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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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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1-07-31 22:59 조회3,3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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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하계 가족여행 - 제주도 3박4일 (7/27수 ~ 7/30토)

올 여름엔 마침내 두 아이의 소원을 풀어줄 수 있었다. 그들의 소원은 몇 년 전부터 제주도 가보기였다. 하나 더 추가한다면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 가서 여행하기였다. 초등 5학년과 2학년인 딸고 아들의 반 아이들 중 제주도에 가보지 않은 아이는 거짓말처럼 우리 아이들 둘 밖에 없다는 투정이 바로 이번 제주도 여행을 결행하게 된 원동력이었다. 결혼 11년차인 우리 부부가 진정 큰 마음을 먹고 기획하여 달성한 올 여름 제주도 프로젝트를 정리해본다.

여행 경비 지출 내역 총괄

항공권

제주항공 (8:10am 김포 발/9:05pm 제주 발)

744,800

숙박

금호리조트 (3박), 18평형

246,000

자동차

AJ렌터카 (제네시스 쿠페)

414,960

총 주행거리: 365km (주유비: 100,000원)

100,000

김포공항 주차비

4일

50,000

27일

165,510

28일

304,030

29일

199,200

30일

136,000

총 비용

2,360,500

o 관광지 관람 개수 : 17

- 김녕미로공원, 만장굴, 트릭아트뮤지엄, 제주민속촌
- 성산일출봉, 우도잠수함, 우도, 섭지코지
- 쇠소깍, 송악산, 마라도, 테디베어박물관, 초콜릿랜드, 믿거나말거나박물관
- 주상절리대, 협재해수욕장, 공룡랜드

예상치를 상회하는 거금이 소요됐다. 제주도를 4일간 여행하며 쓴 경비치고는 왠지 과하게 느껴지지만 허투루 쓴 돈은 거의 없다고 자위하며 아이들의 만족도라는 보자기로 애써 둘러 싸버린다. 신기하게도 꼭 365km를 달렸다. 물론 나름대로 스포츠카를 표방했다는 자동차인지라 연비는 아무리 후하게 쳐줘도 리터 당 7km를 넘지 않았다. 차량 때문에 비용이 조금 더 들었지만 이번에 충분히 경험함으로써 다음에 제네시스 쿠페는 적어도 가족용 차량으로는 구매하지 말아야겠다는 판단을 할 수 있었으니 나름대로 가치가 있는 선택이었다.

첫날 아침 8시 10분발 비행기로 제주도에 날아가서 마지막 날 저녁 9시 5분발 비행기로 제주도를 떠났으니 그야말로 꽉 채운 4일간의 일정이었다. 덕분에 5일 같은 4일 일정으로 많은 것들을 보고 즐길 수 있었으니 하품 참아가며 새벽에 일어난 보람이 있었다.

27일(수) 맑음, 32°

아침식사: 파리바게트 샌드위치

8,900

던킨도너츠 공항점 (커피, 먼치킨 도너츠)

5,500

김녕미로공원

4,860

- 생수

550

만장굴

6,000

- 점심식사, 1pm (해물파전, 잔치국수, 만두, 돈가스)

31,000

- 아이스크림

4,500

트릭아트뮤지엄

25,000

- 책갈피 1개

1,000

제주민속촌박물관

22,000

- 승마

10,000

금호리조트 체크인 (8pm)

남원한라가든, 8pm (저녁식사/제주산 돼지 삼겹살 3인분)

35,000

남제주할인마트 (생수, 과자, 김치, 김, 햇반 등등)

11,200

165,510

이번 여행 며칠 전부터 인터넷을 서핑하며 나름대로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 여행기를 읽어보기도 하고 친절하게 3박4일 일정이라며 올려놓은 내용들을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숙소가 다르니 내 입맛에 맞는 일정을 세우는 데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간단한 기본 정보들만으로 대략의 뼈대를 세우고 우리 가족을 위한 요구를 반영하여 계획을 잡았다. 가장 큰 포인트는 이번 여행의 목적이 휴식보다는 생전 처음 가보는 두 아이들의 눈 높이에 최대한 맞춘 관광이나 체험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제주공항에 내려 렌터카를 빌렸고, 바로 같은 옆 공간에 있는 유컴스라는 회사에서 각종 관광지 할인티켓을 구매하는 것으로 제주도에서의 일정을 시작했다. 현지에서 사면 할인이 되지 않으므로 가능하면 이런 할인쿠폰점에서 충분히 구매하는 게 낫다. 물론 사용하지 않은 티켓은 전액 환불이 되니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첫 방문지는 김녕미로공원이었다. 메이즈랜드라는 유사한 미로공원이 있지만 최초로 설립된 곳이라기에 선택했다. 메이즈랜드가 규모는 더 크고 최근에 생겼지만 그곳은 나중을 위해 아껴두기로 한다. 아무튼 김녕미로공원에서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신나게 뛰어 다닌다. 입구로 들어가서 출구를 찾는 미로의 특성 상 사방에 막다른 길이 나오고 갔던 길을 다시 걷게 되고 아까 만났던 사람들을 헤매는 동안에 두어 번 더 마주치게 되는 결코 쉽지 않은 미로다. 결국 우리 부부는 입구로 다시 탈출을 해야 했지만 아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다니며 끝내 출구를 찾아 무사히 빠져 나온다. 마침 5분 정도 후드득 쏟아진 소나기가 시원했다. 벌써부터 아이들의 입은 귀에 걸려 있다.

만장굴은 김녕미로공원 근처에 있다. 이 둘은 묶어서 관광하는 게 좋겠다. 날씨는 그야말로 무더움의 극치였다. 기온은 33도를 넘나들고 가득 찬 습도로 인해 체감온도는 40도는 족히 되는 것 같은 기분이다. 몇 걸음만 걸어도 땀이 송글송글 배어나오는 그런 살인적인 무더위와의 싸움이었다. 그런 상황에서의 만장굴 체험은 오한을 느끼게 하는 15도짜리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온 느낌이다. 한 가지 팁이라면 만장굴은 가능하면 문화해설사의 도움을 받는 게 진정한 동굴 탐험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매표소에서 조금만 서성거리다보면 작은 손전등을 든 그분들을 만날 수 있다. 구경할 수 있는 만장굴은 1km짜리 구간으로 문화해설사를 졸졸 따라다니며 온갖 진기한 용암석과 용암동굴의 태생 및 형상에 얽힌 숨은 이야기들을 듣는 재미가 정말 쏠쏠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 가족 역시 그냥 컴컴한 동굴을 걸어 들어갔다가 걸어 나오는 정도에서 그쳤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이런 한 여름에 인상적이었던 것은 15도라는 동굴 내부의 온도가 이가 부딪힐 정도의 충분한 추위를 선사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체험이었다면 그런 서늘한 동굴에서 40도에 육박하는 찜통 더위의 지상으로 나왔을 때, 마치 냉장고에서 갖 꺼낸 맥주병 표면에 이슬이 맺히듯 우리 살갗 여기저기에서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흐르더라는 것이다.

잔뜩 시장기를 느낀 아이들 때문에 만장굴 공원 내의 식당에서 점심을 때웠다. 먹거리와 맛집이 널려 있다는 제주도에 와서 그저 그런 평범한 식사로 끼니를 때우기는 싫었지만 시간 관계 상 어쩔 수 없었다. 예상대로 맛은 별로였다.

다음 코스는 트릭아트뮤지엄이었다. 이런 종류의 뮤지엄이 제주도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숙소로 가는 방향에 있었기에 선택했는데 예상 외로 아이들이 참 즐거워 한다. 이곳은 말 그대로 신기한 그림들이 잔뜩 있었고 각각의 그림 앞에서 재미있는 포즈로 사진 찍기에 안성마춤인 곳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우리가 입장한 시각에 관광버스 두 대가 동시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고 사진을 찍으려 줄을 서야 할 정도였고 실내 온도는 또 왜 그리 후텁지근하던지... 뮤지엄 외부에도 작은 동산이 조성되어 있고 얼룩말, 기린, 원숭이 등등 야생동물을 실감나게 실물 모형으로 만들어져 있어 사진 찍기에 좋다.

세 번째 들른 곳은 제주민속촌박물관이다. 제주도에서 가장 제주다운 곳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제주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 해녀의 집, 어부의 집 등등 볼거리가 많아 천천히 산책하듯 걷는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한 곳이다. 커다란 그네에 올라타고 깔깔거리는 아이들은 그 앞 넓은 마당에 놓여 있는 각자기 놀이물들을 발견하고는 하나씩 해보며 마냥 즐거워한다. 투호, 제기, 굴렁쇠, 팽이 등등 나름대로 열심히 하지만 잘 되지 않자 나를 찾는다. 물론 나는 초등학교 시절에 다 해 본 것들이다. 멋지게 시범을 보여주니 아이들의 탄성이 절로 나온다. 별다른 놀거리가 없었던 나의 유년시절에 지겹도록 했던 놀이들이다. 민속촌에서 말을 발견한 아들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쳐다본다. 말을 타보는 데 만원이다. 소견이 좀 있는 딸은 타보고는 싶지만 돈이 비싸다며 자긴 타지 않겠단다. 그래서 아들은 원하는대로 말을 태워주었고 딸은 딸의 의견을 존중해주었다.

8시가 되어서야 금호리조트에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너무 늦은 관계로 남아 있는 온돌방을 배정받았고 예상대로 바다 조망이 아니었지만 뭐 어쩌랴. 뜻밖이었다면 조식뷔페 쿠폰을 6장 받았다는 것이다. 성인 15,000원, 소인 12,000원짜리라며 3박 일정이니 6장이란다. 뭐 그건 내일 아침 이야기고 일단 오늘 저녁을 해결해야 했으니 스마트폰으로 주변 검색을 해본다. 마침 블로그에서 평이 괜찮은 음식점을 찾아내 그곳을 찾았다.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식당이었는데 시장이 반찬이었는지는 몰라도 굉장히 훌륭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밑반찬 몇 가지와 제주산 돼지삼겹살을 먹었고 공기밥 세 개를 주문하니 그 중 하나는 비빔밥으로 차려져 나왔다. 고소하고 풍부한 식감의 비빔밥 덕분에 첫날 제주도에서의 만찬은 가족 모두 대만족을 외쳤다. 물론 흑돼지는 아니었지만 제주산 삼겹살 역시 괜찮았다.

남원읍에 있는 식당에서 숙소 가는 길 중간에 있는 할인마트에서 간단하게 장을 봤다. 이번 여행의 컨셉은 절대 밥을 해먹지 말자는 것이었다. 모든 끼니를 제주도 맛집에서 즐기자는 모토였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몇 가지 간식꺼리를 챙겼다.

28일(목) 맑음, 33°

금호리조트 조식뷔페 (콘도 제공 쿠폰 6매 중 4매 사용)

성산일출봉

6,000

- 밀짚모자 (양숙이상회)

20,000

- 던킨도너츠 (아이스커피, 슬러시)

10,100

우도 잠수함 (성인 1, 소인 2)

103,500

- 멀미약 3

3,000

옛날옛적 (점심식사, 3pm)/돔베고기 정식 3인분+ 고기 1인분 추가

55,000

패밀리마트 (아이스커피, 밀크쉐이크)

4,000

우도 해양공원 승선료

14,400

- 우도 개인관광 (버스 투어)

16,000

- 승마 (2명)

20,000

- 우도 땅콩

2,000

섭지코지

- GS25 (아이스크림)

4,000

남제주할인마트 (사발면, 캔맥주, 과자, 캔커피, 프랑크소시지 등)

31,530

저녁식사 (치킨, 햇반, 김), 숙소에서 부어치킨 배달

11,000

세탁 (리조트 내 세탁실, 세제 500원)

3,500

304,030

여행 둘째 날이다. 어제 받은 조식뷔페쿠폰을 들고 입장했는데, 한 마디로 실망스러움 가득이었다. 우리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불평이 새어 나온다. 메뉴도 형편없었지만 그 맛 역시 그저 그랬기 때문이다. 그 흔한 베이컨과 에그 스크램블 조차 없었으며 대체 뭘 먹으라는 건지 식당 주인의 속마음을 잘 파악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모닝빵 몇 개와 씨리얼, 죽 반 공기와 성게알이 조금 들어간 미역국, 비엔나 소시지와 돼지 불고기 약간으로 아침을 때웠다.

오늘 날씨도 역시 아스팔트를 녹여 버릴 듯한 찜통더위다. 성산일출봉에 도착하니 벌써 진이 빠지는 듯하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중국말과 일본말이 시끄럽게 느껴진다. 이곳은 내가 대학원 시절 수학여행을 왔던 곳이다. 그때는 가을이라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었는데 이번엔 차원이 다르다. 햇볕의 심각성을 간파한 아내는 얼른 밀짚모자를 산다. 그러나 100미터 정도를 걸으니 벌써 옷은 반쯤 젖는다. 힘들다며 짜증을 내는 아들을 닦달해가며 정상에 오르니 나름대로 보람은 있다. 사진 몇 장을 찍고는 서둘러 내려간다. 더 머무르다가는 일사병이라도 걸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다 내려와서 아이스커피와 슬러시로 몸의 열기를 조금 식혀 보지만 다시 더위에 노출되자마자 말짱 도루묵이다.

지근거리에 있는 우도 잠수함 선착장에서 오늘의 두 번째 코스에 임한다. 아내는 진작 포기를 선언했다. 정가 5만원이지만 할인가 38,000원에 쿠폰을 구입했지만 어차피 환불이 되니 환불하면 되고, 자기는 도저히 배멀미 때문에 탈 자신이 없단다. 서둘러 근처 매점에서 멀미약 세 병을 사서 나눠 마셨다. 아내는 차에 남아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독서를 하신단다. 갑자기 부러워진다. 아이들만 보내고 싶은 마음도 살짝 들었으나, 상황을 파악해보니 도저히 그럴 수 없다. 선착장에서 30여분간 배를 타고 우도까지 가서 그곳에서 잠수정에 옮겨 타고 25분 정도 해저 30미터까지 내려가 관광을 하고는 다시 돌아오는 코스였기 때문이다. 어떻든 바람이 거세 파도가 높은 바다를 뚫고 가 잠수정을 탔다. 핀란드산 30억원짜리 잠수정이란다. 보통의 경우 20미터쯤 들어가면 다이버가 따라 들어가 물고기 먹이를 뿌리고 그 주위로 물고기들이 몰려들면서 구경꺼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었지만 우리는 운이 나쁜 모양인지, 다이버가 입수하자마자 잠수 장비에 문제가 생겨 다시 올라가버렸다는 멘트가 흘러나온다. 덕분에 물고기 몇 마리와 산호 몇 개, 다금바리 한 마리와 넙치 한 마리, 그리고 멸치떼 슬쩍 본 게 전부였다. 하지만 아이들의 신기해하는 눈망울과 잠수정을 타고 바다 밑을 잠시나마 돌아다녔다는 체험을 선사했다는 데 만족할 뿐이다. 안타까운 장면이 둘 있었다. 돌을 갓 지나 보이는 아이를 업고 승선한 아이엄마는 잠수정이 물 밑으로 내려가자마자 울어대는 아이를 달래느라 계속 서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었고 또 하나는 75세는 족히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손자를 데리고 타서는 잔뜩 피곤한 얼굴로 초점 없이 창밖을 내다보다가 결국 손자가 토하는 바람에 황급히 비닐봉지를 갖다 대며 당황해하시는 모습이었다. 결국 그 아이엄마도 그 할아버지도 구경은 커녕 본인들만 고생한 꼴이 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바다 밑 30미터까지 내려가다 보니 너나 할 것 없이 입술이 진한 보랏빛으로 변한다. 생각보다 수압이 높아지는 모양이다. 아들 녀석도 멀미를 조금 했지만 다행히도 잘 참아주었다. 잠수정을 타고 엄청난 바닷속 비경을 구경할 수 있을거라는 지나친 기대는 살짝 접어두는 게 좋겠다. 그저 하나의 체험으로 보면 좋다.

점심식사가 많이 늦어졌다. 얼마 전 신문에 난 기사에서 정리해 둔 7군데의 맛집 중 첫 번째 음식점은 바로 ‘옛날옛적’이다. 돔베고기 전문으로 유명하단다. 잔뜩 주린 배를 안고 돔베고기 3인분과 해물뚝배기를 주문했다. 도마 위에 가지런히 줄을 맞추고 있는 돼지고기를 다시마에 올려놓고 자리젓과 생마늘을 함께 쌈을 싸 먹는 맛은 훌륭했다. 짭쪼름한 해물뚝배기는 각자기 해산물이 들어간 해물탕이다. 돔베고기 1인분을 추가해서 밥 한 그릇씩을 뚝딱 비우니 포만감에 만사가 귀찮아진다. 태양은 여전히 이글거리고 있으니 말이다.

세 번째 행선지는 우도다. 결혼 2년차에 아내와 함께 와봤던 곳이기에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자동차를 싣고 섬을 한 바퀴 돌 계획이었지만 섬에 들어갈 수 있는 차량의 총량이 이미 도달되었다며 더 이상의 차량 입도가 허용되지 않은 관계로 할 수 없이 몸 만 갔다. 이 무더위에 걸어서 다닐 수는 없는지라 우도에 내려 버스 투어를 선택했다. 버스 기사가 마이크를 잡고 운전하며 이런저런 설명을 곁들여 주니 오히려 더 잘됐다 싶은 마음이다. 우도 정상 부근에 가니 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길 옆에는 배가 잔뜩 부른 어미 말과 갓 태어난 듯한 새끼 말이 관광객들을 반기고 있다. 물어보니 태어난 지 불과 세 시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걸어 다니는 새끼 말을 보니 신기할 따름이다. 늠름한 말을 발견한 아들은 또 다시 말을 타보고 싶다며 보챈다. 이번에는 딸아이도 타고 싶단다. 2만원을 쾌척하여 두 아이의 소망을 들어주었다. 더 재미있었던 것은 기수와 두 아이가 동시에 말을 탔다는 거다. 세 마리의 말이 초원을 달리는 모습이 꽤 멋지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말을 보며 아이들이 살짝 걱정도 됐지만 기우였다. 우도의 언덕과 초원을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기분이 정말 최고였다며 한 번 더 타고 싶다는 아이들이었으니 말이다. 우도의 특산물 중 하나가 바로 땅콩이다. 일반 땅콩에 비해 알이 작고 동글동글하지만 속껍질이 얇고 부드러워 그냥 먹을 수 있는 땅콩이란다. 우량땅콩은 작은 한 봉지에 5천원이고 쪼개지고 반으로 갈라진 이른바 상품성이 없는 불량땅콩은 2천원이다. 맛의 차이로 나누어진 가격이 아니므로 2천원짜리를 집는다. 고소한 우도 땅콩을 씹으며 우도에 왔음을 실감한다.

다소 늦은 시각에 섭지코지를 찾았다. 휘닉스아일랜드와 같은 공간에 있었는데 6시 이전까지는 입장료를 몇 천원씩 받지만 우리는 7시가 지나서 들어갔기에 매표소는 닫혀 있고 출입구만 열려 있었다. 덕분에 공짜 구경을 한 셈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소원을 빌면 들어준다는 커다란 바위로 된 아치문이 웅장하게 서 있다. 천천히 걸으며 세 가지 소원을 빌어 본다. 그 뒤로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주 넓은 잔디광장과 한 켠에 거대한 바윗돌로 둘러싸인 무대가 있으며 그 뒤로는 현무암으로 꾸며진 아담한 올레미로길이 있다. 그걸 발견하자마자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뛰어 들어간다. 첫 날에 갔었던 김녕미로의 난이도와 규모와는 비교도 되지 않지만 나름대로 정이 가는 제주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미로다. 입구 옆 바윗돌 위에 서면 미로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정수리가 빼꼼빼꼼 보이는 게 참 푸근하게 느껴진다. 늦게 구경한 섭지코지는 그런만큼 황홀한 광경을 선사했다. 바로 석양이다. 등대에서 보이는 바닷가 풍경도 멋있었지만 석양과 어우러진 구름의 형형색색의 광경은 저절로 카메라에 손이 가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바람에 섞여 비 냄새가 살짝 묻어있는 걸 보니 육지에서는 아직도 세찬 빗줄기가 계속되고 있나보다. 비를 피해 온 이번 여름휴가는 그래서 더 짜릿하다.

오늘도 저녁식사 때를 놓치고야 말았다. 숙소로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몇 가지를 샀다. 치킨을 배달시켜 햇반과 김을 꺼내놓고 저녁상을 차렸다. 그래도 점심을 늦게 먹고 또 정말 배불리 먹었기에 이 정도로 저녁식사를 대신할 수 있었다.

완전히 흠뻑 젖은 옷가지들을 빨아야 했다. 이럴줄 알았더라면 좀 더 넉넉히 챙겨왔을 게다. 아무튼 리조트에 세탁실이 있는데 아쉬운 점이라면 세탁기와 건조기가 딸랑 두 대씩만 있다는 거다. 10시쯤 내려가보니 세탁기는 돌아가고 있고 각각 2 봉지씩 빨래가 줄을 서 있다. 프런트에 가서 직원에게 괜한 컴플레인을 늘어놓았지만 뭐 어쩌랴. 여름 한 철만 이용하는 세탁실이니 비용 관계로 더 이상 늘리기가 힘들다는데 말이다. 덕분에 피곤해서 일찍 자려 했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자정을 넘기고서야 겨우 빨래를 마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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