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강호 529화 --- 파천궁의 진각성 그리고 파천집멸시
페이지 정보
작성일2017-08-19 17:34 조회25,316회 댓글0건본문
열혈강호 529화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170819 매미는 목청을 돋우고 집 나간 식욕은 아니 돌아오고...
<프롤로그>
잠깐 폭염이 숨을 고르니 여름의 막바지라고 믿고 싶어지는 요즘입니다.
에어컨 도움 없이 잠을 청할 수 있어 그나마 좋은 요즘이기도 하지요.
여름 휴가는 다들 다녀 오셨나요?
앞 뒤 베란다 창문을 모두 여니 맞바람이 제법 시원함을 느끼게 합니다.
판상형 아파트의 장점이죠.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는 대부분 타워형이라 이런 맞바람을 맞기 힘들답니다.
아무튼 매미의 합창을 억지로 감상하며 이번 스토리를 풀어봅니다.
<파천집멸시>
“부탁하네.”
천마신군의 첫째 제자인 백강이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잔뜩 시위를 당기고 있는 젊은 여인에게 간청하고 있다.
화살의 목표는 다름 아닌 천마신군 셋째 제자인 진풍백.
자신의 가족을 죽인 원수에게 복수를 외치며 시위를 당기고 있는 매유진.
죽일 테면 죽여보라며 너무도 능글맞고 뻔뻔하게 도발을 하고 있는 진풍백.
사실은 그것이 진풍백 스타일이다.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하지 않는 대쪽같은 성격이 아닌가!
사실은 그렇지만은 않다.
사음민과의 사력을 다한 대결로 인해 지금 제대로 서있기도 힘든 상태다.
거의 모든 진기를 다 소모하는 바람에 그렇다.
게다가 그놈의 발작 증세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상황은 더더욱 거지같다.
모양 빠질까 두려워 이를 악물고 간신히 버티며 서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젠 이 빌어먹을 삶을 마무리하고픈 마음이 간절하기도 하다.
가족의 복수를 한다며 화살을 겨누고 있는 저 어여쁜 여인이라면 나쁘지 않다.
누군가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죽음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여도 좋으리라.
그것이 지금 진풍백이 바라고 있는 상황의 전부다.
진풍백은 그런 사내다.
그런데 돌발상황이 벌어졌으며 그것은 진풍백에게 또한 거지같다.
스승님을 제외하고는 가장 존경하는 첫째 사형이 왜 저러시는 걸까?
새파랗게 어린 여자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말도 안되는 상황.
천마신군의 첫째 제자가 어찌 저럴 수 있는지 진풍백은 이해불능이다.
게다가 사형은 지금 진풍백 자신의 목숨을 보전해달라며 사정하고 있다.
더더욱 견딜 수 없는 상황이다.
“대사형!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진풍백은 잔뜩 화 난 표정으로 소리를 버럭 지른다.
도저히 말도 안되는 상황을 이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천마신군의 제자가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했다는 소리를 들을 순 없다.
차라리 깔끔하게 죽는 게 백배 천배는 더 낫다.
본인이 그걸 원한다는 데 지금 대사형은 사제의 목숨을 구걸하다니...
아니된다.
이렇게 내 목숨을 대사형을 통해 구걸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진풍백은 얼른 매유진을 노려보며 외친다.
다그친다.
도발을 퍼붓는다.
원수가 지금 눈앞에 있지 않느냐며... 어서 죽이라며 말이다.
매유진은 말이 없다.
갑작스런 상황들에 잠시 어안이벙벙하다고나 할까?
저 인간의 도발을 본다면 당장 시위를 놓고만 싶다.
허나, 저자가 대사형이라 부르는 이 분의 행동이 머뭇거리게 한다.
사슬남 혹은 망토남이라 불렀던 이 분은 바로 내 생명의 은인이 아닌가!
눈앞의 원수를 죽일 것인가?
생명의 은인이 머리 숙이며 하는 부탁을 들어줄 것인가!
매유진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저 자... 우리 부모의 원수...
얼굴은 상처로 얼룩지고 팔다리는 부들부들 떨고 있는 환자같다.
빨리 죽이라며 도발하고 있지만 어쩐지 마음이 편치가 않다.
결국 매유진은 입술을 앙다물며 플랜 B를 실행하기로 한다.
부 우 우
현무파천궁이 반응한다.
화살촉에 강력한 기가 수렴하며 빛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매유진은 몸을 180도 돌리더니 하늘을 겨냥한다.
슈 파 앙
거침없이 시위를 놓는 매유진.
화살은 어둠을 가르며 새까만 하늘로 하늘로 솟구치기 시작한다.
금세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빛도 빛이지만 화살이 날아가는 소리 또한 엄청나다.
귀청이 나갈 정도의 굉음을 내며 화살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마치 조명탄을 쏘아올린 듯 멀리서도 그 궤적을 볼 수 있을 정도다.
고수급 반열에 오른 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그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풍연과 한비광 또한 그러하다.
눈이 동그래지며 풍연은 한비광을 바라본다.
자기가 느낀 그 기운을 너도 느꼈는지 확인하는 거다.
물론 한비광도 느끼고도 남음이 있다.
오히려 하는 말이 더 가관이다.
“그래... 여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거 같군.”
언제부턴가 풍연은 한비광이 하는 말을 잘 못 알아듣기 시작했다.
뭔가 자신은 모르는 일에 대해 녀석은 척척 확신에 찬 말을 하는 거다.
이번 멘트도 그러하다.
자기는 그저 정체불명의 기운을 감지했을 뿐인데 말이다.
한 술 더 뜬다.
우리 뒤편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을 퇴각시키라는 거다.
뒤편에는 바로 환종 사람들이 있다.
자신을 비롯한 무림연합인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
착시를 만들기 위해 하나씩 둘씩 목숨을 잃어가며 말이다.
그 아까운 환종 사람들의 목숨을 더 이상 버리지 말게 하자는 거다.
물론 이 말들을 풍연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뭐 이정도의 반응인 풍연이다.
그 말을 남기고 한비광은 뚜벅뚜벅 걸어가기 시작한다.
여전히 영문을 모른체 풍연은 그 뒤를 따를 수밖에....
그때 허공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간파하는 풍연.
한비광은 보지도 않고 이미 다 간파했는데 풍연은 겨우 파악하고 있다.
그들이 느낀 그 기운이라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를 말이다.
파 촤 촤 촥
천검대 대원들은 지금 몹시 바쁘다.
환종이 쳐놓은 진을 하나씩 하나씩 격파하고 있는 중이라서다.
그저 맹인처럼 더듬거리며 마구 검을 휘두르며 조금씩 전진 중이다.
환령천검대장 환령요마 라수연
진웅천검대장 진웅검 번찰
호림천검대장 호림맹군 기자기
그 세 명의 천검대장들은 나란히 서서 부하들을 지켜보고 있다.
진군 속도가 너무 더뎌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특히 다혈질 근육맨인 번찰의 지루함이 가장 심하다.
냉철한 전략가인 기자기 대장은 여전히 신중론을 내세운다.
속도는 느리지만 그래도 환종에게 당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
어쨌거나 이렇게라도 나아가면 승산은 있다는 판단인 게다.
그런데....
그들 세 사람이 동시에 몹시 괴이한 기운을 감지했으니...
뭔가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이다.
말도 안 되는 그 무엇이 들이닥치고 있는 것 정도만 알 수 있을 뿐이다.
그 수상한 기운의 위력을 가장 먼저 본능적으로 느낀 이는 기자기 대장이다.
정체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호림맹군 기자기 대장은 다급히 외친다.
부하들에게 당장 뒤로 물러나라고 말이다.
얼른 퇴각하라고 소리를 질러본다.
그의 시야에 부하들이 잔뜩 들어온다.
그리고 그 뒤편으로 저 멀리 칠흑같은 어둠 속의 공간에서 빛이 보인다.
그 빛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자신의 부하들을 향해....
대장의 퇴각 명령을 듣긴 했지만 부하들이 행동에 옮기기는 시간이 없다.
아니 그 정체불명의 빛이 조금 더 빨랐다.
콰 콰 콰 쾅
호림천검대 대원들의 무리 한 가운에데 처박히는 그 빛...
그것은 강력한 폭발음을 내며 주변의 무사들을 시체로 만들어 버린다.
땅이 흔들리고 흙먼지가 이내 자욱이 퍼진다.
여기저기 부상자들의 신음소리가 가득하다.
“다들 뭐 하고 있는 거야! 정신차려! 또 온다!!”
호림천검대장은 또 한번 다급히 소리친다.
부하들에게 재차 경고하며 퇴각 명령을 내리지만 별 소용은 없다.
두 번째 공격이 훨씬 더 빠르기 때문이다.
이번엔 하나가 아니라 셋이다.
마치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듯 그 위력은 대단하다.
지축이 또 다시 강하게 요동치며 시체가 즐비하게 생긴다.
너무도 갑작스런, 하늘에서의 날벼락에 다들 정신이 혼미하다.
환령요마 라수연도 진웅검 번찰도 어안이 벙벙하다.
이런 말도 안되는 공격을 당하다니...
그들이 느꼈던 하늘에서의 기는 사실 그리 대단한 게 아니었다.
허나, 점점 땅으로 다가올수록 위력이 엄청나게 증폭이 된 것이다.
어떻게 그런 무공이 있을 수 있다니 납득이 잘 되진 않는다.
“파 천 집 멸 시...”
그 셋 중에 역시 호림맹군 기자기 대장이 제일 영리하다.
그 공격이 뭔지 가까스로 생각해 낸 기자기 대장.
그것은 바로 파천집멸시...
보이지도 않는 높이까지 화살을 쏘아올린 뒤, 낙차를 이용해 기를 증폭시키는
궁종의 초절정 무공!!
그 무공을 그들은 방금 경험한 것이다.
라수연도 번찰도 그런 무공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도 그럴것이...
기자기 대장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말을 잇는다.
“이건, 파천궁의 진각성자만이 쓸 수 있는 무공이니까요.”
그렇기에 아직 그 누구도 그런 무공을 들어본 적도 없었던 거다.
그래서 그 누구도 그것을 본 적 또한 없었던 것이다.
조금 전 그들이 목격한 그 초절정 무공이 바로 “파천집멸시”.
파천궁을 진각성해야만 시전할 수 있는 궁종의 비기!
드디어 그런 자가 출현했다.
그는 바로 매유진이다.
<진풍백의 도발>
“킥! 뭐 하는 거냐? 너!”
느닷없이 창공을 향해 파천집멸시를 날린 매유진에게...
진풍백은 키득거리며 비아냥거리기 시작한다.
계속해서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거다.
그토록 자신을 죽여달라고 했건만 지금 이게 뭐하는 건지...
진풍백은 여전히 지금 죽고 싶은 마음 뿐이다.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고픈 생각은 정말 추호도 없다.
죽이겠다면서...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제대로 맞추지도 못하다니...
그 정도 실력으로 복수하네 어쩌구 죽이네 어쩌구 했단 말인가?
복수한다고 방방 뜰 때는 언제고 왜 쓸데없는 짓을 하느냐는 거다.
진풍백은 계속 빈정거리며 매유진을 도발한다.
“그만하게! 진 사제!”
그 꼴을 보다못한 백강이 결국 나서고야 만다.
사제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고개를 숙이며 부탁했지 않은가!
그래서 매유진이 그 부탁을 들어주었던 것인데...
저 되먹지 못한 사제라는 놈은 계속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당신이 뭘 알아요!”
오랜만에 입을 여는 매유진.
속마음을 털어내기 시작한다.
가문을 떠나 오랫동안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사정이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그분들은 유일한 가족들이었다.
언젠가는 다시 돌아갈 거라는 희망을 갖고 버티고 있었건만...
그런 유일한 존재들을 죽여버린 원수를 어찌 용서할 수 있을까!
지금 당장 그 원수를 갚을 수도 있다.
허나, 때가 좋지 않을 뿐이다.
그냥 둬도 쓰러져버릴 것만 같은 중환자같은 상태의 원수를 죽이는 것!
그것은 매유진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물론 생명의 은인이 간곡히 부탁하고 있는 것도 크게 작용했지만 말이다.
“당신이 죽을 때는, 당신이 아닌 내가 선택할 거에요.
그러니 절대 여기 이 자리에서는 죽지 말아요!”
매유진이 선언하듯 말하며 진풍백을 빤히 응시한다.
뜻밖의 진지함에 진풍백은 멈칫한다.
두 사람은 잠시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볼 뿐이다.
매유진이 선언을 했으니 이제 진풍백이 화답할 차례다.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냉소를 숨기지 않는 진풍백.
여전히 그에게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어디서 굴러들어온 궁사 따위가 지껄이는 말을 참을 수가 없는 거다.
혈우환 하나만 던져도 파리처럼 죽어버릴 저 하찮은 여자가 말이다.
지금 이 지경이 된 자신의 처지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인가?
천하의 진풍백이 어쩌다가 저런 여자의 충고 따위를 들어야 하는 건가!
기가 막히다.
그저 웃겨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어느 누가 감히 천마신군 제자의 죽을 자리를 선택할 수 있단....”
진풍백은 가장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매유진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소리를 지르고 있다.
그 소리를 다 지르기 전이었다.
내뱉은 말의 마무리를 미처 하지 못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솥뚜껑만한 손바닥이 그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귀싸대기를 맞아도 좋을, 충분한 분위기로 말이다.
그 커다란 손의 주인은 다름 아닌 백강!
손이 어찌나 큰지 진풍백의 얼굴을 다 덮고도 남을 듯하다.
그 손은 그러나 그의 얼굴을 후려치진 않는다.
반뼘 정도의 간격을 두고 멈추었으니...
만일 그 커다란 손으로 귀싸대기라도 맞았더라면 목이 돌아갈 뻔...
대신에 백강은 잠시 멈춘 손을 진풍백의 어깨에 툭 올려놓는다.
두 눈은 굉장히 무섭게 부라리며 진풍백을 노려보며 말이다.
“이쯤 해두게. 진 사제!”
“사형...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뜻밖의 행동에 진풍백은 생각이 몹시 복잡해진다.
지금 사형이 자신의 몸에 손을 댔다.
지금껏 어느 누구도 이런 식으로 취급한 적은 없었는데 말이다.
그것도 여러 사람들이 보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사형이 지금 내게 왜 이러는 걸까?
방금 전의 행동은 마치 한 대 후려칠 것만 같은 기세였다.
사형도 내 뜻을 받아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저 여자애한테 거의 능멸 수준의 꼴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구차하게 사형이 나서서 내 목숨을 구걸하고 있던 거지같은 상황이었다.
이대로 여기서 죽어버리고만 싶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 사형이 내게 왜 이러시는 걸까?
사형 마저 내게 치욕을 안겨주실 생각인 걸까?
이렇게 목숨을 구걸한다면 앞으로 진풍백은 또 어쩌란 말인가?
그렇다고 이런 상황에서 사형과 한 판 뜰 수도 없지 않은가!
<에필로그>
어쨌든 진풍백의 체면은 그야말로 땅바닥에 곤두박질 쳐진 셈이다.
이렇게 많은 무림인들과 흑풍회 애들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여자 아이에게 목숨을 구걸하게 된 꼴이 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천하의 자존심 끝판왕인 진풍백이 아닌가!
이제 대체 어쩔......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한 백강과 그 반대를 고집하는 진풍백.
천마신군 첫째, 셋째 제자 사이의 갈등은 과연 어찌될 것인지...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170819 매미는 목청을 돋우고 집 나간 식욕은 아니 돌아오고...
<프롤로그>
잠깐 폭염이 숨을 고르니 여름의 막바지라고 믿고 싶어지는 요즘입니다.
에어컨 도움 없이 잠을 청할 수 있어 그나마 좋은 요즘이기도 하지요.
여름 휴가는 다들 다녀 오셨나요?
앞 뒤 베란다 창문을 모두 여니 맞바람이 제법 시원함을 느끼게 합니다.
판상형 아파트의 장점이죠.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는 대부분 타워형이라 이런 맞바람을 맞기 힘들답니다.
아무튼 매미의 합창을 억지로 감상하며 이번 스토리를 풀어봅니다.
<파천집멸시>
“부탁하네.”
천마신군의 첫째 제자인 백강이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잔뜩 시위를 당기고 있는 젊은 여인에게 간청하고 있다.
화살의 목표는 다름 아닌 천마신군 셋째 제자인 진풍백.
자신의 가족을 죽인 원수에게 복수를 외치며 시위를 당기고 있는 매유진.
죽일 테면 죽여보라며 너무도 능글맞고 뻔뻔하게 도발을 하고 있는 진풍백.
사실은 그것이 진풍백 스타일이다.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하지 않는 대쪽같은 성격이 아닌가!
사실은 그렇지만은 않다.
사음민과의 사력을 다한 대결로 인해 지금 제대로 서있기도 힘든 상태다.
거의 모든 진기를 다 소모하는 바람에 그렇다.
게다가 그놈의 발작 증세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상황은 더더욱 거지같다.
모양 빠질까 두려워 이를 악물고 간신히 버티며 서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젠 이 빌어먹을 삶을 마무리하고픈 마음이 간절하기도 하다.
가족의 복수를 한다며 화살을 겨누고 있는 저 어여쁜 여인이라면 나쁘지 않다.
누군가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죽음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여도 좋으리라.
그것이 지금 진풍백이 바라고 있는 상황의 전부다.
진풍백은 그런 사내다.
그런데 돌발상황이 벌어졌으며 그것은 진풍백에게 또한 거지같다.
스승님을 제외하고는 가장 존경하는 첫째 사형이 왜 저러시는 걸까?
새파랗게 어린 여자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말도 안되는 상황.
천마신군의 첫째 제자가 어찌 저럴 수 있는지 진풍백은 이해불능이다.
게다가 사형은 지금 진풍백 자신의 목숨을 보전해달라며 사정하고 있다.
더더욱 견딜 수 없는 상황이다.
“대사형!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진풍백은 잔뜩 화 난 표정으로 소리를 버럭 지른다.
도저히 말도 안되는 상황을 이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천마신군의 제자가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했다는 소리를 들을 순 없다.
차라리 깔끔하게 죽는 게 백배 천배는 더 낫다.
본인이 그걸 원한다는 데 지금 대사형은 사제의 목숨을 구걸하다니...
아니된다.
이렇게 내 목숨을 대사형을 통해 구걸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진풍백은 얼른 매유진을 노려보며 외친다.
다그친다.
도발을 퍼붓는다.
원수가 지금 눈앞에 있지 않느냐며... 어서 죽이라며 말이다.
매유진은 말이 없다.
갑작스런 상황들에 잠시 어안이벙벙하다고나 할까?
저 인간의 도발을 본다면 당장 시위를 놓고만 싶다.
허나, 저자가 대사형이라 부르는 이 분의 행동이 머뭇거리게 한다.
사슬남 혹은 망토남이라 불렀던 이 분은 바로 내 생명의 은인이 아닌가!
눈앞의 원수를 죽일 것인가?
생명의 은인이 머리 숙이며 하는 부탁을 들어줄 것인가!
매유진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저 자... 우리 부모의 원수...
얼굴은 상처로 얼룩지고 팔다리는 부들부들 떨고 있는 환자같다.
빨리 죽이라며 도발하고 있지만 어쩐지 마음이 편치가 않다.
결국 매유진은 입술을 앙다물며 플랜 B를 실행하기로 한다.
부 우 우
현무파천궁이 반응한다.
화살촉에 강력한 기가 수렴하며 빛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매유진은 몸을 180도 돌리더니 하늘을 겨냥한다.
슈 파 앙
거침없이 시위를 놓는 매유진.
화살은 어둠을 가르며 새까만 하늘로 하늘로 솟구치기 시작한다.
금세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빛도 빛이지만 화살이 날아가는 소리 또한 엄청나다.
귀청이 나갈 정도의 굉음을 내며 화살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마치 조명탄을 쏘아올린 듯 멀리서도 그 궤적을 볼 수 있을 정도다.
고수급 반열에 오른 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그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풍연과 한비광 또한 그러하다.
눈이 동그래지며 풍연은 한비광을 바라본다.
자기가 느낀 그 기운을 너도 느꼈는지 확인하는 거다.
물론 한비광도 느끼고도 남음이 있다.
오히려 하는 말이 더 가관이다.
“그래... 여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거 같군.”
언제부턴가 풍연은 한비광이 하는 말을 잘 못 알아듣기 시작했다.
뭔가 자신은 모르는 일에 대해 녀석은 척척 확신에 찬 말을 하는 거다.
이번 멘트도 그러하다.
자기는 그저 정체불명의 기운을 감지했을 뿐인데 말이다.
한 술 더 뜬다.
우리 뒤편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을 퇴각시키라는 거다.
뒤편에는 바로 환종 사람들이 있다.
자신을 비롯한 무림연합인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
착시를 만들기 위해 하나씩 둘씩 목숨을 잃어가며 말이다.
그 아까운 환종 사람들의 목숨을 더 이상 버리지 말게 하자는 거다.
물론 이 말들을 풍연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뭐 이정도의 반응인 풍연이다.
그 말을 남기고 한비광은 뚜벅뚜벅 걸어가기 시작한다.
여전히 영문을 모른체 풍연은 그 뒤를 따를 수밖에....
그때 허공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간파하는 풍연.
한비광은 보지도 않고 이미 다 간파했는데 풍연은 겨우 파악하고 있다.
그들이 느낀 그 기운이라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를 말이다.
파 촤 촤 촥
천검대 대원들은 지금 몹시 바쁘다.
환종이 쳐놓은 진을 하나씩 하나씩 격파하고 있는 중이라서다.
그저 맹인처럼 더듬거리며 마구 검을 휘두르며 조금씩 전진 중이다.
환령천검대장 환령요마 라수연
진웅천검대장 진웅검 번찰
호림천검대장 호림맹군 기자기
그 세 명의 천검대장들은 나란히 서서 부하들을 지켜보고 있다.
진군 속도가 너무 더뎌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특히 다혈질 근육맨인 번찰의 지루함이 가장 심하다.
냉철한 전략가인 기자기 대장은 여전히 신중론을 내세운다.
속도는 느리지만 그래도 환종에게 당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
어쨌거나 이렇게라도 나아가면 승산은 있다는 판단인 게다.
그런데....
그들 세 사람이 동시에 몹시 괴이한 기운을 감지했으니...
뭔가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이다.
말도 안 되는 그 무엇이 들이닥치고 있는 것 정도만 알 수 있을 뿐이다.
그 수상한 기운의 위력을 가장 먼저 본능적으로 느낀 이는 기자기 대장이다.
정체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호림맹군 기자기 대장은 다급히 외친다.
부하들에게 당장 뒤로 물러나라고 말이다.
얼른 퇴각하라고 소리를 질러본다.
그의 시야에 부하들이 잔뜩 들어온다.
그리고 그 뒤편으로 저 멀리 칠흑같은 어둠 속의 공간에서 빛이 보인다.
그 빛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자신의 부하들을 향해....
대장의 퇴각 명령을 듣긴 했지만 부하들이 행동에 옮기기는 시간이 없다.
아니 그 정체불명의 빛이 조금 더 빨랐다.
콰 콰 콰 쾅
호림천검대 대원들의 무리 한 가운에데 처박히는 그 빛...
그것은 강력한 폭발음을 내며 주변의 무사들을 시체로 만들어 버린다.
땅이 흔들리고 흙먼지가 이내 자욱이 퍼진다.
여기저기 부상자들의 신음소리가 가득하다.
“다들 뭐 하고 있는 거야! 정신차려! 또 온다!!”
호림천검대장은 또 한번 다급히 소리친다.
부하들에게 재차 경고하며 퇴각 명령을 내리지만 별 소용은 없다.
두 번째 공격이 훨씬 더 빠르기 때문이다.
이번엔 하나가 아니라 셋이다.
마치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듯 그 위력은 대단하다.
지축이 또 다시 강하게 요동치며 시체가 즐비하게 생긴다.
너무도 갑작스런, 하늘에서의 날벼락에 다들 정신이 혼미하다.
환령요마 라수연도 진웅검 번찰도 어안이 벙벙하다.
이런 말도 안되는 공격을 당하다니...
그들이 느꼈던 하늘에서의 기는 사실 그리 대단한 게 아니었다.
허나, 점점 땅으로 다가올수록 위력이 엄청나게 증폭이 된 것이다.
어떻게 그런 무공이 있을 수 있다니 납득이 잘 되진 않는다.
“파 천 집 멸 시...”
그 셋 중에 역시 호림맹군 기자기 대장이 제일 영리하다.
그 공격이 뭔지 가까스로 생각해 낸 기자기 대장.
그것은 바로 파천집멸시...
보이지도 않는 높이까지 화살을 쏘아올린 뒤, 낙차를 이용해 기를 증폭시키는
궁종의 초절정 무공!!
그 무공을 그들은 방금 경험한 것이다.
라수연도 번찰도 그런 무공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도 그럴것이...
기자기 대장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말을 잇는다.
“이건, 파천궁의 진각성자만이 쓸 수 있는 무공이니까요.”
그렇기에 아직 그 누구도 그런 무공을 들어본 적도 없었던 거다.
그래서 그 누구도 그것을 본 적 또한 없었던 것이다.
조금 전 그들이 목격한 그 초절정 무공이 바로 “파천집멸시”.
파천궁을 진각성해야만 시전할 수 있는 궁종의 비기!
드디어 그런 자가 출현했다.
그는 바로 매유진이다.
<진풍백의 도발>
“킥! 뭐 하는 거냐? 너!”
느닷없이 창공을 향해 파천집멸시를 날린 매유진에게...
진풍백은 키득거리며 비아냥거리기 시작한다.
계속해서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거다.
그토록 자신을 죽여달라고 했건만 지금 이게 뭐하는 건지...
진풍백은 여전히 지금 죽고 싶은 마음 뿐이다.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고픈 생각은 정말 추호도 없다.
죽이겠다면서...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제대로 맞추지도 못하다니...
그 정도 실력으로 복수하네 어쩌구 죽이네 어쩌구 했단 말인가?
복수한다고 방방 뜰 때는 언제고 왜 쓸데없는 짓을 하느냐는 거다.
진풍백은 계속 빈정거리며 매유진을 도발한다.
“그만하게! 진 사제!”
그 꼴을 보다못한 백강이 결국 나서고야 만다.
사제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고개를 숙이며 부탁했지 않은가!
그래서 매유진이 그 부탁을 들어주었던 것인데...
저 되먹지 못한 사제라는 놈은 계속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당신이 뭘 알아요!”
오랜만에 입을 여는 매유진.
속마음을 털어내기 시작한다.
가문을 떠나 오랫동안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사정이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그분들은 유일한 가족들이었다.
언젠가는 다시 돌아갈 거라는 희망을 갖고 버티고 있었건만...
그런 유일한 존재들을 죽여버린 원수를 어찌 용서할 수 있을까!
지금 당장 그 원수를 갚을 수도 있다.
허나, 때가 좋지 않을 뿐이다.
그냥 둬도 쓰러져버릴 것만 같은 중환자같은 상태의 원수를 죽이는 것!
그것은 매유진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물론 생명의 은인이 간곡히 부탁하고 있는 것도 크게 작용했지만 말이다.
“당신이 죽을 때는, 당신이 아닌 내가 선택할 거에요.
그러니 절대 여기 이 자리에서는 죽지 말아요!”
매유진이 선언하듯 말하며 진풍백을 빤히 응시한다.
뜻밖의 진지함에 진풍백은 멈칫한다.
두 사람은 잠시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볼 뿐이다.
매유진이 선언을 했으니 이제 진풍백이 화답할 차례다.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냉소를 숨기지 않는 진풍백.
여전히 그에게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어디서 굴러들어온 궁사 따위가 지껄이는 말을 참을 수가 없는 거다.
혈우환 하나만 던져도 파리처럼 죽어버릴 저 하찮은 여자가 말이다.
지금 이 지경이 된 자신의 처지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인가?
천하의 진풍백이 어쩌다가 저런 여자의 충고 따위를 들어야 하는 건가!
기가 막히다.
그저 웃겨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어느 누가 감히 천마신군 제자의 죽을 자리를 선택할 수 있단....”
진풍백은 가장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매유진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소리를 지르고 있다.
그 소리를 다 지르기 전이었다.
내뱉은 말의 마무리를 미처 하지 못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솥뚜껑만한 손바닥이 그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귀싸대기를 맞아도 좋을, 충분한 분위기로 말이다.
그 커다란 손의 주인은 다름 아닌 백강!
손이 어찌나 큰지 진풍백의 얼굴을 다 덮고도 남을 듯하다.
그 손은 그러나 그의 얼굴을 후려치진 않는다.
반뼘 정도의 간격을 두고 멈추었으니...
만일 그 커다란 손으로 귀싸대기라도 맞았더라면 목이 돌아갈 뻔...
대신에 백강은 잠시 멈춘 손을 진풍백의 어깨에 툭 올려놓는다.
두 눈은 굉장히 무섭게 부라리며 진풍백을 노려보며 말이다.
“이쯤 해두게. 진 사제!”
“사형...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뜻밖의 행동에 진풍백은 생각이 몹시 복잡해진다.
지금 사형이 자신의 몸에 손을 댔다.
지금껏 어느 누구도 이런 식으로 취급한 적은 없었는데 말이다.
그것도 여러 사람들이 보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사형이 지금 내게 왜 이러는 걸까?
방금 전의 행동은 마치 한 대 후려칠 것만 같은 기세였다.
사형도 내 뜻을 받아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저 여자애한테 거의 능멸 수준의 꼴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구차하게 사형이 나서서 내 목숨을 구걸하고 있던 거지같은 상황이었다.
이대로 여기서 죽어버리고만 싶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 사형이 내게 왜 이러시는 걸까?
사형 마저 내게 치욕을 안겨주실 생각인 걸까?
이렇게 목숨을 구걸한다면 앞으로 진풍백은 또 어쩌란 말인가?
그렇다고 이런 상황에서 사형과 한 판 뜰 수도 없지 않은가!
<에필로그>
어쨌든 진풍백의 체면은 그야말로 땅바닥에 곤두박질 쳐진 셈이다.
이렇게 많은 무림인들과 흑풍회 애들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여자 아이에게 목숨을 구걸하게 된 꼴이 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천하의 자존심 끝판왕인 진풍백이 아닌가!
이제 대체 어쩔......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한 백강과 그 반대를 고집하는 진풍백.
천마신군 첫째, 셋째 제자 사이의 갈등은 과연 어찌될 것인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