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화 === 악마가 되고자 하는 한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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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7-09-18 01:20 조회12,389회 댓글0건본문
열혈강호 531화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20170917 아, 정녕 가을이가 왔단 말인가....
<프롤로그>
요즘 계속 그 고민입니다.
혼탁해진 우리 게시판을 어찌 정돈할지 말입니다.
일부 몇몇 회원의 일탈을 수수방관하는 게 능사가 아니겠습니다.
문제라면 날림운영자 입장에서 매일 모니터링하며 처리하기가 만만찮고
그렇게 하나씩 찍어내는 것이 과연 문제 해결의 본질일지 고민스럽습니다.
열혈강호가 좋아서 이곳에 들르는 사람들입니다.
단지 의견이 서로 조금씩 다를 뿐인데 옳고 그름을 따지는 듯합니다.
심각한 것은 욕설과 비방이죠.
감정에 휩쓸리는 일이 너무도 쉽게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예전에 그런 문제로 회원 권한을 1에서 2로 바꾸었더랬지요.
글쓰기 권한을 3으로 놓고 일일이 쪽지를 주는 경우 승급해드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니 도로 예전 모습이 반복되고 있더군요.
당황스럽고 난감한 일입니다.
아무튼 조금만 더 기다려보기로 하겠습니다.
청정한 홈페이지가 되기를 여전히 소망하고 있습니다.
열혈강호 이야기를 서로 재밌게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한비광의 분노 폭발>
그것은 화살들일까?
천검대 무사들을 향해 빗발치고 있는 가늘고 하얀 기운들...
수십발이 쇄도하고 연이어 또다시 수십발이 쇄도하고 있다.
그것들은 화살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화살모양을 한 살기 정도일 듯하다.
신기하게도 그 한 가운데 서있는 한비광은 완벽하게 피해 떨어지고 있다.
천검대원들은 자꾸만 희생자가 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자는 겨우 세 명의 대장들 정도랄까?
화살인지 혹은 살기로 형성된 파편이랄지...
쉴 새 없이 날아드는 정체불명의 공격에 천검대는 일대혼란에 빠진다.
고 오
진웅검의 시야에 들어온 엄청난 놈이 하나 있다.
지금껏 날아든 것들과는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른 놈이다.
그동안의 것들이 파편이었다면 이번엔 진짜 화살이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기운을 잔뜩 품은 진짜다.
진웅검을 향해 정확히 똑바로 쇄도하고 있는 그것.
다급히 부하들을 향해 피하라고 소리를 질러보는 진웅검.
콰 콰 쾅
그러나 이미 늦었다.
진웅검이 서있던 일대는 일순간 처참한 광경으로 뒤바뀐다.
뿌연 흙먼지가 사방에 흩날리고 여기저기 대원들의 시체가 넘쳐난다.
진웅검 또한 피한다고는 했으나 가벼운 상처를 입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상황이 더욱 악화되자 호림맹군 기자기와 환령요마 라수연은 명령을 내린다.
전원 후퇴!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화살의 공격범위 밖으로 일단 무조건 후퇴하는 것 밖에는 없다.
진웅검은 그게 불만이지만 그 또한 뾰족한 수는 없다.
이 화살이 대체 어디서 쏘아지는 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저 앞의 사내가 저렇게 버티고 있는 두 가지의 상황이란 말이다.
궁수의 공격을 피해내면서 저 자와 상대할 수는 없는 노릇.
슈 슈 슈
다시 퍼부어지는 화살 파편들의 공격.
진웅천검대는 또다시 다수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된다.
진웅검의 눈에 들어오는 한비광의 모습.
너무도 태연하다.
그것이 너무 섬득하다.
그제야 진웅검 번찰은 다급히 명령을 내린다.
물론 그 명령은 후퇴다.
이로서 세 개 천검대는 전원 멀찌감치 물러서고 있다.
한참을 후방으로 퇴각에 퇴각을 거듭하고 있는 그들이다.
그들이 한비광의 시야에서 전부 사라진 그 순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매유진이 한비광의 등뒤에 당도한다.
“뭐하러 무리해 가며 온 거야?”
정말 사력을 다해 달려왔건만... 적들을 보기좋게 물리쳤건만...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고 그저 힐긋 보는 척만 하면서...
그게 자기를 구하러 뛰어온 사람에게 할 소리냐 한비광!
매유진은 그런 마음까진 아니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서운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비광은 돌직구를 날리고 있다.
그 역시 매유진이 파천궁을 진각성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허나 진각성은 진각성일 뿐... 다친 몸까지 낫게 하지는 않을 터!
그녀의 부상도 잘 알기에, 그런 몸으로 달려온 그녀가 걱정되기에...
그런 마음을 한비광은 저렇게 퉁명스럽게 표현하고 있는 거다.
매유진의 몸 상태를 걱정하고 있는 한비광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한비광으로서는 이제 더 이상 그녀의 도움은 바라지 않는다.
아니, 필요 없다고 하는 게 맞을 게다.
하여, 이제 그만 돌아가라 한다.
산해곡에 도착할 때까지 퇴각 대열의 후미 쪽 엄호를 맡아달라 한다.
그 말을 남기고 계속 갈 길을 재촉하는 한비광이다.
“한비광! 너는 지금 어디 가는 거야?”
매유진은 발길을 떼는 한비광의 등을 바라보며 묻는다.
그 말에 멈칫하며 발걸음을 멈추는 한비광.
“그쪽 방향이 아니잖아. 네가 가야 할 곳은...”
여전히 그녀를 등진 체 한비광은 아무런 말이 없다.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한참을 그렇게 있더니 이윽고 입을 연다.
자신의 꿈 이야기다.
한때 정신을 잃고 사경을 헤매고 있던 때가 있었다.
그런 동안에 꾸었던 지극히 나쁜 꿈 이야기다.
어린 시절의 꿈이었다.
엄마, 아빠와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몹쓸 곰이 나타났고...
두 분을 죽여버렸다.
그러더니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엔 자신을 고통스럽게 죽여버렸다.
그 다음엔 화린이까지 잡아가버렸다.
최악의 악몽이었다.
문제는 그 악몽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는 거다.
정신이 다 너덜너덜해질 지경까지 말이다.
“그런데 덕분에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끊임없이 나를 죽여대던 그 놈... 내가 아는 놈이더라고!”
갑자기 한비광의 입꼬리가 묘하게 말려올라간다.
고개를 스윽 돌려 뒤쪽의 매유진을 바라보는 그 표정이 심상찮다.
마치 연쇄살인마의 그런 악의에 가득한 표정이랄까?
자신을 바라보는 그런 표정에 매유진은 섬짓 놀란다.
저런 표정을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게다가 지금 말하고 있는 내용도 뭔가 이상스럽기도 하다.
뜬금없이 아는 놈이라니....
한비광은 계속 이야기를 풀어낸다.
정확히 말한다면 그 놈을 아는 게 아니라 그 기운을 아는 거다.
어찌나 꿈속에서 당했던지 차츰 그 놈의 기운을 느끼게 되었다.
그런데 그 느낌이 자꾸만 너무 낯익은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기억을 더듬어보니 바로 호협곡이 떠올랐다.
예전에 그곳에서 무공을 배웠던 적이 있었는데 그것과 똑같음을...
그 놈이 썼던 무공이 그때 배운 무공과 똑같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 신지를 지배하고 있는 그 놈.
화린이가 잡아간 그 놈 말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때 호협곡에서 배웠던 무공은 사실은 잘 몰랐다.
그저 배웠기에 써봤을 뿐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그 무공의 본질을 알지 못했던 그 당시에는 폭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그 무공의 특징이기도 하다.
본질을 모르고 쓰는 자는 예외 없이 폭주하고 마는 것이다.
바로 자하신공이다.
지금 그 놈이 쓰고 있는 무공이 그것이다.
그때 호협곡에서는 그것을 몰라 폭주하고 말았는데 이젠 알겠다.
그 무공의 본질을 말이다.
인간적인 감정을 품고서는 폭주를 막을 수 없음 또한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모든 인간적인 감정을 철저히 배제하는 것이다.
즉, 인간이지만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오직 살의만을 품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 아닌, 악마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살의 그 자체로 승화하는 악마!
지금 신지의 지배자인 그 놈이 바로 그런 상태다. 악마인 것이다.
한비광은 그 모든 것들을 이제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원래부터 한 번 배운 것은 가르친 자의 그것 이상으로 해내는 한비광이다.
이제 본질을 파악한 이상 거칠 것은 없다.
방법을 알아버렸으니 못할 것 또한 없다.
그것이 한비광이기 때문이다.
놈과 같은 힘을 가지게 된다는 것....
자하신공의 본질을 완전히 이해했다는 것....
이제 한비광은 마음만 먹으면 악마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슈 르 르 릉
한비광의 말이 거기까지 이어지자 갑자기 화룡도에 기가 확 모인다.
눈빛은 사악해지고 있다.
오직 살의로만 무장한 죽음의 화신과도 같은 표정의 한비광.
화룡도를 굳게 쥐고는 다시 저벅저벅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다.
그랬다.
그 놈이 악마가 되어 그런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되었다면...
똑같이 그런 악마가 된다면 능히 싸울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그 놈이 쓰는 무공의 본질을 파악한 이상 이제 한 판 붙기로 한다.
그 놈과 똑같은 악마가 되어서 말이다.
중요한 건, 한비광은 천재라는 거다.
일단 배운 무공은 똑같이 해낼 뿐만 아니라 더욱 업그레이드가 된다.
그렇기에 이제는 그 몹쓸 곰을 때려 잡으로 갈 차례다.
사랑하는 부모님을 죽인 원수.
화린이를 잡아가버린 나쁜 놈.
그 놈과 똑같은 무공을 쓸 수 있으니, 그 놈을 잡으러 간다.
매유진은 그런저런 한비광의 설명에 아연실색한다.
악마가 되어버리겠다는 한비광이 아닌가!
어떻게든 말리고 싶은 마음 뿐이다.
그런 매유진에게 차갑게 한 마디 뱉는 한비광이다.
이런 지금의 나를 방해한다면 너라도 공격할지 모른다고 말이다.
그 말을 끝으로 남기고는 한비광은 다시 저벅저벅 발길을 옮긴다.
그런 뒷모습을 바라보며 매유진은 비장한 어조로 말한다.
“하... 하지만 한비광! 네가 그렇게 그 자를 쓰러뜨린다면... 그렇게 되면 넌... 더 이상 한비광이 아닌 게 되는 거잖아.”
멈칫!
그녀의 말에 한비광은 걸음을 멈춘다.
아니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 의미가 너무도 크게 그의 가슴을 때리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우뚝 서있다.
그렇게 그 놈을 죽인다 해도 이미 악마가 되어버린 한비광을 떠올릴까?
지금 매유진은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오직 부모의 원수를 갚고 화린이를 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데...
그 놈을 이기기 위해서는 지금의 나로서는 너무 힘든데, 거의 불가능한데...
그래서 그 놈과 똑같은 무공을 써야만 하는 방법을 이제 찾았는데...
그 놈 무공의 본질을 이제 깨달았고 더 잘 할 수도 있는데...
그런데... 그런데...
그 무공을 쓰려면 악마가 되어야만 하는데..... 젠장!!!
매유진은 말을 이어간다.
악마와 싸우기 위해 악마가 된다는 게... 과연 옳은 방법이냐고...
“적어도 내가 아는 한비광은... 그렇지 않았잖아.”
매유진의 그 말 한마디가 더욱 묵직하고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한비광은 콰악 입술을 깨문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한다.
화린이가 지금 왜 그런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를 떠올린다.
순전히 나를 구하기 위해 그렇게 된 거다.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거란 말이다.
그래서 그녀를 구하러 가는 것만이 내가 해야 하는 유일한 거다.
그러기 위해서 악마가 되어야 한다면 악마가 되기로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놈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영혼 따위 필요없다. 그녀만 구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게 그 애가 바라는 걸까...?”
매유진은 진정 가슴으로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악마가 되어서라도 화린이를 구하러 가겠다는 한비광에게....
지금 한비광의 본성을 건드리며 설득을 하고 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있기도 한 거다.
자기가 얼마나 한비광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그를 향해 품은 연정을 지금 이 순간 다 드러내보이고 싶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이렇게 한 번쯤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은가!
지금껏 한비광을 향해 품어왔던 사랑의 마음을 말이다.
지금 그러지 않으면 또 언제 기회가 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악마가 되기를 자처하고 있는 내 사랑 한비광을 말려야 하기에...
비록 나만의 연인이 아니라는 것이 못내 안타깝지만...
그러나 악마가 된 그를 바라보는 것은 더욱 슬픈 일이기에...
화린이의 곁에 이 사람이 있으면 어떠랴!
내가 알고 있는 한비광의 모습을 먼발치서라도 지켜볼 수 있으면 족하다.
그런 마음을 힘껏 모아 매유진은 이렇게 전한다.
“난 말이야...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어. 내가 알고 있는 한비광, 널 구하기 위해서라면...”
그것이었다.
지금 매유진이 한비광을 생각하는 마음이란 것은...
죽어도 좋다는 마음...
너를 구하기 위해서라는 기꺼이 죽어도 괜찮다는 마음...
이미 다른 여자의 남자가 되어버린 한비광에게 쏟아내는 매유진의 마음!
그의 등 뒤에 대고 털어놓는 여자의 마음이다.
한비광은 여전히 아무런 말이 없다.
반박할 논리도 그럴 마음도 그럴 생각도 들지 않을 게다.
어쩌면 한 여자의 고백을 듣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매유진은 진심을 다해 말을 이어간다.
“그리고 그 마음은 아마 담화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가고 있는 매유진.
그녀는 끝내 담화린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가 한비광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는 것처럼...
담화린 또한 그렇기에 기꺼이 그 놈에게 잡혀가 있는 것임을...
그녀도 담화린도 한비광을 위해 그럴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은 바로 그녀들이 알고 있는 한비광을 위해서라는 말이다.
악마가 되어버린 한비광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 너는 악마가 되기를 자처하고 있다.
만약 담화린이 나중에 다시 돌아온다면... 그땜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매유진은 담화린에게 악마가 되어버린 한비광을 얘기해야 하지 않은가!
악마를 위해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뛰어든 건 아닌데 말이다.
악마를 보기 위해 목숨을 건 게 아니었는다...
그것은 나도 담화린도 마찬가지일 텐데...
이제 매유진은 철철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감정이 너무 북받쳤다.
나도 너를 사랑하지만 너는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
나도 너를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지만 그녀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데 너는 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위해 목숨을 버리려 하고 있다.
비록 내 남자는 아니지만 나는 또한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좋아하는 남자로 돌아와 주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그래서 다른 여자에게로 가 그녀 품에 안길지언정...
그게 낫다.
“예전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주면 안될까? 한 비 광....”
울먹이며 흐느끼며 눈물을 왈칵 쏟아내며 매유진은 부탁하고 있다.
제발 악마가 되는 일은 하지 말아 달라고...
그런 모습을 보려고 담화린도 또 자기도 목숨을 걸고 있는 게 아니라고...
진정으로 설득하고 있다.
한비광은 여전히 아무런 말이 없다.
매유진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꼭꼭 새겨듣고 있다.
그럴수록 다 맞는 말이요 참으로 지당하다.
한비광 또한 감정이 북받쳐 오르기 시작한다.
점점 화룡도를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다.
이어 어깨도 몸통도 사정없이 떨린다.
어느새 입술은 경직되고 이빨은 잔뜩 힘을 주며 앙다문다.
절로 외마디 신음소리가 새어나온다.
호흡도 가빠진다.
담화린을 생각하는 마음과 매유진의 이런저런 말들... 다 옳다.
자기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담보 잡힌 나의 그녀 담화린.
그녀가 원하는 것을 해야만 한다.
악마가 되어 그녀를 구하는 것 말고 지금 다른 방법이 있을까?
그렇지 않고서는 그 놈을 이길 수가 없는데 말이다.
그래서는 그녀를 구해낼 수가 사실상 불가능한데 말이다.
아...
어쩌란 말이냐!
대체 나보고 이런 상황에서 뭘 어쩌란 말이더냐!
내 능력이 고작 이 정도란 말인가!
사랑하는 여자를 제대로 구해내지도 못하고 이게 뭐란 말이냐.
이런 내 자신이 너무 싫다.
나약한 이런 모습이 정말 신물이 난다.
급기야 한비광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폭발을 일으키고야 만다.
고개를 들어 허공을 향해 초점 없는 시선을 던진다.
으 아
폭발이다.
한비광은 한껏 입을 벌려 외마디 고함을 지르기 시작한다.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의 강력한 표출이다.
그것은 사자후다.
사자의 포효!
허공을 향해 폭발하는 한비광의 감정, 안타까움, 무기력함 그리고 분노!!!
그것은 폭풍 같은 사자후가 되어 사방에 퍼져나간다.
온 사방천지를 쩌렁 쩌렁 울리며 퍼진다.
어찌나 강력하던지... 듣는 이로 하여금 고통을 느끼게 할 지경이다.
저 멀리 한참 퇴각하고 있는 천검대에 그 음파가 도달한다.
쩌렁 쩌렁 울리는 그 소리에 진웅검은 소스라치게 놀란다.
환령요마도 호림맹군도 표정이 일순간 사색이 되어버린다.
더 멀리에 있는 신공에까지 전달되며 그 역시 심각한 느낌을 갖게 한다.
후방의 벽력자 영감에게도 들린다. 역시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은총사도 철혈귀검도 역시 그 사자후를 들으며 심상찮음을 느낀다
특히 혈뢰...
그는 순간 최고조로 긴장감이 엄습한다.
........... 도... 도존? .............
<에필로그>
이제 곧 추석입니다.
유난히 긴 연휴가 이어지는 한 주일이 되겠지요?
다들 좋은 계획들이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저야 뭐 친가와 처가를 셔틀하며 차례 지내고 어른들게 인사하는 것.
늘상 그런 정도의 계획만 세우고 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한가위 풍성하게 보내시고 살도 좀 찌시고... ^^;
다음 스토리에서 만납시당.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20170917 아, 정녕 가을이가 왔단 말인가....
<프롤로그>
요즘 계속 그 고민입니다.
혼탁해진 우리 게시판을 어찌 정돈할지 말입니다.
일부 몇몇 회원의 일탈을 수수방관하는 게 능사가 아니겠습니다.
문제라면 날림운영자 입장에서 매일 모니터링하며 처리하기가 만만찮고
그렇게 하나씩 찍어내는 것이 과연 문제 해결의 본질일지 고민스럽습니다.
열혈강호가 좋아서 이곳에 들르는 사람들입니다.
단지 의견이 서로 조금씩 다를 뿐인데 옳고 그름을 따지는 듯합니다.
심각한 것은 욕설과 비방이죠.
감정에 휩쓸리는 일이 너무도 쉽게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예전에 그런 문제로 회원 권한을 1에서 2로 바꾸었더랬지요.
글쓰기 권한을 3으로 놓고 일일이 쪽지를 주는 경우 승급해드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니 도로 예전 모습이 반복되고 있더군요.
당황스럽고 난감한 일입니다.
아무튼 조금만 더 기다려보기로 하겠습니다.
청정한 홈페이지가 되기를 여전히 소망하고 있습니다.
열혈강호 이야기를 서로 재밌게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한비광의 분노 폭발>
그것은 화살들일까?
천검대 무사들을 향해 빗발치고 있는 가늘고 하얀 기운들...
수십발이 쇄도하고 연이어 또다시 수십발이 쇄도하고 있다.
그것들은 화살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화살모양을 한 살기 정도일 듯하다.
신기하게도 그 한 가운데 서있는 한비광은 완벽하게 피해 떨어지고 있다.
천검대원들은 자꾸만 희생자가 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자는 겨우 세 명의 대장들 정도랄까?
화살인지 혹은 살기로 형성된 파편이랄지...
쉴 새 없이 날아드는 정체불명의 공격에 천검대는 일대혼란에 빠진다.
고 오
진웅검의 시야에 들어온 엄청난 놈이 하나 있다.
지금껏 날아든 것들과는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른 놈이다.
그동안의 것들이 파편이었다면 이번엔 진짜 화살이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기운을 잔뜩 품은 진짜다.
진웅검을 향해 정확히 똑바로 쇄도하고 있는 그것.
다급히 부하들을 향해 피하라고 소리를 질러보는 진웅검.
콰 콰 쾅
그러나 이미 늦었다.
진웅검이 서있던 일대는 일순간 처참한 광경으로 뒤바뀐다.
뿌연 흙먼지가 사방에 흩날리고 여기저기 대원들의 시체가 넘쳐난다.
진웅검 또한 피한다고는 했으나 가벼운 상처를 입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상황이 더욱 악화되자 호림맹군 기자기와 환령요마 라수연은 명령을 내린다.
전원 후퇴!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화살의 공격범위 밖으로 일단 무조건 후퇴하는 것 밖에는 없다.
진웅검은 그게 불만이지만 그 또한 뾰족한 수는 없다.
이 화살이 대체 어디서 쏘아지는 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저 앞의 사내가 저렇게 버티고 있는 두 가지의 상황이란 말이다.
궁수의 공격을 피해내면서 저 자와 상대할 수는 없는 노릇.
슈 슈 슈
다시 퍼부어지는 화살 파편들의 공격.
진웅천검대는 또다시 다수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된다.
진웅검의 눈에 들어오는 한비광의 모습.
너무도 태연하다.
그것이 너무 섬득하다.
그제야 진웅검 번찰은 다급히 명령을 내린다.
물론 그 명령은 후퇴다.
이로서 세 개 천검대는 전원 멀찌감치 물러서고 있다.
한참을 후방으로 퇴각에 퇴각을 거듭하고 있는 그들이다.
그들이 한비광의 시야에서 전부 사라진 그 순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매유진이 한비광의 등뒤에 당도한다.
“뭐하러 무리해 가며 온 거야?”
정말 사력을 다해 달려왔건만... 적들을 보기좋게 물리쳤건만...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고 그저 힐긋 보는 척만 하면서...
그게 자기를 구하러 뛰어온 사람에게 할 소리냐 한비광!
매유진은 그런 마음까진 아니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서운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비광은 돌직구를 날리고 있다.
그 역시 매유진이 파천궁을 진각성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허나 진각성은 진각성일 뿐... 다친 몸까지 낫게 하지는 않을 터!
그녀의 부상도 잘 알기에, 그런 몸으로 달려온 그녀가 걱정되기에...
그런 마음을 한비광은 저렇게 퉁명스럽게 표현하고 있는 거다.
매유진의 몸 상태를 걱정하고 있는 한비광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한비광으로서는 이제 더 이상 그녀의 도움은 바라지 않는다.
아니, 필요 없다고 하는 게 맞을 게다.
하여, 이제 그만 돌아가라 한다.
산해곡에 도착할 때까지 퇴각 대열의 후미 쪽 엄호를 맡아달라 한다.
그 말을 남기고 계속 갈 길을 재촉하는 한비광이다.
“한비광! 너는 지금 어디 가는 거야?”
매유진은 발길을 떼는 한비광의 등을 바라보며 묻는다.
그 말에 멈칫하며 발걸음을 멈추는 한비광.
“그쪽 방향이 아니잖아. 네가 가야 할 곳은...”
여전히 그녀를 등진 체 한비광은 아무런 말이 없다.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한참을 그렇게 있더니 이윽고 입을 연다.
자신의 꿈 이야기다.
한때 정신을 잃고 사경을 헤매고 있던 때가 있었다.
그런 동안에 꾸었던 지극히 나쁜 꿈 이야기다.
어린 시절의 꿈이었다.
엄마, 아빠와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몹쓸 곰이 나타났고...
두 분을 죽여버렸다.
그러더니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엔 자신을 고통스럽게 죽여버렸다.
그 다음엔 화린이까지 잡아가버렸다.
최악의 악몽이었다.
문제는 그 악몽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는 거다.
정신이 다 너덜너덜해질 지경까지 말이다.
“그런데 덕분에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끊임없이 나를 죽여대던 그 놈... 내가 아는 놈이더라고!”
갑자기 한비광의 입꼬리가 묘하게 말려올라간다.
고개를 스윽 돌려 뒤쪽의 매유진을 바라보는 그 표정이 심상찮다.
마치 연쇄살인마의 그런 악의에 가득한 표정이랄까?
자신을 바라보는 그런 표정에 매유진은 섬짓 놀란다.
저런 표정을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게다가 지금 말하고 있는 내용도 뭔가 이상스럽기도 하다.
뜬금없이 아는 놈이라니....
한비광은 계속 이야기를 풀어낸다.
정확히 말한다면 그 놈을 아는 게 아니라 그 기운을 아는 거다.
어찌나 꿈속에서 당했던지 차츰 그 놈의 기운을 느끼게 되었다.
그런데 그 느낌이 자꾸만 너무 낯익은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기억을 더듬어보니 바로 호협곡이 떠올랐다.
예전에 그곳에서 무공을 배웠던 적이 있었는데 그것과 똑같음을...
그 놈이 썼던 무공이 그때 배운 무공과 똑같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 신지를 지배하고 있는 그 놈.
화린이가 잡아간 그 놈 말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때 호협곡에서 배웠던 무공은 사실은 잘 몰랐다.
그저 배웠기에 써봤을 뿐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그 무공의 본질을 알지 못했던 그 당시에는 폭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그 무공의 특징이기도 하다.
본질을 모르고 쓰는 자는 예외 없이 폭주하고 마는 것이다.
바로 자하신공이다.
지금 그 놈이 쓰고 있는 무공이 그것이다.
그때 호협곡에서는 그것을 몰라 폭주하고 말았는데 이젠 알겠다.
그 무공의 본질을 말이다.
인간적인 감정을 품고서는 폭주를 막을 수 없음 또한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모든 인간적인 감정을 철저히 배제하는 것이다.
즉, 인간이지만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오직 살의만을 품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 아닌, 악마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살의 그 자체로 승화하는 악마!
지금 신지의 지배자인 그 놈이 바로 그런 상태다. 악마인 것이다.
한비광은 그 모든 것들을 이제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원래부터 한 번 배운 것은 가르친 자의 그것 이상으로 해내는 한비광이다.
이제 본질을 파악한 이상 거칠 것은 없다.
방법을 알아버렸으니 못할 것 또한 없다.
그것이 한비광이기 때문이다.
놈과 같은 힘을 가지게 된다는 것....
자하신공의 본질을 완전히 이해했다는 것....
이제 한비광은 마음만 먹으면 악마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슈 르 르 릉
한비광의 말이 거기까지 이어지자 갑자기 화룡도에 기가 확 모인다.
눈빛은 사악해지고 있다.
오직 살의로만 무장한 죽음의 화신과도 같은 표정의 한비광.
화룡도를 굳게 쥐고는 다시 저벅저벅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다.
그랬다.
그 놈이 악마가 되어 그런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되었다면...
똑같이 그런 악마가 된다면 능히 싸울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그 놈이 쓰는 무공의 본질을 파악한 이상 이제 한 판 붙기로 한다.
그 놈과 똑같은 악마가 되어서 말이다.
중요한 건, 한비광은 천재라는 거다.
일단 배운 무공은 똑같이 해낼 뿐만 아니라 더욱 업그레이드가 된다.
그렇기에 이제는 그 몹쓸 곰을 때려 잡으로 갈 차례다.
사랑하는 부모님을 죽인 원수.
화린이를 잡아가버린 나쁜 놈.
그 놈과 똑같은 무공을 쓸 수 있으니, 그 놈을 잡으러 간다.
매유진은 그런저런 한비광의 설명에 아연실색한다.
악마가 되어버리겠다는 한비광이 아닌가!
어떻게든 말리고 싶은 마음 뿐이다.
그런 매유진에게 차갑게 한 마디 뱉는 한비광이다.
이런 지금의 나를 방해한다면 너라도 공격할지 모른다고 말이다.
그 말을 끝으로 남기고는 한비광은 다시 저벅저벅 발길을 옮긴다.
그런 뒷모습을 바라보며 매유진은 비장한 어조로 말한다.
“하... 하지만 한비광! 네가 그렇게 그 자를 쓰러뜨린다면... 그렇게 되면 넌... 더 이상 한비광이 아닌 게 되는 거잖아.”
멈칫!
그녀의 말에 한비광은 걸음을 멈춘다.
아니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 의미가 너무도 크게 그의 가슴을 때리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우뚝 서있다.
그렇게 그 놈을 죽인다 해도 이미 악마가 되어버린 한비광을 떠올릴까?
지금 매유진은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오직 부모의 원수를 갚고 화린이를 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데...
그 놈을 이기기 위해서는 지금의 나로서는 너무 힘든데, 거의 불가능한데...
그래서 그 놈과 똑같은 무공을 써야만 하는 방법을 이제 찾았는데...
그 놈 무공의 본질을 이제 깨달았고 더 잘 할 수도 있는데...
그런데... 그런데...
그 무공을 쓰려면 악마가 되어야만 하는데..... 젠장!!!
매유진은 말을 이어간다.
악마와 싸우기 위해 악마가 된다는 게... 과연 옳은 방법이냐고...
“적어도 내가 아는 한비광은... 그렇지 않았잖아.”
매유진의 그 말 한마디가 더욱 묵직하고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한비광은 콰악 입술을 깨문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한다.
화린이가 지금 왜 그런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를 떠올린다.
순전히 나를 구하기 위해 그렇게 된 거다.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거란 말이다.
그래서 그녀를 구하러 가는 것만이 내가 해야 하는 유일한 거다.
그러기 위해서 악마가 되어야 한다면 악마가 되기로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놈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영혼 따위 필요없다. 그녀만 구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게 그 애가 바라는 걸까...?”
매유진은 진정 가슴으로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악마가 되어서라도 화린이를 구하러 가겠다는 한비광에게....
지금 한비광의 본성을 건드리며 설득을 하고 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있기도 한 거다.
자기가 얼마나 한비광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그를 향해 품은 연정을 지금 이 순간 다 드러내보이고 싶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이렇게 한 번쯤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은가!
지금껏 한비광을 향해 품어왔던 사랑의 마음을 말이다.
지금 그러지 않으면 또 언제 기회가 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악마가 되기를 자처하고 있는 내 사랑 한비광을 말려야 하기에...
비록 나만의 연인이 아니라는 것이 못내 안타깝지만...
그러나 악마가 된 그를 바라보는 것은 더욱 슬픈 일이기에...
화린이의 곁에 이 사람이 있으면 어떠랴!
내가 알고 있는 한비광의 모습을 먼발치서라도 지켜볼 수 있으면 족하다.
그런 마음을 힘껏 모아 매유진은 이렇게 전한다.
“난 말이야...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어. 내가 알고 있는 한비광, 널 구하기 위해서라면...”
그것이었다.
지금 매유진이 한비광을 생각하는 마음이란 것은...
죽어도 좋다는 마음...
너를 구하기 위해서라는 기꺼이 죽어도 괜찮다는 마음...
이미 다른 여자의 남자가 되어버린 한비광에게 쏟아내는 매유진의 마음!
그의 등 뒤에 대고 털어놓는 여자의 마음이다.
한비광은 여전히 아무런 말이 없다.
반박할 논리도 그럴 마음도 그럴 생각도 들지 않을 게다.
어쩌면 한 여자의 고백을 듣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매유진은 진심을 다해 말을 이어간다.
“그리고 그 마음은 아마 담화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가고 있는 매유진.
그녀는 끝내 담화린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가 한비광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는 것처럼...
담화린 또한 그렇기에 기꺼이 그 놈에게 잡혀가 있는 것임을...
그녀도 담화린도 한비광을 위해 그럴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은 바로 그녀들이 알고 있는 한비광을 위해서라는 말이다.
악마가 되어버린 한비광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 너는 악마가 되기를 자처하고 있다.
만약 담화린이 나중에 다시 돌아온다면... 그땜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매유진은 담화린에게 악마가 되어버린 한비광을 얘기해야 하지 않은가!
악마를 위해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뛰어든 건 아닌데 말이다.
악마를 보기 위해 목숨을 건 게 아니었는다...
그것은 나도 담화린도 마찬가지일 텐데...
이제 매유진은 철철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감정이 너무 북받쳤다.
나도 너를 사랑하지만 너는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
나도 너를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지만 그녀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데 너는 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위해 목숨을 버리려 하고 있다.
비록 내 남자는 아니지만 나는 또한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좋아하는 남자로 돌아와 주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그래서 다른 여자에게로 가 그녀 품에 안길지언정...
그게 낫다.
“예전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주면 안될까? 한 비 광....”
울먹이며 흐느끼며 눈물을 왈칵 쏟아내며 매유진은 부탁하고 있다.
제발 악마가 되는 일은 하지 말아 달라고...
그런 모습을 보려고 담화린도 또 자기도 목숨을 걸고 있는 게 아니라고...
진정으로 설득하고 있다.
한비광은 여전히 아무런 말이 없다.
매유진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꼭꼭 새겨듣고 있다.
그럴수록 다 맞는 말이요 참으로 지당하다.
한비광 또한 감정이 북받쳐 오르기 시작한다.
점점 화룡도를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다.
이어 어깨도 몸통도 사정없이 떨린다.
어느새 입술은 경직되고 이빨은 잔뜩 힘을 주며 앙다문다.
절로 외마디 신음소리가 새어나온다.
호흡도 가빠진다.
담화린을 생각하는 마음과 매유진의 이런저런 말들... 다 옳다.
자기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담보 잡힌 나의 그녀 담화린.
그녀가 원하는 것을 해야만 한다.
악마가 되어 그녀를 구하는 것 말고 지금 다른 방법이 있을까?
그렇지 않고서는 그 놈을 이길 수가 없는데 말이다.
그래서는 그녀를 구해낼 수가 사실상 불가능한데 말이다.
아...
어쩌란 말이냐!
대체 나보고 이런 상황에서 뭘 어쩌란 말이더냐!
내 능력이 고작 이 정도란 말인가!
사랑하는 여자를 제대로 구해내지도 못하고 이게 뭐란 말이냐.
이런 내 자신이 너무 싫다.
나약한 이런 모습이 정말 신물이 난다.
급기야 한비광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폭발을 일으키고야 만다.
고개를 들어 허공을 향해 초점 없는 시선을 던진다.
으 아
폭발이다.
한비광은 한껏 입을 벌려 외마디 고함을 지르기 시작한다.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의 강력한 표출이다.
그것은 사자후다.
사자의 포효!
허공을 향해 폭발하는 한비광의 감정, 안타까움, 무기력함 그리고 분노!!!
그것은 폭풍 같은 사자후가 되어 사방에 퍼져나간다.
온 사방천지를 쩌렁 쩌렁 울리며 퍼진다.
어찌나 강력하던지... 듣는 이로 하여금 고통을 느끼게 할 지경이다.
저 멀리 한참 퇴각하고 있는 천검대에 그 음파가 도달한다.
쩌렁 쩌렁 울리는 그 소리에 진웅검은 소스라치게 놀란다.
환령요마도 호림맹군도 표정이 일순간 사색이 되어버린다.
더 멀리에 있는 신공에까지 전달되며 그 역시 심각한 느낌을 갖게 한다.
후방의 벽력자 영감에게도 들린다. 역시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은총사도 철혈귀검도 역시 그 사자후를 들으며 심상찮음을 느낀다
특히 혈뢰...
그는 순간 최고조로 긴장감이 엄습한다.
........... 도... 도존? .............
<에필로그>
이제 곧 추석입니다.
유난히 긴 연휴가 이어지는 한 주일이 되겠지요?
다들 좋은 계획들이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저야 뭐 친가와 처가를 셔틀하며 차례 지내고 어른들게 인사하는 것.
늘상 그런 정도의 계획만 세우고 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한가위 풍성하게 보내시고 살도 좀 찌시고... ^^;
다음 스토리에서 만납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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