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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다녀오는 길.. 그 악몽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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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7-03-19 01:46 조회2,5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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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너무 좋아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곳 날씨 추운거야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오늘처럼 해가 쨍 나는 날도 그리 많지 않다.
일주일에 사나흘은 우중충한게 사람 기분까지 우울하게 만들기가 일쑤다.

목도리에 모자에, 장갑까지 두둑히 입혀 현관을 나섰다.
너무 두둑히 입힌 탓에 유모차에 꽉 끼어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동상처럼 뻣뻣하게 앉아있는 서현이의 모습이 좀 안돼 보여서 서현 아빠의 선배가 쓰라고 두고 간 신생아용 유모차에 서현이를 태운 게 오늘 사건의 발단이었다.

역시 큰 게 좋을 때도 있군..
무게는 무거운 게 보기보다 잘 나가는데?..
나름대로 만족하며 걸어서 15분정도 되는 놀이터에 도착해 서현이랑 30분정도 놀았을까?
옷이 버거운지 뒤뚱거리며 자꾸 넘어지는 서현이..
볼이 얼어서 분홍빛이 된 서현이가 자꾸 안아달라길래 집에 갈거냐고 물어봤더니 집에 간댄다. 나도 좀 춥기도 해서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턱--! 하는 소리와 함께 유모차가 앞으로 기우뚱한다.
시멘트로 된 내리막길에 살짝 패여있는 구멍에 유모차 바퀴가 걸려 부러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유모차 바퀴는 부러져 도저히 끌고 갈 수 없는 지경이고 서현이는 시종일관 안아달라 질질대는데 어찌나 난감하던지...
그나마 서현이 안다친 걸 위로로 삼으며 한손엔 서현이를 안고 한손으로는 유모차를 들었다.
크고 튼튼한(?) 유모차 답게 어찌나 무겁던지 한 겨울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땀이 삐질삐질 났다. 15분 남짓 걸리는 그 길이 천리길 같았다.

지금도 팔다리가 후들거린다.
웬수같은 유모차... 그냥 버리고 오는건데...


200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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