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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공의 제주산 은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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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1-09-02 18:17 조회2,5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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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공의 제주산 은갈치

제주도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갈치조림이다. 물론 제주산 은갈치를 말함이다. 갈치는 원래가 은빛이지만, 그래서 그냥 갈치라고만 해도 될텐데 굳이 은갈치라고 한 까닭은 아마도 제주산에 대한 신비감을 더해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어떻든 갈치조림을 한 상 주문해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 다음날 해질 무렵이었다. 섭지코지 하늘에 펼쳐진 광경을 보며 한동안 시선을 어찌할 수 없었다. 어제 먹었던 갈치조림의 그 짭짤하며 고소한 그리고 살짝 매콤한 맛의 여운이 아직 혀끝에 남아 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수채화를 감상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것은 거대한 제주산 은갈치에 다름 아니었다. 선명한 등뼈와 날렵하게 뻗은 꼬리 그리고 금방이라도 꿈틀댈 것만 같은 지느러미까지 갖춘 완전한 자연산이다. 보는 순간 거의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뽑아 몇 컷을 연달아 찍는다. 황혼은 생각보다 짧기 때문이다. 태양은 낮 동안 쉼 없이 맹렬하게 토해냈던 이글거림에 대한 긴 숨을 들이키며 하얗게 질려있다.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은갈치는 파란 창공을 배경으로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한 폭의 수채화다. 아무렇게나 흩뿌려 놓은 듯한 구름 조각들마저 예사롭게 보이질 않는다. 불과 몇 분 동안 펼쳐진 하늘과 태양과 구름과 바람의 거대한 공연이다. 그저 숨죽이며 관람할 뿐이다. 두 번 다시는 재현되지 않을 것이기에 감동은 증폭된다. 어느덧 태양은 널어놓았던 모든 빛줄기들을 거두어들이며 수평선 너머로 미끄러지고 제주산 은갈치 역시 그에 맞춰 흐느적거리며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간다.

제주도의 바다에서 그리고 창공에서 유영하던 그것이 이젠 내 가슴 한편에서 지느러미를 나부끼고 있다. 아, 칼칼한 갈치조림의 그 맛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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