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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화 === 정사파 연합 후발대의 선봉은 도월천

페이지 정보

작성일2017-11-29 21:43 조회8,964회 댓글0건

본문

열혈강호 535화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171126 코끝이 시원한 겨울의 초입에서...
 
 
 
 
<프롤로그>
 
요즘 양재현 작가님 페이스북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솔직담백한 때로는 담대한 글귀들에서 재미는 물론 카타르시스 마저 느낍니다.
전극진 작가님은 따로 페북 활동은 하지 않으시는 듯...
아마 몇 개의 작품 스토리를 동시 진행 중이라 도무지 겨를이 없으시겠지요.
우리의 양작가님은... 예상보다 훨씬 더 입담이 걸걸하시답니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지요. ^^;
아무튼 내년에는 꼭 한 번 아니 그 이상 만나 소주 한 잔 하길 바라며...
지각 업데이트 시작합니닷.
 
 
 
 
 
<산해곡>
 
기이하게 생긴 지형에 수 백명의 무인들이 운집해있다.
꽤 넓은 광장 분위기의 산과 산 사이의 협곡이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 저 앞에는 그리 크지 않은 동굴 입구가 보인다.
그렇다.
이곳은 바로 검황이 굳건히 지키고 있는 산해곡 동굴이다.
신지의 병력이 대규모로 신속히 이동하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길목이다.
신지가 무림 정벌을 위해 확보해야만 하는 교두보 같은 곳이란 뜻이다.
얼마 전에도 신지의 천검대가 검황과 일전을 벌이긴 했으나 검황의 승리!
신지 입장에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또한 검황이다.
 
모든 신지인들은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정파 5절 중 으뜸이라는 검황이 그 동굴을 지키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아직까지 그를 제압할 수 있었던 신지 고수는 없었다는 것!
그러나 언젠가는 반드시 검황을 처치하고 그 동굴을 확보해야만 한다는 것!
결국은 신지의 지주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절대천검대가 지주의 특명을 받고 일전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것!
그런저런 무성한 추측과 소문을 갖고 있는 곳이 또한 산해곡이다.
 
그곳에 정파, 사파 등 무림 연합이 드디어 당도했다.
신지의 천검대에 한때 쫓기긴 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것이다.
그 선봉에 물론 진풍백이 있었다.
그가 사음민을 막아냈기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다.
 
진풍백은 감회가 새로운 듯 우두커니 멀리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그의 곁에는 흑풍회 제7 돌격대장 홍균이 있다.
무심코 별 생각 없다는 듯 진풍백은 홍균에게 이른다.
여기서 잠시 쉴 테니 그만 돌아가 보라고 말이다.
짐짓 태연한 척 하며 나름 눈치를 주는 모양새다.
진풍백은 지금 혼자 있고 싶은 거다.
 
괜히 말대답하며 참견하려드는 홍균을 애써 쫓다시피 물리는 진풍백.
홍균이 자취를 감추자마자 진풍백은 그래도 미심쩍은 듯 주위를 한 번 살핀다.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그는 다시 위쪽 허공을 바라보더니만...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려는 듯한 심정으로 긴 한 숨을 내쉰다.
그리고는 다리에 힘을 빡~ 주더니 도약을 시도한다.
 

타 타 타 탓~ 처억~
 

병풍 같이 둘러쳐진 절벽을 한 발 한 발 찍어가며 뛰어 오른다.
끝까지 오르지는 못했다.
중간쯤의 어느 평평한 공간이 나오자 일단 거기까지 힘을 내 오르는 진풍백.
잘 착지했나 싶었는데 그 순간 그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진다.
 
 
우 웨 웩
                 쿨럭~ 쿨럭! 쿨럭~ 쿨럭!!      끄으.....

 
 
진풍백은 쓰러지려는 몸을 간신히 벽에 기대 가누며 심한 기침을 해댄다.
토하기도 한다.
붉은 피가 쏟아져 나온다.
 
 
“괜찮나? 진 사제!”
 
 
그런 진풍백의 등 뒤에서 나지막이 울리는 목소리 하나 있으니, 바로 백강이다.
어느새 따라온 모양이다.
 
 
“정말 악취미시군요. 굳이 이런 꼴을 보러 찾아오시다니 말입니다.”
 
 
일부러 홍균에게 꺼지라고 하면서까지 보내고 힘들게 올라온 건데...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고통을 삭히고 싶었는데...
진풍백으로서는 이렇게 고통 받는 모습을 남이 본다는 것은 너무 쪽팔리기에...
백강 대사형에게 들켰으니 이거 너무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 없을 지경이다.
게다가 이런 꼴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에 더욱 창피한 진풍백이다.
 
 
“훗! 그러고 보니 자네를 처음 봤을 때도 이런 모습이었던가?”
 
 
“그만 하시지요. 또 그 얘기를 꺼내면 화를 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까지 손사래를 치는 진풍백을 보며 백강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다.
이내, 사제의 청을 들어주기로 한다.
과거의 아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진풍백이요 그걸 알고 있는 백강이기에...
그때도 아마 진풍백은 하늘의 형벌 같은 기이한 체질로 고통 받고 있었을 게다.
그것을 원망하며 무림을 떠돌며 무의미한 살생으로 낙을 삼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가 매유진의 문파를 멸문시켜버리기도 했었지 않은가!
진풍백의 흑역사라고나 할까!
 
 
백강은 조용히 묻는다.
많이 고통스럽냐고...
그는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답한다.
원망스러울 정도로 그렇노라고...
한 술 더 뜬다.
대사형이 그때 그 여자 궁수를 말리지만 않았어도...
그랬다면 지금 겪는 이런 고통도 더 이상은 없었을 게 아니냐고....
 
 
그쯤 되자 백강은 심각해지려는 표정이다.
마치..,.
아니, 저 놈이 지금 어따 대고 투덜이야 투덜이...
내가 아니 그랬으면 벌써 황천길을 헤매고 있을 놈이 말이야...
또 한바탕 잔소리 폭탄을 살포해? 말아? 라는 분위기 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백강은 그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런 눈치에 진풍백은 굳이 그런 설명까진 듣고 싶지 않은 눈치가 역력하다.
그저 아저씨의 잔소리일 테고 또 처음 듣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애써 농담한 거라고 에둘러 말하고는 분위기를 바꾸려는 진풍백이다.
사실 이런 정도의 고통은 이미 충분히 익숙하고도 남음이 있기 때문이다.
죽을 것 같은 고통은 진풍백으로서는 하늘이 내린 천형과도 같은 것...
아니, 그럴 거라고 여기며 순순히 받아들이며 살고 있을 뿐이기도 하다.
피할 수 없으니 순응할 수 밖에...
진풍백이 늘 고독한 이유다.
 
 
술 한 잔 생각이 문득 간절해지는 진풍백.
술이야말로 고독한 그의 마음을 달래주는 유일한 벗이기 때문이다.
술 마시는 재미로 그나마 고통스런 삶을 버텨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술 하면 백강 또한 절대 빼지 않는 즐거움인지라 얼른 그 말을 받아준다.
무림에 돌아가면 꼭 좋은 술 한 잔 사겠다며 표정이 밝아지는 백강.
거기에 대고 그저 피식~ 웃어 넘기는 진풍백이다.
 
 
애써 화제를 돌려보는 진풍백.
그의 발 아래에 펼쳐진 산해곡의 풍경을 이야기한다.
참으로 기묘하고 절묘한 지형이라고...
왜냐하면 마치 막다른 골목으로 보이지만 저 한 쪽에 동굴이 있어서다.
즉, 저 동굴 말고는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거의 유일한 출구 역할을 하는 동굴에 주목하는 진풍백.
 
 
“그것이 검황이 이곳을 지키고 있는 이유지.”
 
 
검황?
분명 검황이라고 했다.
진풍백은 그 이름을 듣자마자 눈에 살기가 오르며 심각한 표정이 된다.
그렇잖아도 여기 오는 길에 심상치 않은 기운을 눈치채긴 했지만...
그게 검황이라고는 상상을 못했었는데...
미리 알았다면 기를 좀 남겨둘 걸 그랬다며 엄청 분개하는 진풍백이다.
왜냐하면... 사파인 그로서는 정파의 우두머리인 검황은 그저 적인 때문이다.
정파와 사파 간 전쟁에서도 검황의 이름은 늘 맨 앞에 거론되었기에 말이다.
죽여야 하는 적장이 지금 이곳에 있다는 상황이 진풍백을 분개하게 만든다.
허나, 이어지는 백강의 설명에 진풍백은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다.
 
 
“사부님께서 나를 이곳에 보내신 것도 검황과 사전에 협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네.”
 
 
그 말에 진풍백은 그야말로 화들짝 놀라고야 만다.
상상하지 못했던 말을 들은 탓이다.
사부님이 그러라 명하셨다니...
우리의 적장과 사부님이 사전에 협의가 있었던 것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왜 사부님이 굳이 그러셨을까?

그래서였던가?
몇 달 전부터 무림에 정파 놈들과의 전투가 없었던 이유가...?
그런 일은 좀처럼 벌어지지 않았던 일이었기 때문에 이상하다 여기던 터였다.
그것이 바로 사부님과 정파와의 은밀한 협의가 있어서였다니...
 
놀라움의 연속이다.
백가의 설명 또한 그러하다.
즉, 사부님은 신지의 준동에 대해 이미 파악하고 계셧던 것...!
그래서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그런 이유로 계속 검황과 손잡고 함께 신지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던 것...!
 
그 정도의 설명을 들으며 모든 상황이 이제야 파악된 진풍백은 서운한가 보다.
그런 일이 있었으면 진작 언급이라도 해주실 일이지 말이야...
사부님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 진풍백이다.
허나, 그 또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겠다.
지금 무림에는 도처에 신지의 첩자들이 암암리에 활동 중이기 때문이다.
신지와 손잡은 자들은 무림의 정파와 사파를 가리지 않고 퍼져 있어서다.
섣불리 작전이 언급되었다간 어떤 정보든 신지로 샐 우려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심지어 천마신군의 제자들에게까지 숨겨야 했던 절실한 이유였다.
오직 첫 번째 제자인 백강에게만 상의하며 진행시킨 작전인 셈이다.

 
 <도존>
 
늠름하게 서 있는 도존 한비광.
그는 아까부터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이제 과연 무엇을 어찌해야 하는지를 말이다.
허나, 쉽사리 뾰족한 묘수는 얼른 떠오르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때 그를 부르며 다가서는 충성심 최고조 수위에 있는 혈뢰.
좀 쉬시라며 후방의 감시는 자기가 일단 맡겠단다.
전방은 어차피 딱히 주의해야 할 것은 없다.
왜냐하면 무림인들이 검황의 처소 근처에서 일단 멈춰있기 때문이다.
산해곡의 동굴 앞에서 대기하고 있으니 특이사항은 당장 없을 것이니 말이다.
 
 
“한비광!!”
 
 
그때 어디선가 울려퍼지는 낭랑하지만 기운찬 외침 하나 있다.
한비광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모습을 나타내는 이는 바로 우윳빛깔 매유진이다.
나름 상황 공지를 위해 서둘러 달려온 모양이다.
은총사 일행이 검황 할아버지를 만나러 갔다는 상황을 얘기하는 매유진.
너무 오랜만인데 넌 안 가봐도 되겠느냐며 한비광을 빤히 쳐다보는 매유진이다.

매유진의 걱정은 그거다.
검황의 손녀가 바로 담화린인데 그녀가 지금 부재 중이라는 것!
심지어 신지의 수장에게 인질로 잡혀갔다는 사실이 너무 엄청난 사실이라서다.
그런 전후 사정을 할아버지에게 직접 말씀 드려야 하지 않느냐는 거다.
은총사 보다는 한비광이 설명 드리는 게 더 낫다는 게 매유진의 생각이다.
그녀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기는 한비광.
그 또한 이런저런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당황스럽기도 한 거다.
 
 <은총사>
 
맨 앞에 은총사가 마치 큰 죄인처럼 무릎 꿇고 두 손을 앞에 모으고 있다.
차마 고개를 들지도 못한 체 그간의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그 뒤에 도열해있는 무사들 또한 고개를 숙인 체 비통한 모습들이다.
 
그들에게는 화린 아가씨요 검황에게는 하나뿐인 손녀다.
그녀를 지켜내지 못하고 살아 돌아온 죄책감에 눈물을 흘리는 은총사다.
검황은 보고를 다 듣자마자 깊은 한 숨을 내쉰다.
현재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다.
보고 싶은 손녀의 생사를 당장은 알 수없다는 사실에 저절로 뱉어지는 한숨이다.
 
검황은 긴 한 숨 뒤에 허리를 숙여 은총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한다.
됐노라고... 그만 눈물을 멈추라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노라고...
화린이야 그렇다 치고 어쨌든 은총사와 문파 사람들이 살아온 것만도 다행이라고...
 
그 말에 은총사는 그나마 조금씩 흘리던 눈물을 왈칵 쏟아내며 흐느낀다.
어깨가 들썩이며 이젠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까지 한다.
아가씨를 잃고 겨우 목숨만 부지해서 돌아온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다.
실력 차이가 너무 컸다지만 아가씨를 모셔오지 못한 것에 대한 송구함이다.
아가씨를 빼앗아 간 신지 놈들에 대한 분노가 끓어 오르는 것이다.
 
은총사를 일으켜 세우는 검황.
오히려 그간의 전투에서 부상당한 급한 환자들부터 돌보라며 위로한다.
게다가 이곳 또한 적들이 추적해올 수 있으니 얼른 안전한 지역으로 철수하란다.
즉, 저 동굴을 지나 신지 밖으로 완전히 대피하라는 말이다.
이곳은 자기가 지키고 있으니 염려 말라는 뜻도 내포되어 있기도 하다.
 
 
“그건 안됩니다! 어르신!!”
 
 
갑자기 터져나오는 우렁찬 목소리가 검황과 은총사를 놀라게 한다.
은총사를 따르고 있는 장백산 무사들이다.
그들의 표정은 결연하다.
아가씨를 모셔오지 못한 것만으로도 억울하고 원통하고 분한데...
여기서 완전히 철수하라는 말씀은 가당치 않다는 시위인 거다.
아가씨의 원수를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거다.
게다가 지금 후발대가 오고 있으니 합류해서 신지를 공략해야 한다는 거다.
 
 
“정말 놀고들 있네!!”
 
 
응?
이건 또 누구?
은총사 엎드려 통곡하고 검황은 일으켜 세우며 다독거리고...
무사들은 이구동성으로 복수하러 다시 가자며 의지를 불태우며...
그렇게 분위기 달구어 가는 마당에 어디서 찬물 끼얹는 멘트가 작렬한다.
다들 그 목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 바로 풍연이 있다.
 
벽에 기댄 체 약간은 비꼬는 표정이요 다소 건들거리는 폼이기도 하다.
그가 보기에 지금 저 상황은 기도 차지 않는다는 투다.
어쩌면 진작 다 죽을 목숨이었는데 어찌어찌 간신히 죽지 않았으면서...
그런 주제에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냐는 거다.
다시 신지로 돌아가 복수를 하자는 그 말이 지금 말이냐 당나귀냐는 거다.
풍연의 눈에는 여기 모인 사람들 모두 하룻강아지로 보일만도 하겠다.
왜냐하면...
 
 
“이봐! 댁들한테 충고 하나만 할게. 당신들, 여기서 다시 신지랑 싸우면 진짜 다 죽어.”
 
 
그러자 은총사가 발끈한다.
다 죽는다니.. 새파랗게 어린놈이 무슨 충고를 한답시고 건방지게 말이다.
게다가 지금 여기가 어느 안전이라고...
정파 5절의 최고인 검황 어르신이 계시지 않은가!
그럴진대 신지랑 싸우면 다 죽는다니... 건방지기 짝이 없는 말이다.
은총사로서는 당연히 할 말을 한 것이다.
저런 무례함은 따끔히 꾸짖어 제지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자 풍연은 한 술 더 뜬다.
내 말이 거짓말 같냐며...
 
 
“당신들은 아직 신지의 진짜 힘을 몰라.”
 
 
풍연의 머릿속에는 지금 두 사람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풍연의 표정이 어딘가 묘하다.
두려움과 경외감이 섞여 있다고나 할까?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 강자에 대한 존경심마저 깃들어 있는 표정이랄까?
 
 
“만약 지난 전투에 絶對一劍 ‘묵령’이나 天音魔女 ‘갈뢰’만 나왔다면 당신들은 여기에 없었을 거야.”
 
 
여기서 잠깐.. 두 인물의 모습을 묘사해본다.
 
묵령은 절대일검이라 불린다.
하나의 검이 절대라 하면 그 글자들만으로도 전율이 느껴질 정도다.
한 번의 검식에 승부를 낸다는 빠름과 강함이 풍긴다.
그의 외모상 특징은 애꾸눈이라는 것. 왼쪽 눈에 안대를 차고 있다.
콧수염과 턱수염이 거칠고 머리는 장발에 억세 보인다.
암튼 싸움 잘 하게 생겼다.
 
갈뢰는 천음마녀라 불린다.
하늘의 소리 그리고 마녀란다.
뭔가 소리를 통해 굉장한 무공을 펼칠 듯한 분위기다.
그리고 갈뢰는 여자다. 그것도 두 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다.
눈은 필요 없다는 뜻인가?
소리만 질러도 상대방은 죽어 자빠진다는 것 같은 분위기다.
고막이 터져 죽으려나? 목소리를 들으면 정신이 홀려 미처 죽는 걸까?
얼굴의 반을 안대로 가려놨으니 미모 따위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허나, 몸매는 날씬할 것만 같다.
그럴 것 같다는 거다.
 
 
암튼 풍연의 입에서 묵령과 갈뢰가 언급되었다.
절대일검과 천음마녀.
혹시 자하마신이 말한 절대천검대의 대장이 묵령인가?
그렇다면 천음마녀는 천음천검대 대장?
조만간 그들의 활약이 펼쳐질 기세다.
 
 
풍연의 그런 비아냥거림 섞인 경고에 주변은 술렁거린다.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어 보이기도 하니 더욱 그러하다.
감히 검황 어르신 앞에서 가당키나 한 말인가!
어수선해지는 무사들의 동요를 검황이 자연스레 정리한다.
풍연에게 질문 하나 툭 던짐으로서 말이다.
 
 
“그래.. 그래서 네 생각은 어쨌으면 좋겠나?”
 
 
뜻밖의 질문에 귀찮다는 듯이 풍연은 한 마디 쏘아부친다.
방법은 딱 하나...!
당장 여길 빠져나간 뒤 저 동굴을 막아버리는 것!
신지의 그들이 쫓아온다면 분명 이곳 산해곡으로 올 것이 100%다.
신지 입장에서도 이 동굴은 무림으로 가기 위해 꼭 필요한 통로인 때문이다.
그러니 얼른 동굴을 통과해 도망가서 동굴만 막으면 안전하다는 단순 작전.
 
허나, 그 말에 또다시 무사들은 동요한다.
그게 말이냐 당나귀냐는 식이다.
그런 반응에 풍연도 더 귀찮아진다.
기껏 자기들 목숨 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알려준 건데 콧방귀를 치다니.
잠깐 할아버지나 보고 갈까 싶어 왔다가 이상한 놈 취급이나 받고 말이다.
풍연은 가던 길이나 계속 갈까 싶어 몸을 돌린다.
 
그러다 멈칫...
잠시 생각에 잠기는 풍연.
뭔가 숙연해지는 분위기다.
그는 지금 담화린을 생각하고 있는 거다.
할아버지의 손녀라는 것도 알고 있는 마당에 더욱 유감스러울 뿐이다.
그리고 무조건 죄송한 마음이다.
풍연 또한 그녀를 지켜내지 못한 점에 대해 면목이 없고 괴롭다.
 
 
“미안, 할아버지... 그... 화린이 일은 정말 유감이야....”
 
 
풍연은 검황을 바라보지도 않고, 등을 돌린 체 그렇게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멀어져 간다.
풍연의 가슴 또한 찢어질 듯 아플 것이다.
그러니 손녀를 잃은 할아버지는 어떠하랴!
그래서 차마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그렇게 툭 한 마디 하고 가버리는 거다.
 
 
무사들은 사실 지치고 힘든 상태다.
다들 여기저기 앉아 간만에 편안한 휴식을 취하기 시작한다.
검황과 은총사는 높다란 지점 어딘가에 서서 아래를 굽어보고 있다.
무사들도 조금 쉬고 나면 격앙됐던 감정이 어느 정도는 괜찮아 질 게다.
지금 검황은 풍연의 말을 생각하고 있다.
철부지 같지만 그렇지 않은 면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녀석은 신지 사람이 아닌가!
그 아이가 언급한 절대일검이니 천음마녀니 하는 신지의 최강 고수들...
그리고 유일한 방법이 동굴을 빠져나가 이 동굴을 폐쇄해버리는 것...

절대 그냥 한 말로 들리지 않는다.
사실은 은총사 역시 검황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다.
풍연의 말이 백번 지당하다. 논리적으로도 이상이 전혀 없다. 냉철한 말이다.
지금의 상황으로는 무조건 우리쪽이 불리하다.
전력 손실도 많거니와 다들 지쳐있다.

게다가 신지에 어떤 고수와 어떤 위력의 무사들이 있는지 파악되지 않는다.
적을 모른 체 전투를 해야 한다는 것은 일단 열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전략가인 은총사는 그렇게 하나씩 전세와 상황을 되짚으며 판단하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후발대가 온다 한들 뾰족한 수는 나지 않을 것이다.
일단 물러서는 게 맞다. 풍연의 말처럼 하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잔뜩 격앙되어 있는 무사들을 달래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검황 역시 은총사의 생각과 판단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그때다.
누군가의 낌새를 감지한 검황은 은총사에게 자리를 비켜달라고 한다.
혼자 있게 해달라는 말로 은총사를 물러나게 한다.
눈치 빠른 은총사 역시 그 말씀에 토 달지 않고 자리를 피해준다.
 
 
<검황과 한비광>
 
은총사가 사라지자 모습을 드러내는 인물 하나 있으니, 한비광이다.
 
 
“왔느냐... 광아야....”
 
 
검황의 등 뒤에 아주 아주 비장한 표정으로 떠억 서 있는 한비광.
그 심각한 표정은 금세 울먹이기 시작한다.
그동안 참고 버텨왔던 감정이 할아버지를 보자마자 왈칵 터지기 시작한다.
 
 
“할아버지... 나... 난...”
 
 
“네 애비를 만나보긴 했느냐?”
 
 
검황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뜻밖이다.
담화린이 아니라 한비광의 애비를 언급하고 있으니 말이다.
 
 !
  
한비광은 검황의 갑작스런 말에 순간 얼음이 된 것처럼 아연실색한다.
은총사처럼 자기도 화린이 얘기를 하려 했는데... 그래서 눈물이 났던 건데...
느닷없이 아버지 얘기를 하신다.
 
 
“알고 있었던 거야? 할아버지도?”
 
 
한비광의 반응에 검황은 그저 길고 깊은 한 숨을 내쉰다.
온갖 감회가 새삼스러운 모양이다.
 
 
“안타깝구나. 무림의 혈겁을 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건만...”
 
 
검황은 허공에 빈 시선을 응시하며 허탈한 듯한 읊조림을 내뱉는다.
그의 심정은 지금 천갈래 만갈래 찢어질 것만 같을 게다.
예상을 빗나가도 너무 빗나갔기 때문이다.
그의 기대는 그저 기대로 그쳤고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참담했다.
 
 
“내가 그만 화린이에게 큰 죄를 짓고 말았구나.”
 
 
알듯말듯한 말에 한비광은 그저 어안이 벙벙하다.
저게 무슨 뜻이지?
아버지를 만났냐고 물었고...
무림의 혈겁을 피할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이 빗나가 안타깝다고 했고...
지금은 또 화린이 얘기를 하고 계신다.
그것들이 대체 서로 어떤 연관이 있길래 저런 말씀을 하고 있다는 걸까?
 
한비광은 더욱 생각의 깊이를 깊게 가져본다.
할아버지가 말한 그것들의 연결고리와 관계는 무엇일까?
표정이 점점 기묘해지는 듯한 한비광이다.
고개를 숙인 체 한 참을 가만히 있더니 불쑥 신음 같은 웃음을 뱉어낸다.
 
 
“큭!”
 
 
그러더니만 갑자기 하늘 향해 최대한 입을 크게 벌리며 웃어대기 시작한다.
마치 실성한 놈처럼 말이다.
웃는 건지 절규하는 건지 포효하는 건지 그 웃음의 정체를 알 수는 없다.
 
 
“뭐야? 난 할아버지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이걸 어찌 설명해야 할지 고민했잖아.”
 
 
어찌나 이런 상황이 우습던지, 조금전에 너무 크게 웃은 탓인지 눈물도 그렁거린다.
그러자 오히려 검황이 당황스럽다.
이 놈이 미쳤나... 웃다가 울다가 그래...
 
 
“걱정마! 화린이는 아직 안 죽었으니까!”
 
 
검황의 얼굴을 똑바로 보며 한비광은 아주 자신있게 말한다.
화린이는 아직 살아있다고 말이다.
죽은 줄로만 알았지롱? 그런데 어쩌나... 아직 살아있는데... ^^

뭐 그런 분위기다.
그 이유라는 게 그런데 참 한비광스럽다.
살아있어서 안 죽었다고 하고 있는 게 아니니 말이다.
즉, 그렇게 쉽게 죽을 애였다면 여기까지 오면서 벌써 몇 번은 죽었을 거라고.
그런데 한 번도 안 죽었으므로 지금도 어딘가에서 살아있을 거라고...
그런 논리를 대며 화린이가 아직 안 죽었다고 큰소리 치고 있는 한비광이다.
 
그런 녀석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검황의 표정이 참 오묘하다.
이 놈이 진짜 실성을 한 건가?
별 말 같지도 않은 이유를 떠들며 저런 논리를 펼치다니 말이다.
 
이 약 한 번 잡숴봐~~ 뭐 그렇게 떠드는 약장사랑 뭐가 다르지?
 
게다가 이 떠벌같은 녀석은 한 술 더 뜨고 있다.
지금 상태는 뭐 의식을 잃고 신지 어딘가에 잡혀 있기는 하지만...
죽지 않았으니 자기가 꼭 다시 구해올 거라고 큰 소리 뻥뻥 치고 있으니 말이다.
허허... 이 놈 참...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저렇게 떠드는 걸 보니 인물일세.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검황에게 이번엔 표정을 싹 바꿔 정색을 하며 말한다.
 
 
“그리고 그 때가 되면... 그 놈에게도.. 똑똑히 알려주겠어.“
 
“내가 화나면 얼마나 무서운 놈인지 말이야.”
 
 
그리고는 씨익 웃는 한비광의 표정이 참으로 오묘하다.
분노에 가득 찬 듯한... 엄청 비장한...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듯한... 그런 거다.
 
 
<자하마신>
 
여전히 이 모든 상황을 그저 재밌게 즐기고 있는 신지의 수장, 자하마신.
배는 고프지 않으나 놀고 싶은 고양이가 쥐를 갖고 굴리며 노는 형국이랄까?
그는 지금 사음민의 첩보를 보고 받고 있는 중이다.
 
신지에서 쫓겨 어느새 산해곡에 당도했다는 것과...
당연히 동굴을 통해 줄행랑을 친 뒤 동굴을 무너뜨릴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 그렇지 않다고 하니 그건 좀 예상 밖이라는 자하마신의 생각...
 
사음민이 자신의 예상이라며 한 마디 거든다.
아무래도 놈들은 지금 그곳에서 후발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이다.
사음민의 생각도 틀리진 않는 듯하다.
후발대가 산해곡으로 모이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전열이 재정비된다면 그들은 곧장 신지를 치러 다시 올 것이라는 예상.
그런 사음민의 판단에 자하마신은 기분이 점점 상하기 시작한다.
기껏 살려 보내줬더니 다시 죽으러 오겠다는 게 아닌가!
 
야릇한 미소를 짓는 자하마신.
그는 이윽고 결심한 듯 명령을 내린다.
 
 
“사음민! 절대일검을 불러라!”
 
 
드디어 신지의 비밀병기가 출동한다.
자하마신이 믿는 신지 최강의 고수.... 바로 절대일검이다.
대체 어떤 놈들이 후발대로 온다는 건지 궁금하긴 하다.
무슨 자신감으로 또 이곳에 죽으러 들어온단 말인지....
피 냄새가 느껴지는 자하마신의 입가에 다시 저승사자의 미소가 번진다.
 
 
<후발대>
 
한 무리의 무사들이 전속력으로 내달리고 있다.
검은 망토를 두르고 있다.
그들은 흑풍회다.
선두를 내달리는 자는 둥그렇고 속이 빈 원반 모양의 무기를 손에 쥐고 있다.
 
 
“도련님! 정파놈들과 거리가 너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를 뒤따르던 흑풍회 대원 하나가 우려를 표한다.
그러자 그는 그저 훗! 하고 옅은 미소를 내비친다.
그러더니 달리던 다리를 땅에 콱 접지시킨다.
이른바 급제동이랄까!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아아.. 또 실수했나? 실력 없는 놈들하고 발 맞추는 건 처음이라서 말이지...”
 
 
전혀 지치지 않은 기색의 그는 우뚝 서서 잠시 기다려주기로 하나보다.
고개를 스윽 드는 그는 바로....... 천마신군의 둘째 제자......
도... 월...천... 이다.
 
 
 
 
<에필로그>
 
드디어 후발대가 신지로 집결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사파와 정파의 연합 세력을 구성해서 말입니다.
뜻밖인가요?
도월천이 사파의 선봉에 섰군요.
분위기 보아하니 정파와 사파가 동시에 출동했는데 흑풍회 진격 속도가 월등한 듯.
보잘 것 없는 정파놈들이라고 무시하고 있는 흑풍회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도월천...
이 음흉한 인물이 신지 에피소드에 가세를 하는 이유는 가볍지 않아 보입니다.
더구나 그가 들고 있는 무기는 혹시 또 하나의 무림팔대기보가 아닐까요?
항간에 떠도는 일월쌍륜 말입니다.
아무튼 점점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이번 에피소드입니다.
피 냄새가 벌써부터 진동하는 듯합니다.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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