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9화 스토리 == 진풍백의 도발과 묵령의 응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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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6-07 00:25 조회5,866회 댓글0건본문
열혈강호 569화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
<프롤로그>
신지 지주는 지금 딴전을 피우고 있다.
검황과 묵령의 대결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
오직 저 멀리 갈뢰와 한비광의 격돌에만 관심이 가있다.
당연히 갈뢰가 한비광을 쉽게 제압하리라 예상했다.
그런데...
갈뢰는 한비광을 놔주고 지금 이리로 달려오고 있다.
지주는 생각한다. 실망한 표정으로...
갈뢰, 너는 왜 그런 짓을?
<검황의 위기, 절체절명의 상황>
점점 밀리기 시작하는 검황이다.
결국 묵령의 검이 검황의 허벅지에 상처를 내기에 이른다.
“야아... 이제 겨우 생채기 좀 냈나?”
본격적으로 기세가 오른 묵령이다.
이 기세를 몰아 검황을 넘어뜨릴 작정으로 마구 달려들기 시작한다.
그렇잖아도 겨우 대등한 대결을 이어갔는데 조금 전 허벅지에 한 뼘 정도 베이고 나니 눈에 띄게 동작이 둔해질 수밖에 없는 검황이다. 그런데 묵령은 더욱 더 기세를 올리며 마구 달려들고 있으니 검황으로서는 점점 더 버티기 어려워지고 있다. 묵령의 공격과 검황의 수비가 이제 확연하게 한 쪽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이젠 고수들 뿐만 아니라 일반 무림인들도 눈치를 챈다. 검황이 분명이 수세에 몰리고 있음을 말이다. 일시에 술렁인다. 검황님의 한계를 지금 보게 될 줄이야... 어쩌면 오늘 무림의 희망이 사라질지도... 뭐 그런 재수없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하여간, 늬들은 입만 살아가지고...
그런 주절거림을 가만히 듣고 있는 매유진.
그녀의 시선은 검황에게 고정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왼손에 쥐고 있는 현무파천궁이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그녀가 떠니 파천궁도 같이 떤다.
혹시 무형시라도 발사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행여 여기서 활을 쏠 생각은 하지 마라.”
그런 매유진의 생각을 읽기라도 했다는 듯, 진풍백이 한 마디 던진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즉, 지금 저 대결의 주위로는 기격이 휘몰아치고 있다는 거다.
기격... 기의 격... 뭔가 큰 기운이 두 사람을 감싸고 있다는 것.
그래서 화살을 묵령을 향해 쏜다해도 그게 오히려 검황을 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매유진도 그런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할아버지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앞서늘 거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다.
그렇게 진풍백과 매유진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그 순간....!!
매유진의... 은총사의... 천운악의... 풍연의.... 동공이 크게 확장된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표정이다.
왜냐하면...
지금 묵령의 공격이 또 다시 통했기 때문이다.
좀 전엔 검황의 왼쪽 허벅지가 베였었다.
그리고 이젠 오른쪽 옆구리를 베였다.
붉은 피가 순간적으로 솟구친다.
그렇게 검황이 두 번이나 당하는 장면을 지켜만 봐야하는 무림연합.
검황은 이제 치명상을 입었다.
왼쪽에 이어 오른쪽까지 베였다.
아무리 천하의 검황이라도 어쩔 수 없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마는 검황이다.
검을 지팡이 삼아 땅에 꽂았기에 겨우겨우 쓰러지는 것만을 막았다.
그러나 그뿐이다.
어떤 공격은커녕 방어할 상태도 되지 못한, 무방비가 된 것이다.
묵령은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어느새 검황의 등 뒤에서 부상당해 주저앉은 적의 목을 베기 위해 빠르게 쇄도하고 있다.
“자, 늙은이! 이제 마지막이다!!”
<진풍백의 도발>
묵령이 검황의 목을 따려는 바로 그 순간!
갑자기 날아드는 구슬 하나... 딱 보니 혈우환이다.
묵령은 자기 눈앞으로 똑바로 날아드는 그것을 방치할 순 없다.
검황의 목을 베려던 검을 얼른 들어올려 일단 혈우환을 튕겨낸다.
그 상황에 무림연합은 안도의 탄성을 지르고, 도월천은 적잖이 당황한다.
검황 또한 마지막 사력을 다해 최근접해있는 묵령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일단 묵령은 가볍게 회피하며 저만치 거리를 두고 서서 사태를 관망한다. 그때 검황의 뒤편으로 훌쩍 도약하며 착지하는 진풍백.
“네놈이냐?”
“그래. 나다.”
남자들의 대화가 참 멋지다. 군더더기가 없다. 깔끔하다.
“고장난 늙은이는 그만 보내고 나와 놀아보면 어떠냐?”
그 말에 묵령은 피식 웃는다. 뭐,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 생각하나보다.
“네놈은 꼭 내 손으로 목을 따 줄 생각이었는데. 찾기 전에 미리 알아서 기어 나왔구나.”
이제 판이 바뀌었다.
검황과 묵령의 대결은 일단 묵령의 승리다.
이제 대결은 진풍백과 묵령이다.
그런 상황변화를 저만치서 지켜보고 있는 도월천.
지략가인 그조차 지금 상황이 선 듯 이해되진 않는다.
그에게는 사제인 진풍백.
진 사제로서는 검황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묵령의 실력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리라 파악하는 도월천이다. 진 사제의 실력 또한 도월천이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객관적으로도 진 사제는 묵령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그것을 진 사제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의문이 생긴다.
설마 검황을 구하려 그러는 건 아닐 테고...
그러기엔 진 사제의 실력이 미치지 못하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왜 나선 것일까?
매유진 또한 이 상황이 몹시 당황스럽다.
분명히 그랬다. 나서지 말라고.
지금 저 두 사람 사이에는 기격이 있어서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말이다.
그래놓고 지가 저렇게 중간에 뛰쳐나가 묵령에 맞서고 있다니.
그때 그녀 뒤에서 궁사들이 수근덕거린다.
저자가 저렇게 무리를 하는 건 혹시 우리 궁존 때문....
뭐 그렇게 속닥거리는 소리를 얼핏 듣게 된 매유진.
마음이 심히 동요된다.
그게 나 때문이라고?
나보고는 나서지 말라고 하더니 지가 냉큼 뛰어나간 게 나 때문이라고?
나를 보호하기 위해 대신 싸우러 저러는 거라고?
진풍백은 이전에 한 번 묵령과 대결한 적이 있지 않은가?
그때도 매유진을 구하기 위해서 나섰다가 죽을 뻔했다.
지금 또다시 나를 대신해 목숨을 걸고 있다니...
“자, 그럼... 죽을 준비는 다 끝난 거냐?”
사실 묵령으로서는 이 대결 또한 싱겁게 느껴질 뿐이다.
그냥 재미로 좀 놀아볼 생각일지도 모른다.
얼른 이놈부터 죽이고 그 다음에 검황도 죽여야지.
뭐 그런 생각일 것이다.
아무튼 묵령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쩌 저 정
너무도 순식간이었다. 그만큼 묵령의 스피드는 빨랐다.
진풍백으로서도 그야말로 가까스로 막아낼 수 있을 뿐이었다.
그 방어라는 것이...
냅다 검을 내리치는 묵령을 막아낸다는 것이...
진풍백이 오른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놓은 혈우환을 내미는 것...
그래서 혈우환이 묵령의 검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쇄도하는 검을 정확히 혈우환으로 막는 것 자체가 사실은 엄청 대단한 것이다. 한 치의 오차만 있어도 진풍백의 손모가지는 절단되고 말기에 그렇다.
그런데 조금전 발생한 굉음은 혈우환이 깨지는 소리였다.
아... 그랬다.
묵령의 검을 혈우환은 막아낼 수가 없는 것이다.
진풍백이 얼른 손을 뒤로 빼지 않았다면 혈우환을 부순 묵령의 검은 그대로 진풍백의 손가락 사이를 파고들어 오른손 팔뚝까지는 족히 두 조각을 내고도 남았을 것이다.
“크크... 내 분명 말하지 않았느냐? 그 장난감으로는 나를 상대할 수 없을 거라고!!”
묵령은 작정하고 달려든다. 이전에 한 번 싸워봤고 그때 실력은 다 파악했고, 그래서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다. 객관적으로도 묵령의 무공이 진풍백에 비해 훨씬 높은 것도 사실이긴 하다.
묵령의 쇄도에 진풍백은 얼른 반격을 준비한다.
왼손가락 사이사이에 혈우환을 가득 끼우고는 기를 응집시키기 시작한다.
촤락
고 오 오
그리고는 혈우환들을 발사한다.
일반인의 눈에는 날아오는 혈우환이 너무 빨라 보이지 않겠지만, 고수는 역시 고수다. 자신에게 날아드는 그것들을 정확히 헤아리며 쳐다보며 하나씩 검으로 쳐낼 생각인 묵령이다. 별것 아니었으므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쩌 저 저
날아오던 혈우환들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산산이 부서지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그것은 마치 산탄총알과도 같다. 무수히 작은 파편으로 부서져 목표물에 마구 손상을 가하는 것이니 말이다.
파 파 팡
그저 몇 개의 혈우환을 칼로 쳐내면 그만이라 생각하다가 갑자기 무수히 많은 파편들로 쪼개져 날아드는 상황이다. 묵령은 검 대신 얼른 왼손바닥을 펴서 그 파편들을 막아내기 시작한다. 그것들은 의외로 위력이 있었다. 그 충격에 묵령은 몇 걸음은 족히 뒤로 물러나서 막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검황의 곁에 접근한 진풍백.
“정신 차리십시오. 검황. 어서 여기서 피하.... 응?”
그렇게 검황에게 피하자는 말을 하고 있는 진풍백은 그 말을 다 잇질 못한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검황의 모습이 매우 심각했기 때문이다. 겨우 오른손으로 쥔 검을 땅에 박아넣고 그걸 지지대 삼아 자세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검에 깊게 베인 왼쪽 허벅지와 오른쪽 옆구리를 통해 이미 많은 양의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바닥에 쓰러질것만 같은 상태가. 이건 생각보다 너무도 큰 부상이었다.
!!
그렇게 한 눈 파는 사이에 또다시 빠르게 날아드는 검.
진풍백은 왼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 낀 혈우환으로 방어를 시도한다.
일단 묵령의 검을 무사히 막아내는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그 충격의 여파는 그의 몸을 뒤로 휘청이게 했다.
자세를 잃지 않으려 그는 얼른 발을 디디며 뒤로 몸을 물린다.
그러나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묵령은 더욱 빠르게 검을 휘두르며 찌르며 공격을 퍼붓기 시작한다.
진풍백은 혈우환 하나로 그 많은 초식을 다 막아내기가 버겁다.
<에필로그>
진풍백이 매유진을 좋아하는 것은 이미 독자들은 다 안다.
아직 매유진만 그런가 아닌가 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에도 역시 남자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 대신 나섰다.
실력 차이가 확연함을 알면서도 그랬다.
좋아하는 그녀가 먼저 뛰어들게 놔둘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묵령을 이길 수 없으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것이 내 운명이라면 말이다.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
<프롤로그>
신지 지주는 지금 딴전을 피우고 있다.
검황과 묵령의 대결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
오직 저 멀리 갈뢰와 한비광의 격돌에만 관심이 가있다.
당연히 갈뢰가 한비광을 쉽게 제압하리라 예상했다.
그런데...
갈뢰는 한비광을 놔주고 지금 이리로 달려오고 있다.
지주는 생각한다. 실망한 표정으로...
갈뢰, 너는 왜 그런 짓을?
<검황의 위기, 절체절명의 상황>
점점 밀리기 시작하는 검황이다.
결국 묵령의 검이 검황의 허벅지에 상처를 내기에 이른다.
“야아... 이제 겨우 생채기 좀 냈나?”
본격적으로 기세가 오른 묵령이다.
이 기세를 몰아 검황을 넘어뜨릴 작정으로 마구 달려들기 시작한다.
그렇잖아도 겨우 대등한 대결을 이어갔는데 조금 전 허벅지에 한 뼘 정도 베이고 나니 눈에 띄게 동작이 둔해질 수밖에 없는 검황이다. 그런데 묵령은 더욱 더 기세를 올리며 마구 달려들고 있으니 검황으로서는 점점 더 버티기 어려워지고 있다. 묵령의 공격과 검황의 수비가 이제 확연하게 한 쪽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이젠 고수들 뿐만 아니라 일반 무림인들도 눈치를 챈다. 검황이 분명이 수세에 몰리고 있음을 말이다. 일시에 술렁인다. 검황님의 한계를 지금 보게 될 줄이야... 어쩌면 오늘 무림의 희망이 사라질지도... 뭐 그런 재수없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하여간, 늬들은 입만 살아가지고...
그런 주절거림을 가만히 듣고 있는 매유진.
그녀의 시선은 검황에게 고정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왼손에 쥐고 있는 현무파천궁이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그녀가 떠니 파천궁도 같이 떤다.
혹시 무형시라도 발사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행여 여기서 활을 쏠 생각은 하지 마라.”
그런 매유진의 생각을 읽기라도 했다는 듯, 진풍백이 한 마디 던진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즉, 지금 저 대결의 주위로는 기격이 휘몰아치고 있다는 거다.
기격... 기의 격... 뭔가 큰 기운이 두 사람을 감싸고 있다는 것.
그래서 화살을 묵령을 향해 쏜다해도 그게 오히려 검황을 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매유진도 그런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할아버지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앞서늘 거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다.
그렇게 진풍백과 매유진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그 순간....!!
매유진의... 은총사의... 천운악의... 풍연의.... 동공이 크게 확장된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표정이다.
왜냐하면...
지금 묵령의 공격이 또 다시 통했기 때문이다.
좀 전엔 검황의 왼쪽 허벅지가 베였었다.
그리고 이젠 오른쪽 옆구리를 베였다.
붉은 피가 순간적으로 솟구친다.
그렇게 검황이 두 번이나 당하는 장면을 지켜만 봐야하는 무림연합.
검황은 이제 치명상을 입었다.
왼쪽에 이어 오른쪽까지 베였다.
아무리 천하의 검황이라도 어쩔 수 없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마는 검황이다.
검을 지팡이 삼아 땅에 꽂았기에 겨우겨우 쓰러지는 것만을 막았다.
그러나 그뿐이다.
어떤 공격은커녕 방어할 상태도 되지 못한, 무방비가 된 것이다.
묵령은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어느새 검황의 등 뒤에서 부상당해 주저앉은 적의 목을 베기 위해 빠르게 쇄도하고 있다.
“자, 늙은이! 이제 마지막이다!!”
<진풍백의 도발>
묵령이 검황의 목을 따려는 바로 그 순간!
갑자기 날아드는 구슬 하나... 딱 보니 혈우환이다.
묵령은 자기 눈앞으로 똑바로 날아드는 그것을 방치할 순 없다.
검황의 목을 베려던 검을 얼른 들어올려 일단 혈우환을 튕겨낸다.
그 상황에 무림연합은 안도의 탄성을 지르고, 도월천은 적잖이 당황한다.
검황 또한 마지막 사력을 다해 최근접해있는 묵령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일단 묵령은 가볍게 회피하며 저만치 거리를 두고 서서 사태를 관망한다. 그때 검황의 뒤편으로 훌쩍 도약하며 착지하는 진풍백.
“네놈이냐?”
“그래. 나다.”
남자들의 대화가 참 멋지다. 군더더기가 없다. 깔끔하다.
“고장난 늙은이는 그만 보내고 나와 놀아보면 어떠냐?”
그 말에 묵령은 피식 웃는다. 뭐,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 생각하나보다.
“네놈은 꼭 내 손으로 목을 따 줄 생각이었는데. 찾기 전에 미리 알아서 기어 나왔구나.”
이제 판이 바뀌었다.
검황과 묵령의 대결은 일단 묵령의 승리다.
이제 대결은 진풍백과 묵령이다.
그런 상황변화를 저만치서 지켜보고 있는 도월천.
지략가인 그조차 지금 상황이 선 듯 이해되진 않는다.
그에게는 사제인 진풍백.
진 사제로서는 검황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묵령의 실력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리라 파악하는 도월천이다. 진 사제의 실력 또한 도월천이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객관적으로도 진 사제는 묵령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그것을 진 사제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의문이 생긴다.
설마 검황을 구하려 그러는 건 아닐 테고...
그러기엔 진 사제의 실력이 미치지 못하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왜 나선 것일까?
매유진 또한 이 상황이 몹시 당황스럽다.
분명히 그랬다. 나서지 말라고.
지금 저 두 사람 사이에는 기격이 있어서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말이다.
그래놓고 지가 저렇게 중간에 뛰쳐나가 묵령에 맞서고 있다니.
그때 그녀 뒤에서 궁사들이 수근덕거린다.
저자가 저렇게 무리를 하는 건 혹시 우리 궁존 때문....
뭐 그렇게 속닥거리는 소리를 얼핏 듣게 된 매유진.
마음이 심히 동요된다.
그게 나 때문이라고?
나보고는 나서지 말라고 하더니 지가 냉큼 뛰어나간 게 나 때문이라고?
나를 보호하기 위해 대신 싸우러 저러는 거라고?
진풍백은 이전에 한 번 묵령과 대결한 적이 있지 않은가?
그때도 매유진을 구하기 위해서 나섰다가 죽을 뻔했다.
지금 또다시 나를 대신해 목숨을 걸고 있다니...
“자, 그럼... 죽을 준비는 다 끝난 거냐?”
사실 묵령으로서는 이 대결 또한 싱겁게 느껴질 뿐이다.
그냥 재미로 좀 놀아볼 생각일지도 모른다.
얼른 이놈부터 죽이고 그 다음에 검황도 죽여야지.
뭐 그런 생각일 것이다.
아무튼 묵령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쩌 저 정
너무도 순식간이었다. 그만큼 묵령의 스피드는 빨랐다.
진풍백으로서도 그야말로 가까스로 막아낼 수 있을 뿐이었다.
그 방어라는 것이...
냅다 검을 내리치는 묵령을 막아낸다는 것이...
진풍백이 오른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놓은 혈우환을 내미는 것...
그래서 혈우환이 묵령의 검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쇄도하는 검을 정확히 혈우환으로 막는 것 자체가 사실은 엄청 대단한 것이다. 한 치의 오차만 있어도 진풍백의 손모가지는 절단되고 말기에 그렇다.
그런데 조금전 발생한 굉음은 혈우환이 깨지는 소리였다.
아... 그랬다.
묵령의 검을 혈우환은 막아낼 수가 없는 것이다.
진풍백이 얼른 손을 뒤로 빼지 않았다면 혈우환을 부순 묵령의 검은 그대로 진풍백의 손가락 사이를 파고들어 오른손 팔뚝까지는 족히 두 조각을 내고도 남았을 것이다.
“크크... 내 분명 말하지 않았느냐? 그 장난감으로는 나를 상대할 수 없을 거라고!!”
묵령은 작정하고 달려든다. 이전에 한 번 싸워봤고 그때 실력은 다 파악했고, 그래서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다. 객관적으로도 묵령의 무공이 진풍백에 비해 훨씬 높은 것도 사실이긴 하다.
묵령의 쇄도에 진풍백은 얼른 반격을 준비한다.
왼손가락 사이사이에 혈우환을 가득 끼우고는 기를 응집시키기 시작한다.
촤락
고 오 오
그리고는 혈우환들을 발사한다.
일반인의 눈에는 날아오는 혈우환이 너무 빨라 보이지 않겠지만, 고수는 역시 고수다. 자신에게 날아드는 그것들을 정확히 헤아리며 쳐다보며 하나씩 검으로 쳐낼 생각인 묵령이다. 별것 아니었으므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쩌 저 저
날아오던 혈우환들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산산이 부서지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그것은 마치 산탄총알과도 같다. 무수히 작은 파편으로 부서져 목표물에 마구 손상을 가하는 것이니 말이다.
파 파 팡
그저 몇 개의 혈우환을 칼로 쳐내면 그만이라 생각하다가 갑자기 무수히 많은 파편들로 쪼개져 날아드는 상황이다. 묵령은 검 대신 얼른 왼손바닥을 펴서 그 파편들을 막아내기 시작한다. 그것들은 의외로 위력이 있었다. 그 충격에 묵령은 몇 걸음은 족히 뒤로 물러나서 막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검황의 곁에 접근한 진풍백.
“정신 차리십시오. 검황. 어서 여기서 피하.... 응?”
그렇게 검황에게 피하자는 말을 하고 있는 진풍백은 그 말을 다 잇질 못한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검황의 모습이 매우 심각했기 때문이다. 겨우 오른손으로 쥔 검을 땅에 박아넣고 그걸 지지대 삼아 자세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검에 깊게 베인 왼쪽 허벅지와 오른쪽 옆구리를 통해 이미 많은 양의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바닥에 쓰러질것만 같은 상태가. 이건 생각보다 너무도 큰 부상이었다.
!!
그렇게 한 눈 파는 사이에 또다시 빠르게 날아드는 검.
진풍백은 왼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 낀 혈우환으로 방어를 시도한다.
일단 묵령의 검을 무사히 막아내는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그 충격의 여파는 그의 몸을 뒤로 휘청이게 했다.
자세를 잃지 않으려 그는 얼른 발을 디디며 뒤로 몸을 물린다.
그러나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묵령은 더욱 빠르게 검을 휘두르며 찌르며 공격을 퍼붓기 시작한다.
진풍백은 혈우환 하나로 그 많은 초식을 다 막아내기가 버겁다.
<에필로그>
진풍백이 매유진을 좋아하는 것은 이미 독자들은 다 안다.
아직 매유진만 그런가 아닌가 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에도 역시 남자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 대신 나섰다.
실력 차이가 확연함을 알면서도 그랬다.
좋아하는 그녀가 먼저 뛰어들게 놔둘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묵령을 이길 수 없으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것이 내 운명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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