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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30분을 혼자 떠드는 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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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7-03-19 10:27 조회3,8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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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걸 보고 역할극이라고 하나...상황극이라고 하나...암튼 그런게 있다고 들었다.

서현이는 꼬박 30분 동안을 혼자 영어로 떠들어대고 있다.
혼자? 는 아니고 그 역할극에 우리가 모두 동원되어야만 했으니....

이제서야 비로소 서현이가 유치원에서 선생님들에게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 알게 되었도다.

상황설정은 점심 먹고 난 후의 낮잠 시간이다.
아내와 나는 각각 침대에 누워있어야만 했다. 왜냐하면 서현이가 그렇게 시켰으므로...

" Mama, Sleep !! " " Papa, Sleep !! "

강하고 단호한 어조로 서현이는 외친다. 두 손에는 이불을 움켜쥔채로...
우리는 그냥 깨갱~ 하고 따를 수 밖에 없다.
서현이는 바쁘다.
이쪽저쪽에 누워있는 엄마, 아빠에게 각각 이불을 덮어주느라 말이다.
이불 덮는 동작도 어찌나 박력있든지... 그 큰 이불을 번쩍 들고 탈탈 털며 덮어주기를 시도한다.
이불이 커서 그 작은몸이 비틀거리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다섯번이고 여섯번이고 될때까지 반복한다.
이불을 무사히 덮어주고 나면 어김없이 토닥토닥 두드려준다.

토닥토닥? Oh, No....
그 수준이 절대 아니다.
조그만게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오는지 퍽퍽~ 내리친다는 말이 맞는다.
지 딴에는 자장자장을 시켜주는건데 맞는 우리 입장에서는 오히려 졸다가도 번쩍 잠이 달아날정도로
아픔이 느껴진다. 맞는 부위도 일정치 않아 어떨땐 허리, 엉덩이 혹은 목 부위를 가리지 않고 퍽퍽~ 두
드려댄다. 그러면서도 입으로는 여전히 영어를 중얼거린다. 외친다. 어서 자라고...

한 번 이불을 덮어줬으면 됐지 왜 자꾸 잘 덮고 있는 이불을 홀딱 들어서는 다시 펄럭펄럭 먼지를 내
며 다시 덮어주려고 하는건지 원... 그래서야 어디 잠이 오겠냐 말이다.

어쨌거나 한참을 이불과 씨름하더니 우리가 잠잠히 있으니 이제는 방 한가운데에 가서 왠 노래를 부른
다. 물론 영어노랜데 난 잘 모르겠다. 가끔 아는 노래도 있다. 그러더니만.... 좀 있다가 이불을 홱 걷어
내더니 외친다.

" Wake Up !! "

일어날 시간인가보다.
그런데.... 이불을 걷어내자마자 서현이는 엄마의 사타구니에 손을 쑤욱 집어넣고는 더듬으며 말한다.
오줌 쌌느냐고... 엉덩이도 더듬고 앞뒤로 툭툭 만져대며 자면서 오줌을 쌌는지 아닌지 확인하는거다.
^^ 푸하~~ 유치원에서 저렇게 많이 시달렸나보다. 요즘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바지를 적시는 서현이
가 아닌가.

계속 뭐라뭐라 영어로 중얼거리는 서현이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참 웃긴다.
서현이 별명 중에는 "개그우먼" 도 있다. 갖은 아양을 다 떨고 엉뚱한 짓을 하면서도 표정은 태연하게
하는통에 더 웃긴다. 개그 스타일은 나를 꼭 닮은것 같다. ^^;

지난주까지는 한동안을 "짤순이" 혹은 "징징이"로 불리며 우리 속을 박박 긁고 뒤집어 놓더니만 이번주
부터는 언제 그랬냐는듯 "개그우먼", "엉뚱이" "까불이" 로 불리우며 우리를 유쾌하게 해주고 있다. 아
이가 자라나는 중에 다 들어있는 어쩔 수 없는 "과정"들 인가보다.

가장 이뻐보이는건 밥을 잘 먹는 모습이고
가장 사랑스러워보이는건 활짝 웃으며 품에 안기는 모습이고
가장 대견스러워보이는건 더듬거리지만 나름대로 생각을 해가며 우리말을 구사하는 모습이고
가장 건강해보일때는 변기 안에 떨어진 황금색의 변을 볼 때이다.
가장 평온해보일때는 역시 새근새근 잠 든 모습을 보는 순간이다.



200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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