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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닦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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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7-03-19 02:52 조회2,6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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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일단 한숨부터 쉬고....

사건은 언제나 서현이가 자기 전 1시간전부터 시작된다.
여태까지는 그럭저럭 적당한 실랑이끝에 해피엔딩을 맺었었는데
오늘은 울음바다로 결말이....물론 결국엔 해피엔딩이 되긴 했지만.

서현이는 씻는 걸 별로 즐기지 않는다.
이닦는 것은 정말 싫어한다.
아직까지 서현이의 이가 썩지 않은 것은 단순한 미스테리가 아니고 엄마의 처절한 몸부림이 있었
기 때문이었다.ㅠ.ㅠ

유치원 가기전, 잠자기 전에...
나는 온갖 감언이설과 협박으로 서현이를 울려서라도 이를 닦고야 마는 엄마이다.
예전부터 써오던 방법이 좋지 않아서인지 서현이는 갈수록 이닦기를 더 완강하게 거부한다.

오늘 저녁...
요즘 새벽1시 이전에는 절대 잠을 자지 않는 서현이는
11시가 되어서 배가 고프다며 씨리얼을 달라고 했고 나자신이 배고픔을 잘 참지 못하기에 그 고통
을 아는 나는 군말없이 씨리얼을 주었다.
다 먹고나서는... 서현이를 조금이라도 일찍 재워야 겠다는 씰데없는 욕심으로 서현이에게 이를
닦자고 사정을 했다.
평소 이를 닦고 다 씻은 후에 방에 들어가 침대에 앉아서도 1시간여를 지가 읽고 싶은 책 다 읽고
하고 하고싶은 퍼즐 다하고, 머리카락 바치고 노래까지 불러줘야 자는 서현이...
11시에 이닦고 씻고 들어가서 1시간정도 책 읽어주면 12시에는 자겠거니 생각한 내 실수였다.

이제 머리가 제법 커서 자기한테 불리하거나 듣기 싫은 말을 하면 들은척도 안하는 서현이 때문
에 급기야 나는 뚜껑이 열리고야 말았다. 이닦자고 수십번도 더 얘기했건만 서현이는 들은체도 안
하고 동문서답하며 혼자 책읽고 퍼즐을 맞추고 있었다. 겨우겨우 사정해서 문앞까지 왔는데 물놀
이 농구게임기를 보더니만 앉아서 또 한참을 고걸 하고 있다. 어휴 저걸 콱 쥐어박고 싶지만 차마
손은 못대겠고.... 재밌다며 나보고도 해보라고 준다. 열린뚜껑 억지로 닫아가며 이거 다하고 이닦
자고 했더니 대답은 없고. 애써서 다 집어넣더니만 다시 쏟으며 하는말이 "엄마, 다시 한 번 해보
자. 재밌지?" 허걱~~
이제 겨우 욕실로 가나 했더니만 이번엔 바닥에 깔린 퍼즐매트를 보더니만 ABC노래를 부르며 퍼
즐을 하나씩 뺏다가 다시 맞추기를 반복하는 서현.

결국 열린 뚜껑 도로 닫기를 여러번 반복한 끝에 나는 참지 못하고 서현이한테 신경질을 버럭 내
고야 말았다. 교육학 전공자로서, 상담심리 전공자로서 아이한테 이렇게 화를 내고 야단을 치면
안된다는 건 알지만 엄마도 인간이기에 더이상의 방법이 없었다. ㅠ.ㅠ.
45분의 긴 장정끝에 서현이는 울면서 이를 닦았고 나는 이닦는 내내 서현이한테 잔소리를 퍼부어
댔다.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서현이가 알아듣든 말든 어린이의 언어가 아닌 꼭 부부싸움할 때 남편
한테 말하듯이 그렇게 왕창 퍼부었다. 엄마가 화가 나면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서현이는 눈물을 흘
리며 눈치를 보더라. 그걸 보니 또 어찌나 속상한지 나도 울고, 내가 우니 서현이는 덩달아 더 울
고....

무사히(?) 이닦는 작업을 마치고 침대로 올라오니 울먹울먹 서현이가 책을 읽어달란다.
미안하니 괜히 인심쓰는 척 읽고 싶은 책 다 가지고 오라고 하니 서현이는 이책저책 주섬주섬 챙
기기 시작한다. 책을 내 앞에 내려놓고는 하는 말이 가관이다. "엄마, 속상해?" 잔소리하면서 속상
하다는 말을 몇차례 했었나보다. 금새 물어보는 말이 속상하냐고??? 당연히 속상하지.

엄마는 서현이가 이닦기 싫어하는 것도 속상하고, 엄마가 더 많이 참지 못하고 소리지른 것도 미
안해서 속상하단다.

그래도 우리 모녀 책 다 읽고 노래 부르고, 머리카락 만지며 사이좋게 잠들었다.

서현이가 과연 오늘 저녁부터는 군말없이 이를 닦아줄까???
아..........제발!!


서현 30개월.
주영.


200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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