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돔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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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7-03-19 01:16 조회2,939회 댓글0건본문
오늘은 원래 서현이 수영복 구입 기념으로 공원에 있는 야외 풀장에 가기로 한 날이었는데 아쉽게도 날씨가 쌀쌀하고 스산해서 수영장에 갈 수 없게 됐어요.
창밖을 바라보며 한참 안타까워하고 있을 무렵 옆 동 구세주에게서 온 전화 한 통...
"주영씨, 바이오 돔 갈래요? 거긴 실내라서 비오는 날 가도 괜찮거든요.."
사투리 억양의 그 목소리가 어찌나 반가웠던지 기회를 놓칠세라 방금 잠이 깬 서현이에게 옷을 입히고 이것저것 챙겨 부랴부랴 나갔어요. 서현이 아빠도 점심 먹으러 집에 잠깐 들렀다가 함께 가서 사진을 찍어주고 싶다며 같이 나섰지요.
버스타고 전철타고 내린 그 곳은 전철역을 나서자 바로 눈에 띄었지요. 정말 비오는 날 가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역에서 매우 가까웠어요.
1회 입장료가 10불, 1년 회원권이 30불.. 제가 어떤 표를 샀을지는 안봐도 비디오지요...
가족 회원권은 55불이길래 서현 아빠도 함께 오면 좋겠다 싶어 55불짜리 가족 회원권을 샀어요. 먼저 지하에 있는 각종 동물이 박제되어 있는 전시관부터 시작해서 관람을 시작했지요.
이 곳 한국인 아줌마들로부터 이미 여자가 아니라는 평을 받은 경험이 있는 터프걸 서현이는 이 곳 바이오 돔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했어요. 차력사(?)처럼 '아~ 앗!'을 연발하는가 하면 5살정도 되는 백인 남자아이에게 다가가서 와일드하게 포옹을 하는 바람에 놀란 표정의 백인 아이가 서현이의 볼에 얼떨결에 뽀뽀를 해주기도 했고요, 함께 간 명규를 자꾸 따라 다니는 바람에 명규가 서현이를 피해 도망다니기도 했답니다.
근데 그 백인아이의 아버지는 황인종인 우리가 싫었나봐요. 좀 떨떠름한 표정이더라구요. 많은 사람들이 말괄량이 서현이를 보고는 "She is so cute, so cute.."라며 활짝 웃어주며 "Hello" 나 "Hi"를 해주곤 하는 데 그 사람은 그렇지 않더라구요. 암튼 서현이를 데리고 다니면 정말 웃지 못할 황당한 일이 많이 일어난답니다. 제가 얼굴에 철판을 깔고 다녀야 할 일이 많아지지요.
각종 물고기와 새, 원숭이부터 마지막 날라리 펭귄까지 열심히 데리고 다니긴 했는데 서현이는 그곳에 있는 동물들보다 구경 온 사람들과 아이들에 더 관심이 많더군요. 그 곳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날라리 펭귄이 자는 시간이라 그 모습을 보진 못했지만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 날라리 펭귄이라니까 이상한가요? 정확한 학명같은 건 모르겠는데 눈 옆에 마치 고양이 수염처럼 옆으로 삐죽삐죽 솟아난 털에 브릿지를 한 것처럼 색깔이 있어 명규가 날라리 펭귄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저희도 그렇게 불렀답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었는데 저희가 이동하는 시간에는 잠깐씩 날씨가 개어서 아무 무리없이 다녀왔어요.
1년 가족회원권을 끊었으니 서현이가 사람이 아닌 동물에 관심을 보일 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다니자는 서현 아빠의 말대로 자주 가봐야겠어요. 비록 동물들에게 애정을 표시하진 않았지만 서현이가 무척 좋아했거든요.
저희와 함께 동행해주고 저녁 식사까지 마련해 준 A동 수정언니, 정말 고맙습니다.
(200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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