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강호 417화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2012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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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날씨가 미친 게 분명하죠?
이렇게 더울 수는 없는건데 말입니다.
어떻든 폭염에 맞서 싸우지는 마시고... 잘 견디시길 바랍니다.
조금 있으면 크리스마스잖아요. ^^;
1. 목숨을 건 대결의 서막
풍연과 한비광의 대결 1라운드는 그렇게 끝이 났다.
실력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막상막하였던 두 사람의 대결은 풍연의 회심의 일격으로 싱겁게 마무리 된 거다. 그의 초식을 단번에 알아본 사람은 담화린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장백검법이기 때문이다. 그걸 어찌 모르랴. 검황 할아버지가 자주 보여주셨던 그 초식을 말이다.
축기회류!
그 무공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리라고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풍연으로서도 조금은 놀랄 일이다. 여자처럼 생긴 남자를 보는 순간 풍연은 직감적으로 남장여자임을 알아챈다. 어떻게 알아봤을까? 축기회류 초식은 상대의 공격을 기의 형태로 모아 두었다가 한꺼번에 돌려주는 검황의 무공이다. 그걸 제대로 얻어 맞은 한비광은 풍연의 예상대로라면 거의 실신해 있어야 맞는 거다. 그러나 담화린은 표정에 여유가 가득하다. 그 정도의 공격으로는 끄떡하지 않을 한비광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 자신감을 내보이는 담화린은 한 마디 덧붙인다.
“당연하죠! 그렇게 미숙한 축기회류로는 저 사람에게 상처도 제대로 내지 못해요.”
그 말에 살짝 빈정 상하는 풍연.
이내 코웃음을 치며 대꾸한다.
“야, 이거... 생긴 건 예쁘장하게 생겨서 너무 건방진 거 아냐?”
그때다.
벽력같은 외침이 풍연의 등 뒤에서 울려 퍼진 것은!
“수작 걸지 마라, 내 애인이다!!”
그 일성과 동시에 풍연은 어떤 커다란 기운을 감지한다.
바로 한비광이 그의 등 뒤에서 도약하며 자신을 향해 쇄도하고 있음을 말이다.
마치 화룡도의 힘을 빌려 기습을 감행하는 듯한 양상이다.
그러나 풍연으로서는 전혀 놀랍지도 긴장되지도 않는 상황이다.
이미 모두 파악이 되는 까닭이다.
가볍게 코웃음을 치는 풍연.
그는 뇌까린다.
무식하게 신물의 힘에 의지한 공격이냐고...!!
그런 공격은 의미가 없다고 말이다.
재빨리 몸을 틀어 자신에게 꽂히는 한비광의 공격을 막아내는 풍연이다.
그것은 분명 막...아...내...는... 상황이었다.
그는 나를 공격했고 나는 그것을 간파하고는 아주 우습게 막아냈다.
그렇게 한 거라고 풍연은 생각했다.
그러나.......
이게 어찌 된 일인가!
팡
무슨 소리?
검과 검이 맞부딪쳐야 할 그 공간에는 그러나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풍연의 검이 허공을 무의미하게 가르는 그런 파열음이 전부였다.
분명 자신을 향해 쇄도하고 있다고 감지했던 한비광은 없었다.
대신, 한비광은 저만치 멀리서 이쪽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꿈쩍도 하지 않은 채 말이다.
그런 풍연의 호들갑을 바라보고 있던 한비광이 염장 지르는 한마디를 날린다.
“뭐 하 냐 ?”
순간적으로 뻘쭘해진 풍연.
동시에 식은땀이 몇 방울 맺힌다.
쪽팔리기도 하거니와 저 멀리 그저 서 있는 녀석이 어떻게 조금전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것으로 착각을 했는지, 어리둥절할 뿐인 거다. 마른침이 절로 꿀꺽 삼켜진다.
................. 움직이지 않았어? ..................
그러거나 말거나....
한비광은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면서 말을 건다.
“일단 내가 사과하지.”
웬일인지 순순히 사과를 하며 예의를 갖추는 거다.
조금 전에는 열을 받아서 너무 섣불리 상대한 거 같다는 거다.
이제부터 진지하게 상대할 테니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거다.
화룡도를 들고 우뚝 서 있는 한비광의 모습이 늠...름...하...다...!!
풍연은 순간적으로 헷갈린다.
조금전의 그 엄청났던 기운은 다 어디로 갔는가?
지금 저렇게 서 있는 걸 본다.
그 기운이 거짓말처럼 가라앉아 있는 모습을 본다.
풍연은 재빨리 머리를 회전시킨다.
이 사태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해보는 거다.
화룡도라는 신물을 그저 가지고 있는 놈이라고 판단했었다.
그래서 그 신물의 힘에 의지해서 날뛰는 녀석이라고 봤다.
그런데 지금 보니 아니다.
그런 게 아니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신물에 의지하는 게 아니다.
신물을 자기 마음대로 다룰 줄 아는 수준이라는 증거가 아닌가.
조금 전의 그게 단서다.
조금의 미동도 하지 않았으면서 마치 공격을 감행하는 듯 그런 기운을 순간적으로 퍼부었지 않은가 말이다. 내가 그것을 혼동할 정도니...
이 녀석....
그렇다면 진짜 실력은 보통이 아니다.
풍연은 점점 긴장의 강도를 높혀간다.
그의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이 한 마디!
.................. 이거, 제대로 싸우려면 목숨을 걸어야겠군! ......................
한비광은 그런 풍연의 심리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건들거린다.
“어라? 이거 갑자기 표정이 굳었네? 왜 그러시나?”
풍연은 결심을 하는 듯하다.
다시 기를 끌어모으기 시작한다.
고 오 오 오 오 오
그런데 이번의 기운은 아까와는 딴판이다.
훨씬 더 강하다.
그러면서도 무겁다.
풍연은 마침내 입을 연다.
이번에는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한비광의 눈에는 그저 시원찮다.
풍연의 결의에 대한 한비광의 비아냥 작렬의 대사는 이렇다.
“아하, 이제 보니... 너, 죽는 걸 겁내고 계셨던 거구만!”
고 오 오 오 오
그러면서 한비광 역시 기운을 잔뜩 끌어 올린다.
풍연의 기운과 전혀 꿀리지 않는 그런 강맹하면서 무거운 기운이다.
그런 한비광의 자세를 보고 있는 풍연의 입가에 알듯말듯한 미소가 번진다.
무사로서의 전투 본능이 꿈틀거리고 있음이다.
오히려 고맙다는 투다.
“너 같은 놈... 처음 본다. 항상 고만고만한 놈들과 싸우다 보니 이제 질렸다는 느낌이었는데 말이야. 너도 그렇고 그 늙은이도 그렇고 중원놈들은 너무 재밌어.”
풍연의 입 꼬리가 살짝 더 치켜 올라간다.
그의 눈매 또한 살기를 머금고 있다.
한 번 해보자는 거다.
목숨을 건 진짜 대결을 말이다.
한비광과 풍연은 불과 십 여 미터 남짓 떨어져 있을 뿐이다.
그 두 사람 사이의 공간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주변 사람들 모두 그러한 형국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있다. 사람이 이런 수준까지 오를 수 있음을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하는 상황인 거다.
모두가 풍연과 한비광의 대결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엄청난 기운을 내뿜는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에 숨을 죽이고 있었다.
곧이어 벌어질 무지막지한 대결을 마른 침을 삼키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것 사람 하나 있었으니 바로 담화린이다.
무심코 고개를 돌려 본 그녀는 당황한다.
바로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그가 없기 때문이다.
한비광에게 점혈 당하여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을 바로 관은명이다.
그런데 지금 그가 없다.
사라졌다.
응목 또한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고개를 두리번 거리는 그들이다.
응목이 다행히 발견한다.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는 응목과 담화린.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그곳에 관은명이 있는 것.
바로 한비광의 머리 위에 말이다.
풍연과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는 한비광의 머리 위, 5~6미터 상공에 있다.
특유의 고무팔을 이용하여 자기 몸보다 서너 배는 족히 큰 뾰족한 바위덩이 두 개를 각각 쥐고는 한비광을 내리찍으려는 찰나가 아닌가. 관은명의 능력은 참 신기하고 재미지다. 던져버리면 될 것을 굳이 손에 꼭 쥐고 점프를 해서 내려가고 있는 중이니 말이다.
어떻든 그 장면을 응목에게 들켜버린 관은명이다.
동시에 담화린도 보았다.
한비광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일단 몸을 날린다.
응목이 제지하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다.
응목은 재빨리 화살 세 개를 꺼내 장전한다. 일타 쓰리피?
육중한 화살들은 관은명을 향해 정확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간다.
그대로 있다가는 꼼짝없이 몸통에 화살을 맞을 순간이다.
허나 그 정도에 당할 관은명은 아니다.
양 손에 들고 있던 바위로 얼른 화살을 저지시킨다.
마치 박수를 치듯, 두 개의 바위로 화살들을 붙잡는 모양새다.
그냥 화살만 막아내려 했던 관은명이었다.
그러나 응목의 화살은 그보다 훨씬 강했다.
두 개의 바위를 산산조각 내는 게 아닌가!
예상 못한 상황에 관은명은 약간의 타격을 입고 뒤로 튕겨져 버린다.
다시 자세를 잡고는 재차 한비광을 향해 돌진한다.
복수심에 불타 있는 거다.
그와 동시에 담화린이 당도했다.
관은명의 돌격에 정면으로 맞서는 상황이 된 거다.
오직 한비광을 구하기 위해 뛰어드는 그녀.
일촉즉발이다.
이제 관은명과 담화린의 대결이 펼쳐지려는 순간이다.
바로 그때!!
두 사람은 순간적으로 몸이 얼어붙는 듯한 충격을 받는다.
............... 이게 뭐하는 짓이냐!! .................
마치 공간을 갈가리 찢어버리기라도 할 듯한 엄청난 울림이다.
움찔하며 짧은 신음을 뱉는 두 사람이다.
그 울림이 어찌나 컸든지 주변의 무사들이 모두 지진의 떨림을 느낄 정도다.
얼른 정신을 차리고 그 울림의 정체를 알아채는 담화린이다.
그것은 바로 사 자 후 !!
그야말로 간담을 서늘케 하는 강한 기운이다.
그 기세에 눌려 일순간 얼음처럼 몸이 굳는 관은명은 황급히 풍연을 쳐다본다. 이미 얼굴은 잔뜩 겁에 질려 있는 표정이다. 한비광 역시 이 상황에 대해 한 마디 거든다. 풍연이 제지시키지 않았다면 한비광 또한 저 문어 녀석을 피떡으로 만들려던 참이었다고 말이다. 관은명으로서는 피가 끓는 치욕스런 말을 들은 셈이지만 풍연의 눈초리는 여전히 그를 향하고 있으니 어떤 행동도 결행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차가운 표정으로 관은명에게 말을 던지는 풍연.
내가 우스워 보이냐는 거다.
그렇지 않다면 왜 나의 대결을 이렇게 무시하느냐는 불만이다.
너무도 추상같은 그 말에 관은명은 모든 상황을 받아들인다.
지금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너무도 잘 아는 까닭이다.
만약 여기서 단 한 발이라도 더 행동을 취했다가는 풍연이 자신을 순식간에 걸레처럼 찢어버릴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즉시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관은명이다.
그 모습을 보고 겨우 분노를 달래는 풍연.
“됐다! 이미 흥은 깨졌어!”
칼을 칼집에 철컥~ 집어넣는 풍연이다.
그리고는 저만치 있는 상자를 집어 들고는 앞장서서 걸으며 관은명 또한 신지로의 복귀를 명한다. 그런 그의 등 뒤에 대고 한비광이 소리친다.
“어이! 그건 곤란하지.”
그 상자에 대한 욕심이랄까?
자기가 관은명을 이겨서 얻은 물건이니 그건 놓고 가라는 뜻이다.
그러나 풍연 또한 호락호락 그 상자를 줄 생각은 없다.
뭔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힘차게 도약하여 멀어져 간다.
그 말은 이랬다.
“이걸 가지고 싶다면 신지까지 와서 찾아가라. 물론 네가 살아서 올 수 있다면 말이다!”
한비광은 쫓으려 하나 담화린이 급히 말린다.
응목 또한 한 목소리다.
뭔가 이상하다는 거다.
신지에서는 마치 우리가 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는 거다.
그렇다면 몰래 신지에 잠입한다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신지를 향해 가는 게 맞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그에 대해 한비광은 명쾌하게 결론은 낸다.
오히려 기다려 주는 놈이 있으면 더 신난다고 말이다.
그래야 박살 내 버릴 의욕이 솟는다고 말이다.
“자! 자! 어서, 우리를 기다리는 놈들한테 가보도록 하자구.”
응목의 염려를 한 방에 잠재우고는 다시 앞장 서서 걷는 한비광이다.
물끄러미 후미에 서서 조금 전 그 대결이 펼쳐졌던 장소를 바라보는 담화린.
근심이 가득하다.
신지 무사들의 대단한 실력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까닭이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 같은 실력으로 저런 괴물 같은 자들이 우글거리는 곳에 가는 게 정말 괜찮을지에 대한 염려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담화린이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추스르는 그녀다. 아까의 그 말 한마디 때문이다. 풍연이 말 한 그 한 마디 말이다. 풍연의 입에서 분명히 ‘그 늙은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가 바로 할아버지가 아닐까 하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는 담화린이다.
2. 검황의 독백
가히 첩첩산중이요 기암절벽이 그야말로 깎아지른 듯하다.
이런 것을 보고 천연의 요새라고 하는 거다.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는 병풍 같은 절벽으로 가로막혀 있는 그곳.
그 정상에 작은 오두막 집이 있다.
그리고 그 절벽 끄트머리에 한 남자가 우뚝 서 있다.
커다란 망토를 날리며 하얀 수염이 멋진 그 사람, 바로 검황이다.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얼마 전 신지 무사들이 쳐들어 왔고 혈투가 벌어졌었던 바로 그 곳이다.
종리우가 패퇴하고 돌아갔지만 그곳에는 이미 많은 수의 신지 무사들이 죽어 널브러져 있다. 피비린내가 진동을 한다. 스산한 분위기다. 검황은 그런 참혹한 광경을 바라보며 다시 하늘로 고개를 돌린다.
............... 이렇게까지 무모해지다니.... 이제, 버티는데도 한계에 달했다는 뜻인가...? ................
검황의 독백은 오늘따라 한없이 쓸쓸하고 외롭다.
<에필로그>
덥긴 덥네요. 헥헥헥~~~
검황의 독백에서 많은 것들을 생각해봅니다.
신지의 대규모 공격이 재차 벌어질 것을 예감하는 모양입니다.
신지가 결국 중원을 정복하기 위해 출정을 감행할 것을 감지하는 거지요.
그야말로 신지의 최고수들이 모두 동원된다면, 그때는 검황 조차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임을 알고 있는 겁니다. 이곳이 뚫린다면 중원까지는 파죽지세로 도달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지요. 중원이 또 다시 엄청난 피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될 것을 우려하는 검황의 깊은 탄식이 계곡에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