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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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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30일 도전기 - 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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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5-02 20:24 조회1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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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웬만하면 같이 시작하지!?"


뜬금없이 그렇게 아내의 돌직구 한 마디가 꽂혔다.

어디에?

한껏 슴슴하게 진화되고 있는, 내 가슴 저 밑바닥 뻘에 겨우 숨만 뻐끔거리는 아가미에 말이다.

그렇게 오십여년을 나름 열심히 살아내고 있던 나였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무엇에 홀린듯 대학원에 진학했고 IMF가 올줄 미리 알았다는 듯이 딱 한 해 전에 박사과정에 덜컥 등록하고 말았다. 그때부터 내 인생은 마치 각본에 있었던 것처럼 순탄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순탄하게?

 

말 그대로다. 배운 것은 도둑질이라고, 대학원을 거치는 동안의 십여 년의 세월은 나도 모르게 나를 감염시켰으니 그것은 바로 평범하게 사는 법을 체득해버린 것이다.

선택지에서 정답이라고 생각되는 답안을 고르기는 쉬웠다.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니 그에 걸맞은 직업을 가져야만 했기 때문이다.

내친김에 박사후과정을 밟기 위해 캐나다 몬트리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혼자가 아니라 작은 아이와 함께 아내와 함께 말이다.

그곳에서의 눈물 콧물 떨어지는 일들을 여기에 적자면 그것만으로도 책 한 권은 족히 나올 테니 과감히 생략한다.

어쨌든 5년여의 타국 생활을 접고 승승장구하겠노라는 청운의 꿈을 안고 귀국했다.

 

승승장구?

 

중소기업 연구소장으로 스카웃 되어 한국에서의 직장생활로서 첫 번째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때는 포부도 당당했더랬다. 세상에 없던 신제품을 개발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해주겠다는 야심 말이다. 그것은 바로 신이 선택한 금속이라는 티타늄으로 핸드폰 커버케이스를 만드는 것이었다. 소위 핸드폰 뒷판을 말한다. 그때까지 모든 핸드폰 케이스는 플라스틱이었다. 이것을 티타늄 합금으로 대체하겠다는 프로젝트였다. 그것은 원심정밀주조라는 공정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삼성과 LG가 관심을 보였고 그들과 나름 어느 정도 샘플 테스트 등 진행하기도 했다. 직원 60여명의 작은 기업의 연구소장으로서 세상에 없던 물건을 만들어내려니 벅차기도 했다. 그렇게 2년여를 끙끙대다가 결국 회사는 문을 닫게 되었다. 승승장구를 추구했으나 첫 번째 시도는 처참하게 박살이 났다. 비싼 수업료를 낸 셈이다. 이제 백수가 된 것이다.

 

백수?

 

근 백여 일을 백수로 보낸 것 같다. 7전 8기를 몸소 실천했으니, 여덟 번째 제출한 입사지원서가 낭보를 전한 거다. 서울 가산동에 있던 정부산하 소재연구소에서 화답이 왔고 무난하게 취직이 되었다. 두 번째 직장이었다. 실험실에서 처박혀 금속 소재와 화학 약품과 전기장치와 환풍기랑 죽마고우가 되어버렸다. 이건 뭐 삶은 달걀 속껍질처럼 실험장비와 노트와 나는 착 달라붙어 삼위일체가 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살았다. 아니, 그렇게 살게 되었다. 신데렐라는 그래도 예쁜 옷 입고 황금 호박 마차 타고 궁전 가서 신나게 놀기라도 했겠다. 자정이 되기 전에 귀가한 것은 걔랑 나랑 똑같기는 하다. 그러나 이 몸은 시큼한 냄새가 배어있는 실험실에서 괜히 핀셋에게 너는 왜 그리 날씬하냐고 말 걸고, 담그면 손가락이 녹아내리는 염산 혼합 용액에게는 너는 뭣 때문에 그렇게 사납게 사느냐고 시비를 걸기도 하며 긴 밤을 보냈으니 신데렐라가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사는 것이 박사 학위를 소지한 연구원의 숙명이려니 했다. 지칠 때마다 새로운 직업을 가지면 또 뭐가 달라질지 호기심이 일렁거렸다.

 

호기심?

 

돌이켜보니 그리고 앞으로를 내다보니 나는 나도 모르게 새로운 일을 곧잘 해낸 것 같다. 하던 일과 새로운 일 중에 택하라면 그때마다 후자를 골랐던 기억이 있으니 말이다. 연구소 생활이 8년 차가 되던 어느 날, 기관장으로부터 이상한 제안을 받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파견을 가보라는 것이다. 별로 고민하지 않고 수락했고, 2년여 동안의 시간을 정부 부처에서 신기한 일들을 보고 듣고 배우며 살았다. 나름 재미있었지만 일이 익숙해지면서 또다시 병이 도지기 시작했다. 뭔가 더 새로운 일이 있을 텐데. 일종의 역마살이런가?

 

역마살?

 

아주 어릴 때 엄마가 스님께 사주팔자를 물으셨단다. 나는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많은 곳을 다니고 특히 외국을 자주 드나드는 팔자를 타고 났단다. 그것은 역마살에 다름 아닐 게다. 어쨌거나 어느정도는 그 스님 말씀처럼 되어왔던 것도 같다. 그래서 자꾸 새로운 일을 찾아 헤매고 있을지도 모른다. 산업부에서의 파견 생활은 2년을 넘기고 종지부를 찍었다. 그곳에서 발견한 근사한 일자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 번 더 옮겼다. 연봉은 그럴 때마다 의미가 있을 정도의 큰 폭으로 올라갔다.

 

연봉?

 

직장인의 꿈은 소위 억대 연봉자가 되어보는 것이란다. 정말 연봉 1억원 정도를 받으면 직장인으로서 성공한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성공이라는 개념의 정의가 관건이란 말이다. 종종 밑 빠진 독이 생각나던 시절이 바로 그때였다. 밑 빠진 부분에 두꺼비 한 마리가 필사적으로 물 새는 것을 몸으로 막고 있는 장면이 동시에 떠올랐다. 육신과 영혼을 갈아 넣어 창조해 낸 저 두꺼비는 바로 나였다. 직장에서는 나름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으나 가정에서는 그 반대였으니 말이다. 아내가 독박육아를 하게 만든 장본인은 죽어서도 조물주가 만들어 놓으셨다는 천당에 가지 못할 거라는 이상한 믿음이 생긴 것도 전혀 이상하지는 않았다.

 

조물주?

 

이쯤에서 고백한다.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나름 성실하고 열심히 직장 다니며 살았다. 그리고 틈만 나면 연봉을 더 받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덕분에 연봉 계단을 꾸준히 걸어 올라 어느새 억대 연봉자가 되었다. 그런데 연봉 액수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더 많이 소비해야 하는 이유들이 더 빠르게 생겼다. 아이 둘의 양육과 교육, 아파트 평수의 증가, 외제차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 했다. 주변에는 건물주가 되었다고 은근히 자랑하고 부동산으로 주식으로 큰 돈을 벌고 있다는 지인들의 소식이 날아들었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월급만을 바라보며 사는 그저 그런 직장인이었다.

 

부동산?

 

2022년 1월 어느 날이었다.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네이버 카페를 하나 소개해주며 아내가 무심히 한 마디 툭 던졌다. “우리도 부자 공부 한번 해볼래요?” 그 한 마디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꽂혔다. 어디에? 내 가슴 저 밑바닥 뻘에서 파닥거리며 겨우 숨만 뻐끔거리는 아가미에 말이다. 곧바로 여진처럼 설악산 흔들바위가 시속 200km로 날아와 내 뒤통수를 강타한 것만 같은 느낌에 부르르 사타구니마저 전율했다. 그날 이후, 우리집 식탁이며 바닥이며 책상이며 소파 등 사방에 부자되는 방법에 대한 온갖 책들이 난무하게 된다. 그야말로 닥치고 돈 공부 모드다. 그 와중에 자청이란 닉네임의, 어느 별에서 온 듯한 잘생긴 청년이 운영하는 카페를 알게 된다. 물론 그것도 아내가 소개해준 덕분이다. 달달하고 맛나는 조청은 알았어도 자청은 전혀 알지 못했다.

 

자청?

 

벌써 3기란다. 전자책 플랫폼 프드프에서 거사를 벌인단다. 초사고 글쓰기 30일 챌린지가 시작된단다. 바로 오늘부터란다. 그냥 글쓰기란다. 그냥 해보기로 한다.

 

여보, 웬만하면 같이 시작하지... ?!

 

녜, 분부 받들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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