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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아빠한테 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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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콩나물을 하려다가 비빔밥을 했다.
그래봤자 들어가는 재료가
호박,오이,콩나물,고기,열무김치, 계란... 뿐이었지만
고추장에 참기름, 밥만 있어도 꿀떡꿀떡 넘어가는 임산부 식성에 그 정도면 훌륭하지^^

하얗고 작은 코렐 그릇에 고명들을 각각 담아내고
스스로 맛있겠다 만족하고 있는데
서현이가 엄마를 외치며 문을 박차고 들어온다.
녀석....오늘도 잘 놀았구나.....

"엄마, 서현이 밥 먹을래" 하더니 얼른 손을 씻고는 의자에 엉덩이를 들이민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막상 밥을 비벼주니 한 숟갈 먹고는 안먹겠단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입맛에 안 맞으면 안먹는 서현...흑흑
오이도 안 먹는다, 콩나물도 안먹는다, 고추장은 조금만 넣어라...
주문도 까다롭게 하시더니 결국 안먹을 거면서...

몇 번만 더 먹자고 꼬시기부터 시작해서 안먹으면 비디오 안보여준다는 협박까지...
결국 다섯 숟가락정도 더 먹었나보다.

그리고 이래저래.......
아빠는 스쿼시치러 가고
서현이는 엄마랑 목욕하고
퍼즐하고
책읽고 놀다가
문득 배가 고파졌나보다.

서울에 계신 친정엄마랑 전화를 한다고 잠깐 마루에 있는데
서현이가 갑자기 나를 붙들고 빼빼로를 외친다.
요즘 서현이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가 빼빼로.^^
"엄마... 빼빼로 주세요!!"

전화통만 안 붙들고 있었어도 너는 오늘 저녁을 제대로 안 먹었기 때문에 과자를 줄 수 없다고
단호(?)하게 얘기할 수 있었는데.... 그게 잘 안됐다.
조금만 기다리면 준다고 작은 소리로 달랬지만
서현이는 기다리지 못했다.

서현이에게 조금은 정말 조금이다.
밥 조금만 더 먹으라고 하면 한 숟갈만 먹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면 10초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다.

"엄마, 빼빼로" 하면서 전화선을 확 잡아당기는 서현...
갑자기 전화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고오오오오오장

너가 잡아당겨서 혼났다고 야단을 쳤더니 표정이 살짝 굳어진다.
그 때까진 울지 않았다.
"엄만 몰라. 너 이제 아빠 오시면 혼났다. 아빠가 전화기 잡아당기지 말랬지?"
(이런 말 교육상 안 좋다는 거 아는데... 처음으로 한 번 해봤다. 서현이의 반응을 보고 싶었다.)
그랬더니만 갑자기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면 운다.
"서현이가 전화선 세게 잡아당긴 거 잘한 걸까? 잘못한 걸까?"
"잘못한 거까!! 엄마. 잘못했어요!!"

오늘따라 서현이의 우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었다.

그리고나서 서현이는 빼빼로 한통과 우유 한 컵을 다 비워버렸다...


서현 38개월.
주영.



200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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