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8화 스토리 === 천음마녀 갈뢰, 그녀는 풍연의 어머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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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4-06-23 23:35 조회1,460회 댓글0건본문
열혈강호 598화 스토리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
<프롤로그>
전편에서는 의미심장한 이야기가 몇 개 있었더랬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한비광이 대결중에 너무 큰 타격을 받은 나머지 의식을 잃고 추락한 곳은 바로 봉신구였지요. 화룡이 뛰쳐나와 섬기던 주인이 죽은 것을 보고는 속절없이 혼백편으로 산화하는 것을 봐야 했지요. 그 혼백편들은 눈이 쌓이듯 켜켜이 한비광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지요. 그리고 풍연은 목숨을 담보로 소혼술을 시전하고는 신지 어르신을 죽이겠노라며 무모한 작전을 개시하기로 했지요. 점입가경입니다.
<그럴듯한 작전>
최후의 한 수로 남겨두었던 소혼술을 마침내 쓰기로 결심한 풍연은 주저없이 혈을 짚어 소혼술을 가동시켰다. 혈뢰와 철혈천검대 임철곤 대장은 사나이답게 죽음을 불사하기로 하고 풍연의 명령을 따르기로 했다. 이제 작전을 펼치자.
선봉에 철혈천검대가 있고 그 뒤에 임철곤과 혈뢰가 따른다. 그리고 바로 뒤에는 풍연이 소리없이 묻어 가는 전술이다. 철혈천검대가 절대천검대의 예봉을 어느정도 꺽으며 전진을 감행한다. 물론 무리라는 것은 다 안다. 같은 천검대지만 같은 실력은 아니기 때문이다. 묵령이 이끄는 절대천검대는 명실공히 신지 최고의 천검대가 아닌가! 예상대로 철혈천검대원들은 절대천검대원들을 상대하기엔 버거웠다. 전사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멈출 수는 없다. 그냥 전진할 뿐이다.
임철곤 대장은 사력을 다해 전투에 임하고 있다. 부하들의 희생을 눈으로 보면서도 그는 절대 물러서지 말라고 부하들에게 추상같은 명령을 내린다. 열세에 몰리는 만큼 더욱 더 대형을 유지한 채 진격하라고 외친다.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꾸역꾸역 임철곤과 철혈천검대는 다수의 희생을 치르면서 한 발씩 한 발씩 전진하고 있다.
“호오... 이거 아는 얼굴이로군. 뭔가 장난질이라도 꾸미고 있는 거냐?”
선봉 대열에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는 임철곤을 신지 지주는 알아본 것이다. 천검대장의 얼굴을 모를 리는 없으니 말이다. 지주 옆에 있는 도월천은 조금은 당황하는 기색이 언 듯 비추긴 하지만 여전히 침착을 잃지 않고 있다. 신지 지주는 오히려 이런 상황에 흥미가 생긴 모양이다. 마침 신지 천검대장의 얼굴도 알아봤고 그것은 즉 신지를 배신하고 무림쪽에 붙었다는 뜻이니 나름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 너희들이 뭘 할 수 있는지 좀 보자, 뭐 이런 마음이 아닐까?
..............앞으로 남은 거리 20여장... 부하들은 이미 다들 죽음에 가까운 상태 .............
임철곤이 계산한 거리다. 신지 지주까지의 거리는 약 60m 남았다. 그리고 부하들은 기진맥진한 상태이며 이미 많은 부하들이 희생되었다. 이제는 작전 2호를 발동할 때다. 임철곤은 바로 뒤에 따라오고 있는 혈뢰를 보며 외친다.
“혈뢰! 우린 여기까지다!!”
그 신호를 받은 혈뢰는 특유의 엄청난 크기의 도에 강맹한 기를 불어넣기 시작한다.
부 우 우 우
그리고는 뒤를 슬쩍 바라본다. 거기에 풍연이 바싹 뒤따르고 있다. 풍연은 혈뢰와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인다. 작전 2호 개시다. 혈뢰는 커다란 도를 힘껏 휘두르며 힘차게 외친다.
“번 천 복 지!”
투 카 가 각
그의 번천복지는 그러나 사람을 향하는 게 아니었다. 무공 이름에도 있듯이 혈뢰 전방의 땅을 향해 시전을 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작전 2호다. 즉, 땅을 강하게 타격함으로서 커다란 흙먼지와 돌맹이들을 공중으로 비산시킬 목적으로 시전한 것이다. 그러자 순식간에 혈뢰를 비롯 근방의 허공은 온통 흙먼지로 가득해진다. 시야 확보가 어려울 지경이 된 것이다.
슈 핫
바로 그 순간이다.
흙먼지 사이를 뚫고 한 사람이 매우 빠르게 쇄도하기 시작한 것은.
동시에 그는 다시 한번 스스로 점혈을 강하게 타격한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밝고 투명한 불꽃이 피어나며 엄청난 에너지로 뒤덮인다. 소혼술을 본격적으로 작동시킨 것이다.
화 르 르 륵
이제 마지막인 작전 3호 개시다.
풍연은 소혼술에 힘입어 자욱한 흙먼지를 뚫으며 몸을 솟구친다. 그의 발 밑에는 절대천검대 대원들로 가득하다. 그런 그들의 정수리를 가볍게 밟으며 그것을 디딤판으로 삼아 더욱 빠르게 몸을 날리기 시작한다. 목표는 바로 신지 지주다. 대략 40m쯤 되는 거리를 단숨에 좁혀 버린다. 허공으로 도약한 풍연은 어느새 신지 지주 근처까지 도달하였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임철곤의 두 눈은 휘둥그레지며 마음으로 한 가닥의 희망을 품어본다. 저 정도의 기운이라면 어쩌면 도련님의 계획이 영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그런 희망 말이다.
이제 신지 지주까지의 거리는 불과 7m 남짓이다. 풍연의 기세는 실로 대단하다. 검을 꽉 쥐고 그 검 끝은 정확히 신지 지주를 향하고 있다. 갑자기 흙먼지를 뚫고 나타나 어느새 공격이 가능한 거리까지 근접한 풍연을 보고도 신지 지주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 뒤에 서있는 도월천 또한 마찬가지다. 이윽고 풍연은 검을 힘차게 휘두르며 무공을 시전한다.
“살(殺)!!”
극히 단순한 초식이다. 그냥 죽이자는 뜻이다. 아니 더 정확히는 너도 죽고 나도 죽자는 의미다. 이른바 동귀어진인 것이다. 이 순간까지도 풍연은 성공을 의심치 않았다. 작전 1호, 2호는 물론 3호까지 완벽하게 펼쳐졌다. 그리고 지금 절대 초식이 시전됐다. 같이 죽는 거다. 됐어. 성공이다........
풍연과 신지 지주의 눈이 서로 마주친다. 여전히 지주의 표정은 태연하다. 지금 눈앞으로 달려드는 동귀어진 무공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저 똑바로 풍연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그 찰나의 순간이 흘러가고 있다. 동귀어진이 펼펴지려 한다. 이제 같이 죽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분명히 풍연의 칼 끝은 신지 지주를 정확히 겨누고 있다. 이대로 3m만 더 진진하면 된다. 그러나 몸이 갑자기 움직이지 않는다. 아니 더 정확히는 무언가 몸을 끌어당기고 있는 거다. 그 덕분에 풍연의 몸은 칼을 겨눈 그 자세 그대로 우향우를 하더니 저쪽에 풀썩 나동그라진다. 풍연의 눈에서 어르신이 자꾸 멀어지고 있다. 동시에 눈에 들어오는 인물 하나 있다. 그는 어르신 앞에 늠름하게 자리를 잡고 선다. 호위무사처럼 말이다.
<천음마녀 갈뢰>
그녀가 때마침 나타났다. 신지 지주가 어쩌면 치명적일지도 모를 동귀어진 공격을 당하기 바로 직전에 당도한 것이다. 그녀의 염력으로 풍연은 속절없이 저마치 옆으로 튕겨져 나간 것이다. 풍연은 재빨리 다시 자세를 추스르더니 다시 어르신을 향해 돌진한다.
스 르 릉
우 우 웅
신지 지주 앞에 우뚝 서서 그를 호위하고 있는 갈뢰는 대응을 시작한다. 그녀 등뒤에 있는 칼집에서 칼이 스스릉 빠져 나오더니 동시에 우우웅 하며 울기 시작한다. 그 검을 가볍게 부여잡은 갈뢰는 검 끝을 풍연을 향하게 한다. 신지 지주를 죽이기 위해 검을 앞으로 쭈욱 밀려 쇄도하는 상황에서 갈뢰는 정확하게 풍연의 검 끝을 겨냥한다. 갈뢰의 검 끝과 풍연의 검 끝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맞부딪힌다.
쩌 엉 엉
실로 엄청난 울림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정확히는 두 갈래로 된 검에서 강한 공명 현상이 발생하며 인간의 청력 신경을 손상시킬 정도의 위력적인 주파수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거다. 그것이 풍연의 검 끝과 충돌하면서 그 위력이 배가 되었다고나 할까? 굉음이 울려퍼지자 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신지 무사 무림 무사 할 것 없이 모두들 자신의 귀를 손으로 틀어막으며 괴로워하기 시작한다. 귀를 막지 않으면 고막이 터져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대결하느라 귀를 막지 못하는 풍연으로서는 더 고통스러울 상황이다. 갈뢰는 어른이 아이 다루듯 풍연의 칼을 쳐내더니 기다란 옷소매를 이용해 풍연의 목을 감더니 그대로 내팽개친다. 그냥 손짓 두어번 했을 뿐인데 그 덕분에 풍연은 저만치 멀찌감치 나동그라진다. 간신히 균형을 잡으며 일어서려는 풍연의 목에 갈뢰의 검이 겨눠진다. 금방이라도 목을 뎅강 잘라버릴 듯한 기세다.
“진정해라, 소지주”
그런 장면을 남김없이 보고 있는 도월천은 생각한다.
.............. 대담하다. 감히 지주를 노리는 자가 있을거라 예상도 못 했건만 어떻게 저렇게 어린 자가 그토록 대단한 기운을 끌어내 공격을 할 수가 있었단 말인가? 그리고 그 엄청난 공격을 간단하게 막아버린 저 여자는 또 뭐지? .................
“놀랐느냐?”
뒤를 돌아보며 신지 지주가 도월천에게 묻는다.
“아, 예. 괜찮습니다.”
“크크크, 그래. 네놈 하나는 다행히 쓸만하구나. 무림 놈들은 네가 데려온 놈들처럼 다 쓰레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말이다.”
지주의 저 말은 무슨 뜻일까? 뜬금없다 싶어 잠시 고민하다가 문득 주변을 돌아보는 도월천이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장면은 20여명의 흑풍회 대원들이 모두 쓰러져 있는 모습이다. 물론 도월천이 데리고 온 흑풍회다. 조금전의 갈뢰의 괴명검 소리에 귀를 틀어막으며 고막이 터지고 등등 한 사람도 남김없이 그렇게 기절, 혼절 또는 죽어버린 것이다. 그걸 보고 지주가 한심하다는 듯 말을 건넨 것이었다. 도월천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기껏 큰 뜻을 품고 데리고 온 녀석들이었지만 이 정도에 나자빠질 정도니 정말 쓸만한 놈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며 혀를 차는 도월천이다.
“갈뢰! 넌 그간 지신각주를 통해 날 지원했잖아. 내 편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소지주, 난 언제나 네 편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야. 아무리 원망스럽더라도 친부에게 칼을 겨누는 일이 있어서는 안돼!”
이건 또 뭔소린가? 갑자기 나타나서는 기껏 소혼술까지 써서 감행한 공격을 망치게 하더니 이제는 또 뭐? 친부가 어떻고 저떻고? 풍연으로서는 가슴을 칠 일이다. 그저 눈이 휘둥그레질 뿐이다. 바락바락 악을 쓰며, 공격을 망친 갈뢰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며 풍연은 외친다.
“뭐?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갈뢰! 대답해! 누가 내 친부라는 거야?”
괴명검의 굉음에 한순간 귀에 큰 손상을 입은 임철곤, 혈뢰, 무림 무사들, 그리고 신지 무사들은 여전히 귀를 매만지며 어리벙벙한 상태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며 저만치의 광경에 주목하는 임철곤이다. 천음마녀가 서있고 칼을 풍연 도련님에게 겨누고 있고 도련님은 한 손으로 칼을 땅에 짚고 땅에 한쪽 무릎을 대고 다른쪽 무릎은 직각으로 세운 자세로 앉아 있다. 그들은 지금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데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는 없다. 아까 괴명검의 충격으로 귀가 나가버린 모양이다.
휴우....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는 천음마녀다. 이걸 어디서부터 얘길 해줘야 얘가 내 말을 믿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런 설명을 지금 여기서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거짓말이 아니라고 진지하게 얘기해보지만 그런 말이 풍연의 귓등에도 앉지 않을 상황이니 말이다.
“헛소리 마! 네가 뭘 안다고!!”
풍연은 다시 힘을 내서 벌떡 일어나더니 갈뢰를 향해 칼을 겨누며 공격을 시도한다. 그러자 갈뢰는 번개처럼 빠른 손놀림으로 풍연의 가슴팍의 세 군데에 점혈을 찍어버린다.
<에필로그>
이야기가 점점 흥미로워집니다. 최고의 타이밍에 나타난 천음마녀 갈뢰. 그러나 그녀의 등장은 풍연에게는 뼈아픈 대목일 수밖에 없지요. 목숨 걸로 소혼술까지 써가며 단 한 번의 기회를 노렸는데 그게 무산됐으니 말입니다. 어쨌든 친부 이야기가 나온만큼 갈뢰가 얘기하는 친부는 정황상 신지 지주를 말하는 것이겠습니다. 아버지가 있다면 어머니도 당연히 있는 법! 그렇다면 풍연의 어머니는 과연 누구일까요? 이 또한 정황상 갈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
<프롤로그>
전편에서는 의미심장한 이야기가 몇 개 있었더랬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한비광이 대결중에 너무 큰 타격을 받은 나머지 의식을 잃고 추락한 곳은 바로 봉신구였지요. 화룡이 뛰쳐나와 섬기던 주인이 죽은 것을 보고는 속절없이 혼백편으로 산화하는 것을 봐야 했지요. 그 혼백편들은 눈이 쌓이듯 켜켜이 한비광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지요. 그리고 풍연은 목숨을 담보로 소혼술을 시전하고는 신지 어르신을 죽이겠노라며 무모한 작전을 개시하기로 했지요. 점입가경입니다.
<그럴듯한 작전>
최후의 한 수로 남겨두었던 소혼술을 마침내 쓰기로 결심한 풍연은 주저없이 혈을 짚어 소혼술을 가동시켰다. 혈뢰와 철혈천검대 임철곤 대장은 사나이답게 죽음을 불사하기로 하고 풍연의 명령을 따르기로 했다. 이제 작전을 펼치자.
선봉에 철혈천검대가 있고 그 뒤에 임철곤과 혈뢰가 따른다. 그리고 바로 뒤에는 풍연이 소리없이 묻어 가는 전술이다. 철혈천검대가 절대천검대의 예봉을 어느정도 꺽으며 전진을 감행한다. 물론 무리라는 것은 다 안다. 같은 천검대지만 같은 실력은 아니기 때문이다. 묵령이 이끄는 절대천검대는 명실공히 신지 최고의 천검대가 아닌가! 예상대로 철혈천검대원들은 절대천검대원들을 상대하기엔 버거웠다. 전사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멈출 수는 없다. 그냥 전진할 뿐이다.
임철곤 대장은 사력을 다해 전투에 임하고 있다. 부하들의 희생을 눈으로 보면서도 그는 절대 물러서지 말라고 부하들에게 추상같은 명령을 내린다. 열세에 몰리는 만큼 더욱 더 대형을 유지한 채 진격하라고 외친다.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꾸역꾸역 임철곤과 철혈천검대는 다수의 희생을 치르면서 한 발씩 한 발씩 전진하고 있다.
“호오... 이거 아는 얼굴이로군. 뭔가 장난질이라도 꾸미고 있는 거냐?”
선봉 대열에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는 임철곤을 신지 지주는 알아본 것이다. 천검대장의 얼굴을 모를 리는 없으니 말이다. 지주 옆에 있는 도월천은 조금은 당황하는 기색이 언 듯 비추긴 하지만 여전히 침착을 잃지 않고 있다. 신지 지주는 오히려 이런 상황에 흥미가 생긴 모양이다. 마침 신지 천검대장의 얼굴도 알아봤고 그것은 즉 신지를 배신하고 무림쪽에 붙었다는 뜻이니 나름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 너희들이 뭘 할 수 있는지 좀 보자, 뭐 이런 마음이 아닐까?
..............앞으로 남은 거리 20여장... 부하들은 이미 다들 죽음에 가까운 상태 .............
임철곤이 계산한 거리다. 신지 지주까지의 거리는 약 60m 남았다. 그리고 부하들은 기진맥진한 상태이며 이미 많은 부하들이 희생되었다. 이제는 작전 2호를 발동할 때다. 임철곤은 바로 뒤에 따라오고 있는 혈뢰를 보며 외친다.
“혈뢰! 우린 여기까지다!!”
그 신호를 받은 혈뢰는 특유의 엄청난 크기의 도에 강맹한 기를 불어넣기 시작한다.
부 우 우 우
그리고는 뒤를 슬쩍 바라본다. 거기에 풍연이 바싹 뒤따르고 있다. 풍연은 혈뢰와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인다. 작전 2호 개시다. 혈뢰는 커다란 도를 힘껏 휘두르며 힘차게 외친다.
“번 천 복 지!”
투 카 가 각
그의 번천복지는 그러나 사람을 향하는 게 아니었다. 무공 이름에도 있듯이 혈뢰 전방의 땅을 향해 시전을 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작전 2호다. 즉, 땅을 강하게 타격함으로서 커다란 흙먼지와 돌맹이들을 공중으로 비산시킬 목적으로 시전한 것이다. 그러자 순식간에 혈뢰를 비롯 근방의 허공은 온통 흙먼지로 가득해진다. 시야 확보가 어려울 지경이 된 것이다.
슈 핫
바로 그 순간이다.
흙먼지 사이를 뚫고 한 사람이 매우 빠르게 쇄도하기 시작한 것은.
동시에 그는 다시 한번 스스로 점혈을 강하게 타격한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밝고 투명한 불꽃이 피어나며 엄청난 에너지로 뒤덮인다. 소혼술을 본격적으로 작동시킨 것이다.
화 르 르 륵
이제 마지막인 작전 3호 개시다.
풍연은 소혼술에 힘입어 자욱한 흙먼지를 뚫으며 몸을 솟구친다. 그의 발 밑에는 절대천검대 대원들로 가득하다. 그런 그들의 정수리를 가볍게 밟으며 그것을 디딤판으로 삼아 더욱 빠르게 몸을 날리기 시작한다. 목표는 바로 신지 지주다. 대략 40m쯤 되는 거리를 단숨에 좁혀 버린다. 허공으로 도약한 풍연은 어느새 신지 지주 근처까지 도달하였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임철곤의 두 눈은 휘둥그레지며 마음으로 한 가닥의 희망을 품어본다. 저 정도의 기운이라면 어쩌면 도련님의 계획이 영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그런 희망 말이다.
이제 신지 지주까지의 거리는 불과 7m 남짓이다. 풍연의 기세는 실로 대단하다. 검을 꽉 쥐고 그 검 끝은 정확히 신지 지주를 향하고 있다. 갑자기 흙먼지를 뚫고 나타나 어느새 공격이 가능한 거리까지 근접한 풍연을 보고도 신지 지주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 뒤에 서있는 도월천 또한 마찬가지다. 이윽고 풍연은 검을 힘차게 휘두르며 무공을 시전한다.
“살(殺)!!”
극히 단순한 초식이다. 그냥 죽이자는 뜻이다. 아니 더 정확히는 너도 죽고 나도 죽자는 의미다. 이른바 동귀어진인 것이다. 이 순간까지도 풍연은 성공을 의심치 않았다. 작전 1호, 2호는 물론 3호까지 완벽하게 펼쳐졌다. 그리고 지금 절대 초식이 시전됐다. 같이 죽는 거다. 됐어. 성공이다........
풍연과 신지 지주의 눈이 서로 마주친다. 여전히 지주의 표정은 태연하다. 지금 눈앞으로 달려드는 동귀어진 무공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저 똑바로 풍연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그 찰나의 순간이 흘러가고 있다. 동귀어진이 펼펴지려 한다. 이제 같이 죽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분명히 풍연의 칼 끝은 신지 지주를 정확히 겨누고 있다. 이대로 3m만 더 진진하면 된다. 그러나 몸이 갑자기 움직이지 않는다. 아니 더 정확히는 무언가 몸을 끌어당기고 있는 거다. 그 덕분에 풍연의 몸은 칼을 겨눈 그 자세 그대로 우향우를 하더니 저쪽에 풀썩 나동그라진다. 풍연의 눈에서 어르신이 자꾸 멀어지고 있다. 동시에 눈에 들어오는 인물 하나 있다. 그는 어르신 앞에 늠름하게 자리를 잡고 선다. 호위무사처럼 말이다.
<천음마녀 갈뢰>
그녀가 때마침 나타났다. 신지 지주가 어쩌면 치명적일지도 모를 동귀어진 공격을 당하기 바로 직전에 당도한 것이다. 그녀의 염력으로 풍연은 속절없이 저마치 옆으로 튕겨져 나간 것이다. 풍연은 재빨리 다시 자세를 추스르더니 다시 어르신을 향해 돌진한다.
스 르 릉
우 우 웅
신지 지주 앞에 우뚝 서서 그를 호위하고 있는 갈뢰는 대응을 시작한다. 그녀 등뒤에 있는 칼집에서 칼이 스스릉 빠져 나오더니 동시에 우우웅 하며 울기 시작한다. 그 검을 가볍게 부여잡은 갈뢰는 검 끝을 풍연을 향하게 한다. 신지 지주를 죽이기 위해 검을 앞으로 쭈욱 밀려 쇄도하는 상황에서 갈뢰는 정확하게 풍연의 검 끝을 겨냥한다. 갈뢰의 검 끝과 풍연의 검 끝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맞부딪힌다.
쩌 엉 엉
실로 엄청난 울림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정확히는 두 갈래로 된 검에서 강한 공명 현상이 발생하며 인간의 청력 신경을 손상시킬 정도의 위력적인 주파수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거다. 그것이 풍연의 검 끝과 충돌하면서 그 위력이 배가 되었다고나 할까? 굉음이 울려퍼지자 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신지 무사 무림 무사 할 것 없이 모두들 자신의 귀를 손으로 틀어막으며 괴로워하기 시작한다. 귀를 막지 않으면 고막이 터져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대결하느라 귀를 막지 못하는 풍연으로서는 더 고통스러울 상황이다. 갈뢰는 어른이 아이 다루듯 풍연의 칼을 쳐내더니 기다란 옷소매를 이용해 풍연의 목을 감더니 그대로 내팽개친다. 그냥 손짓 두어번 했을 뿐인데 그 덕분에 풍연은 저만치 멀찌감치 나동그라진다. 간신히 균형을 잡으며 일어서려는 풍연의 목에 갈뢰의 검이 겨눠진다. 금방이라도 목을 뎅강 잘라버릴 듯한 기세다.
“진정해라, 소지주”
그런 장면을 남김없이 보고 있는 도월천은 생각한다.
.............. 대담하다. 감히 지주를 노리는 자가 있을거라 예상도 못 했건만 어떻게 저렇게 어린 자가 그토록 대단한 기운을 끌어내 공격을 할 수가 있었단 말인가? 그리고 그 엄청난 공격을 간단하게 막아버린 저 여자는 또 뭐지? .................
“놀랐느냐?”
뒤를 돌아보며 신지 지주가 도월천에게 묻는다.
“아, 예. 괜찮습니다.”
“크크크, 그래. 네놈 하나는 다행히 쓸만하구나. 무림 놈들은 네가 데려온 놈들처럼 다 쓰레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말이다.”
지주의 저 말은 무슨 뜻일까? 뜬금없다 싶어 잠시 고민하다가 문득 주변을 돌아보는 도월천이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장면은 20여명의 흑풍회 대원들이 모두 쓰러져 있는 모습이다. 물론 도월천이 데리고 온 흑풍회다. 조금전의 갈뢰의 괴명검 소리에 귀를 틀어막으며 고막이 터지고 등등 한 사람도 남김없이 그렇게 기절, 혼절 또는 죽어버린 것이다. 그걸 보고 지주가 한심하다는 듯 말을 건넨 것이었다. 도월천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기껏 큰 뜻을 품고 데리고 온 녀석들이었지만 이 정도에 나자빠질 정도니 정말 쓸만한 놈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며 혀를 차는 도월천이다.
“갈뢰! 넌 그간 지신각주를 통해 날 지원했잖아. 내 편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소지주, 난 언제나 네 편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야. 아무리 원망스럽더라도 친부에게 칼을 겨누는 일이 있어서는 안돼!”
이건 또 뭔소린가? 갑자기 나타나서는 기껏 소혼술까지 써서 감행한 공격을 망치게 하더니 이제는 또 뭐? 친부가 어떻고 저떻고? 풍연으로서는 가슴을 칠 일이다. 그저 눈이 휘둥그레질 뿐이다. 바락바락 악을 쓰며, 공격을 망친 갈뢰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며 풍연은 외친다.
“뭐?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갈뢰! 대답해! 누가 내 친부라는 거야?”
괴명검의 굉음에 한순간 귀에 큰 손상을 입은 임철곤, 혈뢰, 무림 무사들, 그리고 신지 무사들은 여전히 귀를 매만지며 어리벙벙한 상태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며 저만치의 광경에 주목하는 임철곤이다. 천음마녀가 서있고 칼을 풍연 도련님에게 겨누고 있고 도련님은 한 손으로 칼을 땅에 짚고 땅에 한쪽 무릎을 대고 다른쪽 무릎은 직각으로 세운 자세로 앉아 있다. 그들은 지금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데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는 없다. 아까 괴명검의 충격으로 귀가 나가버린 모양이다.
휴우....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는 천음마녀다. 이걸 어디서부터 얘길 해줘야 얘가 내 말을 믿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런 설명을 지금 여기서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거짓말이 아니라고 진지하게 얘기해보지만 그런 말이 풍연의 귓등에도 앉지 않을 상황이니 말이다.
“헛소리 마! 네가 뭘 안다고!!”
풍연은 다시 힘을 내서 벌떡 일어나더니 갈뢰를 향해 칼을 겨누며 공격을 시도한다. 그러자 갈뢰는 번개처럼 빠른 손놀림으로 풍연의 가슴팍의 세 군데에 점혈을 찍어버린다.
<에필로그>
이야기가 점점 흥미로워집니다. 최고의 타이밍에 나타난 천음마녀 갈뢰. 그러나 그녀의 등장은 풍연에게는 뼈아픈 대목일 수밖에 없지요. 목숨 걸로 소혼술까지 써가며 단 한 번의 기회를 노렸는데 그게 무산됐으니 말입니다. 어쨌든 친부 이야기가 나온만큼 갈뢰가 얘기하는 친부는 정황상 신지 지주를 말하는 것이겠습니다. 아버지가 있다면 어머니도 당연히 있는 법! 그렇다면 풍연의 어머니는 과연 누구일까요? 이 또한 정황상 갈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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