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9화 스토리 === 한비광과 풍연은 엄마가 다른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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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4-06-30 17:39 조회1,497회 댓글0건본문
열혈강호 599화 스토리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
<프롤로그>
자하마신
이 네 글자가 선명하게 느껴지는 이번 이야기입니다.
<아, 어머니>
갈뢰에게 혈을 제압당한 풍연은 맥없이 바닥에 풀썩 엎어지고 만다. 그런 풍연을 내려다보며 갈뢰는 읊조린다.
“난 알 수밖에 없어. 왜냐하면... 내가 네 친모니까...”
친모...
낳아주신 어머니라는 뜻이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식을 나의 자식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친모밖에 없지 않은가. 자기가 낳았으니까 말이다. 자식은 엄마를 몰라볼 수 있으나 직접 낳은 엄마는 자식을 몰라 볼 수가 없는 법이다. 풍연을 낳아준 엄마는 바로 갈뢰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신지 지주가 음흉한 웃음소리를 내며 갈뢰엑 말한다. 훌륭하다고... 이제 그 놈을 이리로 데려오라고...
갈뢰는 지금 그를 등지고 서있다. 뒤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갈뢰는 진지하게 말을 건넨다.
“당신... 내가 아는 한상우가 맞는 거야?”
“무슨 말을 하려는 거냐? 갈뢰...”
“그렇다면 대답해 봐. 이 애가 누구 앤지. 기억하고 있는지...”
“물론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갈뢰. 난 항상 너와 저 녀석을 아끼고 있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더없이 진지하다.
뭔가를 확인하려 애쓰는 갈뢰와 무덤덤하게 대꾸하는 신지 지주의 대화는 점점 깊이를 더해간다. 그러나 주변의 사람들은 이 대화를 듣지는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조금전 갈뢰가 발생시킨 괴명검의 굉음으로 인해 아직도 귀가 손상을 받은 상태라 제대로 청각이 되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신지 지주와 갑자기 나타난 갈뢰가 뭔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만 보고 있을 뿐이다.
“그렇구나... 역시 그때의 당신은 진짜 한상우가 아니었구나...”
갈뢰는 서서히 확신을 갖기 시작한다. 그 확신을 확인하기 위해 지금 그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을 뿐이다. 풍연을 낳은 엄마로서, 그리고 그럴 수 있게 한 한상우에 대한 기억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눈이 맞아 서로 사랑을 나눴고 그 결과물이 풍연이 아니던가. 그런데 갈뢰가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 대목은 한두개가 아니었다.
그날 왜 한상우가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땐 전혀 몰랐었다.
그리고 왜 한상우가 갑자기 무림으로 떠났는지도 몰랐었다.
그런데 이제는 알게 된 것 같다.
왜냐하면 이곳으로 오다가 마주친 한비광의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아까는 믿지 않았다. 한비광의 그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말이다. 그런데 지금 직접 상황을 보고 들으니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적어도 한비광의 말이 거짓말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한비광의 설명>
“당신, 혹시 그분의 아들인가요?”
“그래... 그분의 아들이었지.”
“아들이었다?”
“그래...! 내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으니까.”
갈뢰가 묻고 한비광이 답하고 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갈뢰로서는 믿기지 않는 것들이다. 지금 한비광은 신지 지주인 한상우를 자신의 아버지라고 했다. 그런데 이미 돌아가셨다고 한다. 지금 신지 지주는 살아있고 산해곡에서 무림 세력과 전쟁을 벌이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그런데 이미 죽었다고 말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갈뢰가 알고 있고 따르고 있는 그 사람은 그럼 한상우가 아니란 말인가?
“그 놈은 아버지의 몸을 빼앗은 귀신일 뿐이야!”
한비광은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 지금 존재하고 있는 한상우, 즉 신지를 이끌고 있는 지주가 사람이 아니라 귀신이라고 말이다. 자신의 아버지는 그 놈이 죽였고 대신 그 귀신이 아버지의 몸을 조종하고 있다고 말이다. 갈뢰로서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한상우는 자신이 진정 사랑했던 남자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을 나누었고 그 결과로 풍연을 낳았지 않은가! 그런데 귀신이라니...
한비광은 투덜거리면서도 풍연이 왜 신지를 박차고 나갔는지에 대한 갈뢰의 질문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준다. 핵심은 풍연 또한 자신이 믿고 따르던 신지 지주가 사실은 진짜 한상우가 아니라 귀신이 씌인 가짜라는... 그 믿기 힘든 사실 때문이라고 말이다. 갈뢰는 한비광을 겨누고 있던 괴명검을 거두며 그 믿기 힘든 사실이 뭔지 설명을 청한다. 그래서 갈뢰는 모든 상황을 이제는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이 믿기는 힘들지만 사실이라는 것을...
<자하마신>
한비광에게 들은 그것들을 사실 갈뢰로서도 전부 다 믿기는 힘들었다. 마음에 걸리는 게 한 두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접 물어보기로 결심을 한 것이고 지금 이렇게 묻고 있는 것이다. 갈뢰는 여전히 신지 지주는 쳐다보지 않고 등을 돌리고 선 채로 말한다.
“이제 대답해 봐. 그날, 내게 그런 짓을 했던 건 너였지? 자하마신 !”
자하마신.
갈뢰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는 바로 자하마신이었다.
자신을 자하마신이라 부르고 있는 갈뢰를 향해 그는 피싯~ 하고 쓴웃음을 지으며 대꾸한다.
“그래, 그게 한비광 그놈을 그냥 보내준 이유였나?”
의미심장한 말이다. 한비광이 해준 말을 다 믿지는 않고 있던 갈뢰지만 자하마신이 보이고 있는 태도는 한비광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하나씩 확인시켜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오히려 그는 갈뢰에게 반문하기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던 게 아니었냐는 거다.
“그때 일은 한상우, 이놈과 널 맺어주고 싶어 꾸민 일이었다. 너도 이놈을 꽤 좋아하지 않았었나? 놈이 정신이 돌아온 뒤 그렇게 놀라 신지를 도망쳐 나갈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그런 말을 듣게 된 갈뢰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설마했던 한비광의 그 믿기 힘든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지금 저 자는 한상우를 이야기하면서 3인칭으로 말하고 있다. 지금 보고 있는 한상우는 한비광의 말대로 한상우의 몸을 빌린 귀신, 즉 자하마신이라는 것을 확인한 갈뢰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갈뢰는 외친다.
“넌, 나와 한상우의 인생을 망쳐놓고도 일말의 죄책감도 없는 거냐!”
갈뢰의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 갈뢰의 온몸에 강력한 기운이 응집되어 발산하기 시작한다.
그런 갈뢰에게 자하마신은 차분하게 말한다. 자기도 이런 상황이 유감스럽다고 말이다. 하지만 자기도 풍연과 갈뢰를 많이 아끼고 있다고 말이다. 그렇기에... 저놈이 신지를 배신하고 감히 내게 칼을 겨눴음에도 아직 살려두고 있지 않느냐고...
그 말은 뭔가 의미심장하다. 갈뢰는 그것을 느낄 수 있다. 동시에 갑자기 풍연의 몸이 들썩이더니 피를 토하기 시작한다. 갈뢰가 혈을 짚어 움직이지 못하고 잠시 기절해있는 상태인데도 말이다. 풀썩풀썩 몸을 들썩이며 피를 토하는 풍연을 보는 갈뢰의 눈이 흔들린다. 그러면서 비로소 몸을 돌려 자하마신을 바라본다.
“놀랄거 없다. 놈의 심장 근처에 박아둔 심검을 약간 건드린 것 뿐이니까.”
그랬다. 그는 치졸하지만 확실한 방안으로서 신지 핵심 인물들에게 이미 예전부터 심검을 하나씩 박아두고 있었던 것이다. 풍연에게 심검을 박은 이유는 너무도 당연하다. 필요한 신체니까... 어쨌든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풍연을 죽일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 이 아이는 당신의...”
“여분의 몸뚱이 중 하나지.”
갈뢰의 표정은 비록 안대를 하고는 있지만 심한 감정의 요동이 그대로 새나오고 있다. 여전히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가 치솟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 한상우. 그러나 지금 저 한상우는 몸뚱이만 한상우일뿐, 정신은 자하마신이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부터... 지금 자신의 아들 풍연의 몸에 심검을 박아넣은 것도 모자라 여분의 몸뚱이라니... 듣고도 믿기 힘든 사실들에 갈뢰는 정신이 혼미한 지경이다.
자하마신은 작정을 한 듯이 계속 충격적인 말을 내뱉는다. 한비광에게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자세히 듣지 않았느냐면서... 비열한 표정으로, 한상우 몸을 다 쓴 후에는 풍연이 놈 몸뚱이를 써주려고 했는데 반항이 제법 심하다며 나름 투덜댄다. 그러면서 이렇게 풍연을 죽이지 않고 살려두는 이 배려심에 대한 보답으로 뭔가 성의를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갈뢰를 도발한다.
이를 악물며 몸을 떨며 분노에 어쩔 줄 몰라하는 갈뢰다. 그러나 갈뢰에게는 너무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니 바로 풍연이다. 지금 풍연의 목숨을 담보로 자하마신을 갈뢰를 조종하고 있는 거다. 손 하나 까딱하면 풍연은 피를 토하며 죽어버릴 것이다. 갈뢰는 풍연의 엄마다. 자식의 목숨을 담보로 도박을 할 엄마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그런 약점을 쥔 자하마신은 갈뢰에게 명령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시키는대로 하라고 말이다.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풍연을 함께 구경하고 싶지 않으면 말이다.
<에필로그>
뭔가 영양가 많은 떡밥이 풀린 듯한 이번 599화입니다. 설마 ‘사랑과 전쟁’이라는 막장 드라마를 떠올리는 독자는 안계시겠죠? 한상우는 한비광의 아버지 맞습니다. 그러나 한비광의 엄마는 갈뢰가 아니라 희연이지요. 한상우는 본의 아니게 갈뢰와 눈이 맞아 정분을 나누게 되었고 그래서 풍연이 태어나게 된 것이죠. 결국 한비광과 풍연은 소위 배다른 형제가 됩니다. 자하마신의 조종에 의해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한상우는 갈뢰와 관계를 맺었으니 그런 사실을 듣게 된 갈뢰로서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모정을 어찌하리오. 아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엄마는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존재이니까요. 그것을 비열하게 이용하려는 자하마신입니다. 갈뢰를 앞세워 무림을 치라고 하겠지요. 풍연의 목숨을 담보로 말입니다. 자기는 뒷짐 지고 구경만 하면서 입으로만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 같아 얄밉군요.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
<프롤로그>
자하마신
이 네 글자가 선명하게 느껴지는 이번 이야기입니다.
<아, 어머니>
갈뢰에게 혈을 제압당한 풍연은 맥없이 바닥에 풀썩 엎어지고 만다. 그런 풍연을 내려다보며 갈뢰는 읊조린다.
“난 알 수밖에 없어. 왜냐하면... 내가 네 친모니까...”
친모...
낳아주신 어머니라는 뜻이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식을 나의 자식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친모밖에 없지 않은가. 자기가 낳았으니까 말이다. 자식은 엄마를 몰라볼 수 있으나 직접 낳은 엄마는 자식을 몰라 볼 수가 없는 법이다. 풍연을 낳아준 엄마는 바로 갈뢰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신지 지주가 음흉한 웃음소리를 내며 갈뢰엑 말한다. 훌륭하다고... 이제 그 놈을 이리로 데려오라고...
갈뢰는 지금 그를 등지고 서있다. 뒤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갈뢰는 진지하게 말을 건넨다.
“당신... 내가 아는 한상우가 맞는 거야?”
“무슨 말을 하려는 거냐? 갈뢰...”
“그렇다면 대답해 봐. 이 애가 누구 앤지. 기억하고 있는지...”
“물론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갈뢰. 난 항상 너와 저 녀석을 아끼고 있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더없이 진지하다.
뭔가를 확인하려 애쓰는 갈뢰와 무덤덤하게 대꾸하는 신지 지주의 대화는 점점 깊이를 더해간다. 그러나 주변의 사람들은 이 대화를 듣지는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조금전 갈뢰가 발생시킨 괴명검의 굉음으로 인해 아직도 귀가 손상을 받은 상태라 제대로 청각이 되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신지 지주와 갑자기 나타난 갈뢰가 뭔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만 보고 있을 뿐이다.
“그렇구나... 역시 그때의 당신은 진짜 한상우가 아니었구나...”
갈뢰는 서서히 확신을 갖기 시작한다. 그 확신을 확인하기 위해 지금 그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을 뿐이다. 풍연을 낳은 엄마로서, 그리고 그럴 수 있게 한 한상우에 대한 기억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눈이 맞아 서로 사랑을 나눴고 그 결과물이 풍연이 아니던가. 그런데 갈뢰가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 대목은 한두개가 아니었다.
그날 왜 한상우가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땐 전혀 몰랐었다.
그리고 왜 한상우가 갑자기 무림으로 떠났는지도 몰랐었다.
그런데 이제는 알게 된 것 같다.
왜냐하면 이곳으로 오다가 마주친 한비광의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아까는 믿지 않았다. 한비광의 그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말이다. 그런데 지금 직접 상황을 보고 들으니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적어도 한비광의 말이 거짓말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한비광의 설명>
“당신, 혹시 그분의 아들인가요?”
“그래... 그분의 아들이었지.”
“아들이었다?”
“그래...! 내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으니까.”
갈뢰가 묻고 한비광이 답하고 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갈뢰로서는 믿기지 않는 것들이다. 지금 한비광은 신지 지주인 한상우를 자신의 아버지라고 했다. 그런데 이미 돌아가셨다고 한다. 지금 신지 지주는 살아있고 산해곡에서 무림 세력과 전쟁을 벌이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그런데 이미 죽었다고 말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갈뢰가 알고 있고 따르고 있는 그 사람은 그럼 한상우가 아니란 말인가?
“그 놈은 아버지의 몸을 빼앗은 귀신일 뿐이야!”
한비광은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 지금 존재하고 있는 한상우, 즉 신지를 이끌고 있는 지주가 사람이 아니라 귀신이라고 말이다. 자신의 아버지는 그 놈이 죽였고 대신 그 귀신이 아버지의 몸을 조종하고 있다고 말이다. 갈뢰로서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한상우는 자신이 진정 사랑했던 남자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을 나누었고 그 결과로 풍연을 낳았지 않은가! 그런데 귀신이라니...
한비광은 투덜거리면서도 풍연이 왜 신지를 박차고 나갔는지에 대한 갈뢰의 질문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준다. 핵심은 풍연 또한 자신이 믿고 따르던 신지 지주가 사실은 진짜 한상우가 아니라 귀신이 씌인 가짜라는... 그 믿기 힘든 사실 때문이라고 말이다. 갈뢰는 한비광을 겨누고 있던 괴명검을 거두며 그 믿기 힘든 사실이 뭔지 설명을 청한다. 그래서 갈뢰는 모든 상황을 이제는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이 믿기는 힘들지만 사실이라는 것을...
<자하마신>
한비광에게 들은 그것들을 사실 갈뢰로서도 전부 다 믿기는 힘들었다. 마음에 걸리는 게 한 두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접 물어보기로 결심을 한 것이고 지금 이렇게 묻고 있는 것이다. 갈뢰는 여전히 신지 지주는 쳐다보지 않고 등을 돌리고 선 채로 말한다.
“이제 대답해 봐. 그날, 내게 그런 짓을 했던 건 너였지? 자하마신 !”
자하마신.
갈뢰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는 바로 자하마신이었다.
자신을 자하마신이라 부르고 있는 갈뢰를 향해 그는 피싯~ 하고 쓴웃음을 지으며 대꾸한다.
“그래, 그게 한비광 그놈을 그냥 보내준 이유였나?”
의미심장한 말이다. 한비광이 해준 말을 다 믿지는 않고 있던 갈뢰지만 자하마신이 보이고 있는 태도는 한비광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하나씩 확인시켜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오히려 그는 갈뢰에게 반문하기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던 게 아니었냐는 거다.
“그때 일은 한상우, 이놈과 널 맺어주고 싶어 꾸민 일이었다. 너도 이놈을 꽤 좋아하지 않았었나? 놈이 정신이 돌아온 뒤 그렇게 놀라 신지를 도망쳐 나갈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그런 말을 듣게 된 갈뢰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설마했던 한비광의 그 믿기 힘든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지금 저 자는 한상우를 이야기하면서 3인칭으로 말하고 있다. 지금 보고 있는 한상우는 한비광의 말대로 한상우의 몸을 빌린 귀신, 즉 자하마신이라는 것을 확인한 갈뢰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갈뢰는 외친다.
“넌, 나와 한상우의 인생을 망쳐놓고도 일말의 죄책감도 없는 거냐!”
갈뢰의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 갈뢰의 온몸에 강력한 기운이 응집되어 발산하기 시작한다.
그런 갈뢰에게 자하마신은 차분하게 말한다. 자기도 이런 상황이 유감스럽다고 말이다. 하지만 자기도 풍연과 갈뢰를 많이 아끼고 있다고 말이다. 그렇기에... 저놈이 신지를 배신하고 감히 내게 칼을 겨눴음에도 아직 살려두고 있지 않느냐고...
그 말은 뭔가 의미심장하다. 갈뢰는 그것을 느낄 수 있다. 동시에 갑자기 풍연의 몸이 들썩이더니 피를 토하기 시작한다. 갈뢰가 혈을 짚어 움직이지 못하고 잠시 기절해있는 상태인데도 말이다. 풀썩풀썩 몸을 들썩이며 피를 토하는 풍연을 보는 갈뢰의 눈이 흔들린다. 그러면서 비로소 몸을 돌려 자하마신을 바라본다.
“놀랄거 없다. 놈의 심장 근처에 박아둔 심검을 약간 건드린 것 뿐이니까.”
그랬다. 그는 치졸하지만 확실한 방안으로서 신지 핵심 인물들에게 이미 예전부터 심검을 하나씩 박아두고 있었던 것이다. 풍연에게 심검을 박은 이유는 너무도 당연하다. 필요한 신체니까... 어쨌든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풍연을 죽일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 이 아이는 당신의...”
“여분의 몸뚱이 중 하나지.”
갈뢰의 표정은 비록 안대를 하고는 있지만 심한 감정의 요동이 그대로 새나오고 있다. 여전히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가 치솟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 한상우. 그러나 지금 저 한상우는 몸뚱이만 한상우일뿐, 정신은 자하마신이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부터... 지금 자신의 아들 풍연의 몸에 심검을 박아넣은 것도 모자라 여분의 몸뚱이라니... 듣고도 믿기 힘든 사실들에 갈뢰는 정신이 혼미한 지경이다.
자하마신은 작정을 한 듯이 계속 충격적인 말을 내뱉는다. 한비광에게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자세히 듣지 않았느냐면서... 비열한 표정으로, 한상우 몸을 다 쓴 후에는 풍연이 놈 몸뚱이를 써주려고 했는데 반항이 제법 심하다며 나름 투덜댄다. 그러면서 이렇게 풍연을 죽이지 않고 살려두는 이 배려심에 대한 보답으로 뭔가 성의를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갈뢰를 도발한다.
이를 악물며 몸을 떨며 분노에 어쩔 줄 몰라하는 갈뢰다. 그러나 갈뢰에게는 너무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니 바로 풍연이다. 지금 풍연의 목숨을 담보로 자하마신을 갈뢰를 조종하고 있는 거다. 손 하나 까딱하면 풍연은 피를 토하며 죽어버릴 것이다. 갈뢰는 풍연의 엄마다. 자식의 목숨을 담보로 도박을 할 엄마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그런 약점을 쥔 자하마신은 갈뢰에게 명령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시키는대로 하라고 말이다.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풍연을 함께 구경하고 싶지 않으면 말이다.
<에필로그>
뭔가 영양가 많은 떡밥이 풀린 듯한 이번 599화입니다. 설마 ‘사랑과 전쟁’이라는 막장 드라마를 떠올리는 독자는 안계시겠죠? 한상우는 한비광의 아버지 맞습니다. 그러나 한비광의 엄마는 갈뢰가 아니라 희연이지요. 한상우는 본의 아니게 갈뢰와 눈이 맞아 정분을 나누게 되었고 그래서 풍연이 태어나게 된 것이죠. 결국 한비광과 풍연은 소위 배다른 형제가 됩니다. 자하마신의 조종에 의해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한상우는 갈뢰와 관계를 맺었으니 그런 사실을 듣게 된 갈뢰로서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모정을 어찌하리오. 아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엄마는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존재이니까요. 그것을 비열하게 이용하려는 자하마신입니다. 갈뢰를 앞세워 무림을 치라고 하겠지요. 풍연의 목숨을 담보로 말입니다. 자기는 뒷짐 지고 구경만 하면서 입으로만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 같아 얄밉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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