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외출 -- 놀이터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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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7-03-19 01:38 조회2,432회 댓글0건본문
정말 오랜만이다. 서현이랑 이렇게 단둘이 외출을 하는게...
그동안 더운 날씨도 싫었고, 따가운 햇볕은 더 싫어서 그냥 게으르게 집에서만 놀았었는데 어제 15개월 쯤 된 아가들에게 놀이터에서 미끄럼을 타거나 모래장난 하는게 정서발달이나 지능발달에 좋다는 글을 우연히 읽고 나서는 오늘 모처럼 맘먹고 놀이터로 향했다.
햇볕은 몹시 따가웠지만, 바람이 차가운 탓에 아파트 앞을 나서는 기분이 참 상쾌하고 좋았다.
유모차 끌고 걸어서 15분???
놀이터가 눈에 들어오고, 아이들 소리가 왁자지껄 하자 조용하던 서현이가 반응을 .보인다.
"이아아아!! 꾸아이야...아야이오오꾸아아..."
<이야호! 놀이터다. 나 내릴꺼야. 내려서 놀꺼야.> 뭐 그정도 해석이면 될 것 같다. 완전히 엿장수 맘대로 암호해독이다.^^
암튼 놀이터를 보고 뭔가 반응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라, 이 녀석 이젠 놀이터를 아는구나 싶었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왜 안왔었는지...
사실 이 곳 놀이터는 항상 사람들이 북적댄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어린이집 같은 곳에서 단체로 많이들 오는 장소라 애들이 항상 그득했고, 그러면 자연히 우리 서현이는 너무 어린탓에 이리저리 치이기만 했지 제대로 놀지 못했던 기억들, 또 다들 불어쓰는 사람들이라 좀 답답하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것도 아닌데 왜 불어보다 영어 쓰는 사람들과 같이 노는 게 편한지는 나도 모르지만...
옆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는 아이들이 가득한데 서현이가 놀아야 할 유아용 놀이터는 아기가 고작 둘 뿐이다. 사람 좋아하는 우리 서현이.. 유모차에서 내리자마자 미끄럼 탈 생각은 않고 아이들 많고 시끄러운 놀이터 쪽을 연신 바라보며 철망에 붙어서서 누구에겐지 계속 손을 흔들어댄다. (물론 반응하는 애는 아무도 없었지... 거리가 좀 멀었다...)
몇 번을 계속 하더니 금방 포기하고는 열심히 미끄럼틀도 타고 그네도 타고 모래장난도 하면서 두시간을 꼬박 놀았다.
노랑머리 아줌마들에게 예쁘단 소리 몇 번 듣고 (심지어 핀이 예쁘다며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는 3개월된 딸내미 엄마도 있었다. 물론 한국에서 샀지.. 이모가 비행기 태워서 보내주신 예쁜 핀...), 다른 아이가 가지고 노는 모래 놀이 장난감 몇 번 뺏고, 그렇게 씩씩하게...
오랜만에 놀이터에 오니 서현이가 많이 컸다는 게 느껴진다.
미끄럼틀 계단을 오를 때 손을 잡아달라 쳐다보지 않고 혼자 씩씩하게 올라가고, 전같으면 1분만에 내려오겠다고 칭얼댔을 그네도 무려 10분동안이나 쉬지 않고 타는가하면, 모래장난하면 무조건 남이 담아놓은 모래 쏟기만 했던 서현이가 혼자서 모래를 담고 체를 치고 다시 쏟고 반복하는 걸 보면....
오늘은 예전처럼 서현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언제 사고 칠지, 넘어질지 조바심 낼 필요없이 그냥 조용히 서현이 뒤에 지켜서서 가끔 손이나 한번씩 잡아주고 쳐다보기만 하면 됐다.
그늘에 있으면 반팔차림이 무척이나 춥게 느껴지고, 햇볕에 있으면 눈을 뜨기 힘들 정도의 따가운 햇살이 사계절이 아닌 또다른 하나의 계절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오랜만의 나들이가 날씨 파악에 많은 도움이 됐다. 이정도 날씨면 이제 매일 나가도 되겠다. 또다시 서현이와 나의 바쁜 외출이 시작될 것 같다.
200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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