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강호 4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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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20130103
<프롤로그>
계사년이 도래했습니다. 용의 해가 가고 뱀의 해가 왔다는군요. 그것도 흑사랍니다. 별로 맘에 들진 않지만 매년 순서대로 오는 녀석들이니 그냥 그러려니 해야겠죠. 어쨌든 새해가 밝았다고 하니 새로운 마음으로 또 열심히 뛰어야겠습니다. 요즘 같은 맹렬한 강추위에 다들 건강 잘 챙기고 계신가요? 그저 몸이 재산입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계사년 첫 연재 열혈강호에 빠져볼까요? ^^
<검과 활>
안타까운 인질극이 벌어지고 있다. 아이들을 볼모로 한비광을 꼼짝하지 못하게 만드는데 까지는 일단 성공한 듯하다. 주완음은 한비광에게 검을 겨누며 발을 묶어 놓고 그 틈에 주완양은 응목에게 돌진한다. 단 칼에 베어버릴 듯한 기세다. 응목 또한 절박하다. 그가 허무하게 당해버리면 그것으로 한비광의 상황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생각에 그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자신에게 달려드는 주완양을 향해 화살 하나를 침착하게 시위에 걸어 힘차게 놓는다.
응목의 최선을 다한 화살은 맹렬하게 날아간다. 그러나 상대는 신지 고수다. 분명 화살은 주완양의 얼굴 한 가운데를 향해 쇄도하지만 그의 면전에서 화살은 두동강이 나고 만다. 주완양의 칼이 조금 빨랐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실력의 차이다. 그 여세를 몰아 돌진하는 주완양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칼을 등 뒤로 크게 젖힌다.
응목은 그러나 시간이 부족하다. 주완양의 속도가 너무 빠른 탓이다. 미처 두 번째 화살을 화살통에서 뽑아내지 못한다. 풍전등화 같은 운명이다. 주완양의 칼은 응목의 몸통을 세로로 두 동강 내버릴 기세로 달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윽고 주완양의 칼이 크게 궤적을 그리며 응목에게 꽂힌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황급히 몸을 뒤로 물리며 활을 방패삼아 일단은 막아낸 거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그 충격으로 응목의 몸은 뒤로 나동그라지고 득달같은 주완양의 손아귀에 목을 잡히고 말았다. 마치 닭모가지를 비틀 듯 그렇게 움켜 쥔 주완양은 다시한번 칼을 뒤로 젖혀 내리칠 준비를 한다. 그는 말한다.
“한번 공격하면 변초도 쓰지 못하는 무기가 활이야! 정말 단순하기 짝이 없지 뭐냐? 그런 걸 무기라고 쓴다니 말이야.”
이제 응목은 죽어야 할 시간이다. 마귀 같은 표정의 주완양은 칼을 내리친다.
그때다.
파 악
주완양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뭔가 이상하다.
그의 이마에 뭔가 있다.
그것은 바로 화살이다.
분명 응목의 화살은 아니다. 그러나 화살이다.
화살은 정확히 주완양의 이마 한 가운데를 관통해버린 것이다. 이윽고 그의 이마에서는 붉은 피가 뿜어져 나온다. 서서히 쓰러지는 그의 머리에서는 피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그 순간, 주완음의 행동 또한 이상해진다.
갑자기 머리를 움켜쥐며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땅에 무릎을 꿇으며 이마를 쥐어짜고 있는 주완음이다.
갑작스런 상황에 한비광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주... 죽여!! 애들을 전부 다 죽여버려!!”
주완음은 부하들에게 다급히 명령을 내린다. 그 말에 한비광은 놀라며 아이들에게 가려고 하지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주완음의 칼이 파고든다. 서둘러 막아내는 한비광. 그러느라 아이들을 구하러 갈 시간이 나지 않는다. 주완음의 명령을 받은 신지 무사들은 일제히 칼을 들어 아이들을 죽이려 하고 있다.
<매유진>
쉬 쉬 쉬 쉭
바람을 가르는 파열음이 대단하다. 정확히 대 여섯 개의 그 소리들은 각자의 공간을 찢으며 맹렬한 속도로 쇄도하고 있다. 그 소리를 인식하는 찰라와 신지 무사들의 머리와 몸통을 꿰뚫는 순간은 거의 일치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게다. 처참하다. 화살들은 하나같이 그들의 목구멍을 관통시키고 있는 게 아닌가! 피를 토하며 죽어 넘어지는 그들의 죽음에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을 수밖에 없다.
그 광경에 주완음은 거의 미칠 지경이다. 절규에 비명을 지르는 그다. 그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가늠하며 누군지 나오라고 외칠 뿐이다. 그보다 조금 먼저 그 주인공을 발견한 이는 한비광이다.
“응? 역시 너였구나...”
한비광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는 주완음의 시야에 여인 하나가 들어온다. 저 멀리 산 속 바윗길 부근에 당당히 서 있는 그 여인은 바로 매...유...진...!!
물론 그녀의 손에는 현무파천궁이 굳세게 쥐어져 있다. (오랜만이야, 유진 낭자! ^^)
그녀의 존재를 확인한 주완음은 미치기 일보 직전이다. 계집애라는 사실에 그러하며 저렇게 어린 계집애에게 당했다는 게 더욱 그러하며 그것도 그렇게 업신여기던 활 따위의 무기에 주완양이 허무하게 당했다는 사실이 더욱 더 그를 미치게 만들고 있는 거다.
이때, 한비광의 특기가 작렬한다. 바로 상대방 비꼬며 열받게 만들기 무공이다.
“네 실력으로 저 애를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그렇잖아도 미칠 지경인 주완음에게 부채질을 하는 셈이다. 닥치라며 냅따 칼을 찌르는 주완음이다.
파 아 앙
뭔가 이상하다.
그렇다.
한비광은 주완음의 칼을 맨 손으로 막아내고 있는 게 아닌가!. 그의 칼을 슬쩍 비켜 가격한 거다.
“너 같은 쓰레기를 상대하기엔 내 도(刀)가 아깝다!”
역시 한비광 다운 멘트다. 이어서 날린 그의 정권 한 방에 주완음은 이빨 두 어개 빠개지며 저만치 날아간다. 그 와중에 그는 생각한다.
........... 어... 어디서 이런 괴물들이 나타났단 말이냐? 어떻게 이런 괴물들이 신지 바로 코앞까지 왔는데도 모르고 있던 거지? ............
득달같이 달려드는 한비광의 발아래에 주완음은 뭔가를 던진다. 일종의 암기다.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작은 파편들이 한비광을 향해 날아간다. 일단 황급히 막아내기에 급급한 틈을 타서 주완음은 얼른 아이들 중 하나를 낚아챈다. 하필이면 그 아이는 응목의 아들인 슬기다. 슬기를 옆구리에 끼고 주완음은 달린다. 따라오면 이 애를 죽일 거라는 협박과 함께 그는 매유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주완음의 생각은 이제 극으로 치닫고 있는 거다. 벌써 형이 죽었고 부하들도 모두 죽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자기 혼자서는 도저히 승산은 없다. 그보다는 이런 상황을 빨리 신지에 보고 해야 하는 게 더 급선무라는 판단인 거다. 도망가기 위해서는 일단 저 활을 쏘는 계집애를 처치해야 한다는 게 또한 그의 계산이다. 이 년을 놔두고 도망치다가는 형처럼 당할 테니 말이다.
자기에게 달려들고 있는 주완음을 바라보는 매유진.
눈빛은 결연하며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다. 그녀는 말한다. 그만 애를 놓아주라고... 더 이상 의미 없이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런 말이 통할 리 없다. 주완음은 지금 매유진을 완전히 얕잡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생각은 점점 단순해진다. 나이 어린 계집애이니 실전 경험도 없을 테고 이렇게 마구 덤벼들면 일단 겁을 먹겠거니 하는 착각에 빠진 거다. 더구나 무기가 활이 아니던가! 응목을 상대할 때와 다르지 않다고 보는 거다. 더욱 좋은 것은 그의 손에는 인질이 있지 않은가? 그는 아이를 자기 앞에 돌려 세워 놓는다. 아이를 완벽한 인간 방패로 삼은 것이다.
매유진은 나지막히 읊조린다.
“어리석은 사람...”
그 말과 동시에 그녀는 화살을 시위에 걸어 힘차게 당겨 놓는다.
거기까지는 주완음의 생각대로 된 거다. 그 순간을 기다렸기 때문이다. 화살을 확인한 그는 슬기를 화살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집어 던진다. 이제 화살은 슬기를 향해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이대로라면 화살은 슬기의 가슴을 관통하고야 마는 순간인 것이다.
화살이 슬기를 꿰뚫는 순간을 간절히 확인하고 싶은 주완음이다.
그와 동시에 그는 슬기의 아래 방향으로 몸을 낮추며 공격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개의 화살을 날렸으니 이제 두 번째의 화살을 날리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계산이다. 이 계집애가 화살을 장전하기 전에 죽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뭔가 이상하다.
화살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는 게 아닌가!
화살은 슬기의 가슴 방향에서 살짝 휘어지는 궤적을 그린다.
그 방향은 바로 주완음의 목을 꿰뚫는 궤적이다.
뜻밖의 상황에 주완음은 경악한다. 그나마 신지의 고수급이기에 일단 칼을 뻗어 화살을 쳐내려 시도한다. 그렇다. 그런 시도까지가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매유진의 화살은 위풍당당하다.
주완음의 칼을 깔끔하게 관통하는 게 아닌가!
그러고는 곧바로 그의 이마 한 가운데로 향한다.
명중!!!
정확히 꿰뚫었다.
조금 전 그의 형이 당했던 것처럼 똑같은 자리에 화살에 구멍이 뚫리고 만 거다.
화살에 꽂혀 뒤로 한 참을 날아가는 주완음은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에도 절규한다.
........... 뭐... 뭐야? 내가 지금 뭘 본거지? 화살이라는 게... 변화가 가능한 거였어? 활이라는 무리가... 이렇게 대단한 무기였다고? ............
거기까지가 그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그리고는 아무 말이 없었다. 죽음이다.
머리에 있던 모든 피가 빠져 나온 듯, 그의 얼굴은 그야말로 피범벅이다. 주완음의 시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는 매유진! 그녀의 표정은 어둡다. 살생에 대한 죄책감일까? 그런 그녀에게 한비광은 소리친다.
“마음에 걸리는 거야?”
신경 쓰지 말라고 다독인다.
안 그랬다면 자기와 저 애들이 저런 꼴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한비광의 표정은 밝고 다정스럽다.
매유진을 바라보고 있는 까닭이다.
그윽한 눈길로 매유진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말한다.
“고마워. 그리고 잘 왔어. 매유진!”
그런 한비광을 쳐다보는 매유진의 표정 또한 한 없이 사랑스럽다.
마치 오랜만에 연인을 다시 만난 여인의 얼굴이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그렁거리며 그의 품에 와락 안기려는 것 같기도 하다.
“반갑다. 매유진!!”
<에필로그>
그렇습니다.
무림팔대기보가 지금 신지를 향해 모여들고 있지요.
신지로 가는 열쇠를 만들기 위해 그런 거지요.
한비광 또한 추혼오성창을 부르러 가는 길이었으니까요.
화룡도, 복마화령검, 패왕귀면갑, 그리고 지금 현무파천궁까지 네 개.
추혼오성창까지 더하면 다섯이군요.
그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들 중심에는 검황까지 있으니 정말 무슨 일이라도 날 기세군요.
그들 모두가 신지로 들어가는 걸까요?
매유진은 또 왜 이렇게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변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