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2화 열강 스토리 === 도월천이 신지와 손잡은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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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4-07-31 23:30 조회1,190회 댓글0건본문
열혈강호 632화 스토리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
<프롤로그>
도월천이 천마신군을 배신한 사연이 밝혀집니다. 그래서 그랬군요. 아, 녜... 역시 도월천은 다 생각이 있었군요.
<묵령과 갈뢰>
둘은 친구 사이다. 아니 한상우와 함께 셋은 절친이다. 친구에서 연인으로의 감정이 싹텄고 결국 갈뢰는 한상우와 하룻밤일지 여러날의 밤일지 아니면 더 많은 밤을 함께 지새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남의 침대 사정까지 궁금해할 건 아니지만, 그래서 생긴 아이가 바로 풍연이다. 그런 것들 모두를 포함해서 묵령은 친구로서 다 포용하고 이해해 주고 있다. 그것이 바로 친구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친구다.
운기조식을 마치고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묵령의 눈에 얼핏 친구가 들어온다. 응? 쟤가 왜 여기에 있지? 폐관 수련 중일 텐데... 묵령은 아주 반갑게 다가가며 친구를 부른다. 그런데 갈뢰는 그저 앞만 계속 바라볼뿐 대꾸도 없고 고개도 돌리지 않는다. 허허... 얘는 아는 척도 안 해주네. 폐관수련한다고 그동안 보지도 못하다가 이렇게 오랜만에 얼굴 보는 건데 말이다. 아무튼 묵령은 갈뢰가 그러거나 말거나 궁금하니까 물어본다. 여긴 어떻게 온 거냐고... 한상우 놈이 무림정벌하러 간다는 소식을 전해줘서 그래서 폐관 수련을 풀고 나온 거냐고 묻는다. 그런데... 여전히 갈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대신 뜨거운 눈물을 주르륵 흘리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이런 이런... 그 눈물을 보며 묵령은 뭔가 께름칙함을 느낀다.
“뭐야? 무슨 일 있어?”
“한순간이나마 그의 마음을 얻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제야 알았어. 난 단 한 번도 그의 마음을 얻은 적이 없다는 걸...”
“뭐야? 한상우 저놈이 또 너한테 무슨 짓이라도 하기라도 한 거야?”
“아니야... 너와 내가 알고 있던 한상우는 이제 이 세상에 없어.”
(여기서 잠깐!)
묵령의 대사가 수상하다. 한상우가 또 너한테.... 라고 했으니 말이다. 여기서 “또”에 밑줄 좌악 긋자. 이는 반복되는 행동을 말한다. 처음이 아니라는 뜻이다. 무엇이? 그것이! 그것이 무엇? 그건 상상에 맡기고. 아무튼 한상우가 갈뢰를 울게 만든 적은 과거에 또 있었다는 얘기다. 여자에게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남자가 바로 한상우다. 나쁜 남자 같으니라구... 혹시 묵령은 한상우가 강제로 갈뢰를 겁탈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그런데 그건 아니었다. 진정으로 갈뢰는 한상우를 사랑했었기에 몸을 허락한 것이고 그래서 풍연을 잉태하게 된 것이다. 지금껏 그것을 사랑이라 믿었다. 한상우도 자기처럼 마음을 주었을거라고 믿었었다. 그런데...
그것은 갈뢰의 짝사랑이었다. 갈뢰의 착각이었다. 지금 저기에 있는 한상우는 갈뢰가 마음과 몸을 주었던, 그리고 묵령이 친구라고 생각했던 그 한상우가 아니라고 갈뢰는 단언을 한다. 저기 있는 저 자는 한상우의 모습을 한 전혀 다른 자일 뿐이라고 말한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냐는 반문에 갈뢰는 묵령의 말을 끊으며 말한다. 속일 생각 말라고... 너도 신지 내 소문을 듣고 의심했었지 않냐고...예전과 너무도 달라진 그를...
묵령은 그런 갈뢰의 말을 들으며 갑자기 표정이 숙연해진다. 갈뢰의 말이 다 맞기 때문이다. 자신 또한 지금의 한상우가 예전에 셋이 같이 어울렸던 그때의 한상우와 너무도 다른 언행을 하고 있음을 진작부터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갈뢰가 지금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까닭은 그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녀를 슬프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단 한 번도 나를 사랑한 적 없는 이를 바라보며 인생을 허비했다는 걸...”
갈뢰의 그 담담하고도 슬픈 읊조림을 가만히 듣고 있던 묵령은 표정이 점점 굳어지며 심각해진다. 저 앞에 서 있는 한상우, 아니 친구의 탈을 쓴 이상한 놈에게 시선을 스윽 돌리며 말한다. 이제야 확실히 알겠다고...
“내가... 왜 저놈이 계속 찜찜하게 느껴졌는지...”
<진풍백 vs. 도월천>
육박전이 치열하다. 진풍백의 접근전은 어느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 듯하다. 수룡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며 수비에 급급할 수 있던 국면을 전환시키는 것에는 성공했다. 두 사람의 육박전은 정말 예사롭지가 않다. 한 치의 빈틈이라도 잡히는 순간 그는 곧바로 치명상 또는 승부가 지어질 것이다. 진풍백도 도월천도 상대방에게 제대로 된 타격을 입히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한 번의 타격으로 승패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둘 사람의 육박전은 그야말로 살벌하다. 어지러운 공격과 회피 가운데에 진풍백은 어렵사리 작은 기회를 잡았다. 재빨리 혈우환 세 개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는 순간적인 기를 응집시켜 도월천에게 발사한다.
“ 혈우마조탄! ”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강한 기를 부여받은 혈우환들은 진풍백의 손을 떠나는 순간부터 내부에서 작은 폭발이 생기더니 쩌저적 균열을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도월천의 몸에 닿기 일보 직전에 번쩍~ 하는 섬광과 함께 폭발을 일으킨다. 도월천과의 거리가 상당히 가까웠기에 이정도라면 도월천은 나름의 타격을 입었을 것만 같은 기분도 살짝 든다. 진풍백이 힘껏 준비한 혈우마조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약 연기같은 뿌연 안개가 걷히면서 드러나는 모습은 아주 멀쩡한 도월천이었으며 그 이유는 바로 두 개의 일월수룡륜이 방패가 되어 혈우마조탄들을 완벽하게 막아냈기 때문이다. 도월천은 두 팔을 앞으로 뻗은 상태이고 그의 두 주먹은 각각 수룡륜의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었다. 역시 수룡륜이다. 이렇다면 진풍백은 정말 승산이 매우 매우 낮은 분위기다. 셋째 제자가 둘째 제자를 이기는 게 어려울 것도 같은데 거기에 팔대기보인 일월수룡륜까지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으니 말이다. 도월천은 말한다. 접근전으로 수룡의 움직임만 봉쇄하면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냐고 말이다.
“아니면, 접근전을 하는 척 하다가 진기 대결을 벌여볼 생각이었나?”
들켰다. 그게 바로 진풍백이 육박전을 불사한 이유였는데 말이다. 그걸 도월천은 이미 다 간파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역시 도월천이다. 당황스런 표정의 진풍백이다. 사형사제 사이니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잘 알고 있겠는가? 이제 진풍백은 더 이상 이 대결을 유리하게 만들기는 어려울 듯하다.
“내가 자네를 죽이지 않는 건 자네를 진심으로 아끼기 때문이라네.”
“킥... 배신자에게 그따위 칭찬을 들으니 꽤나 기분이 더러운걸?”
그렇게 비아냥거리는 진풍백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도월천은 뭔가 생각에 잠기는 분위기다. 자기에게 배신자라고 부르는 진사제에게 무슨 말을 해줄까 고민하는 듯하다. 이윽고 도월천은 입을 뗀다.
“진사제... 자넨 사부님이 보여주셨던 꿈을 기억하고 있나?”
느닷없이 사부님이란 단어와 꿈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진풍백은 흠칫 놀라는 표정이며 이내 뭔가 생각에 잠긴다. 도월천이 던진 화두에 진풍백 또한 도저히 무심히 넘길 수 있는 단어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진풍백 또한 사부님이 보여주신 그 꿈에 이끌려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었지 않은가! 도월천은 말한다. 아직도 그 꿈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전 무림이 혼돈과 분쟁으로 끝없이 절망하던 그때... 홀로 일어나 희망이 되셨던 그분의 모습을 말이다. 혼돈의 무림을 하나로 통일하여 영원한 평화를 이루자는 그분의 꿈을!
“그리고 그 꿈이 거대한 폭풍이 되어 무림을 덮어 나가던 모습을 말일세. 그때의 나는... 그 꿈을 위해서라면 진심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었다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도월천의 속마음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 꿈을 위해서 살았고 그 꿈을 위해서 죽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전혀 반대의 상황으로 가고 있었다는 것이 불만이었다. 천하일통을 시켜서 평화를 이룩하자는 사부님의 말씀은 온데간데 없다. 겨우 무림의 절반도 차지하지 못한 채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못마땅했던 거다. 그건 안주도 아니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것이라 단정하는 도월천이다.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정파의 계집에게 미친 저런 망나니가 사부님의 제자가 되는 일까지 생겼으니 도월천으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도 없고 납득도 안 되고 사부님의 천하일통 말씀조차 이제는 믿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것이 도월천에게는 풀리지 않는 문제였고 그래서 늘 고민했고 그 결과 이제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신지에 몸을 두게 되었던 것이다.
진풍백은 조용히 묻는다. 그래서... 그런 이유로 사부님을 배신하고 저놈들과 손을 잡은 거냐고... 그걸 지금 배신의 이유라고 말하고 있는 거냐고... 도월천은 인정한다. 바로 그게 이유라고.
“자네 또한 사부님을 움직이려고 송무문을 치지 않았나? 난 저들을 이용해 사부님을 움직일 걸세!”
도월천이 꾸미고 있는 일에 대해 상세한 설명과 그 이유를 듣게 된 진풍백은 표정이 매우 진지해진다. 아니, 그 명분에 대해 반박하기가 궁색해진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 또한 사실은 그런 부분에 대해 불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부님이 보여주셨던 그 꿈.... 무림을 통일하자는 그 꿈을 위해 진풍백 또한 송무문을 쳐들어가서 도발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지금 그것과 도월천이 신지와 손을 잡고 벌이는 이런 일들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말이다. 도월천을 통해 새삼 사부님의 꿈을 생각 해보게 되는 진풍백이다.
<한상우의 조바심>
“쯧... 기껏 기회를 줬더니 쓸데 없는 짓을 하고 있군. 내가 바라는 건 그따위 시시한 잡담이 아니란 말이다. 내가 보고 싶은 건 팔대기보의 격돌이다! 너희가 파멸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단 말이다!!”
<에필로그>
한상우이자 신지의 지주이자 자하마신이라 불리는 저 사내는 지금 불만족스럽습니다. 도월천이 어서 저놈을 끝장내고 사실상 무방비 상태인 한비광을 끝장내기를 바라는 것이니까요. 팔대기보끼리 싸우다 하나가 박살이 나는 그 순간을 구경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도월천과 진풍백은 이제 어찌 될까요? 하던 대결을 마저 해서 승패를 낼까요? 아니면 이쯤에서 또 뭔일이 새롭게 생길까요?
지금까지의 양상을 보면 무림과 신지에서 하나씩 나와서 대결을 벌이다가 누군가 난입을 하고 그러면 상대가 바뀌고 둘이 신나게 싸우다보면 또 누군가 난입해서 대결 상대가 또 바뀌고... 그랬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등장할 선수는 누가 있을까요?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
<프롤로그>
도월천이 천마신군을 배신한 사연이 밝혀집니다. 그래서 그랬군요. 아, 녜... 역시 도월천은 다 생각이 있었군요.
<묵령과 갈뢰>
둘은 친구 사이다. 아니 한상우와 함께 셋은 절친이다. 친구에서 연인으로의 감정이 싹텄고 결국 갈뢰는 한상우와 하룻밤일지 여러날의 밤일지 아니면 더 많은 밤을 함께 지새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남의 침대 사정까지 궁금해할 건 아니지만, 그래서 생긴 아이가 바로 풍연이다. 그런 것들 모두를 포함해서 묵령은 친구로서 다 포용하고 이해해 주고 있다. 그것이 바로 친구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친구다.
운기조식을 마치고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묵령의 눈에 얼핏 친구가 들어온다. 응? 쟤가 왜 여기에 있지? 폐관 수련 중일 텐데... 묵령은 아주 반갑게 다가가며 친구를 부른다. 그런데 갈뢰는 그저 앞만 계속 바라볼뿐 대꾸도 없고 고개도 돌리지 않는다. 허허... 얘는 아는 척도 안 해주네. 폐관수련한다고 그동안 보지도 못하다가 이렇게 오랜만에 얼굴 보는 건데 말이다. 아무튼 묵령은 갈뢰가 그러거나 말거나 궁금하니까 물어본다. 여긴 어떻게 온 거냐고... 한상우 놈이 무림정벌하러 간다는 소식을 전해줘서 그래서 폐관 수련을 풀고 나온 거냐고 묻는다. 그런데... 여전히 갈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대신 뜨거운 눈물을 주르륵 흘리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이런 이런... 그 눈물을 보며 묵령은 뭔가 께름칙함을 느낀다.
“뭐야? 무슨 일 있어?”
“한순간이나마 그의 마음을 얻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제야 알았어. 난 단 한 번도 그의 마음을 얻은 적이 없다는 걸...”
“뭐야? 한상우 저놈이 또 너한테 무슨 짓이라도 하기라도 한 거야?”
“아니야... 너와 내가 알고 있던 한상우는 이제 이 세상에 없어.”
(여기서 잠깐!)
묵령의 대사가 수상하다. 한상우가 또 너한테.... 라고 했으니 말이다. 여기서 “또”에 밑줄 좌악 긋자. 이는 반복되는 행동을 말한다. 처음이 아니라는 뜻이다. 무엇이? 그것이! 그것이 무엇? 그건 상상에 맡기고. 아무튼 한상우가 갈뢰를 울게 만든 적은 과거에 또 있었다는 얘기다. 여자에게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남자가 바로 한상우다. 나쁜 남자 같으니라구... 혹시 묵령은 한상우가 강제로 갈뢰를 겁탈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그런데 그건 아니었다. 진정으로 갈뢰는 한상우를 사랑했었기에 몸을 허락한 것이고 그래서 풍연을 잉태하게 된 것이다. 지금껏 그것을 사랑이라 믿었다. 한상우도 자기처럼 마음을 주었을거라고 믿었었다. 그런데...
그것은 갈뢰의 짝사랑이었다. 갈뢰의 착각이었다. 지금 저기에 있는 한상우는 갈뢰가 마음과 몸을 주었던, 그리고 묵령이 친구라고 생각했던 그 한상우가 아니라고 갈뢰는 단언을 한다. 저기 있는 저 자는 한상우의 모습을 한 전혀 다른 자일 뿐이라고 말한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냐는 반문에 갈뢰는 묵령의 말을 끊으며 말한다. 속일 생각 말라고... 너도 신지 내 소문을 듣고 의심했었지 않냐고...예전과 너무도 달라진 그를...
묵령은 그런 갈뢰의 말을 들으며 갑자기 표정이 숙연해진다. 갈뢰의 말이 다 맞기 때문이다. 자신 또한 지금의 한상우가 예전에 셋이 같이 어울렸던 그때의 한상우와 너무도 다른 언행을 하고 있음을 진작부터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갈뢰가 지금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까닭은 그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녀를 슬프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단 한 번도 나를 사랑한 적 없는 이를 바라보며 인생을 허비했다는 걸...”
갈뢰의 그 담담하고도 슬픈 읊조림을 가만히 듣고 있던 묵령은 표정이 점점 굳어지며 심각해진다. 저 앞에 서 있는 한상우, 아니 친구의 탈을 쓴 이상한 놈에게 시선을 스윽 돌리며 말한다. 이제야 확실히 알겠다고...
“내가... 왜 저놈이 계속 찜찜하게 느껴졌는지...”
<진풍백 vs. 도월천>
육박전이 치열하다. 진풍백의 접근전은 어느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 듯하다. 수룡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며 수비에 급급할 수 있던 국면을 전환시키는 것에는 성공했다. 두 사람의 육박전은 정말 예사롭지가 않다. 한 치의 빈틈이라도 잡히는 순간 그는 곧바로 치명상 또는 승부가 지어질 것이다. 진풍백도 도월천도 상대방에게 제대로 된 타격을 입히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한 번의 타격으로 승패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둘 사람의 육박전은 그야말로 살벌하다. 어지러운 공격과 회피 가운데에 진풍백은 어렵사리 작은 기회를 잡았다. 재빨리 혈우환 세 개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는 순간적인 기를 응집시켜 도월천에게 발사한다.
“ 혈우마조탄! ”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강한 기를 부여받은 혈우환들은 진풍백의 손을 떠나는 순간부터 내부에서 작은 폭발이 생기더니 쩌저적 균열을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도월천의 몸에 닿기 일보 직전에 번쩍~ 하는 섬광과 함께 폭발을 일으킨다. 도월천과의 거리가 상당히 가까웠기에 이정도라면 도월천은 나름의 타격을 입었을 것만 같은 기분도 살짝 든다. 진풍백이 힘껏 준비한 혈우마조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약 연기같은 뿌연 안개가 걷히면서 드러나는 모습은 아주 멀쩡한 도월천이었으며 그 이유는 바로 두 개의 일월수룡륜이 방패가 되어 혈우마조탄들을 완벽하게 막아냈기 때문이다. 도월천은 두 팔을 앞으로 뻗은 상태이고 그의 두 주먹은 각각 수룡륜의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었다. 역시 수룡륜이다. 이렇다면 진풍백은 정말 승산이 매우 매우 낮은 분위기다. 셋째 제자가 둘째 제자를 이기는 게 어려울 것도 같은데 거기에 팔대기보인 일월수룡륜까지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으니 말이다. 도월천은 말한다. 접근전으로 수룡의 움직임만 봉쇄하면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냐고 말이다.
“아니면, 접근전을 하는 척 하다가 진기 대결을 벌여볼 생각이었나?”
들켰다. 그게 바로 진풍백이 육박전을 불사한 이유였는데 말이다. 그걸 도월천은 이미 다 간파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역시 도월천이다. 당황스런 표정의 진풍백이다. 사형사제 사이니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잘 알고 있겠는가? 이제 진풍백은 더 이상 이 대결을 유리하게 만들기는 어려울 듯하다.
“내가 자네를 죽이지 않는 건 자네를 진심으로 아끼기 때문이라네.”
“킥... 배신자에게 그따위 칭찬을 들으니 꽤나 기분이 더러운걸?”
그렇게 비아냥거리는 진풍백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도월천은 뭔가 생각에 잠기는 분위기다. 자기에게 배신자라고 부르는 진사제에게 무슨 말을 해줄까 고민하는 듯하다. 이윽고 도월천은 입을 뗀다.
“진사제... 자넨 사부님이 보여주셨던 꿈을 기억하고 있나?”
느닷없이 사부님이란 단어와 꿈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진풍백은 흠칫 놀라는 표정이며 이내 뭔가 생각에 잠긴다. 도월천이 던진 화두에 진풍백 또한 도저히 무심히 넘길 수 있는 단어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진풍백 또한 사부님이 보여주신 그 꿈에 이끌려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었지 않은가! 도월천은 말한다. 아직도 그 꿈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전 무림이 혼돈과 분쟁으로 끝없이 절망하던 그때... 홀로 일어나 희망이 되셨던 그분의 모습을 말이다. 혼돈의 무림을 하나로 통일하여 영원한 평화를 이루자는 그분의 꿈을!
“그리고 그 꿈이 거대한 폭풍이 되어 무림을 덮어 나가던 모습을 말일세. 그때의 나는... 그 꿈을 위해서라면 진심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었다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도월천의 속마음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 꿈을 위해서 살았고 그 꿈을 위해서 죽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전혀 반대의 상황으로 가고 있었다는 것이 불만이었다. 천하일통을 시켜서 평화를 이룩하자는 사부님의 말씀은 온데간데 없다. 겨우 무림의 절반도 차지하지 못한 채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못마땅했던 거다. 그건 안주도 아니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것이라 단정하는 도월천이다.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정파의 계집에게 미친 저런 망나니가 사부님의 제자가 되는 일까지 생겼으니 도월천으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도 없고 납득도 안 되고 사부님의 천하일통 말씀조차 이제는 믿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것이 도월천에게는 풀리지 않는 문제였고 그래서 늘 고민했고 그 결과 이제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신지에 몸을 두게 되었던 것이다.
진풍백은 조용히 묻는다. 그래서... 그런 이유로 사부님을 배신하고 저놈들과 손을 잡은 거냐고... 그걸 지금 배신의 이유라고 말하고 있는 거냐고... 도월천은 인정한다. 바로 그게 이유라고.
“자네 또한 사부님을 움직이려고 송무문을 치지 않았나? 난 저들을 이용해 사부님을 움직일 걸세!”
도월천이 꾸미고 있는 일에 대해 상세한 설명과 그 이유를 듣게 된 진풍백은 표정이 매우 진지해진다. 아니, 그 명분에 대해 반박하기가 궁색해진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 또한 사실은 그런 부분에 대해 불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부님이 보여주셨던 그 꿈.... 무림을 통일하자는 그 꿈을 위해 진풍백 또한 송무문을 쳐들어가서 도발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지금 그것과 도월천이 신지와 손을 잡고 벌이는 이런 일들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말이다. 도월천을 통해 새삼 사부님의 꿈을 생각 해보게 되는 진풍백이다.
<한상우의 조바심>
“쯧... 기껏 기회를 줬더니 쓸데 없는 짓을 하고 있군. 내가 바라는 건 그따위 시시한 잡담이 아니란 말이다. 내가 보고 싶은 건 팔대기보의 격돌이다! 너희가 파멸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단 말이다!!”
<에필로그>
한상우이자 신지의 지주이자 자하마신이라 불리는 저 사내는 지금 불만족스럽습니다. 도월천이 어서 저놈을 끝장내고 사실상 무방비 상태인 한비광을 끝장내기를 바라는 것이니까요. 팔대기보끼리 싸우다 하나가 박살이 나는 그 순간을 구경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도월천과 진풍백은 이제 어찌 될까요? 하던 대결을 마저 해서 승패를 낼까요? 아니면 이쯤에서 또 뭔일이 새롭게 생길까요?
지금까지의 양상을 보면 무림과 신지에서 하나씩 나와서 대결을 벌이다가 누군가 난입을 하고 그러면 상대가 바뀌고 둘이 신나게 싸우다보면 또 누군가 난입해서 대결 상대가 또 바뀌고... 그랬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등장할 선수는 누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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