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강 542화 === 매유진이 여자로 보이는 진풍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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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8-03-26 00:32 조회7,818회 댓글0건본문
열혈강호 542화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편집/20180324 미세먼지 자욱한 심술궂은 어느 봄날
<프롤로그>
어쩌면 지금 태국에서 드라이버를 휘두르고 있을 시간이었을지도....
친구들 모임을 그곳에서 하고 있는데 저는 사정상 가지 못했답니다.
놓치기 정말 아까운 기회였건만 그놈의 먹고 사는 문제가 걸린 상황이라....
그제 어제 업무가 장난 아니었거든요. 흑흑흑
마음은 태국 어느 골프장에 있지만 손과 눈은 열강 업데이트를 하고 있네요.
그것도 왕창 늦은 오늘 말입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작가님이 아파서 한 회 휴재였다지요?
덕분에 543화 업데이트 할 시간에 542화를 쓰고 있으니 말입니다요.
아무튼 작가님 건강 회복하시고 곧 543화를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지각 업데이트 시작합니다.
오늘 미세먼지 자욱해서 밖에 나가지도 못한다니 편집 작업하기 딱 좋은 날입니다.
<절대천검대 진격>
어리둥절... 아니 풍연둥절한 표정의 어리숙한 풍연은 그저 신기한가 보다.
자기는 전혀 느껴지지 못하는 그 먼 거리의 기운도 느낄 수 있는 한비광이 말이다.
한비광은 풍연의 그 놀라움도 무심한 척 대수롭지 않게 흘려버리며 말한다.
왠만한 고수는 다 느끼는 건데 넌 못 느끼다니 그럼 넌 수준이 대체 뭐냐?
라는 표정 같기도 하다.
어쨌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매유진의 화살 공격을 요리조리 잘도 피해가며 진형을 흐트러뜨리지도 않고 일사분란하게 그것도 꽤 빠른 속도로 진군하는 것을 보면 그들은 필시 엄청난 고수급들인 거 같다는 게 중요하다. 그 모든 것들을 한비광은 그 먼거리에 있으면서도 다 감지해내고 있는 거다. 풍연으로서는 꿈도 못 꿀 감지능이다. 게다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무리의 인원수도 얼추 파악한다. 대략 천여 명 정도 되는 걸로 헤아리는 한비광이다. 즉, 신지의 천검대라는 뜻이다.
한비광의 말을 듣고 있던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일순간 어두워진다.
철혈귀검도 혈뢰도 그러하다.
상황 파악을 해보니 이건 장난 아닌 거다.
신지의 지주가 조금 전에 뒤를 믿는다며 맡긴 천검대라는 뜻이 핵심이다.
많고 많은 신지 고수들 중에 지주가 그리 말할 정도라면 딱 하나다.
그것은 바로 절대일검 묵령이 이끄는 절대천검대라는 답이 나온다.
믿는 구석이 있었기에 지주는 이곳을 상대하지 않고 그냥 패싱한 것이다.
보아하니 이곳의 무리들은 절대천검대를 상대로 버티기 힘들 테니 말이다.
한비광이 풍연에게 묻는다.
“강한가? 그놈들?”
풍연이 답한다,
“같은 편일 때도 놈들의 상대에게 동정이 갈 정도였어.”
풍연이 그렇게 말할 정도니 이제 절대천검대의 실력과 무서움은 잘 알겠다.
허나, 이대로 멍하니 있으면서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뭔가를 해야만 한다.
환종과 철혈천검대를 일단 전방으로 보내 전력 보강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그때 퍼뜩 풍연의 머릿속을 때리는 뭔가가 있다.
전방을 생각해보니 바로 그곳에는 매유진 아가씨가 있지 않은가!
한비광이 말로는 화살 공격은 택도 없는 상황이니 그곳이 위험해진다는 뜻이다.
빨리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한비광을 재촉하는 풍연이다.
<궁존 매유진>
하늘에서 비가 오듯 화살이 후드득 떨어지고 있다.
천여 명의 무사들을 향해 정확히 낙하하는 화살들.
그러나 이들은 보통 무사들이 아니다.
절대천검대원들은 그 빗발치는 화살을 대부분 피해내고 있다.
천검대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한 복판 즈음에서 묵령이 부관과 함께 걷고 있다.
화살 따위는 절대 맞지 않는다는 듯 무심하게 두 사람은 그저 걷고 있는 거다.
그들 주변에 사정없이 떨어져 땅에 박히는 화살들이 즐비하다.
화살이 땅에 박힐 때마다 흙과 돌덩이가 사방으로 튀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절대 아랑곳하지 않는 두 사람이다.
수시로 묵령과 부관을 향해 화살이 날아들지만 그때마다 부관이 쳐내버린다.
“제법이군요. 화살의 파편만으로 이런 위력의 공격이라니... 궁종 놈들 몇이 배신을 했다더니 놈들 중에 제법 실력자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부관은 귀찮은 날파리 쫓아내듯 화살들을 쳐내며 묵령에게 말씀을 올린다.
부관의 이름은 ‘해두’다.
그는 계속 중얼거린다.
화살 파편의 이런 위력적인 공격은 인정하나 뭐 이 정도는 대원들에게는 연습용 정도에 지나지 않다고 말이다. 그러나 묵령의 생각은 좀 다르다.
“해두, 지금 뭔가 좀 이상한 걸 못 느꼈나?”
그가 말하는 이상한 것은 무엇일까?
“지금 이것들은 날아오는 방향만 알뿐, 어디서 쏘는지 위치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바로 그것이 포인트다.
분명 지근거리는 아니다. 꽤 멀리서 쏴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허나, 묵령의 말대로 어디쯤에서 쏘는지는 가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천하의 고수인 묵령조차 전혀 모르겠다는 것은 뭔가 꺼림칙하다.
즉, 나는 상대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는데 상대는 이곳을 정확히 알고 있다.
우리 대원들의 위치와 움직임까지 계산해서 정확한 지점에 화살을 날리고 있는 거다.
묵령이 느낄 수 없는 상대로부터의 이런 공격이라니....
부관이 봐도 그렇다. 듣고 보니 뭔가 크게 이상하긴 하다.
이 정도의 감지능력이면 내공이 엄청나다는 예긴데... 그런 고수가 궁종에 있었나? 해두 부관도 묵령도 금시초문이다. 적어도 그들이 아는 한 그동안의 궁종에는 그런 고수는 없었다.
그래서 궁금하다. 정말 궁금하다. 묵령의 호기심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런 이해불가의 감지능력으로 화살을 퍼부어대는 궁종의 인물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게다가... 감히 절대천검대를 향해 화살을 쏴대는 정신 나간 놈이 누구냔 말이냐....
파 아 앙
그렇게 화살 하나를 더 허공을 향해 쏘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진지한 표정의 매유진은 하나하나의 화살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아까부터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는 진풍백.
그 뒤쪽에는 궁종 궁사들이 잔뜩 긴장하며 공격 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들은 화살을 날리지는 않고 그저 자세만 잡고 있는 상황이다.
그들 또한 궁금하다.
궁존이 어딘가를 향해 계속 화살을 날리고 있는데 어디의 누굴 공격하는 건지.
궁종 무사들조차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궁존께서 어딘가를 향해 공격하라고 명령을 내려주시면 참 좋겠는데...
아무 말 없이 혼자서만 열심히 어딘가를 향해 화살을 날려대고 있는 상황일 뿐이다.
그들의 눈에는 그저 아무것도 없는 창공에 화살을 쏴대는 모양이다.
......하아...하아.... 틀렸어... 공격을 해도 접근속도가 지연되기는커녕 더 빨라지고 있어.....
매유진은 점점 숨이 차오른다.
있는 힘껏 시위를 당겼다 놓기를 벌써 몇 번째인지... 숨이 찰 만도 하다.
허나, 더 힘 빠지게 하는 것은 그 공격이 별로 효력이 없다는 사실이다.
엄청난 숫자의 적들이 접근하고 있는데 그들의 진격을 막아낼 수 없는 거다.
얼마 전의 신지 천검대 연합이 몰려 들었을때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파천집멸시로 그들의 접근을 봉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니 매유진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현무가 지친 매유진에게 전음을 날린다.
........... 매유진! 아까부터 공격하기엔 너무 멀다고 충고하지 않았나? ...........
현무는 진작에 알았다.
아무리 파천집멸시라도 이렇게 먼 거리라면 그 위력이 줄 수밖에 없음을....
그래서 적들이 요리조리 피하며 진군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임을 말이다.
허나 그 사실은 매유진도 이미 알고 있다.
알지만 그냥 손 놓고 더 접근하기를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어서다.
아까 당했던 신지 지주의 그 엄청난 속도와 강력한 공격을 떠올린다.
미처 손 쓸 틈도 없이 죽을 뻔 했지 않았나.
그러니 이렇게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지금이라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것!
큰 효력은 없겠으나 그래도 계속 공격을 멈출 수는 없는 매유진의 심정이다.
<진풍백과 매유진>
급한 마음에 매유진은 다시 공격을 재개하려 한다.
화살통에서 화살 하나 빼내려는 순간 그녀의 손을 잡는 이가 있으니...
진풍백이다.
아까부터 보고 있었지만 그녀의 공격이 별로 가치가 없음을 알아버린 거다.
조급한 마음에 발버둥치는 정도로만 여긴 진풍백이 매유진을 말리고 나선다.
느닷없이 진풍백은 매유진의 왼뺨에 오른손을 갖다 댄다.
그러더니만 엄지와 검지로 그녀의 볼살을 꼬집는게 아닌가!
덕분에 이쁜 얼굴이 진빵처럼 옆으로 주욱 늘어나며 통통해졌다.
“긴장 좀 풀어! 이 아가씨야!”
매유진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대며 진풍백이 한 말이다.
마치 연인들이 장난치는 듯한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그 꼴을 본 궁종 무사들은 일제히 소리친다. 그게 무슨 짓이냐며 말이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자신들이 모시는 궁존의 뺨을 꼬집다니 말이다.
진풍백은 등뒤에서 야유가 나오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잠자코 있으란다. 까불면 이 여자의 머리통을 날려버린다며 협박도 한다.
진풍백도 사실은 매유진의 심정을 정확히 잘 알고 있다.
조금 전, 그 말도 안 되는 엄청난 놈과 맞부닥뜨렸으니 얼마나 놀랐을까!
그런 무시무시한 놈이 뒤를 맡기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가 말한 소위 뒤를 청소시킨다는 무리가 지금 접근하고 있다.
어찌 공포스럽지 않을소냐!
하지만 감성을 내세워서 뭐가 어찌 된다는 것이랴.
그렇게 긴장을 잔뜩 하고서, 그렇게 당황하며 뭘 어쩌자는 것이냐는 거다.
그것이 진풍백이 매유진에게 전하려 하는 메시지다.
그렇게 당황하고 긴장해서 허둥대는 꼴을 보여주고 있는 매유진이 안타깝다.
“그래서야 널 믿고 따르는 놈들과 네 진짜 실력에게 부끄럽지도 않냐?”
그 말까지 듣고서야 매유진은 비로소 눈길을 돌려 궁종 무사들을 바라본다.
다들 하나같이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그저 주시하고만 있는 형국이다.
진풍백의 말이 다 옳다.
매유진은 궁종 궁사들을 보며 자신이 좀 경솔했음을 느낀다.
여전히 매유진의 볼을 꼬집고 있는 진풍백.
그녀의 얼굴이 가장 가까워진 순간이다.
매유진의 매력에 사로잡혀버린 듯한 무표정의 진풍백이다.
그는 지금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천음구절맥이라는 천형같은 운명을 타고 난 그는 지금껏 세상을 막 살아왔다.
언제 죽을지 어떤 극심한 고통을 겪다 죽어갈지 그 조차 알지 못한다.
분명한 것은 그렇게 쓸쓸하고 허무하게 죽어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천음구절맥의 체질을 갖고도 여태 살아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신지에서 불쑥 튀어나온 그 무시무시한 그 자도 분명히 말했다.
그 놈은 천음구절맥을 단번에 알아챘다. 역시 대단한 놈인 게 틀림없다.
아무튼 그런데 지금 내 눈 앞의 이 여자는 나에게 무엇일까?
살면서 여자에 대해 별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놈에게 여자는... 연애는... 그런 것들은 사치라 생각했다.
빌어먹을 운명을 욕하고 세상에 대해 그 분풀이를 하며 맘대로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 이 여자는 뭔가?
기억도 나지 않는... 자기 가족을 죽인 원수라며 나를 죽이고 싶어하는 여자다.
가족의 원수를 갚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이 여자는 실행하지 않았다.
덕분에 조금 더 살 수 있게 되긴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뭔가 단순하지 않은 감정의 기복이 꿈틀거리는 진풍백이다.
이윽고 꼬집고 있던 매유진의 볼에서 손을 떼며 말한다.
꼴사나운 짓 그만하고 돌아가자고...
무심히 등을 돌려 재촉의 뜻을 전하고 있는 진풍백.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철수하자는 말에 매유진은 의아하다.
그에[ 대한 진풍백의 생각은 대충 이렇다.
지금 몰아닥치고 있는 신지 놈들을 막아낸다 해도 곧 대규모 병력이 몰려올 거다.
조금 전 우두머리가 앞장서서 나온 이상 신지 전체가 움직이는 건 당연하다.
논리적인 진풍백의 말에 매유진도 궁종의 무사들도 일단 동감하는 표정들이다.
그러나 매유진은 억울하다.
이대로 그냥 물러설 수는 없다며 고집을 피운다.
그러자 진풍백은 조금 더 진지하고 세게 다그치듯 말한다.
“어이! 너... 정신차려라! 이곳이 아무리 요충지라 해도 이 인원으로 상대할 수 있는 숫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거기다가, 지금 오고 있는 천 명 정도 되는 놈들... 다 초절정 고수급 아니냐? 그걸 이 인원으로 막아보겠다고?”
진풍백의 그 단언에 궁종 무사들은 섬짓함을 느낀다. 다들 그러하다.
그들은 일순간 술렁이기 시작한다.
천 명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천검대라는 뜻이며, 절대천검대라는 의미로 바로 직결된다.
궁사들 사이로 공포감이 삽시간에 퍼진다.
신지인이라면 누구나 안다.
절대천검대의 무시무시한 실력과 그에 따른 불가항력적인 두려움을 말이다.
“막을 수 있어요! 신지 궁종의 후예인 이 분들과 함께라면요!”
매유진은 궁종의 무사들을 똑바로 쳐다보며 확신에 찬 표정으로 천명한다.
그러자 궁사들은 그 어느때보다도 진지한 표정으로 돌변하며 숙연해진다.
자신들의 주군인 궁존이 하시는 말씀이다.
궁존은 자기들을 끝까지 믿고 죽음까지도 함께 할 결심이시다.
그런 각오를 들으며 어찌 뭉클해지지 않으리오!
매유진은 이어서 고개를 살짝 숙이며 양해와 죄송함을 전한다.
조금 전까지 그저 허둥대며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여서 말이다.
그녀는 자기의 결심을... 마음을... 진정성을 담아 전한다.
“이처럼 미흡한 저지만... 그래도 계속 함께 하시겠어요?”
궁사들의 표정은 진지하고 심각하고 숙연하며 비장하다.
매유진 또한 그러하다.
그녀와 궁사들은 그런 무언의 결심과 각오를 교환하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이제 비로소 지도자의 자세, 리더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는 매유진이다.
자신을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을 위해 그 역시 목숨을 거는 상호 신뢰다.
매유진은 그런 리더로 훌쩍 성장한 것이다.
궁사들은 일제히 화답한다.
궁존의 신뢰에 죽음까지 함께 하겠노라며 우렁차게 외친다.
그런 모습을 보며 매유진은 한없이 뿌듯하며 든든하다.
그들의 성원과 믿음과 충성에 힘입어 그녀는 목소리에 더욱 힘을 주어 말한다.
적들이 유효거리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생각을, 명령을 하달한다.
그들은 활을 주무기로 하는 궁사들인 때문이다.
원거리 공격이니만큼 사정거리에서 일제히 공격을 퍼부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
궁종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며 최선의 전략인 셈이다.
갑자기 자신감이 충만해지는 매유진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진풍백은 사실은 심히 못마땅하다.
결국 무리한 짓이라는 거다.
한마디 훈수를 건네는 진풍백.
“이런 싸움에서는 무리하게 버티기보다는 흐름을 읽고 물러설 때는 물러서는 것도 중요해.”
허나, 매유진도 쉽게 물러설 생각이 조금도 없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궁종 사람들이 지금 낱낱이 지켜보고 있지 않은가!
리더로서 전략을 짜고 액션을 지시하는 지금의 판단을 그녀는 양보하고 싶지 않다.
어쩌면 진풍백이 너무 논리적이고 합리적일지도 모른다.
매유진은 생각이 많이 다르다.
즉, 아까의 섬뜩했던 장면을 다시 복기해보는 그녀.
신지의 지주라는 그 자는 이곳을 말도 안 되는 빠르기로 훅~ 지나쳐 가버렸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따져보는 거다.
이곳을 쓸어버릴 생각이었다면 굳이 그러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그 자의 목표는 애초부터 여기가 아니라 본진이었다.
이곳은 그저 지나치는 통로였을 뿐이었다.
그렇다는 것을 파악한 상황이라면 지금 이쪽으로 오는 적을 두고 물러선다는 것은...
안팎으로 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무시무시한 고수가 우리의 본진 깊숙이 파고 들고 후발대가 우리의 후미를 치는 전략이다.
그것을 어찌 그렇게 되도록 방관할 수 있을까?
어떻게 물러서라는 것인가 말이다.
진풍백의 말을 들어줄 수가 없는 이유다.
지금쯤, 아니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내에 그 자는 본진을 유린할 것이다.
본진 내부가 혼란에 빠질 텐데 그 상황이 수습될 때까지 어떻게든 신지 후발대를 막아야 한다.
아니, 막는다기 보다는 죽음을 각오하고 버텨내야만 한다.
궁종 사람들이 지금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신지의 절대천검대라는 집단이 오고 있다.
파천집멸시를 쉽게 피해내며 진군 속도를 유지한 체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그들이다.
그런 자들에게 우리의 후미를 내준다면 우리의 본진은 그대로 협공을 당하는 꼴이다.
그렇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매유진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는 진풍백.
철부지 애송이로만 여겼던 이 여자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다는 거냐!
최고의 병법가 혹은 전략가스럽게 너무도 논리적이고 타당하지 않은가!
진풍백은 지금 매유진에게 반하고야 말 것만 같은 기분이다.
기어코 이 말을 던지고 만다.
“너... 생각보다 똑똑했던 거냐?”
그 모든 정황 분석이나 형세 파악 및 향후 펼칠 전술 등을 매유진이 생각해낸 것이라면....
그저 물러설 때를 잘 생각해보고 지금은 그럴 때라고 훈계를 한 자신의 좁은 생각이 창피하다.
진풍백이 풋내기 애송이에게 싸움의 기술과 전술의 묘를 한 수 배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거라면 진풍백은 지금 이 여자에게 의문의 1패를 당하는 거다.
아니, 기꺼이 그렇게 해줄 의향이 있다.
갑자기 매유진이 매력 덩어리로 보이기 시작하려는 진풍백의 속마음이다.
예쁘고 날씬한데 머리까지 똑똑하다면?
그렇게 김칫국을 벌컥벌컥 마시며 매유진의 대답을 기다리는 진풍백이다.
그런데..................................................
“지금 이 말은 은총사님이 해주신 말씀이에요.”
<에필로그>
지나치게 늦은 업데이트에 심심한 죄송함을 곱빼기로 전하는 심야입니다.
그래서 에필로그는 사상 최초로 단 세 줄로 마치렵니다.
조만간 543화에서 뵐게요. ^^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편집/20180324 미세먼지 자욱한 심술궂은 어느 봄날
<프롤로그>
어쩌면 지금 태국에서 드라이버를 휘두르고 있을 시간이었을지도....
친구들 모임을 그곳에서 하고 있는데 저는 사정상 가지 못했답니다.
놓치기 정말 아까운 기회였건만 그놈의 먹고 사는 문제가 걸린 상황이라....
그제 어제 업무가 장난 아니었거든요. 흑흑흑
마음은 태국 어느 골프장에 있지만 손과 눈은 열강 업데이트를 하고 있네요.
그것도 왕창 늦은 오늘 말입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작가님이 아파서 한 회 휴재였다지요?
덕분에 543화 업데이트 할 시간에 542화를 쓰고 있으니 말입니다요.
아무튼 작가님 건강 회복하시고 곧 543화를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지각 업데이트 시작합니다.
오늘 미세먼지 자욱해서 밖에 나가지도 못한다니 편집 작업하기 딱 좋은 날입니다.
<절대천검대 진격>
어리둥절... 아니 풍연둥절한 표정의 어리숙한 풍연은 그저 신기한가 보다.
자기는 전혀 느껴지지 못하는 그 먼 거리의 기운도 느낄 수 있는 한비광이 말이다.
한비광은 풍연의 그 놀라움도 무심한 척 대수롭지 않게 흘려버리며 말한다.
왠만한 고수는 다 느끼는 건데 넌 못 느끼다니 그럼 넌 수준이 대체 뭐냐?
라는 표정 같기도 하다.
어쨌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매유진의 화살 공격을 요리조리 잘도 피해가며 진형을 흐트러뜨리지도 않고 일사분란하게 그것도 꽤 빠른 속도로 진군하는 것을 보면 그들은 필시 엄청난 고수급들인 거 같다는 게 중요하다. 그 모든 것들을 한비광은 그 먼거리에 있으면서도 다 감지해내고 있는 거다. 풍연으로서는 꿈도 못 꿀 감지능이다. 게다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무리의 인원수도 얼추 파악한다. 대략 천여 명 정도 되는 걸로 헤아리는 한비광이다. 즉, 신지의 천검대라는 뜻이다.
한비광의 말을 듣고 있던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일순간 어두워진다.
철혈귀검도 혈뢰도 그러하다.
상황 파악을 해보니 이건 장난 아닌 거다.
신지의 지주가 조금 전에 뒤를 믿는다며 맡긴 천검대라는 뜻이 핵심이다.
많고 많은 신지 고수들 중에 지주가 그리 말할 정도라면 딱 하나다.
그것은 바로 절대일검 묵령이 이끄는 절대천검대라는 답이 나온다.
믿는 구석이 있었기에 지주는 이곳을 상대하지 않고 그냥 패싱한 것이다.
보아하니 이곳의 무리들은 절대천검대를 상대로 버티기 힘들 테니 말이다.
한비광이 풍연에게 묻는다.
“강한가? 그놈들?”
풍연이 답한다,
“같은 편일 때도 놈들의 상대에게 동정이 갈 정도였어.”
풍연이 그렇게 말할 정도니 이제 절대천검대의 실력과 무서움은 잘 알겠다.
허나, 이대로 멍하니 있으면서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뭔가를 해야만 한다.
환종과 철혈천검대를 일단 전방으로 보내 전력 보강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그때 퍼뜩 풍연의 머릿속을 때리는 뭔가가 있다.
전방을 생각해보니 바로 그곳에는 매유진 아가씨가 있지 않은가!
한비광이 말로는 화살 공격은 택도 없는 상황이니 그곳이 위험해진다는 뜻이다.
빨리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한비광을 재촉하는 풍연이다.
<궁존 매유진>
하늘에서 비가 오듯 화살이 후드득 떨어지고 있다.
천여 명의 무사들을 향해 정확히 낙하하는 화살들.
그러나 이들은 보통 무사들이 아니다.
절대천검대원들은 그 빗발치는 화살을 대부분 피해내고 있다.
천검대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한 복판 즈음에서 묵령이 부관과 함께 걷고 있다.
화살 따위는 절대 맞지 않는다는 듯 무심하게 두 사람은 그저 걷고 있는 거다.
그들 주변에 사정없이 떨어져 땅에 박히는 화살들이 즐비하다.
화살이 땅에 박힐 때마다 흙과 돌덩이가 사방으로 튀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절대 아랑곳하지 않는 두 사람이다.
수시로 묵령과 부관을 향해 화살이 날아들지만 그때마다 부관이 쳐내버린다.
“제법이군요. 화살의 파편만으로 이런 위력의 공격이라니... 궁종 놈들 몇이 배신을 했다더니 놈들 중에 제법 실력자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부관은 귀찮은 날파리 쫓아내듯 화살들을 쳐내며 묵령에게 말씀을 올린다.
부관의 이름은 ‘해두’다.
그는 계속 중얼거린다.
화살 파편의 이런 위력적인 공격은 인정하나 뭐 이 정도는 대원들에게는 연습용 정도에 지나지 않다고 말이다. 그러나 묵령의 생각은 좀 다르다.
“해두, 지금 뭔가 좀 이상한 걸 못 느꼈나?”
그가 말하는 이상한 것은 무엇일까?
“지금 이것들은 날아오는 방향만 알뿐, 어디서 쏘는지 위치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바로 그것이 포인트다.
분명 지근거리는 아니다. 꽤 멀리서 쏴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허나, 묵령의 말대로 어디쯤에서 쏘는지는 가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천하의 고수인 묵령조차 전혀 모르겠다는 것은 뭔가 꺼림칙하다.
즉, 나는 상대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는데 상대는 이곳을 정확히 알고 있다.
우리 대원들의 위치와 움직임까지 계산해서 정확한 지점에 화살을 날리고 있는 거다.
묵령이 느낄 수 없는 상대로부터의 이런 공격이라니....
부관이 봐도 그렇다. 듣고 보니 뭔가 크게 이상하긴 하다.
이 정도의 감지능력이면 내공이 엄청나다는 예긴데... 그런 고수가 궁종에 있었나? 해두 부관도 묵령도 금시초문이다. 적어도 그들이 아는 한 그동안의 궁종에는 그런 고수는 없었다.
그래서 궁금하다. 정말 궁금하다. 묵령의 호기심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런 이해불가의 감지능력으로 화살을 퍼부어대는 궁종의 인물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게다가... 감히 절대천검대를 향해 화살을 쏴대는 정신 나간 놈이 누구냔 말이냐....
파 아 앙
그렇게 화살 하나를 더 허공을 향해 쏘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진지한 표정의 매유진은 하나하나의 화살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아까부터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는 진풍백.
그 뒤쪽에는 궁종 궁사들이 잔뜩 긴장하며 공격 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들은 화살을 날리지는 않고 그저 자세만 잡고 있는 상황이다.
그들 또한 궁금하다.
궁존이 어딘가를 향해 계속 화살을 날리고 있는데 어디의 누굴 공격하는 건지.
궁종 무사들조차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궁존께서 어딘가를 향해 공격하라고 명령을 내려주시면 참 좋겠는데...
아무 말 없이 혼자서만 열심히 어딘가를 향해 화살을 날려대고 있는 상황일 뿐이다.
그들의 눈에는 그저 아무것도 없는 창공에 화살을 쏴대는 모양이다.
......하아...하아.... 틀렸어... 공격을 해도 접근속도가 지연되기는커녕 더 빨라지고 있어.....
매유진은 점점 숨이 차오른다.
있는 힘껏 시위를 당겼다 놓기를 벌써 몇 번째인지... 숨이 찰 만도 하다.
허나, 더 힘 빠지게 하는 것은 그 공격이 별로 효력이 없다는 사실이다.
엄청난 숫자의 적들이 접근하고 있는데 그들의 진격을 막아낼 수 없는 거다.
얼마 전의 신지 천검대 연합이 몰려 들었을때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파천집멸시로 그들의 접근을 봉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니 매유진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현무가 지친 매유진에게 전음을 날린다.
........... 매유진! 아까부터 공격하기엔 너무 멀다고 충고하지 않았나? ...........
현무는 진작에 알았다.
아무리 파천집멸시라도 이렇게 먼 거리라면 그 위력이 줄 수밖에 없음을....
그래서 적들이 요리조리 피하며 진군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임을 말이다.
허나 그 사실은 매유진도 이미 알고 있다.
알지만 그냥 손 놓고 더 접근하기를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어서다.
아까 당했던 신지 지주의 그 엄청난 속도와 강력한 공격을 떠올린다.
미처 손 쓸 틈도 없이 죽을 뻔 했지 않았나.
그러니 이렇게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지금이라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것!
큰 효력은 없겠으나 그래도 계속 공격을 멈출 수는 없는 매유진의 심정이다.
<진풍백과 매유진>
급한 마음에 매유진은 다시 공격을 재개하려 한다.
화살통에서 화살 하나 빼내려는 순간 그녀의 손을 잡는 이가 있으니...
진풍백이다.
아까부터 보고 있었지만 그녀의 공격이 별로 가치가 없음을 알아버린 거다.
조급한 마음에 발버둥치는 정도로만 여긴 진풍백이 매유진을 말리고 나선다.
느닷없이 진풍백은 매유진의 왼뺨에 오른손을 갖다 댄다.
그러더니만 엄지와 검지로 그녀의 볼살을 꼬집는게 아닌가!
덕분에 이쁜 얼굴이 진빵처럼 옆으로 주욱 늘어나며 통통해졌다.
“긴장 좀 풀어! 이 아가씨야!”
매유진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대며 진풍백이 한 말이다.
마치 연인들이 장난치는 듯한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그 꼴을 본 궁종 무사들은 일제히 소리친다. 그게 무슨 짓이냐며 말이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자신들이 모시는 궁존의 뺨을 꼬집다니 말이다.
진풍백은 등뒤에서 야유가 나오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잠자코 있으란다. 까불면 이 여자의 머리통을 날려버린다며 협박도 한다.
진풍백도 사실은 매유진의 심정을 정확히 잘 알고 있다.
조금 전, 그 말도 안 되는 엄청난 놈과 맞부닥뜨렸으니 얼마나 놀랐을까!
그런 무시무시한 놈이 뒤를 맡기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가 말한 소위 뒤를 청소시킨다는 무리가 지금 접근하고 있다.
어찌 공포스럽지 않을소냐!
하지만 감성을 내세워서 뭐가 어찌 된다는 것이랴.
그렇게 긴장을 잔뜩 하고서, 그렇게 당황하며 뭘 어쩌자는 것이냐는 거다.
그것이 진풍백이 매유진에게 전하려 하는 메시지다.
그렇게 당황하고 긴장해서 허둥대는 꼴을 보여주고 있는 매유진이 안타깝다.
“그래서야 널 믿고 따르는 놈들과 네 진짜 실력에게 부끄럽지도 않냐?”
그 말까지 듣고서야 매유진은 비로소 눈길을 돌려 궁종 무사들을 바라본다.
다들 하나같이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그저 주시하고만 있는 형국이다.
진풍백의 말이 다 옳다.
매유진은 궁종 궁사들을 보며 자신이 좀 경솔했음을 느낀다.
여전히 매유진의 볼을 꼬집고 있는 진풍백.
그녀의 얼굴이 가장 가까워진 순간이다.
매유진의 매력에 사로잡혀버린 듯한 무표정의 진풍백이다.
그는 지금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천음구절맥이라는 천형같은 운명을 타고 난 그는 지금껏 세상을 막 살아왔다.
언제 죽을지 어떤 극심한 고통을 겪다 죽어갈지 그 조차 알지 못한다.
분명한 것은 그렇게 쓸쓸하고 허무하게 죽어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천음구절맥의 체질을 갖고도 여태 살아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신지에서 불쑥 튀어나온 그 무시무시한 그 자도 분명히 말했다.
그 놈은 천음구절맥을 단번에 알아챘다. 역시 대단한 놈인 게 틀림없다.
아무튼 그런데 지금 내 눈 앞의 이 여자는 나에게 무엇일까?
살면서 여자에 대해 별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놈에게 여자는... 연애는... 그런 것들은 사치라 생각했다.
빌어먹을 운명을 욕하고 세상에 대해 그 분풀이를 하며 맘대로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 이 여자는 뭔가?
기억도 나지 않는... 자기 가족을 죽인 원수라며 나를 죽이고 싶어하는 여자다.
가족의 원수를 갚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이 여자는 실행하지 않았다.
덕분에 조금 더 살 수 있게 되긴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뭔가 단순하지 않은 감정의 기복이 꿈틀거리는 진풍백이다.
이윽고 꼬집고 있던 매유진의 볼에서 손을 떼며 말한다.
꼴사나운 짓 그만하고 돌아가자고...
무심히 등을 돌려 재촉의 뜻을 전하고 있는 진풍백.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철수하자는 말에 매유진은 의아하다.
그에[ 대한 진풍백의 생각은 대충 이렇다.
지금 몰아닥치고 있는 신지 놈들을 막아낸다 해도 곧 대규모 병력이 몰려올 거다.
조금 전 우두머리가 앞장서서 나온 이상 신지 전체가 움직이는 건 당연하다.
논리적인 진풍백의 말에 매유진도 궁종의 무사들도 일단 동감하는 표정들이다.
그러나 매유진은 억울하다.
이대로 그냥 물러설 수는 없다며 고집을 피운다.
그러자 진풍백은 조금 더 진지하고 세게 다그치듯 말한다.
“어이! 너... 정신차려라! 이곳이 아무리 요충지라 해도 이 인원으로 상대할 수 있는 숫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거기다가, 지금 오고 있는 천 명 정도 되는 놈들... 다 초절정 고수급 아니냐? 그걸 이 인원으로 막아보겠다고?”
진풍백의 그 단언에 궁종 무사들은 섬짓함을 느낀다. 다들 그러하다.
그들은 일순간 술렁이기 시작한다.
천 명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천검대라는 뜻이며, 절대천검대라는 의미로 바로 직결된다.
궁사들 사이로 공포감이 삽시간에 퍼진다.
신지인이라면 누구나 안다.
절대천검대의 무시무시한 실력과 그에 따른 불가항력적인 두려움을 말이다.
“막을 수 있어요! 신지 궁종의 후예인 이 분들과 함께라면요!”
매유진은 궁종의 무사들을 똑바로 쳐다보며 확신에 찬 표정으로 천명한다.
그러자 궁사들은 그 어느때보다도 진지한 표정으로 돌변하며 숙연해진다.
자신들의 주군인 궁존이 하시는 말씀이다.
궁존은 자기들을 끝까지 믿고 죽음까지도 함께 할 결심이시다.
그런 각오를 들으며 어찌 뭉클해지지 않으리오!
매유진은 이어서 고개를 살짝 숙이며 양해와 죄송함을 전한다.
조금 전까지 그저 허둥대며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여서 말이다.
그녀는 자기의 결심을... 마음을... 진정성을 담아 전한다.
“이처럼 미흡한 저지만... 그래도 계속 함께 하시겠어요?”
궁사들의 표정은 진지하고 심각하고 숙연하며 비장하다.
매유진 또한 그러하다.
그녀와 궁사들은 그런 무언의 결심과 각오를 교환하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이제 비로소 지도자의 자세, 리더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는 매유진이다.
자신을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을 위해 그 역시 목숨을 거는 상호 신뢰다.
매유진은 그런 리더로 훌쩍 성장한 것이다.
궁사들은 일제히 화답한다.
궁존의 신뢰에 죽음까지 함께 하겠노라며 우렁차게 외친다.
그런 모습을 보며 매유진은 한없이 뿌듯하며 든든하다.
그들의 성원과 믿음과 충성에 힘입어 그녀는 목소리에 더욱 힘을 주어 말한다.
적들이 유효거리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생각을, 명령을 하달한다.
그들은 활을 주무기로 하는 궁사들인 때문이다.
원거리 공격이니만큼 사정거리에서 일제히 공격을 퍼부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
궁종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며 최선의 전략인 셈이다.
갑자기 자신감이 충만해지는 매유진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진풍백은 사실은 심히 못마땅하다.
결국 무리한 짓이라는 거다.
한마디 훈수를 건네는 진풍백.
“이런 싸움에서는 무리하게 버티기보다는 흐름을 읽고 물러설 때는 물러서는 것도 중요해.”
허나, 매유진도 쉽게 물러설 생각이 조금도 없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궁종 사람들이 지금 낱낱이 지켜보고 있지 않은가!
리더로서 전략을 짜고 액션을 지시하는 지금의 판단을 그녀는 양보하고 싶지 않다.
어쩌면 진풍백이 너무 논리적이고 합리적일지도 모른다.
매유진은 생각이 많이 다르다.
즉, 아까의 섬뜩했던 장면을 다시 복기해보는 그녀.
신지의 지주라는 그 자는 이곳을 말도 안 되는 빠르기로 훅~ 지나쳐 가버렸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따져보는 거다.
이곳을 쓸어버릴 생각이었다면 굳이 그러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그 자의 목표는 애초부터 여기가 아니라 본진이었다.
이곳은 그저 지나치는 통로였을 뿐이었다.
그렇다는 것을 파악한 상황이라면 지금 이쪽으로 오는 적을 두고 물러선다는 것은...
안팎으로 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무시무시한 고수가 우리의 본진 깊숙이 파고 들고 후발대가 우리의 후미를 치는 전략이다.
그것을 어찌 그렇게 되도록 방관할 수 있을까?
어떻게 물러서라는 것인가 말이다.
진풍백의 말을 들어줄 수가 없는 이유다.
지금쯤, 아니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내에 그 자는 본진을 유린할 것이다.
본진 내부가 혼란에 빠질 텐데 그 상황이 수습될 때까지 어떻게든 신지 후발대를 막아야 한다.
아니, 막는다기 보다는 죽음을 각오하고 버텨내야만 한다.
궁종 사람들이 지금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신지의 절대천검대라는 집단이 오고 있다.
파천집멸시를 쉽게 피해내며 진군 속도를 유지한 체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그들이다.
그런 자들에게 우리의 후미를 내준다면 우리의 본진은 그대로 협공을 당하는 꼴이다.
그렇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매유진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는 진풍백.
철부지 애송이로만 여겼던 이 여자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다는 거냐!
최고의 병법가 혹은 전략가스럽게 너무도 논리적이고 타당하지 않은가!
진풍백은 지금 매유진에게 반하고야 말 것만 같은 기분이다.
기어코 이 말을 던지고 만다.
“너... 생각보다 똑똑했던 거냐?”
그 모든 정황 분석이나 형세 파악 및 향후 펼칠 전술 등을 매유진이 생각해낸 것이라면....
그저 물러설 때를 잘 생각해보고 지금은 그럴 때라고 훈계를 한 자신의 좁은 생각이 창피하다.
진풍백이 풋내기 애송이에게 싸움의 기술과 전술의 묘를 한 수 배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거라면 진풍백은 지금 이 여자에게 의문의 1패를 당하는 거다.
아니, 기꺼이 그렇게 해줄 의향이 있다.
갑자기 매유진이 매력 덩어리로 보이기 시작하려는 진풍백의 속마음이다.
예쁘고 날씬한데 머리까지 똑똑하다면?
그렇게 김칫국을 벌컥벌컥 마시며 매유진의 대답을 기다리는 진풍백이다.
그런데..................................................
“지금 이 말은 은총사님이 해주신 말씀이에요.”
<에필로그>
지나치게 늦은 업데이트에 심심한 죄송함을 곱빼기로 전하는 심야입니다.
그래서 에필로그는 사상 최초로 단 세 줄로 마치렵니다.
조만간 543화에서 뵐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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