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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에 마음을 놓다 2012 - 87 - 공유지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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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용하는 맑은 샘물이 있습니다.
어느 날 안내문이 걸렸지요.
샘물을 이용하는 사람은 일지에 이름, 날짜 등등 기록을 하라고 말입니다.
누구는 기록을 하고 누구는 가끔 하고 누구는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지만 그냥 세월이 흘러갈 뿐이었지요.
언제부턴가 샘물이 조금씩 더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공유지의 비극이 시작되는 것이었지요.
사람들은 당연히 일지를 보며 기록된 이름들을 떠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실상은 기록하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데도 말입니다.
버젓이 자기 이름을 적으며 샘물을 더럽히는 사람은 없겠습니다.
괜한 오해는 사람들 간에 불신을 조장하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더 이상 아무도 일지에 이름을 쓰지 않게 되었지요.
생각이 다른 여럿이 모여 사는 세상은 원래 그런 거라고 합니다.
순진하게 이름을 기록하며 정성을 쏟는 사람들은 바보라고 불립니다.
실속을 확실히 챙기며 배를 두드리는 사람을 능력자라고 한다는군요.
적당히 삐뚤어져야 삐뚤어진 곳에서 기울어지지 않고 살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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