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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에 마음을 놓다 2012 - 90 - 산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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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고 지나고 더 지나 한 겨울 입춘도 뒤로 했건만
저토록 야무지게 잔가지를 움켜쥐고 파르라니 떨면서도
삭풍과 시린 눈덩이를 온 몸으로 받아내는 나뭇잎 있다.
장한 마음에 눈 치켜뜨고 올려다보니 실상은 참혹하다.
애당초에 나무에게 작별을 고하고 마지막 가쁜 숨을 놓았건만
가늘게 여윈 나뭇잎 줄기 손톱 되어 하필 가지와 뒤엉켰구나.
대지를 덮고 흙과 섞여 다시 나무의 정기가 되고자 하였으나
홑이불처럼 바삭거리며 죽어도 죽지 못하는 산송장이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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