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My friend Gorilla

My Friend Gorilla / ATSUKO MOROZUMI / A Sunburst Book


우정을 다룬 그림책이다.
간결한 문장과 길지 않은 이야기.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림.
어떤 말도 필요없으리라.
모든 것을 그림으로 느낄 수 있을만큼 정교하고 따뜻한 그림이 이 책의 압권이다.
소년의 표정에서 놀람, 두려움, 기쁨, 슬픔, 그림움의 감정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고, 각 계절을 담은 풍경이나 앞마당, 놀이터를 담은 풍경그림도 좋다.


동물원이 문을 닫게 되면서 사육사인 아빠가 데리고 온 고릴라와 가족들은 함께 생활하게 된다.
고릴라와 함께 살게 된 소년은 처음엔 털이 북실북실하고 커다란 고릴라를 두려워하지만, 마음이 따 뜻하고 인정많은 고릴라를 금방 좋아하게 된다.결국 둘은 아주 절친한 친구사이가 되지만 세월이 그 둘을 가만히 둘 리가 없다. 눈이 내리는 겨울 어느날, 고릴라는 자기가 살던 아프리카로 떠나야만 했 다. 고릴라와 소년의 진한 포옹과 눈물... 고릴라 없는 겨울을 보내는 소년의 모습과 고릴라한테서 온 사진을 앞에 두고 창밖을 바라보며 친구를 그리워하는 소년의 모습은 다른 어떤 언어도 필요없이 그저 느낌으로 다가온다.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 했나.
작가도 그 말을 알고 있는 듯...
표지와 내용 사이의 간지에는 아름드리 나무에 올라앉아 멀리 그 어딘가 있을 아프리카를 함께 바라 보는 듯한 둘의 모습이 아름답게 새겨져 있다.

얼마전 서현이가 할로윈데이 때 코스튬을 입고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 몇장을 들고 왔다.
서현이는 사진 속의 친구들 이름을 가르쳐 주느라 여념이 없었다.
마눨, 옴만, 마이닌, 갸라.......
10명이 족히 넘는 아이들의 이름을 줄줄이 읊어대는데...
얼굴이 반만 나온 아이, 뒷모습만 보이는 아이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얘기해 준다.
서현이의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을 친구들...
서현이는 혼자서 한장한장 책장을 넘기며 어떤 친구를 생각할까?


서현 29개월.
주영.


200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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