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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화 --- 척후시로 쇄도하는 담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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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6-01-02 18:31 조회11,974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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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강호 492화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20160102
챔프D 56호
 
 
 
<프롤로그>
 
작년의 을미년과는 판이하게 다른 올해 새해랍니다.
육십갑자를 보아하니 하필이면 어감이 이상한 丙申年이라서지 뭡니까?
한자 뜻으로는 붉은 원숭이의 해라는 丙申年이거늘 발음상 이상하긴 하네요.
그래서 온갖 언론에서는 감히 丙申年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더군요.
그저 새해가 어떻고 2016년이 저떻고 정도더라구요.
60년에 한 번 돌아온다는 丙申年이란 단어를 어쨌든 올해는 그렇다는 겁니다.
너무 큰 의미 부여할 필요는 없죠.
또 하나의 연도 정도일 뿐...
아무튼 올해에도 다들 무병하시고 큰 행운 있으시길 바랍니다.
열혈강호도 파이팅!!!
 
 
 
 
 
<백강>
 
지난호에 느닷없이 나타난 백강 덕분에 좀 시끌시끌 했었습니다.
물론 많은 독자분들의 예상 범위 안에 있었기에 올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지만 말입니다. 천마신군 제1 제자의 모습을 드디어 만날 수 있어서 좋았는데 또한 신지 환종의 후예라는 신분까지 겸직(?)하고 있다는 사실은 미처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습니다. 역시 작가님은 우리의 정수리 위에서 노시더군요. ^^; 이제 백강의 활약을 기대해 볼까요?
 
 
 
<백강 2>
 
담화린의 질문은 뼈가 있다.
백강이 그의 정체를 밝혔을 때 그녀는 득달같이 질문을 던진다.
그녀 또한 백강의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던 터다.
허나, 그자가 신지의 인물이었고 게다가 환종의 후예라니...
그 대목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에 그러하다.
 
백강의 담담하다. 그리고 침착하다.
담화린의 질문에 다 대답해주고 싶지만 지금은 아니다.
천신각의 무사들과 신지의 초고수들이 뒤를 쫓아오고 있는 상황.
간신히 형종과 음종이란 초고수들을 따돌리긴 했지만 긴 시간은 아닐 터.
기껏해야 1각(약 15분) 정도랄까?
잡담할 시간은 없다.대신 잠깐이나마 진기를 모아 체력을 비축해 두어야 할 상황인 것이다. 그것이 백강의 생각이다.
 
그렇게 궁금증 많은 담화린을 살짝 무시하고는 백강은 동굴 한 쪽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는다. 깊은 한 숨을 내쉬고 들이쉬고를 반복하는 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담화린. 그제서야 알아챈다. 백강 또한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 있는 상황이며 이런 금쪽같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기운을 추스르지 않으면 안되는 순간이라는 것까지 말이다. 백강의 어깨는 가볍게 떨리고 있다. 그의 두 다리에서는 음산하며 힘겨운 기운이 스며 나오고 있다. 진기를 모으는 행위 자체도 그리 만만치는 않은 모양이다.
 
 
<매유진>
 
매유진의 신음소리가 가빠오고 있다. 화살이 박혔던 왼쪽 가슴 부위의 상처가 더 심해지는 듯하다. 가슴 부위가 온통 핏빛으로 젖어있다. 계속 출혈이 진행되고 있는 것인가? 매유진의 얼굴색이 창백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더니 스르르 정신을 놓고마는 매유진. 담화린이 서둘러 부축하려 했지만 이미 소용이 없다. 담화린은 할 수 없이 의식을 놓아버린 매유진의 상처 부위 가슴에 오른손바닥을 댄다.
 
부 우 우 우
 
자신의 진기를 매유진에게 전가해주고 있다.
그렇게 해서 그녀의 정신이 돌아와주기만 한다면...
담화린은 정성을 모아 기를 발산해서는 매유진에게 주입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백강은 우려를 표한다.
최대 15분 정도다.
그 이상 머뭇거리다간 아까와 같은 고수들을 또 만나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더 이상 탈출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백강의 예측이 어쩐지 진지하며 심각하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자신의 부상이 심각한 지경임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겠다. 또한, 신지의 고수들 실력이 결코 장난이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궁종과 창종>
 
맹렬하게 동굴을 뛰며 한비광 일행을 쫓고 있는 한 무리가 있다.
사음민의 밀명을 받은 천신각의 추격조들이다.
뭔가 냄새를 맡은 그들의 앞길을 막아서는 두 사내가 있으니...
바로 궁종과 창종의 존사들이다.
그들에 의해 전진이 가로막힌 천신각 무사들은 당황스럽다.
게다가 그들은 더 이상 나서지 말라고 하고 있지 않은가!
간신히 어렴풋한 흔적을 감지하고는 그 방향으로 전속력으로 쫓고 있던 그들이건만, 이쯤에서 멈추라는 명령 아닌 명령을 내리고 있는 궁종의 존사.
 
천신각의 무사들은 순순히 그런 명령을 따를 생각은 사실 없다.
더욱이 여기부터가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흔적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데 눈앞에는 10개는 족히 넘어보이는 동굴 입구들이 입을 벌리고 있지 않은가! 어떤 곳으로 들어가야 그들을 잡을 수 있는지 천신각 추격조 또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그러하다. 그런데 이쯤에서 추격을 멈추라니...
 
그런 무사들의 머뭇거림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궁종의 표정.
그는 말없이 왼팔을 앞으로 뻗는다.
그리고는 오른손으로 뭔가 동작을 취한다.
마치 판토마임이라도 하듯 그는 팔 동작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
그것은 바로 활의 시위에 화살을 장전하고는 힘차게 겨누는 모습이다.
허나, 말 그대로 시늉이 아닌가?
궁종의 존사는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후우~ 하고 내뱉는다.
그리고는 거침없이 나머지 동작을 마무리한다.
 
촤 악
 
드디어 완성이다.
하얀 기운이 어느새 형상을 만들더니 그것은 바로 커다란 활과 화살의 모양이다. 마치 진짜 활과 화살처럼 그는 힘차게 시위를 당긴다.
 
고  오  오   오
 
뭔가 큰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분위기다.
곁에 서있는 창종의 존사는 무심히 지켜보지만 그 뒤에 모여있는 천신각의 무사들은 거의 아연실색이다. 말로만 듣던 무공을 보는 듯한 표정들이다. 일반 활에 기공으로 화살을 만들어 쏜다는 것은 익히 들었지만 저렇게 활마저도 기공으로 만들어 쏘는 모습은 사실상 말로만 들었지 이렇게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은 난생처음인 때문이다.
 
 
파 하 악
 
 
드디어 발사!
아무것도 없었던 궁종 존사의 두 팔에 의해 만들어진 활과 화살은 하얀 기공으로 뭉쳐져 날카로운 화살이 되고 이윽고 시위를 떠난다.
 
 
슈 하 하 학
 
슈   슈   슈   슈   슈   슈   슈
 
                                                 촤 촤 촤 촤 촤 촤 촤
 
 
맹렬한 속도로 기공 화살은 날아간다.
커다란 화살은 이윽고 여러개의 작은 화살로 쪼개지더니 각각의 화살은 동굴 입구 하나에 하나씩 파고든다. 그 가운데 하나의 동굴에는 백강 일행이 있을 것이다.
 
 
 
<담화린의 질문>
 
한편, 그런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는 담화린 일행은 다시 채비를 서두른다.
백강은 다시 가면을 뒤집어 쓰며 재촉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매유진이 다시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는 것 정도.
비록 기력은 없지만 할 수 없다.
한비광은 백강이 다시 떠메고 가기로 하고 매유진은 담화린이 부축해서 이동하는 것으로 정리하고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런 백강의 등뒤에 대고 담화린은 다시한번 묻는다.
이런 시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들이 여전히 궁금한 그녀다.
그중 가장 궁금한 것 하나...
한비광의 대사형이 맞다면 왜 처음부터 밝히지 않았으며, 게다가 신지 입구에서 갑자기 나타나 우릴 죽이려고까지 하지 않았느냐 말이다. 그것이 알고싶은 담화린이다.
 
허나,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다.
죽일 마음이 있었다면 이미 죽여버렸을 거라는 백강의 담담한 대답...
그리고 그 이유...
신지에 들어올 정도의 실력이 되는지의 여부를 시험해본 것이란다.
만일 터무니없는 실력으로 허세를 부리려는 것이었다면 죽이진 않았겠지만 그때 팔다리를 부러뜨려놓을 생각이었단다.
그런데 지켜보고 대결해보니 한비광은 뭔가 달랐단다.
 
 
“내 생각을 뛰어넘는 존재감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더군. 그래서 기대를 해봤던 것이다. 이 녀석이라면 악마에게 육체를 빼앗긴 자신의 아버지를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그것이 백강의 생각이었고 주고 싶었던 기회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 계획은 무참히 실패했다.
신지의 지배자는 실력이 너무도 강했기 때문이다.
한비광의 가능성 따위로는 어쩔 수 없는 그런 어마어마한 무공이었던 거다.
그런 자에게 한비광이 어쩔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 자신의 생각이 완전히 틀렸으며 그런 기대는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백강.
 
바로 그때다.
 
 
슈   슉   슈   슈    슈
 
 
뭔가 맹력한 속도로 접근하고 있다.
뭔가 날아든다.
담화린은 본능적으로 마령검을 뽑아든다.
몹시도 다급한 상황이다.
막아내지 않으면 안되는... 피하기엔 이미 늦어버린 그런 다급함.
담화린은 일단 마령검으로 정확하게 그 물체를 타격한다.
마치 투수가 던진 공을 타자가 정확히 때려내듯 말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던 매유진은 짧은 탄식을 내뱉는다.
그걸 처내는 건... 아니었다는 거다.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담화린에게 매유진은 설명해준다.
 
 
“그건 궁종의 기술인 척후시였어... ”
 
 
숨어있는 적을 찾기 위해 쏘는 일종의 미끼 화살. 그것을 쳐내는 순간 척후시를 시전한 자는 그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게 된다는 것이다.
 
 
 
<척후시>
 
기공으로 만든 활과 화살로 뭔가 멋진 모습을 보여준 궁종의 존사는 화살이 발사된 이후에도 여전히 두 눈을 감고는 아무런 말이 없다. 뭔가에 굉장히 집중하고 있는 거다. 어느 동굴에 숨어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느 하나의 척후시에서 반응이 있었다. 그 기운을 감지해 낸 것! 그 말은 곧 숨어있는 적을 찾았다는 뜻이다. 빙고!
 
“나벽님, 놈들이 있는 위치를 찾아냈습니다.”
 
두 사람은 척후시가 반응을 보인 그 동굴 입구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굉장히 여유있게 저벅저벅 걸어간다.
그런 두 존사의 뒷모습만 쳐다보고 있을 뿐, 꼼짝않고 서있는 천신각 무사들.
왜냐하면, 조금전 개무시를 당했기 때문이다.
놈들의 위치를 찾아냈다는 말에 자기들이 얼른 쫓겠다고 했지만, 실력 없는 놈들의 방해를 받고 싶지 않다는 말로 일언지하에 개무시를 당한 그들... 사음민에게 일러바쳐야 할 일이다.
 
 
 
<담화린의 결심>
 
척후시에 의해 위치가 노출된 그들은 이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첫 번째 날아든 척후시에 이어 연달아 날아드는 척후시들 여럿...
담화린은 마령검을 휘두르며 모든 화살들을 막아낸다.
역시 위치가 들통난 것은 확실해졌다.
쉴 새 없이 척후시를 날리는 이유는 바로 발을 묶어놓으려는 공격이다.
척후시들을 막아내는 동안 이동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까닭이다.
그러는 사이에 그들은 어느새 코앞까지 들이닥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척후시의 무서움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아는 매유진.
그렇기에 그런 무공의 소유자를 두려워하는 마음 또한 더욱 크다.
 
백강 역시 마음이 급해진다.
한비광을 둘러메고는 성큼 일어서 길을 나서려 한다.
안타깝게도 한비광은 여전히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 한비광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담화린.
그녀는 뭔가 결심을 내려야만 하는 상황임을 직감한다.
그것이 바로 한비광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될 수도 있을 터.
담화린은 그 결심을 말한다.
척후시 때문에 도망칠 기회가 차단되고 또 그 틈에 적들이 다가온다면,
오히려 그것을 역이용하자는 거다.
자신이 이 장소에서 적들을 기다릴 테니 백강과 매유진은 한비광을 데리고 이 위치를 벗어나면 된다는 거다. 적들과 이곳에서 상대할 테니 그 틈을 이용해 여길 빠져나가라는 주문이다. 아니, 그녀의 단호한 명령과도 같은 분위기다.
 
 
“매유진. 저 녀석을 부탁할게. 저 녀석... 나중에라도 깨어나서 나 없으면 아마 실망을 많이 할 테니까...”
 
 
그것이 담화린의 한비광을 지켜주는 방법이다.
지금 이 순간, 그것 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는 절박한 상황이기에 안타깝다.
그리고 그것이 유일한 계책임을 확신하며 그대로 실행하려는 담화린이다.
그러는 와중에도 척후시들은 목표물을 향해 정확히 날아들고 있다.
 
 슈  슈  슈
                                 슈  슈   슉
 
 
단호한 그녀, 담화린은 주저없이 척후시들을 향해 몸을 날린다.
그녀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사랑하는 연인을 지켜내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다.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
그리고 이 방법밖에는 없다.
그래서 실행에 옮긴다.
한 치의 망설임은 없다.
그녀는 담화린이다.
 
 
 
 
 
<에필로그>
 
척후시들을 향해 몸을 날리는 담화린과
그런 그녀의 이름을 절규하듯 외치는 매유진.
두 여인의 모습이 극명합니다.
사랑하는 연인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버리고자 하는 담화린과
자신에게 연인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적을 향해 쇄도하는 여자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또 한 여자, 매유진.
 
삼각관계인 듯 삼각관계 아닌 삼각관계 같은 그들의 모습이 짠합니다.
 
그나저나 궁종의 비기인 척후시를 날리며 점점 접근하고 있는 궁종과 창종의 존사들과 담화린은 과연 어떤 대결을 펼쳐야만 할지 가슴이 뜁니다. 이런저런 예측과 상상을 해볼 수는 있겠으나 하지 않기로 합니다. 그저 담담히 주어진 이야기들을 안고 가는 편이 낫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열혈강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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