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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낯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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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7-03-19 02:07 조회2,6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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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이 근처 아줌마들 네 명이서 모임을 가졌었다.
두 명의 아줌마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 날이 얼마 안남아 가진 아쉬운 이별 모임이었다.
서현아빠가 바쁜 관계로 난 할 수 없이 위험을 감수하고 서현이와 함께 나가야했다.
다들 홀가분하게 애들을 떼어놓고 나왔건만....ㅡ.ㅜ

점심식사를 하기위해 조용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서현이는 낯선(사실 몇 번 봤기 때문에 그리 낯설지도 않을텐데..) 아줌마들 사이에 의자를 놓고
앉아야 한다는 사실이 많이 부담스러웠나보다.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기도 하고
울상을 짓기도 하고,
내 무릎에 앉겠다고 떼를 써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요구를 묵살하고
"넌 너 자리에 앉아서 밥 먹어야 해. 엄마 무릎에 앉으면 엄마가 밥을 먹을 수가 없잖아"
라고 말하는 매정한 엄마가 야속하다는 듯 너무도 처량하게 울어대기 시작한다.
마치 내가 마음씨 나쁜 계모가 된 느낌이다.
다들 안아주라고 할 정도로 슬프고 처량하게 우는 서현...
그 이후에도 한참동안 낯을 가리는 듯 하더니만
어느새 내 품을 벗어나 식당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웨이터의 손을 잡고 나에게로 오는가 하면
바깥으로 나가려는 시도를 하기도 하고
2층까지 혼자 올라갔다 내려오기를 여러번 반복하기도 했다.
이제 장소와 사람이 조금 익숙해졌다는 뜻이겠지...

지금 만 22개월 반의 서현은 낯가림이 심하다.
예전에는 낯선사람과도 10분이면 금방 친해졌는데 요즘은 한시간도 넘는 시간을 요구한다.
장소가 우리 집일 때는 상황이 조금 다르지만
장소만 바뀌면 적응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때로는 겁에 질려 우는 행동도 불사한다.

데이케어 보낼 일이 걱정이다.
엄마가 떠난 후 구석에서 울고 있지나 않을지....



200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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