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타운에서 랍스터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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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7-03-19 01:19 조회3,604회 댓글0건본문
드디어 오늘이다.
벼르고 벼르던 랍스터(바닷가재) 먹는 날 ! 쿵야~~~
사전에 선배님으로부터 충분한 조사를 끝냈다. 어디가 맛이 있고 조금 가격이 싸며...장소는 어디어디에 있더라~~ 랍스터를 주문할때는 이런 소스로 양념한걸 달라고 해라~~ 등등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도보로 25분 정도 걸리는 차이나 타운 내에 식당이 있다. 식당 이름은 몬난(Mon nan). 이웃집 식구들과 함께 서로 유모차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밀면서 룰루랄라 랍스터 시식회(?)라는 긴 여정을 떠났다. 이때 시각은 오후 2시 15분. 왜 이렇게 늦게 점심을 먹으러 가는지....왜 그래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더이상 묻지 마시라. 그게 다 자식을 둔 죄이거늘.... 안키워보면 모르리 !
차이나 타운 거리는 언제 지나가봐도 참 지저분하다. 그게 트레이드 마크인가? 적당히 냄새가 나고 길거리에는 적당히 쓰레기들이 뒹굴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서는 적당히 이상한 냄새가 진동한다. 그 이유를 굳이 알려고 할 필요는 없을것 같다. 그게 그들이기 때문이다. 그게 이유가 아닐까.
한국에서 랍스터를 먹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든다. 두 명이 랍스터 전문집에 가서 적당히 요리를 즐기며 식사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20만원 정도는 든다고 한다. (틀려도 책임 못짐 ^^) 그래서 그보다는 저렴한 이곳에서 실컷 먹어보리라 굳게 다짐을 하고 온 우리 부부가 아닌가 ~~~
식당에 도착하니 시간은 벌써 2시 30분이 지나있다. 식당안에는 우리가 기대했던대로 손님이 한 테이블 밖에는 없다. 후후~~ 그게 왜 우리가 그렇게 늦은 시각에 식당엘 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다... 휴~~ 우린 언제쯤 시간 맞춰 식당에 밥 한끼 먹으로 들어가볼 수 있을까나.....
지배인인듯한 웨이터가 와서 메뉴판을 사람 머리수대로 놓고 간다. 메뉴판을 펼쳐보니..... 열심히 뒤적거려봤으나....음... 본다고 눈에 들어오는게 없다. 각각의 메뉴 앞에는 일련번호가 매겨져 있다. 대략 240번 정도 되더라~ 요리 가짓수가 무려 240개가 넘는다는 얘기다. 허걱~~ 놀랍군 !
다행히 나보다 영어를 더 잘하시는 분과 동행을 했기 때문에 주문에 별 어려움은 없었다. 볶음밥과 할가우(딤섬), 스프와 랍스터 두 접시를 주문했다. 한 접시에 두 마리가 올라간다고 하며 가격은 한 접시당 22.99 $ . 한 마리에 만원이 조금 넘는 정도인가 보다. 그러면 한국보다 싸긴 싼셈인가? 두 가지 소스 즉 양파와 생강 소스로 맛을 내고 있다고 하는데...선배에게 들은대로 생강 소스 랍스터를 주문했다.
유아용 의자를 우리 둘 사이에 놓고 서현이를 앉혔다. 아니 정확히는 앉힐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우리의 바램을 여지없이 깨버리는 서현이. 의자가 낯선지 안 앉겠단다. 그러면 어쩌라구~~ 흑흑. 요리는 자꾸 나오지... 서현이는 비명을 지르지... 배는 고프지... 먹고는 싶지... 식당에 있던 사람들은 자꾸 힐끔힐끔 쳐다보지... 거참~ 난감하다. 그래도 다행인지, 먹을걸 입에 넣어주니 조금은 얌전해졌다. 처음에 나온 스프는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두부와 고기, 새우, 완두콩, 그리고 야채를 곁들인 국물이 많은 스프였다. 웨이터가 한국사람이냐고 물어보더니 추천해준 음식이다. 한국사람들 입맛에 맞는 정도인가보다.
두 번째는 할가우라고 하는 새우 요리다. 새우 두 마리를 만두피랑 비슷한 점도가 훌륭한 외피로 뒤집어 싸서 만두처럼 찐 듯하다. 서현이가 좋아하는 요리길래 시킨건대 오늘은 서너번 받아 먹더니 안먹겠댄다. 사실 식당에 오기 30분 전에 서현이 기분 맞춰준다고 분유를 180 ml나 먹이고 왔던터였다. 그래서 그런가? 아닌데... 그정도에 서현이 배가 찰리가 없는데.......음.
세번째로는 볶음밥이 나왔다. 쌀은 매우 길쭉길쭉하며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쌀알들인지 각각의 쌀알들은 죄다 독립적이다. 훅~ 하고 불면 날아가버릴 것만 같다. 약간의 춘장에 새우를 넉넉히 넣고 볶은듯 한데 나름대로 고소한 맛이 독특하다.
사실 그런저런 맛은 그 당시에는 잘 느껴보질 못했고.... 지금에서야 회상(?)해보니 그랬던것 같다라는 느낌이 드는거다. ㅠ.ㅠ
서현이는 잠시도 가만히 있으려 하질 않는다. 뒤뚱거리며 식당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손님들 참견하러 다니고....우선 내가 파바박~~ 젓가락을 열심히 휘저으며 밥알을 입안 가득 우겨넣고 벌떡 일어나 서현 엄마랑 바통 타치.. 서현이를 따라다니며 기분 맞춰주고 밖에서 얼쩡거리다 보면 다시 서현 엄마가 나와서 임무 교대 ! 사정은 이웃집 가족도 마찬가지다. 식탁에 상주 인원은 두 명. 나머지는 애 때문에 여기저기를 방황해야 했으니.... 밥맛이 어땠는지....배가 부른지.... 느낌이 날리 만무하다.
드디어 오늘의 주요리, 랍스터가 등장했다. 우선 냄새가 좋았다. 랍스터가 나오자 서현이는 잠시동안 놀라운 자제력을 보여주었다. 덕분에 아주 잠깐동안의 평화가 있었고.... 그 틈을 타 우리는 최선을 다해 랍스터를 먹었으나.... 단 두 개를 먹는데 만족해야만 했다. 서현 엄마는 서현이를 데리고 나가고....나는 열심히 랍스터 살을 발라놓는다. 그런데 따뜻할때는 맛있는데 식으니까 맛이 약간 저하되는듯 싶어서 발라놓은 살들을 다시 내가 먹고 말았다. 두 번째 접시가 나오면 그때 열심히 발라 줘야지....라는 3초짜리 다짐을 하면서. ^^;
서현 엄마와 다시 임무교대. 오늘 서현이는 계단 오르내리기에 도전했다. 서너번 오르내리니 내가 다 힘이 드는데도 이 어린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또 올라가잰다. 가만히 보니 자기도 힘이 드는지 한 계단 올라갈때마다 "아~" , "끙~" 하는 기합소리가 들린다. 녀석~~~ 기특하다. ^^
지금 생각해보니 랍스터 요리는 맛이 있었다. 생강소스 맛도 좋았고...살코기도 꽃게살이나 영덕대게 살과 얼핏 비슷한 맛인것 같으면서도 뭔가 다른 독특한 랍스터만의 맛이 있었다. 고기도 고기지만 생강소스의 향도 한 몫을 단단히 하는것 같다. 동네 슈퍼에서는 이런 랍스터를 한 마리당 9.99$에 팔고 있다. 살아있는 랍스터도 있고 즉석에서 오븐에 구워놓은 것도 있는데 가격은 같다. 언제 한번 날 잡아서 순전히 랍스터 만으로 배를 불리워보리라~~~ 굳은 결심을 한다. :-)
물론 아쉬운건 서현이 덕분에 굉장히 부산을 떨며 식사를 했다는거다. 식사는 부수적인 문제고 서현이를 관찰하며 따라다니는게 주가 되었으니.... 마치 시장바닥 난전에서 대충 돌아다니며 먹는 느낌이 날 정도니........ 정말이지 서현이만한 아이를 데리고 제대로 된 식사를 제대로 된 분위기에서 한다는 것은 마치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이전에 남북 통일이 되는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다. -.-;
나도 어릴적에 그랬겠지. 우리 부모님도 나 때문에 당신들 시간이며 공간들을 어쩔 수 없이 포기하셨어야만 했겠지. 그러고도 내가 한번씩 두번씩 음식을 받아먹으며....우물우물 삼키는 모양을 보며 행복해 하셨겠지.
지금 내가 서현이를 보며 느끼는 것처럼..................
200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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