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화 -- 한비광의 흡기공, 일타쌍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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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6-05-06 18:10 조회13,686회 댓글2건본문
열혈강호 500화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20160506/날씨 흐림
챔프 D 64호
<프롤로그>
드디어 500화입니다.
어영부영(?) 날림으로 스토리 편집 작업을 시작한지도
저 또한 어언 16년이 되어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왕 시작한 것이니 완결될 때까지 딴 생각 없이 가기로 했습니다만...
이대로 가다가는 제가 정년퇴직하기 전에 그럴 수 있을까 살짝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 뭐 그러면 어떻습니까? 줄기차게 재미만 있다면 말입니다.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앞으로도 그러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뭔가 의미가 부여되어도 좋을 대망의 500화 스토리를 시작합니다. 작가님들의 건강을 늘 기원 드리는 마음뿐이랍니다.
<한비광을 구출하라>
어지럽다.
온 천지에 들리노니 칼 부딪치는 소리와 살과 뼈가 잘리는 소리 그리고 지옥에 빠진 사람들처럼 내지르는 비명 소리뿐이런가 한다.
자욱하다.
절벽이 깨지고 바위가 부서지고 흙먼지가 산하를 뒤덮을 듯이 온 사방을 에워싸고 있다. 그 사이사이로 무수히 많은 무사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코를 찌른다.
분혼마인들에게서 풍기는 썩은 냄새와 그들과 뒤섞여 짓뭉개지는 무사들이 뿜어내는 선홍빛 붉은 피가 어우러져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처절한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그것은 한 마디로 아...비...규...환...!!!
천신만고 끝에 동굴을 빠져나온 매유진과 백강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다.
우선 할 말을 잃고 그저 물끄러미 아래를 관망하는 백강. 그의 시선에는 분혼마인들이 닿아있다. 분혼마인들마저 꺼냈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한 듯한 백강이다. 절대 깨워서는 안 되는 존재들마저 동원했다면 지금의 상황이 어느정도일지 백강은 능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게다.
“호오... 분혼마인의 존재도 아시는 걸 보면 아무래도 외부인은 아닌 듯하군요.”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지신각주 종리우다.
그는 위를 올려다보고 있고 백강과 매유진은 그런 그를 내려다보고 있다.
여전히 능글맞고 야비한 표정의 종리우는 특유의 비아냥거리는 말투를 꺼낸다. 한비광을 구해 탈출하는 중임을 단번에 알아챈 종리우는 그런 백강을 멈추게 하겠다는 의향을 당당히 내비친다.
그런 종리우는 쳐다보는 백강의 표정은...
가면에 가려져 알 수는 없으나 그의 호흡만은 숨길 수 없다.
깊게 더 깊게 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이미 지칠대로 지쳐있는 상태다.
기력 100%의 종리우와는 정반대랄까?
!!
퍼 어 엉
기습이다.
종리우가 오른손을 슬쩍 들었을 뿐이었지만 어느새 강한 기가 백강의 얼굴을 향해 정확히 날아들었던 것이다. 매유진의 가슴을 거의 스칠 듯 지나친 그 기는 그러나 백강의 오른 손등에 충돌한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안면에 강타당할 수도 있었을 법한 상황이었다.
“굳이 제가 그 가면을 벗겨드려야겠습니까?”
종리우는 자세를 가다듬는다.
그의 신호에 일제히 지신각 무사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많다.
아마도 모든 지신각 무사들이 총출동된 듯하다.
그 숫자는 족히 백명이 넘는다.
어느새 백강과 매유진을 앞뒤에서 포위한 형국이다.
종리우의 지시 한 마디면 일제히 아래에서 위에서 백강에게 돌격할 태세다.
백강은 잠시 더 생각한다.
여전히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다.
이쯤되면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그의 호흡이 한층 더 빨라지고 깊어진다.
뭔가 최후의 일격과 돌파를 준비하려는 것인가?
<매유진>
그녀의 생각은 훨씬 더 복잡하다.
매유진 또한 심각한 부상을 입은 몸이다.
허나, 지금까지 그녀가 바라본 백강의 상태는 더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바로 옆에서 들리는 힘겨운 호흡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짐작이 된다.
이런 상태로 한비광을 들처 업고 또다시 아까처럼 기를 사용하며 대결에 임한다면 아무리 고수라 해도 굉장히 위험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은 무엇일까?
어금니를 굳게 깨무는 매유진이다.
그와 동시에 현무파천궁의 시위를 힘껏 당기는 매유진.
화아악
고 오 오
현무는 갑작스런 매유진의 행동에 다급히 주둥이를 놀린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말이다.
자기 주인의 몸 상태를 역시 현무도 잘 파악하고 있다.
더구나 부상 부위가 왼쪽 가슴과 어깨의 중간 지점이 아닌가!
그곳은 왼팔로 활을 지탱할 때 가장 힘을 많이 써야만 하는 부위이기도 하다.
그 지경으로 이렇게 시위를 당기며 기를 모아 화살을 만들어 낸다는 뜻은...
그야말로 목숨을 걸기라도 하겠다는 의미가 아닌가 말이다.
현무는 그런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기에 황급히 제지하고 나서는 거다.
그랬다.
현무의 예상대로 시위를 당기자마자 그녀의 상처에서는 다시 피가 솟구친다.
“괜찮아, 현무...
난 어떻게 되더라도... 그러니, 도와줘...
한비광, 저 사람을 이곳에서 무사히 내보낼 수 있도록...”
그것이 지금 매유진이 갖고 있는 생각과 결심의 전부였다.
그 말을 들은 현무는 잠시 말이 없다.
이윽고 녀석은 대꾸한다.
설마 여기서 자기와 작별할 생각이냐고...
매유진은 잘 알고 있다.
지금의 이런 행동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이다.
단 한 발의 공격일지언정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음을!
현무의 걱정과는 달리 매유진의 결심은 의연하다.
그동안 이미 너무도 많은 빚을 한비광에게 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매유진.
그녀는 이제 그 빚을 갚아야 할 때라고 믿는다.
그렇게 생각할 뿐이다.
부 우 우
매유진은 더욱 힘을 집중하여 기를 모은다.
그녀의 가슴팍에서는 또한 붉은 피가 자꾸만 솟구쳐 흐르고 있다.
현무파천궁에게 매유진은 어떤 공격을 주문하고 있는 것일까?
자신의 목숨과 바꿀 수 있을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말이다.
하얗게 발광하는 화살은 종리우는 겨냥하고 있다.
아니 정확히는 그 언저리 모두를 대상으로 하고 있을 것이다.
고 오 오 오
현무는 더 이상의 설득이 소용없음을 안다.
자신의 주인이 선택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시 후에 벌어질 일에 대해서도 안다.
모든 공력을 모은 단 한 발의 화살을 끝으로 그녀 또한 쓰러질 것을 말이다.
“그간...
고마웠어.
현무...”
............ 안돼! 고작 저런 놈 때문에 네가............
현무의 솔직한 심정이다.
최고인 자기 주인이 이상한 놈팽이 같은 놈 하나 살리려고 목숨을 버리다니...
허나 주인의 뜻이기에 어쩔 수 없음 또한 운명이리라.
일촉즉발이다.
모든 기가 모아졌고 이제 시위만 놓으면 끝이다.
<반전>
바로 그때다.
매유진이 시위를 놓기 직전에 백강의 손이 그녀의 오른손을 잡는다.
동시에 현무에게 모아졌던 기는 사라진다.
백강의 작전은 그게 아니었던 거다.
돌파는 자신이 하겠다는 거다.
그러니 꼭 붙어서 뒤를 따라오라는 명령 아닌 명령을 내리는 백강이다.
그리고는 매유진의 대답을 듣지도 않으며 몸을 아래로 날린다.
목표는 종리우다.
한 번에 우두머리를 제압하겠다는 전략이다.
매유진은 필사적으로 소리친다.
지금 기를 사용하면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허나, 이미 백강은 저만치 쇄도하고 있다.
거의 수직 낙하랄까?
“호오... 지금 저를 돌파하시겠다고요?”
여전히 여유만만한 종리우다.
백강은 일단 종리우에는 미치지 못하는 거리에 착지한다.
들 썩
그때 뭔가 좀 이상하다.
백강이 내딛은 바닥 바로 뒤의 돌판 하나가 움직인다.
그러더니 갑자기 길다란 두 팔이 바닥에서 허공으로 솟구친다.
쌍검을 들고 있다.
백강을 뒤따라가던 매유진의 눈앞에서 검은 물체 하나가 땅에서 튀어오른다.
은신술이다.
그랬다.
조금전까지도 종리우 옆에 있던 인물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바로 무흔잠영이다.
그를 은신술의 대가라고 칭한다.
그가 바닥에 숨어 있다가 나타난 것.
백강의 등을 노리고 쌍검을 양쪽에서 찌르는 무흔잠영.
고요한 허공이 하나 있다.
그 공간의 왼편엔 무흔잠영, 중간엔 백강, 그리고 우측엔 종리우가 있다.
무흔잠영의 두 개의 칼끝은 백강의 목덜미를 향하고 있다.
그 셋의 거리는 불과 4미터 남짓...
종리우는 여전히 뒷짐을 지고 바라만 보고 있다.
마치 정지된 듯한 숨막히는 공간의 모습이다.
스 스 스
정지 상태에서 하나가 움직인다.
백강의 시선이다.
고개를 슬쩍 돌려 무흔잠영을 바라본다.
이미 매복에 이은 기습을 눈치챈 거다.
그러나 아직은 자신만만한 무흔잠영이다.
눈치챘다고 해도 거리는 너무 짧기에 절대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이라서다.
그러나 그것은 순전히 무흔잠영의 오만에 겨운 착각이었으니...
백강은 나름 여유있게 몸을 돌려 그 쌍검을 피해낸다.
이제는 백강이 무흔잠영의 등을 보고 있는 상태로 돌변한 것!
맨땅에 칼을 꽂고 마는 무흔잠영.
그도 나름 잽싸게 몸을 틀어 후방의 백강을 재차 공격한다.
허나, 상대는 백강이다.
세 번의 공격을 모두 피해냄과 동시에 그는 어깨에 지고 있던 한비광을 느닷없이 밀쳐내는 게 아닌가!
너무도 갑작스런 상황이다.
아무도 그것만은 짐작하지 못했지 않았을까?
심지어 종리우마저도 말이다.
갑자기 자신에게 날아드는 한비광... 정확히는 의식도 없는 몸뚱아리랄까?
아무튼 종리우는 얼떨결에 한비광의 등 한복판에 내공을 뿜어 막아낸다.
퍼 어 엉
덕분에 몸이 홀가분해진 백강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무흔잠영을 상대한다.
자유로워진 왼손에 한껏 기를 집결시키는 백강.
그것을 보며 자신이 여전히 더 빠르다고 믿고 있는 무흔잠영은 선제공격을 시도한다. 왜냐하면 그 둘 사이의 거리는 너무도 가까웠기 때문이다.
화 악
그때 뭔가 이상하다.
무흔잠영은 강력한 기운을 느낀다.
그것은 자신을 강하게 빨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백강의 왼손에, 마치 자석에 끌려가는 쇠붙이처럼 말이다.
허... 허공섭물?!!
무흔잠영이 그 무공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백강의 손가락 다섯 개는 그의 가슴에 푹 꽂히고 말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손가락 한 마디씩은 박혔으니 고통은 상당할 게다.
물론 동시에 피가 솟구치기 시작한다.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는 무흔잠영은 눈이 뒤집힐 것만 같다.
그리고 종리우...
한비광의 등판에 기를 뿜어 막아내긴 했는데...
아니 보기좋게 방어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그 순간에...
고 오 오 오 오 오
뭔가 심상찮다.
왜 녀석의 몸이 아직도 자신의 두 손바닥에 붙어있느냔 말이다.
한비광은 물론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다.
그런데 왜 손이 안 떨어지냔 말이다.
게다가 왜 느낌이 이렇게도 더럽냔 말이다.
그런 판국에 종리우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백강이다.
그의 왼손에는 무흔잠영을 달고 이쪽으로 쇄도하고 있다.
무흔잠영님은 죽었나?
저렇게 손가락이 꽂혀서 흔들거리고만 있지 않은가!
그나저나 녀석은 왜 이리로 오고 있는 거지?
그 찰나의 순간에 참 많은 생각을 한다.
공포감에 휩싸이는 종리우.
그는 일단 한비광을 패대기 치려고 한다.
두 팔을 힘껏 흔들어보지만 붙어있는 손은 떨어질 기미가 없다.
그런 와중에 어느새 녀석은 무흔잠영의 몸을 한비광의 가슴팍에 충돌시킨다.
자, 이 장면을 보자.
종리우는 두 팔을 죽 펴고 있다.
그의 두 손은 한비광의 등판에 쩍 달라붙어 있다.
한비광의 가슴팍엔 이제 무흔잠영의 등판과 맞닿았다.
그런 무흔잠영의 가슴엔 여전히 백강의 왼쪽 손가락 다섯 개가 박혀있다.
그렇게 또 하나의 명장면이 완성되었다.
그 충격에 눈을 번쩍 뜬 무흔잠영.
그는 쌍검을 쳐들어 백강을 향해 내리친다.
아니, 치려 했다.... 치고 싶었겠다...
콰 르 르 르
그러나 뭔가 괴상한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으니....
몹시 요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종리우도 무흔잠영도 느끼고 있는 그것!
............ 왜 급속도로 기가 빨려나가는 거지? .............
엄청난 굉음이다.
마치 천둥이 치는 듯하다.
동시에 무흔잠영의 몸은 마치 미이라처럼 변모하기 시작한다.
뿐만 아니다.
우드득 와드득 거리며 뼈와 관절이 부러지는 소리가 곁들여진다.
그것은 실제상황이었으니...
무흔잠영의 온몸에 성한 뼈는 없을 정도다.
게다가 순식간에 빨려나간 기 때문에 그의 육신은 그야말로 처참하다.
비명소리는 지옥에서나 나올 것만 같이 처절하다.
종리우 또한 무흔잠영의 비명소리를 듣고 있다.
허나, 그의 눈앞에는 한비광의 등판이 놓여있기에 그 앞의 장면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무흔잠영님이 저토록 고통스러워 하고 있단 말인가?
바로 그때다.
종리우 또한 자신의 몸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된다.
우둑 우두둑 우두두둑
고통이 동시에 수반되는 그 소리는 바로...
뼈와 관절이 부서지고 꺾이는 소리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력한 외력에 의해 그리되고 있는 거다.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아까부터 느꼈던 그 기분 나쁜 느낌이 점차 강력해진다.
두 손은 한비광의 등판에 달라붙어 도무지 떨어뜨릴 수가 없다.
자신의 모든 뼈마디가 부서지는 듯한 느낌에 이어 모든 기운이 송두리째 빨려들어가는 기분이다. 아니, 그것은 기분이 아니라 현실인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냐....
한비광은 여전히 의식이 없는 상태다.
허나, 이런 상황이 벌어짐에 따라 점차 그의 눈에 섬광이 번지고 있다.
종리우의 뒤편에 있던 무사들은 그저 망연자실, 쳐다만 보고 있다.
매유진의 눈망울이 한껏 커진다.
어떤 희망을 불씨를 본 것일까?
<에필로그>
드디어 한비광의 필살기(?)
흡기공이 펼쳐지고 있는 장면입니다.
많이 기다리셨죠?
우리의 한비광이 슬슬 정신을 차리고 있으니 다행입니다.
기력이 많이 쇠했을 테니...
일타쌍피!!!
한 번에 두 놈의 기운을 몽땅 빨아먹고 영차~ 하며 기운 차려야죠.
이거이거 이러다가... 무흔잠영의 은신술도 덤으로 얻는 건 아닌지? ^^
어쨌든 다음 이야기에는 한비광이 뭔가 활약을 할 듯하지요?
그래야지요.
암요!!!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20160506/날씨 흐림
챔프 D 64호
<프롤로그>
드디어 500화입니다.
어영부영(?) 날림으로 스토리 편집 작업을 시작한지도
저 또한 어언 16년이 되어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왕 시작한 것이니 완결될 때까지 딴 생각 없이 가기로 했습니다만...
이대로 가다가는 제가 정년퇴직하기 전에 그럴 수 있을까 살짝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 뭐 그러면 어떻습니까? 줄기차게 재미만 있다면 말입니다.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앞으로도 그러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뭔가 의미가 부여되어도 좋을 대망의 500화 스토리를 시작합니다. 작가님들의 건강을 늘 기원 드리는 마음뿐이랍니다.
<한비광을 구출하라>
어지럽다.
온 천지에 들리노니 칼 부딪치는 소리와 살과 뼈가 잘리는 소리 그리고 지옥에 빠진 사람들처럼 내지르는 비명 소리뿐이런가 한다.
자욱하다.
절벽이 깨지고 바위가 부서지고 흙먼지가 산하를 뒤덮을 듯이 온 사방을 에워싸고 있다. 그 사이사이로 무수히 많은 무사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코를 찌른다.
분혼마인들에게서 풍기는 썩은 냄새와 그들과 뒤섞여 짓뭉개지는 무사들이 뿜어내는 선홍빛 붉은 피가 어우러져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처절한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그것은 한 마디로 아...비...규...환...!!!
천신만고 끝에 동굴을 빠져나온 매유진과 백강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다.
우선 할 말을 잃고 그저 물끄러미 아래를 관망하는 백강. 그의 시선에는 분혼마인들이 닿아있다. 분혼마인들마저 꺼냈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한 듯한 백강이다. 절대 깨워서는 안 되는 존재들마저 동원했다면 지금의 상황이 어느정도일지 백강은 능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게다.
“호오... 분혼마인의 존재도 아시는 걸 보면 아무래도 외부인은 아닌 듯하군요.”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지신각주 종리우다.
그는 위를 올려다보고 있고 백강과 매유진은 그런 그를 내려다보고 있다.
여전히 능글맞고 야비한 표정의 종리우는 특유의 비아냥거리는 말투를 꺼낸다. 한비광을 구해 탈출하는 중임을 단번에 알아챈 종리우는 그런 백강을 멈추게 하겠다는 의향을 당당히 내비친다.
그런 종리우는 쳐다보는 백강의 표정은...
가면에 가려져 알 수는 없으나 그의 호흡만은 숨길 수 없다.
깊게 더 깊게 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이미 지칠대로 지쳐있는 상태다.
기력 100%의 종리우와는 정반대랄까?
!!
퍼 어 엉
기습이다.
종리우가 오른손을 슬쩍 들었을 뿐이었지만 어느새 강한 기가 백강의 얼굴을 향해 정확히 날아들었던 것이다. 매유진의 가슴을 거의 스칠 듯 지나친 그 기는 그러나 백강의 오른 손등에 충돌한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안면에 강타당할 수도 있었을 법한 상황이었다.
“굳이 제가 그 가면을 벗겨드려야겠습니까?”
종리우는 자세를 가다듬는다.
그의 신호에 일제히 지신각 무사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많다.
아마도 모든 지신각 무사들이 총출동된 듯하다.
그 숫자는 족히 백명이 넘는다.
어느새 백강과 매유진을 앞뒤에서 포위한 형국이다.
종리우의 지시 한 마디면 일제히 아래에서 위에서 백강에게 돌격할 태세다.
백강은 잠시 더 생각한다.
여전히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다.
이쯤되면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그의 호흡이 한층 더 빨라지고 깊어진다.
뭔가 최후의 일격과 돌파를 준비하려는 것인가?
<매유진>
그녀의 생각은 훨씬 더 복잡하다.
매유진 또한 심각한 부상을 입은 몸이다.
허나, 지금까지 그녀가 바라본 백강의 상태는 더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바로 옆에서 들리는 힘겨운 호흡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짐작이 된다.
이런 상태로 한비광을 들처 업고 또다시 아까처럼 기를 사용하며 대결에 임한다면 아무리 고수라 해도 굉장히 위험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은 무엇일까?
어금니를 굳게 깨무는 매유진이다.
그와 동시에 현무파천궁의 시위를 힘껏 당기는 매유진.
화아악
고 오 오
현무는 갑작스런 매유진의 행동에 다급히 주둥이를 놀린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말이다.
자기 주인의 몸 상태를 역시 현무도 잘 파악하고 있다.
더구나 부상 부위가 왼쪽 가슴과 어깨의 중간 지점이 아닌가!
그곳은 왼팔로 활을 지탱할 때 가장 힘을 많이 써야만 하는 부위이기도 하다.
그 지경으로 이렇게 시위를 당기며 기를 모아 화살을 만들어 낸다는 뜻은...
그야말로 목숨을 걸기라도 하겠다는 의미가 아닌가 말이다.
현무는 그런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기에 황급히 제지하고 나서는 거다.
그랬다.
현무의 예상대로 시위를 당기자마자 그녀의 상처에서는 다시 피가 솟구친다.
“괜찮아, 현무...
난 어떻게 되더라도... 그러니, 도와줘...
한비광, 저 사람을 이곳에서 무사히 내보낼 수 있도록...”
그것이 지금 매유진이 갖고 있는 생각과 결심의 전부였다.
그 말을 들은 현무는 잠시 말이 없다.
이윽고 녀석은 대꾸한다.
설마 여기서 자기와 작별할 생각이냐고...
매유진은 잘 알고 있다.
지금의 이런 행동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이다.
단 한 발의 공격일지언정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음을!
현무의 걱정과는 달리 매유진의 결심은 의연하다.
그동안 이미 너무도 많은 빚을 한비광에게 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매유진.
그녀는 이제 그 빚을 갚아야 할 때라고 믿는다.
그렇게 생각할 뿐이다.
부 우 우
매유진은 더욱 힘을 집중하여 기를 모은다.
그녀의 가슴팍에서는 또한 붉은 피가 자꾸만 솟구쳐 흐르고 있다.
현무파천궁에게 매유진은 어떤 공격을 주문하고 있는 것일까?
자신의 목숨과 바꿀 수 있을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말이다.
하얗게 발광하는 화살은 종리우는 겨냥하고 있다.
아니 정확히는 그 언저리 모두를 대상으로 하고 있을 것이다.
고 오 오 오
현무는 더 이상의 설득이 소용없음을 안다.
자신의 주인이 선택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시 후에 벌어질 일에 대해서도 안다.
모든 공력을 모은 단 한 발의 화살을 끝으로 그녀 또한 쓰러질 것을 말이다.
“그간...
고마웠어.
현무...”
............ 안돼! 고작 저런 놈 때문에 네가............
현무의 솔직한 심정이다.
최고인 자기 주인이 이상한 놈팽이 같은 놈 하나 살리려고 목숨을 버리다니...
허나 주인의 뜻이기에 어쩔 수 없음 또한 운명이리라.
일촉즉발이다.
모든 기가 모아졌고 이제 시위만 놓으면 끝이다.
<반전>
바로 그때다.
매유진이 시위를 놓기 직전에 백강의 손이 그녀의 오른손을 잡는다.
동시에 현무에게 모아졌던 기는 사라진다.
백강의 작전은 그게 아니었던 거다.
돌파는 자신이 하겠다는 거다.
그러니 꼭 붙어서 뒤를 따라오라는 명령 아닌 명령을 내리는 백강이다.
그리고는 매유진의 대답을 듣지도 않으며 몸을 아래로 날린다.
목표는 종리우다.
한 번에 우두머리를 제압하겠다는 전략이다.
매유진은 필사적으로 소리친다.
지금 기를 사용하면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허나, 이미 백강은 저만치 쇄도하고 있다.
거의 수직 낙하랄까?
“호오... 지금 저를 돌파하시겠다고요?”
여전히 여유만만한 종리우다.
백강은 일단 종리우에는 미치지 못하는 거리에 착지한다.
들 썩
그때 뭔가 좀 이상하다.
백강이 내딛은 바닥 바로 뒤의 돌판 하나가 움직인다.
그러더니 갑자기 길다란 두 팔이 바닥에서 허공으로 솟구친다.
쌍검을 들고 있다.
백강을 뒤따라가던 매유진의 눈앞에서 검은 물체 하나가 땅에서 튀어오른다.
은신술이다.
그랬다.
조금전까지도 종리우 옆에 있던 인물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바로 무흔잠영이다.
그를 은신술의 대가라고 칭한다.
그가 바닥에 숨어 있다가 나타난 것.
백강의 등을 노리고 쌍검을 양쪽에서 찌르는 무흔잠영.
고요한 허공이 하나 있다.
그 공간의 왼편엔 무흔잠영, 중간엔 백강, 그리고 우측엔 종리우가 있다.
무흔잠영의 두 개의 칼끝은 백강의 목덜미를 향하고 있다.
그 셋의 거리는 불과 4미터 남짓...
종리우는 여전히 뒷짐을 지고 바라만 보고 있다.
마치 정지된 듯한 숨막히는 공간의 모습이다.
스 스 스
정지 상태에서 하나가 움직인다.
백강의 시선이다.
고개를 슬쩍 돌려 무흔잠영을 바라본다.
이미 매복에 이은 기습을 눈치챈 거다.
그러나 아직은 자신만만한 무흔잠영이다.
눈치챘다고 해도 거리는 너무 짧기에 절대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이라서다.
그러나 그것은 순전히 무흔잠영의 오만에 겨운 착각이었으니...
백강은 나름 여유있게 몸을 돌려 그 쌍검을 피해낸다.
이제는 백강이 무흔잠영의 등을 보고 있는 상태로 돌변한 것!
맨땅에 칼을 꽂고 마는 무흔잠영.
그도 나름 잽싸게 몸을 틀어 후방의 백강을 재차 공격한다.
허나, 상대는 백강이다.
세 번의 공격을 모두 피해냄과 동시에 그는 어깨에 지고 있던 한비광을 느닷없이 밀쳐내는 게 아닌가!
너무도 갑작스런 상황이다.
아무도 그것만은 짐작하지 못했지 않았을까?
심지어 종리우마저도 말이다.
갑자기 자신에게 날아드는 한비광... 정확히는 의식도 없는 몸뚱아리랄까?
아무튼 종리우는 얼떨결에 한비광의 등 한복판에 내공을 뿜어 막아낸다.
퍼 어 엉
덕분에 몸이 홀가분해진 백강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무흔잠영을 상대한다.
자유로워진 왼손에 한껏 기를 집결시키는 백강.
그것을 보며 자신이 여전히 더 빠르다고 믿고 있는 무흔잠영은 선제공격을 시도한다. 왜냐하면 그 둘 사이의 거리는 너무도 가까웠기 때문이다.
화 악
그때 뭔가 이상하다.
무흔잠영은 강력한 기운을 느낀다.
그것은 자신을 강하게 빨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백강의 왼손에, 마치 자석에 끌려가는 쇠붙이처럼 말이다.
허... 허공섭물?!!
무흔잠영이 그 무공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백강의 손가락 다섯 개는 그의 가슴에 푹 꽂히고 말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손가락 한 마디씩은 박혔으니 고통은 상당할 게다.
물론 동시에 피가 솟구치기 시작한다.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는 무흔잠영은 눈이 뒤집힐 것만 같다.
그리고 종리우...
한비광의 등판에 기를 뿜어 막아내긴 했는데...
아니 보기좋게 방어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그 순간에...
고 오 오 오 오 오
뭔가 심상찮다.
왜 녀석의 몸이 아직도 자신의 두 손바닥에 붙어있느냔 말이다.
한비광은 물론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다.
그런데 왜 손이 안 떨어지냔 말이다.
게다가 왜 느낌이 이렇게도 더럽냔 말이다.
그런 판국에 종리우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백강이다.
그의 왼손에는 무흔잠영을 달고 이쪽으로 쇄도하고 있다.
무흔잠영님은 죽었나?
저렇게 손가락이 꽂혀서 흔들거리고만 있지 않은가!
그나저나 녀석은 왜 이리로 오고 있는 거지?
그 찰나의 순간에 참 많은 생각을 한다.
공포감에 휩싸이는 종리우.
그는 일단 한비광을 패대기 치려고 한다.
두 팔을 힘껏 흔들어보지만 붙어있는 손은 떨어질 기미가 없다.
그런 와중에 어느새 녀석은 무흔잠영의 몸을 한비광의 가슴팍에 충돌시킨다.
자, 이 장면을 보자.
종리우는 두 팔을 죽 펴고 있다.
그의 두 손은 한비광의 등판에 쩍 달라붙어 있다.
한비광의 가슴팍엔 이제 무흔잠영의 등판과 맞닿았다.
그런 무흔잠영의 가슴엔 여전히 백강의 왼쪽 손가락 다섯 개가 박혀있다.
그렇게 또 하나의 명장면이 완성되었다.
그 충격에 눈을 번쩍 뜬 무흔잠영.
그는 쌍검을 쳐들어 백강을 향해 내리친다.
아니, 치려 했다.... 치고 싶었겠다...
콰 르 르 르
그러나 뭔가 괴상한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으니....
몹시 요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종리우도 무흔잠영도 느끼고 있는 그것!
............ 왜 급속도로 기가 빨려나가는 거지? .............
엄청난 굉음이다.
마치 천둥이 치는 듯하다.
동시에 무흔잠영의 몸은 마치 미이라처럼 변모하기 시작한다.
뿐만 아니다.
우드득 와드득 거리며 뼈와 관절이 부러지는 소리가 곁들여진다.
그것은 실제상황이었으니...
무흔잠영의 온몸에 성한 뼈는 없을 정도다.
게다가 순식간에 빨려나간 기 때문에 그의 육신은 그야말로 처참하다.
비명소리는 지옥에서나 나올 것만 같이 처절하다.
종리우 또한 무흔잠영의 비명소리를 듣고 있다.
허나, 그의 눈앞에는 한비광의 등판이 놓여있기에 그 앞의 장면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무흔잠영님이 저토록 고통스러워 하고 있단 말인가?
바로 그때다.
종리우 또한 자신의 몸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된다.
우둑 우두둑 우두두둑
고통이 동시에 수반되는 그 소리는 바로...
뼈와 관절이 부서지고 꺾이는 소리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력한 외력에 의해 그리되고 있는 거다.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아까부터 느꼈던 그 기분 나쁜 느낌이 점차 강력해진다.
두 손은 한비광의 등판에 달라붙어 도무지 떨어뜨릴 수가 없다.
자신의 모든 뼈마디가 부서지는 듯한 느낌에 이어 모든 기운이 송두리째 빨려들어가는 기분이다. 아니, 그것은 기분이 아니라 현실인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냐....
한비광은 여전히 의식이 없는 상태다.
허나, 이런 상황이 벌어짐에 따라 점차 그의 눈에 섬광이 번지고 있다.
종리우의 뒤편에 있던 무사들은 그저 망연자실, 쳐다만 보고 있다.
매유진의 눈망울이 한껏 커진다.
어떤 희망을 불씨를 본 것일까?
<에필로그>
드디어 한비광의 필살기(?)
흡기공이 펼쳐지고 있는 장면입니다.
많이 기다리셨죠?
우리의 한비광이 슬슬 정신을 차리고 있으니 다행입니다.
기력이 많이 쇠했을 테니...
일타쌍피!!!
한 번에 두 놈의 기운을 몽땅 빨아먹고 영차~ 하며 기운 차려야죠.
이거이거 이러다가... 무흔잠영의 은신술도 덤으로 얻는 건 아닌지? ^^
어쨌든 다음 이야기에는 한비광이 뭔가 활약을 할 듯하지요?
그래야지요.
암요!!!
댓글목록
jkyk님의 댓글
jky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캬아...... 비줴이님의 글은 언제 봐도 멋지군요. 작가로 데뷔하셔도 될듯 합니다. 비줴이님의 글로 다시보는 열강...... 항상 기다리고 있습니다. 좋은 글 항상 감사드립니다.
박사님의 댓글
박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항상 재미난 글 편히 앉아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