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다.
요란한 날갯짓 소리가 아래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게 아닌가.
방심하고 있는 한비광은 깜짝 놀라 황급히 몸을 살짝 뒤로 뺀다.
그것들은 바로 응목이 얘기했던 영험하다는 큰산 까마귀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던 한비광은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두 손이 허전한 것!
좀 전까지 한 손에는 고기조각을, 다른 한 손엔 고기가 들어 있는 보자기를 들고 있었는데 지금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은 거다. 바로 큰산 까마귀들이 순식간에 낚아 채 달아나고 있는 거다. 한비광은 버럭 소리를 질러보지만 어쩌랴. 오히려 까마귀 똥 한 덩어리가 철썩~ 하고 그의 이마에 명중된다.
이제 한비광은 아무도 말리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먹을 것을 강탈당했을 뿐만 아니라 새똥 세례까지 받았기 때문이다.
이마의 새똥을 스윽~ 닦아내며 한비광은 이를 바드득 간다.
그러더니만 최고의 스피드로 몸을 도약한다.
마치 허공에 계단이라도 있는 듯이 성큼성큼 두 다리를 번갈아 짚어가며 큰산 까마귀를 향해 돌진하는 게 아닌가. 이를 밑에서 지켜보고 있던 담화린을 비롯한 일행들은 놀라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거의 날아가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야! 이, 미친 까마귀 새끼!! 통구이로 만들어 버린다!!!”
참 놀랍다.
한비광의 경공은 진정 무림 최고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잔뜩 열 받은 한비광의 손아귀에 고기가 든 주머니를 입에 물고 있던 큰산 까마귀의 목덜미가 붙잡히고 만다.
그런데.....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까마귀를 잡은 것 까진 좋았지만 그러느라고 너무 높이 쫒아갔던 거다.
날개도 없는 것이 말이다.
어서 경공술을 쓰지 않는다면 속절없이 추락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때다.
한비광의 시야에 들어오는 파노라마 광경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다섯 용의 둥지!!!
큰산 까마귀를 잡느라 더욱 더 높은 위치까지 오르고서야 겨우 발견해 낼 수 있었던 바로 그 단서가 아닌가. 참으로 장관이다. 세상의 끝이라는 절벽을 향해 다섯 줄기의 바위산들이 줄을 맞춰 일사불란하게 뻗어 있는 형국이다. 어떻든 까마귀 덕분에 발견하게 된 거다.
그런데 한비광이 그런 생각과 감탄을 하는 동안 일은 벌어지고 있었다. 바로 추락이다. 조금 전에 경공을 펼쳐야만 했다. 그 타이밍을 놓치고 만 거다. 그가 쓰려고 했던 경공은 능공허도였다. 즉, 허공에서 유유자적할 수 있는 최고 절정의 경공술이다. 한비광은 아찔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미 추락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 실수다! 이미 추락에 가속이 붙어버렸어. 이 상태에서라면 능공허도를 펼치더라도 추락하는 걸 막지 못해!! ............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한비광은 정신줄을 놓기 직전에 큰산 까마귀를 인식한다. 그것도 자신의 손아귀에 목덜미를 잡혀 소리를 지르고 있는 까마귀를 말이다. 우리의 한비광은 특유의 재치(?)를 발휘한다. 까마귀의 두 발을 움켜쥔 것이다. 사람 몸집과 비슷한 크기의 까마귀는 나름 살아보려고 죽을힘을 다해 날갯짓을 해댔고 그 덕분에 추락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 게 된 거다. ^^;
무사히 착지에 성공한 한비광은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쉰다.
.............. 휴... 다행이다. 경신술을 써서 몸을 가볍게 했는데도 추락 속도를 감당하지 못했는데 이 놈 덕분에 살았어 .............
2. 신지로 통하는 입구
한비광은 일행을 이끌고 조금 전 하늘에서 발견한 그곳으로 안내한다. 그들이 당도한 곳은 크기가 축구장 절반 정도인 평지다. 주변엔 온통 바위와 돌덩이로 가득하지만 그 곳만은 평평하다. 신기하긴 했지만 역시 입구라고 보이는 동굴은 비슷한 것조차 보이질 않는다. 사방에 흩어져 찾아보라는 지시를 내리는 한비광이다.
그러는 사이에 담화린 또한 주변을 살핀다. 마침 그녀 눈에 들어온 것은 유난히 반질거리며 아주 동그랗게 생긴 커다란 바위다. 마치 영락없는 알 모양이다. 아주아주 커다란 새의 알 말이다. 혹시 용이 존재한다면 용의 알이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다. 담화린은 무심코 그 바위에 엉덩이를 걸치며 기댄다.
기 우 뚱
바로 그때다.
그녀의 동작에 바위가 반응하는 게 아닌가!
드 드 드 드 드
엄청난 굉음이 나기 시작한다. 그 소리는 바로 담화린 앞의 바닥이 두 조각으로 갈라지는 소리다. 동시에 한쪽 바닥이 지하로 툭 떨어지는 게 아닌가. 바닥이 꺼진 것은 아니다. 마치 지상의 바닥이 지하 1층까지 이어지게 하기 위해 한 쪽이 45도 각도로 내려가 자연스레 길이 되어버린 모양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갑자기 땅이 흔들리는 통에 쓸려 내려가게 된 한비광과 응목 그리고 일행 두어 명은 그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만 입을 떡 벌리고 만다.
그것은 바로 커다란 동굴이었다. 폭이 10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고 높이는 어른 키의 두 배는 됨직한 아주 큰 규모의 땅굴이었다. 게다가 천정에는 야명주가 촘촘히 줄을 지어 박혀 있으니 사물 식별에 전혀 문제가 없지 않은가! 한비광과 응목은 잠시 할 말을 잊는다. 이것이 바로 지금까지 이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입구다. 동령에서 신지로 곧장 이어지는 단 하나의 지름길인 것이다.
<에필로그>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군요.
신지로 통하는 지름길입니다.
무림을 정벌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기에 신지에서 그토록 신경을 쓰고 있는 유일한 통로지요. 아시다시피 신지 쪽 입구는 현재 검황이 늠름하게 지키고 있는 상황이구요. 이제 동령 쪽에서의 입구 또한 발견 되었습니다. 이제 어떻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