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6화 스토리 === 질룡운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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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4-07-20 23:22 조회1,374회 댓글0건본문
열혈강호 616화 스토리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
<프롤로그>
갑자기 나타난 유세하가 그냥 반갑기만 합니다. 그때 정신을 잃고 폭주하던 장면이 눈에 선한데 말입니다. 어쩌면 담화린이 짝사랑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잘생긴 청년이란 말입니다. 한비광은 다짜고짜 처남이라고 우기고 있지만 말입니다. 봉신구에서 길을 잃고 어쩔줄 몰라하는 그들 앞에 홀연히 나타난 유세하와 월영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려고 하는 걸까요?
<드디어 봉신구 탈출>
유세하를 보자마자 담화린은 그저 반갑다. 얼른 달려가 손이라도 잡고 품에 안기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줍어하며 주춤거리며 그냥 불러볼 뿐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역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성큼 유세하 쪽으로 나서려는 찰나에 옆에 있던 한비광이 급히 제지한다. 그러면서 묻는다.
“처남, 지금은 제정신인 거 맞아?”
한비광은 담화린을 보호하기 위해 그러는 거다. 지난번의 마지막 모습이 너무 처참했기에 그렇다. 담화린은 비광이의 옆구리를 찌르며 핀잔을 준다. 저렇게 멀쩡하게 잘생긴 얼굴을 보면서도 대놓고 그런 실례되는 말을 하면 어떡하냐는 거다.
“예의 차리다 칼에 맞아 죽는 거보다 낫지! 내가 몇 번을 죽을뻔 했는데...”
“충분히 그런 의심을 할 만하지요. 우선, 그간 제가 저지른 실례에 대해 사과하겠습니다.”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며 꾸벅 인사를 건네는 유세하다.
사연인즉슨, 유세하는 정신을 잃고 폭주하며 헤매던 중 이곳 신지의 환종과 만나게 되었고 다행히 환종의 도움을 받아 온전한 정신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치유가 잘 되었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재발되지 않을 테니 너무 경계는 하지 말라는 유세하의 말을 듣고서야 안심을 하는 한비광이다. 아무튼 일단 이곳을 벗어나자고 말하며 앞장서는 월영과 유세하다.
스 스 슥
그런데 그들은 갑자기 동굴 옆쪽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지고 있는 게 아닌가! 에라 모르겠다. 일단 따라가고 보자. 담화린은 냉큼 그들 뒤를 따라 뛰어가고 한비광도 서둘러 담화린 뒤를 따른다. 아무리 그래도 좀 신중하게 하자는 잔소리를 등 뒤에 해대면서 말이다.
캄 캄 하 다.
그야말로 칠흑 같은 어둠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사방은 암흑인데 유독 사람의 모습은 선명하게 보이니 말이다. 신기하다. 그런 담화린에게 유세하는 나지막이 말한다. 잠시동안 이런 공간이 이어질테니 너무 놀라지는 말라고. 그러자 유세하 옆으로 쪼르르 다가가서는 미주알고주알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하는 담화린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고... 몸은 좀 괜찮은 거냐고...
맨 뒤에서 따라가고 있는 한비광의 눈에는 이상한 것들 투성이다. 우선 이 길부터 이상하다. 이건 단순한 환술이 아니다. 분명히 보인다. 사방이 아무리 캄캄해도 한비광의 눈에는 여기저기 통로 형태와 길의 윤곽이 보인다. 맨 앞에서 길잡이 역할을 하는 저 여자의 정체는 뭐지? 지금 무슨 길로 가고 있는 거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한비광에게 월영은 전음을 통해 말을 걸어온다.
.............. 과연... 봉신구의 힘을 받으신 분. 이 길의 본 모습이 보이나 보군요. 그렇게 긴장하지 마세요. 적은 아니니까요 ..............
한비광은 잠시 월영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역시 전음으로 대답한다.
............. 너, 진짜 정체가 뭐야? ...........
............. 저는 월영, 환종의 후예이자 신지의 일부입니다 ..........
이쯤에서 한비광의 질문이 쏟아진다. 월영이 이름인 건 알겠고 환종의 후예이든 아니든 상관은 없고... 궁금한 건 왜 이제야 나타났냐는 거다. 신지의 일부라면서 왜 싸움이 다 끝난 이후에 나타나냐는 거다. 월영은 대답한다. 그 이유는 봉신구에 갇힌 저분의 사매를 구하기 위해서라고 말이다. 한비광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세하가 아끼는 사매, 즉 담화린을 구해주러 온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또 질문 하나... 신지의 일부라면 누구보다도 신지와 봉신구에 대해 잘 알텐데 그렇다면 진작에 나타나서 구해줄 것이지 기껏 죽을 뻔 해가면서 겨우 괴물들을 처치했더니 이제야 빼꼼 나타나다니 말이야.
.............. 그건, 그간 봉신구를 그 자와 마물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 자가 자리를 비우지 않았고 그 마물들도 도존님이 소멸시키지 않았다면 저희는 지금도 이곳에 들어올 수 없었을 겁니다 ............
뭐 그 정도 설명이면 대충 이해는 간다. 근데 그건 그렇고 지금 한비광의 눈에 보이는 저 괴물 같은 터무니없는 처남의 기는 대체 뭐냐고 묻는다. 과연 그랬다. 이글이글 태양처럼 타오르는 유세하의 기가 너무도 선명하게 느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월영은 대답한다. 본래 마성에 심하게 속박되었던 상태로 신지에 찾아들었고 환종이 다행히도 거두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워낙 마성에 심하게 물들어 있어서 그것을 다스리기 위해서 엄청난 수련을 거듭해야만 했고 그 덕분에 자연스레 저런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말이다.
.......... 그래서 처남은 괜찮아 진거야?
........... 부단히 노력하셨고 많은 성취를 이루셨습니다.
........... 말을 돌리는 걸 보니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는 거군.
........... 저 분은 사매를 구하기 위해 수련을 멈추고 나오신 거니까요.
그러는 와중에 그들은 드디어 어두운 동굴을 빠져나왔다. 유세하는 월영에게 꾸벅 허리를 숙인다. 작별 인사다. 그동안 배려 덕분에 잘 지내다 간다고... 언제고 다시 뵐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이다. 같이 가는 게 아니었냐는 담화린의 질문에 유세하는 답한다. 그녀는 신지의 일부와 같은 존재라서 신지가 위험한 이때에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말이다.
월영은 담화린과 한비광을 바라보며 무슨 무슨 말을 건넨다. 그러나 그 말은 알아들을 수는 없는 이상한 언어다. 아마도 환종 사람들이 쓰는 고유 언어인 듯하다. 그렇게 말을 남기고는 월영은 홀연히 모습을 감춘다. 역시 환종의 후예다. 환술이거나 은둔술일 것이다. 그녀가 남긴 말을 유세하가 번역하여 들려준다.
“너희에게 축복을 기원했다. 너희가 신지의 유일한 희망이라며...”
그건 또 무슨 말이냐며 묻는 담화린의 말을 가로막는 한비광이다.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라는 거다. 겨우 힘들게 나왔는데 또 다른 놈이 쫓아오면 골치 아파진다는 거다. 한비광은 갑자기 담화린의 한쪽 팔짱을 끼면서 하는 말, “일단 달리자고!”
갑작스런 행동에 당황해하며 한비광의 팔을 뿌리치는 담화린이다. 팔을 빼낸 담화린은, 경공 정도는 도움 받지 않고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자 유세하가 한비광 편을 들며 거든다. 화린이가 부상을 입고 있다는 건 한눈에 알 수 있다고... 귀면갑의 능력으로 당장은 대단치 않은 부상이라 여길지 모르지만... 장시간 경공을 쓰면 부상이 점점 심해질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그러니 지금은 무리하지 말고 무사히 귀환하는 데만 집중하자며 담화린을 설득하는 유세하다. 왜 팔짱을 껴야만 하는지를 말이다.
한비광의 생각은 ‘질룡운중행’에 닿아있다. 무림 최고 수준의 경공이다. 마침 처남도 그 경공을 할 줄 아니까 그걸 쓰면 훨씬 빨리 돌아갈 수 있을 거다. 그제야 담화린은 순순히 양쪽 팔을 벌려준다. 유세하랑 한비광이 각각 한 팔씩 맡아 팔짱을 끼고는 질룡운중행을 시전하려고 한다. 속도 좀 내서 달릴테니까 마음 단단히 먹으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그러자 또 담화린은 툴툴거린다. 자기도 무공을 배운 사람으로서 웬만큼 경공도 할 줄 아는데 자꾸 어린애 취급을 하니 살짝 뽀로통해진 상태다.
자, 이제 출발이다. 유세하랑 눈빛을 교환한 한비광은 질룡운중행을 펼치기 시작한다. 유세하도 마찬가지다. 힘차게 발을 박차더니 그 두 사람은 서 있던 절벽 끄트머리에서 까마득한 높이를 둔 저 아래쪽을 향해 몸을 날린다. 두 사람의 팔짱을 끼고 중간에 있던 담화린의 눈에는 경공이 아니라 비행이라 느껴질 정도다. 그만큼 두 사람이 펼치는 경공이라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추락하듯 빠르게 아래로 비행한 그들은 바닥에 발이 닿기가 무섭게 용수철처럼 두 번째 도약한다. 마치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그들의 몸은 엄청난 속도로 퉁겨져 전진한다. 이것이 바로 질룡운중행이다.
파 앙 파앙 파아앙
............ 웃!... 뭐... 뭐야? 이거?... 세상에... 이런 속도로 달릴 수 있는 경공이 있어건 거야? ............
담화린은 얼굴을 찡그린다. 너무도 속도가 빨라 바람의 저항, 즉 풍압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서 그렇다. 정말 질룡운중행은 대단하다. 그걸 태연하게 펼치고 있는 한비광도 유세하도 대단하다.
<도제 문정후 vs. 천음마녀 갈뢰>
정말 엄청난 풍압이 휘몰아친다. 아까보다 더욱 강해진 느낌이다. 산해곡 앞 전장 한 복판에서 펼치고 있는 도제와 천음마녀의 대결은 구경조차 힘이 들 정도로 엄청나고 또 엄청나다. 격돌의 여파로 생긴 풍압이 주변의 무림인들이 견디기 힘들 정도니 직접 싸우고 있는 당사자들의 상황은 또 어떨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수준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은총사의 눈은 매섭게 움직인다. 분명히 변화가 생기고 있다. 어르신의 움직임에 확실히 지친 기색이 감지되는 것이다. 게다가 대결의 위치도 많이 바뀌고 있다. 무림과 신지 진영의 중간쯤에서 시작된 대결은 점점 무림쪽으로 옮겨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두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어디로? 주위를 둘러보는 은총사와 무림인들은 엄청난 굉음에 귀를 틀어막는다.
쩌 어 엉
그 소리의 진원지는 하늘이다. 고개를 들어 그쪽을 바라보는 은총사다. 그의 시야에 가득 들어차는 것은 바로........ 외마디 신음을 내뱉게 되는 장면이다.
“응? 아?”
<에필로그>
지긋지긋했던 봉신구 에피소드가 드디어 끝장이 났습니다. 기쁘고 기쁜 일입니다. 게다가 유세하도 오랜만에 만났고 신비로운 종파 환종의 후예 월영도 잠깐이나마 봤지요. 그리고 전장에서는 여전히 갈뢰와 문정후가 대격돌을 펼치고 있지 말입니다. 정말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군요. 어디 한 곳도 대충 다룰 수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나 할까요? 휴우.........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
<프롤로그>
갑자기 나타난 유세하가 그냥 반갑기만 합니다. 그때 정신을 잃고 폭주하던 장면이 눈에 선한데 말입니다. 어쩌면 담화린이 짝사랑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잘생긴 청년이란 말입니다. 한비광은 다짜고짜 처남이라고 우기고 있지만 말입니다. 봉신구에서 길을 잃고 어쩔줄 몰라하는 그들 앞에 홀연히 나타난 유세하와 월영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려고 하는 걸까요?
<드디어 봉신구 탈출>
유세하를 보자마자 담화린은 그저 반갑다. 얼른 달려가 손이라도 잡고 품에 안기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줍어하며 주춤거리며 그냥 불러볼 뿐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역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성큼 유세하 쪽으로 나서려는 찰나에 옆에 있던 한비광이 급히 제지한다. 그러면서 묻는다.
“처남, 지금은 제정신인 거 맞아?”
한비광은 담화린을 보호하기 위해 그러는 거다. 지난번의 마지막 모습이 너무 처참했기에 그렇다. 담화린은 비광이의 옆구리를 찌르며 핀잔을 준다. 저렇게 멀쩡하게 잘생긴 얼굴을 보면서도 대놓고 그런 실례되는 말을 하면 어떡하냐는 거다.
“예의 차리다 칼에 맞아 죽는 거보다 낫지! 내가 몇 번을 죽을뻔 했는데...”
“충분히 그런 의심을 할 만하지요. 우선, 그간 제가 저지른 실례에 대해 사과하겠습니다.”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며 꾸벅 인사를 건네는 유세하다.
사연인즉슨, 유세하는 정신을 잃고 폭주하며 헤매던 중 이곳 신지의 환종과 만나게 되었고 다행히 환종의 도움을 받아 온전한 정신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치유가 잘 되었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재발되지 않을 테니 너무 경계는 하지 말라는 유세하의 말을 듣고서야 안심을 하는 한비광이다. 아무튼 일단 이곳을 벗어나자고 말하며 앞장서는 월영과 유세하다.
스 스 슥
그런데 그들은 갑자기 동굴 옆쪽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지고 있는 게 아닌가! 에라 모르겠다. 일단 따라가고 보자. 담화린은 냉큼 그들 뒤를 따라 뛰어가고 한비광도 서둘러 담화린 뒤를 따른다. 아무리 그래도 좀 신중하게 하자는 잔소리를 등 뒤에 해대면서 말이다.
캄 캄 하 다.
그야말로 칠흑 같은 어둠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사방은 암흑인데 유독 사람의 모습은 선명하게 보이니 말이다. 신기하다. 그런 담화린에게 유세하는 나지막이 말한다. 잠시동안 이런 공간이 이어질테니 너무 놀라지는 말라고. 그러자 유세하 옆으로 쪼르르 다가가서는 미주알고주알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하는 담화린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고... 몸은 좀 괜찮은 거냐고...
맨 뒤에서 따라가고 있는 한비광의 눈에는 이상한 것들 투성이다. 우선 이 길부터 이상하다. 이건 단순한 환술이 아니다. 분명히 보인다. 사방이 아무리 캄캄해도 한비광의 눈에는 여기저기 통로 형태와 길의 윤곽이 보인다. 맨 앞에서 길잡이 역할을 하는 저 여자의 정체는 뭐지? 지금 무슨 길로 가고 있는 거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한비광에게 월영은 전음을 통해 말을 걸어온다.
.............. 과연... 봉신구의 힘을 받으신 분. 이 길의 본 모습이 보이나 보군요. 그렇게 긴장하지 마세요. 적은 아니니까요 ..............
한비광은 잠시 월영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역시 전음으로 대답한다.
............. 너, 진짜 정체가 뭐야? ...........
............. 저는 월영, 환종의 후예이자 신지의 일부입니다 ..........
이쯤에서 한비광의 질문이 쏟아진다. 월영이 이름인 건 알겠고 환종의 후예이든 아니든 상관은 없고... 궁금한 건 왜 이제야 나타났냐는 거다. 신지의 일부라면서 왜 싸움이 다 끝난 이후에 나타나냐는 거다. 월영은 대답한다. 그 이유는 봉신구에 갇힌 저분의 사매를 구하기 위해서라고 말이다. 한비광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세하가 아끼는 사매, 즉 담화린을 구해주러 온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또 질문 하나... 신지의 일부라면 누구보다도 신지와 봉신구에 대해 잘 알텐데 그렇다면 진작에 나타나서 구해줄 것이지 기껏 죽을 뻔 해가면서 겨우 괴물들을 처치했더니 이제야 빼꼼 나타나다니 말이야.
.............. 그건, 그간 봉신구를 그 자와 마물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 자가 자리를 비우지 않았고 그 마물들도 도존님이 소멸시키지 않았다면 저희는 지금도 이곳에 들어올 수 없었을 겁니다 ............
뭐 그 정도 설명이면 대충 이해는 간다. 근데 그건 그렇고 지금 한비광의 눈에 보이는 저 괴물 같은 터무니없는 처남의 기는 대체 뭐냐고 묻는다. 과연 그랬다. 이글이글 태양처럼 타오르는 유세하의 기가 너무도 선명하게 느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월영은 대답한다. 본래 마성에 심하게 속박되었던 상태로 신지에 찾아들었고 환종이 다행히도 거두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워낙 마성에 심하게 물들어 있어서 그것을 다스리기 위해서 엄청난 수련을 거듭해야만 했고 그 덕분에 자연스레 저런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말이다.
.......... 그래서 처남은 괜찮아 진거야?
........... 부단히 노력하셨고 많은 성취를 이루셨습니다.
........... 말을 돌리는 걸 보니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는 거군.
........... 저 분은 사매를 구하기 위해 수련을 멈추고 나오신 거니까요.
그러는 와중에 그들은 드디어 어두운 동굴을 빠져나왔다. 유세하는 월영에게 꾸벅 허리를 숙인다. 작별 인사다. 그동안 배려 덕분에 잘 지내다 간다고... 언제고 다시 뵐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이다. 같이 가는 게 아니었냐는 담화린의 질문에 유세하는 답한다. 그녀는 신지의 일부와 같은 존재라서 신지가 위험한 이때에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말이다.
월영은 담화린과 한비광을 바라보며 무슨 무슨 말을 건넨다. 그러나 그 말은 알아들을 수는 없는 이상한 언어다. 아마도 환종 사람들이 쓰는 고유 언어인 듯하다. 그렇게 말을 남기고는 월영은 홀연히 모습을 감춘다. 역시 환종의 후예다. 환술이거나 은둔술일 것이다. 그녀가 남긴 말을 유세하가 번역하여 들려준다.
“너희에게 축복을 기원했다. 너희가 신지의 유일한 희망이라며...”
그건 또 무슨 말이냐며 묻는 담화린의 말을 가로막는 한비광이다.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라는 거다. 겨우 힘들게 나왔는데 또 다른 놈이 쫓아오면 골치 아파진다는 거다. 한비광은 갑자기 담화린의 한쪽 팔짱을 끼면서 하는 말, “일단 달리자고!”
갑작스런 행동에 당황해하며 한비광의 팔을 뿌리치는 담화린이다. 팔을 빼낸 담화린은, 경공 정도는 도움 받지 않고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자 유세하가 한비광 편을 들며 거든다. 화린이가 부상을 입고 있다는 건 한눈에 알 수 있다고... 귀면갑의 능력으로 당장은 대단치 않은 부상이라 여길지 모르지만... 장시간 경공을 쓰면 부상이 점점 심해질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그러니 지금은 무리하지 말고 무사히 귀환하는 데만 집중하자며 담화린을 설득하는 유세하다. 왜 팔짱을 껴야만 하는지를 말이다.
한비광의 생각은 ‘질룡운중행’에 닿아있다. 무림 최고 수준의 경공이다. 마침 처남도 그 경공을 할 줄 아니까 그걸 쓰면 훨씬 빨리 돌아갈 수 있을 거다. 그제야 담화린은 순순히 양쪽 팔을 벌려준다. 유세하랑 한비광이 각각 한 팔씩 맡아 팔짱을 끼고는 질룡운중행을 시전하려고 한다. 속도 좀 내서 달릴테니까 마음 단단히 먹으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그러자 또 담화린은 툴툴거린다. 자기도 무공을 배운 사람으로서 웬만큼 경공도 할 줄 아는데 자꾸 어린애 취급을 하니 살짝 뽀로통해진 상태다.
자, 이제 출발이다. 유세하랑 눈빛을 교환한 한비광은 질룡운중행을 펼치기 시작한다. 유세하도 마찬가지다. 힘차게 발을 박차더니 그 두 사람은 서 있던 절벽 끄트머리에서 까마득한 높이를 둔 저 아래쪽을 향해 몸을 날린다. 두 사람의 팔짱을 끼고 중간에 있던 담화린의 눈에는 경공이 아니라 비행이라 느껴질 정도다. 그만큼 두 사람이 펼치는 경공이라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추락하듯 빠르게 아래로 비행한 그들은 바닥에 발이 닿기가 무섭게 용수철처럼 두 번째 도약한다. 마치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그들의 몸은 엄청난 속도로 퉁겨져 전진한다. 이것이 바로 질룡운중행이다.
파 앙 파앙 파아앙
............ 웃!... 뭐... 뭐야? 이거?... 세상에... 이런 속도로 달릴 수 있는 경공이 있어건 거야? ............
담화린은 얼굴을 찡그린다. 너무도 속도가 빨라 바람의 저항, 즉 풍압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서 그렇다. 정말 질룡운중행은 대단하다. 그걸 태연하게 펼치고 있는 한비광도 유세하도 대단하다.
<도제 문정후 vs. 천음마녀 갈뢰>
정말 엄청난 풍압이 휘몰아친다. 아까보다 더욱 강해진 느낌이다. 산해곡 앞 전장 한 복판에서 펼치고 있는 도제와 천음마녀의 대결은 구경조차 힘이 들 정도로 엄청나고 또 엄청나다. 격돌의 여파로 생긴 풍압이 주변의 무림인들이 견디기 힘들 정도니 직접 싸우고 있는 당사자들의 상황은 또 어떨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수준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은총사의 눈은 매섭게 움직인다. 분명히 변화가 생기고 있다. 어르신의 움직임에 확실히 지친 기색이 감지되는 것이다. 게다가 대결의 위치도 많이 바뀌고 있다. 무림과 신지 진영의 중간쯤에서 시작된 대결은 점점 무림쪽으로 옮겨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두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어디로? 주위를 둘러보는 은총사와 무림인들은 엄청난 굉음에 귀를 틀어막는다.
쩌 어 엉
그 소리의 진원지는 하늘이다. 고개를 들어 그쪽을 바라보는 은총사다. 그의 시야에 가득 들어차는 것은 바로........ 외마디 신음을 내뱉게 되는 장면이다.
“응? 아?”
<에필로그>
지긋지긋했던 봉신구 에피소드가 드디어 끝장이 났습니다. 기쁘고 기쁜 일입니다. 게다가 유세하도 오랜만에 만났고 신비로운 종파 환종의 후예 월영도 잠깐이나마 봤지요. 그리고 전장에서는 여전히 갈뢰와 문정후가 대격돌을 펼치고 있지 말입니다. 정말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군요. 어디 한 곳도 대충 다룰 수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나 할까요?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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