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강호 412화 스토리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 201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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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이럴 줄 알았습니다.
목련이 그리도 바삐 피었다 서둘러 질 때 알아봤습니다.
바람 핑계 대며 벚꽃 잎들이 앞 다투어 분분히 낙화할 때 눈치챘습니다.
사계절 중 유독 한 글자로 이름 붙여진 ‘봄’이어야 할 때 알았지요.
다른 계절처럼 두 글자로 ‘보옴’이라 했으면 아니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월의 초입에서 봄은 이글거리는 태양빛에 이미 투항하고 만 듯합니다.
아예 겨울과 여름 사이에 낀 ‘틈새계절’이라 불러야 할 지경입니다.
그렇게 임진년의 봄은 실종되었습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내기>
관은명과 한비광이 슬슬 시동을 걸고 있다.
사실은 한비광이가 일방적으로 도발을 저지르고 있다고 보는 게 맞겠다.
이미 처음 등장할 때 알아봤다.
관은명은 신지 서열이 높은 무사이긴 하지만 두뇌 쓰는 일은 즐겨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성질머리가 불 같으면서도 단순 과격하여 앞 뒤 재지 않고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캐릭터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 차원이라면 한비광이 볼 때에는 제대로 먹이감이다. 넉살과 능글거림으로 상대방을 열 받게 하는 데는 가히 무림 최고수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도 남음이 있기 때문이다.
첫 합은 일단 관은명이 유효 점수를 땄다.
한비광의 일격을 아주 쉽게 막았을 뿐만 아니라 반격을 펼쳐 비광이의 몸을 저만치 튕겨 날려버렸으니까 현재 스코어는 1 : 0이다.
뭐 별 타격이나 손상은 입지 않았을 게 뻔하다.
툭툭 털고 일어나는 한비광.
그러나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불안감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담화린!
얼른 검을 뽑아 든다.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담화린의 검에 퍼뜩 눈길이 멈추는 관은명!
역시 신지 고수다.
단번에 알아보니 말이다.
심상치 않은 기운이 도는 검이라는 걸 감지한 관은명은 한비광에 비해 오히려 담화린에 대한 경계를 살짝 해둔다. 저런 비범한 검을 지녔다면 혹시 고수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새겨 놓는 관은명이다.
한비광을 걱정하여 돕고자 하는 담화린이다.
힘을 합쳐 상대해야 하는 고수라는 걸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담화린.
그러나 한비광은 서둘러 말리고 본다.
특유의 능글거림으로 헤죽거리는 한비광의 멘트가 가관이다.
잠깐 방심한 거란다.
제대로 상대하면 저런 졸개 녀석쯤은 한 합 거리도 안 된단다.
그러니 다들 구경이나 하라는 거다.
괜히 짜증이 나려고 하는 관은명은 생각한다.
그는 알고 있다.
신지의 지존...
그 분의 핏줄이 바로 한비광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긴 하다.
허나 중원에서 굴러먹던 녀석이다.
나처럼 신지에서 자란 서열 20위급 이내에 드는 고수와는 엄연히 차원이 다르다는 자만심이 굳세다.
모든 신지 무사들이 그러는 것처럼, 관은명 역시 중원 무술은 여전히 물러터진 허접한 장난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심오한 신지의 무술 세계를 감히 따라잡을 수는 없는 거라는 믿음 말이다.
관은명의 시선은 물론 한비광에게 집중되어 있다.
저만치에 녀석이 있다.
오른팔을 휙휙 돌리고 있다.
뭐라고 여전히 떠벌리고 있다.
이제부터는 각오하라는 것 같다.
나 보고 정신 똑바로 차리라는 허풍을 떨고 있는 중이다.
드디어 온다.
녀석이 발로 땅을 힘껏 차고 있다.
음...?
그런데 조금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듯하다.
갑자기 녀석의 모습이 여러 개로 보이니 말이다.
분신술인가?
보법인가?
생각보다 빠르긴 하군.
하나...둘...셋...넷...다섯...여섯...
모두 여섯 명으로 나눠져 보이는군.
그래... 보법 수준이 제법이긴 하군.
그러나...
나는 관은명이다.
드디어 그 중 하나가 온다.
진짜는 바로 내 등 뒤에 있는 녀석이다.
내가 눈치 챘다는 걸 녀석은 모를 테지.
녀석...
걸려든 건 내가 아니라 바로 너다.
휙~ 몸을 돌리는 관은명이다.
피하지 않는다.
한비광의 일격을 고스란히 맞받아 치고 있다.
그야말로 정면 승부다.
쩌 엉
또 다시 보기 좋게 반격을 당한 한비광이다.
십 여 미터를 쿠당탕 거리며 나가떨어지고 있다.
스코어는 2 : 0으로 관은명의 우세가 이어지고 있다.
머리를 감싸 쥐며 정신을 차리고 있는 한비광.
허나 이번에도 별 타격은 입지 않은 듯하다.
그저 가벼운 몸 인사 정도라고나 할까?
여전히 떠벌리고 있는 한비광.
계속 관은명의 심기를 긁고 있다.
저 따위 졸개 녀석은 한 방짜리라며 말이다.
제대로 맞으면 그걸로 끝날 녀석이라고 말이다.
입술을 실룩거리는 관은명.
조금씩 걸려들고 있다.
“흥! 입으로는 천하 제일 고수로군.”
됐다.
한비광은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다.
관은명의 방심을 제대로 유도해 낸 것이다.
“쳇! 너 같은 졸개를 상대로 싸우려니, 흥이 나지 않아서 그러는 거 뿐이야.”
아까부터 관은명은 그 말이 신경 쓰인다.
바로 졸개라는 말이다.
신지 서열 20위 안에 당당히 드는 나를 졸개라 부르다니....
갑자기 한비광의 얼굴이 환해지며 뭔가 제안을 걸어 온다.
관은명은 시큰둥하다.
무슨 내기를 하자는 거니 말이다.
내기를 걸고 싸우자는 거다.
만일 진다면 그 비밀이라는 걸 말해주는 그런 내기를 하잔다.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그런 말 같지 않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는 관은명에게 한비광은 카운터 펀치를 날린다.
“아항! 겁나는구나! 나한테 한방에 당할까 싶어서 말이야.”
!
예상대로 움찔하는 관은명에게 한비광은 쐐기를 박는 멘트 발사~~
“아! 아니다! 그러고보니 졸개 주제에 이런 약속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건가?”
됐다.
그 말은 노리쇠가 되어 관은명의 심기를 확 뒤집어 놓았으니 말이다.
얼굴의 실핏줄이 죄다 꿈틀거리는 것 같은 모욕을 느끼는 관은명이다.
“좋아. 한번 해 봐라.... 네 놈이 이긴다면 비밀 아니라 뭐라도 가르쳐 주마!”
완전 성공이다.
관은명은 살기를 내뿜으며 전의를 불사르고 있는 중이다.
능글거림 9단인 한비광은 최후의 확인 사살 멘트를 날린다.
물론 최고로 재수 없는 표정으로 말이다.
“어라? 정말 괜찮겠어? 그런 약속을 해도?”
휴.........
관은명은 이제 동공이 최대한 확장됐다.
이빨을 으드득 깨물며 친절하게 응답을 해 준다.
“아... 그래. 대신 내가 이기면 네 놈을 흔적도 없이 찢어 발겨주지!!”
작 전 성 공 !!!
한비광은 씨익~ 웃음을 흘린다.
그 하얀 이빨을 보는 관은명은 갑자기 이전과는 다른 묘한 기분을 느낀다.
뭔가 엄청난 기운을 감지한다.
온다....
굉장히 빠르게 뭔가 오고 있다.
관은명은 본능적으로 그에 대한 위험성을 온 몸으로 느끼고 감지한다.
막아야 한다.
위험한 순간임에는 틀림없다.
양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번개 같은 속도로 치켜든다.
쩌 어 어 엉
일단 막았다.
정말 빠른 속도였다.
하마터면 당할 뻔 했을 정도였으니까.
어느새 한비광의 화룡도는 관은명의 눈 앞에 도달해 있었다.
관은명이 검 두 개를 교차시켜 멈춰 세우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당할 정도였다.
한비광의 세 번째 공격은 그렇게 앞의 두 번과는 차원이 다르게 느껴졌다.
외마디 신음 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왔을 정도니까 말이다.
방어에 급급한 관은명에게 한비광은 또박또박 말한다.
“너.... 분명히 약속했다...!!”
! !
한비광은 조금 더 힘을 주며 관은명을 압박한다.
화룡도와 관은명의 두 검이 조금씩 밀고 밀리며 날카로운 금속 파열음을 내고 있다. 히죽거리며 내리 누르고 있는 한비광에 비해 사력을 다해 막아 내며 땀을 흘리고 있는 관은명의 표정이 참 대조적이다.
관은명은 한비광을 대면한 이후 처음으로 긴장감을 느낀다.
아니, 그보다 더한 위협을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 뭐... 뭐야? 이 녀석...! 이 녀석...! 강 한 건 가 ? ..................
<에필로그>
좀 짧죠?
18쪽 분량이었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우리 독자들의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는 선에서 진행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무난한 전개라고나 할까요?
상식적(??)으로 추측해 본다면...
관은명은 한비광에게 거의 일방적으로 밀리며 얻어터질 것이고...
그래도 춘연향이 있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관은명은 그 와중에 몇 가지의 신지 비밀을 한비광에게 말 해줄 것이고...
그러다가 막판에 춘연향을 터뜨리려고 할 것이고...
그때 풍연 도령이 짠~ 하고 나타날 것이고...
다행히 춘연향은 터지지 않을 것이고...
한비광은 왠지 친근감을 주는 풍연에 대해 급 호감을 가질 것이고...
풍연 역시 자신과 많이 닮은 한비광에게 몹시 궁금증을 가질 것이고...
에잇...
더 이상 예상은 안 할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