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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사고가 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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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1-12-20 19:52 조회3,4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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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간의 목뻐근함과 허리약간 결림의 고통을 받으며 몸소 체험한 교통사고 일화입니다. 비록 가벼운 추돌사고에 불과했지만 이걸 계기로 퀘벡주만의 특이한 도로교통법에 대해 약간이나마 알 수 있었습니다. 참고사항으로 읽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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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토요일 밤 5시경. 몬트리올 모 협회 회장님의 초대로 낯선길을 달리고 있었다. 운전은 박재영 박사님이 하고 있었다. 나는 조신하게 조수석에 앉아 있고 뒷자리에는 아내와 서현이, 그리고 최박사님과 정민이가 타고 있었다. 늘 그렇게 다녔다. 쇼핑를 갈때나 공원에 갈때나… 약속시간인 6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 좌회전을 하고나서 우회전만 한번 더 하면 최박사님 댁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악 좌회전을 하려는 순간 신호등이 노란불로 바뀌어 급히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멈추었다.…그리고 2초쯤 지났을까? 느닷없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들의 몸은 휘엉청거려야만 했으니….

추돌사고가 난것이다. 비는 질질 오는데…마침 우산도 안가져왔는데… 우씨~~뭐야 이건. 나가보니 웬 허름한 차에서 아담한 체구의 블랙맨이 하나 나온다. 괜찮냐고 물어보고 범퍼를 살펴보니 별 이상은 없다. 운전을 했던 박박사가 컴플레인을 하고 그 흑인 총각은 미안하다고 했는지 안했는지…빗소리에 묻혀 들리진 않았다. 암튼, 교차로였기 때문에 일단 좌회전을 해서 차를 세워놓고 다시 살펴보자고 하고는 그렇게 했다.

그런데…갑자기 뒤에서 경광등이 번쩍번쩍 돌아가는 순찰차가 한대 따라 서는거다. 처음엔 경찰차인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이 지역의 도로를 순찰하는 공무원같은 사람이었다. 마침 우리 라인의 뒷줄에 그 차가 있었던거다. 처음엔 운이 좋은줄 알았다. 저렇게 빨리 와주었으니…그런데 그게 아니었다는걸 깨닫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 뒤에서 들이받은 그 흑인 총각은 대뜸 우리차에도 사람이 너무 많이 타고 있으니 그것도 불법이라며 중얼중얼댄다. 마치 랩을 읊듯이… (녀석이 눈치가 열라 빠르다)

2. 순찰공무원은 후래쉬로 우리차 뒷좌석을 이리저리 비춰보더니…역시 초과승차이며 더구나 한 아이는 카시트가 없이 타고 있으니 불법이라고 한다.

3. 그러나 경찰을 부를지 말지는 사고를 당한 피해자인 우리가 결정할 문제라며 어떻게 할건지 묻는다.

4. 흑인 총각도 그렇고 우리 생각도 경미한 접촉 사고이며 차량도 손상입은 곳이 없어 보이니 그냥 가던 길을 가는걸로 대충 합의(?)를 봤는데….

5. 아뿔싸~ 조금전까지만 해도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경찰을 부르지 않겠다고 했던 그 공무원이 어느새 자기 차에 갖다 오더니 이미 경찰을 불러버렸다는게 아닌가.

6. 피해자와 가해자가 좋게 합의를 했으니 이만 가봐도 안되겠냐고 물어보니, 그 공무원 왈…

It’s too late. I called the police. You should wait…..

제길… 비는 오는데….약속 시간은 이미 지나가고…가만 생각해보니 경찰이 오면 분명 딱지를 떼일것만 같은거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이 동네 교통법규를 잘 몰랐었다. 최박사님께 전화해서 이러이러하다고 하니 금방 달려나오셔서 퀘벡주만의 특이한 교통법규를 알려주시기 전까지는…..

일단 병원비는 서로가 공짜다. 의료보장제도가 워낙 완벽히 되어 있으므로…따라서 한국처럼 병원비를 물어내라… 입원한다…진단서 왕창 끊는다…목이 뻐근하네 허리가 결리네 어쩌구 저쩌구를 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것이다. 어차피 병원비가 무료이니 가해자가 돈들일이 없으므로… 차에 관해서는…만약 차량이 부서졌다면…역시 보험회사에서 전액 부담해서 수리해준다고 한다. 피해자 차량 수리비는 피해자의 보험회사에서…그리고 가해자의 차량 수리비는 가해자의 보험회사에서 각각 고쳐준다고 한다.

이때 잘잘못이 분명히 가려지면, 즉 어느 한쪽이 확실히 가해자일경우 그 가해자는 사고 낸 후 부터의 보험금이 왕창 인상된다고 한다. 피해자는 잘못이 없으므로 보험료는 거의 그대로 유지가 되는것이고… 그런 시스템이기 때문에 경미한 사고 정도는 그냥 서로 웃으며 갈길을 가는게 이 동네 분위기라고 한다. 괜히 경찰을 불러봤자 서로 골치 아프고 피해자 입장에서도 병원비를 뜯어낼 수 있는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피해자의 차량이 손상이 심하다면 물론 경찰을 불러야하겠지만..(그래서 피해자임을 증명받아야 자기 보험이 인상되지 않으므로.)

아무튼, 그래서 경찰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10분…20분…30분…40분…50분… 중간중간에 그 공무원에게 다그쳤다. 바쁜 사람들인데 온다는 경찰을 왜 이렇게 오지 않는거냐고… 그 공무원도 슬슬 짜증이 나나보다. 처음엔 오고 있노라고 하더니…두번째는 10분 정도면 도착한다고 한다. 세번째에 또 재촉을 하니…그저 기다리란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 차를 들이받은 그 차가 휑~ 하니 길을 떠나버리는게 아닌가.

냅따 가서 어떻게 된거냐고 따지니…이미 그 차량의 번호를 적어놨으니까 조금 후에 경찰이 오면 어쩌구 저쩌구 별 문제 없다고 한다. 그래서, 왜 우리는 가면 안되는거냐…우리 번호판도 적어놓으면 되지 않느냐…하고 따졌더니…우리는 사람을 초과로 태우고 있으니 일단 경찰이 와서 확인을 하고 위반 딱지를 끊을것이라고 설명을 해주더라. 음…직업의식이 투철한 공무원이다.
요즘 껀수를 통 못올리고 있나..? 그러다가 기다리는 시간이 거의 한시간 가까이 흘렀다. 세상에 무슨 놈의 경찰이 이 조그만 동네에서 1시간이 다 되도록 안오는법이 어딨냐…..고 불평을 해댔더니…그제서야 무전을 다시 쳐보고 하더니 우리도 그냥 가보란다. 허걱~~~

경찰들이 바뻐서 못오고 있는것 같대나 뭐래나…우씨~~ 열받았다. 우리들은. 그러나 꾸욱 참았다. 어서 이 자리를 뜨는게 급선무이므로… 어찌됐건 다음부터는 적정 인원만을 태울것이며…아이는 무조건 카시트에 태우고 다녀야 딱지 먹는 일이 없을거라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속은 끓지만…그래도 니 팔뚝 굵다~ 하고 한마디 해주고 서둘러 떠났다. 팔뚝 굵대니까 좋아한다. 우리가 미리 그런저런 퀘벡주의 도로교통법을 알고 있었더라면…아까 같은 상황에서 차량만 별 이상이 없는게 확인되었다면 바로 빠이빠이~ 하고 제 갈길을 갔을것이다. 그랬더라면 그 놈의 경찰 기다리느라 한 시간씩 허비하지 않아도 되었을것이다.

흑흑~~ 역시 아는게 힘이고 시간이 돈이니 돈버는거여 !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 그래도 아이들도 아무 이상 없고 어른들도 이틀정도 목이니 허리가 뻐근하다가 이젠 괜찮다고 하니 참 다행이다. 물론 차도 아무 문제가 없는것 같아서 좋다. 그만한게 다행이다. 액땜을 한 셈 치면 되겠다. 만약 뒤에 있던 놈이 졸기라도 해서 그냥 냅따 들이 받았으면 …. 그래서 교차로 한가운데로 튕겨나가 차가 뱅글뱅글 돌기라도 했으면….어휴~~ 상상하기조차 끔찍하다. 운전할땐 앞 차 조심….멈출땐 뒤 차 조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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