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6화 스토리 == 한옥신장이 검황을 살리다
페이지 정보
작성일2022-07-24 19:44 조회7,684회 댓글0건본문
열혈강호 576화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
<추혼오성창 노호>
사실은 일촉즉발의 위기였다.
거의 무방비에 가깝던 매유진의 목숨이 바람 앞의 촛불이었던 바로 그 찰나였단 말이다. 그런데 어디선가 바람처럼 나타난 구세주가 있었으니 그 총각은 바로 추혼오성창 노호다. 등에 단창 4개를 꽂고 손에는 장창을 들고 다니는 훈남이다.
매유진에게 달려들던 절대천검대원들은 추풍낙엽처럼 몸통에 바람구멍이 하나씩 혹은 네 개나 뚫린 채 시체가 되어 땅바닥에 나동그라진다.
공격을 성공적으로 마친 노호의 창들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노호가 등에 지고 다니는 창집에 귀환한다. 멋지다. 그리고는 땅에 박힌 장창을 힘있게 파악~ 뽑아 쥐고는 슬쩍 뒤를 돌아본다. 조금전에 “귀... 귀하는...?” 이라고 질문을 던진 은총사에게 대답을 해주기 위해서다.
“난 동령의 살성! 산신님을 뵈러 왔다!”
그제야 얼굴을 알아보고는 깍듯이 예를 갖추며 은총사는 묻는다.
“그러고 보니... 그 창... 귀하는 혹시 중원에서 이름을 떨치셨던 질풍랑 노호 대협이 아니시오?”
“견문이 제법 되시는 분이시군 그래.”
그래도 자기를 알아봐주니 노호는 기분이 나쁘진 않다. 질풍랑 노호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주변 무림인들은 웅성댄다. 사파의 신진 고수가 바로 질풍랑 노호라는 소문은 들어봤기 때문이다. 정파가 아니라 사파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노호 역시 천마신군 제자의 수하라는 생각도 해볼 수 있다. 그렇게 그들끼리는 추측을 주고받고 있는 중이다.
“미쳤어? 누가 그딴 놈의 수하래?!!”
천마신군이란 말이 나오고 게다가 그 제자도 아니라 그 제자의 수하라는 말이 튀어나오자 노호는 성질을 버럭 낸다. 갑자기 심기가 불편해진 거다. 물론 한때 그리 되고자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과거는 싹 다 잊은지 오래인 노호다.
“난 지금 동령의 살성으로 이 자리에 있는 거다! 알겠나?”
자신의 위치를 확실히 하고자 하는 노호다. 과거를 잊고 싶은 것이다.
노호는 이어서 자신이 여기에 온 목적을 말한다.
산신님이 위급하다는 말에 급히 달려온 것이라고...
그러니 어서 산신님께 안내하라고 말이다.
“산신님이라니... 누구를 말씀하시는 거요?”
다짜고짜 산신님이라니 주변 사람들은 어리둥절하다. 은총사 역시 그런 인물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로의 소통이 막혀있는 상태다. 노호는 부연설명을 한다. 자기가 알고 있는 산신님은 그간 이곳을 지키고 계셨던 중원에서 온 고수를 말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 말을 듣자마자 은총사도 무림인들도 그분이 누구를 말하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지금 노호가 말하는 산신님은 바로 검황 어르신이기 때문이다. 지금 어르신은 사경을 헤매는... 아니 조금 전에 이미 숨을 거두신 상태라서다. 다들 침울한 표정으로 일순간 적막감히 팽배해진다.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노호는 왜 대답을 안하냐며 다그친다. 은총사는 담담하게 말해준다. 검황 어르신이 산신님이라면 그 분은 이미 돌아가셨다고...
“검황? 산신님의 정체가 검황이었단 말이야?”
노호도 그렇게 연관시키지는 못했었다.
산신님이 검황이라니 노호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경악한다. 이곳 산해곡을 지키고 있던 분이 검황이었다니...
<신녀 등장>
“살성님. 그 분은 찾으셨나요?”
무림 탑 클라스급 미인이 등장한다. 무림인들은 눈이 동그래지며 수군수군 술렁인다. 살다살다 이런 미인은 또 보기 드물었기 때문이다. 저런 고운 자태라니... 어쩐지 무림인같이 보이지는 않는 그런 여자가 나타난 것이다.
“예. 신녀님.”
노호의 등장도 놀라운데 이번엔 초절정 미인이 나타나서는 그녀를 보고 노호가 신녀라고 부르고 있다. 무림인들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호칭일 것이다. 신녀 뒤에는 동령의 무사들이 듬직하게 호위를 하고 있다. 무림 나부랭이들이 감히 신녀님을 몰라보고 무례를 저지르는 꼴을 보며 노호는 살짝 열받는다.
“이 분은 동령을 다스리는 신녀님이요!”
어쨌뜬 노호는 은총사에게 검황님에게로의 안내를 요청한다. 그러자 은총사는 침울한 표정으로 이미 어르신은 돌아가셨음을 다시한번 언급한다. 그가 그 말을 마치기도 전에 신녀는 은총사 앞을 스윽 지나져간다. 검황이 누워있는 곳으로 말이다.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는 검황을 말없이 내려다보던 신녀는 조용히 그 곁에 앉는다. 이미 숨을 거두셨는데... 돌아가신 어르신 옆에 신녀가 앉자 은총사는 기겁을 하며 그것을 제지하려 한다. 그러자 노호가 그를 장창으로 막아서며 말한다. 저 분의 생사는 신녀님이 확인을 하실때까지 기다리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 말 또한 은총사에게는 용납이 안된다.
“이보시오! 검황 어르신이 어떤 분이셨는지 모르는 거요? 계속 이런 무례를 저지른다면...”
소리를 버럭 지르는 은총사. 계속 자기를 막아선다면 한판 싸움이라도 할 기세다. 이미 돌아가신 분께 무례를 저지르지 말라는 외침인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낯설고도 강력한 기운이 발산됨을 느끼는 은총사다.
그렇다. 그 기운은 바로 신녀의 신물인 한옥신장에서 뿜어져나오는 기다. 마치 태양이 바로 저만치에 있는 듯, 그런 강력한 하얀 빛이 사방을 휘몰아치고 있는 신비로움 그 자체다. 이런 빛은 그동안 본 적이 없다.
........... 이건 단순한 기가 아니야. 뭔가 달라... 대체 이건.............
은총사의 동공은 정말 크게 확장되고 있다. 살면서 이런 신비로운 빛을, 이런 경이로운 기는 본 적도 느껴좀 적도 없기 때문이다.
“천마다행이에요... 아직 마지막 숨이 남아계셨었네요.... 회복되실 겁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신녀의 그 말 한마디가 은총사에게 전해지자 주변에 있는 모든 무림인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한다. 검황 어르신이 죽지 않았다니... 다시 회복되신다니....
은총사는 눈물이 글썽인다. 지그시 검황 어르신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간절히 외친다.
.............. 정말... 정말 다시 살아 돌아오시는 겁니까? 어르신!! ...............
<팔대기보>
그런 광경을 아주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는 매유진.
옆의 수하가 묻는다. 그들이 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느냐고....
“예... 팔대기보 중 둘이 온다는 걸 현무가 말을 해줬으니까요.”
그랬다.
지금 팔대기보가 둘이나 동시에 나타난 거다.
바로 오성창과 한옥신장이다.
“그럼... 궁종, 창종, 형종, 도종의 신물이 여기에 있다는 말인가요?”
궁종의 무사 하나가 재빨리 상황을 정리하며 아는체를 한다. 팔대기보가 많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것의 그 의미를 어느정도는 알기 때문이다. 기분이 어쩐지 묘하다며 자신의 느낌을 피력한다. 전설의 팔대기보전이 여기서 벌어지는 건 아니냐고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묻는다.
“그래도 아직 4개나 부족하지 않나? 이렇게 많은 기보가 한자리에 모이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매유진이 그들의 대화에 끼어든다.
“어쩌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매유진의 느낌은 뭔가 더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달려드는 적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더 이상 기회는 없을 테니 말이다.
<흑풍회 제7돌격대>
먼발치에서 검황 주변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홍균. 무림인들이 갑자기 환호성을 지르는 것 또한 무슨 일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다. 그러나 홍균 역시 더 급한 게 있다. 절대천검대가 다시 산개를 시작했다는 거다. 1차 격돌을 치르고 멀찌감치 뒤에 빠져 있는 중이다. 그리고는 제7돌격대는 후방에서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중이다. 신지의 적들이 이미 대규모 공격을 다시 시작한 것을 파악하고 있는 홍균이다. 그들이 전면전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홍균은 힐끗 뒤를 돌아본다.
그의 시야에는 한 사나이가 들어온다.
바로 진풍백이다.
아까의 절대천검대장 묵령과의 맞대결이 무리였을까?
온몸의 혈이 뒤틀려 발작이 시작되어버린 상태가 아닌가...
그냥 서있기조차 힘든 진풍백, 셋째 도련님이 이런 상태인데 이때 적의 습격을 받기라도 한다면... 최악의 상황을 예측하지 않을 수가 없다.
“홍균, 뭘 망설이고 있는 거냐? 놈들이 여길 다 포위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셈이냐?”
그런 홍균의 마음을 충분히 읽고 있는 진풍백이 먼저 치고 나온다. 속마음을 들킨 홍균은 황급히 부인을 해본다. 그러나 진풍백은 준비된 말을 마저 한다.
“만약... 날 변명거리 삼을 생각이라면... 네 놈... 나한테 죽는다!”
호랑이같은 눈빛으로 똑바로 홍균의 눈을 바라보는 진풍백.
그의 결연한 의지가 여실히 녹아있는 그런 눈초리다.
그제야 그게 무슨 말인지 100% 이해한다.
도련님의 명을 받드는 수밖에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일단 최소한의 인원을 지정하여 이곳에서 도련님의 호위를 맡으라 명한다. 그리고는 가슴을 쫙 펴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친다.
“전 흑풍회!! 적의 진격을 저지한다!! 전원 나를 따르도록 해라!!”
“존명!!”
홍균의 추상같은 명령에 흑풍회 대원들은 빠르게 일사분란하게 진격을 개시한다. 그 선봉에는 홍균이 있다. 그렇게 적을 향해 쇄도하는 흑풍회를 바라보며 진풍백은 힘겹게 생각을 이어간다.
............ 힘겹군... 의식을 잡고 있기가 점점 더 힘들어... 설마... 이번이 마지막인 걸까? .............
진풍백의 호흡은 더욱 가빠지고 몸은 더욱 더 떨리기 시작한다. 발작은 계속되고 있었던 거다. 이를 악물어보지만 소용이 없다. 이번에는 정말 죽는걸까 라는 생각에 진풍백은 어떤 공포심마저 느끼고 있다.
............. 젠장...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 이대로 죽는 게 억울한데... 아직 재밌는 일이 남았잖아... 그러니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달라고... 조금만..........
그런 생각을 하며 진풍백은 잠시 눈을 스스륵 감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갑자기 주변이 시끌시끌해진다. 감았던 눈을 억지스레 스윽 떠보는 진풍백.
파 아 악
진풍백의 얼굴까지 시뻘건 피가 튀기고 있다. 그 더운 피의 주인은 바로 앞에서 자신을 호위 중이던 흑풍회 대원이다. 나름 정예요원들을 배치했건만 절대천검대 무사들의 실력은 확실히 한 수 위였다. 그렇게 몇 명의 흑풍회가 죽고 있는 동안 나머지 흑풍회 대원들이 긴급하게 진풍백을 호위하러 달려든다. 그러나 그마저도 허무하게 당하고 만다. 십 여명쯤 되었던 흑풍회는 이제 모두 시체가 되고 말았다. 단 두 명의 기습에 말이다.
“어라? 뭐야? 여기에 많이 몰려있길래 검황이 있는 줄 알았더니 아니잖아? 이 자식... 아까 대장님한테 덤볐던 놈 아냐?”
절대천검대 무사들은 검황이 없는 것을 확인하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는다. 꿩 대신 닭이라고... 감히 대장님에게 도전한 놈이니 이 놈이라도 죽이자는데 동의하는 눈치다.
지금 진풍백은 미동조차 하기 힘들다. 확연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온 몸을 심하게 덜덜덜 떨고 있다. 혈우환 한 개도 날릴 기운이 없는 지경이다.
녀석들은 시간 끌지 말고 어서 죽이고 검황 찾으러 빨리 가야한다며 동료를 재촉한다. 한 놈이 진풍백의 목을 베기 위해 접근하고 또 한 놈은 두리번 거리며 검황을 찾기 시작한다. 그렇게 뒤를 돌아보던 그 놈은....
파 카 캉
얼굴에 얼굴만한 구멍이 뚫리고 만다. 진풍백에게 접근중이던 놈 또한 똑같은 꼴로 졸지에 시체가 되어 땅바닥에 나뒹군다.
그럴줄 알았다는 듯 다시 침착한 표정의 진풍백은 뒤에 나타난 인물에게 이렇게 말한다.
“늦지 않았느냐? 남중보!”
“제3돌격대장 남중보, 도련님을 뵙습니다.”
진풍백은 부들 부들 떨면서도 간신히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운다. 겨우 선 그는 덜덜덜덜 떨리는 몸으로 전방을 바라본다.
“많이 다치셨군요.”
“괜찮아. 아직은 안 죽었으니까.....”
“둘째 도련님은...?”
“아아... 내 짐작대로였어. 훌륭히 배신을 해줬거든. 덕분에 발작엣 버텼다고... 이 상황까지 왔는데 도 사형의 실력을 보지 못하고 죽는 건 너무 억울하니까 말이야.”
첫째와 여섯째 도련님도 함께 계시다 들었다고 아뢰는 남중보에게 진풍백은 설명을 해준다. 대사형은 부상을 입고 후송 중이고 그리고 여섯째는.... 지금 미친 짓을 하러 가있는 중이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진풍백의 시선은 저멀리 신지 어디쯤을 향하고 있다. 바로 한비광이 미친 짓을 하고 있을 그 장소를...
<신지 어느 곳>
깊숙한 어느 곳 신지의 광경이 펼쳐진다.
너른 들판, 그러나 왠지 많이 망가져있는 그런 평지가 넓게 보인다.
그런 들판의 아래에 커다란 공간이 나온다.
불빛이 있는 것을 보니 사람이 있나보다.
그리고 망치질 하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따앙 따앙 따앙
많은 숫자의 신지 일꾼들이 망치질을 하며 뭔가 수선중이다. 커다란 규모의 기계장치를 고치고 있는 것 같다. 기둥과 장치 부속품들이 사람보다 훨씬 큰 것들로 구성되어 있는 기계로 보인다.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
<추혼오성창 노호>
사실은 일촉즉발의 위기였다.
거의 무방비에 가깝던 매유진의 목숨이 바람 앞의 촛불이었던 바로 그 찰나였단 말이다. 그런데 어디선가 바람처럼 나타난 구세주가 있었으니 그 총각은 바로 추혼오성창 노호다. 등에 단창 4개를 꽂고 손에는 장창을 들고 다니는 훈남이다.
매유진에게 달려들던 절대천검대원들은 추풍낙엽처럼 몸통에 바람구멍이 하나씩 혹은 네 개나 뚫린 채 시체가 되어 땅바닥에 나동그라진다.
공격을 성공적으로 마친 노호의 창들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노호가 등에 지고 다니는 창집에 귀환한다. 멋지다. 그리고는 땅에 박힌 장창을 힘있게 파악~ 뽑아 쥐고는 슬쩍 뒤를 돌아본다. 조금전에 “귀... 귀하는...?” 이라고 질문을 던진 은총사에게 대답을 해주기 위해서다.
“난 동령의 살성! 산신님을 뵈러 왔다!”
그제야 얼굴을 알아보고는 깍듯이 예를 갖추며 은총사는 묻는다.
“그러고 보니... 그 창... 귀하는 혹시 중원에서 이름을 떨치셨던 질풍랑 노호 대협이 아니시오?”
“견문이 제법 되시는 분이시군 그래.”
그래도 자기를 알아봐주니 노호는 기분이 나쁘진 않다. 질풍랑 노호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주변 무림인들은 웅성댄다. 사파의 신진 고수가 바로 질풍랑 노호라는 소문은 들어봤기 때문이다. 정파가 아니라 사파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노호 역시 천마신군 제자의 수하라는 생각도 해볼 수 있다. 그렇게 그들끼리는 추측을 주고받고 있는 중이다.
“미쳤어? 누가 그딴 놈의 수하래?!!”
천마신군이란 말이 나오고 게다가 그 제자도 아니라 그 제자의 수하라는 말이 튀어나오자 노호는 성질을 버럭 낸다. 갑자기 심기가 불편해진 거다. 물론 한때 그리 되고자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과거는 싹 다 잊은지 오래인 노호다.
“난 지금 동령의 살성으로 이 자리에 있는 거다! 알겠나?”
자신의 위치를 확실히 하고자 하는 노호다. 과거를 잊고 싶은 것이다.
노호는 이어서 자신이 여기에 온 목적을 말한다.
산신님이 위급하다는 말에 급히 달려온 것이라고...
그러니 어서 산신님께 안내하라고 말이다.
“산신님이라니... 누구를 말씀하시는 거요?”
다짜고짜 산신님이라니 주변 사람들은 어리둥절하다. 은총사 역시 그런 인물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로의 소통이 막혀있는 상태다. 노호는 부연설명을 한다. 자기가 알고 있는 산신님은 그간 이곳을 지키고 계셨던 중원에서 온 고수를 말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 말을 듣자마자 은총사도 무림인들도 그분이 누구를 말하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지금 노호가 말하는 산신님은 바로 검황 어르신이기 때문이다. 지금 어르신은 사경을 헤매는... 아니 조금 전에 이미 숨을 거두신 상태라서다. 다들 침울한 표정으로 일순간 적막감히 팽배해진다.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노호는 왜 대답을 안하냐며 다그친다. 은총사는 담담하게 말해준다. 검황 어르신이 산신님이라면 그 분은 이미 돌아가셨다고...
“검황? 산신님의 정체가 검황이었단 말이야?”
노호도 그렇게 연관시키지는 못했었다.
산신님이 검황이라니 노호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경악한다. 이곳 산해곡을 지키고 있던 분이 검황이었다니...
<신녀 등장>
“살성님. 그 분은 찾으셨나요?”
무림 탑 클라스급 미인이 등장한다. 무림인들은 눈이 동그래지며 수군수군 술렁인다. 살다살다 이런 미인은 또 보기 드물었기 때문이다. 저런 고운 자태라니... 어쩐지 무림인같이 보이지는 않는 그런 여자가 나타난 것이다.
“예. 신녀님.”
노호의 등장도 놀라운데 이번엔 초절정 미인이 나타나서는 그녀를 보고 노호가 신녀라고 부르고 있다. 무림인들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호칭일 것이다. 신녀 뒤에는 동령의 무사들이 듬직하게 호위를 하고 있다. 무림 나부랭이들이 감히 신녀님을 몰라보고 무례를 저지르는 꼴을 보며 노호는 살짝 열받는다.
“이 분은 동령을 다스리는 신녀님이요!”
어쨌뜬 노호는 은총사에게 검황님에게로의 안내를 요청한다. 그러자 은총사는 침울한 표정으로 이미 어르신은 돌아가셨음을 다시한번 언급한다. 그가 그 말을 마치기도 전에 신녀는 은총사 앞을 스윽 지나져간다. 검황이 누워있는 곳으로 말이다.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는 검황을 말없이 내려다보던 신녀는 조용히 그 곁에 앉는다. 이미 숨을 거두셨는데... 돌아가신 어르신 옆에 신녀가 앉자 은총사는 기겁을 하며 그것을 제지하려 한다. 그러자 노호가 그를 장창으로 막아서며 말한다. 저 분의 생사는 신녀님이 확인을 하실때까지 기다리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 말 또한 은총사에게는 용납이 안된다.
“이보시오! 검황 어르신이 어떤 분이셨는지 모르는 거요? 계속 이런 무례를 저지른다면...”
소리를 버럭 지르는 은총사. 계속 자기를 막아선다면 한판 싸움이라도 할 기세다. 이미 돌아가신 분께 무례를 저지르지 말라는 외침인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낯설고도 강력한 기운이 발산됨을 느끼는 은총사다.
그렇다. 그 기운은 바로 신녀의 신물인 한옥신장에서 뿜어져나오는 기다. 마치 태양이 바로 저만치에 있는 듯, 그런 강력한 하얀 빛이 사방을 휘몰아치고 있는 신비로움 그 자체다. 이런 빛은 그동안 본 적이 없다.
........... 이건 단순한 기가 아니야. 뭔가 달라... 대체 이건.............
은총사의 동공은 정말 크게 확장되고 있다. 살면서 이런 신비로운 빛을, 이런 경이로운 기는 본 적도 느껴좀 적도 없기 때문이다.
“천마다행이에요... 아직 마지막 숨이 남아계셨었네요.... 회복되실 겁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신녀의 그 말 한마디가 은총사에게 전해지자 주변에 있는 모든 무림인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한다. 검황 어르신이 죽지 않았다니... 다시 회복되신다니....
은총사는 눈물이 글썽인다. 지그시 검황 어르신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간절히 외친다.
.............. 정말... 정말 다시 살아 돌아오시는 겁니까? 어르신!! ...............
<팔대기보>
그런 광경을 아주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는 매유진.
옆의 수하가 묻는다. 그들이 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느냐고....
“예... 팔대기보 중 둘이 온다는 걸 현무가 말을 해줬으니까요.”
그랬다.
지금 팔대기보가 둘이나 동시에 나타난 거다.
바로 오성창과 한옥신장이다.
“그럼... 궁종, 창종, 형종, 도종의 신물이 여기에 있다는 말인가요?”
궁종의 무사 하나가 재빨리 상황을 정리하며 아는체를 한다. 팔대기보가 많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것의 그 의미를 어느정도는 알기 때문이다. 기분이 어쩐지 묘하다며 자신의 느낌을 피력한다. 전설의 팔대기보전이 여기서 벌어지는 건 아니냐고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묻는다.
“그래도 아직 4개나 부족하지 않나? 이렇게 많은 기보가 한자리에 모이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매유진이 그들의 대화에 끼어든다.
“어쩌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매유진의 느낌은 뭔가 더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달려드는 적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더 이상 기회는 없을 테니 말이다.
<흑풍회 제7돌격대>
먼발치에서 검황 주변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홍균. 무림인들이 갑자기 환호성을 지르는 것 또한 무슨 일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다. 그러나 홍균 역시 더 급한 게 있다. 절대천검대가 다시 산개를 시작했다는 거다. 1차 격돌을 치르고 멀찌감치 뒤에 빠져 있는 중이다. 그리고는 제7돌격대는 후방에서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중이다. 신지의 적들이 이미 대규모 공격을 다시 시작한 것을 파악하고 있는 홍균이다. 그들이 전면전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홍균은 힐끗 뒤를 돌아본다.
그의 시야에는 한 사나이가 들어온다.
바로 진풍백이다.
아까의 절대천검대장 묵령과의 맞대결이 무리였을까?
온몸의 혈이 뒤틀려 발작이 시작되어버린 상태가 아닌가...
그냥 서있기조차 힘든 진풍백, 셋째 도련님이 이런 상태인데 이때 적의 습격을 받기라도 한다면... 최악의 상황을 예측하지 않을 수가 없다.
“홍균, 뭘 망설이고 있는 거냐? 놈들이 여길 다 포위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셈이냐?”
그런 홍균의 마음을 충분히 읽고 있는 진풍백이 먼저 치고 나온다. 속마음을 들킨 홍균은 황급히 부인을 해본다. 그러나 진풍백은 준비된 말을 마저 한다.
“만약... 날 변명거리 삼을 생각이라면... 네 놈... 나한테 죽는다!”
호랑이같은 눈빛으로 똑바로 홍균의 눈을 바라보는 진풍백.
그의 결연한 의지가 여실히 녹아있는 그런 눈초리다.
그제야 그게 무슨 말인지 100% 이해한다.
도련님의 명을 받드는 수밖에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일단 최소한의 인원을 지정하여 이곳에서 도련님의 호위를 맡으라 명한다. 그리고는 가슴을 쫙 펴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친다.
“전 흑풍회!! 적의 진격을 저지한다!! 전원 나를 따르도록 해라!!”
“존명!!”
홍균의 추상같은 명령에 흑풍회 대원들은 빠르게 일사분란하게 진격을 개시한다. 그 선봉에는 홍균이 있다. 그렇게 적을 향해 쇄도하는 흑풍회를 바라보며 진풍백은 힘겹게 생각을 이어간다.
............ 힘겹군... 의식을 잡고 있기가 점점 더 힘들어... 설마... 이번이 마지막인 걸까? .............
진풍백의 호흡은 더욱 가빠지고 몸은 더욱 더 떨리기 시작한다. 발작은 계속되고 있었던 거다. 이를 악물어보지만 소용이 없다. 이번에는 정말 죽는걸까 라는 생각에 진풍백은 어떤 공포심마저 느끼고 있다.
............. 젠장...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 이대로 죽는 게 억울한데... 아직 재밌는 일이 남았잖아... 그러니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달라고... 조금만..........
그런 생각을 하며 진풍백은 잠시 눈을 스스륵 감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갑자기 주변이 시끌시끌해진다. 감았던 눈을 억지스레 스윽 떠보는 진풍백.
파 아 악
진풍백의 얼굴까지 시뻘건 피가 튀기고 있다. 그 더운 피의 주인은 바로 앞에서 자신을 호위 중이던 흑풍회 대원이다. 나름 정예요원들을 배치했건만 절대천검대 무사들의 실력은 확실히 한 수 위였다. 그렇게 몇 명의 흑풍회가 죽고 있는 동안 나머지 흑풍회 대원들이 긴급하게 진풍백을 호위하러 달려든다. 그러나 그마저도 허무하게 당하고 만다. 십 여명쯤 되었던 흑풍회는 이제 모두 시체가 되고 말았다. 단 두 명의 기습에 말이다.
“어라? 뭐야? 여기에 많이 몰려있길래 검황이 있는 줄 알았더니 아니잖아? 이 자식... 아까 대장님한테 덤볐던 놈 아냐?”
절대천검대 무사들은 검황이 없는 것을 확인하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는다. 꿩 대신 닭이라고... 감히 대장님에게 도전한 놈이니 이 놈이라도 죽이자는데 동의하는 눈치다.
지금 진풍백은 미동조차 하기 힘들다. 확연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온 몸을 심하게 덜덜덜 떨고 있다. 혈우환 한 개도 날릴 기운이 없는 지경이다.
녀석들은 시간 끌지 말고 어서 죽이고 검황 찾으러 빨리 가야한다며 동료를 재촉한다. 한 놈이 진풍백의 목을 베기 위해 접근하고 또 한 놈은 두리번 거리며 검황을 찾기 시작한다. 그렇게 뒤를 돌아보던 그 놈은....
파 카 캉
얼굴에 얼굴만한 구멍이 뚫리고 만다. 진풍백에게 접근중이던 놈 또한 똑같은 꼴로 졸지에 시체가 되어 땅바닥에 나뒹군다.
그럴줄 알았다는 듯 다시 침착한 표정의 진풍백은 뒤에 나타난 인물에게 이렇게 말한다.
“늦지 않았느냐? 남중보!”
“제3돌격대장 남중보, 도련님을 뵙습니다.”
진풍백은 부들 부들 떨면서도 간신히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운다. 겨우 선 그는 덜덜덜덜 떨리는 몸으로 전방을 바라본다.
“많이 다치셨군요.”
“괜찮아. 아직은 안 죽었으니까.....”
“둘째 도련님은...?”
“아아... 내 짐작대로였어. 훌륭히 배신을 해줬거든. 덕분에 발작엣 버텼다고... 이 상황까지 왔는데 도 사형의 실력을 보지 못하고 죽는 건 너무 억울하니까 말이야.”
첫째와 여섯째 도련님도 함께 계시다 들었다고 아뢰는 남중보에게 진풍백은 설명을 해준다. 대사형은 부상을 입고 후송 중이고 그리고 여섯째는.... 지금 미친 짓을 하러 가있는 중이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진풍백의 시선은 저멀리 신지 어디쯤을 향하고 있다. 바로 한비광이 미친 짓을 하고 있을 그 장소를...
<신지 어느 곳>
깊숙한 어느 곳 신지의 광경이 펼쳐진다.
너른 들판, 그러나 왠지 많이 망가져있는 그런 평지가 넓게 보인다.
그런 들판의 아래에 커다란 공간이 나온다.
불빛이 있는 것을 보니 사람이 있나보다.
그리고 망치질 하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따앙 따앙 따앙
많은 숫자의 신지 일꾼들이 망치질을 하며 뭔가 수선중이다. 커다란 규모의 기계장치를 고치고 있는 것 같다. 기둥과 장치 부속품들이 사람보다 훨씬 큰 것들로 구성되어 있는 기계로 보인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