무술년 설날 그 다음날의 화창함
<프롤로그>
드디어 무술년이 밝았습니다.
그리고 그 두 번째 날, 마침 토요일이니 스토리 편집에 딱이구요.
새해에는 그저 바라는 일들이 서너 가지쯤 잘 이루어질 바랍니다.
건강도 남에게 민폐 끼치지 않을 만큼의 활력이 넘치셔야 하겠지요.
아무쪼록 무술년 한 해도 열심히 살아봅시다.
까짓것, 별 거 있을라구요.
<네 놈의 상대는 나 한비광이다>
누구?
한비광의 호기로운 한 말씀이다.
그가 말하는 네 놈이란?
바로 신지의 지배자이며 현존 거의 최강으로 짐작되는 자하마신이다.
드디어 그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매유진의 궁종인들에게 살짝 분위기만 보여준 후 얼른 지나가려던 참이었다.
그의 목표물은 검황이기 때문이다.
헌데, 스텔스 기능을 켜고 빠르게 통과하려던 계획이 일단 수포로 돌아갔다.
한비광의 눈치가 보통이 아니었고 냅다 지르는 화룡도 공격에 산통이 깨졌다.
물론 그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장난 같은 화룡도 후려치기였지만 말이다.
어쨌든 모습을 드러낸 그를 보며 주변의 모든 무사들은 일순간 얼음처럼 굳는다.
왜냐하면.... 저 분은.... 신지의 주군이며 지배자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누구보다도 마음의 평정심을 잃고 있는 자는 바로 풍연일 게다.
자칭 타칭 신지의 후계자라 불리고 있는 풍연이 아닌가!
헌데 이렇게 근접할 때까지도 전혀 눈치 채지 못했으니 이건 좀....
그것이 바로 무공의 초격차, 범접할 수 없는 수준 차이가 아니더냐!
풍연은 마른 침을 꼴깍 삼킨다.
저런 자를... 저렇게 위험한 사람을... 적으로 돌리다니... 심장이 쪼그라드는 듯도 하다.
별로 예상치도 않았던 훼방꾼을 만나게 된 자하마신은 살짝 흥미가 생긴다.
본인의 움직임을 간파했을 뿐만 아니라 당돌하게도 막아섰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안면을 튼 녀석이기도 하다.
바로 자기가 몸을 빌려 쓰고 있는 인물의 아들이니 말이다.
그렇긴 해도 심기는 몹시 언짢다.
그냥 조용히 지나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귀찮게 일을 만드니 그럴 만도 하다.
그래도 뭐, 대세에 지장은 전혀 없으니 크게 염두에 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려는데...
하... 저 어린 놈의 깐족거림이란...
무림 최고수급의 남의 속 뒤집기 신공을 보유한 절대강자 한비광이 어디 가겠는가!
“왜? 몰래 숨어 가려다가 들켜서 부끄러워?”
바로 저딴 식의 비아냥거림을 듣고 기분이 온전할 사람이 어디 있을소냐!
게다가 새파랗게 어린 놈이 반말로 지껄이다니 그놈 참 버르장머리하고는...
“크크크... 그래. 난 네 놈의 그 무모함이 참 마음에 든다.”
자하마신은 부처도 예수도 아니기에 꼭지가 돌기 시작한다.
그 싸구려 버르장머리를 좀 고쳐줘야겠다고 마음 먹은 모양이다.
눈에 살짝 힘을 주시더니만 화룡도를 막아내고 있는 오른손 대신 왼손을 쓴다.
갑자기 휘 리 릭~ 하며 그의 왼손 주변의 공기가 급하게 압축된다.
순간적인 진공 상태를 만들려 함인가?
“하지만, 지금은 네 놈에게 볼 일이 없다!”
파 아 앗
강렬한 백색 기운이 더 이상의 압축은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이젠 폭발이다.
뜻밖의 반격에 한비광도 당황스런 기색이 역력하다.
그 역시 왼손을 꾸욱 쥐어 주먹을 만들어 응전에 나서기 시작한다.
살짝 타이밍이 늦은 감도 없지 않아 있지만 시간 관계상 별다른 선택지는 없다.
쩌 어 엉 쩡~
그렇게 자하마신의 왼 손바닥과 한비광의 왼 주먹이 강렬하게 충돌하고야 만다.
주먹 대 주먹!
그 충돌에 의해 그들 주변의 공기는 일순간 엄청난 팽창을 일으킨다.
그것은 곧 강력한 파장을 만들어 주변으로 삽시간에 발산되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자하마신은 그 자리에 우뚝 서있는데 한비광의 몸은 밀려난다.
귀청이 얼얼할 정도의 파열음을 내며 한비광이 뒤로 뒤로 튕겨나고 있다.
3미터... 5미터...7미터... 자꾸만 뒤로 밀려나며 그 충격을 받아내는 한비광.
그는 필사적으로 두 발을 땅에 박아 넣으며 밀리지 않으려 시도하고 시도한다.
허나, 결국 십여미터나 뒤로 밀려나서야 겨우 멈춰설 수 있게 된다.
얼마나 큰 기의 충돌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단 한비광과 자하마신의 기 싸움은 한비광의 1패다.
이를 악물어보는 한비광.
예상보다 훨씬 더 강력한 내공을 소유한 자의 위력을 몸소 체험한 기분이랄까?
표정이 점점 심각해진다.
한참 더 힘을 써야만 하는 상대임을 각성하며 재차 반격을 해보려는 한비광.
그러나 그럴 틈을 도무지 주지 않으려는 듯, 자하마신의 움직임이 더 빠르게 전개된다.
그의 시야에 화악~ 들어차는 심상치 않은 광경이 펼쳐지고 있으니 말이다.
즉, 아까보다 훨씬 더 강력한 기운이 쓰나미처럼 자신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한 것!
콰 아 아
쿠 아 앙
대폭발이다.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력한 폭발이다.
그 밝은 기운의 섬광과 폭발음에 그저 전율할 뿐이다. 아니 그럴 틈도 없다.
주변에 있던 천검대 무사들에게 일순간 쏟아지는 강력한 기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그래서 피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위력이다.
그 경로에 있는 땅과 절벽은 깨지고 갈라지며 파편이 된다.
커다란 바위 조각들이 사방으로 흩날린다.
잠시후 자욱한 흙먼지가 서서히 걷히면서 드러나는 광경이 새삼스럽다.
미처 피하지 못하고 대비하지 못한 무사들의 시체가 사방에 즐비하다.
땅바닥은 움푹 패여 그 파괴력이 어떠했는지를 가늠하게 해준다.
“호오... 이제보니 네 놈.,, 혈뢰 아니냐? 그냥 지나치려다 보니 신경을 안 썼는데... 그러고 보니, 여기 있는 건 혈뢰 네 녀석 뿐만이 아니구나.”
걷혀가는 흙먼지 속에서 우뚝 선 자하마신의 눈에 들어온 모습들이다.
그의 눈에 혈뢰가 보이고 풍연과 철혈귀검이 보인다.
저것들은 모두 신지에서도 알아주는 실력과 인지도를 가진 놈들이 아닌가!
보고 받기를...
신지에서 도망쳐 무림의 편에 섰다는 바로 그 놈들이기도 하다.
어디 멀리 줄행랑친 줄 알았더니만 아직도 신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니...
게다가 이렇게 다들 한 자리에 모여 있다니 나름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그다.
그의 육중한 목소리에 모든 신지 무사들은 일순간 얼음처럼 표정이 굳어버린다.
아니, 공포에 휩싸여 어쩔줄을 몰라하며 그저 겨우 서있을 뿐이다.
신지인이라면 세 살 박이 아이도 다 알고 있는 신지의 절대 군주가 아닌가!
그런 불가촉 주군을 적으로 돌린 입장에서의 이런 대면은 정말 공포스럽다.
“아아... 이제 보니 신지를 나온 게 후회되어 다시 돌아오려 했던 것이냐? ”
슬쩍 미소를 지으며 그는 신지 무사들을 향해 한 마디 던져본다.
신지를 일단 배신했으나 생각이 바뀌어 여기 모여 돌아갈 궁리를 하고 있느냐는 거다.
최후의 기회를 주겠노라는 통첩과도 같은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분위기로 이렇게 못을 박는다.
“그렇다면 지금 말해라. 특별히 이번 한번은 실수를 눈감아줄 아량이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최후통첩을 신지 무사들에게 하달하는 신지의 지배자다.
그런 말까지 듣게되자 무사들은 더욱 더 공포감에 휩싸이며 전율하기 시작한다.
곧바로 죽을 것이냐 아니면 조금이라도 더 살아볼 것이냐를 묻는 질문이 아닌가!
철혈귀검 임철곤은 아까부터 식은땀을 어찌할 수 없는 상태다.
신지가 자랑하는 천검대의 대장으로서 주군의 가공할 무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다.
단 한 명의 적을 이렇게 거의 완벽하게 포위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무사들이 하나같이 압도당하고 있다.
그것도 본능적인 공포에 휩싸여 꼼짝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절대적인 상황 말이다.
철혈귀검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저 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여기 있는 모든 생명체는 몰살당할 수 있음을...
그것도 변변히 손 한번 못 써보고 추풍낙엽처럼 학살당하는 상황을 말이다.
자하마신은 혈뢰를 향해 돌직구를 날린다.
그동안 신지에서 특별히 많은 배려를 해주었으니 더욱 큰 배신감을 느낀 터다.
검종도 아닌 도종 녀석을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배신을 하고 자기에게 칼을 겨누고 있다니....
본보기를 보여줄 셈이다.
조무래기들이야 어차피 아무런 의미도 없다.
혈뢰 정도가 마음을 고쳐먹고 신지로의 복귀를 결심한다면 그걸로 된다.
혈뢰를 향해 단도직입적으로 배신에 대한 번복을 묻고 있는 자하마신이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따라서 상황은 180도 급변하게 될 것이다.
혈뢰는 대놓고 묻고 있는 주군의... 아니 주군이었던 자를 쳐다본다.
어느새 굵은 식은땀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다.
얼마나 무섭고 공포스러우랴!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선 풍전등화와도 같은 상황이 아닌가 말이다.
모두 그의 입을 쳐다보고 있다.
철혈귀검도 풍연도 혈뢰의 입에서 어떤 말이 튀어나올지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임철곤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다.
만일 혈뢰가 배신을 철회하고 신지로의 복귀를 말한다면...
설마... 그럴 리는 없을 거라 생각은 하지만 솔직히 자신감이 생기지 않는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젠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기 시작하는 철혈귀검.
죽을 줄 뻔히 알면서 저항할 것인가 아니면 배신을 철회할 것인가!
혈뢰는 이윽고 결심을 굳힌 듯 그 큰 칼을 땅에 힘차게 박아 세운다.
그러더니 두 손을 앞에 모으며 한껏 예를 갖추며 우렁차게 입을 연다.
“도종의 혈뢰! 어르신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허리 숙여 최대한의 예를 갖춘 혈뢰의 입에서 나온 저 한 마디.
철혈귀검도 풍연도 그리고 주변의 천검대 무사들도 소스라치게 놀란다.
무엇을 의미하는 혈뢰의 말인가?
어르신의 배려에 감사드린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신지를 잠시 배신한 것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 다시 복귀한다는 의미인가?
혈뢰 옆에 있던 임철곤은 아까부터 염려하고 있는 상황이라 생각한다.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였다.
혈뢰의 원대복귀는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곧 물거품임을 뜻하기 때문이다.
다급히 임철곤은 혈뢰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외친다.
“뭐냐! 혈뢰! 너, 설마...?”
바로 그때다.
파 앗
강렬한 백색 섬광이 철혈귀검의 이마를 향해 날아들었고...
간발의 차이로 그 느낌을 간파한 풍연이 그의 뒷목을 찍어눌렀기에...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게 된 철혈귀검이다.
아마 옆에 있던 풍연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임철곤의 머리통은 산산히 부서졌을 게다.
그의 시선은 90도 옆의 혈뢰를 향하고 있었기에 속수무책이었을 게다.
아까부터 주군을 응시하고 있던 풍연의 예감이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이다.
자하마신이 발사한 강력한 기운은 덕분에 철혈귀검 뒤의 돌벽을 강타.
굉음과 함께 바윗조각들이 파편이 되어 사방에 흩어지는 상황이다.
“잊었나? 본좌는 말 끊는 것을 싫어한다.”
거참... 이 분 성격도 거시기 하시네.
그러나 사실상 말 끊는 행위는 웬만하면 지탄받아 마땅하다.
나 또한 간혹 그런 상황에서 은근히 열 받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노래방에서 열창 중인데 중간에 슬쩍 끼어들어 노래를 망치는 경우와 같은 거다.
아무튼 아직 철혈귀검이 죽을 때는 아닌 모양이다.
식은땀을 이젠 줄줄 흘리기 시작하는 철혈귀검이다.
그도 나름 고수급인데도 전혀 아무런 기척도 느끼지 못했기에 그렇다.
그것이 바로 클래스의 차이다.
풍연은 정신 바짝 차리라며...임철곤에게 나름의 충고를 건넨다.
지금 마주하고 있는 자는 보통의 그저 그런 강한 상대가 아니라고...
지금 우리는 상상도 못할 강한 자를 적으로 만나고 있는 중이라고 말이다.
“계속해라. 혈뢰.”
자하마신은 혈뢰에게 말을 이어가라 재촉한다.
그런 혈뢰를 바라보는 임철곤은 여전히 불안하고 염려스럽기만 하다.
만일 혈뢰가 여기서 이대로 투항이라도 한다면 모든게 물거품이다.
모든 신지 무사들 또한 혈뢰를 따라 투항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그가 왜 어르신의 성격을 몰랐을까?
중간에 말 끊는 것을 무지하게 싫어하는 그 권력자다운 성격을 말이다.
허나, 그렇게라도 혈뢰의 생각을 끊고 바꿔보고 싶은 간절함이 더 컸던 거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고 싶은 것이 임철곤의 생각이다.
혈뢰는 갖춘 예의를 풀지 않은 체 말을 이어간다.
즉, 혈뢰는 도종 출신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배려를 입었다.
결국 검종이 신지의 모든 종파를 제압하고 일통한 신지가 아니던가!
그런 신지에서 도종 출신이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건 모두 배려 덕분이다.
거의 다 검종의 차지였던 주요 보직에도 혈뢰는 임명되지 않았던가!
왜 도종 출신을 그렇게까지 배려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사실이 그렇다는 거다.
그렇게 순순히 인정하는 혈뢰를 보며 나름 마음이 좀 풀어지는 모양이다.
자하마신의 표정이 살짝 누그러뜨려지며 혈뢰의 다음 말을 기대하는 눈치다.
감히 신지를 배신한 것은 너무 괘씸하나 잘못을 뉘우친다면 용서할 수 있다는 투다.
다시 신지에 충성을 맹세한다는 혈뢰의 말을 기다리는 자하마신이다.
그러나...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다만...”
“다만...?”
혈뢰의 뭔가 여지를 남기는 말머리에 자하마신의 표정은 다시 싸늘해진다.
지금부터가 진정으로 혈뢰가 하고 싶은 말이었으니...
혈뢰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간다.
아주 예전부터 신지에서 어르신을 위해 일했을 때나 지금이나...
자신의 주군은 언제나 단 한분뿐이었음을 분명히 밝히는 혈뢰다.
그 폭탄 발언에 임철곤도 풍연도 그리고 자하마신도 일순간 표정이 굳는다.
“그럼, 그간의 감사 인사는 이쯤 하죠. 지금, 어르신은 제 주군의 적! 그 이상의 의미는 없으니 말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혈뢰는 아까 땅에 꽂아 세워두었던 그 커다란 도를 뽑아 든다.
결사응전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요 목숨을 내놓겠다는 결연의 자세다.
그런 당돌함을 그저 묵묵히 쳐다만 보고 있는 자하마신!
한동안 말을 잃는다.
파리처럼 의미 없을 목숨이라도 부지하겠다고 빌면 용서하였을 터인데...
오히려 어서 죽여 달라며 자신을 향해 칼을 들이대는 꼴이라니...!
“참으로 무모하구나.”
심기가 몹시 불편해진 모양이다.
뒷짐을 진 체 자하마신은 주변의 바윗덩이들을 수직 상승시키기 시작한다.
염력이다.
초고수급만 겨우 해낼 수 있다는 사물 들어올리기 무공이다.
본좌에게 대항하는 건 곧 죽겠다는 것과 진배없다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을 겨누다니...
체면이 구겨지는 걸 떠나서 기분이 더러워서 그냥 넘어가지 못하겠다.
바로 그때다.
콰 아 아 아
허공에서 뭔가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수직상승하고 있는 바윗돌들 틈에서 수직낙하하고 있는 인물 하나!
바로 한비광이다.
자하마신이 허공섭물을 시전함과 동시에 그 허공에서 한비광이 쇄도하기 시작한 것!
광 룡 강 천 !!
오랜만이다.
허공에서 낙하하며 시원하게 내리꽂는 화룡도의 위력이라니...
거침없이 휘두른 화룡도 끝에서 화룡 한 마리 터져나와 쇄도하기 시작한다.
커다랗게 입을 벌려 위를 올려다보고 있는 자하마신의 머리를 덥썩 삼키려는 위용이다.
콰 콰 콰 쾅
지축이 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굉음으로 사방은 혼란에 빠진다.
그 충격에 흩뿌려지는 바위 파편들이 어마어마하다.
주변에 있던 무사들은 또다시 그 파편에 찢기고 터지며 부상을 입는 형국이다.
얼마나 강력했던지 혈뢰도 임철곤도 풍연도 몸을 사리기에 급급해야만 했다.
그렇게 시원하게 한 방 먹인 한비광이 땅에 사뿐히 착지한다.
그리고는 방금 공격을 꽂았던 그 지점을 묵묵히 응시한다.
괜찮냐며 달려오는 혈뢰를 향해 묵직하게 한 마디 날리는 한비광.
“혈뢰! 저 놈의 상대는 나야. 멋대로 나서지 마라!”
어디 있다가 이제 나타나는가?
아까의 자하마신과의 첫 번째 충돌에서 확연하게 뒤로 밀리더니만...
두 번째 격돌에서는 아예 자취를 감추더니 지금 다시 나타났으니 말이다.
사연(?)인 즉슨, 두 번째 격돌로 한비광은 아주 멀리 저만치 날아가서 어느 돌벽에 충돌했고 쏟아지는 돌무더기에 깊숙이 박혀버린 것이었다. 그것들을 다 헤집고 빠져나오는데 좀 시간이 걸렸던 것! 그래도 너무 늦지 않게 재반격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허공섭물에 의해 아마도 거의 대부분의 무사들이 목숨을 순식간에 잃고야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자가 없다.
그 멋지고 강력한 광룡강천을 펼쳤거늘,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는 건가?
광룡강천의 흔적으로 그 자리는 움푹 땅이 패여있을 뿐이다.
흙먼지가 서서히 걷히고 있으나 사람의 흔적은 전혀 없다.
사라졌다.
한비광은 감각을 곤두세워 그 자의 자취를 추적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진짜 사라진 건가?
이번에는 한비광조차 도무지 감지할 수 없는 상황이니 좀 황당하다.
광룡강천을 제대로 맞고 증발해버린 건가?
그 자의 흔적을 애써 찾아보려는 한비광은 소스라치게 놀란다.
“응?”
크 크 크 크
허공 저 멀리에서 천둥소리와도 같이 울려 퍼지는 기괴한 웃음소리.
모든 이들은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본다.
기분나쁜 웃음소리에 이어 고막을 때리는 자하마신의 음성.
........... 오랜만의 외출이다 보니 흥에 겨워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했구나.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라. 너희들의 상대가 곧 도착할 테니 ............
마른침을 삼키며 하늘을 응시하는 한비광.
대체 무슨 뜻인가?
그리고 어디에서 울려퍼지는 음성인가?
그 자의 흔적은, 기의 자취는 전혀 감지되지 않는 황당한 상황인데...
저렇게 그 자의 음성은 하늘을 쩌렁쩌렁 울리고 있다.
상대가 곧 도착한다는 말은 뭔가?
다들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오직 한비광만은 침착하게 뭔가를 느낀다.
저 자가 말하는 것이 바로 이걸 말하는 것인가? 라고 말이다.
까마득히 먼 하늘 어딘가에 시선을 꽂고 있는 한비광.
파란 하늘과 흰 구름 외에 보이는 것은 없다.
허나, 그 어디쯤의 하늘 아래에서 아까부터 움직이고 있는 많은 것들!
뭔가 심상치가 않다.
<궁존 vs. 묵령>
슈 슈 슈 슈
콰 콰 콰 콰 쾅 쾅
콰 콰 쾅
투학 투학 파 팟
새까맣게 화살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다.
그것들은 지면에 강하게 박히며 파편을 사방에 흩뿌리고 있다.
바로 궁존의 화살 공격이 퍼부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 대상은 물론 절대일검 묵령이 이끄는 절대천검대다.
그 기를 지금 한비광은 느끼고 있는 거다.
자하마신이 조금전 얘기한... 곧 도착한다는 그 무리의 움직임인 거다.
신지에서부터 많은 고수들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는 거다.
<에필로그>
그렇군요.
처음부터 자하마신의 목표물은 오직 검황 한 사람.
중간에 마주친 궁존 매유진도, 한비광도 별 관심 없다는 거죠.
그것들이야 뒤따라오는 묵령의 놀잇감이니 말입니다.
아무튼 매유진과 찔끔... 한비광과 찔끔... 놀아주더니 가버렸습니다.
묵령이 가볍게 청소를 끝내고 산해곡에 도착할 때면 검황과 한바탕 하고 있을 셈입니다.
자하마신도 검황과의 대결이 결코 쉽게만 끝날 거라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지요?
굳이 묵령에게 관전을 얘기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무튼 묵령의 절대천검대와 궁종의 격돌이 예상되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비광과 묵령의 맞대결.
헉~
그러면 매유진은 묵령의 희생양이 된다는 그림인가요?
궁종은 절대천검대에 의해 몰살되는 분위긴가요?
서....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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