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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 미달 불량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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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7-03-19 01:38 조회2,9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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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돌이 안 된 아이에게 텔레비젼을 보여주는건 좋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보여주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서현이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 Blue's Clues " . 비디오 테잎으로 가지고 있는데 벌써 수 십번도 더 봤다. 그래도 볼때마다 정신을 쏙 빼놓고 몰입하는 서현이.

턱을 살짝 들고 입을 헤 벌리고 눈은 풀려서 몽롱해진 상태로 한없이 텔레비젼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서현이다. 그런건 나를 쏙 빼닮았다. ㅠ.ㅠ

오늘은 아침부터 찡찡댄다. 자꾸만 텔레비젼을 손으로 가리키며 리모콘을 달라고 하며 보챈다. 리모콘을 아예 부엌 찬장에 감춰버리고 서현일 들춰 업고 달래보지만 이미 마음을 정한 듯 막무가내다.

울며 불며...눈물이 줄줄 흐르고 덩달아 쌍콧물도 줄줄~~ 고민이 시작된다. 그냥 원하는대로 텔레비젼을 켜줘? 말어? 켜줘? 말어? 결국 그대로 강행하기로 한 모양이다. 얼마를 그렇게 울며불며 난리를 쳤을까. 출근은 해야겠기에 대충 시금치 된장국에 밥 한 술 말아 단무지 얹어 들이키고 나니 어느새 잠잠해졌다. 울다 지쳐 쓰러져 잠이 들었다고 하는게 적절한 표현이겠다. 얼굴은 온통 얼룩덜룩 눈물 콧물 범벅인채로....

난 아무래도 아빠 자격 미달인것 같다.

그렇게 울어제끼는 서현이에게 아무것도 해준게 없다. 달래보려고 아양이나 재롱을 떨지도 않았고 손목이랑 팔이 아파서 설겆이나 양말 한짝 손빨래 하기도 힘겨워 하는 아내를 위해 대신 서현일 업고 있지도 않았다. 물론 나한테 업히려고 절대 안했겠지만... 그냥 그냥 방관자를 자처했다.

만감이 교차한다.
그 어떤 dilemma를 느낀다.
천성적으로 나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가?
아이를 혹은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가?
지금 무엇에 쫓기고 있는건 아닌가?
마음의 여유는 몽땅 한국에 있는 장롱속에 모셔두고 왔나?

오늘 하루...
벌써 권태롭다.


200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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