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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에 마음을 놓다 2012 - 109 - 지극히 평범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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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다.
덕분에 운동을 생략했다.
컴퓨터를 켜고 물 한잔을 마시며 비타민을 얹는다.
눈영양제를 깨물어 먹고 심호흡 한번하면 모니터가 놀아달라며 얄궂은 손짓을 한다.
온종일 뭔가를 바쁘게 한다. 손님도 가끔 받고 동료들과 잡담도 몇마디 하고, 날아가는 비행기의 허연 뱃가죽에 멍하니 시선을 꽂기도 한다.
연구소를 에워싼 아파트에서 어느새 저녁밥 짓는 향기가 진동하면 그제서야 날이 또 한번 저물었음을 알아챈다.
보통의 여덟시엔 MBC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를 청취한다.
퇴근길 운전하며 아홉시 뉴스 혹은 CBS '허윤희의 꿈과음악사이에'를 애청한다.
집에 들어서면 공부하던 아이들이 뛰어 나와 안긴다.
아내는 옅은 미소를 날리고는 가사에 여념이 없고 나는 조간신문을 훑는다.
아이들의 방 전등을 꺼주고 내일 입을 오늘 입었던 옷가지들을 챙겨 놓고 자정 무렵 침대에 등뼈를 올려놓는다.
오늘 하루도 무탈히 살아냈음을 감사하며 전두엽의 스위치를 '외출' 모드로 전환시킨다.
휴대폰 알람이 무사히 작동되길 소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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