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강호 447화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20131222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프롤로그>
지난주에 해외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이번엔 몽골리아라는 나라였지요.
물론 처음 가 본 곳이었고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광활한 평원 어딘가에 지어진 게르에서 하룻밤을 지내면서 몽골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습니다. 너무 짧은 일정이었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지만, 그 여운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영하 30도의 추위와 그 적막함과 아름다운 월출과 일출과 일몰과 하늘 가득한 별들을 말입니다. 여행은 이런 것이구나 싶었지요.
우리 열강 회원님들과도 부지런히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혹시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를 하신다면 친구맺기 환영합니다. ^^
<월령>
그녀가 나타났다.
그것도 신지에서, 게다가 환종의 본부에서, 더군다나 환존 앞에 그녀가 있는 게 아닌가? 풍연은 별 생각 없이 다시 환존을 찾았다. 그에게 뭔가를 더 배울 심산이었다. 바로 오늘이 그 망토 녀석과 재대결하기로 한 열흘째인 까닭이다. 풍연은 그러나 그 입구에서 환존에게 뭔가를 보고하고 있는 그녀를 보게 된다.
그녀는 월령이다.
힐끗하고 풍연을 곁눈질하더니 월령은 그 특유의 은신술로 스스슥 하며 사라진다. 풍연은 의아하다. 본전 쪽 일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 월령이 지금 환존과 함께 있는 모습이 이상스러울 수밖에 없다. 환존은 말한다. 아주 재밌는 소식을 전해주려고 왔다고 말이다. 월령이 전해준 소식은 뜻밖에도 한비광과 담화린 이야기였다. 지금 신지 외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소상히 전해준 거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들이 팔대기보의 주인이 아닌가 하는 소문까지 덩달아 퍼지고 있다는 거다.
게다가 철혈귀검이 그들을 치기위해 출발했다는 소식은 풍연에게도 충격적이다. 십대검존 중 ‘임철곤’이 직접 나섰다는 뜻이며 그 휘하 천검대가 같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보통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대목에서 풍연은 급히 태도를 바꾼다. 급한 일이 생각나 이만 돌아가야겠다고 인사를 한 후 쏜살같이 나가버리고, 그런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환존에게 그 수하는 염려를 한다. 저렇게 그냥 돌려보내도 괜찮겠냐는 거다. 환종으로서는 매우 부담스런 존재가 풍연인 까닭이다. 그러나 환존은 이런 상황을 반기는 눈치다. 그는 오히려 이 신지에 무슨 바람이 불지 기대를 하고 있지 않은가!
<철혈귀검, 풍연 그리고 혈뢰>
그의 명성은 신지에서도 제법인 모양이다. 풍연이 그렇게 긴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철혈귀검 임철곤은 특히나 치밀하고 집요하기로 소문이 나 있는 때문이다. 게다가 천검대까지 이끌고 갔다면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풍연으로서는 얼른 가서 그 상황을 수습해야만 하는 절실함이 앞서고 있는 거다. 그곳에는 바로 담화린이 있지 않은가! 절대 다치면 안 되는 그녀란 말이다.
역시 임철곤이다. 예상보다도 훨씬 더 먼 거리에서부터 부대의 산개를 지시하고 있으니 말이다. 천검대를 동원한 이상 절대 일을 망쳐서는 아니 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대규모 포위작전이다. 어느 정도 접근하자 임철곤은 이상함을 느낀다. 이정도 규모의 움직임이라면 상대방도 벌써 눈치를 챘어야 맞고 또 뭔가 기척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너무도 고요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다.
쩌 어 엉 쩌 어 엉 쩡 쩌정
온 산을 쩌렁쩌렁 울리는 굉음이 시작되는 게 아닌가!
그 소리는 정황을 살피고 있던 임철곤에게도......
담화린을 도와주기 위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던 풍연에게도......
그리고 혈뢰에게도 생생히 들리고 있었다.
혈뢰?
분명 혈뢰라 했다.
그가 맞다.
높고 높은 절벽 위에 우뚝 서 있는 한 사내.
그리고 그 뒤에 불쑥 모습을 드러내는 금자현이 있다.
궁종의 후배라며 깍듯이 예를 갖춰 인사하는 금자현을 혈뢰 또한 반가운 표정을 억지스레 짓는다. 이런 곳에 나타난 혈뢰가 금자현에게는 좀 의아스럽다. 그도 그럴것이 혈뢰는 얼마 전 신지의 주군이신 그분에게 실력을 인정받아 영광스럽게도 본전에서 일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실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신지는 어떤 곳인가?
8대 종파를 통일시킨 신지 검종의 천하가 아니던가!
그런 검종의 수장이자 신지의 수장인 그분에게 도종의 후예가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엄청난 일이기 때문이다. 혈뢰는 바로 도종의 후예다.
혈뢰 또한 신지에 떠도는 소문을 듣고 나타난 참이다. 그 소문이란 것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수가 며칠째 대결을 벌이고 있으며 게다가 팔대기보의 주인일 수 있다는 소문이다. 그것은 굉장한 파괴력을 지닌 소문이라는 뜻이다. 검종 천하가 되어버린 신지에 예전의 영광스럽던 팔대기보의 주인들이 돌아온다면 뭔가 답답한 지금의 신지를 바꿔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비단 금자현 뿐만 아니라 타종파 사람이라면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한 상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자현은 설명을 계속한다.
며칠 전, 이 근처에서 그 고수들의 일행인 듯한 궁사와 대결을 했었는데 그 수준이 범상치 않았고, 후에 궁종의 선배들에게 대결 현장을 보여주니 그것은 분명 궁종의 신물인 파천궁이 만든 흔적이 틀림없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고수들의 대결 장면 또한 목격했는데 멀리서 보기에도 엄청난 고수들임을 단번에 느꼈다는 거다. 특히, 도를 쓰는 자가 있었는데 그 뿜어내는 기운이 장난이 아니었으며 그래서 혹시 그것이 바로 도종의 신물인 화룡지보가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는 멘트까지 곁들인다. 그러자 혈뢰는 대뜸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훗! 그럴 리 없지. 그때 본 그분의 수준으로는 여기까지 오려면 아직 한참 무리니까 말이야”
혈뢰는 지금 본능적으로 한비광을 떠올리고 있는 참이다.
그러나 그의 실력은 혈뢰가 보기엔 여전히 터무니없는 수준이기에 그자가 한비광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한 것이다. 허나 도를 쓰는 자가 있으니 일단 관심을 가져는 보는 혈뢰다. 천검대까지 출동했으니 무리없이 잡아올 테니 그때 보긴 해야겠다는 그저 그런 반응일 뿐이다. 허나, 금자현은 느끼고 있다. 아무리 천검대라 해도 그 두 사람의 실력은 생각보다 상당히 강하므로 그리 호락호락 붙잡히지는 않을 거라는 직감 말이다.
쩌정 쩌 어 엉 쩡 쩌저엉
온 산을 흔들거리게 할만큼 엄청난 박력이다.
그 굉음에 혈뢰의 표정은 일순간에 굳어진다.
금자현은 그 타이밍에 맞춰 한 마디 거든다.
이 정도라면 자기 말이 맞지 않겠느냐는 거다.
그제야 혈뢰도 인정한다.
저곳에 있는 자들이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신지 천검대 쯤은 신경도 쓰지 않는 놈들이라는 것은 확실히 알겠노라고 말이다.
<마지막 수련>
매유진의 눈동자가 좌로 우로 바쁘게 이동하고 있다.
그녀는 중간에 앉아 한비광과 담화린이 수련하는 모습을 열심히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얼추 대결을 마치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정리의 시간을 갖는 그들이다. 이것으로 그들이 계획했던 천마신군과 검황의 대결을 다 살펴보긴 한 것이다.
담화린은 검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그녀는 뭔가 의아하다.
할아버지의 대결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봤는데 이렇게 복기를 전부 해보니 뭔가 이상한 점이 느껴진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그녀로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라면, 분명 엄청나고 치열한 두 사람의 대결이었지만 그건 살의에 가득찬 싸움은 아니라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 담화린이다.
역시 한비광과는 급이 다른 느낌의 소유자다.
그녀는 말을 이어간다.
공격과 공격이 이어지는 사이에 빈틈도 꽤 많았을 뿐만 아니라 어떤 부분은 일부러 초식을 한 번씩 번갈아가며 주고받은 듯한 느낌도 있다는 거다. 만약 상대를 죽이기 위한 대결이었다면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초식들이라는 결론이기에 더욱 의심스러운 것이다. 그러자 그제야 한비광도 뭔가의 느낌을 답한다. 그 역시 그때 두 사람이 대결하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 크게 악의가 느껴지지는 않는 대결이었다고 말이다. 분명 무시무시한 무공이긴 하지만 그 분위기는 흡사 뭐랄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한 느낌?”
이쯤에서 매유진이 끼어든다.
그것이 바로 매유진의 솔직한 느낌인 까닭이다.
한비광과 담화린이 재연해 보인 대결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뭔가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만 같았다는 거다. 마치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이 그간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한가한 느낌을 매유진은 느끼고 있었던 거다.
그런 상황들을 조합해보니 분명 뭔가 이상스럽다.
혹시 검황과 천마신군 사이에 남들은 모르는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건 아닐까?
<풍연>
“헉! 헉!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아우, 힘들어!!”
그때다.
저만치 절벽 위에서 풍연이 냅다 소리를 지르고 있다.
다행이랄까? 그가 먼저 도착했다. 풍연은 서둘러 피하라고 다그친다. 천검대가 몰려오고 있으니 피하는 게 상책이란다. 자기가 일단 천검대의 시선을 끌어볼 테니 그 틈에 여기를 빠져 나가라는 거다.
“그렇게는 못하겠는데? 오늘은 그 망토놈과 재대결을 하기로 한 날이라구!”
한비광은 너무도 태연자약하게 말한다. 지금 이 자리를 피해버리면 그 놈에게 패배를 인정한 거나 마찬가지일 테니 절대 그렇게는 못한다는 입장이다. 풍연으로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기껏 헐레벌떡 달려와 상황 설명을 했건만 이건 뭐 마이동풍 격이니 말이다. 게다가 지금 온통 사방에 천검대 무사들로 가득 포위가 된 상태인데 이런 상황에 그 망토놈이 다시 올 리가 없지 않느냐는 거다.
“올거야! 틀리없이!!”
허나, 한비광은 추호의 망설임이나 의심도 없다. 분명히 그 놈은 약속 장소에 약속 시간에 나타난다는 확신이 갖고 있는 한비광이다. 그것이 바로 한비광 특유의 똥고집(?) 혹은 본능적인 느낌이다. 그 정도 무사라면 아무리 천검대의 숫자가 많다고 해도 그런 머릿수 따위에 겁을 먹는 인물은 아니라는 거다.
풍연의 마음을 몰라주는 사람은 또 있다. 바로 담화린이다. 그녀만이라도 이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