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0화 스토리 == 검황에게 무림을 배신하라는 지주의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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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6-11 23:18 조회5,688회 댓글0건본문
열혈강호 570화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
<진풍백의 위기>
크게 한 방 먹었다.
역시 묵령의 실력은 이미 지난번에 이 두 사람이 대결할 때 알아봤다. 묵령 입장에서는 더욱 더 식은 죽 먹기다. 물론 진풍백 자신도 안다. 실력 차이가 현저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자기가 나서지 않으면 매유진이 그랬을 것이기 때문이다.
묵령의 공격에 내상을 입고 뒤로 한참 밀려나간 진풍백이 미처 자세를 추스르기도 전에 쇄도하는 하나의 그림자.
슈 학
끝장을 볼 생각의 묵령이 귀신처럼 접근하며 검을 내지른다.
대결한지 몇 초 지나지 않았는데 진풍백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거다.
이런 것이 어쩔 수 없는 무공의 격차다.
그런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매유진은 속이 탄다.
어떻게든 그를 도와주고 싶을 뿐이다.
본능적으로 현무파천궁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한 방 쏘려는 것인가...
궁사 하나가 급히 소리치며 말린다.
지금 무형시를 날리면 진풍백 또한 안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을 알지만 그래도 매유진은 뭐라도 해 볼 참이다.
그녀가 막 시위를 당기려는 바로 그 순간!
묵령의 검 끝이 진풍백의 얼굴 앞 한 뼘 거리까지 접근한 바로 그 순간!
이제 1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 지나가면 진풍백의 머리는 꼬치에 꽂힌 고깃덩이가 될 운명인 것이다. 그런 그 순간!
묵령의 왼쪽 시야에 뭔가 스치고 있다.
사람의 형체다.
바람처럼 접근한 그는 바로 천운악이다.
진풍백을 죽이려는 묵령의 옆에 소리없이 접근한 것이 참 대단하다.
천운악은 오른손에 기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냅따 날린다.
“백사파열장!!”
벽풍문이 자랑하는 무공의 하나다.
뭔가를 찢어버리는 기를 날리고 있나보다.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묵령은 코웃음을 친다.
진풍백의 머리를 꿰뚫으려 내민 검을 슬쩍 방향을 틀어 천운악을 향한다.
패 앵
콰 아 앙
묵령의 검은 마치 바람개비가 돌 듯 맹렬히 회전하며 천운악의 기공을 가볍게 튕겨낸다. 천운악의 회심의 일격이 보기좋게 너무도 손쉽게 무산되는 순간이다. 그 충격으로 주춤하는 천운악은 일단 뒤로 물러나며 자세를 가다듬는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일단 진풍백은 목숨을 건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미 어느정도 내상을 입어 전투력은 크게 상실된 상태다.
진풍백은 이를 악물며 다짐하고 다짐한다.
이대로 쓰러질 수는 없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마음 속의 다짐일 뿐이었으니...
덜 덜 덜 덜
앗, 이것은...?
그렇다.
진풍백의 고질병인 발작이 하필이면 지금 시작된 것이다.
한 번 시작하면 좀처럼 자의로 멈추기가 어려운 발작이다.
몸을 사시나무 떨 듯 떨기 시작하는 진풍백.
“어서 검황 어르신을 구하시오! 그동안 저 자는 내가 맡을 테니!!”
천운악의 다급한 목소리가 우렁차다.
동시에 그는 양 손에 강렬한 기를 끌어모으고 있다.
무림 정파 6대 신룡 중의 한 사람으로서 차세대 무림을 이끌어갈 후계자로서 천운악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정말로 진지하게 상황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가 묵령을 상대하는 동안 진풍백이 검황 어르신을 부축해서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다. 그것이 바로 천운악이 바라는 그림이다.
“뭐?”
저 외마디 빡친 목소리의 주인공은 묵령이다.
지금 저놈이 하는 말을 못알아 듣는 게 아니다. 그저 어이가 없어서다. 누가 누굴 상대하고 또 그러는 동안 저 늙은이를 구해내라고? 거참, 기가차서 말문이 막힐 지경의 묵령의 심정이다.
“벽사쌍봉장!!”
또 하나의 벽풍문 고유 무공을 시전하는 천운악.
양 손에 각각 모은 기를 합해 동시에 날리는 무공이다.
이정도 공격이라면 웬만한 고수라도 제대로 막기는 힘들 것이다...
라고 천운악은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웬만한 고수라면 그렇겠지만 문제는 묵령은 그 범주는 훨씬 능가하는 초고수 중의 초고수라는 점이다. 묵령 입장에서는 조무래기들이 뭐가 어쩌구 저꺼구 하는 꼴이 참 불쾌하다.
“지금... 장난하자는 거냐!!”
슈 파 팟
묵령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벽사쌍봉장을 정면으로 맞선다. 검으로 그 한 가운데를 격파하니 묵령에게 쇄도하던 기는 천운악에게로 반송되기 시작한다. 사태를 파악한 천운악은 얼른 부채를 펴서 그것을 막는다.
그러나 그 충격음은 또한 대단해서 그 자리를 유지할 수가 없다. 뒤로 뒤로 한참이나 튕겨져 나동그라지고 만다. 얼른 자세를 잡으며 허세를 피워본다.
“흠! 별거 아니군. 이정도 쯤이야...”
그렇게 너스레를 떨어본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의 콧구명에서는 코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그것도 쌍코피가 말이다.
그런 천운악을 매우 염려스런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은총사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온다. 왜냐하면 지금 천운악이 어떤 상태인지를 간파한 것이다. 즉, 조금 전 기공을 퍼부었는데 그때 기격을 당하는 바람에 천운악의 기혈이 뒤틀려버렸음을 말이다.
쌍코피는 바로 그 증거다. 기혈이 뒤틀렸다는...
그런데 정작 천운악 본인은 아직 그 상태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보약 챙겨먹는 걸 잊어서 몸이 허해졌나 ... 뭐 그렇게 중얼거리고나 있으니 말이다.
그런 그의 시야에 진풍백이 들어온다. 저만치에서 저 놈이 아직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고 그냥 멍청하게 서있는 꼴을 본 거다. 그래서 버럭 소리를 지른다. 지금 뭐하는 거냐고... 어서 검황 어르신을 구하라니까 지금 그렇게 서서 뭐하는 거냐고 말이다.
그러나...진풍백의 상태는 매우 심각하다. 발작이 시작됐기 때문에 어떤 행동도 자의적으로 취하기가 곤란한 지경이다. 몸은 점점 더 심하게 떨리기 시작한다. 이를 악물어보지만 그뿐이다.
“크크... 녀석, 보기보다 근성이 있는 놈이구나.”
묵령의 목소리다.
누고보고 한 말이냐 하면 천운악을 향해서다.
기혈이 뒤틀려 제대로 서있지도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울 텐데 라고 말이다.
천운악의 근성을 묵령도 인정하는 순간이다.
거기에 천운악은 한 술 더 뜬다.
이 몸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이다.
역시 무림 최고의 허세남 천운악답다.
그렇게 나오니 묵령도 뭐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앞을 향하고 있던 검을 뒤로 슬쩍 물리면서 말한다.
“뭐, 좋아. 좋아! 어쨌건 네 놈들이 이렇게 죽자고 달려드는 건... 결국 이 늙은이 때문이렸다?”
그러면서 묵령은 저벅저벅 검황에게 다가간다. 검황은 지금 거의 미동도 할 수 없는 지경에 놓여있다. 진풍백은 발작이 시작되는 바람에 역시 움직일 상황이 못된다. 천운악 역시 본인은 부정하지만 기혈이 뒤틀려 뭔가 싸울 형편이 되지 않는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묵령이 검황의 옆에 서 있는 거다.
아니 검황의 등뒤에 있다.
게다가 검을 머리 위로 치켜세우고 있는 묵령이다.
이 장면을 보니 갑자기 슬펴지려 한다.
마치 죄수가 망나니에게 참수를 당하기 일보 직전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천하의 검황이 이렇게 무기력하게 목을 내놓고 처단을 기다리는 순간이라니!
아무런 저항도 미동도 할 수 없는 자의 목을 베려는 자라니...
“좋아! 그럼 일단 이 늙은이부터 일단 베고 이야기를 하는 게 편하겠군 그래! 자, 똑바로 봐 둬라. 이 늙은이의 목이 떨어져 나가는걸!”
묵령의 말과 행동에 천운악도 진풍백도 참담한 표정으로 탄식을 뱉는다.
그런 장면은 또한 매유진도 은총사도 풍연도 목격하고 있는 순간이다.
그들은 각자 소리치며 신음을 터뜨릴 뿐이다.
이렇게 정파 거두 검황의 목이 떨어지려는가!
“잠깐! 묵령!! 잠깐 기다려라.”
바로 그 순간... 묵직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진다.
신지 지주의 목소리다.
검황의 목을 베려는 순간에 급히 말리고 나서는 지주다.
잠깐 기다리란다.
허나, 묵령이 순순히 그 말을 듣는 성질은 아니다.
“뭡니까? 주군! 지금 내 대결에 참견할 생각입니까?”
기분이 불쾌해지는 묵령이다.
상관말라는 투다.
그러나 지주의 생각은 다르다.
이미 대결의 승패가 났으니 굳이 지금 죽일 필요는 없지 않냐는 거다.
묵령도 순순히 말을 들으려 하진 않는다.
승패가 났으니 이제 마무리를 하려는 거라고 항변한다.
“크크... 녀석 성급하긴... 그 늙은이와 할 말이 있으니 정신 차리게 해봐라.”
그렇게 묵령에게 말을 하는 지주다. 아니 이것은 명령이다. 명령!4
그러나 묵령은 한 번 더 말대꾸를 한다.
“주군! 지금 나한테...”
“어서...!”
지주의 목소리에 살기가 서려있다.
잠시 지주와 묵령의 눈빛 교환이 이어진다.
지주의 눈치를 살피는 묵령은 뭔가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다.
자금 저 인간의 말을 듣지 않으면 어찌될 것인지...
저 인간의 성질을 너무도 잘 아는데...
지금 하는 말투로 보아하니 그냥 하는 말은 아닌데...
무시하고 이 늙은이의 목을 베면 필시 저 인간은 나를 죽이려 하겠지...
그 잠시동안의 눈빛 교환으로 묵령은 많은 장면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이윽고 꼬리를 내리기로 한다.
저 인간과 싸우면 아무래도 나만 손해라는 생각에서다.
굳이 그러다가 무슨 사단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굳이 그럴 필요까지야...
묵령은 검을 거두고는 검황의 뒷목을 터억~ 잡는다.
화 아 악
순간적으로 기를 불어넣기 시작하는 묵령.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무림인들은 술렁이며 놀란다.
매유진도 은총사도 진풍백도 풍연도 천운악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꼼짝없이 검황 어르신의 죽음을 목격해야 하는 순간이었더랬다.
그런데 지금 저 자는 오히려 검황을 살려내는 행위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크으... 여긴...”
그렇게 몇 초가 흐르자 검황은 눈을 뜨며 읊조린다.
정신을 완전히 잃었다가 이제 겨우 의식을 회복하는 순간인 거다.
“어이! 주군이 할 말이 있으시단다!”
“할 말이라 했소?”
<신지 지주의 검황을 향한 제안>
가느다랗게 눈을 뜨며 대꾸를 하는 검황이다.
그런 그에게 저만치서 신지 지주의 우렁찬 목소리가 전해지기 시작한다.
“그래. 검황. 그대는 아주 잘 싸웠다. 나와 묵령을 상대로 그 정도 버틴 건 정말 감탄할 정도야.”
검황은 의식은 차렸지만 여전히 숨이 차며 고통스럽다.
그런 그를 향해 지주는 말을 이어간다.
“내, 그 실력이 아까워 특별히 제안 하나 하겠다.”
지금 지주가 하는 말은 산해곡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는 상태다. 고수들의 특기인 전음에 무공을 실어 쩌렁쩌렁 울리게 하는 것이니 말이다. 일부러 다 들으라고 그러는 것이다. 지주의 계산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그 제안이라는 것은...
“어떠냐? 나와 함께 손을 잡고 무림으로 나가는게...”
정말 뜻밖의 제안이다.
정파 무림의 거두이며 정신적 지주로 추앙받고 있는 검황을 향한 신지 수장의 제안이 참으로 놀랍다. 한 순간에 무림을 배신하고 신지편에 서서 함께 무림정벌을 하자는 제안인 것이다. 아예 대놓고 배신자가 되라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풍연이 신지를 배신하고 무림편에 섰듯이...
도월천이 무림을 배신하고 신지편에 섰듯이...
이번엔 검황이 무림을 배신하고 신지편에 서면 어떠냐는 제안이라니...!!!
<에필로그>
지금 지주는 대단한 심리전을 쓰고 있다.
다름아닌 검황을 상대로 말이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말도 안되는 제안을 하다니...
검황에게 목숨을 구걸하고 심지어 정파를 배신하라는 제안이라니...
일순간에 동요하는 무림연합이며 다들 검황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과연 검황의 대답은....?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
<진풍백의 위기>
크게 한 방 먹었다.
역시 묵령의 실력은 이미 지난번에 이 두 사람이 대결할 때 알아봤다. 묵령 입장에서는 더욱 더 식은 죽 먹기다. 물론 진풍백 자신도 안다. 실력 차이가 현저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자기가 나서지 않으면 매유진이 그랬을 것이기 때문이다.
묵령의 공격에 내상을 입고 뒤로 한참 밀려나간 진풍백이 미처 자세를 추스르기도 전에 쇄도하는 하나의 그림자.
슈 학
끝장을 볼 생각의 묵령이 귀신처럼 접근하며 검을 내지른다.
대결한지 몇 초 지나지 않았는데 진풍백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거다.
이런 것이 어쩔 수 없는 무공의 격차다.
그런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매유진은 속이 탄다.
어떻게든 그를 도와주고 싶을 뿐이다.
본능적으로 현무파천궁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한 방 쏘려는 것인가...
궁사 하나가 급히 소리치며 말린다.
지금 무형시를 날리면 진풍백 또한 안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을 알지만 그래도 매유진은 뭐라도 해 볼 참이다.
그녀가 막 시위를 당기려는 바로 그 순간!
묵령의 검 끝이 진풍백의 얼굴 앞 한 뼘 거리까지 접근한 바로 그 순간!
이제 1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 지나가면 진풍백의 머리는 꼬치에 꽂힌 고깃덩이가 될 운명인 것이다. 그런 그 순간!
묵령의 왼쪽 시야에 뭔가 스치고 있다.
사람의 형체다.
바람처럼 접근한 그는 바로 천운악이다.
진풍백을 죽이려는 묵령의 옆에 소리없이 접근한 것이 참 대단하다.
천운악은 오른손에 기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냅따 날린다.
“백사파열장!!”
벽풍문이 자랑하는 무공의 하나다.
뭔가를 찢어버리는 기를 날리고 있나보다.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묵령은 코웃음을 친다.
진풍백의 머리를 꿰뚫으려 내민 검을 슬쩍 방향을 틀어 천운악을 향한다.
패 앵
콰 아 앙
묵령의 검은 마치 바람개비가 돌 듯 맹렬히 회전하며 천운악의 기공을 가볍게 튕겨낸다. 천운악의 회심의 일격이 보기좋게 너무도 손쉽게 무산되는 순간이다. 그 충격으로 주춤하는 천운악은 일단 뒤로 물러나며 자세를 가다듬는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일단 진풍백은 목숨을 건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미 어느정도 내상을 입어 전투력은 크게 상실된 상태다.
진풍백은 이를 악물며 다짐하고 다짐한다.
이대로 쓰러질 수는 없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마음 속의 다짐일 뿐이었으니...
덜 덜 덜 덜
앗, 이것은...?
그렇다.
진풍백의 고질병인 발작이 하필이면 지금 시작된 것이다.
한 번 시작하면 좀처럼 자의로 멈추기가 어려운 발작이다.
몸을 사시나무 떨 듯 떨기 시작하는 진풍백.
“어서 검황 어르신을 구하시오! 그동안 저 자는 내가 맡을 테니!!”
천운악의 다급한 목소리가 우렁차다.
동시에 그는 양 손에 강렬한 기를 끌어모으고 있다.
무림 정파 6대 신룡 중의 한 사람으로서 차세대 무림을 이끌어갈 후계자로서 천운악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정말로 진지하게 상황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가 묵령을 상대하는 동안 진풍백이 검황 어르신을 부축해서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다. 그것이 바로 천운악이 바라는 그림이다.
“뭐?”
저 외마디 빡친 목소리의 주인공은 묵령이다.
지금 저놈이 하는 말을 못알아 듣는 게 아니다. 그저 어이가 없어서다. 누가 누굴 상대하고 또 그러는 동안 저 늙은이를 구해내라고? 거참, 기가차서 말문이 막힐 지경의 묵령의 심정이다.
“벽사쌍봉장!!”
또 하나의 벽풍문 고유 무공을 시전하는 천운악.
양 손에 각각 모은 기를 합해 동시에 날리는 무공이다.
이정도 공격이라면 웬만한 고수라도 제대로 막기는 힘들 것이다...
라고 천운악은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웬만한 고수라면 그렇겠지만 문제는 묵령은 그 범주는 훨씬 능가하는 초고수 중의 초고수라는 점이다. 묵령 입장에서는 조무래기들이 뭐가 어쩌구 저꺼구 하는 꼴이 참 불쾌하다.
“지금... 장난하자는 거냐!!”
슈 파 팟
묵령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벽사쌍봉장을 정면으로 맞선다. 검으로 그 한 가운데를 격파하니 묵령에게 쇄도하던 기는 천운악에게로 반송되기 시작한다. 사태를 파악한 천운악은 얼른 부채를 펴서 그것을 막는다.
그러나 그 충격음은 또한 대단해서 그 자리를 유지할 수가 없다. 뒤로 뒤로 한참이나 튕겨져 나동그라지고 만다. 얼른 자세를 잡으며 허세를 피워본다.
“흠! 별거 아니군. 이정도 쯤이야...”
그렇게 너스레를 떨어본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의 콧구명에서는 코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그것도 쌍코피가 말이다.
그런 천운악을 매우 염려스런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은총사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온다. 왜냐하면 지금 천운악이 어떤 상태인지를 간파한 것이다. 즉, 조금 전 기공을 퍼부었는데 그때 기격을 당하는 바람에 천운악의 기혈이 뒤틀려버렸음을 말이다.
쌍코피는 바로 그 증거다. 기혈이 뒤틀렸다는...
그런데 정작 천운악 본인은 아직 그 상태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보약 챙겨먹는 걸 잊어서 몸이 허해졌나 ... 뭐 그렇게 중얼거리고나 있으니 말이다.
그런 그의 시야에 진풍백이 들어온다. 저만치에서 저 놈이 아직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고 그냥 멍청하게 서있는 꼴을 본 거다. 그래서 버럭 소리를 지른다. 지금 뭐하는 거냐고... 어서 검황 어르신을 구하라니까 지금 그렇게 서서 뭐하는 거냐고 말이다.
그러나...진풍백의 상태는 매우 심각하다. 발작이 시작됐기 때문에 어떤 행동도 자의적으로 취하기가 곤란한 지경이다. 몸은 점점 더 심하게 떨리기 시작한다. 이를 악물어보지만 그뿐이다.
“크크... 녀석, 보기보다 근성이 있는 놈이구나.”
묵령의 목소리다.
누고보고 한 말이냐 하면 천운악을 향해서다.
기혈이 뒤틀려 제대로 서있지도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울 텐데 라고 말이다.
천운악의 근성을 묵령도 인정하는 순간이다.
거기에 천운악은 한 술 더 뜬다.
이 몸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이다.
역시 무림 최고의 허세남 천운악답다.
그렇게 나오니 묵령도 뭐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앞을 향하고 있던 검을 뒤로 슬쩍 물리면서 말한다.
“뭐, 좋아. 좋아! 어쨌건 네 놈들이 이렇게 죽자고 달려드는 건... 결국 이 늙은이 때문이렸다?”
그러면서 묵령은 저벅저벅 검황에게 다가간다. 검황은 지금 거의 미동도 할 수 없는 지경에 놓여있다. 진풍백은 발작이 시작되는 바람에 역시 움직일 상황이 못된다. 천운악 역시 본인은 부정하지만 기혈이 뒤틀려 뭔가 싸울 형편이 되지 않는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묵령이 검황의 옆에 서 있는 거다.
아니 검황의 등뒤에 있다.
게다가 검을 머리 위로 치켜세우고 있는 묵령이다.
이 장면을 보니 갑자기 슬펴지려 한다.
마치 죄수가 망나니에게 참수를 당하기 일보 직전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천하의 검황이 이렇게 무기력하게 목을 내놓고 처단을 기다리는 순간이라니!
아무런 저항도 미동도 할 수 없는 자의 목을 베려는 자라니...
“좋아! 그럼 일단 이 늙은이부터 일단 베고 이야기를 하는 게 편하겠군 그래! 자, 똑바로 봐 둬라. 이 늙은이의 목이 떨어져 나가는걸!”
묵령의 말과 행동에 천운악도 진풍백도 참담한 표정으로 탄식을 뱉는다.
그런 장면은 또한 매유진도 은총사도 풍연도 목격하고 있는 순간이다.
그들은 각자 소리치며 신음을 터뜨릴 뿐이다.
이렇게 정파 거두 검황의 목이 떨어지려는가!
“잠깐! 묵령!! 잠깐 기다려라.”
바로 그 순간... 묵직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진다.
신지 지주의 목소리다.
검황의 목을 베려는 순간에 급히 말리고 나서는 지주다.
잠깐 기다리란다.
허나, 묵령이 순순히 그 말을 듣는 성질은 아니다.
“뭡니까? 주군! 지금 내 대결에 참견할 생각입니까?”
기분이 불쾌해지는 묵령이다.
상관말라는 투다.
그러나 지주의 생각은 다르다.
이미 대결의 승패가 났으니 굳이 지금 죽일 필요는 없지 않냐는 거다.
묵령도 순순히 말을 들으려 하진 않는다.
승패가 났으니 이제 마무리를 하려는 거라고 항변한다.
“크크... 녀석 성급하긴... 그 늙은이와 할 말이 있으니 정신 차리게 해봐라.”
그렇게 묵령에게 말을 하는 지주다. 아니 이것은 명령이다. 명령!4
그러나 묵령은 한 번 더 말대꾸를 한다.
“주군! 지금 나한테...”
“어서...!”
지주의 목소리에 살기가 서려있다.
잠시 지주와 묵령의 눈빛 교환이 이어진다.
지주의 눈치를 살피는 묵령은 뭔가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다.
자금 저 인간의 말을 듣지 않으면 어찌될 것인지...
저 인간의 성질을 너무도 잘 아는데...
지금 하는 말투로 보아하니 그냥 하는 말은 아닌데...
무시하고 이 늙은이의 목을 베면 필시 저 인간은 나를 죽이려 하겠지...
그 잠시동안의 눈빛 교환으로 묵령은 많은 장면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이윽고 꼬리를 내리기로 한다.
저 인간과 싸우면 아무래도 나만 손해라는 생각에서다.
굳이 그러다가 무슨 사단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굳이 그럴 필요까지야...
묵령은 검을 거두고는 검황의 뒷목을 터억~ 잡는다.
화 아 악
순간적으로 기를 불어넣기 시작하는 묵령.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무림인들은 술렁이며 놀란다.
매유진도 은총사도 진풍백도 풍연도 천운악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꼼짝없이 검황 어르신의 죽음을 목격해야 하는 순간이었더랬다.
그런데 지금 저 자는 오히려 검황을 살려내는 행위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크으... 여긴...”
그렇게 몇 초가 흐르자 검황은 눈을 뜨며 읊조린다.
정신을 완전히 잃었다가 이제 겨우 의식을 회복하는 순간인 거다.
“어이! 주군이 할 말이 있으시단다!”
“할 말이라 했소?”
<신지 지주의 검황을 향한 제안>
가느다랗게 눈을 뜨며 대꾸를 하는 검황이다.
그런 그에게 저만치서 신지 지주의 우렁찬 목소리가 전해지기 시작한다.
“그래. 검황. 그대는 아주 잘 싸웠다. 나와 묵령을 상대로 그 정도 버틴 건 정말 감탄할 정도야.”
검황은 의식은 차렸지만 여전히 숨이 차며 고통스럽다.
그런 그를 향해 지주는 말을 이어간다.
“내, 그 실력이 아까워 특별히 제안 하나 하겠다.”
지금 지주가 하는 말은 산해곡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는 상태다. 고수들의 특기인 전음에 무공을 실어 쩌렁쩌렁 울리게 하는 것이니 말이다. 일부러 다 들으라고 그러는 것이다. 지주의 계산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그 제안이라는 것은...
“어떠냐? 나와 함께 손을 잡고 무림으로 나가는게...”
정말 뜻밖의 제안이다.
정파 무림의 거두이며 정신적 지주로 추앙받고 있는 검황을 향한 신지 수장의 제안이 참으로 놀랍다. 한 순간에 무림을 배신하고 신지편에 서서 함께 무림정벌을 하자는 제안인 것이다. 아예 대놓고 배신자가 되라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풍연이 신지를 배신하고 무림편에 섰듯이...
도월천이 무림을 배신하고 신지편에 섰듯이...
이번엔 검황이 무림을 배신하고 신지편에 서면 어떠냐는 제안이라니...!!!
<에필로그>
지금 지주는 대단한 심리전을 쓰고 있다.
다름아닌 검황을 상대로 말이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말도 안되는 제안을 하다니...
검황에게 목숨을 구걸하고 심지어 정파를 배신하라는 제안이라니...
일순간에 동요하는 무림연합이며 다들 검황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과연 검황의 대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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