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그에게 말을 거는 종리우.
대뜸 묻는다.
그때 관은명이 처치하려 했던 그 자에 대해서다.
지금쯤 어디에 있을지 짐작이 가느냐는 질문이다.
의아해하는 풍연에게 종리우는 속내를 말한다.
아무래도 그 자를 해치워야만 할 것 같다고....
그 자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풍연의 우려에 종리우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왜냐하면 그는 지금 현음독고에 중독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듣게 된 풍연은 뜻밖의 사실에 놀란다.
춘연향의 존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것을 이용해 너무도 간단하고 쉽게 그 자를 죽일 수 있다는 종리우의 말이 풍연으로서는 너무도 이상하게 들리는 거다.
그런 종리우의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풍연이다.
그 놈을 해치워야 한다는 종리우의 말이 일단 이해는 간다.
도종의 신물은 바로 화룡도.
그 물건을 들고 신지에 오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신지에서 무슨 분란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 아닌가?
일찌감치 해치우는 게 좋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은 맞다.
그러나....
현음독고!
바로 그 대목에서 뭔가 알 수 없는 찜찜함이 풍연을 괴롭힌다.
현음독고.....
풍연은 지금 쓸데없이(?)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런 자신이 너무도 이상하게 여겨지는 풍연이다.
<세 번째 만남>
자신도 모르게 풍연은 검황의 처소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이것이 그녀와의 세 번째 만남이다.
우선 긴장감이 앞서는 풍연.
가슴이 다시 뛰기 시작한다.
싸울 의사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보는 풍연.
그는 말한다.
단지 전해줄 말이 있어서 온 거라고..........
그러나 뭔가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끼는 풍연.
담화린이 반갑게 풍연을 맞이하는 게 아닌가!
그간의 일에 대해 검황에게 대충 이야기를 전해들은 때문이다.
할아버지를 많이 도와줬다고 들었나 보다.
그 얘기를 꺼내며 밝은 미소로 고마움을 표시하는 담화린이다.
“미안해. 신지 무사들에 대해서는 그간 안 좋은 기억밖에 없어서 오해를 했지 뭐야. 고마워. 그동안 할아버지를 많이 도와줘서.”
생긋 웃고 있는 담화린의 얼굴이 풍연의 두 눈에 가득 들어온다.
그녀는 지금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는 거다.
미소 짓는 그녀의 얼굴....
자신을 빤히 쳐다보며 생글거리는 그녀의 황홀한 얼굴....
풍연은 지금 이 순간 거의 미칠 지경이다.
가슴은 쿵쾅거리며 얼굴은 점점 붉어지고 있다.
하지만 분위기는 뭔가 어색함이.....
한비광은 지금 어디 있냐고도 물어보고.....
애인이냐고도 물어보고.....
혼자 대체 어딜 간 거냐고도 물어보고.....
그래도 어색한 분위기는 가시지 않는다.
풍연은 헛기침을 하며 작업 멘트를 슬쩍 날린다.
“흠, 흠! 아참! 그건 그렇고 너 참 세더라. 정말 놀랐어. 내가 본 여자 중엔 젤 센 거 같아!”
그 칭찬에 반색을 하는 담화린이다.
“고마워. 나, 최근에 세다는 말 처음 들어봤어.”
다시 한 번 싱긋 미소를 보여주는 담화린.
그런 그녀의 살인 미소에 또다시 넋을 쏙 빼놓는 풍연이다.
물론 심장은 또다시 두근거리며 얼굴엔 홍조가 가득하다.
어쩔 줄 몰라 하는 풍연.
그런 모습이 좀 이상하게 보이는 담화린은 슬쩍 풍연에게 다가간다.
담화린이 가까이 다가오자 괜히 화들짝 놀라며 용수철처럼 몇 걸음을 뒤로 후다닥 물러서는 풍연. 창피한가 보다. 당황스러워 내뱉은 말이라는 것이 참 황당하면서도 귀엽다.
“아! 너.. 너... 혹시 멧돼지 좋아해? 그...그래. 거기서 잠깐만 기다려!!”
담화린이 뭐라고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후다닥 뒷걸음질 치더니 냅다 달려가 버리는 풍연이다. 진짜 멧돼지를 잡아올 모양이다. 미처 말릴 틈도 없이 풍연은 이미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저 멀리 내달리고 있다. 그 모습에 담화린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저렇게 엉뚱하고 정신없이 행동하는 걸 보면 할아버지가 말한 대로 한비광과 느낌이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처소로 돌아서는 담화린이다. 그때 그녀의 등 뒤에서 울려 퍼지는 반가운 목소리 하나 있다.
“어? 혼자 있었던 거야?”
얼른 고개를 돌린다.
저만치서 불쑥 모습을 드러내는 녀석, 바로 한비광이다.
벌써 다녀온 거냐며, 어떻게 그렇게 빨리 왔냐는 질문에 한비광은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다 방법이 있다고....
그때, 한비광의 등 뒤에서 스윽 모습을 내미는 여인 하나.
바로 매유진이다.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는 담화린에게, 놀랐냐며 한비광은 천연덕스럽게 응수한다. 원래는 동령 신전에 가서 노호를 데려오려 했었다. 중간에 은총사의 부탁으로 길을 떠났던 매유진을 우연히 만났고 이렇게 같이 오게 된 거라는 사연을 얘기해준다. 은총사의 부탁이라는 것은 바로 담화린을 장백산으로 데려와달라는 것이었다.
뜻밖의 상황에 잠시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한 담화린이다.
노호가 아니라 매유진이라니.....
그녀의 속마음은 이랬을 거다.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니.... 게다가 이렇게 매력적인....)
그런 담화린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비광은 신이나서 말한다.
“얘도 무림팔대기보 중 하나의 소유자잖아. 그러니 노호 대신 얘랑 가도 되는 거 아냐?”
“그.... 그건 그렇긴 한데.....”
애써 태연한 척 말꼬리를 흐리는 담화린.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매유진.
두 여자의 사이에서 수다쟁이처럼 조잘대는 한비광.
뭐... 뭐지?
이 삼각김밥 같은 분위기는? ^^;;
<에필로그>
많은 이야기와 암시가 이번 스토리에 녹아 있습니다.
검마의 태도를 분명히 알았지요.
종리우의 혼란스러움과 사음민의 그 알 수 없는 계략.
정파 최고의 지략가인 은총사의 작전이 순조롭게 진행중입니다.
풍연이 사랑에 빠졌군요.
최대 라이벌인 한비광과의 불꽃 튀는 사랑 싸움이 기대됩니다.
담화린도 마음을 놓지 못하겠지요.
매유진이 나타났으니 말입니다.
어쨌든 뭔가 큰 소용돌이가 시작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 소용돌이의 끝은 신지를 향해 있습니다.
점차 열혈강호는 태풍의 눈 속으로 접어들고 있는 느낌입니다.
고요한 그곳을 통과하는 순간....
최고의 일들이 벌어지겠지요.
아...
열혈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